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스포츠라이터

도서정보 : 리처드 포드 | 2023-1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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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한 가지!
인생은 항상 자연스럽고 납득할 만한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리처드 포드가 그려내는 삶 그 자체의 미스터리. 아들이 죽고 결혼이 끝장난 뒤 맞닥뜨린 상실감과 냉소, 그 치유할 수 없는 공허함 속에서 부활절 주간에 일어나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당대 미국인의 일상을 사실적이고 빈틈없이 그려내는 특별한 작가 리처드 포드.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섬세하게 삶의 결을 따라가며 특출한 대화 능력과 감동적인 문체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바로 리처드 포드이다. 1976년 내 마음의 한 조각을 발표하며 데뷔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그는 1986년 바로 이 소설 스포츠라이터를 내놓으며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 출간한 스포츠라이터의 후속작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 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들어섰다.
소설가 토비아스 울프가 “삶에선 희귀하고 소설에선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새와 같다”고 극찬한 리처드 포드의 스포츠라이터는 주인공 프랭크 배스컴이 부활절 주간 나흘 동안 겪는 일상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의 모습, 가족과 종교의 문제, 개인의 소외 현상,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치열하게 파고 들어간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대화, 독백 등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익숙한 풍경이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며 강한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전해준다.

스포츠라이터의 독백-‘영원한 삶이란 거짓말이다’
스포츠 기자 일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 하나 더 있다면, 인생에 초월적인 주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 무엇이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싶으면 어느새 스쳐 지나가버린다.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본문 중에서)

서른여덟인 프랭크 배스컴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생계를 꾸려가는 스포츠 기자이다. 전적으로 자기 안에 파묻혀 살아가는 이 남성들의 삶은 프랭크가 역시 열망하는 삶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랭크는 자신의 경력, 아들, 그리고 결혼생활을 잃은 뒤 치유할 수 없는 어떤 공허함, 이따금씩 엄습해오는 가슴 시림에 시달리며 아슬아슬한 일상을 보낸다. 원래 직업이던 소설쓰기도 그만두고 기존의 이상과 희망을 믿지 않으며 오직 현재의 순간과 감정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인생에 스포츠 이상의 진리라곤 없으며 스포츠가 보여주는 모습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여긴다. 또한 죽은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처와 묘지에서 만나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한다. ‘당시에, 아니 지금까지도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오직 나 자신의 인생뿐이다’라고 독백하는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고 오직 형식적인 관계만을 맺으며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작가로서의 영감도 잃어버렸고, 더이상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지도 이해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가 스포츠 기사를 쓰는 이유는 소외된 삶을 견디고 고통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일 뿐이지만, 그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상실과 죽음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대처하는 법
순간의 감정만이 유일한 현실이므로, 배스컴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열여덟 명의 여자와 관계를 갖고 대학 강사 같은 전혀 다른 일을 해보는가 하면, 새로운 도시에서 의미 없는 연애에 파묻히기도 한다. 의미 있거나 유일한 관계는 없으므로,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생각과 감정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선택해야 할 것은 아주 많다. 비록 전혀 아는 바는 없지만 호감을 느낄 만한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흥분해서 가슴이 마구 설렌다. (……)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있는가? 더 신비로운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더 기대할 만큼 가치 있는 다른 일이 있는가? 없다. 전혀 없다.(본문 중에서)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냉혹한 삶의 진실과 결정적으로 맞닥뜨린 그는 고정된 과거나 영원한 가치가 지배하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구원받으려 한다. 새로 사귀게 된 연인 비키도 소외감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이혼남 클럽 회원들과 모임을 갖거나 점을 보러 밀러 부인을 찾거나 교회를 찾아가는 심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와 관계를 맺는 이들은 그의 태도에 상처입고 그 또한 그 관계들에서 만족 대신 좌절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냉소주의를 깨닫고 인생에 대한 신뢰와 냉소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을 느낀다.

그렇다, 냉소다. 난 늙은 이아고보다 더 냉소적이 되어버렸다. 평생 저 터널 끝에서 오직 자기 자신만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즉 자기애만 추구하는 것보다 냉소적인 삶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당혹스러웠다.(본문 중에서)

거짓말이 불가능한 유일한 진실은 바로 인생 그 자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상실의 기억을 갖고 있다. 기존 질서는 해체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혼을 하거나 뜻 없는 죽음 혹은 사고를 겪는다. 비키의 아버지나 어머니도, 전처의 부모도, 이혼남 클럽의 회원들도 그러하며,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허브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는 사라졌고, 종교도 이상도 구원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 가운데 냉소주의를 비판하는 친구 월터 러켓과의 만남은 배스컴을 혼란스럽게 한다. 안전한 보호막으로서 세상과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고자 하는 배스컴과는 달리 월터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계에 대한 애착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배스컴은 월터에게서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나 인물들이 그가 벗어나고자 하는 죽음과 상실이라는 인생의 냉혹함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그는 그저 안락하고 자족하는 일반적인 미국인의 삶, 그 활기와 생기를 추구했을 뿐이다. 비키와의 만남을 통해 꿈꾸었던 것도, 스포츠 기사를 쓰면서 지키려고 한 것도 이러한 안온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부활절 주일, 비키의 집을 방문해 프러포즈를 하려는 순간 그는 월터 러켓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이 자살 소식과 함께 배스컴이 지탱해온 삶의 방식은 완전히 무너지고 그는 적나라한 곤경의 순간에 끈질기게 피해왔던 죽음과 구원의 문제에 다시 봉착한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긴 조문
나는 전혀 조용히 죽지 않았던 내 아들 랠프를 생각했다. 랠프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있는 힘껏 큰 소리를 냈으며 광포함에 싸여 저주의 말을 내뱉거나 농담까지 했다. 그리고 아들에 대한 내 조문은(우주인은 이제 막 시작이겠지만) 마침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통함과 진정한 슬픔은 상대적으로 짧다. 다만 조문은 길어질 수 있다.(본문 중에서)

그는 심리적 방황 속에서 자기 안에 묻어두었던 고통의 근원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결국 인생은 한번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라는 독백을 던지며 ‘답이 없는 질문이 존재하듯이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인생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조금씩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배스컴을 그 모든 삶의 혼란으로 빠뜨렸던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긴 조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예수가 다시 살아난 부활절 주간 동안 죽음과 구원이라는 문제에 끊임없이 천착하며 방황하다 마침내 인생의 껍질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맞는다. 그것은 ‘뭔가 느슨해지는 느낌, 풀려난 느낌, 가볍게 떠 있는 느낌’이며 ‘빛나는 순간을, 이 차가운 공기를, 이 새로운 생활을, 이 행복한 느낌을 가능한 오래, 아니 영원히 간직하고픈’ 느낌이다. 이는 죽은 아들 랠프가 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죽음의 문제를 받아들인 배스컴은 이제 희망을 단언하지는 않지만 삶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고 새로운 자유를 느끼게 된다.

구매가격 : 10,500 원

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도서정보 : 데일 카네기 | 2023-09-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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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가 알려주는 마음을 사로잡는 완벽한 화술
성공은 말하는 태도와

화술에 달려 있다!

말은 개인의 특성과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표현 수단이고, 특히 오늘날의 처세와 성공 여부는 말하는 태도와 화술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 말을 잘하는 방법은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응용하고 실행할 수 있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우물쭈물 쪼그라드는 당신도 카네기의 훈련을 받으면 갓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구매가격 : 7,000 원

말테의 수기(세계문학전집 238)

도서정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2023-1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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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영혼을 흔드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세계
기억과 망각, 이름 없는 죽음에서 찾은 존재의 자리

20세기 전반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반자전적인 산문문학 『말테의 수기』(1910)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원제는 ‘말테 라우리스 브리게의 수기’로, 덴마크의 몰락한 귀족 가문 브리게가家의 마지막 후손이자 스물여덟 살의 무명 시인 말테가 그 주인공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 없이 단편적인 71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에 말테가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거대한 것들에 대한 단상과 성찰이 담겼다. 모리스 블랑쇼는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소설이라 평했고, 고 이어령 박사는 “아름다운 영혼들을 만나보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작품”이라 평했다. 파리라는 대도시의 익명성 속에서 말테는 자기해체 직전에 있으며, 기억의 파편을 추적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다양한 형태의 불안을 묘사함으로써 삶을 재구성하려 시도한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초월하는 삶의 예감이다. 릴케가 20세기 초 불안과 고뇌의 나날을 거쳐 작가로서 후기의 대작 『두이노의 비가』를 쓰기까지 변모의 전환점에서 독특한 형식으로 자기성찰을 시도한 작품이며, 카프카의 소설들과 함께 20세기 새로운 리얼리즘을 추구한 문학사상 기념비적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삶을 노래한 시인
망각과 기억의 심연에서 길어낸, 살아가리라는 예감

프라하에서 태어난 릴케는 평생 유럽 각지를 여행했고,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프라하대학교에서 법학과 예술을 공부하던 무렵, 시집 『삶과 가곡』을 자비로 출판하여 무료로 배포했고, 그후 뮌헨으로 갔다가 베를린으로 옮겼다. 이때 발표한 일련의 서정시들에서 나타난 릴케의 세계는 공허하고 외로웠다. 스물다섯 살 때 톨스토이와 투르게네프에 매료되어 평생의 친구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러시아로 떠났고, 그 직후 20세기가 찾아왔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릴케는 로댕의 제자인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와 결혼해 예술인 공동체 마을 보릅스베데에 머물렀고, 예술가들과 교유하며 특히 로댕에 심취해 이듬해 파리로 옮겨가 사 년간 그의 작업실을 오가고 때로는 함께 지내며 『오귀스트 로댕』을 완성했고, 수차례 로댕론을 강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릴케는 벨 에포크 파리에, 대도시 파리에 압도되었다.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에서 “삶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이 두렵고, 파리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나 외롭고 외롭다. 오가는 모든 것이 나를 밀어낸다”고 쓰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경험한 릴케의 파리는 후에 말테의 파리가 되었다.

나는 지금 파리에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반색하고, 대부분은 부러워합니다.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파리는 대도시이고, 여러 가지 신기한 유혹으로 가득합니다. 나를 생각해보면, 어떤 점에서는 그런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고, 그 결과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성격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세계관은 조금 변했다고 할 수 있고, 어쨌든 나의 삶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내 안에서 모든 사물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이 차츰 생겨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지금까지 어떤 것보다 더 나를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는 몇 가지 차이가 존재합니다. 변화된 어떤 세계, 새로운 의미로 가득찬 새로운 삶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새롭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조금 힘겹습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일에도 여전히 초보자입니다. (본문 중에서)

젊은 시인 말테는 대도시 파리의 어느 골목, 다섯 층계를 올라간 춥고 좁은 작은 방에서, 고립된 삶 속에서 글을 쓰려 한다. 조각조각 떠오르는 기억들, 일상에서 마주친 두려움과 불안, 얼굴 없는 이웃들, 이름 없는 죽음들, 끊임없이 방 천장을 가로지르는 소음들을 생각하고, 글을 쓴다. 형식적인 구분은 없지만 소설은 페이지를 달리한 장을 기준으로 총 2부로 나뉜다. 1부는 파리에서 겪은 일과 과거의 기억들, 여섯 장의 태피스트리 연작 <여인과 일각수> 이야기까지이며, 2부는 입센과 베토벤, 보들레르, 사포, 루이즈 라베, 엘레오노라 두세 등 예술가들과 샤를 대공, 샤를 6세, 가짜 황제 드미트리, 교황 요한 22세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까지다. 그리고 2부 마지막인 성경의 ‘탕자’ 이야기를 통해 말테는 사랑받는 것을 거부하고 사랑하며 살리라고, 삶과 사랑의 방식을 바꾸리라고 암시한다.
삶의 문제를 고민했던 릴케는 그것을 끝까지 파보기 위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말테를 삶의 가장자리 끝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를 죽음 옆에 두었다.


시로 쓴, 시가 된 소설
릴케의 온 세계를 담은 유일한 장편소설

릴케의 전기와 말테의 허구 사이의 경계가 종종 모호해지는 이 반자전적 소설에서 파리는 덴마크 청년 말테를 무겁게 짓누른다.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 벽을 짚고 힘겹게 걸어가는 임산부, 죽기 위해 병원으로 몰려가는 듯한 사람들, 무도병에 걸린 남자, 수레를 끌며 꽃양배추를 파는 맹인, 나병 환자, 온갖 가난하고 지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모두 서로 대화도 하지 않는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 같고, 다가올 운명만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말테의 내면에 들어간 우리는 죽음이 가득한 흑백의 파리를 눈앞에서 보듯 그 내면의 두려움과 공명하게 된다.

나는 여기 내 작은 방에 앉아 있다. 나, 브리게는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여기에 앉아 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생각하기 시작하고, 생각을 한다. (본문 중에서)

말테는 짐 가방 하나와 책 상자 하나뿐인 허름한 방에서 고독하게 살고 있다. 그의 예민한 신경은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유난히 긴장되어 있다. 파리에서의 삼 주는 그를 흔들고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는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는 것부터 제대로 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살펴봐야 하고, 모든 것을 느끼고 이해해야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서 모든 기억이 자기 안에서 생명을 얻고 자기 자신과 분리될 수도 없을 때 비로소 진정한 시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부가 불안과 죽음의 책이라면, 2부는 사랑의 책이다.
어머니와 함께 레이스를 풀어 구경하던 일, 이웃 슐린가의 불타버린 저택을 방문한 일, 어린 시절 어른들의 선물에 환멸을 느낀 일, 용감한 샤를 대공 이야기 등 많은 회상이 등장하지만, 가장 큰 줄기는 사랑에 빠진, 사랑을 하는 여인에 대한 찬가다. 엘로이즈, 베티나, 사포 등 중세와 르네상스시대 여인들이 보여준 위대한 사랑에 말테는 이렇게 경탄한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불타버리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 기름으로 불을 밝히는 것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라져가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영속하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의 이야기도 그에게는 남에게 사랑받기를 거부하고 신의 사랑만을 구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해석된다.
쓸쓸한 영혼의 여정, 절묘한 시적 산문의 보물이라 일컬어지며 오늘날에도 현대인의 고독과 깊이 공명하는 이 “불안의 책”에서 말테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머물 ‘존재의 자리’에 도달한다고 암시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였다는 점에서 종종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27)와 함께 거론되지만, 사실 이 소설을 읽는 일은 지난할 수도 있다. 모든 문장이 규칙적이고 합리적이고 언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이 아니라, 먼저 감정이 나의 세계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글이 언어가 아니라 느낌으로 전달된다. 강렬한 감정을 표현할 때 그림이, 춤이 탄생하듯 릴케의 산문은 그의 감정이 그대로 문장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릴케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 핏속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장려한 언어를 듣고 그 언어로 시를 쓰겠다는 열망에 휩싸인 사람 같았다. 그의 앞에는 이 언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당혹해하는 일이 놓여 있었다.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0,500 원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세계문학전집 231)

도서정보 : 벤저민 프랭클린 | 2023-12-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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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성실만큼 재산이 되는 자질은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전하는 진정한 인생의 교훈

벤저민 프랭클린은 아메리카에서 태어난
최초의 철학자이며 최초의 위대한 문인이다. _데이비드 흄

아메리칸드림의 신화라 할 수 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1번으로 출간되었다. 한미한 집안 출신인 프랭클린은 독학으로 이어간 공부와 매사에 근면성실하고 정직한 태도만으로 문학 ‧ 과학 ‧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후손들에게 자신의 인생역정과 성공 비결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형식의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은 미국 산문문학의 전범으로 자리잡아 현재까지도 두루 읽히고 있다.

아메리칸드림의 원형, 미국의 신화 벤저민 프랭클린

사업가, 과학자, 철학자, 문장가, 정치가, 외교관…… 벤저민 프랭클린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며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으며, 미국의 독립과 건국에 커다란 공을 세워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100달러 지폐에 실린 초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프랭클린은 근면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여 많은 이들에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게 만들었고, 미국 식민지 시대에 유럽에서 높은 명성을 얻은 유일한 미국인이었다. 프랭클린과 함께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천재적이고 독창적이고 지혜로우며, 빼어난 상상력과 날카로운 관찰력을 지닌” 프랭클린이 “뉴턴이나 볼테르보다 유명하고 인품도 뛰어났다”면서, 당대에 자자했던 그의 명성을 증언했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의 제1부는 아들 윌리엄에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프랭클린의 어린 시절부터 공공 도서관 설립을 기획하는 시기까지의 일화를 다룬다. 그후 미국 독립전쟁으로 집필이 중단되었는데, 원고를 완성해달라는 여러 사람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제1부 끝에 첨부된 프랭클린의 친구 에이블 제임스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당신의 자서전이 발간된다면(그렇게 되리라 확신합니다만), 당신이 청년 시절에 갖췄던 근면과 절제를 배우도록 젊은이들을 이끌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은 커다란 축복이 될 것입니다. 당신처럼 아메리카의 젊은이들에게 근면과 검소, 절제의 본보기가 되고 사업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사람은 살아 있는 인물 중에는 없고, 혹여 여럿을 합쳐놓는다 해도 당신만 못할 것입니다. (104쪽)

지인들의 열화와 같은 격려에 힘입어 집필은 재개되었고, 프랭클린은 노환에 고생하면서도 자서전 원고를 완성해냈다. 이 책은 제임스의 예상을 뛰어넘어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영감을 주는 고전이 되었다.

노력형 천재가 전하는 성실한 인생의 교훈

프랭클린의 일생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오직 근면성실함을 수단으로 크게 출세한다는 아메리칸드림 그 자체다. 이 책을 통해 프랭클린은 자신의 처세술과 대화법 그리고 미덕의 기술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나간다면,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후대에 전하고 있다. 그는 그 교훈을 열세 가지 미덕의 목록으로 요약해두었다.

1. 절제 배부를 때까지 먹지 말고 취할 때까지 마시지 마라.
2. 침묵 다른 사람이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만 하라. 잡담을 피하라.
3. 질서 물건들을 모두 정위치에 두라. 하는 일의 각 부분에 정해진 시간을 부여하라.
4. 결단 해야 하는 일은 꼭 하겠다고 결단하라. 결단한 바는 꼭 이행하라.
5. 검소 다른 사람이나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 비용을 지불하지 마라. 즉 낭비하지 마라.
6. 근면 시간을 아껴라. 늘 유익한 일을 하라.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마라.
7. 성실 남에게 해로운 사기를 치지 마라. 공정하고 솔직하게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할 경우에는 그 생각에 따라 말하라.
8. 정의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혹은 당연히 줘야 할 보상을 주는 일을 미루지 마라.
9. 중용 극단을 피하라. 상대방에게 화를 낼 만한 상황이라도 분개하여 해를 입히지 말고 참아라.
10. 청결 신체, 의복, 거주지에 지저분함을 용납하지 마라.
11. 평정 사소한 것에 동요하지 마라. 흔한 사고 혹은 불가피한 사고에 당황하지 마라.
12. 순결 건강을 지키고 자손을 낳기 위해서만 섹스를 하라. 정신이 혼탁해지거나, 약해지거나, 자신이나 상대방의 평화 혹은 명성을 해칠 정도로 몰두하지 마라.
13. 겸손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모방하라.

물론 프랭클린에게조차 이 원칙들을 철저히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열세 가지 미덕을 완벽히 지키지 못하는 일이 생기자 그는 이렇게 둘러대기도 했다. “이성을 가장한 것이 이렇게 속삭여온다. 내가 실천하려고 하는 이런 극단적인 미덕은 일종의 도덕적 겉치레일지도 몰라.” 프랭클린의 이런 다면적이고 상충적인 모습 때문에 자서전은 더욱 흥미진진하고 입체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비록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프랭클린은 위와 같은 미덕을 갖춘 사람이라면 더 생산적이고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사회를 꿈꿨다. 구성원이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이성을 가진 인간이 군주제나 귀족제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사회, 창조성과 지식의 진보가 교회나 검증되지 않은 신념의 제약 없이 번성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려 애썼다. 다시 말해 자신과 같은 초라한 배경의 소년도 마음껏 재주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사회를 동경했고, 그 사회를 직접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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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도서정보 : 로버트 M. 새폴스키 | 2023-11-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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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폭력성, 공격성, 경쟁을 이보다 더 잘 다룬 책은 없었다!
우리 본성의 ‘특별한 잔인함’과 ‘희소한 이타성’, 그 양면성에 대한 영웅적 통찰!

“이 책을 읽는다면, 다윈도 감격했을 것이다!” - <뉴욕 타임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안내자”라 칭하고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저술가”라 평한,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의 저서 『행동』이 드디어 한국에 출간됐다. 집필에만 10년 이상 걸린 역작으로, 출간 이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등극, 도서상 수상, <워싱턴 포스트> ‘올해 최고의 책’ 선정 등의 쾌거를 이루며 대중과 학계의 관심과 화제를 모은 이 책은 ‘인간 행동의 과학을 개괄하려는 눈부신 시도’이자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한 세계로 안내하는 명쾌한 가이드’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왜 인간은 서로에게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굴고, 또 때로는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러워지는가?”라는 것. 우리 본성의 ‘특별한 잔인함’과 ‘희소한 이타성’, 그 양면성에 대한 답을 추적하고자 저자는 신경생물학부터 뇌과학, 유전학은 물론 사회생물학과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최첨단 연구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종합해 살펴본다. 그리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삼아, 인간사회의 부족주의와 외국인 혐오, 위계와 경쟁, 도덕성과 자유의지, 전쟁과 평화에 관한 가장 심오하고도 모순적인 질문들에 답한다. 세계적 과학 저널 『스켑틱』의 창간자 마이클 셔머가 이 책 『행동』을 “『총균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통섭의 장엄한 정점”이라고 극찬하고, <뉴욕 타임스>가 “이 책을 읽는다면 다윈도 감격했을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구매가격 : 44,000 원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 205)

도서정보 : 변윤제 | 2023-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나는 한 번도 너 같은 종류의 가만히는 원한 적 없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한 가만히 동호회.”

순진하고 귀여운 표정 아래 숨겨진,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크고 단단한 힘

변윤제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출간!

문학동네시인선 205번으로 변윤제 시인의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를 펴낸다. 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변윤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음매 없이 아우르는 시의 확장성”과 “발랄한 상상력” “말들의 좌충우돌이 빚어내는 시적 활기”(시인 김언희)가 괄목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여 동안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이 발표한 시 38편을 엮는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번 시집 중 1부의 부제는 ‘They’이다. 「음악의 편리와 료칸의 별」에서 “너와 있을 땐 불행의 편이고 싶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너를 통해 “한 명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의 발소리”를 듣는 귀를 지닌 자이다. ‘나’가 아니라 ‘너’를, ‘자아’가 아니라 ‘타자’를, “위로하는 나”가 아니라 “누구를 보살피느라 위로 자신을 돌보지 못한” “위로”(「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한 달」) 그 자체를 헤아리는 시인의 시선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대신 주변 상황과 바깥세상을 향해 있다. “시가 사람의 일, 삶의 일임을, 자기 몰두를 넘어 현실과 타자에 깊숙이 연루되는 일임을”(김언희) 보여준다는 심사평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인도에서 온 케밥 판매원 “아디타”(「체류자들」), “끔찍함이라는 단어를 번역 못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하는 “번역가 친구”(「것들」), 민박집을 운영하는 “친절한 노부부”(「인도식 키친―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모든 물은 아래로 흐르는데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등은 모두 ‘타자(They)’이지만, 시인은 그들이 살아내는 고된 하루하루를 살피면서 이들의 “매일이 선물이 아니”(「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라 할지라도 “우린 노을빛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적당히 우스워지며 실패를 사로잡는 법”(같은 시)을 터득한 시인은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라고 능청스럽게 의지를 다잡으면서 읽는 이에게도 삶을 살아낼 힘을 전해준다.

이 동물은 햇살을 담기 위해 길러집니다. 그 속엔 거울이 있고, 고원이 있고,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다시 바라보면.
안개 속입니다. 안데스 고원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알파카. 흉곽에 구름을 충전하고 싶습니다. 손금이 달라질 때마다.

(……)

몽실한 머리를 보세요. 귀여움이고, 그러니 잔인함이고.
블랙홀을 예수라 믿으며 자신을 파고든 사람들처럼.

소용돌이칩니다. 사라지지 마세요. 모두 다 우연이니까.
알파카의 털 속으로 파도가 치고. 복슬복슬 물살을 들이마시면.
이 거짓말은 전부 겪은 일입니다. 눈 뜨면 변기 위에서의 주절주절. 커피숍에서 안데스 고원으로. 새로워지라니 참 진부한 얘기였군요. 다시 눈 뜨면 으악으악.
_「알파카의 세계」 부분

한편, 2부 ‘알파카 공동체’는 ‘아웃 복서 알파카 양’ ‘주식회사 알파카 건설의 직원’ ‘대필 작가 알파카’ 등 다양한 ‘알파카’가 등장하는 연작시이다. “몽실한 머리”를 지닌 알파카는 언뜻 귀여워 보이지만, 시인은 알파카에게서 “잔인함”(「알파카의 세계」)을 발견한다. 알파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오해가 산사태를” 만드는 위태롭고 부조리한 “안데스의 꼭대기”(「못된 알파카 친구들에게」)이고, “연민은 나를 싫어”(「우리의 명랑한 얼룩무늬」)하는 비정한 세상이며, “보이는 것만 믿고 있”는 “모두가 사이비 종교”(「알파카 공동체」)인 무대인 것이다. 특유의 명랑한 어조로 진행되는 알파카 연작시에서 독특한 비애감과 날 선 비판의식으로 인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러한 시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알파카’는 어떤 의미일까? 문학평론가 최선교는 해설에서 ‘알파카’를 “의미가 발생하기 직전의 무의미한 기표 상태”라고 해석한다. ‘알파카’는 구체적인 외양을 지녔음에도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마치 의미가 담기지 않은 듯한 텅 빈 기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알파카’는 역설적으로 모든 의미가 될 수 있다.

슬픔이나 절망은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시인은 시인의 방식으로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찾는다. 언어는 시인의 방식이며 변윤제는 바로 그 방식을 사유함으로써 존재를 가두는 모든 종류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2부의 부제인 ‘알파카 공동체’가 한 마리의 알파카(단수)로 완성될 수 없듯이, ‘알파카’라는 기표가 단 하나의 의미로 예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읽으려는 독해가 요청된다. 읽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의미가 개입할 때 비로소 시가 아름다워지듯이, ‘공동체’라는 말이 암시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연대가 완성되는 방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변윤제는 ‘알파카’라는 텅 빈 장소를 제공하며 반드시 한 명분 이상의 몫이 개입될 때만 비로소 완성되는 시적인 정치성, 정치적인 시성(詩性)을 그려내는 것이다. _최선교(문학평론가), 해설에서

3부 ‘변연계―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내밀한 자기고백적인 시들로 채워져 있다. “대학 병원에 혼자” 있으면서 “아픈 사람보다 평범한 것”(「평범한 일 1」)에 눈길을 주는 시적 화자는 “일기 속 상처는 특권이지만,/ 역시 평범한 일”이라고, “절망 이후에 기어코 다정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평범한 일”(「평범한 일 2」)이라고 여기면서 스스로의 고통을 과장하지 않는다. “신보단 나를 잘 그리는”(「자화상」) 화자는 “위력이 넘치는 세상”(「평범한 일 3」)에서도 “삶이 아름답다는 오래된 믿음을 소중히” 여기면서 “제외된 삶의 이파리를 바라”(「평범한 일 4」)본다. 이와 같은 시편들에서 고립을 자처하지 않고 주위를 부지런히 살피면서 자기긍정성을 발견해내려는 이의 고요한 안간힘이 아름답게 넘실거린다.

볼 수 없다는 건
어두운 까닭이 아니라
마음이 마음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아버리는

그런,
평범한 날

사람에 실망했으므로
나는 더욱 사랑스러울 것이지
_「평범한 일 3」 부분

“무거운 문제들을 자연스러운 어투로 다루는 솜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상상력, 한 톨의 억지 없이 순식간에 세계를 넓게 확장해 현실을 ‘새로이’ 보게 하는”(시인 박연준) 변윤제의 개성은 4부 ‘Make Your Death’에서도 유감없이 펼쳐진다. “빠져버리자 머리머리/ 머저리들아”라며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미움”에 신랄한 유머로 맞서는 「탈모 예방법」, “쑥 하고 들어가는 칼끝”처럼 번뜩이는 감각을 드러내는 「수박 만드는 사람」,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 존재론적인 질문을 특유의 경쾌한 어조로 건네는 「한때 우리집 고양이와」, 민트초코 유행을 따라 라면에 치약을 넣고 끓이다가 “자꾸 그렇게 곁눈질하지 말아요/ 세상에 대한 안목이 생겨버릴 것 같잖아요?”라며 “참신하다는 말”이 도리어 “모욕”이 된 세태를 풍자하는 듯한 「민트초코가 유행이라서」 등이 실려 있다.

가만히 멈춰라.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시작된 동호회.

(……)

나는 한 번도 너 같은 종류의 가만히는 원한 적 없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한 가만히 동호회.
가만히 부르는 순간 가만히 있던 그림자가 떨어져나가고.
제 털을 가만히 기르던 먼지떨이가 부서져버리고.
벽에 가만히 스며들고 있던 제 등이 제 척추에서 떨어져나가서.
사방이 저로 가득한.
동호회라기보다는 가만히 의회에 가까워집니다. 가만히로 구성된 제국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가만히 다가오는 비명에 대해.

(……)

그대여.
가만히 멈추라고요?
가만히야.
나는 나의 가만히를 끌어안습니다.
가만히의 기다란 코가 내 목을 살며시 조릅니다.
아, 가만히.
그리하여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가만히 동호회.
_「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 부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는 시인의 데뷔작으로, “시 아니고서는 다른 말로 표현할 길 없어 쏟아부은 에너지”(시인 박연준)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가만히’란 “묵은 것,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구린 것, 탐욕 때문에 가려져 있던 것, 유행하는 것, 자본주의의 등잔 밑에 있는 것, 폭언과 침묵 사이를 오가는 것”(시인 오은) 등을 의미하는 말로 읽히지만, 더 나아가 한국에서 2014년을 지낸 이들에게 동일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선교는 해설에서 ‘가만히’라는 말이 “가만히야”라는 사랑스러운 호명으로 인해 하나의 주어가 되는 순간 의미의 감옥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인다고 짚어낸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명령,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이 발화된 2014년의 그날로 시를 해석하려는 의도조차 시는 거부하고 있다고, “삶이 언어를 초과하는 것처럼, 언어 역시 삶의 맥락에 귀속되지 않는다. 변윤제는 이 말장난 같은 삶과 언어의 관계를 통하여 삶이 말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말이 삶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변윤제는 타자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사회 부조리를 서슬 퍼런 시선으로 감지하는 믿음직한 신인이다. 우리 개인을 향한 속 깊은 위안과 이 사회를 향한 재치 있는 일갈을 번갈아 건넬 줄 아는 그의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는 묵은해를 보내고 맞이할 새해를 그려보게 되는 이 시기, 우리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하는 힘을 건네는 시집이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친애하는 동무들

도서정보 : 노은희 | 2023-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언니, 천국에서 만나드래요”

“목숨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지하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생명을 포기하고 북한에서 탈출했다”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화창작지원 선정 장편소설

탄압받는 북한 지하교회를 통해
장막 뒤 간절한 신념을 그리는,
노은희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노은희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작가는 2003년 창주문학상으로 등단한 후 소설집 『우아한 사생활』 『트로피 헌터』, 장편소설 『다시, 100병동』뿐만 아니라 여러 동화와 에세이를 발표하며 탄탄한 서사와 문장력으로 독자와 만나왔다. 김미월 소설가가 말했듯 “양지에 있지만 그늘을 바라보는 작가”인 저자가 이번 『친애하는 동무들』에서는 장막 뒤 그늘 속의 간절한 신념을 그린다. “성경 말씀을 큰 소리로 읽고 싶고, 찬송가를 목청껏 불러보고 싶어” “하나뿐인 생명을 걸고 북한 땅에서 도망”친 북한이탈주민 순자와 북한 지하교회를 지키기 위해 남으로 향했던 발끝을 다시 북으로 돌린 순영의 서사는 북한 종교활동의 참혹한 실상을 핍진하게 그리며 내레이션처럼 잔잔히 이어지는 문장으로 순교적 신앙을 들려준다.


여덟 편에 담긴 여덟 가지 시선

작은 동네 미용실을 운영하는 재은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 북한이탈주민인 순자를 고용하고 있다. 귀찮은 일도 눈살 한번 안 찡그리고, 재은에게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살갑게 구는 순자 덕에 재은의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다. 미용에 대한 꿈을 안고 있는데다 북한 음식까지 정성 들여 만들어오는 순자에게서 재은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심부름 간 게 맞아요? 리순자에 대한 물음인 듯하다. 둘째 며느리의 물음에는 의구심이 가득 묻어났다. 북한 사람들은 좀 그렇잖아요. 책임감도 없고 이것저것 타먹는 돈도 쏠쏠하다고 들었어요! 말기암 병동의 환우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는 사람이, 앞뒤 사정도 모르고 리순자를 의심하는 것에 화가 났다.
-「친애하는 동무들 1: 재은 편」에서

북한에 성경 보내기를 하며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해 활동하는 순자는 자신의 탈북 때 정한 계획대로 브로커와 접촉해 동생 순영과 지하교회 성도들의 탈북을 추진한다. 그런데 국경 근처까지 왔다는 순영이 일행과 함께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순자는 동생을 찾아 북한에 들어갈 결심에 중국으로 향한다. 순영 일행이 다시 북으로 향한 이유는 미란이 기도 중에 들었다는 “북에 남으라”는 계시 때문이었다. 돌아가서 발각되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가혹한 고문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일행은 동요하기도 했으나 마지막 결정은 함께 북한의 지하교회를 위해 다시 발을 돌리는 것이었다.
순자와 함께 남으로 온 해진, 순영 일행의 종교적 신념을 접하고 성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브로커 등 작가는 작중 인물들을 화자로 한 여덟 편의 서사를 풀어놓았다. 북한과 남한,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여덟 개의 이야기는 자유에 대해, 종교에 대해, 분단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한다.

북한문학이자 기독교문학의 금자탑

‘북한의 지하교회’는 북한과 기독교,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보위부에 들켰을 때를 대비해 면도날을 숨겨넣은 성경책을 전달받는 북한 성도들의 소망은, 온몸을 비틀며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십자가를 보고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있는 곳, 회개기도를 소리 내서 해도 누구도 잡혀가지 않는 곳이다. 그 소망을 위해 그들은 가방 “맨 위 잘 보이는 곳에 그라목손을 올려두”고 탈북을 감행한다.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국경 근처까지 왔을 순영 일행이 “북에 남으라”는 계시를 받고 북한으로 발을 돌린 것은 지하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순교적 신앙심이다. 산에서 몰래 예배를 드리다 누군가의 밀고로 체포되어 처참히 사살당한 차덕순 선교사 이야기, 1957년 종교를 탄압하는 김일성을 지지하지 말라고 외치다 사살당한 이만화 목사 이야기 등 순교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북으로 되돌아간 순영 일행의 신앙심을 더욱 숭고하게 만든다. 박찬일 문학평론가가 해설에서 “선교-순교문학의 금자탑이”이라고 평한 이유이다.
또 하나, 『친애하는 동무들』 속에는 남한 사람, 다시 말해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이 있다. “북한의 상황에 관해서이고, 북한의 언어에 관해서이다. 그들의 한숨, 그들의 처지, 그들의 어투, 나아가 북한의 (생소한) 여러 이름, 제도 및 장치들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한 박찬일 문학평론가는 “남한의 작가 노은희의 『친애하는 동무들』은 외부자 시점으로 북한 리얼리즘의 외양을 넓혔다”고 말한다.

나라고 어찌 북에 남고 싶갔어요. 하지만 주님의 음성을 어찌 어길 수 있단 말입네까. 이것은 내게 부탁하신 일이 아니라요. 주님의 명령입네다. 북에 남아 복음을 계속 전하라는, 북에 남아 우리의 예배처소를 지키라는 주님의 명령입네다.
-「친애하는 동무 5: 미란 편」에서

작가는 작품을 쓰기까지 북한 지하교회 관련한 자료를 모으고 북한이주민을 만나 북의 실상을 전해듣는 과정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한 그들 모두가 참된 순교자였고, 신실한 그들의 믿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관련 기사마다 한결같이 그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악플이 달린다. 이번 작품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을, 나아가 분단을 함께 아파하는 연대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여전히 숨어서 성서를 읽어야 하고, 생명을 담보로 한 신앙생활을 하는 나의 친애하는 동무들이 언제쯤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위태로운 그들의 삶에도 늘 함께하시는 주님의 변치 않는 사랑을 믿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10,500 원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

도서정보 : 권민경 외 9인 | 2023-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내게 없는 당신이
여전히 내게 머물고 있는 걸 알게 하기 위해
묻어놓고 간 것이 저 나무가 아닌가 한다”

아렴풋한 진실이 일렁일 때
그 너머로 나아가는 존재의 몸짓

우리 세계에 숨은 진실을 탐사하는
시인 10인의 시적 모험

이 시집에 수록된 시인들의 개별 작품이 지닌 독창적 목소리의 심연에는 낯선 세계를 향한 모험적 만남과 그 세계의 비의성을 탐색하는 험난한 도정을 마다하지 않는 시인의 숙명이 자리하고 있다.
_고명철(문학평론가, 광운대학교 국문과 교수)


10인의 다채로운 시를 엮은 앤솔러지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이 교유서가에서 출간됐다. 앤솔러지의 제목은 김안의 시 「맏물」에서 가져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뛰어난 문인들에게 창작지원금과 함께 출간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문화재단의 사업으로 10인의 시인들이 한 시집에 모였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들을 모은 게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는 시인들의 시편을 엮으니 뚜렷한 특징 대신 독특한 모양새를 지닌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권민경, 김개미, 김안, 노국희, 손택수, 윤의섭, 이유운, 이재훈, 임지은, 전영관 등 세대와 성별의 제한 없이 오로지 ‘시’로 연결된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불)협화음이 찬란하게 빛나는 시집이다.


낯선 세계를 향한 모험과 험난한 도정을
마다하지 않는 시인의 숙명

세계에 대한 인식에 운율을 부여한 것이 시라지만,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에 실린 시들을 보면 이것이 정말 시의 본질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저마다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상상력을 더해 표현한 10인의 시 세계가 그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불빛도 보이지 않는 밤이 오면 블라인드를 내려 밑줄을 만든다 이건 한겨울에도 여름 이불을 덮은 시야 배가 차가워지지 않게 살살 문지르는 시야 방충망에 달라붙은 윙윙윙처럼 되돌아오는 시야
_임지은, 「창문으로 쓰는 여름 시」 부분

시는 일상적 사물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들기도 한다. 임지은은 창문을 종이로 삼고 블라인드로 밑줄을 그어 그 위에 시를 쓴다고 표현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창문과 그것을 덮은 블라인드를 활용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처럼 일상의 소재로 통통 튀는 창의력을 발휘한 시가 있는가 하면, 본질적인 의문을 파고든 시도 있다.

심장에 상처가 새겨진 듯도 하다 가끔 아프고 가끔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그러나 희미해지고 아물고 지워지면 그러니까 해변의 발자국이 파도에 쓸려 가면 새벽별이 아침 햇살에 녹아버리면 봉분 올린 무덤이 폭우에 가라앉으면 내게 남아 있는 상흔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면
나는 잠깐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었다
_윤의섭, 「기억흔적」 부분

윤의섭의 시 「기억흔적」에서 심장에 새겨진 상처는 이따금 고통을 유발하며 오히려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반면, 파도에 쓸려 가는 해변의 발자국이나 아침 햇살에 녹아버리는 새벽별이나 폭우에 가라앉는 봉분 올린 무덤은 흔적 없이 사라짐으로써 삶의 유한성을 부각한다. 심장의 상흔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면 ‘나’ 역시 “잠깐 부풀어 올랐던 거품”일 뿐이라는 인식은 삶과 죽음, 인간 존재의 현존에 대한 시인의 통찰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힘껏 울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자기보다 가여운 것이 없다는 듯, 시라는 것이 물속의 말인 듯. 그러나 그에게 허락된 것은 그저 흐르지도 멈추지도 않는 물뿐이었다. 시인은 잠시 울음을 멈추고 양손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려 하는데, 도통 얼굴에서 손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무것도 흐르지 않은 탓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시인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고, 객석의 뒤통수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_김안, 「문학 특강」 부분

수많은 사람 중에 시를 쓰는 사람은 어떤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을까? 아니면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기라도 한 걸까? 시를 읽는 사람들은 무언가 깊은 뜻이 있겠지, 하며 파고들지만 시인은 내가 뭐라고 시를 쓰고 있나,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환멸과 시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 정직하게 시를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시적 화자의 고뇌는 곧 시인의 숙명일 것이다.

시인은 가려진 것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가려진 저편의 것에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시로 바꾸어내는 사람이다. 우리의 앞을 “간밤의 폭우”(「맏물」)나 “어떤 절취선”(「무빙 이미지」)이 가로막고 있다면, 시인은 그 너머에 “흰빛을 발하는 거대한 외눈들”(「문학 특강」)이 빛나고 있을지라도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명백한 장면을 투명하게 지나치지”(「근린공원, 5 am」) 않고 “밤보다 더 깊고 푸르게 격렬해지는”(「문학 특강」) 사람일 것이다. 10인의 시인이 떠나는 시적 모험과 그들이 걷어낸 진실의 장막 너머를 마주하다보면 아렴풋이 지나쳤던 또다른 진실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구매가격 : 8,400 원

남과 북, 좌와 우의 경계에서

도서정보 : 김경일 | 2023-1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언론인이자 경계인 주성하가 들려주는 ‘진짜’ 북한 이야기
그리고 분리할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남한 이야기

“여전히 나는 한국에서 탈북 기자로 불린다.
해외에서 태어나 현지 대학까지 마치고 한국에서 기자가 돼도
미국 출신 기자, 중국 출신 기자라고 부르진 않는다.
하지만 내게 붙은 출신의 꼬리표는 죽을 때까지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왜 목숨 걸고 여기에 왔는지 잊지 말라’며
불쑥불쑥 심장을 두드리는 무엇인가가
내 몸에 남아 있는 한 기꺼이 경계선에 서 있을 것이다.
_「탈북해 한국에서 20년을 살아보니」에서

이 책은 북한 출신 언론인이자 경계인 주성하가 들려주는 북한의 진짜 이야기들이다. 남과 북의 관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건,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비화, 발굴하고 취재한 사건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최근 남북 관계의 흐름과 북한의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책에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동아일보〉에 격주로 써왔던 150편에 가까운 칼럼을 실었다. 저자가 10년 동안 써왔던 글은 분량도 상당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에 대한 다양하고도 풍부한 지식이 가득하다.

책을 펼치기 전에 우리가 저자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언론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접하는 정보로는 북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그럴 만한 신뢰를 갖기에 충분하다. 그는 김일성대학을 나와 세 번 탈북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북송되어 6개 수감 시설을 옮겨 다니며 북한의 인권 유린을 직접 경험했다. 그러다 2002년 한국에 입국했고 동아일보 공채에 합격한 뒤 꾸준하게 남과 북의 권력을 비판하고, 좌와 우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댔다.

주성하가 쓰는 북한 관련 글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가 단지 그의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그의 글이 한국은 물론 해외, 심지어 북한에서도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만큼 심여를 기울여 쓰는 글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가 경계인의 관점으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는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으로 와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북에서 태어나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거기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곳과 저곳을 똑같이 애정할 수밖에 없고 똑같이 비판할 수밖에 없다.

“저는 대한민국과 적대관계인 북한도 사랑합니다. 북한은 저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가족과 형제, 친구들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 그래서 그 사랑하는 마음에 비례해 전대미문의 연좌제와 독재로 인민을 노예화하고, 그들의 행복과 번영을 막고 있는 북한 김정은 독재 정권에 분노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말」에서

알려진 북한 소식을 더 깊고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은 북한 소식을 새롭고 다양하게

저자는 우리가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북한 관련 소식을 다시 읽어주며 그 이면의 실상을 더 자세히 들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어디에서도 접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경험을 통해, 그리고 최근 탈북민이나 정보원의 취재를 통해 드러낸다.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사회성분이라는 제도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정해진 운명을 살아가야 하는지, 왜 북한이 계속 공사판을 벌여놓는지, 그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 들려준다. 2010년 우리 사회를 불행에 빠뜨렸던 천암함 피격 사건 당시 1번 어뢰의 비밀에 대해서도 국내에 들어온 전문가의 입을 통해 증언을 풀어내기도 한다. 북한이 매번 펼쳐 보이는 열병식이 얼마나 허세에 가득한 것인지, 왜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지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책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군사,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면을 최근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사실, 현상을 통해 세목 세목 들여다볼 수 있다. 북한 관련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뿐만이 아니다. 남북 관계와 대북 정책, 북한이탈주민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 인도적 지원에만 한정하는 한국의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어떻게 하면 조회 수만 노리고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가짜 북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지 말한다. 탈북자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선교해온 단체의 목사 억류 사건을 통해서는 묵한 주민의 생명도 고귀한 것이라는 시각을 담았고, 한 탈북자의 삶을 다룬 영화 〈크로싱〉의 실제 인물을 통해서는 감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남북 문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관심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 뉴스가 전해질 때나 잠깐 관심이 쏠리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남북 문제는 언제나 현안이지 않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현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주성하는 경계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여전히 안온하지 않은 삶일 것이고,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사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계에 서서 남과 북을 가르고 좌와 우를 아우르는 그의 존재가 소중하고 고마울 뿐이다.

“서울에선 탈북 기자, 평양에선 한국 기자로 불릴 삶이 내키지는 않다. 그러나 ‘왜 목숨 걸고 여기에 왔는지 잊지 말라’며 불쑥불쑥 심장을 두드리는 무엇인가가 내 몸에 남아 있는 한 기꺼이 경계선에 서 있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바뀔 수 없는 내 운명인 듯싶다.”
―「탈북해 한국에서 20년을 살아보니」에서

구매가격 : 16,500 원

신세기 사랑 이야기

도서정보 : 찬쉐 | 2023-12-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는 모두 다른 종류의 내면에 있다”

현재 중국 문학에서 가장 창의적인 작가
밀도가 높으며 놀라울 정도로 이정표가 없다
삶과 죽음, 깨어 있는 것과 잠자는 것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다
비밀의 세계에서 깨달음을 찾는 사람들의 입체적인 이야기


수수께끼 같고 종잡을 수 없는 세계, 새로운 세기의 사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찬쉐의 대표작이 출간됐다. 보르헤스, 칼비노에 견주어지며 자신만의 신화적 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신세기 사랑 이야기』다. 추이란, 웨이보, 미스터 유, 샤오위안, 미스 쓰, 아쓰, 닥터 류…… 이들 등장인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욕망을 품고 있다.
룽쓰샹과 그 동료는 방직공장에서 일하면서 솜 부스러기를 너무 많이 흡입해 직업을 바꿔 온천여관의 성 접대부가 되고 싶어한다. 자기 욕망도 충족시킬 겸 조금 편하게 살고자 하는데 나이가 많은 게 걸림돌이다. 하지만 계략을 잘 짰더니 살아남을 방법이 있었다. 게다가 힘 좋은 여성들의 진면목을 남자들은 알아봐준다.
예쁘장하게 생긴 계량기 공장의 창고 관리인 추이란은 축 처진 마음을 추스르러 온천탕에 왔다가 이들 여성과 마주친다. 게다가 역겹게 생긴 미스터 유까지 나타나 추파를 던진다.
추이란이 달갑잖게 여기는 비호감 인물 미스터 유는 골동품 감정가인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깊이를 드러낸다.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역겹게 생긴 건 단점일까? “그건 단점이라고 볼 수 없지. 누구나 다 남을 역겹게 하는 부분은 있으니까.”
온천을 들락거리는 남녀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표면을 다룬다. 욕망은 쉽게 변해 이들은 파트너를 바꾸곤 한다. 그런데 그 표면은 지하 동굴까지 파고들 만한 심연을 감추고 있다. 찬쉐 소설의 장면 전환은 장소 간의 이동이라기보다는 꿈과 현실 사이의 이동, 사람들의 심연과 심연 사이의 건너뛰기다. 또한 넷째 숙부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인물이 등장해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실마리를 남긴다.
실험적이고도 환상적인 구조로 짜인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몇몇 단어를 눈에 띄게 흩뿌려놓았다. ‘내면에서 온 사람’이 그중 하나다. 성 접대를 하는 여성이나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표면을 부유하는 삶을 살 것 같지만, 실은 표면이 곧 내면이고,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이 “내면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릴 만큼 꿰뚫는 시선을 갖고 있다.
제목에도 나오듯, 소설 속 인물 모두 세속과 저세상의 사랑으로 얽힌 관계다. 하지만 그들은 욕망에 ‘갇혀’ 있지 않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사랑은 그쪽으로 흘러가고, 떠나보내는 이는 자기 파트너가 참사랑을 찾아 떠났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빼앗아간 동성에게도 더없는 친밀감을 느낀다. 사랑은 고여 있지 않고 흘러갔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찬쉐의 소설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다’ ‘변화무쌍하다’ ‘수수께끼 같다’는 평을 받곤 한다. 이를테면 아쓰라는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이웃 노인이 망원경으로 몰래 엿본다. 그러자 아쓰는 자기 애인한테 말한다. “난 저런 게 좋아. 저러고 있는 게 바로 세계 종말 아니야? 저 사람 옆에 아카시아가 있다. 키스해줘, 아니, 여기다 해줘. 아, 진짜 좋아. 나 저 노인 사랑하는데, 믿어져?” 성애적인 것에 작가는 환한 빛을 비춘다. 여자에게든, 남자에게든.
앞서 말한 추이란의 애인은 웨이보인데, 웨이보는 접대부 룽쓰샹과도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룽쓰샹은 남자들한테 “조신한 여자”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이런 평가는 정작 룽쓰샹에겐 불만이어서 온천탕에서 만난 추이란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조신한 여자던데. 우린 그런 말이 별로 달갑지 않더라고.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러자 추이란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만다. “나도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은데.” 작가는 이들 인물이 모두 실용적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집이 있다는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데”

추이란은 그동안 쌓인 휴가를 한 번에 몰아서 어느 날 고향을 방문했다. 시골 동쪽에 사는 친척 오빠는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아내와 단둘이 200평 면적의 논농사를 지으며 닭과 오리도 기르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 추이란은 ‘오빠’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곧 오빠 부부가 나왔는데 키는 난쟁이 같고 피부는 석탄처럼 까만 데다 뭔가에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게다가 밤중에는 나무 위나 논두렁에 앉아 있었다. 올케언니는 더했다. 곤충 울음소리를 내는데 마치 매미 같았다. 추이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오빠는 말한다. “우리가 왜 나무에 앉아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 다 알아. 땅이 울부짖는 소리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어. 침착하게 뭔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말이야.” 추이란은 문득 친척 오빠 부부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오빠는 중요한 징검다리다. 이후 전개에서 드러나듯 추이란과 그 애인 웨이보 사이를 오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인 샤오위안 역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학교 선생인 그녀를 좋아하는 제자들은 그녀를 쥐와 식물의 세계로 이끌고, 주변 인물들은 그녀가 ‘내면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차린다. 늘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는 샤오위안이 내뱉는 한마디는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듯하다. “여행이 좋아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으니까. 고향에서도 한곳을 정해 머물면 오히려 떠돌이가 된 느낌이 들죠.”
소설 속 인물들은 집을 가진 사람조차 고향을 찾아 떠돈다. 가령 미스터 유는 이런 말을 한다. “집이 있어서 정말 좋겠다. 나한테 그런 건 천국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인데.” 이 말을 들은 웨이보는 오히려 미스터 유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그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전개되며 점점 드러나듯, 미스터 유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변화무쌍하다. 이 인물들은 모두 상대방의 심연을 불현듯 알아차린다. 비록 자기 자신은 “죽도 밥도 아니”고, 정신이 온전하지도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가치는 보지 못하나 상대방 혹은 내 애인을 빼앗아간 사람에게서는 빛나는 가치를 발견한다. 가령 미스터 유는 “저는 무용지물, 빈껍데기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오페라 가수 부부를 존경한다. 사실 가수 부부 중 남편은 고지식해서 아무거나 주워먹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유령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며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꿈의 환각 작용과도 같다. 현실과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경험을 주인공들 누구나 한다. “난 이렇게 도로에서 어슬렁대는 걸 가장 좋아한다네…… 화장도 지우지 않고 다니는 거지. 귀신처럼 보이게 말이야. 이러고 돌아다니면 죽은 남편이 보이기도 한다오.” 그 환각은 작품 전체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식물, 지하 동굴 그리고 향기의 세계

추이란의 소설은 감각적이다. 특히 시각과 후각 면에서. 작가는 몇몇 인물의 시각을 박탈한다. 웨이보는 자신의 고향이 정확히 어디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그건 어릴 적 아버지가 매년 아들을 고향에 데려가면서 눈을 안대로 가린 후 맹인인 척하게 했기 때문이다. 어린 웨이보는 고향에 가고 싶어 얌전하게 눈을 가린 채 꿈쩍 않고 기차칸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 여정에 들어서는데, 나중에 수감되면서 감옥이 바로 고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웨이보의 아내 샤오위안은 어느 날 출장 가려고 동북지방행 기차를 탔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맹인이 자신을 ‘귀뚜라미’라고 부르라 했다. 둘이 대화를 나누던 중 샤오위안은 귀뚜라미 오빠가 평생 한곳에 붙박여 있었을까봐 염려되어 말한다. “고생 많았어요, 귀뚜라미 오빠. 부뚜막에 계셨다죠? 나 같았으면 잡목숲의 은둔자나 방랑자가 되고 싶었을 텐데.” 이런 샤오위안의 발언은 자세히 뜯어보면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는 “여행은 한 군데만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으니까.
이 책은 향기와도 관련 있다. 추이란은 전 애인 웨이보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성통곡하면서 웨이보가 고귀한 인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어쩌면 쑥향과 관련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고향을 찾는 다른 사람들도 온종일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면서 자기가 태어난 마을 입구의 실마리를 얻으려 애쓴다.
소설에서 골동품 감정가 미스터 유와 그가 일하고 있는 가게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다. 옛 유물들을 다루는 이들은 종적인 시간대를 넘나들며 늘 불면증을 달고 산다. 그런 미스터 유가 감정하는 화병은 중요한 세계를 상징하는 듯하다. “우리 시골에 있는 화병은 비둘기도 집어넣을 수 있어요. 화병이 작아 보이기는 해도 안쪽은 굉장히 넓거든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닥터 류라는 인물은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독신주의자다. 직업은 양의사인데 어느덧 약초와 식물의 세계로 빠져들어 여자만큼 식물 없이는 못 산다. 그는 어느 날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샤오위안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독자를 땅의 진동 속, 식물의 세계로 이끄는 매개체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은 ‘역사’다. 특히 방직공장 출신의 성 접대부들이 실은 ‘살아 있는 역사’이기에 찬쉐는 이들이 기록되어야 할 인물임을 암시하는데, 그 기록의 권한을 남성 실직자인 공장 수위 홍씨에게 부여한다. 이렇듯 이 책에서 보잘것없이 나타났던 모든 남성은 가장 깊은 존재일 뿐 아니라 다른 세계와 이어주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여성들은 이미 친구가 되어 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구매가격 : 15,400 원

갑골문자

도서정보 : 피터 헤슬러 | 2023-1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당신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회복과 영광, 인내와 자부심, 불안과 웃음, 의미와 혼돈,
떠받들어진 사건과 잊힌 사연들 속에서 현대 중국을 발굴하다

고대세계 갑골문자부터 톈안먼의 혁명 정신까지—

역사 이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해온 아시아의 초강대국 중국. 이곳을 찾은 미국인
저널리스트 피터 헤슬러는 마을과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급변하는 중국의
인간적 측면을 생각한다. 고대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우아하게 오가는 이 책은
우리 눈앞에서 중대한 변혁을 겪고 있는 거대 제국의 영혼을 펼쳐 보인다.

세계사에서 이름난 중국통 기자들이 있다. 한국인 혁명가 김산(본명 장지락)을 22차례나 인터뷰하여 그의 일대기를 복원한 미국 기자 님 웨일즈Nym Wales(1907~1997), ‘3S’라 불리는 애나 스트롱Anna Louise Strong(1885~1970), 스메들리Agnes Smedley(1892~1950), 에드거 스노Edgar Snow(1905~1972)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 대륙의 혁명 시기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서방 세계에 알린 기자들이다.
최근 이 목록에 추가될 만한 인물이 있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피터 헤슬러Peter Hessler(중문명 허웨이何偉)다. 1969년 6월 14일 미국 미주리주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영국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7세 때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중국에 파견되어 2년 동안 푸링사범전문대학(지금의 창장사범학원長江師範學院)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이후엔『뉴요커』베이징 주재 기자 및『내셔널지오그래픽』『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장기간 기고했다. 2011년에 이집트 카이로로 떠나 이집트 혁명을 취재해 책을 펴냈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교육 시스템을 건드렸다가, 중국 정부에 의해 영구 추방되는 사건을 겪었다. 2024년에 영어로 출간될 책에 그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그의 아내는 1991년에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레슬리 창Leslie T. Chang이다. 그녀도 중국을 소재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인데 저작으로『공장의 소녀들Factory Girls: From Village to City in a Changing China』(2008)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현대 중국에 대해 가장 통찰력 있는 서구 작가’라는 호평을 받은 피터 헤슬러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인터뷰하고 여행하면서 겪은 체험담을 중국 르포 3부작『리버 타운』『갑골문자』『컨트리 드라이빙』에 담아 출판하여 여러 차례 도서상을 받았고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 했다. 그 가운데 『리버 타운-양쯔 강에서 보낸 2년』과 『컨트리 드라이빙』은 이미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다.
중국 3부작 중엔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갑골문자Oracle Bones: A Journey Between China’s Past and Present』(2006)는 20세기와 21세기가 교차하는 경계선상에서 중국 대륙 각지와 타이완, 홍콩, 미국 등지를 몸소 발로 뛰며 취재한 일종의 여행문학 작품에 속한다. 참고로 신장웨이우얼 문제를 큰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헤슬러의 3부작 중 유일하게 대륙판이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이슬람교도들의 ‘동투르키스탄’ 독립 관련 활동을 정국 정부에서 용납할 리가 없는 탓이다. 타이완에서만『갑골문甲骨文: 시공 속을 떠돈 신생 중국流離時空裡的新生中國』이란 제목으로 2007년에 간행되었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고 24개의 키워드를 제시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중점은 이슬람교도인 폴라트의 삶과 한 갑골문 학자의 삶에 대한 끈질긴 추적 인터뷰에 놓여 있다.
이 책은 20세기 말인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 미국, 신장이나 타이완 각지를 답사하며 연구한 논픽션 작품이다. 활동 범위가 넓었던 만큼 이 책에서 언급한 장면과 인명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것으로 중국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허난 안양(갑골문 발굴 현장), 난징(베오그라드 중국대사관 폭격에 대한 시위), 톈안먼 사건 10주년 기념일 취재, 단둥의 북한 관련 취재, 백두산 유람, 불야성의 도시 선전, 창춘의 전분 제조 공장, 푸저우 연해의 밀입국 브로커, 톈안먼 광장의 파룬궁 시위 장면, 홍콩, 베이징 후퉁 쓰허위안 철거 현장 취재 등과 민감한 시기였던 1999년 5월의 나토 폭격 사건, 베이징 올림픽 주최권 유치 과정, WTO 가입 신청의 최후 단계, 2001년 남중국해 해상 영공의 충돌 사건, 9·11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 동투르키스탄 문제, 미국 대통령 부시의 중국 방문 등이다.
인터뷰한 사람으로는 위구르족 폴라트와 그의 친구들, 고고학자 징즈춘, 난징대학살 기념관의 비둘기 관리인, 중국 고대문화 연구가 임레 갈람보스,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 ‘살아 있는 사전’이라 불리는 타이완의 갑골학자 스장루, 안양고고발굴단 단장 탕지건, 선전방송국의 라디오 진행자 후샤오메이, 소설가 먀오융, 베이징의 자오징신, 청동기 연구가 로버트 배글리 교수, 고고학자 쉬차오룽, 싼싱두이 황금 가면 발견자 쉬원추, 쓰촨성박물관 부관장 천셴단, 안양의 고고학자 양시장, 미국인 화교 우닝쿤, 자오 선생을 통한 갑골문 학자 천멍자의 생애 추적, 갑골문 학자 데이비드 키틀리, 베이징 시 부시장 류징민, 2008년에 열린 제29회 베이징올림픽에 관한 취재, 농구 선수 출신의 방송인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참여했던 쉬지청, 미국 인류학자 존 맥칼룬, 역사학 교수 앨프리드 센, 시퉈구 지역 촌장 선거 장면에서 만난 주민과 경찰, 갑골문 학자 다카시마 겐이치 교수, 외교부의 스장타오, 타이완 민진당 국제사무부 주임 톈신, 타이완 신주시 부시장 린정제, 타이완 무소속 입법위원 천원첸, 타이완 중앙연구원 인류학자 스레이, 미국의 ‘라디오 프리 아시아’의 특파원 메메 오메르 카나트, 상하이박물관의 마청위안, ‘하상주 단대공정’의 책임자이자 고문자 학자 리쉐친, 미국 언어학자 존 드프랜시스, 원로 언어학자 저우유광, 인빈융, 왕쥔, 교육부 관리 장롄중, 천멍자의 동생 천멍슝,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공동묘지, 천멍자의 제자 왕스민, 우웨이박물관 관장 톈즈청, 중국학 교수 빅터 메이어, 영화감독 장원 등이 있다.
피터 헤슬러는 한번 집을 나서면 보통 2주간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인터뷰와 유람을 통해 그 체험을 창작으로 승화시킨 탁월한 스토리텔러다. 빌 게이츠가 신혼여행으로 베이징에 와서 마오쩌둥의 개인 기차를 전세 내어 우루무치로 갔다가 미라를 참관했던 일, 영화「귀신이 온다」에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 소수민족에 대한 지대한 관심, 제자에 대한 사랑과 배려 등이 흥미롭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로 떠낸 스웨터 같은 책이다. 그는 매 학기마다 백 통의 편지를 이전의 제자들에게 보내 격려와 조언을 하고, 해마다 최소한 한 번씩은 푸링에 가서 제자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학교로 가서 제자의 수업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이 책엔 하룻밤에 생겨난 도시 선전과 상인의 도시 원저우 등 제자의 눈으로 관찰한 것을 가지고 대화를 하듯이 묘사한 대목들이 많다.

구매가격 : 27,000 원

번역: 황석희

도서정보 : 황석희 | 2023-1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데드풀> <스파이더맨> <작은 아씨들> <파친코>
번역가 황석희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번역가는 대사에서 풍기는 뉘앙스를 판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엔딩크레디트 속 ‘번역: 황석희’ 너머
자막 없이 보는 번역가의 일상 번역

우리 삶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도서에도 번역은 존재하지만, 표기는 대체로 ‘옮김’이고 저자 이름의 옆 또는 하단에 적혀 있어 부러 찾아야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만나는 ‘번역’ 글자는 엔딩크레디트 중에서도 맨 마지막, 그것도 크레디트와 다른 위치에 대체로 큰 글자로 튀어나온다. 우리가 찾지 않아도 저절로 눈앞에 나타나는 거다. 물론 상영관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말이다.
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려진 황석희가 이번엔 ‘작가 황석희’로, 관객이 아닌 독자를 찾아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인 ‘번역 황석희’라는 제목의 책으로.

『번역: 황석희』는 저자가 일과 일상에서 느낀 단상을 ‘자막 없이’ 편안하게 풀어쓴 에세이다. 한 줄에 열두 자라는 자막의 물리적 한계와 정역(定譯)해야 한다는 표현의 제한에서 벗어나 저자는 스크린 밖에서 마음껏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 자유로운 글들은 SNS에도 올라왔던 몇몇 게시물들과 더불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파친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느꼈던 직업인으로서의 희노애락,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언중에 대한 생각과 내밀한 속마음까지. 그는 번역가답게 자기 앞의 일상을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냈다. 언어학도 번역학도 아닌 이 책의 제목이 『번역: 황석희』로 붙여진 이유 중 하나다.
저자가 해석한 일상은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의 번역본을 보면 각자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번역하며 살아왔는지, 오역과 의역이 남발하는 이 일상 번역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고 다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새로이 번역할 낯선 시선을 하나 얻어갈 것이다.

“늘 정역에 묶여 있는 저는 이렇게 일상을 부담 없이 번역해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묘한 일탈처럼 즐겁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번역하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나의 일상을 잘 번역하려면

영화 번역은 등장인물의 혼잣말이나 대화, 즉 말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에 가깝다. 대본에 적혀 있는 대사는 사람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뉘앙스라는 옷을 두르고 새로운 의미를 품기 때문에 번역을 단순 해석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다. 저자의 말처럼 번역은 발화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톤을 살펴 “뉘앙스의 냄새를 판별”하는 작업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뜸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라고 말한다. 번역을 언어 사이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모든 표의와 상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보면 우리 삶은 번역이 필요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연인에게서 받은 ‘끝나면 잠깐 보자’라는 문자는 둘 사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다. 상사가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이 점심시간이 아니라 회의 시간이라면 모두가 긴장한다. 다만, 일상 번역도 언어 번역처럼 정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연인은 그저 심심했을 수 있고 상사는 그날따라 눈이 뻑뻑했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에 대화에는 항상 ‘빈칸’이 존재한다. 그 틈을 허투루 알거나 무시해버리면 오해와 자의적 해석이라는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세심히 관찰하고 짐작하며 조심조심 다음 ‘대사’를 말할 수밖에 없다. 기실 말은 원래 그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캐릭터들의 대사를 약 100만 개 가까이 번역하며, 그간 쌓은 노련함을 자신의 현실에 대입한다. 언제든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언어를 무기처럼 구체화하여 사용”하는 “후진 사람”이 되지 말고, “있어 보이는 척” 타인의 노력을 꺾지 말고, 오지랖 같은 “어긋난 호의”를 보이지 말자고. 아직도 번역이 어렵다 말하는 저자지만, 그의 섬세한 작업은 우리의 일상을 배려있게 번역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오역하게 된다면 어쩔까. 그럴 땐 상대에게 정중히 되물으면 그만이다. 감독이나 작가가 이역만리에 있는 영화 번역가와 달리 우리는 다행히도 그 진의를 설명해줄 상대방이 (대개는) 눈앞에 있다. 다시금 뉘앙스의 힌트를 구하고 실수했다면 정정하면 된다.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어 헷갈리겠지만 그 갈림길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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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막노동 일지

도서정보 : 나재필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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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해온 직장 생활이 갑작스러운 조기 퇴직으로 끝나버린 뒤 일용직 아르바이트, 식당 주방보조 등을 전전하며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막노동판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 어느 가장의 이야기.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해가는 오늘날 한국에서 좌충우돌하는 기성세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한편, 육체노동의 가치가 폄하되고 노동자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에도 ‘땀은 정직하다’는 말을 매일같이 온몸으로 증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한겨울에도 막노동꾼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 냄새, 하루의 피로와 고단함을 씻어내려 들이켜는 소주 한잔의 쓴맛, 그리고 퇴직 후 다시 만져본 인생 2막 첫 월급의 단맛이 모두 느껴진다. 이는 밥벌이의 기쁨과 슬픔, ‘단짠단짠’ 인생의 맛이자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자식인 사람들 모두에게 전하는 희망과 응원이다.

네이버, 다음에서 누적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했고,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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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브랜드의 생각법

도서정보 : 이랑주 | 2023-12-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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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지 않는 시대!
평생 고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찾아질까?

모든 비즈니스의 궁극적 질문은 단 하나. ‘지속적인 매출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 팔리지 않는 시대일수록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40개국, 200개 기업, 1000개 매장에서 뽑아낸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7가지 생각법. 이 책은 모방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시대의 비즈니스 필독서이다. 사람들의 기억에 촘촘히 스며들어 새로운 세대까지 열광시키는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이들, 망해가는 것을 다시 되살리고 싶은 이들, 지금 내 상품의 가치와 지위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브랜드 법칙을 만나보자.

구매가격 : 12,000 원

꽃잎 사이로 바람이 분다

도서정보 : 이은경 | 2023-12-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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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넓고 깊은 사유와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는 시도를 담은 시집,
『꽃잎 사이로 바람이 분다』

세상은 작게는 원자에서 크게는 우주에 이르기까지 삼라만물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균형점을 찾아간다. 시집 제목에 나오는 꽃잎 또한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며, 그 간격을 통해 바람이 흐르며 향기를 퍼뜨린다. 사람 관계 역시 그에 벗어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개개인의 자유의지가 크게 작용하다 보니 서로 간에 그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꽃잎 사이로 바람이 분다』는 그것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고민하고 담아냈다.

무엇보다 『꽃잎 사이로 바람이 분다』는 개개의 시편에 담은 내용과 글자 및 문구의 어울림이 훌륭하다. 또한 주제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은 활자, 그림, 음악 등 장르별로 천차만별이며, 그 차이는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스키마의 다름에서 출발한다. 작가 개개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성향에 따라 책이 달라질 텐데, 변증법적으로 현상을 해석하려 했던 헤겔의 방식을 차용해 정-반-합의 구성으로 시를 묶어내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본다면 마음이 정리되고, 시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 저자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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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도서정보 : 원유준 | 2024-01-0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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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이 지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없이 변하는 시간에서 유년 시절에 가졌던 마음이 또한 변하는 것이라 할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마음은 계절에 따라 혹은 그 시절의 상황에 따라 자꾸 바뀌는 것이다. 그때 그 마음을 나름대로 글로 표현하였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동감한다면 그대로 만족하며, 나의 마음은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위안이 되고 싶다. 한편으로 나는 시간의 굴레에 갇힌 것과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간다는 것은 내가 배우고 익힌 시간이라는 관념에서 비롯되었다는 변명을 해본다.
-필부의 글 중에서

구매가격 : 9,000 원

퓨처 노멀

도서정보 : 로히트 바르가바, 헨리 쿠티뉴-메이슨 | 2023-12-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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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트렌드 분석 세계 최고 기업 트렌드워칭(TrendWatching)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트렌드 보고서를 발행하는 논오비어스(Non-Obvious)가 힘을 합쳐 예측한 10년 후 미래 트렌드 30가지를 담은 《퓨처 노멀(원제: The Future Normal)》이 출간됐다.
세계적인 트렌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전도유망한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로히트 바르가바와 헨리 쿠티뉴-메이슨은 머나먼 이상한 미래를 예측하는 공허한 상상이 아닌 앞으로 몇 년 안에 평범한 일상이 될 새로운 미래의 표준, ‘퓨처 노멀’을 소개한다. 두 사람은 전 세계 최첨단 실험실과 비공개 시험 시설을 방문했고 최신 제품의 사전 쇼케이스에도 참석했다. 또한 전신 햅틱슈트를 착용해보고, 초자연적인 홀로그램과 대화하고, 시제품 자율주행차에 탑승하고, 배양육을 시식하는 등 혁신적인 미래 신기술을 직접 체험했다.
이 책은 30개의 흥미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소개하며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저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퓨처 노멀을 만들어나가는 미래선도자(Instigator)들을 가까이서 탐구하면서 얻은 통찰과 흥미로운 미래 비전을 우리와 공유한다. 이산화탄소에 기반한 단백질 생산, 자연을 도시로 끌어들인 녹색 마천루, 사익보다 공익을 실현하는 대기업, 생성형 인공지능, 탄소 투명성 확보 등 세상을 변화시키는 미래선도자들의 유용한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하다.

구매가격 : 15,400 원

인디아더존스

도서정보 : 염운옥,조영태,장대익,민영,김학철,이수정 공저 | 2023-12-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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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은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열쇠다 인디아더존스: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는 APoV 콘퍼런스 ‘인디아더존스’를 책으로 펴낸 값진 결과물로, 전작 『헤이트(Hate):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와 『행복은 뇌 안에』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시리즈 도서이자 ‘혐오’와 ‘공감’ 그리고 ‘다양성’ 삼부작의 결정판인 셈이다. 이 책은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다양성’ 담론에 관한 진화학, 사회학, 인구학, 미디어학, 종교학, 범죄심리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존경받는 여섯 석학, 염운옥(사회학), 조영태(인구학), 장대익(진화학), 민영(미디어학), 김학철(종교학),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의 깊이 있는 연구와 치열한 사고, 생산적인 논쟁을 집대성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인간 사회 안에 오랫동안 시나브로 형성되고 굳게 자리 잡아 고질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 차별의 실체와 그 교묘한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통찰하게 될 것이며, 다양성이 그 해결의 실마리와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파란줄

도서정보 : HI | 2023-12-0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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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이 반복되고 삶의 의미조차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파란줄‘을 따라가 봐요. 소소하지만 엄청난 선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구매가격 : 14,000 원

최고의 요리

도서정보 : 권예도 | 2023-12-0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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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회 "Show me the food 7"에 참가한 주인공.
하지만 어이없게 탈락하고 돌아가던 중 넘어져 정신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웬 똥이 최고의 요리라고?!

구매가격 : 2,700 원

잠이 안와요!

도서정보 : 유월 | 2023-12-0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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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인공이 잠을 자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이야기다.

구매가격 : 4,000 원

똥나라

도서정보 : 강다똥 | 2023-12-05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똥들의 나라를 그려냄.
사람 똥 마을까지의 여정

구매가격 : 2,000 원

만능안경

도서정보 : 권위 | 2023-12-05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공부도 못하고, 잘 하는 것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였던 최실제. 하지만 우연히 한 안경을 발견하게 되고 안경의 신비한 능력으로 인생이 바뀌게 되는데…

구매가격 : 900 원

나의 크고도 작은 세계

도서정보 : 시나브로 | 2023-12-0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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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추억, 사랑, 가족, 슬픔을 흩뿌린 시.

구매가격 : 20,000 원

서귀포와 제주 그 어느 사이

도서정보 : 허지선 | 2023-11-2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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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서귀포와 제주도 관련 도서 컨텐츠 중에서 양질의 서귀포와 제주도의 사람냄새, 독특한 언어 및 지역문화, 특색적인 이야기들을 품어내는 도서들을 소개하는 곳이 없었다.
양질의 제주 컨텐츠 도서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와중에 우연한 계기로 <서귀포신문사>에 2022년 02월, 처음으로 서귀포와 제주도 관련 도서의 서평을 기고하기 시작하게 됐다.
서귀포 토박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지만, 다양한 종류의 서귀포와 제주도 관련 도서를 읽으며 내가 모르고 있던 남영호에 대한 이야기들을 비롯한 역사적인 사실들과 서귀포 구린새끼골목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야기등이 담겨진 도서를 읽으며 내가 너무 서귀포 그리고 제주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리즈 1권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2권,3권의 서귀포와 제주를 담아낸 도서들의 서평집을 <서귀포신문사>와 서평집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다.

구매가격 : 5,900 원

투자의 달인

도서정보 : 최경선 | 2023-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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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인가?
취직을 잘 하고 싶은 것인가?
좋은 집을 사고 싶은 것인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인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인가?
맘껏 여행을 다니고 싶은 것인가?

무엇이든 좋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적어보라. 그리고 목록에 들어 있는 목표 하나하나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얼마만한 돈이 필요할지 계산해 보라. 그 계산은 정확하지 않아도 좋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은 것이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것이든 주변 정보를 통해 얻은 대강의 기준을 가지고 목표 하나하나에 대해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적어보라. 아마도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보통 사람들의 기준으로 볼 때 엄청 많은 액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목표가 명확히 정해진 순간, 해결 방법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테크를 잘 하려면 나무와 숲을 함께 봐야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대체로 나무만 본다. 부동산이 뜰 때는 부동산만 보고, 주식이 뜰 때는 주식만 본다. 보통 사람들이 일부러 나무만 보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은 숲을 보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하거나 지식이 부족하거나 배움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체로 나무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숲을 봐야 한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경제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정보력을 키우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가격 : 8,000 원

배터리 다이제스트 TOP19

도서정보 : 선우 준 | 2023-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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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배터리에 대한 기술 역사서인 ‘2차전지 Road to the TOP(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을 출판한 이후 여러 편의 시리즈를 통하여 전지 사업과 기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였다.
본 책은 2023년 6월부터 작성하고 있는 배터리 시리즈인 배터리 다이제스트의 19번째 책으로, 전기차용 전지 사업에서 지침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배터리 시리즈

1. 과거는 미래를 여는 열쇠: 전지 이야기
- 2016.4 ~ 2017.2
2. 전지 사업 길잡이 TOP
- 2017.6 ~ 2017.12
3. 전지 사업 이야기 BEST
- 2018.2 ~ 2018.12
4. 지식의 샘
- 2018.12 ~ 2019.6
5. 전지 에센스 TOP
- 2020.10 ~ 2020.12
6. 전지 산업의 연구
- 2021.1 ~ 2021.6
7. 2020년대 전지 산업의 전망
- 2021.9 ~ 2022.4
8. 배터리 다이제스트
- 2023.6 ~

구매가격 : 4,700 원

위로하는 오름 Ⅰ

도서정보 : 오름 | 2023-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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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힘을 얻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도움을 주기 위해 쓰였습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실오라기를 놓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 동료들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책 머리말 中 일부)

구매가격 : 5,000 원

이모가 있잖아

도서정보 : 이철순 | 2023-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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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로 "이모가 있잖아! 따로 또 같이, 오래 행복하길 바라"는 이모의 실속충만, 이야기 보따리다.

'이래라저래라' 한마디 없이도 충분히 시원한 죽비, 더 시원한 효자손같이 사랑스러운 우리 이모, 작가의 일상이 아기자기, 오손도손! 살뜰하다.

그래서 재밌다! 알차다! 용하다!

나? 나름 사랑스러워.
우리? 서로를 자랑스럽게.
다? 같이, 함께, 더불어 행복하길.

이렇게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들 속에...
“죽을 때까지 친구 해주면 좋겠어”라는 분들과 함께
완벽한 노후준비가 돼 있다는 이런 이모, 곁이라면? 참 살맛 날 듯.

[자존과 품격]을 최우선으로 하고도 '응팔'과 '전원일기' 처럼 '정과 흥, 배려'가 넘치는 행복한 생애, 사전답사기.

“DMZ 시대부터 MZ 세대까지” 가까이 두고 언제든 펼쳐보셔도 좋겠다.
맛깔스런 재담과 시원한 웃음은 덤!   

구매가격 : 11,660 원

혼자 여행하면 재미없을 줄 알았지

도서정보 : 권승민 | 2023-11-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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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하면 재미없을 줄 알았지'

여행하라는 세상을 무시했습니다.
'여행한다고 뭐 달라질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슴에 담고 살았습니다.
항상 똑같은 삶을 살아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생애 첫 나 홀로 여행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을 출발하며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크래프트 수첩을 챙겼습니다.
이 수첩이 다 채워지면 돌아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 작은 수첩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페이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트를 전부 채워서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혼자서 여행하는 일은 사실 두려웠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습니다.
언제 누구를 만날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여행은 가볍지 않았지만, 사실 무겁지도 않았습니다.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별거 아닌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여행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칫솔을 챙기는 것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마음을 먹는 일. 그 하나였습니다.

오늘도 네모나고 단단한 벽이 둘러싼 방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혼자 여행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전할 말을 담았습니다.

-독립출판사 문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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