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청소년 64)
도서정보 : 이금이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오늘도 타인의 A컷에 ‘좋아요’ 하셨습니까?
잘라 버린 B컷 속 진짜 이야기
우리 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금이의 신작 장편소설 『너를 위한 B컷』이 출간되었다. 떠오르는 중학생 유튜버 서빈, 그 유튜브를 편집하는 선우. 선우는 서빈이의 단점은 잘라 내고, 장점은 비추어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연출한다. 하지만 영상을 편집하며 삭제했던 장면들이 사실은 어떤 사건의 일부였음이 밝혀지고, 선우는 이 일을 몰랐다고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SNS에 전시된 모습을 넘어서 편집되지 않은 ‘진짜’를 알아볼 수 있을지, 그럴듯한 이미지가 넘실대는 세상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묻는 작품으로 매일매일 네모난 스크린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모두에게 또렷한 울림을 준다.
그 애들이 웃고 떠드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마치 연예인 관찰 예능을 보는 기분이었다.
#SNS_속_인생은_A컷 #내_인생은_B컷
하루에도 몇 번씩 SNS 피드를 새로고침한다. 타인의 게시글을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끝없이 이어지는 새 물건, 이국적인 장소, 웃는 얼굴을 보다 보면 현실의 내 인생은 어쩌면 그렇게도 재미없고 따분한지. 완벽한 세상에서 나만 동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기 일쑤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너를 위한 B컷』은 스크린을 흐르는 매끈한 이미지 너머, 사람들이 숨기고 잘라 낸 B컷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 직시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이금이 작가는 『허구의 삶』 『알로하, 나의 엄마들』 『유진과 유진』 『너도 하늘말나리야』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 세계로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의 가장 믿음직한 이름이 되었다. 젊은이가 시대의 격랑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고 살아가는지 치밀하게 그려 낸 이야기들은 독자가 인물의 삶과 성장을 함께하도록 이끈다. 『너를 위한 B컷』은 이금이 작가의 날카로운 시대감각을 또 한 번 보여 주는 작품으로 누구나 자기를 편집해 보여 줄 수 있는 SNS 시대의 명암을 예리하게, 그러면서도 사려 깊게 비춘다. 이금이 작가가 2023년 오늘의 당신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문학동네 청소년 테마소설 『희망의 질감』에 실린 단편소설 「편집」을 장편으로 다시 쓴 작품이다.
영상 편집에 흥미를 가진 선우를 통해 편집이 일상화된 세상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편집해 버린 B컷에는 무엇이 있을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 사람의 진실, 더 나아가 삶의 진실은 자랑스레 내보인 A컷이 아니라 오히려 숨긴 B컷 속에 있지 않을까._작가의 말에서
넌 유튜브 편집도 하는 애가 SNS를 믿어?
편집된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나’를 잃은 사람들
중학생 선우는 전교 부회장 서빈이의 유튜브 ‘써빈로긴’을 편집한다. 서빈이의 친구인 태하, 아람, 정후도 종종 등장하는 채널로 네 명 모두 성적 우수, 외모 준수, 눈에 띄는 아이들이다. 선우가 사는 현실은 무질서하고, 통제할 수 없고, 대부분 지루하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연애, 같이 있으면 어쩐지 불편한 친구들, 아직 열다섯 살인데 벌써 시작된 부모님의 진로 걱정, 전 세계를 뒤덮은 바이러스까지……. 그에 비해 선우가 자르고 이어 붙인 유튜브 속 세상은 흠 하나 없이 매끄럽다. 서빈이 무리의 뚝뚝 끊기는 대화도, 마구 내뱉은 욕설도, 거친 행동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비록 서빈이들은 학교에서 선우한테 알은체하지 않고, 아무도 선우가 편집자인 줄 모르지만 유튜브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선우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밋밋한 부분을 자르고 매력적인 부분만 이어 붙여 속도감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다 보면 쾌감이 느껴졌다. 완성본이 실제의 모습과 차이가 클수록 더 뿌듯했다. (본문 중에서)
선우는 써빈로긴 유튜브를 편집하며 사람들의 SNS 속 삶과 실제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깨닫는다. 페이스북에서는 사이좋은 가족이 현실에선 깨질 듯 위태로운 관계이고, 인스타그램에 친구들 중 한 명만 빼놓고 올리면 그 아이는 없던 존재가 된다. 서빈이도 유튜브에서는 우등생에 수려한 외모, 화려한 언변으로 부족한 게 없어 보이지만 어두운 그늘이 있다. SNS와 현실의 격차에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선우는 점점 능숙하게 날영상의 균열을 감추고 다듬는다. 능숙한 편집자라면 으레 해야 할 일이라고 믿으며. 늘어나는 조회수와 구독자들의 환호를 기대하며.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선우와 아이들의 일상을 뒤흔들고, 한순간 편집된 세계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져 버린다. 선우는 편집이라는 구실로 자신이 잘라 낸 B컷에 무엇이 담겼는지 더 알기가 두렵다.
나는 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사각의 스크린 너머, 서로의 안부를 묻는 소설
선우는 서빈이를 안다고 생각했다. 어림잡아 200시간 동안 서빈이의 영상을 편집하며 그 애의 장점과 단점, 비밀까지 보아 왔기 때문이다. 태하, 아람, 정후에 대해서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다. 그 애들의 무엇을 내세워야 하는지, 어떤 면이 비호감으로 비칠지 한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선우는 편집되지 않은 원본 영상을 돌아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냥 소극적인 성격이려니 하고 넘겼던 정후의 얼굴을 이제야 제대로 살피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영상에 뻔히 드러나 있는 폭력, 억압적인 권력 구조, 기만적인 웃음…… 자신이 영상은 물론 현실까지도 자의대로 편집해서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몰랐을까? 선우는 편집된 존재들을 위하여, 불의에 손쉽게 눈감아 버렸던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 위하여 용기를 낸다.
『너를 위한 B컷』은 SNS 시대, 상대방에 대해 다 안다는 착각이 타인을 단정 짓게 만들고 서로를 고립시키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면서 열린 마음과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가 얼마나 큰 희망이 될 수 있는지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휴대폰 너머의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안부를 묻게 되는 소설이다.
구매가격 : 8,800 원
마지막 이야기들 (세계문학전집 230)
도서정보 : 윌리엄 트레버 | 2023-07-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단편소설의 거장 윌리엄 트레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열 편의 이야기
나는 언제나 트레버를 읽고 또 읽는다. 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영어권에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단편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윌리엄 트레버 사후에 출간된, 총 열 편의 소설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천재 소년을 제자로 받아들인 피아노 선생님, 환경미화원에게 시신으로 발견된 중년 부인, 기억장애에 시달리며 거리를 헤매는 그림 복원가 등 얼핏 평범해 보였던 등장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하며 삶에 대한 그리고 소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넌지시 드러낸다. 트레버를 그리워했을 많은 독자와 작가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이 마지막 단편집은 민승남 번역가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경이로운 수준으로 ‘언어의 경제’를 보여주는 트레버의 문장을, 역시 담담하면서 절제된 문장으로 옮겼다.
단편소설의 거장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들, 그 조용한 위안과 희망
모파상, 체호프, 조이스의 뒤를 잇는 단편소설의 거장 윌리엄 트레버. 무려 백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그는 드물게도 장편과 단편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다. 그럼에도 자신을 단편 작가로 소개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뉴요커〉의 찬사처럼 ‘영어권에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단편 작가’였다. 생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그가 2016년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 독자와 작가들이 그를 추모하며 아쉬워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듯 그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들’ 열 편을 모은 단편집 『마지막 이야기들』이 사후인 2018년 출간되었다.
『마지막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먼저 쓸쓸한 분위기를 느낀다. 트레버의 많은 작품에서 그렇듯, 등장인물은 혼자 살고 있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외로워하며, 누군가는 있던 곳을 떠나고 누군가는 그곳에 남겨진다. 그런 인물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평생 ‘아웃사이더’로 산 작가 트레버가 있다. 전통적으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프로테스탄트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학교를 열세 군데나 옮겨 다녔고, 나중에는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 시골 마을에 정착한 트레버. 그는 언제나 사건의 중심이나 감정의 소용돌이에 직접 가닿기보다는 거리 두기를 택한다. 어쩌면 방에 앉아 폭풍우를 창밖으로 내다보는, 활짝 핀 정원의 꽃을 커튼 너머로 바라보는 감각과도 비슷할 것이다. 트레버 작품에서는 삶의 기쁨도 슬픔도 직접적이고 강렬한 주장이 아니라 관조적인 시선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그 쓸쓸함 가운데서 조용한 위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이야기들』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20페이지 내외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복잡하거나 화려한 문체도 아니며, 평범한 세상 속 평범한 인물들을 다룬다. 트레버는 아주 짧은 묘사로 등장인물의 많은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많은 부분을 감추며, 그로 인해 미스터리가 만들어진다. 불륜, 절도, 사기, 심지어는 살인까지. 너무 평범해서 하찮아 보이기까지 했던 인물들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러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도 미스터리는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한다. 「조토의 천사들」에서 기억장애를 앓는 그림 복원가가 찾고 있던 것이 결국 무엇이었는지, 「크래스소프 부인」에서 갑자기 시신으로 발견된 부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끝내 알 수 없다. 평소 트레버는 공원 벤치에 앉아 타인들의 대화를 자주 엿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대화를 끝까지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까지 들은 부분만으로 나머지를 상상하기 좋아했다고 한다. 모든 진실을 알 수 없는 것, 트레버에게는 이것이 바로 삶이고, 바로 소설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존 밴빌, 힐러리 맨틀, 줌파 라히리, 줄리언 반스…… 수많은 작가의 찬사
2016년 11월 20일 윌리엄 트레버가 눈을 감았을 때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작가들이 애도를 표했다. 압축된 문장과 절제된 단어 사용으로 놀라운 경지에 도달한 ‘언어의 경제’를 보여준 트레버는 다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존재였다. 존 밴빌, 줄리언 반스, 줌파 라히리, 힐러리 맨틀, 무라카미 하루키, 조이스 캐럴 오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콜럼 토빈 등 수많은 작가가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트레버 단편소설의 정수가 담긴 『마지막 이야기들』은 2018년 5월 24일 그의 생일을 기념하여 출간되었다. 한국어판이 출간된 2023년 5월 24일도, 그가 살아 있었다면 아흔다섯을 맞이했을 생일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평처럼 이 책은 “트레버를 아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될 것이고, 트레버를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 읽게 할 좋은 이유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말하지 않는 책
도서정보 : 김솔 | 2023-07-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천국에 이르는 열쇠 중에는 말하지 않는 책도 포함된다.
당신이 독서를 시작하는 순간, 이 책의 운명은 바뀐다.
그리고 당신의 운명도.
표제작인 「말하지 않는 책」은 한 수녀원을 배경으로 책이 무엇인지, 어떤 힘을 갖는지, 독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어떻게 후대에 전승되는지 등을 깊이 탐구한다. 소설은 그리스도의 적이 여자의 형상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을 지닌 대주교가 훌륭한 성직자로 평가받는 마르타 수녀를 탄압하려 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시작된다. 마르타 수녀는 대주교와 만유의 진리인 『성서』를 부정하는 내용의 책을 썼다는 오해를 받고 종교재판에 소환된다. 마르타 수녀는 종교재판에서 『성서』가 존재하는 한 책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그녀를 음해하는 세력들에 의해 다시 종교재판에 소환되고 만다. 그러나 마르타 수녀가 결코 『성서』를 부정하는 글을 쓴 적이 없으며, 쓸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펠리페 수사이다. 수도원의 모든 이들은 “마르타 수녀가 세 살 때 『마태복음』을 라틴어로 읽는 걸” 직접 들었거나,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그리스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소문”(19쪽)을 믿었지만 펠리페 수사는 그녀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그녀는 『성서』를 오독하거나 몰이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문맹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펠리페 수사는 마르타 수녀를 음해하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 오직 진실만이 담긴 두루마리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Little Boy」에서는 “독자들은 거의 사라진 반면 작가들은 크게 늘어”(65쪽)난 세상을 배경으로 책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소설에는 자서전을 출판하여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한 대기업 회장이 등장한다. 그는 국내 유명 작가들에게 대필을 맡기고 화자인 ‘나’에게 그 원고들을 적절히 편집하라고 지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존재가 다름 아닌 ‘스타 독자’라는 것이다. 스타 독자의 영향력은 막강하여 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작가들은 고독해”(66쪽)지기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 회장 역시 현재 가장 추종받는 스타 독자로 수많은 팬을 거느린 라울 페레스에게 추천사를 받고자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스물세 명의 사람을 죽이고 종신형을 받아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살인자였다.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과대망상증에 시달리다 사람을 죽이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나’는 그에게 추천사를 받기 위해 그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뜻밖에 스타 독자 라울의 비밀을 듣게 된다.
그렇다면 「우는 책」은 어떨까. 한국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되는 상황을 가정하여 펼쳐지는「우는 책」은 영어가 공용어로서 한국에 도입되는 과정과 반대로 다른 나라에서 한글을 수입하려 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언어가 상황에 따라 중요하게 다뤄지거나 소멸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한글이 사라지는 극단적인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특정 언어로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특히나 「우는 책」은 일기와 편지, 역사 기록이라는 다양한 형식을 차용하여 각각의 기록물의 형태에 따라 읽는 방식을 달리하게 만든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어떤 기록도 모든 진실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기에 이 소설의 곳곳에는 빈틈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빈틈을 채워나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과연 우리는 “문자에 담기지 않고 여백에 담”(「말하지 않는 책」)긴 책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구매가격 : 11,200 원
미스 델핀의 환상 사무소
도서정보 : 도미니크 메나르 | 2023-07-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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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잠깐의 휴식,
때로는 깊은 꿈도 필요하니까요.
무엇이든 이뤄주는 에이전시로 오세요!
★ 프랑스 서점대상 수상작 ★
당신을 위해 꿈과 욕망을 이뤄주는 조금 특별한 에이전시가 있다. 2009년 프랑스 서점대상 수상작 『미스 델핀의 환상 사무소』는 어떤 이에겐 거짓말이나 환상이 세상을 살아갈 유일한 낙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 주인공 델핀 M.이 사람들의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아주는 에이전시 ‘당신을 위해’를 열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며 마침내 자기 자신의 새로운 꿈과 욕망을 발견해나가는 뭉클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델핀은 자신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보통의 직업소개소처럼 가정부 일자리를 알선하거나 사소한 심부름을 해주는가 하면, 손녀나 딸, 엄마, 애인, 보호자 등 다양한 역할을 대행하며 그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는 손녀이자 요양보호사, 더이상 만날 수 없는 두 연인에겐 비밀 우편배달부, 자기만의 세계에만 빠져 있는 소년에게는 사회화를 돕는 안내자가 되어주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를 위해서는 그들의 아이를 대신 낳아주려고도 한다. 고객들을 위해 때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위태로운 일도 마다않고, 어떤 역할이든 받아들이면서 델핀은 자신만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 존스가 찾아온다. 델핀의 옛 고객이었던 아도르노의 애인이다. 그가 아도르노가 남긴 유언이자 연애편지와도 같은 다섯 권의 공책을 들고 델핀의 사무실로 찾아와 빈 곳을 채워 책으로 만들어달라고 의뢰한다. 델핀은 크게 동요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객의 의뢰를 거절한다. 델핀과 아도르노 사이엔 어떤 계약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존스는 이 계약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타인의 환상을 위해서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여자 델핀, 그녀가 비로소 자신의 꿈과 욕망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감동적인 여정이 펼쳐진다.
구매가격 : 11,900 원
청춘유감
도서정보 : 한소범 | 2023-07-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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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바짝 마른 자리에서 태어나는 반짝이는 문장들
문학 기자 한소범, 우리의 젊은 날을 송고합니다!
출판과 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보았을 이름 한소범. 2016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문학 기자로 일해온 그가 문학동네에서 첫 산문집 『청춘유감』을 출간한다. 문학과 책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뉴스레터 ‘무낙’을 발행하기도, ‘이.단.아(이 단편소설 아시나요?)’ 코너를 통해 한국문학의 가장 생생한 지금을 발빠르게 소개하기도 한 한소범. 문학 기자의 파격과 품격을 동시에 성취하며 새 시대에 걸맞은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전심의 진심을 담은 청춘 산문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청춘유감』은 문학과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또 성장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씩씩하고도 유감(有感)한 에세이로, 매사에 결코 무감하지 못하는 눈물도 사랑도 많은 한 기자의 젊은 날의 궤적을 담았다. 사랑했지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영화 만들기’와 ‘소설쓰기’의 세계에서,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됐다. 나는 누구의 후예가 될 필요가 없었고, 그냥 한소범이면 충분했다”(106쪽)라고 말하는 기자의 세계에 당도하기까지의 여정은, 한 문학청년이 문학 기자가 되어가는 모색의 발자취이자, 한 기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축성하는 작가로 발돋움하는 흔적을 담은 청사진에 다름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記者]의 종이로 만든 집[作家], 이는 『청춘유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것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부역자
도서정보 : 이안 부루마 | 2023-07-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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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권력을 도운 부역자들의 생을 추적!
이 책은 역사가 가진 힘과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다
하인리히 힘러에게 없어서는 안 됐던 개인 마사지사 케르스텐
중국에서 일본 비밀경찰을 위해 스파이가 된 만주족 공주 요시코
동료 유대인들을 독일 비밀경찰에 팔아넘긴 네덜란드의 하시드 유대인 바인레프
선악의 비중을 따져보고 도덕의 질량을 측정할 것
여기 범상치 않은 세 명의 인물이 있다.
체격이 좋은 데다 늘 사는 게 즐거운 마사지사 펠릭스 케르스텐.
자그마한 체구에 남장을 하고 다닌 청나라 공주 아이신줴뤄 셴위(가와시마 요시코).
절멸수용소로 갈 유대인들에게 목숨 값으로 돈을 뜯어낸 유대인 바인레프.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남다르게 관통한 세 사람의 삶을 추적하는 일종의 전기다. 세 사람은 독일어로 ‘호흐슈타플러Hochstapler’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사기꾼, 허풍쟁이, 협잡꾼쯤으로 번역되는 호흐슈타플러는 부역자나 저항자에 딱 들어맞지 않고 강한 도덕적 질타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모순투성이 삶을 산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더욱 도덕의 질량을 세밀히 측정할 수 있고, 사람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선악의 비중을 각각 따져보게 되며, 역사에서 사실만큼 허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이 셋을 선택했을까? 전쟁 시기에 일어나는 부역과 저항의 행위들은 선악이라는 도덕적 서사에 딱 부합하지 않는다. 악한 일이 선한 의도로 행해질 수 있고, 악한 사람이 간혹 선한 일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케르스텐은 유대인 살해 계획을 세운 힘러의 몸과 마음을 보살폈지만, 훗날 유대인 구출을 돕는 일도 했다. 셋 중 누구도 완전히 타락한 존재는 아니었고, 이런 특징은 오늘날 공공 영역에서 활약하는 이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자신을 성인보다는 죄인으로 상상하는 게 더 쉽지 않냐며, 이 세 명에 대입해봄으로써 부역의 문제를 반추해보자고 말한다.
역사는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은 삶의 복잡성을, 윤리의 다면성을 최대한 넓게 펼쳐서 보여준다. 거기엔 변곡점들이 있다. 도덕적 인물이 되거나 혹은 체제에 순응하거나. 이 책의 전개 방식은 독일과 네덜란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세 사람의 행로를 동시간대로 나란히 펼치는 식이다. 부역자, 협잡꾼, 스파이, 증언자 이 모두가 혼합된 인물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역사를 꽤나 흔들었다. 독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짜 뉴스나 증언에 휘둘리지 않고, 역사관과 사실 분별 능력을 발휘해 믿을 만한 증언을 가려내기, 절박함에서 나온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 인간적인 이해심은 갖되 윤리적 느슨함으로 일관하지 않기 등이다.
케르스텐: 나치 수장을 도운 그는 나치주의자였을까
펠릭스 케르스텐. 그는 나치 친위대 SS의 수장 힘러의 개인 마사지사였다. 즉 인종 학살을 자행한 힘러의 몸과 마음을 양손을 사용해 돌봤다. 이발사나 궁중의 광대처럼 마사지사도 권력자의 심복이 될 수 있다. 권력자들은 흔히 만성 두통, 불면증, 위경련 등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질환을 겪는데, 마사지사는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케르스텐 스스로 “시술하면서 나는 지도자급에 있는 이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치 체제에 기꺼이 적응하면서 “행복을 폭식”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전쟁 말기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케르스텐은 살길을 도모해 진영을 바꿨다. 즉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는 수천 명의 유대인을 수용소에서 구해내는 일을 해냈다. 일각에서는 그가 돈벌이 목적으로 이런 일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저자는 그럴지언정 그에게 일말의 인간적 품위도 없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한다. 전쟁이 끝나면 힘러의 마사지사란 타이틀이 위협이 될 줄 알았던 그는 유대인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움직였고, 심지어 힘러를 설득해 다른 수감자들을 석방시키려는 위험한 시도까지 했던 것이다. 즉 케르스텐은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끔찍한 조건에서 죽어가도록 놔두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이런 양면성을 가진 케르스텐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저자는 “나치 수장을 마사지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전쟁범죄는 아니지만, 그는 틀림없는 나치 부역자였다”고 본다. 그는 나치주의자가 아니었다(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계층의 인간들을 섬기는 신하였다. 그 계층이 전부 나치주의자는 아니었다 해도 히틀러의 제국에 잘 적응했던 사람들이다. 기업인과 사업가, 교수와 의사, 외교관과 관료들. 이들이 전후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효율적으로 복무하곤 했던 것처럼 케르스텐은 전후에 입장을 뒤집으면서도 결코 히틀러 시절 동료들과의 인연은 끊지 않았다. 그들에게 여전히 마사지를 제공하고 그들의 돈이나 힘에 기대곤 했다. 따라서 그의 선과 악은 우리의 세밀한 도덕적 의식과 평가에 따라 그 무게와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요시코: 조각조각 분열된 스파이
나치 아래서 연줄을 이용해 케르스텐이 안락한 삶을 누리던 시기에, 동양에서는 요시코라는 인물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요시코는 이 책이 다루는 인물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삶을 보여준다. 그건 가장 굴곡진 삶을 살았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연극배우처럼 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주족 공주였던 그녀는 아버지가 일본인에게 수양딸로 보내자 일본과 중국을 오가는 삶을 살게 된다. 요시코는 남장 복장을 하는 크로스 드레서였고, 남자/여자와 모두 연인관계를 맺으면서 이 사실로 신문지상을 달구었다. 일본 육군 장교 다나카 류키치와 변태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지즈코라는 일본 여성에게 “내 아름다운 아내”라고 부르며 자신을 시중들게 했다. 게다가 그녀는 일본인들이 무뢰배라면서 그들의 실패한 정책을 입에 올리다가 입장을 바꿔 새로운 아시아를 건설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영웅적 행동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양극단을 오가는 버릇이 있었다. 중국 남성용 장삼이나 혹은 일본 여성용 기모노 차림으로 만주국의 인종 화합을 설파하는 것은 그녀가 보인 퍼포먼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퍼포먼스는 중일 우호라는 명분 아래 펼쳐진 일본의 호전적인 전략들을 홍보했다.
요시코에게는 이질적인 면들이 혼재했다. 만주족 귀족, 아버지와 양아버지 주위에 모여 있던 극우 인사들, 권력자 위치에 있던 여러 일본인 연인,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이 조합됐던 그녀의 인격은 쪼개진 조각들의 혼합물이나 다름없었다.
1947년 10월 5일 법정. 5000명의 눈이 요시코를 주시하는 가운데 그녀의 범죄 혐의 목록이 나열되었다. 만주의 중국 영토를 정복하기 위해 사적으로 군대를 조직한 죄, 푸이를 괴뢰국 황제 자리에 앉히도록 도운 죄, 중국 침략을 모의한 죄, 상하이사변을 일으키도록 도운 죄, 중국의 군사기밀을 빼돌린 죄, 일본의 선전 선동 내용을 퍼뜨린 죄, 청나라를 수복하려고 한 죄, 중국인 부역자들을 지원함으로써 조국을 배신한 죄,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사무라이 정신’에 오염돼 남자 군사 영웅처럼 행동한 죄…….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런 혐의보다 그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그녀는 나라를 배신한 스파이였지만 동시에 근거 없는 혐의를 뒤집어쓴 희생자이기도 했다. 요란한 인물 요시코는 허언증이 있었고, 그녀의 삶은 소설이나 영화로 많이 각색됐는데, 법정은 바로 그런 창작물에 등장한 요시코의 행위를 현실의 범죄 목록에 포함시킨 것이다.
즉 생애 마지막에 내뱉었던 거짓들이 요시코 자신을 삼켰다. 감옥 독방에 갇힌 서른세 살의 그녀는 머리가 깎이고 윗니는 다 빠진 상태였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몇 가지 이야기를 입으로 꾸며대고 있었다.
바인레프: 유대인을 팔아넘기면서 아우슈비츠행 열차를 멈춰 세우다
바인레프는 유대인이었다. 하지만 유대인 사회에서 그의 위치는 분류하기가 애매했는데,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에 속하지만 스스로는 문화적 소양이 높다고 여겼고, 여타 유대인과 달리 독일계 유대인에 더 동질감을 느꼈으며 우월의식을 가졌다. 그는 돈 받고 유대인들을 나치에 팔아넘긴 존재다. 돈 많은 유대인들은 절박하게 바인레프만 믿고 구출 명단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살아남으려 애썼다. 실제로 그는 베스터보르크의 수용소장 게메커를 조종해 아우슈비츠로 가는 열차를 멈춰 세운 적이 있고, 이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뿐이었다. 바인레프는 존재 자체가 기나긴 거짓말의 목록이기도 했다. 그가 돈만 호주머니에 챙긴 뒤 팔아넘긴 유대인은 너무 많아 전후 그에 대한 증언 기록을 정리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인력이 들었다. 6년간 바인레프에 대한 증언 기록을 철저히 검토하며 600명이 넘는 증인을 인터뷰한 결과 추려진 보고서는 총 1683쪽에 달했다.
저자는 네덜란드 국립 전시 문서 연구소의 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하며 묻는다. “바인레프의 설명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바인레프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의 설명을 믿을 것인가.” 즉 이 책은 역사에서 누구의 증언을 얼마만큼 신뢰할지 그 판단을 독자가 내리도록 종용한다. 바인레프는 틀림없이 유대인을 구했지만,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고 돈을 챙겼으며, 결국 그 유대인들은 수용소로 보내졌다. 하지만 저자는 그가 “자기 마음 상태에 대해 날카로운 관찰을 할 줄 알았고, 거기엔 일말의 진실이 있었다”는 평도 남긴다.
전후 조사관들이 바인레프에 대해 내린 결론은 치명적이었다. ‘바인레프는 유대인들을 밀고했고, 나치 친위대의 보안 기구인 SD에 협력했다.’ 그는 책도 여러 권 써서 자신을 한껏 변호했다. 1988년 스위스에서 죽은 그는 숨이 멈출 때까지 일군의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는데, 이들은 그에게서 영적 위안을 구했다고 한다.
우리 삶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꾸며진다
사기, 신분 위조, 거짓은 전쟁의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산물이다. 피점령국에서 사람들은 본명을 숨기고 속임수를 써야 활동할 수 있으며, 점령국에서도 각종 음모론과 상상은 넘쳐날 수밖에 없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 외에도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로 부역 행위를 했다. 하지만 저자는 전후 가장 덜 심각한 부역 행위를 한 일부 사람에게 가장 가혹한 보복이 가해졌다고 말한다. 바로 적군과 동침한 여성들이다. 이들 여성은 편안함, 욕망, 외로움, (어쩌면) 사랑 등의 이유로 적군과 관계를 맺었지 심오한 이념적 헌신 때문에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군중은 이 여성들의 머리를 박박 깎고 오물을 뒤집어씌우고 침 뱉고 강간까지 했다. 부패한 관료, 문제 많은 과거를 지닌 의사나 정치인들은 별문제 없이 신흥 엘리트나 고위층이 됐던 것과 달리.
이 책의 부역자 셋은 진실 속에서 삶을 살지 않았고 허구 속에서 생을 연장했다. 그랬던 이유는 두려움, 오만함 같은 감정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별 이유 없이 그랬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 부역자는 결이 조금 달랐다. 바인레프와 요시코는 삶에 주어진 거짓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꿰뚫어봤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케르스텐 또한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도 그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자는 앞의 두 사람에게 조금 더 이해심과 관대함을 보인다. 케르스텐은 체제에 더 순응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정밀 과학이 아니다. 우리는 무엇이 실제로 발생했던 일인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그 나머지는 전부 해석의 영역이다. 사람의 기억은 변하고, 쉽게 조작되고, 언제든 틀릴 수 있다. 지난 우리 삶의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꾸며지고, 우리의 생각은 바뀐다. 저자는 진실을 아주 잠깐이라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생각부터 의심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직 하나의 진실만이 있을 뿐이라고 독단적으로 주장하는 태도는 억압적일 뿐 아니라 아예 틀렸다. 우리가 믿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라도, 의심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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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
도서정보 : 이주희 | 2023-07-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한 사회학자가 30년간 연구한 차별과 차별받는 이들의 감정
우리의 감정은 거대하면서도 치밀한 그 차가운 구조와 맞물려 있다
구조와 감정은 하나다
근래 몇 년 사이 젊은 세대에서는 ‘기분부전증’이나 자신의 ‘예민한’ 성격을 언급하며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일이 증가했다. 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무기력은 대개 차별하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되지만, 그것과의 정확한 연결 고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이 진보시킨 사회에서 배제된 느낌을 받는 것은 불평등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개인들은 끊임없이 재능을 갈고닦아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은 ‘구조’와 ‘감정’을 한 쌍으로 삼는다. 불평등한 구조가 가령 자기혐오나 죽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으니, 구조를 파헤치며 감정을 살피자고 제안한다. 사회학에서는 감정에도 ‘규칙’이 있다고 본다. 어떤 감정 규칙에 따르면 직원이 고용주나 회사에 화를 내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다. 다른 감정 규칙에 따르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저자는 우리가 정당한 감정을 느낄 권리를 획득할 때까지 감정 규칙을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차별을 당연시하며 영속시키는 한국사회의 구조를 살펴보고, 차별받는 사람의 감정 속으로 들어간다.
사실 많은 사람은 자기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데까지 나가지도 못한다. 개인의 감정을 지배하는 환경은 거대하고 치밀해 분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손쉽게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자신에게 귀착시켜 현재 상태에 만족하거나, 체념하거나, 혹은 나보다 못한 사람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출로를 마련하는 이들이 꽤 있다. 저자는 사회의 거시 구조 자체가 인간의 정서적 역량의 산물이므로, 감정을 통해 차별을 생산/재생산하는 거시 구조의 전면적인 변화를 꾀해보자고 한다.
노동자, 빈부격차 문제를 30여 년간 폭넓게 연구한 저자는 현장에서 노사 간 분쟁과 타결에 이론적·실천적 개입을 해왔을 뿐 아니라, 20년 전 『유리천장 깨뜨리기』를 집필하며 여성 문제에도 일찍이 주목했고, 현장에서 개인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담는 글을 써왔다. 그동안 차별에 대한 학술적 성과는 누적돼왔지만, 차별받은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유급 노동자와 무급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단시간 노동자와 장시간 노동자, 대학생과 청소노동자, 유리천장에 거의 다가간 여성과 저임금에 머무는 여성, 직장 여성과 그 여성의 자녀를 돌보는 나이 든 돌보미 여성, 자신의 외모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 한도를 2000만 원까지 높여둔 신용카드 두 장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청년, 자신을 쓸모없는 노인이라 여겨 자살을 고려하는 나이 든 사람의 마음을 다룬다. 그리고 거기에 연루된 구조를 명쾌하게 분석해낸다.
매 순간 세밀하게 조율되는 이들의 감정은 사회 구조만큼이나 깊고 넓다. 구조에 꼼짝없이 붙들린 감정을 직면하고 그것의 찌꺼기들을 하나씩 걷어내야 하는 것은 구조 속에 있는 우리 자신이다. 그 구조의 은폐를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우리는 더 많은 올바른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너지는 마음과 사회적 효율
사회학 분야에서 마이클 해먼드와 앨리 혹실드는 일찍이 감정의 중요성에 주목해왔다. 해먼드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적 자원은 한정돼 있어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대상을 계속 확장하면 우리 몸이 거부한다고 한다. 따라서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관계가 많아지고, 불평등한 관계의 취약한 고리인 성별과 연령 등에 따른 차별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여기에 한국의 상황을 대입해보자. 좁은 땅덩어리에서 촘촘한 관계망을 가진 한국인 사이에서는 미세한 차이만 있어도 차별과 불평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혹실드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나 타인에 의해 ‘관리’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우리는 늘 ‘감정 작업emotion work’을 하는데, 이는 불쾌하고 힘든 감정을 억누르는 것뿐 아니라 느낌 자체를 만들어내고 고양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감정 작업은 특히 개인의 감정이 사회적 상황이 요구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때 더 많이 일어난다.
저자는 해먼드나 혹실드의 연구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개개인이 겪는 차별을 서사화한다. ‘체념’ ‘적응’ ‘혐오’가 이들의 주요 감정이다. 체념은 현재 가장 첨예한 이슈인 ‘능력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험 서열주의로 바꿔 부를 수 있는 능력주의는 언뜻 효율적일 것 같지만, 저자는 “극심한 낭비를 초래하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한다. 더욱이 능력 있는 이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생산적인 노력을 하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는데, 요즘 아예 일자리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청년 비율의 증가가 이를 보여준다.
저자는 사회 전체적으로 교육과 시험에 들이는 엄청난 자원의 낭비를 하지 않고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빠져나와 다 같이 사교육을 자제한다면 서열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모의 노후 자금과 자녀의 행복을 소모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고정관념과 달리, 이 관점에서는 평등이 불평등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사회 전체의 효율은 다른 사안에서도 핵심 잣대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효율’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대립되는 두 의견이 모두 ‘공정’을 이유로 내세울 때 저자는 전체의 효율과 사회의 가치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인천공항에서 수백 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다년간의 경력을 보유한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는 것은 새 인력 충원에 드는 비용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경쟁 완화를 원하고 있다면 방향성도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있다(물론 동시에 공개 채용 원칙을 어기게 된 것에 대한 양해와 대안은 모색되어야 한다).
두 가지 권리가 부딪치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2022년 여름 연세대 학생들은 청소·경비노동자의 학내 집회를 학습권 침해 사유로 형사소송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대법원은 노동권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노동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 시야를 제시한다. 즉 생애 기간 전체로 확대해서 보면, 학습권은 대학 재학 때 한정해서 학생의 미래를 보호해주지만, 노동권은 이후 전 생애에 걸쳐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이 사안에 관한 한 우리 대부분은 학생의 권리보다는 노동자의 권리를 우선해서 볼 여지가 있다.
이 책은 찬반을 낳는 현재 이슈들을 단순히 이념적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실용적이고도 현실적인 차원에서 분석하면서 우리가 흔히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대안(주 4일제, 기본소득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강점이다.
자학과 죽음으로 연결되는 차별 서사
이 책엔 사회학자로서 필드워크를 수행한 저자의 오랜 연구들이 담겨 있는데, 거기서 낮은 지위에 머물며 차별당하는 이들의 마음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한 예로 팬데믹 기간에 배달 일을 했던 스물한 살의 민석태씨(가명)를 보자. 임대아파트에 네 가족이 살고 있는 그는 기본소득에 반대하고, 국가의 개입도 불신하며, 정치에도 관심이 없다. 저자는 그와 20대 대선 직전에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윤석열이 누군지 모르고, 이재명은 담뱃값을 올린다고 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정당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했는데, 그건 ‘이명박 선생님’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저자가 민석태씨와의 심층 면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파악한 특징은 진술의 비일관성이었다. 그는 수혜적 복지나 기본소득에 모두 반대하지만, 자신이 받았던 청년수당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수당으로 휴대폰비 내고, 그걸로 밥 먹고, 그러니까 너무 행복한 거예요. 다시 하고 싶어요.” 즉 정책 지지 발언과 본인의 생활에서의 경험 및 감정은 일치하지 않았다.
60대 여성 이영신씨(가명)와 한 인터뷰도 살펴보자. 그녀는 고졸이며, 가정주부였다가 IMF 이후 형편이 어려워져 식당과 마트 일을 거쳐 지금은 아이돌보미를 7년째 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일하도록 돼 있지만, 아기 엄마의 퇴근이 늦어지면 자연스레 더 일하게 된다. 그에 따른 추가 수당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지. 힘들어요. 눈이 빙빙 돌고. 차라리 밖에서, 마트 같은 데서 나이 먹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걸 누구 배경 있는 사람 도움으로 들어갔으면 하는데 그게 안 되네. 긴장해서 월화수목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토요일에 집에서 쉬면 온몸이 다 아프지.”
나이 듦이 쓸모없음으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에서 그녀는 최저임금 노동자이자 고령으로 소수자 지위에 있다. 하지만 저자가 수행한 연구의 조사 대상자들은 최저임금 위반이나 일터의 부당한 처우를 모두 불가피한 것으로 수용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가령 “최저임금보다 낮게 받지만 내가 요구할 수는 없고” 고용주와는 법보다는 인간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저자는 낮은 임금과 나쁜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 이런 조건이 정당치 못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곧장 자신의 말을 뒤집어 의문을 표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인식과 현실 사이에서 선후관계를 명확하게 그을 수 없다는 것은 저자가 수행한 수도권 내 서비스업 종사자 90명과의 심층 면접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의 노동 실태와 노동권에 대한 인식을 탐구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노동자들은 문제 제기를 했을 때의 불이익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결코 공정하지 못했던 구제 절차와 기관에 대한 불신에 더해, “구조적이며 상시적인 제약 조건 아래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적응 전략을 발전시켜나간다. 불안정 노동자는 지배적 사고로부터 벗어날 경우 위험 비용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크다. 따라서 좋은 인간관계의 중요성, 근면한 노동의 가치와 보람, 직장에 대한 충성심, 투쟁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반감 등을 내면화해 현실의 어려움을 묻어두고자 할 수 있다”.
즉 아주 취약한 위치에 놓이면 지배적인 사고로부터 구조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차별을 온전히 인지하는 것이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이며, 저자는 이를 위해 세밀한 감정들을 들여다보며 그들에게 숨겨진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그 가운데 주요 사회학적 이론과 담론뿐 아니라 문학작품들도 적실하게 활용되고 있다.
구매가격 : 12,600 원
전쟁 같은 맛
도서정보 : 그레이스 M. 조 | 2023-07-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21년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작
『타임TIME』, NPR 2021년 ‘올해의 책’
한국전쟁, 기지촌 생활, 미국 이민과 조현병 경험
폭력과 트라우마 속에서도
생의 조건과 정신의 고통을 뛰어넘는 존재였던
어머니 ‘군자’의 삶과 영혼을 되살려낸 회고록
1986년. 열다섯 살 되던 해, 그레이스는 세상 가장 중요한 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목도한다. 그 사람은 ‘군자’, 1941년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해 험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생존자이자, 이 책의 저자 그레이스 M. 조를 낳고 기른 여성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야성미와 카리스마가 넘쳤던 군자, 동포를 보살피고 마을을 먹여 살렸던 그는 어느 날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세상에 문을 닫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소파에 틀어박혀버렸다. 모든 것을 바꿔버린 군자의 사회적 죽음은 조현병이란 이름으로 찾아왔다. 트라우마를 안고 명문대에 입학해 자유와 지성의 세계에서 학자가 된 그레이스는 ‘군자’로 대표되는 전후 한인 이주여성의 기구한 삶의 궤적과 지독한 병의 뿌리를 연구했다. 그리고 2008년 갑작스레 찾아온 모친의 물리적 죽음 이후, 다시 그 생애를 새롭게 복기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야, 나 기억나지?’ 군자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자 스스로 침묵을 깨고 이야기가 된 한 생애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쟁 같은 맛Tastes Like War』은 첫 책 출간 후 어머니의 때 이른 죽음이 새롭게 되살려낸 기억 속에서 필연적으로 쓰인 ‘속편’이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전쟁에서 생존한 한국계 미국인 가족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이자, ‘전쟁 신부’ ‘성매매’ ‘조현병’이라는 낙인 속에 살다 간 모친에 대한 회고록인 이 책은, 그래서 한편으로 어머니 ‘군자’의 도전과 분투를 기록하고 그 굴곡진 삶의 의미를 써 내려간 평전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 생애는 참혹한 나날을 보내다 고독하게 생을 마감한 이름 없는 여자의 일생이 아니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하에서 전쟁이란 사건을 겪고 거기서 살아남아 국가가 주도한 성매매 사업으로 기지촌에서 일했고, 사회적 낙인으로 추방되어 간 미국 땅에서 식민주의의 유산과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삶터를 일구었으며, 지독한 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소박하고 다정했던 시절의 저력으로 생의 의지를 붙들며 사랑을 기억하고 간직하고자 했던 한국인 ‘군자’의 일대기로 그려진다. 번역되어 이 땅에 돌아온 모녀의 이야기를 우리가 우리 자신의 역사로 맞아들이고 환대하게 되는 이유다.
구매가격 : 15,400 원
기업문화, 조직을 움직이는 미래 에너지
도서정보 : 기업문화Cell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기업문화는 변하지 않는다?
NO!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기업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에서는 기업문화가 변질될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이를 ‘에너지’의 개념을 활용하여 설명한다.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를 뜻하는 ‘엔트로피’는 고립된 계에서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이 엔트로피가 쌓여 관료화, 권위주의, 평균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구성원들이 더 이상 기업문화를 믿고 따를 수 없게 한다. 이처럼 기존 패러다임이 적절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위기’이다. 위기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게 되고,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순환이 계속되는 조직이 저자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성공하는 기업은 위기를 탁월하게 활용한다. 기업문화가 계속 변화해야만 한다면 좋은 기업문화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기업문화는 한마디로 ‘강한 문화’이다. 강한 문화라 하면 강압적인 문화를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은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여 ‘살아남은 문화’, ‘지속가능한 문화’이다.
엔트로피는 고립된 계에서는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만 열린 시스템에서라면 감소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 또는 인간이 만든 조직은 내부에 쌓이는 엔트로피에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고품질의 에너지를 수급”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기업문화를 만들려는 기업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문화적 역동성이다. 문화적 역동성은 “새로운 변화와 시대정신을 읽고, 현장에서 실험하며,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사례들을 만들어가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길 때 갖출 수 있다.
사람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람을 만든다
지속가능한 기업문화의 성패는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달렸다
『기업문화, 조직을 움직이는 미래 에너지』에는 기업문화를 창조하는 리더와 실행하는 구성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도 담겨 있다. 기업문화Cell은 조직 구성원이 “이끄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이끄는 역할과 따르는 역할”이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모두가 리더이자 구성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리더도 구성원의 역할을 이해하고, 구성원도 리더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개개인의 역량을 중시하는 사회 변화에 따라,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저자들은 다양한 이론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실제 현장에서 기업문화와 연결하여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특히 신입 직원 멘토링, 기업문화 담당자들과의 대화 등 현장과 밀접한 이야기들이 신뢰를 높인다.
기업문화Cell은 스스로를 “문화적 맥락을 기억하고,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그것을 지금의 현실과 미래에 연결함으로써 기업문화가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미션이라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기업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한다. 기업문화를 토대로 성공을 이룩했지만 성공의 기억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또다시 기업문화를 파고드는 사람들을 통해 현재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기업문화를 활용해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4,000 원
실내식물의 문화사
도서정보 : 마이크 몬더 | 2023-07-1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까지의 실내식물의 역사
음악과 문학, 영화, 패션, 기후변화 등
실내 공간에 깃든 식물의 문화사
이 책은 실내식물에 숨겨진 뒷이야기와
야생의 식물이 반려식물로 거듭난 과정을 다룬다
‘식물멍(식물을 바라보며 생각을 비우는 행위)’이 유행하면서, 인터넷에서는 ‘초보 식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부르는 데에서 유래한 단어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가리킨다)’에게 이런저런 실내식물을 추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키우기 쉬운 식물로 꼽히는 작물은 그 조상이 아주 먼 곳의 열대지방에서 서식했던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식물들은 어떤 계기로 우리집 안방에서 전자파 차단 식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이처럼 이제 소품을 넘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잡은 실내식물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기쁨, 실내식물을 둘러싼 기술의 발전, 실내식물 육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본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식물들이 더욱 애틋해질지도 모른다.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생명체
이 책은 실내식물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인간의 삶의 터전과 생활방식의 변화, 문화의 발전, 인간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자연과의 공진화, 환경파괴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선명한 삽화로 독자의 시선을 끌며 익숙하고도 낯선 식물을 통해 우리가 실내식물이라고 이름 붙인 존재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한다. 이끼나 조류를 활용하여 건물의 외벽을 덮거나 하수와 공기의 정화에 광합성 조류를 활용하는 등 실내식물은 점차 생활공간 그 자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식물이 지붕과 벽으로, 집이 화분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삶의 터전과 생활방식은 다방면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야생식물의 멸종이나 환경오염, 기후재앙 등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가 식물을 인류의 반려로 삼아야 할 이유다.
실내식물의 역사부터 전망까지
저자는 첫 문장에서 이 책이 ‘실내식물에 관한 “탐험서”’라고 밝히며, 실내식물의 역사가 우리의 생활방식이 변해온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서론에서는 오늘날 실내식물의 입지와 실내식물 시장의 규모에 대해 소개하며, 실내식물이 지난 몇백 년간 지역적인 비주류 작물에서 세계적인 수출입품으로 거듭났음을 짚는다. 첫번째 장에서는 ‘이국적’인 열대식물이 세계 곳곳의 실내환경으로 그 서식지를 넓혀나간 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에서는 지금의 실내식물을 있게 한 육종가들의 연구와 기술의 발전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식물을 실내로 들임으로써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내식물은 인간에게 화학적,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선조의 유산이나 친구의 선물, 나아가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4장에 등장하는 워디언 케이스는 빅토리아시대에 큰 인기를 끈 유리 장식품의 연장선 위에 있는 발명품으로, 인류가 실내에 작은 생태계의 싹을 틔우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고 오늘날 식물을 활용한 실내조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5장에서는 식물과 인류의 공진화를 다룬다. 저자는 유전학과 건축학의 절묘한 만남을 통해 독자가 앞으로의 인류와 식물의 모습을 더욱 유기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무분별한 채집과 육종, 수출입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종과 생태계 파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이 책의 결론부에서 앞으로 실내식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우려해야 할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이 방대하고도 집약적인 탐험서를 마무리한다.
구매가격 : 16,500 원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도서정보 : 백가흠 | 2023-07-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살면서 보니
그 아무것이 아무것은 아닌 것 같더라”
“내가 하는 일은 목숨걸어 매일 넘어야 하는 거대한 산이다”
누군가와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받는
‘미지’에 대한 통 큰 보답,
모두가 눈감은 진실을 잔인하도록 파고드는
소설가 백가흠의 첫 산문집
모두 말함으로써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하는 그만의 방식, 지금 이 산문집에서도 빛을 낸다.
_박준(시인)
이 책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아버지가 울려고 들어간 아들의 방, 눈만 마주쳐도 금세 울고 마는 어머니의 안방이 있다. 그리스와 몽골, 그리고 안나푸르나의 방이 있다. 그 모든 방이 깃든 거대한 집, 언젠가는 무덤으로 남기를 꿈꾸는 집이 바로 이 책이다. 도굴당한 유물처럼 주인 없이 떠도는 이야기, 선배가 바라는 삶도 그런 거였을까.
_황현진(소설가)
소설가 백가흠이 데뷔 후 썼던 산문 원고를 모은 첫 산문집이 나왔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등을 발표하며 “잔혹하다 못해 그로테스크한 느낌”(문학평론가 안서현)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서 저자는, 어머니만 모르던 ‘험’ 많은 서른일곱, ‘평범하고 정상적이며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알았던 마흔, “꼭 지금 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챙기려 드는 자신의 모습에 결국 나도 평범한 꼰대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하며 쉰을 맞이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소설가로 살아온 저자의 평범하지 않은 삶의 기억들과 작가로서의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이번 산문집에는 특별히 섬세한 감수성으로 내면의 소리에 천착하는 이상선 화백의 그림이 함께 담겨 깊이를 더한다.
부쩍 공중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보니 어딘가로 향하는 비행기도 보고 달이 지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땅만 보고 걷다보면 엉뚱한 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가 오고자 했던 곳인가, 아닌가. 아쉬움이 없지 않겠지만 흘러와서 흘러가니 딱히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더 바라는 것도 없겠다, 싶다. _「작가의 말」에서
“일찍 자야, 내일 일어나서 같이 아침 먹지”
1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장의 사진이 아닌 색깔과 냄새가 함께 저장된 기억은 시간을 먹고 저 혼자 자라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다. 환타와 시루떡, 그리고 아주 신맛 나는 과일로 차려졌던 열 살의 생일상, 서울에서 재수할 것을 권했던 아버지와 단둘이 탔던 기차 안에서의 철없던 스무 살의 불편함, 밤새 머리를 싸매고 일하는 저자의 방에 들어와 그만 좀 자라고 다그치며 불을 끄려는 어머니. 마흔이 넘어서야 저자는 환타와 시루떡의 의미를 알고 열 살 때의 민망함이 어머니에 대한 짠함으로 바뀌었고, 기차에서 아버지가 하신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살면서 보니 그 아무것이 아무것은 아닌 것 같더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짜증을 내는 아들에게 “일찍 자야, 내일 일어나서 같이 아침 먹지”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가장 큰 진리와 일상이 포함되어 있는 말임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소설이라는 것이 미지의 얼굴 모르는 남을 위한 것이라는 것에 골똘하는 지금, 어머니가 내게 하는 말은 문학의 본령”이라고 자각한다. 1년에 한 번, 설에만 집을 찾는 아들에게 “이렇게 보면 이제, 정말 나 죽기 전에 한 열 번쯤 얼굴을 보겠구나”라고 쓸쓸히 던지는 아버지의 말은 저자의 삶이 자유를 꿈꾸는 작가로만 머물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금기와 도덕에 있어 상상력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인간 된 도리와 형식은 지켜야 한다는 것도 막연히 깨달은 게 30대 중반의 일이다. 나는 여전히 이 땅의 한 부모의 아들이라는 사실에서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유의지나 문학을 하는 작가의 상상력과는 별개의 일이라는 것도 겨우 깨달을 무렵이었다. _「새해 단상」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은 혹,
소설 속 인물이 날 원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작가로서 삶과 문학에 대한 상념들을 담았다. 저자의 직업은 소설가이다. ‘직업’의 사전적 의미를 따져보자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만 직업이라는 이야기인데 한때 “연봉 천만 원”을 새해 소망으로 말하고, “서울에서 한 평이라도 제 땅이 있는 가로수마저 부러워”했던 저자의 이야기에서 작가를 업으로 사는 이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로 사는 고단함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에만 있지 않았다. 군대에서 11개월에 걸쳐 2천2백 페이지나 되는 사전을 옮겨 쓰기도, ‘졸음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처친 눈꼬리가 소설가로 살며 세상을 졸린 눈으로 보지 않게 되면서 서서히 올라가 인상마저 바뀌었다고 한다. 소설가로서 “목숨걸고 매일 거대한 산을 넘어왔”지만 마흔을 앞두었던 저자는 이유 없고 정체 없는 불안함으로 채워졌었다고 토로한다. “지난 시간이 나는 사라지고 간혹 몇몇 소설이나 조 대리 같은 인물로나 남았으니, 그저 불연속적인 연대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쓸쓸함만 는다는 고백이다.
인간의 불행을 목격하고 직시하던 자신감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냉정하고 냉소적이었던 시선도 서서히 거두어들이고 있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라 치부하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불안함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다가 소설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제나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잡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실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뭔가를 쓸지 말지 고민만 한다. _「소설이 내게」에서
“서울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촌스러운 것이다”
3부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익산이 고향인 저자는 스무 살 이후 줄곧 서울에서 살았고 이제는 어머니마저 저자에게 서울 사람 다 되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서울 사람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세대주택가, 반지하방에 모여 사는 이주노동자들, 늦은 시간 골목마다 들리는 재봉틀 소리”,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서울의 모습을 마주했던 스물의 어느 밤, 값비싼 독일 브랜드 싱크대 상판을 깨먹고는 들키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던 날, 받은 일당을 모두 털어 술을 마시고 밤새 걸었던 남가좌동의 새벽길, 서울의 여름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남가좌동 옥탑방까지, 저자는 서울에 대한 기억들을 조각조각 꺼내놓으며 “도시는 공간이고 공간은 사람의 역사이자 숨이”라고 이야기한다. 문화가 없는 서울은 촌스러운 도시라고 말하는 저자는 “실은 도시가, 서울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촌스러운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스와 울타리 없는 초원의 삶을 아직 잃지 않고 사는 몽골의 도시를 여행한 후기를 함께 전한 저자의 “현대도시의 공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문해야만 한다”는 질문은 우리를 품은, 또한 우리가 품은 도시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꼭 지금 뭐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챙기려 든다.
결국 나도 평범한 꼰대가 되어버렸다”
4부는 20년이 넘게 소설가를 업으로 살다 쉰을 맞이한 저자의 ‘잠시 멈춤’ 같은 장이다. 누구나 문득 떠오른 과거의 한 장면에 혼자 낯을 붉히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는 후회다. 그 후회는 산 날이 많을수록 무거울 수밖에 없다. “매일 고통에 빠지고, 절망의 보편화를 꿈꾸던, 젊은 치기로만 살아가던” 20대에는 “30대가 되면 그렇게 어렵게, 몸으로, 시간으로 때우며 마련한 개똥철학을 어떻게든 실현하며 살 줄” 안다. 하지만 서른을 “갈팔질팡하며 맞이”했다는 저자는 쉰을 맞이한 지금, 꼭 지금 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챙기려 드는 스스로의 모습에 “결국 나도 평범한 꼰대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한다.
문학이란 것은 진실의 이면을 비춤으로써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사실이 아닌 것에 문학의 재미가 숨어 있는 것 아닐까. 하나의 진실에 아흔아홉 개의 거짓이 덧대어 만들어지는 것. 그러니까 문학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료에 비해 간접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바의 다른 면으로 반대 면을 비추는 것이 문학이 갖는 효용일 수도 있겠다. _「쌍릉을 아시나요?」에서
저자는 이번 산문집 원고를 정리하며 “10여 년 전을 떠올려보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를 복원해보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과, 꼭 했어야만 했던 일을 가늠해보았다”고 하는데 새삼 그 10여 년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서른아홉의 나는 소설 쓰는 데 두려움이 없었으나, 마흔아홉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고백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저자가 중년의 중턱에서 고단하게 찍어보는 쉼표 같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기에 이 산문집은 한 방향의 고백이 아니라 소통하고자 하는 “누군가와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받는 ‘미지’에 대한 통 큰 보답”(소설가 황현진 추천사)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0,500 원
베난단티
도서정보 : 카를로 긴즈부르그 | 2023-07-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미시사의 문을 연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명저
“우리가 이기면 그해에는 풍년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면 흉년이 됩니다.”
회향단을 든 베난단티는 수숫대를 든 마녀들과 싸웠다.
우리는 역사에서 벗어나 즉각 접할 수 있는 개인을 만나리라 예상하는 곳에서 오히려 공동체에 전해내려오는 전승의 힘은 물론 사회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희망과 필요성을 만난다. (174쪽)
이제는 이름조차 사라져버린 유럽 변두리의 민간신앙이 굴절되고 변형되고 왜곡되어 마침내 소멸해버린 과정을 통해서도 훌륭한 역사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게 다가왔다.
_조한욱, 「옮긴이의 말」에서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한 지역의 재판 기록을 추적하다
미시사의 문을 연 저명한 역사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첫 책 『베난단티』가 교유서가 어제의책 시리즈 중 하나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긴즈부르그가 27세에 썼던 박사학위 논문을 묶은 책으로,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북동부의 프리울리 지역에서 벌어진 농민들의 이단 심문 기록(베난단티-마녀에 대한 재판)을 바탕으로 하여 당시 농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고, 그 이면에 비친 사회상을 연구하였다.
원서는 1966년에 출간돼 역사학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는 2004년¨『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도서출판 길)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 출간하여 국내 역사연구자들과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으나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절판되었다. 그러나 원서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영어권에서도 판을 달리하여 출간되었는데, 2020년에는 50주년 기념판으로 이탈리아 ADELPHI EDIZIONI사에서 펴냈다. 이 책에는 50주년 기념으로 쓴 글이 추가돼 있다. 이 글은 긴즈부르그가 2017년 피사고등사범학교 학술발표회에서 기고했던 글을 보완한 것으로, 이후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한국어판에도 이 글을 번역하여 게재했다. 이 글에는 긴즈부르그가 ‘베난단티’를 연구하게 된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 긴즈부르그는 유대인으로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에서 박해받았던 의식적, 무의식적 경험이 있었는데 자신이 박해받았던 경험이 베난단티의 박해 경험과 유사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한 무의식적 동기였을 수도 있다고 밝힌다. 그뿐 아니라 역사학, 사회학, 신학, 심리학, 정치이론, 인류학, 종교학 등 방대한 학문 분야에서 제기된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자신의 대응을 잘 정리하여 알려주고 있다.
1959년 가을에 피사고등사범학교 학생이었던 나는 학교의 도서관에서 갑자기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정확한 순간을 기억하는 데, 나는 유리로 된 선반에 몸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라기보다는 세 가지의 결심이었다. 첫째로 나는 역사가라는 직업을 추구하게 될 것이며, 둘째로 나는 마녀사냥의 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할 것이며, 셋째로 나는 마녀사냥이라는 것 자체보다는 그 희생자에, 정확하게는 마술의 혐의로 고발당한 남자와 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리라는 것이었다.
_「『베난단티』, 50년 이후」에서
오랜 감금과 유도심문으로 마녀가 돼버린 베난단티
긴즈부르그는 17세기로 지나던 무렵 이탈리아 프리울리라는 지역에서 농민들에 대한 이단 재판 기록을 추적해 연구했다. 긴즈부르그의 이 연구는 역사학의 한 분야가 되는 미시사의 개척이자 새 연구방법의 지평을 열었다. 재판을 받던 농민들은 계절이 바뀌는 축일마다 몸에서 벗어난 영혼으로 회향가지를 들고 수숫단을 든 마녀들과 전투를 벌였다. 그 전투에서 농민들이 이기면 그해는 풍년이 되고, 마녀들이 이기면 흉년이 된다. 이 농민들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로 스스로 ‘베난단티’라고 부른다. 그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마녀와 싸우며 가톨릭을 수호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재판은 신과 악마의 대결 구도 속에서 베난단티는 교구 성직자의 고발로 심문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이들이 오랜 감금과 유도심문을 겪으면서 마녀라고 자백하게 되고 범죄자가 된다. 긴즈부르그는 지금은 사라진 베난단티가 풍년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 유라시아 대륙에 퍼져 있던 샤머니즘과 같다고 여겼다. 이 책은 이교도에 대한 억압과 지배층의 방어적인 면으로 민중문화의 독자성과 생명력이 어떻게 소멸하는지 잘 보여준다.
나는 희생자들의 신앙과 태도에 대해 무엇인가 알기 위해 그들의 감정과 동화되려는 힘에 이끌려 마녀재판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금방 인식할 수는 없다 해도 이런 종류의 계획에는 역설적인 측면이 있었다. 여기에는 유도신문과 고문을 수단으로 하여 재판관들이 희생자들에게 씌운 문화적 고정관념을 희생자들의 탓으로 돌리게 될 위험이 있었다. 나는 내 최초의 질문과 재판기록의 성격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에 대한 인식이 또다른 간격의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재판관의 질문과 베난단티의 대답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_「한국어판 서문」에서」
구매가격 : 19,500 원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도서정보 : 스테파니 그린 | 2023-07-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제 소원은 죽음입니다”
캐나다 최초로 조력 사망이 실행되던 해,
한 의사가 써내려간 특별한 기록
2022년 9월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대표 주자,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죽음(향년 91세)은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그가 여생을 보내던 스위스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물을 직접 복용해 사망하는, 이른바 ‘조력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뇌졸중으로 투병을 이어온 배우 알랭 들롱 또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길 원한다며,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에 머물고 있다는 보도가 전한다. 우리는 어떤가. 스위스 디그니타스(비영리 조력 사망 지원단체)에 따르면 2022년까지 조력 자살을 선택한 한국인은 3명이며 100여 명 남짓한 신청자들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도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되어(2022년 6월, 안규백 의원) 조력 자살을 둘러싼 국내의 논의에 불을 지폈다.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 제목처럼 죽음은 마침내 ‘네 멋대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일까? 유명인의 죽음이나 법안 발의를 계기로 하지 않더라도 삶의 끝을 통제하고 싶다는 바람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일 것이다. 우리는 죽어가는 순간 어디에 머물지, 누구와 함께 있을지, 어떤 대화를 나눌지 결정할 수 있다면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는 고통을 덜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률(82퍼센트)에도 불구하고 조력 사망 제도화를 둘러싼 우려도 여전하다. 자칫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며 의료취약 계층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모두에게 평등하고 ‘존엄한 죽음’은 불가능한 것일까?
2016년 캐나다 최초로 조력 사망 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 등 특정 요건에 부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주입을 비롯 의료진의 도움을 통해 이르게 하는 사망. 캐나다 의료계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의료조력 사망MAiD(Medical Assistance in Dying)이다.
이 실행되던 해, 그 최전선에 있던 스테파니 그린 박사가 쓴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는 의료조력 사망MAiD의 근접 관찰 보고서로서, 특별한 죽음의 현장을 생생히 전한다. 환자들이 이러한 죽음의 방식을 원하는 이유에서 신청 기준, 시행 절차, 임종의 모습 등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나아가 생경한 작별의 순간을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 그 속에서 차오른 복잡다단한 감정이 저자의 개인사와 함께 촘촘히 직조된 이 책은 논쟁적인 주제를 충실히 다룬 논픽션이자 잘 쓰인 에세이로도 손색이 없다. 그린 박사는 독자들을 자신이 자리한 방으로 데려가 환자, 의료인, 스스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죽음을 보는 시각뿐 아니라 실행에 관한 현실적 문제, 의료윤리 등의 맥락을 두루 살피게 한다. 그가 기록한 성공과 시행착오, 의의와 우려는 안락사 제도화 이전 우리가 살필 풍성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내 환자들 대부분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그들이 나눈 기이한 마지막 대화, 남편과 아내가 속삭인 사랑의 말들, 엄마와 자식의 눈물 어린 작별, 조부모가 손주에게 한 마지막 조언의 목격자였다. 환자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친구들과 가족이 모여서 건배하는 가운데 자기 삶의 궤적을 회상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사람은 자신이 죽을 날짜와 시간을 알면 마지막 말과 행동을 심사숙고해서 계획할 수 있다. _「들어가며」(16쪽)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실행되는가?
의료조력 사망 제도 최전선의 생생한 이야기
MAiD가 합법화되기까지 캐나다 또한 조력 사망을 둘러싼 소송과 판결, 논쟁의 긴 여정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린 박사는 자신의 의대생 시절부터 전문의로서 경력을 쌓아온 현재까지 조력 사망 합법화의 주요 국면을 마련한 사건들을 전하며 이를 보는 자신의 관점과 여론의 변화를 중계한다. 1992년 루게릭병을 앓던 수 로드리게스는 조력 사망을 금지하는 법에 이의를 제기하며 발언을 담은 영상―“내가 나의 죽음에 동의할 수 없다면 이 몸은 누구의 몸이란 말입니까? 누가 내 생명을 소유하고 있는 거죠?”―을 캐나다 의회에 보냈지만 그의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2000년대로 넘어온 시점에는 케이 카터 사건으로 캐나다 전역이 떠들썩했는데, 척추관 협착증을 앓던 그는 이 병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유발한다며, 삶에 통제권을 갖겠다고 선언하고 2010년 스위스로 건너가 조력 사망을 맞이한다. 이후에도 글로리아 테일러 소송 등 여러 사건을 목도하며 대중의 감정은 변화했고 마침내 대법원은 2016년 카터 판결로써 조력 사망 금지 조항을 폐지한다. 그렇다면 MAiD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인가?
캐나다 법은 MAiD 적합성을 엄격하게 규정한다. MAiD를 받기 위한 요건 중 ‘위중하고 치료 불가능한’ 질병을 앓아야 한다는 것이 있는데, ‘위중하다grievous’라는 말은 극히 심각하고 기능에 의미심장한 쇠퇴가 있는 상태를 뜻하고, ‘치료 불가능한irremediable’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치료가 안 된다는 뜻이다.
이는 환자가 고통을 견딜 수 없어하고 자연사가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할 것을 포함한다. 이런 기준이 법률에 명시되었고, 그것이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시행되어왔다._「첫번째 환자, 하비」(29쪽)
조력 사망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를 선택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하지만 캐나다를 비롯해 이를 제도화한 여러 국가에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캐나다의 경우 환자가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고, ‘위중하고 치료 불가능한’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실제로 그린 박사가 만난 환자의 65퍼센트 이상이 전이성 말기 암 환자였다). 환자가 MAiD를 신청하면 조력 사망 전문의는 적합성 여부를 심사하며, 그가 조건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10일간의 숙려 기간과 절차 직전 최종 동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행 초기의 혼돈은 불가피한 것이어서 조력 사망 전문의들 가운데에서도 ‘무엇이 위중하고 치료 불가능한 고통인가?’에 대해 이견은 존재해왔다. 또한 환자가 명백히 기준을 충족한다 해도 실행 과정에서 난관도 뒤따른다. 가령 MAiD에 거부감을 가진 약사들이 약물 조제를 거부하거나 2차 의료기관의 의료인이 소견서 작성에 비협조적인 경우 등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도 그린 박사가 점차 MAiD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동료 의사들과의 협력뿐 아니라 환자들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충만한 경험 덕분이었다.
남은 생의 의미를 상실하지 않도록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다
“선생님은 어머니께 우리 중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을 주셨어요”
사람들이 조력 사망을 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질병으로 인한 극한의 통증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일까? 더이상 회복될 가망이 없을 때일까? 혹은 알츠하이머 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될 때일까?
그린 박사의 경험에 따르면 사람들이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육체적 고통보다는 자율성과 자존감을 잃은 것과 관련된다. 누군가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 삶에 의미나 기쁨을 주는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에서 깊은 회의를 느낀다는 것이다. 말기 환자들은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뿐이라면 평온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의식이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죽고 싶다고 말한다. 폐암 환자로 화학요법을 3차까지 시도했지만 온몸이 혹으로 뒤덮인 채 ‘총체적 통증 위기’에 시달리던 레이는 죽음을 원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통증 완화 관리를 받고 있으면서도, 병세가 악화되어 의식 없는 상태로 시간을 끌다 죽는 상황을 그는 극도로 두려워했다. 다행히 레이는 조력 사망 기준에 부합했고 호스피스 병동 루프탑으로 침상을 옮겨 가까운 친구 3명 곁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간부전, 다발성 경화증, 흑색종 등 그린 박사가 만난 환자들이 앓는 질병은 다양했지만 이들이 조력 사망 적합자임을 알게 된 순간 보인 반응은 공통적이었다. 삶의 끝에 통제력을 갖게 되자 그들의 고통은 줄어들었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남은 삶을 사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정된 죽음 앞에 떠나온 삶을 충만하게 수용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말한다. “MAiD는 죽음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에서 조력 사망 전문의로
스테파니 그린 박사가 함께한 환자들의 마지막
준비된 애도는 상실의 고통을 덜어준다
흥미롭게도 저자 스테파니 그린은 이 일을 하기 전 응급 대기를 하며 아이를 받아온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삶을 향한 여정을 돕던 그가 정반대로 죽음을 향한 여정을 돕게 된 것은 운명이었을까. 생명의 탄생을 지켜본 그린 박사였기에 생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경험은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죽음의 과정을 돕는 독특한 위치의 외부인으로서, 내밀한 임종 현장을 목격하며 그가 기록한 환자들의 마지막은 저마다 개인의 삶을 요약하는 한 편의 드라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 곁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환자들, 황망해하면서도 죽음을 마주한 이에게 사랑을 표하고 그를 필사적으로 기억하려는 몸짓들…… 케이티의 가족은 그녀를 기억할 물건이나 일화를 돌아가며 소리 내어 말하는 의식을 치렀고, 리처드의 아내 메그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키스하며 남편의 몸을 품은 채 그를 떠나보냈다.
물론 마지막 순간이 모두 화해와 추억이 오가는 아름다운 자리만은 아니다. 헬렌은 자신이 키워온 손자의 막돼먹은 행실에 분노하며 임종의 순간에도 입바른 말을 하고 “건실하게 살라!”고 훈계한다. 앤이 약물 주입 후 약간의 의식이 남았을 때 그의 딸 질은 또렷하게 말한다. “용서할게요, 엄마, 그 모든 것을.” 분명한 것은 이러한 갈등을 드러내는 것조차 준비된 죽음이기에 허락될 수 있으며, 고유한 마지막 순간들은 그린 박사에게 잊지 못할 소회를 남긴다는 점이다.
삶을 완성할 인간다운 죽음을 향하여
더 나은 죽음을 제도화하기 위하여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결정된 이후 2023년 현재까지 160만여 명이 연명의료 중단 의향서를 등록했지만, 우리 사회 내, 더 나은 죽음을 향한 논의는 아직 더디다. 말기 질환으로 삶이 산산이 조각나버린 환자에게 삶의 마지막 통제권을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조력 사망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존엄한 마지막을 위한 윤리적, 제도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삶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한 아주 특별한 선택들이 담긴 이 책은 인간다운 죽음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게 할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3,500 원
어린이를 위한 SDGs
도서정보 : 감수: 아키야마 고지로 | 2023-07-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금 세계는 빈곤, 차별, 환경, 전쟁과 같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어린이들이라고 해서 이 문제들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다.똑똑한 아이는 사회문제에도 관심 있다! 지식 up! 생각 up! 실천 up!주위를 둘러보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아야 할 사회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SDGs』(스쿨존에듀)는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출간된 책입니다. S(Sustainable, 지속), D(Development, 발전) Gs(Goals, 목표들) 즉,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로, 현재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빈부격차, 환경 문제, 전쟁과 같은 다양한 문제와 과제를 유엔과 국제사회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이야기해볼 수 있게 꾸민 책입니다.우리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지구의 모습은 지금과 얼마나,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지구는 온난화를 이겨내고 있을까요? 북극의 곰은 살아갈 수 있을까요? 현재 지구는 지극히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누구도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현재의 어른들을 탓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 전 세계 사람들이 좀 더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 수 있을지,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이 이상적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SDGs의 17개 목표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생각해 봅시다.
구매가격 : 10,500 원
한국전쟁의 기원 1
도서정보 : 브루스 커밍스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2
초판 발행 43년 만에 완역!
한국전쟁을 다뤘지만, 사실 전쟁을 넘어 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증언이 된 현대의 명저!
국내외를 통틀어 한국전쟁에 관하여 이 연구를 넘어선 책은 단연코 없다!
“상당히 자랑스럽게도 『한국전쟁의 기원』 두 책은 세 가지 상을 받았다.
1권은 미국 역사학회에서 19세기 이후 시대를 다룬 가장 우수한 저서에 수여하는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저작상을 받았다.
2권은 국제연구협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퀸시 라이트Quincy Wright
저작상을 받았다. 그리고 1984년 전두환 독재정권은 1권을 금지도서 목록에 올렸는데,
두 권뿐인 외국인 저서 가운데 하나였다.” _ 브루스 커밍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전설의 문제작 43년 만에 완역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량과 열의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 내재적 동학과 전쟁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한 탐구보다는 “범인을 찾는 식”으로 전쟁 발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에 집착해왔던 점, 미국·소련의 기밀문서와 북한 측 노획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대략적으로 큰 그림이 나오자 커밍스 책의 오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져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커밍스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소련 문서들을 통해 전쟁 전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스탈린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정권 초기단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필요했다는 게 학계의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출간의 의의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복룡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매우 난해하고도 미묘한 성격을 안고 있다. 선전 포고가 없는 전쟁, 승패가 없는 전쟁,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전쟁, 악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단을 고착화시켜 민족사적 비극을 극대화시킨 전쟁, 이데올로기적 결전(냉전)을 가속화시킨 전쟁, 무엇보다도 개전의 책임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전쟁이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이고, 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완성했고, 변함없이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고, 38선 인근의 작은 도발도 톱뉴스가 되는 사회에서 이 전쟁은 결코 역사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현실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안이다.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분단체제라는 말이 유효한 땅에서 한국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전투 양상과 개전의 책임론에 가려진 긴 시간 동안의 사회동학 문제가 다시 전면에 올라올 필요가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바로 이 측면에서의 탁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의 책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비판도 많이 이뤄져왔다. 그중 소련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전통주의 학설에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수정주의’라는 점은 이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신수정주의 등의 담론의 틀에서 커밍스의 잭을 재조명하는 일은 입체적인 이 책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극도로 피해야 할 일이다. 사실이 잘못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의 ‘수정’이란 말에 ‘주의’를 붙인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어법인 데다, 워낙 오류로 밝혀져 폐기된 입장도 많아 논의 지형 자체가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옳다.
한국전쟁을 쓴 정병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커밍스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커밍스의 책을 통독해보면 커밍스가 이 전쟁에 대해 미국책임론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지나치게 내부적 요소를 강조해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완역판을 찬찬히 읽어보면 커밍스가 ‘내전’을 강조한 이유는 미·소 양국의 대립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함이었지, 그가 한국전쟁이 “내전적 성격을 띤 국제전”이라는 점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전쟁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복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밍스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인 박명림 교수는 “남침설을 가장 강력하게 회의하며 이에 대한 반명제를 구명하려 시도해온 브루스 커밍스”라고 지적했지만, 커밍스는 북침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애초에 지적했으며, 1950년 이전부터 중소규모의 유격전과 국지전이 1년 넘게 반복되며 10만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전으로의 전환이 과연 남침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냐는 회의감이자 더 정확한 실상에 대한 요구였을 뿐이다. 1952년에 『한국전쟁의 비사』를 펴내 전쟁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이승만, 맥아더, 덜레스, 장제스 등이 침묵의 음모로 그것을 방조했다는 I. F. 스톤의 ‘남침유도설’에 더해 커밍스의 책에서도 그 부분이 재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커밍스를 ‘음모론자’로 보는 입장도 생겼지만 전쟁 당시 미 국무부의 딘 애치슨이 나중에 사석에서 “한국이 우리를 구했다”라고 말했던 건 사실이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세계 패권 추구에 필요한 국방비 증액과, 분열된 국론의 통일에 있어 한국전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일이다. 한국 내부의 동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농민’ 섹션을 너무 중시했고, ‘노동’과 ‘노동자’ 섹션이 갖는 중요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손호철 교수 등의 지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한국전쟁의 기원은 그 육중한 몸체를 그대로 내보이게 됐다. 특히 번역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던 제2권은 분량도 1권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1945~1947년을 다룬 1권에 비해 1947년부터 전쟁 발발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권과는 달리 한반도의 상황보다 먼저 미국의 외교정책, 세계정책, 한반도정책, 소련정책, 일본정책 등을 매우 밀도 깊게 구체적으로 짚어 이 전쟁의 국제전적 측면을 정말 공을 들여서 그려내고 있다. 이제 커밍스의 책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 읽히고rereading, 그럼으로써 이 책이 식민지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이 사회가 겪은 여러 가지 격동적 변화와 그로 인해 배태된 사회적 갈등과 그 분출을 촘촘하게 그려낸 시대의 세밀화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단체제의 출발점이었던 미 군정의 진주와 미국이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 정치경제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외곽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이 땅에서 벌인 구체적인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식민지에서 우후죽순처럼 막 독립한 나라와 민족들을 통제하고 이것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그들이 짰던 전략과 실수들, 그에 기반해서 이뤄졌던 사회 통제와 회유, 탄압 등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혁명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계급 갈등이 심각해 식민 권력이 물러난 무주공산에 사회주의 혁명의 분위기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는 점, 그렇기에 북한의 남한 적화 야욕이 그 당시 문맥에서는 그다지 끔찍한 상상력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진영과 이념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여전히 민족적 현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 대중적 분위기에서는 철도 부설과 산업화 시설 같은 식민지 근대화의 측면을 여타 서방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의 나라들과 다른 한국의 특수성으로 인정한 커밍스의 입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가 이 책에서 미군정이 친일 세력을 그대로 용인하고 행정 권력으로 연착륙시킨 지점을 반복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내전적 요소의 핵심으로 강조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30,000 원
한국전쟁의 기원 2-1
도서정보 : 브루스 커밍스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2
초판 발행 43년 만에 완역!
한국전쟁을 다뤘지만, 사실 전쟁을 넘어 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증언이 된 현대의 명저!
국내외를 통틀어 한국전쟁에 관하여 이 연구를 넘어선 책은 단연코 없다!
“상당히 자랑스럽게도 『한국전쟁의 기원』 두 책은 세 가지 상을 받았다.
1권은 미국 역사학회에서 19세기 이후 시대를 다룬 가장 우수한 저서에 수여하는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저작상을 받았다.
2권은 국제연구협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퀸시 라이트Quincy Wright
저작상을 받았다. 그리고 1984년 전두환 독재정권은 1권을 금지도서 목록에 올렸는데,
두 권뿐인 외국인 저서 가운데 하나였다.” _ 브루스 커밍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전설의 문제작 43년 만에 완역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량과 열의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 내재적 동학과 전쟁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한 탐구보다는 “범인을 찾는 식”으로 전쟁 발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에 집착해왔던 점, 미국·소련의 기밀문서와 북한 측 노획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대략적으로 큰 그림이 나오자 커밍스 책의 오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져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커밍스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소련 문서들을 통해 전쟁 전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스탈린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정권 초기단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필요했다는 게 학계의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출간의 의의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복룡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매우 난해하고도 미묘한 성격을 안고 있다. 선전 포고가 없는 전쟁, 승패가 없는 전쟁,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전쟁, 악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단을 고착화시켜 민족사적 비극을 극대화시킨 전쟁, 이데올로기적 결전(냉전)을 가속화시킨 전쟁, 무엇보다도 개전의 책임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전쟁이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이고, 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완성했고, 변함없이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고, 38선 인근의 작은 도발도 톱뉴스가 되는 사회에서 이 전쟁은 결코 역사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현실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안이다.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분단체제라는 말이 유효한 땅에서 한국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전투 양상과 개전의 책임론에 가려진 긴 시간 동안의 사회동학 문제가 다시 전면에 올라올 필요가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바로 이 측면에서의 탁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의 책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비판도 많이 이뤄져왔다. 그중 소련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전통주의 학설에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수정주의’라는 점은 이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신수정주의 등의 담론의 틀에서 커밍스의 잭을 재조명하는 일은 입체적인 이 책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극도로 피해야 할 일이다. 사실이 잘못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의 ‘수정’이란 말에 ‘주의’를 붙인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어법인 데다, 워낙 오류로 밝혀져 폐기된 입장도 많아 논의 지형 자체가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옳다.
한국전쟁을 쓴 정병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커밍스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커밍스의 책을 통독해보면 커밍스가 이 전쟁에 대해 미국책임론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지나치게 내부적 요소를 강조해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완역판을 찬찬히 읽어보면 커밍스가 ‘내전’을 강조한 이유는 미·소 양국의 대립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함이었지, 그가 한국전쟁이 “내전적 성격을 띤 국제전”이라는 점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전쟁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복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밍스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인 박명림 교수는 “남침설을 가장 강력하게 회의하며 이에 대한 반명제를 구명하려 시도해온 브루스 커밍스”라고 지적했지만, 커밍스는 북침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애초에 지적했으며, 1950년 이전부터 중소규모의 유격전과 국지전이 1년 넘게 반복되며 10만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전으로의 전환이 과연 남침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냐는 회의감이자 더 정확한 실상에 대한 요구였을 뿐이다. 1952년에 『한국전쟁의 비사』를 펴내 전쟁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이승만, 맥아더, 덜레스, 장제스 등이 침묵의 음모로 그것을 방조했다는 I. F. 스톤의 ‘남침유도설’에 더해 커밍스의 책에서도 그 부분이 재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커밍스를 ‘음모론자’로 보는 입장도 생겼지만 전쟁 당시 미 국무부의 딘 애치슨이 나중에 사석에서 “한국이 우리를 구했다”라고 말했던 건 사실이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세계 패권 추구에 필요한 국방비 증액과, 분열된 국론의 통일에 있어 한국전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일이다. 한국 내부의 동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농민’ 섹션을 너무 중시했고, ‘노동’과 ‘노동자’ 섹션이 갖는 중요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손호철 교수 등의 지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한국전쟁의 기원은 그 육중한 몸체를 그대로 내보이게 됐다. 특히 번역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던 제2권은 분량도 1권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1945~1947년을 다룬 1권에 비해 1947년부터 전쟁 발발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권과는 달리 한반도의 상황보다 먼저 미국의 외교정책, 세계정책, 한반도정책, 소련정책, 일본정책 등을 매우 밀도 깊게 구체적으로 짚어 이 전쟁의 국제전적 측면을 정말 공을 들여서 그려내고 있다. 이제 커밍스의 책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 읽히고rereading, 그럼으로써 이 책이 식민지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이 사회가 겪은 여러 가지 격동적 변화와 그로 인해 배태된 사회적 갈등과 그 분출을 촘촘하게 그려낸 시대의 세밀화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단체제의 출발점이었던 미 군정의 진주와 미국이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 정치경제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외곽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이 땅에서 벌인 구체적인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식민지에서 우후죽순처럼 막 독립한 나라와 민족들을 통제하고 이것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그들이 짰던 전략과 실수들, 그에 기반해서 이뤄졌던 사회 통제와 회유, 탄압 등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혁명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계급 갈등이 심각해 식민 권력이 물러난 무주공산에 사회주의 혁명의 분위기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는 점, 그렇기에 북한의 남한 적화 야욕이 그 당시 문맥에서는 그다지 끔찍한 상상력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진영과 이념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여전히 민족적 현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 대중적 분위기에서는 철도 부설과 산업화 시설 같은 식민지 근대화의 측면을 여타 서방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의 나라들과 다른 한국의 특수성으로 인정한 커밍스의 입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가 이 책에서 미군정이 친일 세력을 그대로 용인하고 행정 권력으로 연착륙시킨 지점을 반복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내전적 요소의 핵심으로 강조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26,300 원
한국전쟁의 기원 2-2
도서정보 : 브루스 커밍스 | 2023-07-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2
초판 발행 43년 만에 완역!
한국전쟁을 다뤘지만, 사실 전쟁을 넘어 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증언이 된 현대의 명저!
국내외를 통틀어 한국전쟁에 관하여 이 연구를 넘어선 책은 단연코 없다!
“상당히 자랑스럽게도 『한국전쟁의 기원』 두 책은 세 가지 상을 받았다.
1권은 미국 역사학회에서 19세기 이후 시대를 다룬 가장 우수한 저서에 수여하는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저작상을 받았다.
2권은 국제연구협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의 퀸시 라이트Quincy Wright
저작상을 받았다. 그리고 1984년 전두환 독재정권은 1권을 금지도서 목록에 올렸는데,
두 권뿐인 외국인 저서 가운데 하나였다.” _ 브루스 커밍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전설의 문제작 43년 만에 완역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량과 열의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 내재적 동학과 전쟁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한 탐구보다는 “범인을 찾는 식”으로 전쟁 발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에 집착해왔던 점, 미국·소련의 기밀문서와 북한 측 노획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대략적으로 큰 그림이 나오자 커밍스 책의 오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져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커밍스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소련 문서들을 통해 전쟁 전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스탈린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정권 초기단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필요했다는 게 학계의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출간의 의의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복룡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매우 난해하고도 미묘한 성격을 안고 있다. 선전 포고가 없는 전쟁, 승패가 없는 전쟁,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전쟁, 악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단을 고착화시켜 민족사적 비극을 극대화시킨 전쟁, 이데올로기적 결전(냉전)을 가속화시킨 전쟁, 무엇보다도 개전의 책임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전쟁이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이고, 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은 이제 핵무장을 완성했고, 변함없이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고, 38선 인근의 작은 도발도 톱뉴스가 되는 사회에서 이 전쟁은 결코 역사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우리 현실을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안이다. 아직까지도 유일하게 분단체제라는 말이 유효한 땅에서 한국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전투 양상과 개전의 책임론에 가려진 긴 시간 동안의 사회동학 문제가 다시 전면에 올라올 필요가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바로 이 측면에서의 탁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의 책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비판도 많이 이뤄져왔다. 그중 소련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전통주의 학설에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수정주의’라는 점은 이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신수정주의 등의 담론의 틀에서 커밍스의 잭을 재조명하는 일은 입체적인 이 책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극도로 피해야 할 일이다. 사실이 잘못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의 ‘수정’이란 말에 ‘주의’를 붙인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어법인 데다, 워낙 오류로 밝혀져 폐기된 입장도 많아 논의 지형 자체가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옳다.
한국전쟁을 쓴 정병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커밍스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커밍스의 책을 통독해보면 커밍스가 이 전쟁에 대해 미국책임론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지나치게 내부적 요소를 강조해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완역판을 찬찬히 읽어보면 커밍스가 ‘내전’을 강조한 이유는 미·소 양국의 대립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함이었지, 그가 한국전쟁이 “내전적 성격을 띤 국제전”이라는 점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전쟁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복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밍스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인 박명림 교수는 “남침설을 가장 강력하게 회의하며 이에 대한 반명제를 구명하려 시도해온 브루스 커밍스”라고 지적했지만, 커밍스는 북침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애초에 지적했으며, 1950년 이전부터 중소규모의 유격전과 국지전이 1년 넘게 반복되며 10만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전으로의 전환이 과연 남침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냐는 회의감이자 더 정확한 실상에 대한 요구였을 뿐이다. 1952년에 『한국전쟁의 비사』를 펴내 전쟁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이승만, 맥아더, 덜레스, 장제스 등이 침묵의 음모로 그것을 방조했다는 I. F. 스톤의 ‘남침유도설’에 더해 커밍스의 책에서도 그 부분이 재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커밍스를 ‘음모론자’로 보는 입장도 생겼지만 전쟁 당시 미 국무부의 딘 애치슨이 나중에 사석에서 “한국이 우리를 구했다”라고 말했던 건 사실이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의 세계 패권 추구에 필요한 국방비 증액과, 분열된 국론의 통일에 있어 한국전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일이다. 한국 내부의 동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농민’ 섹션을 너무 중시했고, ‘노동’과 ‘노동자’ 섹션이 갖는 중요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손호철 교수 등의 지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한국전쟁의 기원은 그 육중한 몸체를 그대로 내보이게 됐다. 특히 번역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던 제2권은 분량도 1권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1945~1947년을 다룬 1권에 비해 1947년부터 전쟁 발발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권과는 달리 한반도의 상황보다 먼저 미국의 외교정책, 세계정책, 한반도정책, 소련정책, 일본정책 등을 매우 밀도 깊게 구체적으로 짚어 이 전쟁의 국제전적 측면을 정말 공을 들여서 그려내고 있다. 이제 커밍스의 책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 읽히고rereading, 그럼으로써 이 책이 식민지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이 사회가 겪은 여러 가지 격동적 변화와 그로 인해 배태된 사회적 갈등과 그 분출을 촘촘하게 그려낸 시대의 세밀화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단체제의 출발점이었던 미 군정의 진주와 미국이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 정치경제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외곽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이 땅에서 벌인 구체적인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식민지에서 우후죽순처럼 막 독립한 나라와 민족들을 통제하고 이것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그들이 짰던 전략과 실수들, 그에 기반해서 이뤄졌던 사회 통제와 회유, 탄압 등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혁명이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계급 갈등이 심각해 식민 권력이 물러난 무주공산에 사회주의 혁명의 분위기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는 점, 그렇기에 북한의 남한 적화 야욕이 그 당시 문맥에서는 그다지 끔찍한 상상력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진영과 이념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여전히 민족적 현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 대중적 분위기에서는 철도 부설과 산업화 시설 같은 식민지 근대화의 측면을 여타 서방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의 나라들과 다른 한국의 특수성으로 인정한 커밍스의 입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가 이 책에서 미군정이 친일 세력을 그대로 용인하고 행정 권력으로 연착륙시킨 지점을 반복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것이 내전적 요소의 핵심으로 강조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26,300 원
초능력 어벤저스
도서정보 : 부연정 | 2023-07-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제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
부연정의 첫 장편동화!
『소리를 삼킨 소년』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부연정 작가가 이번에는 어린이 동화로 돌아왔다. 신인 작가임에도 벌써 확고한 팬을 보유한 작가는 자신의 고유한 유머 감각과 개성이 확실한 인물, 그리고 친구를 치고 도망간 뺑소니범을 찾는다는 흥미진진한 추리 소재를 조화롭게 섞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스스로의 능력을 쓸모없다고 여긴 주인공이 바로 그 능력을 사용해 친구를 도우며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가슴 따듯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9,100 원
궁금했어, 기후 변화
도서정보 : 조성문 | 2023-07-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기후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위협과
건강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에게 지구는 참 소중해요. 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있지만, 그중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하죠. 아직까지는 우주에서 지구 외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생명체가 탄생한 물, 우리가 숨 쉬는 공기, 태양의 강렬한 빛을 막아 주는 대기와 오존층… 이 모든 것이 지구에 갖춰져 있어 우리가 태어나고 살아갈 수 있었어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는 태양은 지구에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지구상 모든 생물들은 태양빛을 원천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명 가득한 지구의 환경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크게 바뀌었어요. 물건을 빨리 많이 만들기 위해 공장에서 사용한 석탄과 석유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많이 만들어 냈어요. 생산력이 높아진 인류는 더 많은 숲을 밀고 그 자리에 더 많은 농경지와 더 많은 주택지를 만들었죠.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고, 온갖 쓰레기가 땅과 바다에 넘쳐나면서 지구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어요.
『궁금했어, 기후 변화』는 최근 점점 심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의 원인이 무엇이며, 지구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목조목 살펴보는 책이에요. 온실가스, 탄소 중립, 탄소 발자국, 이상 기후, 외래종, 파리 협정 등 기후 변화와 관련된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죠. 지금 지구의 기후 변화는 과학자나 정치인들만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에요. 어쩌면 전 지구인에게 주어진 가장 크고 심각한 문제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기후 변화는 하루아침에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지금도 해수면의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있는 나라가 있고, 홍수와 폭염, 폭설 등 이상 기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지만 그럴수록 하루라도 빨리, 한 사람이라도 더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작은 일 하나라도 실천해야 해요.
구매가격 : 11,040 원
그래도 살아남아 사랑해야 한다
도서정보 : 윤일현 | 2023-07-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지난 3년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바깥 활동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살았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밤의 적막뿐만 아니라 대낮의 고요에도 익숙해졌다. 눈이 피곤하면 습관적으로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6월의 뜨락에 활짝 핀 수국, 버들마편초, 수레국화, 초롱꽃, 사파이어세이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꽃들은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잠시 정지한다. 나비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원하는 곳에 내려앉는다. 그 단조로운 반복이 참 보기 좋다.
몸이 굳지 않도록 강변을 걷는다. 마음의 경직을 막기 위해 읽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나를 흔드는 작업이다. 고통스럽지만, 이리저리 흔들다 보면, 어느 순간 나비 한 마리 내 가슴 속에 깃드는 것을 느낀다. 읽고 쓰는 이유다.
위선과 허위, 몰염치와 몰상식의 시대다. 상식은 극복과 존중의 대상이다. 상식에 도전하기 위해 시를 쓰고, 상식을 조롱하는 시대와 맞서기 위해 산문을 쓴다.
구매가격 : 9,000 원
더 좋은 선택: 결핍과 불균형, 바꿀 수 있다
도서정보 : 마야 괴펠 | 2023-07-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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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자원고갈, 생물다양성 감소, 사회 불균형…
성장과 편리함에 가려진 지구 시스템의 심각한 위기!
지구는 우리의 욕구를 더 이상 채워줄 수 없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경제학자
마야 괴펠이 제안하는 미래 문해력!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2022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선정 도서
“마야 괴펠은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_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2019 애덤스미스상, BAUM의 환경 및 지속가능성상 수상
2021 에리히프롬상, 테오도르호이스상, 막스플랑크협회 과학커뮤니케이션상 수상
우리는 환경적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운영 시스템에 어떤 오류가 발생한 것인가? 이제는 우리가 모든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원칙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재평가해야 할 때다. 우리가 살기 위해 지구를 더 이상 고갈시키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기 전, 함께 머리를 맞댄 채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다시 생각하고, 결핍과 불균형을 풍요와 균형으로 되돌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의 확신과 용기, 그리고 선택과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구매가격 : 16,200 원
인간관계의 지혜
도서정보 : 발타자르 그라시안 | 2023-07-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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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더 빛나는 400년 전 현자의 직관과 통찰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키는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친구, 연인, 동료, 사업 파트너 등 인간관계에서 생긴 마찰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통찰을 전한다. 400년 전 현자의 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지금 현시대를 관통하는 조언을 담고 있다.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구매가격 : 11,800 원
오싹오싹 귀신 선생님의 수상한 교과서 1
도서정보 : 저자: 김건구/그림: 남동완 | 2023-07-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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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질문이 더 무서워!
엉뚱한 질문 하나가
통통 튀는 판타지 지식 여행의 열쇠가 된다!
“자, 질문 있는 사람?”
‘질문’이라는 말에 저주라도 걸린 걸까? 선생님이 이렇게 물을 때마다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아이들의 눈은 선생님 눈치와 친구들 눈치를 동시에 살피느라 바빠진다. ‘궁금한 거 없는데’ ‘지금 질문해도 되나?’ ‘나만 못 알아들은 거 아니야?’ 고민 끝에 누군가의 손이 움찔움찔 올라가려는 찰나, 기다리다 못한 선생님이 “없으면 넘어갈게” 하고 책장을 넘긴다. 아이들의 질문은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거절당하고, 궁금증은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 간다. 나중에는 일부러 호기심을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다. 이게 바로 현시대의 교실 풍경 아닐까?
하지만 『오싹오싹 귀신 선생님의 수상한 교과서』에서는 그 어떤 질문도 대환영이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과학 실험을 척척 해내는 ‘귀쌤’을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교과서 속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학교 수업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생생한 과학 지식이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올 것이다. 그림과 만화, 재미있는 이야기로 신나는 탐험을 마치고 난 뒤에는 앞에서 나온 과학 지식을 초등학교 교과 과정과 연계하는 별면으로 중요한 과학 개념을 다시금 짚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질문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여는 데 꼭 필요한 열쇠라는 것을 깨닫는다.
구매가격 : 9,700 원
과학, 그게 최선입니까?
도서정보 : 강호정 | 2023-07-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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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에 과학이 잘못 활용되었을 때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거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기울인다. 쉽고 친절한 설명으로 과학 윤리를 통해 과학의 현실과 과학계 전반의 다양한 이슈들을 조명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많은 문제들이 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나와 거리가 멀지 않으며 매우 상관있음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구매가격 : 10,000 원
새롭게 만나는 공자
도서정보 : 김기창 | 2023-07-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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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왜곡을 벗어던지고 만나는,
‘진정한 자유인’ 공자
공자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개선되고 타파해야 하는 인습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을 두고 ‘공자왈 맹자왈’ 한다고 일컫는가 하면,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는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정말 공자가 그런 인물이었다면, 논어가 그런 책이었다면 왜 진나라의 법가 사상가들은 공자의 추종자들을 억압하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새롭게 만나는 공자』는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2500년이 지나도록 살아남으며 동양 최고의 철학자로 칭송받는 ‘공자’의 진면모를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저자 김기창은 다양한 문헌을 꼼꼼하게 살피며 지금까지 오해받아왔던 논어의 메시지를 다시 해석해내고, 우리가 잘 모르던 공자를 복원해낸다.
재구성된 공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공자, 고급스러운 옷과 음식을 좋아했던 공자, 타인에게 깊이 공감했던 공자…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었던 공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게다가 통념과 달리 공자는 어느 한 가지 관점에 매몰된 인물이 아니었다. 다양한 관점을 취하는 것 자체가 공자의 관점이었다. 이 책에서 공자를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명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공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알려진 것보다 더 유연하고 더 날카롭다.
구매가격 : 12,000 원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도서정보 : 여행자 May | 2023-07-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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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어, 내 생과 정면으로 맞서겠어
난 아직 빛나고 젊으니까
우울증에 빠진 서른 살
그래도 끝끝내 이겨 낸, 결국엔 삶을 긍정하게 된 여행자메이의 진솔한 고백
인기 유튜버 ‘여행자 메이’의 세 번째 에세이가 출간됐다. 여행자 메이가 펴내는 이번 에세이는 지금까지 그가 쓴 책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작가가 펴낸 기존의 저서가 여행에 관한 기록이라면, 이 책은 작가의 마음에 관한 기록이다. 깊은 우울에 빠져 허우적대던 서른 살을 온몸으로 헤쳐가며 마침내 발견한 진정한 자신의 내면에 대해, 그리고 끝내 긍정해야 할 삶의 이유에 관해 진실한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느 서른 살의 솔직하고 용기 있는 고백이 담겨 있다. 서른의 문턱에 들어선 어느 날, 삶의 힘겨움과 마주한 그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한다. 곰팡이가 허옇게 핀 자취방에서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하는 망상을 하며 절망에 빠져 있던 그는 이렇게는 내 청춘을 낭비할 수는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는 명상을 하며 자신의 진정한 참모습과 만나게 되고, 암벽 등반에 도전하며 실패를 이겨내는 힘을 기른다. 때로는 아로마 테라피를 하며 그가 지나온 여행의 기억을 그만의 방법으로 재생하고 간직한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는다. 자신의 구원자는 오직 자신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것.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에 머물지 않으며 지금의 삶에 충실할 것. 저자는 이럴 때 비로소 삶의 순간들이 찬란하게 반짝이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아니, 나만 힘든 거야? 나만 아프고 못 버티겠는 거야?” 이렇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을 통해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11,800 원
고양이와 물리학
도서정보 : 블라트코 베드럴 | 2023-06-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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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 고양이부터 양자 컴퓨터까지
복잡한 세상을 탐구하는 물리학의 쓸모
“과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대중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과학이다. 그중에서도 물리학은 화학부터, 생물학, 사회학, 경제학까지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는 이질적 현상들을 설명하는 지식인데도 대다수가 멀게 느낀다. 하지만 물리학은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해 있다. 이에 양자물리학의 권위자이자 옥스퍼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블라트코 베드럴은 이 책 《고양이와 물리학》을 통해 상대성이론, 불확정성 원리 등 고전물리학을 비롯해 양자역학까지 넘나들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 속 물리학의 원리를 알려준다.
저자는 물리학의 역할은 실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 시대의 기술 수준에서 세계와 미래를 알고 싶다면 비전공자들도 물리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도시 설계, 경제 현상, 전염병 추적 등 인간 사회의 수많은 역학 관계를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시각은 ‘물리학’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한다. 그 가운데 뉴턴,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스티븐 와인버그 등 여러 물리학자의 방대하고 고차원적인 이론을 다루지만,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재치 있는 유머로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물리학은 지금도 끝없이 변화하고 연구를 거듭해 가고 있다. 그 멋진 신세계를 담은 이 책은 기이함과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과학 공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내고, 저자의 깊이 있고, 명확한 설명에 한번 귀 기울여보자.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물리학’이라는 강력한 삶의 무기를 장착하게 될 것이다.
#쉽게배우는과학 #교양과학 #과알못을위한물리공부 #양자역학
구매가격 : 13,300 원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도서정보 : 아라이 유키 | 2023-07-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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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인생도 요약되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빈약한 언어가 축적될 때 사회는 왜 끔찍해질까? SNS에 넘쳐나는 이상한 말, 듣기 괴로운 권력자들의 말 속에 매몰된 우리 삶을 구원하는 새로운 언어를 고찰하다! 17개의 다채로운 테마를 바탕으로 짚어보는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의 의미란? 잃어서는 안 될 말의 존엄이 여기에 있다.
말은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런데 유독 2010년대부터 증오ㆍ모멸ㆍ폭력ㆍ차별ㆍ혐오에 가담하는 말, 삶을 편안하게도 즐겁게도 하지 않는 ‘파괴된 말’이 늘어났다. 말의 역할과 존재감도 변하고 있다.
높은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허상을 부풀리기 위해, 적을 만들어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를 위압해 입 다물게 만들기 위해, 말이 계속 그런 일들을 위해서만 쓰인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이 말을 포기하고 계속 경시하면 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은 파괴된 말이 만연한 세상에서 장애인, 환자, 워킹맘, 여성해방 운동가, 괴롭힘 피해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말의 존엄성을 탐구하고 우리에게 없는 말, 격려와 회복의 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이다.
‘짧고 이해하기 쉽게 요약될 수 없는 말의 존엄성’을 요약 없이 온전하게 밝히려는 시도가 담긴 이 책은 일본에서 발표되자마자 서점 관계자와 독자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증쇄를 거듭했다. 이 책의 높은 평가에 힘입어 저자 아라이 유키는 철학자 이케다 아키코를 기념해 1년에 단 한 명에게 수여되는 ‘나, 즉 Nobody 상’을 2022년에 수상했다.
구매가격 : 14,800 원
거인의 리더십
도서정보 : 신수정 | 2023-06-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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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현자, 직장인들의 멘토로 불리며 많은 사람에게 선한영향력을 행사해온 신수정 부사장이 들려주는 48장의 리더십 코칭.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경력이 쌓이면 리더가 되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리더가 되면 구성원으로 지낼 때와는 다른 자질이 필요하다. 팀원으로서 유능했지만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리더의 역할이 어려운 이유는 제대로 리더십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경제, 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혼돈과 역경의 시대에 리더들은 어떻게 팀을 운영하고 성과를 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리더들의 고민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주기 위해 페이스북의 현인, 대한민국 직장인들과 리더들의 멘토로 불리는 신수정 부사장이 자신만의 리더십 노하우를 상세하게 풀어낸다. 스타트업, 벤처, 글로벌기업, 대기업에서 리더로 경험을 쌓아온 저자는 현장에서 뛴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실전 리더십 코칭을 해나간다. 저자는 평론가 관점이 아니라 현장에서 뛰는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실전적이면서도 인간과 조직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담긴 책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후배들이 오랫동안 교과서나 참고서처럼 간직하며 공부할 수 있는 ‘리더십 교과서’와 같은 책,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구매가격 : 14,400 원
서가명강 30 -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도서정보 : 신종호 | 2023-06-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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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삶을 긍정으로 이끄는 감정의 힘에 주목하라”
★ tvN 〈유퀴즈〉 화제의 ‘광클수업’ 교수 ★
국내 최고의 교육심리학자가 전하는
감정적인 당신을 위한 인문학적 행복 안내서
◎ 도서 소개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강의를 책으로 만난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이 출간됐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서가명강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지식의 확장과 배움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서울대 공부 멘토, 신종호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신간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로 찾아왔다. 신종호 교수는 책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년 이상 교육심리학자로서 심리학을 연구하면서 바라본 과잉 경쟁의 한국 사회에서, 그는 불안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성취를 위해 행복을 포기하라고 하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이 바로 성공의 요인이다.”
이 책은 감정이라는 인간만이 지닌 가장 특별한 본능을 과학적 이론과 인문학적 성찰을 넘나들며 우리 삶과 사회에 얽힌 의미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우리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절하며 표현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 이것이 우리가 성장과 행복으로 직행하는 가장 쉬운 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감정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감정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인간소외 현상이 이전보다 가속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이를 조절하고 표현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 내에서의 개인의 생존과 성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감정의 존재로서의 나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고,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감정의 역할을 함께 생각해보는 책이다. 감정은 단순히 이성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충동이 아니다. 감정은 내 삶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_12p (들어가는 글: 아주 인간적인 당신을 위한 감정 수업)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우리는 흔히 인간을 이성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성과 감정, 인간에게는 무엇이 더 중요할까? 이 질문은 엄청난 우문이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라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적어도 데카르트를 포함한 근대 철학자들에게 있어서 이성과 감정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었다. 이성은 다른 유기체와 구별되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미덕으로 여겼고, 감정과 충동, 욕구는 동물의 영역으로 구분했다. 이런 이분법적 구분으로 본다면 이성이 감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이성, 즉 합리적인 사고가 우리 삶의 전반에서 느끼는 희로애락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이성적인 경험도 사실은 감정의 경험을 배제하고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_21-22p (1부: 나는 감정을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에게는 내가 타인으로부터 지지와 위로를 받고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과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 사회적 인정과 소속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이후 자기존중감이, 나아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중심으로 한 자아실현의 노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위로와 지지를 통해 정서적으로 상처 난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키려는 심리적 힘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_103-104p (2부: 내 감정에 책임지는 삶을 연습하다)
보통 편견은 정서를 기반으로 내가 속한 내집단이 내가 속하지 않은 외집단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외집단에 편견을 갖고 있을 때 그 기반이 되는 정서는 무엇일까? 연민이나 부러움일까? 아니다. 보통은 불안이나 혐오, 분노나 공포 등의 정서가 기반을 이룬다. 이런 정서들이 편견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편견을 이해할 때 정서 또한 같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외집단에 부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으면 이런 정서가 곧 외집단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_129-130p (3부: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기원을 찾아서)
우리는 보통 행복의 의미를 주관적인 심리적 안녕감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동일한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감정 경험과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 동일하더라도 내가 긍정적인 감정 경험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고 거기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의미를 어디에서 찾느냐 하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중략)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행복에 대한 개념을 경험하는 행복과 기억하는 행복으로 구분했다. 경험하는 행복은 현재 내가 경험하는 행복을 말하는 것이고, 추억하는 행복은 과거에 있었던 행복을 말한다. 그러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행복에 있어서는 현재의 경험이든 과거의 기억이든 어느 한쪽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없다.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고, 그 현재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과거의 기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억하는 행복이 많으면 많을수록 현재의 행복감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과거의 행복이 현재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쌓인 행복은 다시 미래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_188-189p (4부: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감정들)
구매가격 : 13,6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