신간 전자책

배터리 다이제스트(종합판 1)

도서정보 : 선우 준 | 2023-07-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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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은 배터리 다이제스트 TOP1부터 TOP4까지의 합본이다.
2015년 8월 배터리에 대한 기술 역사서인 ‘2차전지 Road to the TOP(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을 출판한 이후 여러 편의 시리즈를 통하여 전지 사업과 기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였다.
‘배터리 다이제스트’는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 이은 배터리 시리즈로, 전기차용 전지 사업에서 지침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배터리 시리즈
1. 과거는 미래를 여는 열쇠: 전지 이야기
- 2016.4 ~ 2017.2
2. 전지 사업 길잡이 TOP
- 2017.6 ~ 2017.12
3. 전지 사업 이야기 BEST
- 2018.2 ~ 2018.12
4. 지식의 샘
- 2018.12 ~ 2019.6
5. 전지 에센스 TOP
- 2020.10 ~ 2020.12
6. 전지 산업의 연구
- 2021.1 ~ 2021.6
7. 2020년대 전지 산업의 전망
- 2021.9 ~ 2022.4
8. 배터리 다이제스트
- 2023.6 ~

구매가격 : 20,000 원

오늘을 이해하는 키워드, 이슈털기

도서정보 : Dr. K | 2023-07-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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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의 무기는 세상을 읽는 키워드


요즘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 중에는 ‘베스트셀러’보다 ‘핫이슈’ 혹은 ‘꼭 알아야 할 키워드’로 분류되는 책들이 많다. 최근 출간되는 책들을 살펴보면 트렌드를 반영하는 주제어 중심의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 IT 관련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핫'한 이슈들을 살펴보고 일상에서도 대화나 글, 작업 등에 활용해보자.

최근엔 과거와는 달리 특정 주제만을 다루는 컨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하기도 쉽고 빠르고, 세상의 움직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누구든 이러한 이슈와 키워드를 개발해 자신에게 맞춤 컨텐츠를 만든다면 성공의 키 역할을 할 수 있다.

구매가격 : 2,500 원

이제는 영어로 말 좀 합시다!

도서정보 : 김기영 | 2023-07-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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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ing, Reading,Wrinting을 잘하는 우리 한국사람들은
유독 Speaking이 안된다.

영자신문을 읽고, CNN 을 들을 수 있는데 정작 말은 못한다.
이상하다!!! 왜일까?

영어로 전혀 말 못하던 저자가 뉴욕에서의 9개월 생활을 바탕으로 영어로 말하게 되는 별도의 비법을
공개하는 책.

누구나 9개월안에 영어로 말 할 수 있다.

구매가격 : 12,000 원

지옥을 경험한 나, 내 나이 겨우 스물이었다.

도서정보 : 이초롱 | 2023-07-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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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고3 이란 흔히 사람이 아닌 수험생 즉 공부하는 기계로 생각된다. 고3 때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 제도를 치르게 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약 12년 간의 공부를 한 번의 시험(‘수능’)으로 평가한다. 고3 생활을 끝내면 모두 다 대학 생활을 할 거라고, 나는 꼭 그럴 거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평소보다 수능 때 점수가 안 나와서’.‘1년을 더하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라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재수하는 학생들이 많다.
소설 속에서 갓 스무 살이 된 주인공은 집단 따돌림, 성추행,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을 경험한다. 우리나라의 현대적 문제로 떠오르는 소재 역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청소년, 나아가서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성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한다.

구매가격 : 5,000 원

나의 직장인 은퇴 원정기

도서정보 : 온다 | 2023-07-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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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경리직으로 8년, 앱 기획자로 3년.
내가 살아가는 의미와 지키고 싶은 인생의 가치를 직장 생활에서 찾지 못했던 저자가
걱정도 많고 딱히 재주도 없다고 스스로 여긴 30대가 무수한 고민 끝에 행동에 옮긴 여정.

완성된 것 없이 어떻게 무모할 수 있었는지 하나하나 모두 이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같은 고민에 먼저 디딘 돌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구매가격 : 12,000 원

링링의 튀는 소리는 때가 있어요

도서정보 : 에쓰비 메리엠 | 2023-07-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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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첫날, 링링의 엄마는 링링에게 이렇게 말해요.
“링링, 빨리 일어나, 빨리 밥 먹어, 빨리 씻어, 빨리 옷 입어, 빨리 신발 신어”
링링의 친구들은 매일 집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말해요.
“엄마, 링링이 오늘도 또 혼났어, 그 애는 매일 혼나”
상담에서 만난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링링이는 이것도 안 하고 저것도 안 해요, 그리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돌아다녀요.”
학교생활을 너무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우리는 필요한 검사를 다 해서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검사 결과 링링이는 ADHD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 어른들은 몰랐어요. 사실은 링링이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예요.
일부러 말을 안 듣는 아이도 아니었고, 선생님을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난 게 아니에요.
알고 보니 링링도 잘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아이였어요.
이 책은 ADHD의 의학적 설명이나 치료 방법이 나와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난 도대체 왜 이럴까……’ 스스로 다른 친구들과 달라서 자책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들에게 ADHD 증상에 대한 이해와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는 위로가 되어줄 책이고,
링링이 만나는 부모를 포함한 모든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아이 자체의 성향과 어려움을 인정하게 도와줄 책이고,
‘링링이는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링링이는 진짜 이상해’, ‘링링이랑 말이 안 통해’ 등 링링의 학교 친구들의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링링을 조금 더 기다려 주고, 먼저 다가올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구매가격 : 4,000 원

느려서 오히려 좋아!

도서정보 : 바리 | 2023-07-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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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느릿느릿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은 나무늘보 '바리'.
우연히 발견한 나침반과 함께 ‘나’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모험을 통해 만나게 된 동물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큰 깨달음을 얻게되는데...

나무늘보 '바리'는 과연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구매가격 : 1,950 원

있는 그대로

도서정보 : 윤이슬 | 2023-07-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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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 많고 희망 찼던 아이들이 이제는 모두 어른이 되었습니다. 빠른 현대 사회를 정신 없이 살아가느라 바쁜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어릴 적 나를 만나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매가격 : 3,000 원

평신도 및 목회자를 위한 히브리서 Q&A

도서정보 : 우슬초 | 2023-07-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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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근에 저자가 <히브리서 Q&A>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서 엮은 것으로, 히브리서의 상세한 내용을 문답식으로 썼다.

나는 진리 탐구자로서 구속사적 관점에서 쓰지 않음을 밝힌다. 오로지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리가 무엇인지만 순수하게 고찰한다. 구속사적으로 쓰는 분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고, 구속사적 관점이 아닌 순전히 진리만 밝혀내는 것도 값진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하여 히브리서의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게 되시기를 기도한다.

구매가격 : 3,000 원

왕초보 영어동사 시제전환 연습문제

도서정보 : 김수민 | 2023-07-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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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동사 패턴 활용하기 좋은 시제 전환 배우기

활용도가 커서 항상 쓰지만 의미가 다양해서 오히려 내이티브가 아니면 활용하기 힘든 make, take, get과 같은 동사들이 사용된 구문을 많이 공부한 경험이 있을 실 겁니다. 낱 단어만 외워서는 문맥 속에 사용된 의미를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문맥에 따라 시제 변화를 적용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영어다운 표현일수록 시제 전환을 잘 알고 있어야 제대로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주의: 본문의 예문들 중 현재시제로 표현되는 문장들은 현재의 상황을 나타낸다기보다 일상적인 일을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행동을 나타내는 현재시제는 특히 현재 진행되는 행동이 아님에 주의해야 합니다. 시제를 익히기 위한 예문으로 이해하고 보세요. 현재 진행되는 행동 묘사는 현재진행형 시제로 씁니다.


구매가격 : 2,000 원

미미와 하루

도서정보 : 이지해 | 2023-07-2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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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우리는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동물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요? 귀여운 고양이 하루와 어린 집사 미미의 이야기를 통해 고양이의 속마음을 그림책에 살짝 담아 보았습니다.

구매가격 : 2,900 원

오드아이 오디

도서정보 : 세랑 | 2023-07-28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살짝 남다른 외모의 고양이
하지만 알고보면 겉바속촉 + 소녀 감성 소유자
양쪽 서로 다른 눈색을 가진 일명 오드아이 고양이 오디.
하지만,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일상을 바꾼 일이 찾아왔다.
늘 조용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그는 과연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구매가격 : 9,900 원

매경TEST 공식 가이드 2023 완전개정

도서정보 : 2023 완전개정, 실전 모의고사와 “진짜” 기출문제독점 수록!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매경 TEST 출제위원들이 직접 쓴 “유일한” 공식 학습서
어설픈 변형문제는 그만, 정기시험에 나온 기출문제 그대로
출제기관이 만든 문제 그대로,
빠르고 확실하게 대비하라!

❈ 국가공인 경제ㆍ경영 이해력 인증시험 매경TEST 출제위원들이 직접 집필한 유일한 매경TEST 공식 학습서
❈ 학습 동기와 효율 극대화하는 학습 구성
❈ 매경TEST 기출문제 수록
❈ 경제 + 경영 + 금융 핵심 지식을 한 권으로 마스터

국내외 최고의 대학교수로 구성된 출제위원진과 <매일경제>의 박사급 기자, 경제·경영 전문가들이 출제하는 매경TEST를 학습하기 위한 수준별, 단계별 학습 로드맵을 담은 단 한 권의 책

구매가격 : 24,500 원

시크릿 플레이스

도서정보 : 타나 프렌치 | 2023-08-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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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스릴러 TOP 5, 아마존 미스터리·스릴러 분야 베스트
“난 누가 그 애를 죽였는지 알아.”

너무도 매혹적인 이야기. _길리언 플린
대단하다. 섬뜩하고, 놀랍고, 문장은 하얗게 타오른다. _스티븐 킹

아일랜드 추리소설의 대가 타나 프렌치의 장편소설 『시크릿 플레이스』가 출간되었다. 『시크릿 플레이스』는 타나 프렌치의 ‘더블린 살인수사과’ 시리즈 중 엘릭시르에서 세 번째로 출간되는 작품으로, 전작 『페이스풀 플레이스』에서 등장했던 주인공의 딸 홀리 매키와 당시 신입 경찰이었던 스티븐 모런이 주역으로 나선다.
아름답고 푸른 교외에 위치한 사립 여학교 세인트킬다. 어느 날, 비밀 게시판 ‘시크릿 플레이스’에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함께 1년 전 죽은 남학생의 사진이 걸린다. 스피븐 모런 형사는 지루한 미제사건수사과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인수사과 콘웨이에게 협력을 제안하고, 이윽고 여학생들 사이에 겹겹이 쌓인 비밀과 거짓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페이스풀 플레이스’에서의 사건을 종결한 스티븐 모런은 그후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가지 못하고 미제사건수사과에서 머무르고 있다. 그러던 중 훌쩍 자라 고등학생이 된 홀리가 몇 년 만에 그의 앞에 나타나고, 1년 전 발생했으나 해결되지 않은 사망 사건의 피해자 크리스토퍼 하퍼의 사진을 건넨다. 익명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는 사진 위에 남겨진 메시지는 “난 누가 그 애를 죽였는지 알아.” 스티븐 모런은 이 사건을 기회로 삼아 자신이 원하는 살인수사과에 들어가기 위해 사건의 담당 형사 앤트워네트 콘웨이에게 협력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더블린 교외에 위치한 아름다운 여학교에서 발생했던 살인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년 전에는 미처 밝혀내지 못했던, 여학생들의 비밀과 거짓 아래 감춰진 진상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소녀들이 안뜰에 묻어버린 비밀

꼬불꼬불한 철문을 지나 작은 숲으로 가니 교정은 홀리가 전혀 몰랐던 오솔길들의 바다다. 큰길에서 모퉁이 하나만 돌면 나오는 낯선 길들. 아른거리는 햇빛, 파닥임, 머리 위의 어지러운 가지들, 시야 끝에 걸리는 보라색 꽃들. 베카와 설리나가 오솔길을 벗어날 때 총총 땋은 베카의 검은 머리와 늘어뜨린 설리나의 금발이 똑같이 흔들린다. 요정 정원사가 동그랗게 깎아놓은 듯한 덤불을 지나 작은 언덕을 올라가니 어룽어룽한 그림자가 사라지고 깨끗한 햇빛이 내리쬔다. 홀리는 잠시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빈터는 작다. 큰 사이프러스나무들에 둘러싸인 작고 동그란 풀밭일 뿐이다. 하지만 공기는 전혀 다르다.(…)“가끔 조용한 장소가 미칠 듯이 필요할 때가 있어. 그러면 우리는 여기 와.”_본문 중에서

이 작품의 제목인 ‘시크릿 플레이스’는 작중 등장하는 비밀 게시판에 붙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숙학교의 아름다운 교정 한구석에 숨겨진 ‘비밀의 장소’를 가리키기도 한다. 사이프러스나무로 둘러싸인 동그란 빈터에서 홀리와 세 친구들은 오롯한 그들만의 시간을 공유하고, 다른 데서는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며, 영원한 우정과 반짝이는 미래를 맹세한다. 그리고 똑같은 장소에서, 모두가 선망하던 남학생 크리스토퍼 하퍼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끔찍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우연히도 같은 장소를 나눠 쓰게 된 네 명의 소녀들과 사망한 남학생. 얼핏 보기엔 전혀 접점이 없는 듯한 그들 사이에 어떤 비밀스런 연관성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1년이나 지나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크리스토퍼 하퍼’라는 이름은 평온을 찾았던 학교를 다시금 뒤흔들고, 불안감에 잡아먹힌 아이들은 꽁꽁 숨기고 있던 비밀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크리스와 연인 관계였다는 조앤, 조앤의 말이라면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는 세 여학생들, 그리고 그들 무리와 사이가 좋지 않은 홀리와 친구들은 상대에 대한 비밀과 소문을 폭로하면서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렇게 여덟 명의 소녀들의 엇갈리는 증언과 거짓말 속에서 두 형사, 모런과 콘웨이는 이전까지는 전혀 가늠할 수 없었던 범인의 실체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여자아이는 매일 눈에 띄게 달라진다
『시크릿 플레이스』는 크리스토퍼 하퍼가 살해당하기 약 8개월 전부터 홀리와 친구들에게 벌어진 일들, 그리고 모런과 콘웨이 콤비가 사건을 재수사하는 현재 시점을 교차하며 서서히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1년이란 시차를 두고 다시 한번 여학생들을 면담하게 된 콘웨이는 그간 아이들에게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음을 금세 눈치챈다. 그리고 모런 역시 막연히 머릿속에 품고 있던 ‘아름다운 사립학교’에 어울리는 여학생의 도상은 홀리와 친구들을 설명하기엔 너무도 단순하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사람은 복잡하니까요. 어렸을 때는 사람을 한 가지로만 보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_본문 중에서

타나 프렌치는 전작 『페이스풀 플레이스』와 『브로큰 하버』에서도 생생한 등장인물과 핍진한 묘사로 작품에 생동감을 더하고, 놀라운 연출력으로 단숨에 독자가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 바 있다. 『시크릿 플레이스』에서도 역시, 작가는 더욱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해진 심리 묘사로 십 대 여학생들의 예민하고 변덕스런 정서, 애틋하면서도 때로는 복잡하게 뒤엉키는 감정들을 그려내고 있다. 아직은 학교와 친구들이 자기 세계의 대부분이고, 그 안에서 생기는 질투심과 경쟁, 친구들로부터 뒤처지거나 소외되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그 나이에 느낄 법한 두려움은 다른 문화권의 독자라도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진실이 완전히 드러났을 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소녀들의 관계에 균열이 가고 완전히 부서지게 되는 순간 찾아오는 아픔은 그들만의 감정이 아니게 될 것이다.

타나 프렌치의 ‘더블린 살인수사과’ 시리즈
타나 프렌치의 ‘더블린 살인수사과’ 시리즈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며, 형사 한 명이 각 작품에서 주요 수사관으로 활동한다. 주인공은 다른 작품에서 보조 인물로 출연하는 식으로 각 작품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으로는 『살인의 숲(In the Woods)』(2007), 『같은 얼굴(The Likeness)』(2008), 『페이스풀 플레이스』(2010), 『브로큰 하버』(2012), 『시크릿 플레이스』(2014), 『침략자(The Trespasser)』(2016)가 있다.『페이스풀 플레이스』에서 살인수사과 형사로 등장했던 스코처 케네디는 『브로큰 하버』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와 마주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시크릿 플레이스』에서는 『페이스풀 플레이스』의 주인공 프랭크 매키의 딸 홀리와 신입 경찰 스티븐이 사립 여학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구매가격 : 14,000 원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도서정보 : 최현숙 | 2023-07-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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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찍힌 삶을 타협 없이 마주하며
비로소 ‘나’를 해명하는 글쓰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곁에서 그들 각자의 생애를 귀기울여 듣고 기록해온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 “흔해빠진 사람들의 흔해빠진 이야기”를 글의 주재료로 삼고 타인의 아픔과 실패, 한계를 깊이 살펴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해 통찰을 길어올리는 것이 그가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하게 해온 일이다.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듣는 보통 사람들의 생은 저마다 각별했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삶에 귀기울여본 흔적이다. 그는 어쩌다 홈리스 활동가이자 구술생애사 작가가 되었을까. 홀로 혼돈 속을 헤매던 청년 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통과해온 곡절을 되짚는다. 도둑년, 미친년, 냄새나는 여자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오며 겪어야 했던 고통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한 공감의 바탕이 되어주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 그들에게 이끌리며 느끼는 “무작정한 설렘”은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자신의 생애 내력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한 자기분열, 액취증과 도벽증을 앓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멸시는 현재의 삶이 발아한 씨앗이다. ‘아버지의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곤한 남자와 결혼해 제 발로 빈곤 속으로 걸어들어간 그는 이십 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오던 중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고, 커밍아웃하며 이혼했다. 이후 부모의 죽음을 겪으며 원가족과의 관계도 단절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중독, 소외 등 시간이 흘러도 도저히 되돌아보기 힘들었던 묵은 상처의 기억들을 뜯어내며, 지금에 닿은 ‘나’ 스스로를 해명하고자 했다. 질곡의 생애 마디마다 타협하거나 회피하기는커녕 거역과 배반, 저항을 택한 사람, 세상을 미워한 힘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간 사람. 예순일곱인 지금도 그는 “거리의 냄새나는 노숙인들과 쪽방촌 사람들, 어딘가에 중독된 사람들과 미쳐버린 여자들을 하염없이 쫓아다니고 있다”.

불가해한 희망을 안고 세상과 충돌하며
제 길을 만들어나간 한 생生의 기록

최현숙은 십대와 이십대 시절 액취증과 도벽증으로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활발한 성격으로 어린 시절에는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고 함께 운동도 곧잘 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며 시작된 액취증은 그에게 뼈아픈 모멸감과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몸에서 나는 나쁜 냄새는 어떻게 해도 감출 수 없었다. 사람들은 코를 틀어막거나 수군거렸다. 남들이 자신을 밀어내기 전에 먼저 타인을 멀리하는 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혼자가 되기를 선택했다.
한편 발각을 통해서만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도벽은 “젊은 시절 치명적인 상처이자 혼돈의 핵심”이었다. 엄마의 돈 심부름을 하던 중 ‘삥땅’한 경험이 쌓이며 지속된 돈을 훔치는 버릇은 스물세 살 동급생에게 들켜 망신을 겪은 후에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며 소외와 고독을 자처하던 시기, 낮보다는 밤을, 빛보다는 어둠에 탐닉하던 시절,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었던 혼돈과 방황 속에서도 나중의 ‘좋은 나’에 대한 희망을 결코 놓을 수는 없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 불가해한 희망 탓에 더욱 자괴감이 심했다. 1부 ‘혼돈과 어둠 속에서’는 칠십 줄을 앞둔 이제야 스스로에게 조금씩 해명되기 시작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돌아보는 기록이다. 가족 내에서 불거진 숱한 갈등과 충돌, 폭력의 기억을 회상하고, 엄마의 죽음 이후 남매들과 절연하기까지의 과정도 속속들이 꺼내 보인다. 모든 족族으로부터 해방되어 마침내 자유로워진 최현숙의 고유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담겼다. 자신의 모순과 상처를 모조리 도마 위에 올려 살과 뼈를 발라 내어놓으면서도 순간순간 돌출하는 유머와 호쾌한 통찰은 우리 시대 독보적 에세이스트가 탄생했음을 강렬히 예감하게 한다.

“두려움의 뒷면은 혐오다”
실체 없이 흉흉하게 떠도는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다

2부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에는 노쇠해가는 몸과 정신을 마주하고 주변의 죽음을 관찰하며 써내려간 글들을 묶었다. 한국에서 나이든 여성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비혼 1인 가구로 살아가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담겼다. 무너지는 치아와 갈수록 심해지는 몸 곳곳의 통증, 느려지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여전히 생동하는 노인의 섹슈얼리티 역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늙어가는 몸과 정신을 확인하며 다가올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 생각한다.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며 아픈 노인들, 없이 사는 노인들을 돌보았고, 부자 노인이라 할 수 있을 부모의 노쇠와 죽음 과정 역시 밀착해 관찰한 바 있는 그는 노화와 질병, 죽음이야말로 “오만 가지가 불공정한 세상에서 모처럼 공정한” 현상임을 안다. 그러니 “생로병사의 어쩔 수 없음”은 혐오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수긍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 테다. 3부 ‘희망 없이, 하염없이’에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역 인근 홈리스 현장에서 활동하며 몸소 관찰하고 느낀 바를 담았다. 거리에 사는 상처 입고 냄새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 삶의 면면을 거침없이 들춰낸다. 가난한 사람들이 삶을 버텨온 힘, 그들이 지닌 긍지와 지혜를 들여다보며 “더 추락해도 그럭저럭 살아지겠구나” 하는 값진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을 노려보며 가늠하는 삶의 향방
타협하지 않고 “전략하며” 나아가기

남들에게 내놓고 선뜻 이야기하기 꺼려지는 생의 갈래까지 이토록 활짝 펼쳐 보이는 이유는 “모든 오류는 스스로 까놓고 떠들면 조금씩 벗어나”지기 때문이다. 퀴어이자 여성 독거노인인 그의 몸을 통과해 불려나오는 여러 사회적 의제들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뒤엉킨 가족사와 그가 여태껏 거쳐온 여러 가족의 형태를 살피다보면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허상을 인식하게 되고, 노인이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불편과 곤란을 발견하면서는 장애인 이동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장하게 된다. 몸 누일 방 한 칸이 없어 거리를 떠돌다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회와 국가에 뿌리박힌 불평등을 고민하게 한다.
그가 기록한 수많은 구술생애사 주인공들처럼, 아픔과 시행착오로 점철된 그의 생애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다양한 쓸모”를 남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에는 그 이면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의심부터 든다는 그는 규범과 제도, 일상 곳곳에 깃든 부조리를 노려보다가 결코 그에 타협하지 않기로 삶의 향방을 정했다. 오늘도 그는 사회가 ‘비정상’이라 못박은 이들이 모인 재난의 광장에서 놀며 싸우며 살아간다. “위가 아닌 아래로, 상승이 아닌 추락으로, 냄새나는 존재들”에게로 한걸음 더 내디디면서.

구매가격 : 12,600 원

북과 남(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229)

도서정보 : 엘리자베스 개스켈 | 2023-07-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산업혁명 이후 역동적인 삶을 심도 있게 그려낸 명작
제인 오스틴의 계보를 잇는 탁월한 이야기꾼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사회소설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북과 남』(1855)은 “『오만과 편견』의 산업적”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영국 남부 시골과 북부 도시의 선명한 대비 속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 노사갈등 같은 당시 사회상을 생생히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남부 출신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 마거릿 헤일과 자수성가한 만큼 자부심이 강한 공장주 존 손턴이 서로 대립하고 오해를 겪은 끝에 이해와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를 모델로 한 가상의 공업도시 밀턴을 주요 무대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며 여러 계층의 삶을 세심히 들여다본 사회소설이자, 공장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룬 산업소설이며, 주인공 마거릿이 시련과 아픔을 겪어내며 독립적인 인간으로 바로 서기까지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성장소설이다.

급격한 산업화가 빚어낸 온갖 문제들, 계급 간의 갈등과 투쟁을
담대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린 빅토리아시대의 초상
‘재발견된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사회성 짙은 대표작

조르주 상드가 “개스켈의 작품을 읽으면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며 인도주의적인 면을 높이 평가하고, 조지 엘리엇이 “내 인생관이나 예술관은 개스켈의 그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공감을 표하는 등, 활동하던 19세기 중반에 당시 작가들에게서 인정받았고 독자들의 열띤 호응도 얻은 엘리자베스 개스켈. 생전에는 이렇게 명성과 인기를 누리던 개스켈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동시대에 활약한 찰스 디킨스나 윌리엄 새커리, 브론테 자매 등의 작가들과 비교하면 다소 잊힌 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빈민층을 포함한 여러 계층의 삶과 산업화가 초래한 문제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냈다는 점에서 1950년대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어 그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게 되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 저항하는 인물들을 진보적인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는 1970년대 페미니즘 문학비평가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로도 다양한 미덕과 개성을 두루 평가받게 된 개스켈은 근래에 국내에서는,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이 등장하는 스릴 넘치는 고딕소설에 일가견 있는 작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재조명받고 있는 작가 개스켈의 『북과 남』은 빅토리아시대 중기 영국 북부와 남부의 대조적인 생활양식에 초점을 두고 각계각층 사람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맨체스터 노동자의 고단한 생활을 노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개스켈의 첫 장편소설이자 출세작 『메리 바턴』에 이은 두번째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개스켈을 “셰에라자드”라 칭송한 찰스 디킨스가 펴내던 문예지 〈하우스홀드 워즈〉에 1854년부터 1855년까지 20편으로 나뉘어 매주 연재된 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1855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공업도시 밀턴의 모델이 된 맨체스터는 당시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로, 기계화와 대량생산을 토대로 한 산업자본주의의 중심지였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맨체스터에서 지내며 빈곤한 노동자층을 관찰한 후 이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폭로한 「1844년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1845)을 집필했는데, 이 연구서가 다룬 노동자들의 생활상이 『북과 남』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노조위원으로 분투하는 니컬러스 히긴스와 그의 딸로 공장에서 일하다 얻은 폐병 때문에 단명한 베시 히긴스, 그리고 병약한 아내와 여섯 아이를 둔 가장인 탓에 생계를 위해 노조를 거스르다가 궁지에 몰린 존 바우처 등의 인물을 통해 노동자들이 처한 엄혹한 현실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와 공장주 사이의 대립과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며 파업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 이로 인한 여파와 후유증은 물론, 니컬러스가 손턴의 공장에 일하게 되면서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합에 이르는 모습이 개스켈 특유의 사려 깊고 연민어린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사회문제와 파업 같은 소재를 진지하게 다룬데다 비극적인 죽음이 연이어 등장하지만 『북과 남』은 그저 심각하고 무겁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처음에는 반목했던 마거릿과 손턴이 서로 엇갈리다가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릴 뿐만 아니라, 마거릿이 고난과 슬픔을 겪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가지각색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예리하고 재치 넘치는 필치로 묘사해서 읽는 맛을 더해주기도 한다.
주간지에 연재된 작품답게 시리즈물을 연이어 시청하듯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하며 몰입해 읽게 만드는 저력을 지닌 이 소설은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BBC에서 1966년, 1975년, 2004년 세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특히 4부작으로 선보인 2004년도 판은 그해 BBC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49.43%의 지지를 받으며 ‘최고의 드라마’로 꼽혔다.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는 ‘빅토리아시대의 제인 오스틴’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야기꾼 엘리자베스 개스켈과 그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더한층 촉발시켰다.


관습을 거스르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인물의 탄생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마거릿 헤일
노동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포용적인 고용주로 진화하는 존 손턴

총 2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런던의 이모 댁에서 지내던 마거릿 헤일이 사촌 이디스의 결혼 준비를 분주히 돕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디스의 결혼을 계기로 십 년간 살아온 런던을 떠나 부모님이 계신 남부의 시골 마을 헬스톤으로 돌아온 마거릿은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지만, 급히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이내 직면한다. 교구목사인 아버지 헤일 씨가 양심상의 문제로 사임하고 북부의 도시 밀턴에 가서 가정교사로 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헬스톤에서 매연 가득한 잿빛 도시 밀턴으로 이사하며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 일가족은 지나치리만큼 역동적이고 번잡스러운 분위기에 난색을 표하지만 밀턴의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차츰 적응해나간다. 그중에서도 헤일 씨의 총애를 받는 첫 제자 존 손턴은 방직공장의 주인으로,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만큼 자부심 강하고 냉철한 인물이다. 애초에 제조업자들을 돈만 아는 장사치들이라며 경멸했던 마거릿은 손턴과 의견이 맞지 않아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사사건건 대립하게 된다. 자신을 경멸하는 마거릿에게서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매력에 이끌리던 손턴은,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때 자신을 겨냥해 날아온 돌을 대신 맞아준 마거릿에게 사랑을 느끼고 청혼하지만 매몰찬 거절을 당한다. 1부는 파업과 폭동, 그리고 손턴의 청혼이라는 주요한 사건을 분수령으로 끝나고, 2부는 좌절된 사랑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손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이 열린다. 한편, 에스파냐에 도피해 살던 마거릿의 오빠 프레더릭이 헤일 부인이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고 비밀리에 밀턴으로 찾아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다. 하지만 해군으로 복무했던 프레더릭은 선상반란의 주모자로 낙인이 찍혀서 잡히면 사형당할 위험이 있기에 급히 밀턴을 떠나야 한다. 그리하여 런던으로 가는 오빠를 배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마거릿은 피치 못할 거짓말을 하고는 양심의 가책과 불안에 시달리고 잇따른 시련을 겪게 된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솔직하고 당당하며 지적인 주인공 마거릿 헤일이다. 개스켈은 애초에 제목을 ‘마거릿 헤일’이라고 지으려 했을 정도로 마거릿의 이야기를 이 소설의 주제로 여겼다. 하지만 찰스 디킨스의 권고에 따라, 보다 풍부한 의미를 내포하면서 대조되는 인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북과 남’으로 결정했다. 마음씨 착하고 인정 많지만 심약한 부모님, 해외에 도피해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인 오빠를 대신해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처리해나가는 마거릿은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하인을 대동하지 않고는 외출을 꺼리는 이모 쇼 부인과 사촌 이디스와는 달리, 밀턴의 이곳저곳을 혼자 돌아다니며 도시 빈민의 비참한 삶을 피부 가까이 느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폭도들의 공격을 받은 손턴을 보호해 위험에서 구해주고, 손턴의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을 투자함으로써 회생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전복시키는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가부장적인 빅토리아시대의 관습에서 벗어나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으로 머물기를 거부하는 마거릿은 주체적이고 강인한 사람으로 점차 성장해간다.
이 마거릿에게는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얼마간 투영되어 있다. 개스켈은 헤일 씨처럼 목사였으나 그만두고 공직에 종사한 아버지, 해외로 떠난 유일한 혈육인 오빠를 두었고 이모 댁에 맡겨져 자라기도 했다. 게다가 여성 교육을 권장한 유니테리언파 집안 출신답게 기숙학교에서 공부하며 여러 언어를 익히고 독서에 몰두할 수 있었다. 목사의 아내로서 도시 빈민들과 자주 접하며 자선을 베풀고 교구민을 교육하는 데 전념한 경험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편, 전제군주처럼 권위적인 고용주를 표방했던 손턴은 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 자신이 고용한 니컬러스와 교류하면서 차츰 변화해간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게 된 것이다. 대립하는 양쪽의 입장을 공평히 이해하고 갈등을 풀어내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 애썼던 개스켈의 이상적이고 낙관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처음엔 불화하던 마거릿과 손턴이 마지막에 이르러 화합을 이루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구매가격 : 15,400 원

사랑을 담아

도서정보 : 에이미 블룸 | 2023-07-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타임> 선정 2022 최고의 논픽션 1위
<뉴욕 타임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커스 리뷰>, NPR,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고민하며 걱정해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구원 같은 책.”
알랭 드 보통(소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스스로 삶을 떠나길 선택한다면, 그 선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아직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인간으로서의 삶을 점점 더 잃어가기 전에 이 땅을 떠나겠다고 결심한다면, 그 결정에 동의하고 마지막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함께할 수 있을까? 소설가 에이미 블룸의 에세이 『사랑을 담아』는 바로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한 아내의 가슴 절절한 상실의 기록이자 가장 애틋한 러브스토리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스스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린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 『사랑을 담아』는 조력자살을 지원하는 스위스의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의 문을 두드린 부부가 함께 취리히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 함께 울고 웃으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사랑 가득한 이야기는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 타임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NPR, 아마존 등 여러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때로 슬픔은 가장 지극한 사랑으로 몰아낼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타임> 선정 ‘2022년 최고의 논픽션 1위’에 올랐다.


알츠하이머병의 ‘긴 작별’을 거부하고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삶을 떠나길 선택한 남편
그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아내의 숭고한 사랑의 기록

2020년 1월 26일 일요일, 저자 에이미와 남편 브라이언은 스위스 취리히로 떠난다. 평소처럼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 공항에 가고, 함께 식사하고, 간단한 물건과 간식을 구매하고, 늘 타던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에서 음료가 담긴 유리잔을 부딪치며 비행을 즐기는 두 사람은 얼핏 보면 휴가를 떠난 여느 부부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이들이 향한 곳은 스위스의 조력자살 지원기관 디그니타스다.
중년에 들어서 서로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최근 삼 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브라이언은 삼 년 전부터 이미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을 보였고, 에이미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에이미가 쓴 글을 매번 읽고 정성스레 피드백해주던 브라이언이 언젠가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글을 읽지 않기 시작했다. 무채색 셔츠만 입는 아내에게 튈 레이스가 달린 얼룩무늬 옷을 선물하는가 하면, 몇 년이나 참여했던 독서모임의 일정을 헷갈리거나 모임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고, 불과 십 분 거리로 이사간 회원이 아주 먼 곳으로 이사갔다고 착각하기까지 했다.
브라이언의 문제는 직장에서도 계속되어 예상보다 이른 은퇴를 맞이하기에 이르고, 결국 부부는 신경외과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MRI 촬영 결과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 주말 내내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진단을 받고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브라이언은 스스로 삶을 떠나길 결정하고, 그 결심에 흔들림이 없다. 그때부터 에이미는 브라이언이 선택한 마지막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디그니타스를 발견한다. 그리고 브라이언의 존엄사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기 시작한다.


존엄한 삶을 마무리하는 존엄한 죽음
인간답게 살고 또 인간답게 죽는다는 것에 대하여

‘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을 기치로 내건 디그니타스는 1998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현재까지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스스로 삶을 떠났다. 미국의 말기환자 가운데 죽음을 원하지만 앞으로 남은 수명이 육 개월 이하라는 의사의 진단을 얻지 못한 이들이 향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요구하는 동행자살(디그니타스는 생명 중단 선택에서 동반과 지지를 중시하는 의미로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대신 ‘동행자살accompanied suicide’이라는 표현을 쓴다)의 전제 조건은 노령이거나 불치병 환자 또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견딜 수 없는 장애”나 “통제 불가능하고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사람으로,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면담을 하고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브라이언의 확고한 결정을 에이미는 지지하고 또 그 길에 이르는 여러 복잡하고 세세한 과정을 기꺼이 돕지만, 사랑하는 이를 영영 떠나보내는 방법을 직접 찾아보고 실행한다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다. 이제 ‘가슴이 찢어진다’는 게 정말로 어떤 느낌인지를 더 잘 알게 된 에이미는 과거 그 표현을 가볍게 사용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그리고 브라이언이 다른 아내, “더 좋은 아내”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가정을 해보기도 한다.

이따금 나는 그가 더 좋은 아내, 적어도 다른 아내를 만났다면, 그 사람이 이 결정에 반대하고 남편의 육신이 스러질 때까지 그를 이 세상에 잡아두기로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나는 옳은 일을 하는 거라고, 브라이언의 결정을 지지하는 게 옳다고 믿지만, 그가 이 모든 준비를 직접 하고 나는 그의 뒤를 새끼 오리처럼 충실히 졸졸 따라다닐 수 있었다면 마음이 한결 편했을 것이다. 물론 그가 자기 스스로 모든 걸 준비할 수 있다면 애초에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아닐 테지만―또 애초에 자기 스스로 모든 걸 준비하기를 원한다면 그건 브라이언이 아닐 테지만. 본문 중에서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이 흔들림 없이 디그니타스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었던 것은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다는, “무릎 꿇고 살고 싶지는 않”다는 브라이언의 굳은 의지를 에이미가 마음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존엄한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 인간답게 살고 또 인간답게 떠나고 싶다는 바람, 알츠하이머병의 기나긴 투병생활을 거치며 지친 가족들이 그의 생이 다하는 날 슬픔과 함께 안도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결코 쉽지 않은 마지막 길을 두 사람이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이자
삶을 비추는 사랑에 대한 가장 찬란한 찬사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충만한 삶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잘생기고 너그럽고 자기 자신과 세상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사람”인 브라이언은 식당에 가면 주방장이 달려나와 맞이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며 대학 시절 뛰어난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고 열정적인 건축가로 사십 년을 일했으며 다정한 남편이자 손녀 넷의 쾌활하고 장난기 많은 “하부지”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가 “깜박이며 스러져가는 인지의 불꽃에 기댄 위태로운 삶을, 꺼져가는 삶과 그후에 올 죽음의 어둠으로 침잠하는 과정”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은, 그의 삶이 커다란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힘으로 용기 있는 이별을 선택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상실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에이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삶에 더욱 간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되뇌게 된다. 내 삶의 모든 날에, 사랑을 담아 살아가겠노라고.

그저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맺은 인연도 꼭 죽음이 우릴 갈라서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아니면 어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언제 수명이 다할지 모른다.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우리에게 남은 모든 날에. 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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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도서정보 : 장강명 | 2023-07-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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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유토피아, 혹은 오색찬란한 디스토피아
누구나 꿈꾸었던 기술의 발명,
그로부터 시작된 예측 불허한 일상
근미래 기술의 빛과 어둠을 그린 흥미진진한 ‘STS SF’

『표백』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재수사』 등의 소설과 르포집 『당선, 합격, 계급』 등을 펴내며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동시대 독자들과 부지런히 호흡해온 작가 장강명의 신작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출간되었다. “이 시대에 어떻게 질문하는지, 왜 질문하는지, 무엇을 염려하는지 확인하게” 해준다는 심사평을 받은 심훈문학대상 수상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일본의 권위 있는 SF 문학상인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총 7편이 수록되었다. 1990년대에 일찍이 『과학동아』 『베스트셀러』 등의 잡지에 SF 단편과 칼럼을 실어왔고 월간SF웹진을 창간해 2001년까지 운영해온 작가는 SF에 대한 애정과 소양을 이번 소설집에서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라고 명명한다. STS란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과학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우리 사회에 실존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으므로 “문학이 여기에 대응해야 하며, 대응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특별 소책자 ‘코멘터리 북’에 수록된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이자 STS의 권위자 홍성욱과의 대담에서 SF를 “사회에 대한 사고실험”이라고도 설명한바, 작가의 그러한 사유가 편편이 녹아 있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급변하는 우리 사회를 한층 깊어진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이 열띤 사고실험에 동참시킨다.
『지극히 사소한 초능력』(2019)에 수록되었던 네 편의 중단편을 STS의 시선에서 다시 다듬은 뒤 세 편의 신작과 함께 선보이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새롭게 읽히고 더욱 뜨겁게 논의될 만한 하나의 ‘화두’이다. 작가의 전매특허인 흥미진진한 설정과 몰입도 높은 플롯, 생생한 장면 묘사 또한 이야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타인의 기억을 체험하는 기계, 증강현실 기술, 엽록체 이식 수술,
육체 부활 장치, 인간관계 예측 분석 앱…
삶의 풍경이 뒤바뀐 시대의 면면

표제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STS SF’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단편이다. 눈앞의 풍경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편집해서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 ‘옵터’가 상용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증강현실 규제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바다 위의 크루즈선에서 생활하며 본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통솔하는 가상현실에 안주하려는 “옵터 중독자”(9쪽)들의 모습을 그린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사회가 진짜인지, 진짜보다 진짜 같은 거짓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하는 문제작으로,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편집되는 기이한 모습과 가상현실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인물들의 서늘한 대화 장면을 통해 근미래의 황량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가상현실로 도피한 이들의 심리를 다룬다면,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척박한 섭씨 400도의 행성 금성에서 고군분투하는 과학자 ‘수정’의 몸에 초점을 맞춘다. 거대 자본을 거느린 어느 탄산음료 회사가 우주로 파견한 과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람의 몸과 머리를 분리하는 생체 기술을 개발하고, 수정은 몸을 지구의 냉동 시설에 맡긴 채 머리만 금성으로 보내진다. 금성을 탐사하던 수정은 어느 날 과학자들의 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회사의 비윤리적인 비밀을 알게 되고 탈주를 계획한다. 소설은 효율성이 극대화된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한 편의 블랙 코미디로 펼치면서 몸의 소유권을 침탈당한 여성의 울분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한편, 나치 전범 아이히만이 등장하는 대체 역사소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타인의 기억을 주입받을 수 있는 ‘체험 기계’가 발명됨에 따라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그린다. 유대인위원회는 아이히만을 체험 기계에 넣어 그가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겪고 반성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그 자리에 기자단을 초청한다. 소설은 유대인 공동체와 과학계, 그리고 각국의 기자들의 반응을 다각도로 묘사하면서 ‘타인의 입장이 되어본다’라는 도덕적 황금률의 허점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연쇄살인마, 성폭력범, 아동 학대범들에게도 각각의 사연이 있다. 그러나 그 사연을 굳이 귀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야 한다면 어떤 이유에서인가? 단순히 그들이 우리와 닮은 존재여서인가? 아니면 인간의 한계가 안 좋은 방향으로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가?
(...)
“종종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앞선 세 편의 소설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회공동체 전방위에 가해지는 충격파를 보여주고 있다면, 「나무가 됩시다」와 「사이보그의 글쓰기」는 새로운 기술을 기꺼이 받아들인 채 생활하는 개인의 내면 속 파문을 그려낸다. 「나무가 됩시다」는 피부에 엽록체를 이식하는 ‘그린 라이프’ 수술을 받은 사람이 쓴 수기 형태의 단편이다. 빛을 받아 양분을 흡수하는 식물처럼 광합성 작용을 할 수 있게 된 트랜스휴먼의 모습을 통해, 먹고살기 위해서는 생명을 살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원죄와 그 죄에 대한 완전한 해방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흥미로운 단편이다.
「사이보그의 글쓰기」는 소설 속 화자 ‘장강명’이 슬럼프를 겪으며 얻은 우울증을 떨치기 위해 플라스마 헤어밴드를 착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플라스마 헤어밴드는 집중력을 극대화해 지루한 일에도 강렬하게 몰입하게 해주는 특수 발명품인데, 소설 속 장강명은 이 물건을 쓰며 점차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진다. 소설 속 헤어밴드와 같은 발명품을 한 번쯤 꿈꿔보았을 작금의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오답을 쌓아가며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구성하게 하는 소설

「아스타틴」은 한 편의 장대한 우주 활극으로, 목성과 토성권에서 우주 사회를 이룩한 천재 과학자 ‘아스타틴’을 그린다. 그는 육신을 무한히 재생할 수 있는 부활 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대대로 다시 태어나면서 신적인 존재인 초지능통합체로 거듭난다. 자기 자신을 열다섯 명으로 복제한 그는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과 지능을 지닌 한 명의 개체를 최종 아스타틴으로 선정하는 부활식을 고안해낸다. 세상의 근본적인 생태를 송두리째 바꿀 만한, 길들일 수 없는 야수 같은 기술에 잠식된 포스트휴먼 시대의 이 생존 게임은 읽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마침내 커다란 갈등이 해소되면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결말부는 두말할 것 없이 이 소설의 백미이다.
작품집의 말미에 수록된 「데이터 시대의 사랑」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관계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는 앱이 상용화된 사회를 그린다. 성격도 살아온 배경도 판이하게 다른 ‘이유진’과 ‘송유진’은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지지만, 데이터 예측 앱이 전망하는 두 사람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두 사람은 그 예측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끝내 앱의 예측대로 이별하고 만다. 그러나 두 사람이 헤어진 이후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묘미이다. 아무리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할지라도 ‘사랑’으로 은유된 삶의 우연성과 불확실성은 제거하기도 제어하기도 어렵다고 소설은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또한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고른 오답”을 선택함으로써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본문 중에서) 것. 급변하는 기술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데 필요한 모험적인 용기와 주체적인 시선은 그렇게 함양되는 것 아닐까.

구매가격 : 11,900 원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문학동네시인선 196)

도서정보 : 정영효 | 2023-07-1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나는 맞추고 나는 쌓는다
이것은 벽이 될 수 있고”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해체하고
그 낱낱을 들여다보는 골똘한 시선

문학동네시인선 196번으로 정영효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펴낸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를 유려하게 형상화했다는 평과 함께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문학동네, 2015)에서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그들이 속한 현실의 공간을 자신만의 구조로 재구성하며 “현재적 일상의 시공간에 스며든 시원적인 것의 흔적을 돋을새김의 필치로 명징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무심하면서도 첨예하게 절제된 하드보일드 문체와 더불어 철학적 알레고리의 풍모가 스며”(문학평론가 이찬)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이후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더욱 집요하고 골똘해진 시선으로 일상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데 천착해온 그의 신작 시 50편을 엮어냈다.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나타난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해도 약속이 있고 설명이 있어서
(…)
거기는 다른 곳임을 알았는데 나타난다 어디로든 이어지기 위해 드러났고 정확하게 믿을 때 가까워진다
찾으려고 하면 언제든 앞에 있다
_「일층」에서

이번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에 비해 더욱 간명해진 각 시편의 제목들이다. 시집의 문을 여는 「일층」을 비롯해 「기숙사」 「블록」 「외국인」 등 수록 시 대부분이 단순한 제목을 통해 그 내용을 먼저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시집의 제목인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아직은 모른다」)를 경유하며 전복되는데, 제목이 말하는바 날씨가 됨으로써 안개가 자유를 빼앗겼듯 일층 역시 그 정의에 따라 ‘여러 층으로 된 것의 맨 첫째 층’을 뜻하는 ‘일층’이 되는 순간 자유를 박탈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정의함으로써 그 대상은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고 구속되는 것이다. 때문에 정영효는 ‘자유를 박탈당하기’ 전의 상태를 골똘히 응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나타난다”는 시의 첫 문장을 통해 우리는 시가 지시하는 것이 이미 존재하는 보통명사로서의 일층이 아니라 이를 의심하고 질문하여 되짚을 때 나타나는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시집의 제목을 담고 있는 시 「아직은 모른다」를 눈여겨볼 수 있다.

울타리를 넘기 전까지 염소는 온순했다 의심하기 전까지 거짓은 단순했다 무서워지기 전까지 표정은 희박했으며 선택하기 전까지 분명히 기회가 있었다 말하지 못해서, 말보다 자신이 더 확실해서 드러나기 전까지 증거는 숨어 있었다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외국인으로 불리기 전까지 그는 어느 도시의 시민이었다
_「아직은 모른다」에서

시는 “울타리를 넘기 전” “선택하기 전” “날씨가 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일이 일어난 뒤 그전을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 시의 제목이 ‘아직은 모른다’라는 사실이다. 1부의 명사형 제목들 틈에 놓여 있는 이 문장형 제목은 정영효의 시를 읽는 힌트가 되어주는데, 그것은 시인이 지어놓은 시의 구조와 관계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간명한 제목을 내걸고 있는 많은 작품들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아니었는데 그가 될 수도 있다 그는 몰랐는데 남이 알아볼 수 있다”(「외국인」), “줄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줄을 벗어나면 안 된다 앞을 바라봐야 하지만 앞을 넘어서면 안 된다”(「투어」), “갑자기 건물 안을 뒤지기도 하고 건물 밖을 서성이기도 한다 건물과 상관없는 곳에 있으면// 건물 때문에 달려오기도 한다”(「건물주」). “제목에서 끝나는”(「제목에서 끝나는」, 『계속 열리는 믿음』) 일종의 블랙코미디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시편들은 그러나 제목의 자리를 ‘아직은 모른다’고 비워두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이 짚어 보였듯 정영효의 시에서는 “진술의 내용이 아니라 진술의 방식이,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세계와 대면하는 시인의 자세가 그 자체로 중요”(해설에서)하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 시들은 한 편의 의미심장한 수수께끼, 곧 질문이 된다. 다시 말해 이 제목들은 시에 대한 대답이 아닌 시를 향한 질문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누군가 가르쳐주는 길을 겨우 알아”듣고 “계속 두리번거리는”(「외국인」) 이는 누구일까? “이것은 벽이 될 수 있고// 이것은 집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계획할 수 있으며 이것은 무너질 수 있다”(「블록」)의 ‘이것’은 무엇일까? 정영효의 시는 ‘이것’이 무엇인지 단정하기보다는 그저 “끝을 열어”(「명분」)둘 뿐이다. 그럼으로써 고정되지 않은 풍부한 의미들이 새롭게 싹틀 수 있도록.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라는 진술에 등장하는 ‘안개’에 대해 시인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시인은 “여전히 설명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서 설명은 종결, 즉 결론의 다른 표현이다. 어떤 사태에 직면하여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대상이 지니고 있는 잠재성을 부정하는 것, 그리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봉쇄한다는 의미이다. (…) “확실함을 믿지 않는 곳에서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을 질문이라고 부른다”는 시인의 진술을 신뢰한다면 정영효의 시는 ‘질문’의 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곳에서는 질문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일을 생각이라고 부른다”(「언덕을 넘는 사람들」)라는 시인의 말에 동의한다면 정영효의 시는 생각을 위해 ‘설명/결론’을 유보하는 ‘사유’의 시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그에게 있어서 시적 윤리는 대상에 대해 속단하지 않는 것, 빠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잠재성을 봉합하지 않는 것이다.

_고봉준(문학평론가), 해설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가장 평화로운 광경”임을 알면서도 끝끝내 뾰족한 질문을 던지고야 마는 정영효 시의 화자는 “비슷한 모습들이 비슷한 일들을 감추는 평화”로운 상태를 떠나 “나를 드러낸 채 뜨겁게 달리고 싶”(「종착지」)다고 말한다. 그러니 어느새 답하기 어려운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 되어 있는 이 시집 앞에서 우리는 그저 시인을 따라 “내용이 가리키는 것을 기억”하며 “제목이 감추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으로 들어서면 문밖의 질문으로 가득차버리는 곳”(「자료실」)에서, 간명하게 놓여 있는 제목은 지워버리고 그 내용만을 맞추고 쌓으면서. 그렇게 쌓아올린 것을 다시 또 부수고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그 마음은 또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다만 그 “이름이 저무는 쪽에”(「도달할 미래」) 선 우리가 비로소 “조금 더 먼 곳에 도착”(「종착지」)할 것임은 알 수 있다.

구매가격 : 8,400 원

더 게임

도서정보 : 김인숙 | 2023-07-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찌른 자와 죽은 자와 죽인 자,
사건에 연루된 모두가 단단한 침묵으로 결속된 가운데
충격적인 진실에 다가가는 범죄 피해자와 퇴직 형사 콤비의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심리 추리극!

데뷔 40년 차,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섭렵하며 작품성을 공인받은 “소설 장인”(문학평론가 신형철) 김인숙. 그가 신작 장편소설 『더 게임』으로 인간 존재의 심연을 골똘히 파고들던 그간의 김인숙 소설세계를 잊게 할 정도로 속도감 넘치고 짜릿한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간파해온 작가의 시선이 ‘장르적 서술’이라는 도구를 만나 더없이 완성도 높은 한 편의 추리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독서에 이완과 긴장을 부여하는 숙련된 리듬, 철저하게 계산된 서술 속에 숨겨진 단서들, 그 단서를 조합해나가며 수수께끼의 정답으로 수렴하는 깔끔한 전개를 두루 갖춘 이 작품이 작가가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추리소설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소설은 기록적인 폭염이 들끓고 유독 대형 사건 사고가 많았던 1994년, 한 개인의 삶을 뒤흔든 습격사건 속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그 습격으로 인한 상처를 딛고 일찍이 자수성가했으나 폭력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않은 주인공 ‘황이만’, 황이만의 사건을 담당했던 인연으로 장기 미제사건을 다시금 파헤치게 된 까칠한 베테랑 퇴직 형사 ‘안찬기’, 황이만이 습격당한 바로 그날 실종된 남동생을 20여 년간 찾아 헤매며 고통으로 단련된 미스터리한 인물 ‘김주희’의 움직임이 얽히고설켜 비극적이고 장엄한 복수의 서사를 완성한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살인마의 등장으로 눈길을 끄는 이 소설은 앞으로 한국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품격 높고 신선한 미스터리의 선례가 되어줄 것이다.


1994년 7월 24일 밤 9시 54분 2초, 나는 칼에 찔렸고
22년 후 같은 장소에서 누군가의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다

성공한 게임 회사 대표 황이만은 청년 시절에 데이트 도중 이유를 알 수 없는 칼부림에 휘말렸다. 그 직후 여자친구 이연희는 종적을 감춰버렸고, 황이만은 한동안 그녀의 행적을 좇았다. 처음에는 칼에 찔린 자신보다 이연희의 안전이 걱정되기 때문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황이만의 마음을 채우는 것은 억울함과 울분이었다. 자신이 왜 그런 끔찍한 폭력의 대상이 되어야 했는지, 그후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이연희는 자신과의 관계를 그토록 사소하게 여겼던 것인지 황이만은 자학하듯 되뇐다. 시간이 흐르며 기억과 감정이 점점 희미해지기는 했으나 그날의 사건은 황이만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데 그로부터 22년 후, 황이만은 ‘dufma0724’라는 낯선 아이디로부터 의문의 메일을 받는다. 황이만이 피습된 날짜가 적힌 그 아이디를 황이만은 무심히 보아 넘길 수 없다. 메일에는 한 소년이 피웅덩이 위에 쓰러져 있는, 섬뜩한 화풍의 일러스트가 첨부되어 있다. 그리고 그 직후, 황이만은 TV에서 칼부림이 발생한 골목에 묻혀 있던 누군가의 백골 사체가 발굴되었다는 뉴스를 접한다. 황이만과 무관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 백골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죽음은 황이만이 겪은 폭력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dufma0724의 메일은 백골의 등장과 동시에 새롭게 시작된 어떤 게임에 대한 경고일까, 아니면 초대장일까.
황이만은 22년 전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퇴직 형사 안찬기에게 사설 탐정 역할을 의뢰한다. 안찬기는 노련한 수사를 통해 관련 인물을 조사하던 중 사건에 연루된 여성들에게 묘한 의구심을 느낀다. 오직 황이만을 피하기 위해 잠적한 듯한 이연희, 백골로 발견된 이의 친누나로서 황이만과 마찬가지로 그날의 폭력에 휘말렸음에도 텅 빈 인형처럼 고요해 보이는 김주희. 그들에게는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해 감춰둔 비밀이 있는 듯한데……

『더 게임』은 김인숙이 2019년 발표한 중편소설 『벚꽃의 우주』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작품이다. 각각의 완결성을 지니고 서로의 스핀오프가 되어주는 두 소설을 함께 읽을 때 발견하게 되는 뜻밖의 비밀은 작가가 부가적으로 마련해둔 참신한 재미 요소이다.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던 제각각의 살인사건이 아주 작은 단서를 발견함으로써 연쇄살인으로 꿰어지듯이, 김인숙은 세심한 설정을 통해 『더 게임』의 안팎에 부려놓은 사건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만들어낸다. 한 기묘한 살인마의 시작과 끝을 담아낸 김인숙의 미스터리가 지닌 깊이를 체감할 수 있는 이 책은 작가의 다음 변신을 숨죽여 기다리게 만든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만들어나가는
무수한 취향의 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높으며,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남기는
웰메이드 장편소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플레이(PLAY)’라는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설 읽기를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문학 테마파크를 지향한다. 또한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쓰이지 않은 감각적이고 탄탄한 장편소설을 엄선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생’함으로써 오감을 통해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문학을 선보이고자 한다. 앞으로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평단과 독자에게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 함께하며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는 뛰어난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구매가격 : 11,900 원

바캉스 소설

도서정보 : 김사과 | 2023-07-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압도적인 환상미, 거침없는 전개
환락의 섬 제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판단을 내릴 틈도 없이 이야기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흡인력을 자랑하며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소설가 김사과의 신작 장편소설 『바캉스 소설』이 출간되었다. 인간성을 통제하는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특유의 저항 의식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여온 김사과에게는 지금껏 한국소설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리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바캉스 소설』은 회사에서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K-직장인’들이 제주로 바캉스를 떠나 펼치는 코믹하고도 잔혹하며 극도로 환상적인 모험을 그려 보이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게 100억원을 쥐여주고, 직장인들이 그들의 바람대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는지 관찰한다. 소설 속에서 걸핏하면 술과 약물에 취하며, 명품 잡화를 몸에 걸치고 슈퍼 카의 핸들을 쥔 채 절규하는 캐릭터들은 부에 대한 현대인의 판타지를 냉소적으로 꼬집는다.
『바캉스 소설』은 눈앞에 그려지는 듯 생생한 장면 묘사와 미적으로 긴장된 미장센을 통해 소설에서도 ‘영상미’를 논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독특하고 전위적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시선으로 재탄생한 대도시의 사무 공간과 제주의 풍경에서 광기 서린 아름다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김사과 소설이 이루어낸 또 한번의 성취이다. 이 매력적인 무대 위에서 잔혹한 범죄가 발생하고, 피해자의 유령이 곳곳에 출몰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면이 뒤집히고, 사건의 전말은 예기치 못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며 스릴을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유희로서의 읽기를 염두에 두고 쓰인 이 소설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우리는 이 질주하는 서사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회사에서 버림받은 두 직장인 남녀가 유배된 곳은
매끈하던 풍경이 핏빛으로 물드는 영원한 여름의 세계
지금, 코믹하고 선정적이며 잔혹한 바캉스가 시작된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제주도가 열대 지역으로 변해버린 근미래, 세계적인 규모의 금융 컨설팅 기업 FWIS에서 일하던 이로아는 회사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주식을 통한 경제적 자유를 꿈꾼 대가로 회사로부터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다. FWIS 한국 지사장 뤼카스 휘스먼은 백인 사업가로서 자본주의의 현신과도 같은 인물이면서, 프랑스문학을 향유하고 사자성어를 구사하며 이로아가 지닌 체제 전복에 대한 로망에 공감하는 것으로 자신의 오픈 마인드를 과시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그는 이로아가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이후로 회사생활에 여유롭게 임하며 기업의 질서를 동요시키자 냉정하게 이로아를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아가며 헌신적으로 일해왔음에도, 이로아는 더이상 회사에 삶을 완전히 내바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진을 가장한 인사이동을 겪는다. 곧이어 감당하기 버거운 프로젝트를 할당받게 된 절체절명의 순간, 이로아의 본능적인 투자 감각은 그녀에게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안겨주고, 이로아는 퇴사 후 제주로 부유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효용가치를 잃고 방출되어 온 신해남과 얽히게 된 이로아는 점차 그와 진한 관계를 맺는다. 제주에서 사업을 한다는 신해남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이로아는 자신이 도망쳐온 제주 또한 개발의 광풍에 휘말려 자본에 잠식되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제주에 도착한 후 초호화 리조트의 최첨단 객실에 머물면서도 밤마다 잠을 설치던 이로아는 어느 날 한밤중에 나타난 여자아이의 환영을 본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기억을 되살려 이로아는 신해남과 함께 여자아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지난밤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던 여자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된 것을 발견한다. 여자아이의 죽음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은 이로아는 신해남과 함께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맹목적으로 좇는 이 세계에서,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면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메워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그러나 신해남의 친구들을 비롯해 섬에 도사린 위험을 감추려는 세력이 이로아에게 접근하며 점차 그녀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투자자 자격으로 제주에 내려온 뤼카스 휘스먼과 다시 마주치게 되면서, 이로아는 자신이 거대한 함정에 빠졌음을 깨닫는데……
성공적인 투자에 따른 인생 역전,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자유로운 쾌락 추구에 대한 판타지 등, 『바캉스 소설』은 현대인이 어느 때보다 열광할 다양한 설정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최적의 지점들을 자극한다. 현대사회의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그럼에도 그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통탄을 기발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한데 녹여낸 이 소설은 김사과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각적인 스타일을 한껏 드러내 보인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만들어나가는
무수한 취향의 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높으며,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남기는
웰메이드 장편소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플레이(PLAY)’라는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설 읽기를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문학 테마파크를 지향한다. 또한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쓰이지 않은 감각적이고 탄탄한 장편소설을 엄선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생’함으로써 오감을 통해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문학을 선보이고자 한다. 앞으로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평단과 독자에게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 함께하며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는 뛰어난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달의 바다(개정판)

도서정보 : 정한아 | 2023-07-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픔을 부드럽게 감싸는 긍정
가볍게 뒤통수를 치는 듯한 반전의 경쾌함
과학적 사실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

기자가 되기 위해 5년을 준비했지만 실패하고 백수로 남은 은미는 할머니로부터 특명을 받는다. 임무의 내용은 결혼해서 미국으로 이민 간 후 16년간 소식이 없던 고모를 찾아 만나고 오라는 것. 그동안 고모는 할머니에게만 몰래 편지를 보내오고 있었는데, 그 편지에는 고모가 미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가 되었으며 멋진 활약 끝에 달로 완전히 이주해 살 예정이라는 거짓말 같은 소식이 실려 있다. 편지에 묘사된 우주의 풍경과 우주선 안에서의 생활, 고모가 성공시켜야만 하는 업무의 디테일은 고모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을 만큼 세세하다.
하지만 은미는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한다. 미국에서 우주비행사로 일하며 우주를 유영한다는 꿈같은 일을 고모는 정말로 하게 된 것일까. 사실 거짓말 예찬론자였던 고모는 어린 은미가 거짓말로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은미를 따끔하게 가르친 뒤, 거짓말이 인생을 조금 더 살 만하게 만든다며 너그럽게 용서해준 적도 있었다. 고모는 심지어 아들 찬이를 임신한 것조차 감쪽같이 속여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도유망한 과학자였던 고모는 그후 결혼해 미국으로 갔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 한마디 설명도 없이 찬이만을 한국으로 돌려보낸 채 감감무소식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딸이 낭만적인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 굳게 믿는 할머니는 고모가 달로 가서 더이상 연락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은미는 트랜스젠더가 되려는 잘생긴 남사친 민이와 함께 고모를 찾으러 낯선 세계로 떠난다. 고모의 활약상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도착한 미국에서, 은미와 민이는 인생의 비의를 깨닫고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넌 포기한 게 아니야, 잠깐 쉬는 거지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밤에도 반드시 끝은 오고
환해진 아침은 어제와는 다른 풍경으로 감각되니까

소설은 고모가 우주비행사로 일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이는 흔적들과, 우주비행사라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고모의 삶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오가며 독자를 고모가 감춘 비밀로 이끈다. 진실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고모가 지닌 경험의 깊이와 그로부터 비롯된 구김살 없는 낙천성은 은미를 통과해 읽는 이에게 전해져오며 삶에 대한 의욕을 불어넣어준다. 살다보면 소설 속 인물들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거대한 좌절을 맞닥뜨리게 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 그저 살아 있기만 한다면 주어진 상황은 물론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까지도 언젠가 변화를 맞으며, 삶은 영영 지옥으로만 남지는 않는다는 메시지가 적실한 희망을 안겨준다.
고모를 통해 삶이 언제나 꿈과 낭만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 그럼에도 가끔씩은 낭만을 가장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은미는 자신이 진짜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현실적인 일을 찾아 나서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간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청춘의 완결’을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표현해낸 2007년, 정작 작가 자신은 스물여섯의 나이로 청춘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한아가 일찍이 획득한 인생에 대한 깊고 정확한 통찰력이 청년기의 생생한 고민과 맞닿아 일어난 폭발적인 시너지가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게 이끌어간다.
개정판 『달의 바다』는 어느덧 원숙한 중견작가가 된 정한아가 첫 장편을 낸 젊은 작가였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펴낸 책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원고를 다시 다듬으며 젊은 패기로 반짝이는 작품의 매력은 고스란히 유지하고, 더욱 원활한 독서를 뒷받침할 서술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조금의 부족함이나 넘침이 없는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루어냈다. 책의 말미에는 『달의 바다』를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당시 심사위원 신수정 문학평론가와 정한아 작가의 그리움 가득한 대담이 수록되었다. 소설 속 은미가 고모와 재회하기까지 걸린 16년의 세월, 꼭 그만큼의 시간을 지나 소설가 정한아도 새로운 모습의 『달의 바다』를 통해 자신의 소설세계를 되돌아본다. 한 작가의 소설적 기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조명하는 이 책은 소설을 독해하는 재미를 다각도로 모색하게 해준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만들어나가는
무수한 취향의 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높으며,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남기는
웰메이드 장편소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플레이(PLAY)’라는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설 읽기를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문학 테마파크를 지향한다. 또한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쓰이지 않은 감각적이고 탄탄한 장편소설을 엄선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생’함으로써 오감을 통해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문학을 선보이고자 한다. 앞으로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평단과 독자에게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 함께하며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는 뛰어난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구매가격 : 10,500 원

집으로 가는 길

도서정보 : 로즈 트러메인 | 2023-07-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소외되고 외로운 삶들의 기록자, 로즈 트러메인의 대표작
가족을 떠나 낯선 땅에서 홀로 서야 하는 ‘레브’의 여정

“마음속에 슬픔이 있어요. 웃기도 하고, 키스도 하고,
그러다가 슬픔이 불쑥 찾아와요.”
“알지. 슬픔이 그렇다는 걸.”
“어쩌면 영원히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 슬픔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요?”

무분별한 벌목으로 더는 자를 나무가 없어진 마을. 제재소에서 일하던 레브는 실직자가 되어 방황하다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 런던으로 떠난다. 고향에 두고 온 노모와 어린 딸, 병으로 죽은 아내를 그리며 마음속에는 늘 뭉근한 슬픔이 고여 있다. 마침내 어느 레스토랑의 설거지 담당이 된 레브. 착실히 돈을 모아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굳은 결심도 매일이 낯선 타지에서는 매번 길을 잃고 마는데…… 그럼에도 소중한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려는 레브는 과연 꿈꾸던 행복을 만날 수 있을까.

뉴요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을 이 소설은 한 나라에 마음을 두고 다른 나라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수백만 명의 삶을 탐구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거칠고 생기 없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선함을 발휘하는 캐릭터를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소외된 이들의 삶에서 소중하고 진실된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 로즈 트러메인

로즈 트러메인은 1976년 장편소설 『새들러의 생일Sadler’s Birthday』로 데뷔한 이래 오십 년 가까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온 영국의 중견 작가다.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문예창작을 가르쳤고, 2013년 동 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2020년에는 글쓰기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수훈했다. 국내에는 또다른 대표작 『구스타프 소나타』로 알려진 작가다.
로즈 트러메인은 ‘절망과 외로움의 기록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외된 이들의 삶을 섬세하게 포착해 따뜻하게 그려내는 작가적 재능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스무 종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부커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 페미나상, 휫브레드상, 오렌지상 등의 후보자 및 수상자로 호명되었다. 2008년 『집으로 가는 길』로 매년 우수한 영국 여성작가에게 주어지는 오렌지상을 수상했다.


더이상 자를 나무가 없어 문을 닫은 제재소와 쇠락해가는 마을,
상실과 변화라는 물결 앞에 내던져진 인물들의 외로운 여정

동유럽의 한 작은 마을, 주인공 ‘레브’는 자신이 일하던 제재소가 문을 닫고 한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다 대도시 런던으로 떠난다. 여전히 마을에 남아 방법을 찾아보려는 이들과 달리 새 도시에 가서 빨리 돈을 벌어 안정적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한다. 다만 고향에 두고 온 노모와 어린 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며 그는 늘 마음속에 뭉근한 슬픔을 품고 있다. 그러다 마침내 한 레스토랑의 설거지 담당이 된 레브는 타고난 성실함과 눈썰미로 셰프에게 인정받으며 자신도 이 타국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한편으론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알지 못했던 행복과 함께 쓰라린 슬픔과 혼란도 가슴에 새기게 된다.

그 세상은, 일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가 등골이 휘도록 일할 곳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구석지고 그늘진 곳을 찾아 앉아 담배를 피우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자신의 가슴은 고국에 두고 왔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 (12p)

십 파운드짜리 지폐를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보니, 오랜 시간 설거지물에 담근 바람에 익히지 않은 순무처럼 살갗이 벌겋게 여기저기 벗겨져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게 사람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다. 지성도 없고 목소리도 없는 순무 같은 모습. (191p)

고된 레스토랑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제법 현지의 생활에 적응해가던 어느 날, 레브는 가족과 친구가 살고 있는 고향 마을이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평생 세상에 저항 한번 해본 적 없이 고향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노모, 아직 세상의 좋은 경험을 많이 해야 하는 어린 딸,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업과 마을 사정으로 깊은 우울감에 빠진 친구…… 예정된 비극 속에 소중한 이들을 두고 레브는 자기 혼자 이 화려한 도시에서 무얼 쫓고 있는 건지 깊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레브는 자신이 꿈꾸던 일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한 인간의 내면에 고여 결코 녹아 없어지지 않을 근원적 슬픔,
그럼에도 끊임없이 우리를 호출하고 위로하는 관계와 세계

『집으로 가는 길』은 무언가를 꿈꾸고 시도할 수 없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화려한 대도시 런던에서 홀로 서고자 분투하는 주인공 레브의 여정을 현실적이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는 한편, 인물들 저마다가 내면에 품고 있는 근원적인 슬픔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삶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고독과 우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그 필연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법, 비록 그 어둠이 길고 길지라도 결국 끝이 있다고 믿을 수 힘이란 내 주변의 작은 세계와 소중한 관계 안에서 찾을 수 있음을 레브의 외롭지만 착실한 여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을 이 소설은 한 나라에 마음을 두고 다른 나라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수백만 명의 삶을 탐구한다”라는 <뉴요커>의 평처럼, 이 소설은 ‘이방인으로서 홀로 서기’라는 경험의 테두리에 속했거나 혹은 그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준다.

구매가격 : 12,300 원

나의 문학 답사 일지

도서정보 : 정병설 | 2023-08-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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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가격 : 11,300 원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도서정보 : 이반지하 | 2023-07-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독보적 유머리스트 이반지하 신작 에세이
차별과 억압을 뚫고 나온 천재적 광대
퀴어 아티스트 이반지하의 위험하고 놀라운 농담

사람들은 이반지하를 보고 웃는다.
이반지하는 사람들을 보고 더 크게 웃는다.

2023년 5월 17일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앞두고 독보적 퀴어 아티스트이자 유머리스트인 이반지하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된다. 이반지하의 작가명은 퀴어의 한국말 ‘이반’과 작가의 위태로운 생활공간이자 작업공간을 상징하는 ‘반지하’를 결합한 이름이다. 첫 책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에서 제목에 ‘퀴어’를 내걸고, 퀴어이자 생존자로서의 자신의 삶의 이력을 써내려갔던 이반지하는 데뷔작으로 ‘알라딘 올해의 책’,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등에 잇달아 꼽히며, 현대미술가, 뮤지션, 애니메이션 감독에 이어 에세이스트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깊게 각인시켰다.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는 이반지하의 두번째 에세이이자 세상을 향한 농담집이다. 성적 지향이라 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부분을 두고 ‘차별씩이나’ 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반지하가 옆구리 쿡 찌르며 건네는 웃음보따리이자, 서늘한 질문이다. 이토록 따뜻하고 상냥한 혐오의 세계에서 종횡무진 그리고 쓰고 농담하고 노래하는 광대, 이반지하. 2004년부터 퀴어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이반지하가 메인스트림에 등장했을 때 놀란 헤테로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재밌는 걸 그동안 퀴어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사람들은 이반지하를 보고 웃는다. 이반지하는 사람들을 보고 더 크게 웃는다.
이것은 독보적 유머리스트 이반지하가 열어젖힌 새로운 유머의 세계이다.


메인스트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한 해였다. 소수자성이 메인스트림에서 유통되고 소화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그러니까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버텨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번듯함, 경력, 이름값을 얻는다는 것, 그것이 허락하는 달콤함, 하지만 여전히 너무 같거나 달라서는 안 되는 위태로운 생존 방식, 따뜻하고 상냥한 혐오에 계속해서 찔리게 되는 나의 맨살 같은 것.
앞으로도 계속 웃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삶의 근본이고 라이프스타일이며 젠더이고 섹슈얼리티이자 커뮤니티이다.
_에필로그에서


“인생은 개망신과 수치심의 연속이다”
이반지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제목에서부터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라는 오직 이반지하만이 당당하게 간판으로 내걸 수 있을 듯한 파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반지하는 책장을 넘기면, 이내 서두에서부터 자신이 웃긴 이유에 대한 힌트를 짐짓 알려준다.
그가 웃긴 이유는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삶과 예술이 너무 웃기다고 박수치지만, 아무도 이반지하처럼 살고 말하고 싶어하진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닮고 싶어하거나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 웃기는 삶. 멀리서 호기심으로 힐끗 바라보고 웃고 응원하다가 슬쩍 지나치고 재빨리 묻어두는 삶. 그의 퀴어 친구들은 늙기도 전에 ‘흔하게’ 죽어가고, 그는 장례식장에 앉아 수시로 찾아오는 ‘퀴어 죽음’을 바라본다.

“아 제발 쫌 죽지 말고 늙기만 하세요!!!”
라고 외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오늘만은 나보다 한 살이라도 많은 이들을 모조리 찾아내 되도 않는 애교와 어리광을 권력처럼 부려대고 싶어진다. 당신들의 죽음은 영원히 이르다며, 해준 것도 없는 주제 특유의 뻔뻔한 어깃장을 놓고 싶어진다.
그리고 또다른 건넛상에서 울음소리로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피자가 살려낸 이들을 본다. 피자가 있어 피자의 장례에 올 만큼 늙어낸 사람들을 본다.
촘촘히 벽에 붙어가는 검은 리본의 행렬, 그리고 거기에 적힌 정의로운 이름들을 보며 나와 같은 상에서 밥을 먹는 이들과 절대로 위대해지지 말자는 다짐을 나누고 난 후, 나는 이 모든 사람들 틈에서 언제쯤 죽어도 될지 눈치 게임을 시작해본다. (「피자」, 46~47쪽)

1부 ‘이반지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이반지하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죽어가는 친구들,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시청에서, 광장에서 ‘여기 우리가 있다! 차별하지 말고 혐오하지 말라’고 외쳐왔지만, 자꾸만 과거로 역행하는 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소수자로서, 예술가로서 끊임없이 세상과의 접점을 찾아다녔지만, 세상과 이반지하의 시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일생에서 몇 번 정도 세상과 닿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횟수가 아니라 면적이라면 어느 만큼일까 생각도 해본다. 다른 삶들을 끊임없이 마주치고 있을지는 몰라도 내가, 나의 예술이 그들과 정말로 만나고 있나 생각해본다. 접촉면은 사실 기대보다 넓지 않을 수도, 양쪽 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아주 잠깐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삶의 시간 대부분을, 연결되지 못한 채 열렬히 닿고 싶어하는 그 애매하고 서투른, 벤자민 버튼식의 부적절한 상태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반지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30쪽)


못다 뱉은 말, 퀴어! 꿈엔들 잊힐 리야, 성소수!

2부 「이반지하의 섭섭 세상」은 자꾸만 퀴어들에게 섭섭하게 구는 세상을 향해 이반지하가 날리는 돌직구이다. 이중 「부치의 자궁」이라는 글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레즈비언, 그중에서도 남자 역할을 하는 부치들이 달고 태어난 자궁의 안녕과 건강을 묻는 이반지하의 탐사르포다. 살면서 딱히 ‘아들 낳는’ 자궁을 쓸 일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자궁이란 것을 달고 태어난 레즈비언들은 자신의 몸에 달린 자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전자궁절제술’을 받은 부치와 자신의 자궁과도 제법 친하게 지내는 부치 등 이반지하가 취재한 다종다양한 ‘퀴어와 몸’에 대한 이야기가 반전의 웃음과 함께 펼쳐진다.
또한 선거 정국이나 방송사들에서 퀴어를 언급하긴 해야 하지만, 대놓고 말하긴 ‘쫌 그럴 때’, 이성애 사회가 대응하는 방식을 놀려주는 유머도 호쾌하다.

‘성소수’ ‘퀴어’ ‘젠더’ 이런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애들 얘기를 대놓고 쓰기는 좀 그러셨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른 척 싹 들어내자니 또 좀 그렇고 정말 얼마나 고민이 많으셨을까. 제작진들은 어떻게든 ‘그 거시기’를 추상적으로 버무려줄 어휘를 찾아 헤매었을 것이다.
별종. 초겨울 기상이변 속 모기물림 같은 이 말이 방송 자막에 등장했을 때, 나는 위기에 내몰린 제작진들이 발휘해낸 번뜩이는 재치와 어휘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이성애 사회는 얼마나 기발해질 수 있는가. 역시 방송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며 무릎이 절로 탁 쳐졌다.
맞네, 저런 말이 있었지.
나는 김빠진 탄식을 했다. ‘별종’, 정말로 잘 찾아낸 말이었다. 웬만한 젠더 부산물들을 퉁칠 수 있을 만한 제법 영리한 이성애적 돌파구로 보였다. 오늘날 매스미디어에서 심사숙고하여 내린 다양성에 대한 합의점은 ‘별종’까지인가보다 싶었다. 못다 뱉은 말, 퀴어. 꿈엔들 잊힐 리야, 성소수. 그래, 이 말을 하기가 많이 어려우셨겠다. (「섭섭 세상」, 155~156쪽)


어디에 부딪치든 딱 그만큼 탱탱하게 튕겨올라와
자꾸만 거슬리게 하는 작고 꽉 찬 싸구려 형광색 공,
나는 이반지하다!

3부 「이반지하의 바깥세상」은 이반지하가 뉴욕과 토론토의 전시 협업에 초청받아 출국했을 때 보고 겪은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현대미술가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간 이반지하는 뉴욕과 토론토에서 다양한 퀴어 예술가들을 만나고 예술적인 자극을 받으며 바깥세상을 날아다닌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동양에서 온 퀴어 이방인’으로서 겪지 말아야 할 은근한 차별과 혐오의 순간들을 겪고 절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고 찌그러지지 않는다. ‘어디에 부딪치든 탱탱하게 튕겨올라와 자꾸만 거슬리게 하는 형광색 공’처럼 그는 다시 세상 속으로 날아오른다.

구매가격 : 12,500 원

거목을 찾아서

도서정보 : 쉬자쥔 | 2023-07-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동아시아 유일의 거대 나무 생육지 타이완,
그곳에는 70미터 높이의 우듬지를
두려움 없이 오르는 식물학자가 있다
고공에 올라야만 마주할 수 있는 왕성한 수관과
기후‧시간이 함께 빚은 공중 정원에 대한 독점적 체험


우리나라에서 크다고 하는 나무는 대체로 이런 말로 수식된다. ‘높이 20미터까지 자라는’ ‘20미터나 되는’. 20미터짜리 나무는 5~6층짜리 건물에 비견된다. 이만하면 충분히 크고, 높은 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크기는 상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남쪽으로 약 1500킬로미터 떨어진 나라 타이완은 열대와 온대 사이의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바다의 영향을 받아 기온의 변화가 적고 습도가 높으며 강수량이 많은 해양성기후에 속하기도 한다. 식물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보니 식물 생장기가 길어, 그곳의 나무는 70미터 혹은 그 이상으로도 쭉쭉 자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큰 나무보다 훨씬 더 큰 나무가 흔한 것이다. 이만큼 높이 자라는 나무는 지구상에서 미국 태평양 연안 북부, 브라질 아마존 우림,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섬, 그리고 타이완에서만 볼 수 있다. 타이완을 거목의 생육지生育地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 쉬자쥔은 타이완 삼림 곳곳을 누비며 그러한 거목만 찾아 오르는 식물학자다. 그는 15~20층 높이에 달하는 나무를 끈 하나에 의지해 오른다.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던 중 산속에 들어가 밤을 지새우는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나무에 매료되었고, 곧 전공을 바꿨다. 저자는 하고많은 식물 연구 분야 중에서도 70미터 나무의 꼭대기에 형성된 우듬지에 올라야만 마주할 수 있는, 수관층 생태계를 평생의 연구 주제로 택했다. 원서 제목인 ‘나무를 찾는 사람找樹的人’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이후 나무 타기에 관심 있는 지인들을 모아 ‘나무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조직했고 그렇게 애목인으로서 타이완의 짙푸른 골짜기를 부지런히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그 파고듦과 헤집음의 기록이 바로 『거목을 찾아서』다.

세상에서 가장 험난한
80미터짜리 보물찾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레드우드다. 100미터에 육박하는 레드우드 아래에 선 사람은 관목 아래에 선 개미만 해진다. 하지만 타이완 삼림에서 자라는 침엽수도 연령, 수형, 생태에 있어 그에 못지않다. 타이완의 나무는 태풍과 지진이 빈번한 환경에서도 70미터 이상씩 자라난다. 책에 소개되는 거목의 종류만 타이완삼나무, 대만가문비나무, 대만넓은잎삼나무 등으로 다양하다.
그들은 희귀한 만큼 만나기도 쉽지 않다. 험준한 산속의 거목을 섭렵하고 다니는 저자도 매번 애를 먹을 정도다. 거목 대부분이 수원이 충분하며 바람을 피하기에도 유리한 골짜기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책의 주연급 거목이라 할 수 있는 ‘타이완삼나무 세 자매’가 있는 타이완의 치란 지역은 안개 낀 날이 연평균 300일을 넘는 다습한 숲으로, 비교적 건조한 여름에도 태풍의 습격을 받을 위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게다가 거목을 찾자고 깊숙한 산중에 무턱대고 진입할 수도 없다. 라이다lidar 기술을 이용해 산에서 거목이 있을 만한 위치를 가늠해야 하며, 그 역시 정확한 데이터가 아님을 상기한 채로 산행에 나서야 한다. 산에 들어가서도 무거운 등짐, 경사도가 40도를 넘어서는 험난한 지형과 싸워야 하며, 로프 길이라도 잘못 어림해 챙긴 날에는 다음 산행을 기약해야 한다.
저자는 이 모든 역경을 헤치며 굳이 거목을 찾는다. 지난한 과정 끝에 만나는 높다란 몸체가 마주한 자로 하여금 큰 감격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2020년, 타이완의 타오산에 있는 거목을 찾으러 산에 오른 저자와 동료들은 4차 탐사 끝에야 겨우 목표물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해당 나무의 60미터 지점까지 올랐고, 또 다른 동료가 그 뒤를 이어 나무의 꼭대기인 우듬지에 도달한 끝에 얻어낸 숫자는 79미터였다. 무려 80미터에 가까운 나무를 찾아, 그에 올라, 그의 정확한 키를 밝혀내는 것, 그것이 이들이 목숨 걸고 하는 보물찾기의 실체다.
이 위험천만한 행위를 지속하는 이유를 저자는 간단히 설명한다. “거목을 찾는 여정이란 몸은 피곤하더라도 마음과 영혼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것이다. 천혜의 포르모자 환경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배낭을 짊어지고 용감하게 미지를 찾아 숲으로 갈 것이다. 다시, 또다시.”

나무 위의 또 다른 생태계, 수관층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평소 우리가 들여다보려고 해도 몰라서, 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장소’를 소개한다는 데 있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높은 나무의 수관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하나의 생태계”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말처럼, 나무는 홀로 생장하는 동시에 제 몸에 또 다른 생명을 틔우기도 한다. 특히 크고 오래된 거목일수록 생태계는 복잡해진다. 몇백 살 이상의 거목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착생식물도 있다. 저자가 꼭 거목에 올라 착생식물을 조사하는 이유다.
식물 연구를 갓 시작한 시기, 14미터짜리 나무의 수관층에 오른 저자는 그곳에서 특이한 식물을 발견한다. 나뭇가지 위 부식층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 더미의 식물기관이었다. 그는 이후에야 그것이 나무가 양분 흡수력을 키우기 위해 공중으로 뻗어낸 뿌리인 캐노피 루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관다발식물은 물론 진균류, 조류, 지의류, 선태류 등 다양한 식물이 나무 위에 모여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이 같은 장면은 저자를 착생식물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타이완의 아열대우림은 풍부한 생물량으로 그 관심에 화답한다. 저자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타이완에는 관다발 착생식물만 약 350종이 있다. 복씨석송, 요엽월귤, 넉줄고사리, 애강고사리, 유엽등, 수융란 등 이름만으로 그 외형을 짐작할 수조차 없는 착생식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땅 한번 밟지 않은 채로 몸집을 키워내고 있다.
저자는 언뜻 ‘기생충’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을 위한 변호에도 적극적이다. 기생식물과 달리 착생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양분을 숙주식물에게서 빼앗지 않고 자체 광합성을 통해 얻는다며, 그들을 ‘커다란 나무라는 아파트에 세 들어 살면서 스스로 밥벌이 하는 세입자’에 비유한다. 수관층의 식물과 잎이 다량의 물안개를 가둠으로써 삼림 수자원 보존에 기여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작성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매번 로프를 단단히 죄는 저자는 말한다. “수관층이 확대되고 토양층이 누적됨에 따라 산림 지표면에는 식물과 소교목이 잇달아 출현하게 된다. 그 뒤를 무척추동물, 곤충, 양서류가 따라오고, 마지막으로는 포유류, 조류 등 대형 동물이 등장한다. (…)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40미터 상공의 수관에서 매트 한 장 깔고 자는 그의 대담함은 학자의 열의만으로는 해석될 수 없다. 그보단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순수한 애정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에겐 낯선 대상인 거목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기에 이 책은 더없이 친절하다. 저자가 직접 보고 그린 사진과 그림도 넉넉해 애써 상상하지 않고도 그 모습을 세세히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은행나무, 소나무, 떡갈나무와 다른 형태로 자라나는 식생을 보는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책은 애당초 나무에 오르는 개인의 일화를 적은 일기로 쓰였으나,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이국을 탐방하는 여행기로도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유동성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구매가격 : 13,500 원

여왕이 사랑한 사람들

도서정보 : 리턴 스트레이치 | 2023-07-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가장 권위 있고 가장 로맨틱한
빅토리아 여왕 전기!

영국 역사상 제일 위대한 여왕 빅토리아,
전기문학의 거장이 유쾌하게 되살려낸
사랑스러운 여왕과 그의 시대를 만든 사람들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 수상작

리턴 스트레이치 이후로 전기문학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_『가디언』
감옥에서 스트레이치의 전기를 읽다가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간수에게 경고를 받았다.
_버트런드 러셀

20세기의 거장이 다시 쓴
19세기의 아이콘 빅토리아 여왕

영국의 한 시대를 대변하는 불굴의 아이콘 빅토리아 여왕을 전기문학의 거장 리턴 스트레이치(Lytton strachey)의 글로 만나본다. 리턴 스트레이치는 전기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거장으로 찬양 일색의 전기를 거부하고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역사적 인물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해냈다. 그가 부활시킨 여왕은 거대한 영연방을 호령하던 군주,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 그 자체였던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적 대변혁의 중심에 있었으나 그 자신은 매우 보수적이었고, 여제라는 칭호까지 얻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존경받았으면서도 사실은 권력이 매우 빈약했으며, 왕좌에 앉아 근엄한 표정을 짓기보다는 시시때때로 종종거리고 감정을 폭발시켰다. 또한 여성 참정권이라는 굉장히 혁명적인 화두가 떠오른 시대의 ‘여성’ 군주였으나 여성들의 새로운 목소리를 혐오했고 스스로 평생 여인이길 자처했다.

그렇다면 빅토리아 여왕을 여왕이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 스트레이치는 이를 밝히기 위해 여왕과 여왕이 열렬히 사랑하고 혹은 지독히 증오했던 일곱 명의 인물을 불러낸다. 이들은 여왕의 어머니 켄트 공작부인, 가정교사 레첸, 남편 앨버트 공, 그리고 정치적 동반자 혹은 숙적이었던 멜버른, 파머스턴, 글래드스턴, 베컨즈필드 경이다. 켄트 공작부인과 레첸은 공주 시절 왕의 후계자로서 빅토리아의 제왕적 가치관을 형성했고, 앨버트 공은 밤새워 춤추기를 즐기던 빅토리아를 책상과 독서등, 서류 더미 앞으로 불러냈으며, 멜버른, 파머스턴, 글래드스턴, 베컨즈필드는 고집불통에 제 멋대로인 여왕과 때로 힘 겨루기를 하고 때로는 힘을 합치며 국가적 난관을 돌파해냈다. 이들이 공적으로, 또 사적으로 여왕과 맺은 은밀하고 절절한 관계가 역사, 정치, 로맨스의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지고, 이들은 결국 빅토리아 자신과 함께 영국 국민이 사랑해 마지않은 ‘빅토리아 여왕’을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빅토리아 시대’라고 불리게 된 시대를 일구어내는 데 이른다.

하지만 빅토리아가 단순히 만들어진 여왕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스트레이치는 한편에서 빅토리아 여왕의 ‘진실성’을 조명한다. 어린 시절 유별날 정도로 정직한 아이였던 빅토리아는 죽을 때까지 그 진실성을 간직했으며,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가족과 정치인, 국민 앞에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런 면에서 빅토리아는 아주 보기 어려운 정치인, 나아가 드문 미덕을 지닌 인간이었다. 빅토리아의 사랑도, 증오도, 애달픔도, 그리고 군주로서의 자부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집까지도 모두에게 낱낱이 드러났으며, 이는 재위 기간 몇 번이나 위기와 갈등을 불러왔으면서도 결국 대중이 그녀에게 공감하고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했다. 스트레이치의 가감 없는 서술로 여왕의 우스꽝스러운 면모와 한계점, 즉 툭 튀어나온 입과 거기에 고인 아집, 군주답지 않게 촐싹거리는 걸음걸이와 지나치게 감정적인 태도, 뛰어나지 않은 지적 능력과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 등이 나열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글 속에서 우리는 영국이 왜 그렇게 빅토리아 여왕을 사랑하고 존경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새로운 역사적 글쓰기―
‘리턴 스트레이치’라는 이름

『여왕이 사랑한 사람들』의 저자 리턴 스트레이치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의 런던을 거닐며 버지니아 울프, E. M. 포스터, 존 케인스 등과 철학, 예술을 논했고, 이들은 런던의 지식인 모임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며 이후 예술과 학문에 빼놓을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스트레이치 또한 20세기 전반의 새로운 예술사적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전기(傳記) 스타일을 창조하며 이후 전기문학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디언』에서는 “리턴 스트레이치 이후로 전기문학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는 말로 그를 평하기도 했다.

스트레이치는 훌륭한 인물의 업적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위인전식의 전기 대신 인물 심리에 대한 통찰과 연민이 돋보이는 압축적이면서도 대단히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전기를 창조했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이치의 전기 속 인물들은 이전과 다르게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다. 또한 스트레이치 특유의 유머가 글 전반에 스며 있어 버트런드 러셀은 “감옥에서 스트레이치의 전기를 읽다가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간수에게 경고를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역설, 아이러니, 과장 등이 버무려진 스트레이치의 전기 서술은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도 파격적이며,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상상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듯 보인다. 전기문학, 더 광범위하게는 역사적 글쓰기의 규범을 가볍게 비웃고 불손함을 거름 삼고 위트를 벗 삼아 써 내려간 그의 익살스러운 작법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구매가격 : 15,000 원

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

도서정보 : 김영민 | 2023-07-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
꿈, 종교 체험, 시詩, 심리, 지혜
그리고 철학을 거쳐 딛는 끝이자 새로운 시작


이 책에는 ‘경행’ ‘호흡’ ‘꿈(예지몽)’ ‘무의식’ 등의 개념이 자주 나온다. 이것을 학문의 범주에서 논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인문학의 새로운 길을 내고자 머리로 익힌 것을 몸으로 새기고 삶에 자리잡도록 부단히 힘써온 저자는 『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로 ‘앎-삶’을 한번 매듭짓고 새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즉 제도권 대학이 놓치고 수행자들이 풀지 못한 인간의 이치를 밝히고자 한다. 새로운 인식의 획득에만 기댄다면 깨우침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무의식의 기원’으로부터 실험해보며 새로운 실천에 진입해볼 것을 권한다.
여기 실린 글들은 언뜻 낯설고, 그로부터 펼쳐지는 이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그것은 지식이 아직 몸과 삶에 뿌리내리지 못했거나, 개인의 기질상 인식론의 범주를 넘어서는 앎을 경원시하거나, 혹은 수행하면서 안이하게 내재화하는 우를 범하는 등 다들 자기 ‘그림자’에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체계 바깥으로 밀려난 지혜들을 끊임없이 캐어 올린다. 이로써 인지人智의 총체적인 확장과 심화를 시도한다.
이 글들의 논의는 쉽사리 사담이나 비학문적인 것으로 치부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학문은 이른바 ‘애매한 텍스트’에 대한 논의를 삼갔다. 하지만 불교적 지혜나 양자물리학, 정신분석학 등이 기존 인식론의 범위를 넘나들듯이 저자는 스스로 일궈온 개념인 ‘알면서 모른 체하기’ ‘자기 개입’ 등을 통해 앎-삶의 차원을 더 확장하고자 한다. 이 영역은 객관성과 주관성이 하나 되며, 호흡이 몸과 마음을 매개하고, 느낌이 몸과 마음의 매개적 연합체라는 이치와도 빼닮았다. 저자는 학學과 술術, 철학과 종교, 유물과 유심, 주체와 객체, 정신과 자연을 통섭하는(불이不二) 좁은 공부길을 열기 위해 이런 논의를 펼친다.

이 같은 공부는 실재들 사이를 잇는 접면interfaces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이치들은 말끔히 해명되지 않는데, 저자는 이들을 끌어안는 글쓰기가 위험을 내포하면서도 강력한 창의성을 일군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어려움에 직면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에둘러 통과하려 노력하거나, 그만두거나. 바꿔 말해 현명해지거나 어리석어지는 갈림길이다.
이로써 얻게 되는 깨우침은 무엇일까? ‘깨우친다’는 것은 우선 사무친다는 뜻이다. 사무친다는 것은 깊이 스며든다는 것으로, 이것은 인식론적 차원을 넘는다(왜냐하면 인식론의 안팎을 오가는 표상들은 대개 사무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깨우침은 내용중심적이거나 인식의 협궤 속으로 구겨져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며, 머리·몸으로 체득한 뒤 의욕으로써 살아내야 한다. 이해, 체득, 의욕은 사람마다 다른데, 의욕이 하얗게 되는 자리를 확보한 이들이 바로 우리가 성인이라 일컫는 공자나 소크라테스다.
저자는 실천의 방식으로 알면서 모른 체하기와 자기 개입 등을 말한다. ‘알면서 모른 체하기’는 나를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윽고 나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 때 생겨나는 가능성이다. ‘자기 개입’이란, 인간의 존재는 이미/늘 타자와 연루해 있다는 사실이며, 이 사실에 대한 에고론적 무명無明이고, 그래서 매사 타자에 현명하고 관후하게 응하려는 윤리를 말한다.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마당으로 나와 타자와 대면하자마자 나둥그러지는 사람은 아직 공부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반면 응하기에 성공한다면 그 자리에 아름다움이 지필 것이다. 타자에 응해 개입하면서 우리 각자는 자신의 윤리적 차원을 얻는다.
무의식보다 의식적인 것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들은 모든 일에 해석을 가한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성취이자 ‘그림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의식 너머 실재의 총체성을 파악하는 데 그 그림자는 계속 따라붙어 시야를 환히 열지 못하게 한다. 마치 플라톤의 동굴 속 존재들처럼. 이 책의 제목은 ‘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이다. 과연 제목처럼 우리는 그림자 없이 빛을 볼 수 있을까. 그것은 ‘나보다 더 큰 나’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줄 것인가.

구매가격 : 12,000 원

중국 고대건축의 이해

도서정보 : 푸시녠 | 2023-07-2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건축의 이념과 문화의 융합을 해석해
고전 건축의 정묘함을 재현하다

중국 고대건축의 세계를 개괄한 푸시녠의 『중국 고대건축의 이해』는 베이징출판사에서 기획한 ‘대가소서大家小書’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대가’는 저자가 대가임을 의미하고 ‘소서’는 분량이 적은 책임을 의미한다. 독자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대가소서’ 시리즈의 기획 의도다. 물론 일반적인 대중서라고 하기에는 학술성이 짙은 책이다.
총 6장과 부록으로 구성된 책의 각 부분은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1장 ‘중국 고대 건축 개설’은 그야말로 중국 고대 건축에 대한 개설로, 중국 고대 건축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훑고 중국 고대 건축의 특징과 유형을 요약하고 있다. 2장 ‘고대 중국의 목구조 건축 설계의 특징’에서는 『영조법식營造法式』(송)과 『공부공정주법工部工程做法』(청)에 근거해서 당나라 이후 목구조 건축의 설계 방법을 분석했는데, 학술성이 매우 짙은 내용이다. 3장 ‘중국의 고대 도성 계획에 관한 연구’는 역대 도성에 관한 내용으로, 한나라의 장안성, 수·당 시기의 장안성과 뤄양성, 북송의 변량(카이펑), 원나라의 대도성(베이징)을 다루고 있다. 이들 역대 도성 가운데 베이징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4장 ‘원·명·청 삼대의 도성 베이징성’에서 매우 상세히 다룬다. 5장 ‘명나라 베이징의 궁전·단묘 등 대형 건축군 총체적 계획의 특징’에서는 ‘모듈’을 통한 총체적인 설계의 각도에서 베이징의 궁전인 자금성을 비롯해 태묘와 천단을 분석하고 있다. 6장 ‘전국 시대 중산왕릉 「조역도兆域圖」에 반영된 능원 제도’는 전국 시대 중산왕中山王의 능묘에서 출토된 동판 「조역도」를 통해 왕릉의 왕당 건축과 능원 전체의 건축 설계를 분석한 부분으로, 학술성은 물론 실험성도 강한 내용이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중국 고대 건축의 윤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1장과 중국의 역대 도성에 관한 3장이 가장 접근하기 쉽고 흥미로울 것이다. 장안(지금의 시안西安)을 비롯해 뤄양, 카이펑, 베이징 등 중국의 역대 도읍지에 관심이 있다면 3장은 더욱 재밌게 읽힐 것이다. 베이징에 대하여 상세히 알고 싶다면 4장과 5장을 깊이 있게 읽으면 좋겠다. 6장은 능원 건축에 관심 있는 전문 연구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부록을 통해서는 중국의 건축사 연구 70여 년 역정을 살펴볼 수 있다.


중국 고대건축의 기원과 전개

고대 중국의 건축 행위는 70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천 년 동안의 창조와 융합을 거쳐, 평면상에서 확장되는 정원식院落式 배치에 목조 가옥 위주의 독특한 건축 체계를 점차 갖추게 되었다. 이 건축 체계는 근대까지 계속 사용되었으며 주변국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지속 시간이 가장 길며 끊긴 적이 없고 특징이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전파 범위가 매우 광범한, 매우 강한 적응력을 갖춘 건축 체계다.
중국 고대 건축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전 과정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고 단계마다 지역과 민족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채롭고 변화무궁한 옛 건축물을 통해, 차츰차츰 형성되면서 나날이 뚜렷하게 안정화된 공통의 특징 및 건축의 성격과 유형이 다른 데서 생겨난 다양한 건축 예술 스타일을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즉 신석기 시대, 하夏·상商·주周, 진秦·한漢~남북조, 수隋·당唐~금金, 원元·명明·청淸이다. 이 다섯 단계에서 중국 고대 건축 체계는 맹아가 싹트고, 초보적으로 형성되었으며, 기본적으로 고정화되고 성숙하여 전성기에 이른 뒤 지속적으로 발전하다가 점차 쇠락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중 한·당·명 삼대의 건축이 각 단계에서 발전의 절정에 이르러, 건설 규모와 기술, 건축 예술 스타일에 있어서 큰 성취를 거두었다.

중국 고대 건축의 기본적 특징

중국 고대 건축은 오랜 발전 과정에서 다른 건축 체계와 분명히 다른 몇 가지 기본 특징을 점차 형성했다. 이는 상·주 시기에 기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해 청나라 말까지 적어도 3000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동안 발전과 변화, 침체와 쇠락을 겪으면서 높은 봉우리도 있었고 깊숙한 골짜기도 있었다. 건축 풍격의 변천은 더욱 눈부시게 다채로웠다. 중국 고대 건축의 기본 특징은 늘 존재하면서 나날이 발전하며 완성되었는데, 대략 다음 세 측면으로 귀납할 수 있다.

첫째 측면은 목구조를 가옥의 주요 결구 형식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대량식, 천두식, 밀량평정식으로 나뉘며 대량식과 천두식은 경사지붕 가옥의 구조다. 그중에 대량식이 가장 널리 사용되었는데, 역대로 관식 건축은 모두 대량식을 사용했으며 화중華中·화북·서북·동북 지역에서도 이 방식으로 집을 지었다. 천두식은 화동·화남·서남 지역에서 유행했지만, 이들 지역의 사원과 중요한 건축은 대부분 대량식을 사용했다. 밀량평정식은 신장·티베트·내몽골 각지에서 유행했다.
가옥에 목구조를 채택하면서 다음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생겨났다. ① 세 부분으로 나뉘는 외관, ② 지붕면이 오목하고 지붕 끝이 위로 치켜 올라간 지붕 형태, ③ 중요 건축에 공포를 사용, ④ ‘칸’을 단위로 하여 모듈 방식의 설계 방법을 채택, ⑤ 실내 공간의 유연한 분리, ⑥ 결구 부재와 장식의 통일, ⑦ 여러 색으로 칠하고 그리는 채화 등이다.

둘째 측면은 “중축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정원식 배치”라는 점이다. 단층 가옥을 위주로 한 폐쇄형 정원식 배치를 채택했다. 가옥은 ‘칸’을 단위로 하는데, 몇 개의 칸이 병렬로 연결되어 한 채의 가옥을 이루고 몇 채의 가옥이 주택 부지의 주변에 배치되어 정원을 둘러싸게 된다. 이러한 정원식 배치는 중국 고대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을 결정지었다. 즉, 중요한 건물이 모두 정원 안에 자리해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건물일수록 겹겹의 정원이 앞쪽에 배치되어 있어, 사람들이 정원을 차례대로 걸어 들어가면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도달하기는 어려운 기대 심리를 갖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주요 건물이 마지막에 눈앞에서 펼쳐졌을 때 감동과 흥분의 감정을 증대하고 이 건물의 예술적 감화력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측면은 “격자 형태의 도로 시스템을 기반으로 완벽한 계획에 따라 건설된 도시”가 발달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늦어도 상나라 전기(기원전 16~기원전 15세기)에 항토夯土 공법으로 쌓은 성벽이 등장했다. 서주에서 전국시대(기원전 11세기~기원전 3세기)까지 정치·군사·경제적 필요에 근거하여 일정한 계획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도시를 건설하는 전통이 점차 형성되었다.

중국 고대 건축의 주요 유형

중국 고대 건축은 장기간 발전하면서 여러 용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몇 가지 다른 유형이 점차 형성되었다. 대체로 궁전, 단묘壇廟, 주택, 원림, 성과 도시의 공공건축, 상업용 건축, 종교 건축, 능묘, 교량 등 몇 가지 큰 범주로 귀납할 수 있다. 건축의 성격에 따라 그 건축 예술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르다. 고대의 훌륭한 장인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건축 체계 속에서 다양한 기법을 유연하게 운용하여 각 유형의 건축이 지닌 독특한 풍모를 창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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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흑역사

도서정보 : 권성욱 | 2023-07-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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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12명의 패장 이야기

성공에 가린 별들의 패전사


“진정한 명장의 자질이란 특출난 천재성이 아니라
자신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얼마나 깨닫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_「서문」에서


그들은 왜 ‘똥별’이라고 불리게 되었는가
‘적보다 더 무서운 무능한 지휘관’

이 책은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등지에서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과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제2차세계대전을 비롯한 제1차세계대전, 스당 전투, 한국전쟁 등에서 진두지휘한 12명의 무능한 패장 이야기를 전한다. 무솔리니의 정치군인이었던 로돌포 그라치아니, 일본군 최악의 싸움이었던 임팔작전의 주인공 무다구치 렌야, 명장에서 범장으로 전락한 모리스 가믈랭, 중국을 위기에 빠뜨린 조지프 스틸웰, 한국전쟁 역사상 가장 큰 패전을 기록한 국군 제3군단 군단장 유재흥 등이 똥별로 전락하게 된 과정을 톺아본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다반사다. 하지만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강한 리더십과 군사적 통찰력으로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춘 장군은 얼마나 될까. 흔히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고 할 만큼 지휘관의 능력은 수많은 생명은 물론 한 나라의 국운을 좌우한다. 이 책은 역량이 부족한 지휘관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를 믿고 따르는 수많은 병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위대한 승장과 무능한 패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들의 처참한 실패의 역사를 살펴보며 진정한 명장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리더의 유형
똥별은 어떻게 탄생되는가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한 조직의 명운이 바뀔 수 있다. 특히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전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판단하여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하여 최소의 인원으로 적군을 절멸하고 승리로 이끄는 자가 훌륭한 리더일 것이다. 전쟁의 승패는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은 물론 수많은 병사, 나아가 한 나라의 국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는 자기만의 이익을 꾀하고 실패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무능한 자가 요직에 앉았던 경우가 허다하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군의 수장 쿠르트 폰 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는 다음의 네 가지 유형으로 장교를 구분했다.

“내가 생각하는 장교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멍청하고, 게으른 장교다. 대다수 장교는 두 가지 특성이 결합되어 있다. 몇몇은 영리하고 부지런하다. 그들은 참모본부에 적합하다. 다음은 어리석고 게으른 자들이다. 군대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일상적인 업무에 걸맞다. 현명함과 게으름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있다면 최고의 지도자를 맡을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신력과 배짱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람은 멍청하면서 부지런함을 갖춘 자다. 그는 무엇을 하건 간에 조직에 해를 끼칠 뿐이므로 어떤 책무도 맡아서는 안 된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형은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이다. 자신의 전적에만 눈이 멀어 자신의 부하들은 물론 조직을 와해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무다구치 렌야다. 자신의 공명심을 위해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루거우차오사건을 일으켰고 병사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일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임팔작전을 펼쳤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위기 때마다 여실히 드러나는 자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오르게 되면 그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는 백전노장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이탈리아군의 피에트로 바돌리오나 프랑스군의 모리스 가믈랭처럼 나이와 경험이 많다고 해서 직위와 본분에 맞게 언제나 유능하다고 할 수 없다. 이른바 똥별 노장들은 권위적이고 아집이 강하며 새로운 방식보다는 기존의 익숙한 낡은 방식을 고수하며 군의 변화와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패배를 초래하기 일쑤다.
탁월한 처세술 하나로 무솔리니의 충견이 되어 나라와 군대를 위기로 몰아넣은 피에트로 바돌리오, 체면을 중시하고 자기 과시에 도취되어 프랑스군에게 재앙을 안겨준 로베르 니벨, 분수에 맞지 않은 직책을 맡아 군단 해체를 불러온 유재흥 등과 같은 똥별들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어 군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거나 하나같이 리더십 부족, 우유부단, 무능한 면모 등 최악의 졸장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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