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반려견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도서정보 : 왕우신,조재호 | 2023-11-2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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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으로 인해 행복한 우리의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한 에세이
구매가격 : 5,000 원
몰락의 시간
도서정보 : 문상철 | 2023-1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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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사건은 트리거일 뿐,
정치인 안희정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첫 조력자였던 ‘문 선배’, 그는 정치인 안희정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온 비서 문상철 씨다. 안 전 지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있었던 그는 성폭력 피해를 막지 못한 자신 또한 공동의 가해자라는 생각에 말과 글을 잃고 칩거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안희정 몰락의 전말 혹은 진실을 들려준다.
안 전 지사와 함께한 7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촉망받는 정치인 안희정의 성장 과정과 성장을 멈춘 순간부터 권력의 맛에 취하며 점차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권력을 쥔 자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이 책은, ‘미투’ 사건은 정치인 안희정의 ‘몰락의 시간’을 가속화한 결정적 사건이었을 뿐 그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으며, 정치권력을 쥔 누구라도 제2, 제3의 안희정이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구매가격 : 13,600 원
제임스 알렌의 그리스도의 문을 통해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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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Through the Gates of Good, or Christ and Conduct 번역서
구매가격 : 9,000 원
Through the Gates of Good, or Christ and Conduct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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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Through the Gates of Good, or Christ and Conduct 원서
구매가격 : 9,000 원
제임스 알렌의 마음으로부터 벗어난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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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Out from the Heart 번역서
구매가격 : 9,000 원
Out from the Heart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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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Out from the Heart 원서
구매가격 : 9,000 원
제임스 알렌의 열정에서 평화로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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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From Passion to Peace 번역서
구매가격 : 9,000 원
From Passion to Peace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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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From Passion to Peace 원서
구매가격 : 9,000 원
제임스 알렌의 인간 마음과 몸, 환경의 주인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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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Man: king of mind, body, and circumstance 번역서
구매가격 : 9,000 원
Man: king of mind, body, and circumstance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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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Man: king of mind, body, and circumstance 원서
구매가격 : 9,000 원
제임스 알렌의 행복과 성공의 초석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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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Foundation stones to happiness and success 번역서
구매가격 : 9,000 원
Foundation stones to happiness and success
도서정보 : 제임스알렌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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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렌의 Foundation stones to happiness and success 원서
구매가격 : 9,000 원
궁금했어, IT 기술
도서정보 : 김일선 | 2023-12-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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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속도로 인류의 삶을 바꿔 온
IT의 오늘과 내일!
“IT란 무엇일까?”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막연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미 IT 기술로 쌓아 올린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음성 인식으로 TV를 켜서 보고, 스마트폰으로 내가 탈 버스가 언제 올지 검색을 하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페이 같은 전자 화폐로 버스 요금을 내지요. 외출을 해도 스마트폰으로 집에 혼자 있는 반려견이 어떻게 지내는지 CCTV를 살펴볼 수도 있어요. 또 기차표나 각종 티켓을 모바일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쇼핑도 해요.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단 몇 분만에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도 물건을 주문할 수 있어요. 이렇게 편리한 IT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지요.
『궁금했어, IT 기술』은 삼성전자, 시냅틱스 등 세계적인 IT 기업에서 제품을 기획, 개발하는 일을 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IT 전문가 김일선 선생님이 IT의 시작과 발전, 미래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쉽게 쓴 과학 교양서예요. 책을 읽고 더 깊은 궁금증과 질문이 생긴 독자들이 새로운 IT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구매가격 : 11,040 원
나는 성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도서정보 : 스미 세이코 | 2023-1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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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학습자에게 맞는 연습법은 따로 있다!
― ‘연습’보다 ‘요령’이 중요하다
피아노를 배우는 성인들이 늘어나면서 성인 피아노 교습소가 성황 중이다. 어릴 때 배우다가 포기했으나 다시 치고 싶어서, 직장생활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좋아하는 곡을 직접 연주하고 싶어서, 두뇌 건강과 치매 예방을 위해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피아노 앞에 앉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성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는 성인 피아노 학습자들이 경험하는 여러 문제와 고민에 초점을 맞춰 피아노를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맞춤형 안내서이다.
저자 스미 세이코는 독일 국립 프라이부르크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일본의 유명 피아니스트로, 1996년에 일본에서 [아버지를 위한 피아노 레슨]이라는 CD를 발매해 레코드대상 기획상을 수상했고, NHK에서 ‘악보가 서툰 아버지를 위한 피아노 강좌’를 진행하는 등 30여 년간 성인 피아노 학습자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오랜 연주 활동과 레슨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 학습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 빠지기 쉬운 함정, 맞춤형 연습법,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알려준다. 연습량에 따라 실력이 달라지는 청소년 학습자들과 달리, 성인은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신체의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연습보다 ‘요령’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내가 고민하고 궁리하던 내용이 거의 다 들어 있었다”, “성인 아마추어를 위한 고마운 책”, “음악의 본질을 잊지 않고 피아노를 즐겁게 계속해나갈 방법을 알려준다”,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가득하다” 등의 호평을 받으며 장기간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구매가격 : 10,500 원
말놀이 그림책 1
도서정보 : 이하루 | 2023-12-1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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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은 책읽기, 매일 똑같은 놀이에 질렸다면?
이제는 놀면서 책을 읽을 차례!
『의성어와 의태어를 함께 익히는 말놀이 그림책』은 다양한 의성어·의태어를 포함하는 동시를 담은 동시집이다. 샘터상 동화부문에서 가작을 수상한 이하루 작가와 두 아이의 엄마인 인공 작가가 더불어 만든 이 책은 처음 언어를 접하고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들려주며 청각적인 자극을 충분히 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0~3세 아이들에게 언어가 주는 청각적인 자극은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반짝반짝, 뒹굴뒹굴, 쿵쿵쾅쾅 등 직관적인 의성어와 의태어들은 아이들이 똑같은 말도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뿡뿡', '꽝꽝' 등의 단어를 듣기만 해도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라면, 『의성어와 의태어를 함께 익히는 말놀이 그림책』을 통해 더 많은 단어에 관심을 가지며 언어 습득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말놀이 그림책 2
도서정보 : 이하루 | 2023-12-15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매일 똑같은 책읽기, 매일 똑같은 놀이에 질렸다면?
이제는 놀면서 책을 읽을 차례!
『의성어와 의태어를 함께 익히는 말놀이 그림책』은 다양한 의성어·의태어를 포함하는 동시를 담은 동시집이다. 샘터상 동화부문에서 가작을 수상한 이하루 작가와 두 아이의 엄마인 인공 작가가 더불어 만든 이 책은 처음 언어를 접하고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들려주며 청각적인 자극을 충분히 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0~3세 아이들에게 언어가 주는 청각적인 자극은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반짝반짝, 뒹굴뒹굴, 쿵쿵쾅쾅 등 직관적인 의성어와 의태어들은 아이들이 똑같은 말도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뿡뿡', '꽝꽝' 등의 단어를 듣기만 해도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라면, 『의성어와 의태어를 함께 익히는 말놀이 그림책』을 통해 더 많은 단어에 관심을 가지며 언어 습득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우리샵,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다
도서정보 : 전호근 | 2023-11-24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선두주자 ‘우리샵(WooriShop)’ 쇼핑몰 사업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 사업 성공 비결을 안내하고 있다.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핵심 원리와 사업 진행 원칙,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샵의 성공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유통 혁신의 시대에 왜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통해 누구나 성공 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샵 비즈니스를 처음 접하는 초기 사업자들에게 우리샵 시스템의 기본 원리와 사업진행 방법을 설명 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네트워크 비즈니스 전문가인 저자의 친절한 가이드를 통해 누구나 우리샵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선두주자 ‘우리샵(WooriShop)’ 쇼핑몰 사업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 사업 성공 비결을 안내하고 있다.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핵심 원리와 사업 진행 원칙,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샵의 성공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유통 혁신의 시대에 왜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통해 누구나 성공 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샵 비즈니스를 처음 접하는 초기 사업자들에게 우리샵 시스템의 기본 원리와 사업진행 방법을 설명 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네트워크 비즈니스 전문가인 저자의 친절한 가이드를 통해 누구나 우리샵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북 트레일러]
https://youtu.be/wkmEEr5Q4_Q
구매가격 : 11,700 원
월 1억, 우리샵 비즈니스
도서정보 : 전호근 | 2023-11-10 | PDF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샵 쇼핑몰에서
상품도 구매하고 돈도 벌 수 있다!
쇼핑몰 사업으로 연봉 10억 원에
도전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
10년간 입점 상품 누적 3,400만 개에 이르는 오픈마켓 쇼핑몰을 운영해 온 창업자가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시스템을 적용 연봉 10억 원에 도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안내서. 대한민국소비자만족대상에서 고객만족브랜드(온라인쇼핑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우리샵’ 비즈니스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유통 혁신의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과 장점을 파악하고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차별성을 활용해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이며, 특히 비즈니스의 진행 단계를 자세히 알려주며 누구라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설명하고 있다.
[북 트레일러]
https://youtu.be/ICfoPf46q94
구매가격 : 18,000 원
음악을 듣는 법
도서정보 : 오카다 아케오 | 2023-12-0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멋진 음악을 듣고 “정말, 좋았어요!”라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쉬운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음악의 세계,
듣는 형식과 표현하는 언어를 알면 음악의 감동이 더욱 커진다!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음악을 듣고, 자유롭게 느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어떠한 기준도 없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음악을 듣는 가장 큰 기쁨은 다른 사람들과 체험을 공유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콘서트장에서 멋진 음악을 듣고 “정말, 좋았어요!”라는 대화밖에 나눌 수 없다면 얼마나 아쉬운가!
『음악을 듣는 법』은 우리가 음악을 듣고 받아들일 때 분명한 ‘방법론’이 있다고 보고, 음악을 듣는 형식과 그 감상을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고찰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대부분 서양 클래식 음악이다. 실용음악과 달리 클래식 음악은 단순히 ‘듣는’ 즐거움에서 나아가, ‘고찰하고’, ‘논하며’, ‘알아가는’ 차원의 즐거움을 전제로 만들어졌기에 암묵적인 학습법과 틀리기 쉬운 포인트, 정통해가는 다양한 단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취향을 세련하고 지식의 깊이를 더해가는’ 방법론을 살펴본다.
저자 오카다 아케오는 일본의 대표 음악학자로, 여러 권의 음악 관련 서적을 출간하였고, 이 책으로 뛰어난 음악 비평서에 수여되는 요시다 히데카즈상을 수상했다.
구매가격 : 13,300 원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도서정보 : 장석주 | 2023-10-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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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과 충동들, 시작도 끝도 없는 모호함들 속에 우리의 길이 있을까? 시에는 전복적 상상력으로 시대를 가로지르고, 공중을 떠도는 유언(流言)과 비어(蜚語)를 채집하며, 시대정신을 꿰뚫어 보고 표상을 찾는 숭고한 소명이 있다. 이에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장석주 시인이 한 시대의 삭막함과 불행에 맞서며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힘과 용기를 주는 시편들을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삭막하고 절망으로 둘러싸인 시대, 시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불행했을 것인가! 시의 숭고한 사명을 되새기며 자기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스물아홉 편의 시와 시인들을 불러 삶의 깊이와 방향을 다시 묻는다.
구매가격 : 13,440 원
괄호로 만든 세계
도서정보 : 마이클 울드리지 | 2023-11-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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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최근 10년간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우리 사회 전반의 화두가 되었으나, 하루아침에 부상한 신사업은 아니다. 1935년 앨런 튜링의 발견에서부터 그 시작을 놓고 보면 세월을 거듭하며 성공과 실패의 기록이 축적되어 수억 원에서 수십조 원이 몰리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이한 분야다. 광고에 쓰인 이미지의 진위부터 수학 및 과학적 발견에 이바지한 시스템을 소개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연일 쏟아지는 관련 기사만 봐도 이젠 친숙할 법한데 인공지능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복잡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다. 이는 대부분의 사회과학 관련 전문가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도구적 역할에서 벗어나 그 지위와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부정적 예측을 담아 인류의 각성을 촉구해 반감에 가세했으리라 본다. 또한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엑스 마키나」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소비된 세계관 속 인공지능은 자주 인간 형상을 한 ‘로봇’ 이미지로써 오인되어 인간을 위협하는 잘못된 신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데 일조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생각의 깊이마저 개입할 정도의 위협이 목전에 온 현실에 말미암아, 인공지능에 관한 분명한 안내가 더욱 시급해졌다.
2023년 크리스마스 강연 과학 부문 연사로 영국 왕립연구소 연단에 오르는 인공지능 전문가 마이클 울드리지는 컴퓨팅 기술 특히 인공지능이 실패해온 기록을 제대로 살펴보기만 해도 인공지능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씻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렇게 탄생한 이 책 『괄호로 만든 세계』에서 의식기계(conscious machine)를 완성하기 위해 인류가 도전해 온 궤적을 따라 컴퓨터 관련 업계 및 사회 전반에 어떠한 이해충돌이 발생했으며, 이렇게 등장한 시스템의 탄생 배경과 그 기술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소개한다. 컴퓨팅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인공지능의 역사를 공학자의 관점을 따라 톺아보면서 과연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그 본질과 의의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인공지능 #옥스퍼드 #역사 #미래 #의식기계 #명강의
구매가격 : 17,500 원
풀 스펙트럼
도서정보 : 애덤 로저스 | 2023-09-1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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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실 각오를 하라!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 눈에 보이는 컬러는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영국 해변 최남단에 위치한 콘월의 한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그곳에서 엑서터대학의 지역 지질학자인 로빈 셰일을 만나 골짜기들을 탐험한다. 색채에 관해 책을 쓰려는 이가 가장 먼저 지질학자를 만나는 이유는 바로 광물이 색을 만들어내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콘월에서는 지하의 화강암이 마그마 속으로 녹아들었다가 위로 떠올랐고, 이것이 굳어지며 균열이 발생했다. 여기서 광맥이 형성됐고, 광부들이 광물을 캐러 다니면서 이 지역은 부유해졌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중심지가 됐다. 그런데 콘월의 흙 속에는 광물 카올리나이트, 즉 중국 도자기의 핵심 재료가 되는 고령석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었다. 여기서 바로 1791년 윌리엄 그리거가 티타늄을 발견했고, 저자 또한 색을 만들어내는 물질인 티타늄이 풍부한 이곳에서 책의 서두를 연다.
우리는 색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 몸에 걸친 옷, 손에 쥔 기기, 매일 타는 자동차, 음식 포장지, 화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 등 모든 것이 컬러로 가득하다. 우리가 알아차리든 못 알아차리든 우리는 생생한 색채에 둘러싸여 있다. 사실 이런 색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 색채의 생산과 그것이 지니는 의미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것보다 인류 역사에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풀 스펙트럼』은 복잡하지만 본질적인 색채와의 관계를 집약해내는 여러 측면을 탐구한다. 수십 년 동안 색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여온 저자는 이 책에서 최초의 안료 발견부터 오늘날 색채의 경계를 넓히고 있는 기술까지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독자를 색의 여정으로 이끈다. 색에 대한 상호작용과 경험은 우리의 정신이 자연과 만나는 기본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색채의 과학, 우리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색채
이 책은 색의 과학적(우리가 색을 보는 방법과 다양한 파장의 빛이 무지개 색을 만드는 방법), 문화적(고대 그리스가 이집션 블루로 가장 유명한 것처럼 문화마다 공통된 색에 대한 단어가 없는 경우가 많음), 산업적(색을 생산하는 새로운 방법과 관련된 수많은 과학 및 기술 발전이 있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 측면을 모두 아우른다. 저자는 색상이 현대 생활에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 입증하며, 이따금 새로운 색상 하나를 발명하는 것만으로도 제조 공정 소유자에게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이 극히 일부만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파동과 입자, 지구 자기장과 전기장의 변동, 전자기 스펙트럼을 저자는 날카롭게 바라보며 자연계가 무한한 색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주변 사물들의 용도를 변경해왔는데, 이를테면 화학물질을 이용해 색을 내는 공학을 연구해왔다. 이러한 색은 우리 눈의 광수용체에 의해 포착된 후 처리된다.
저자는 우리의 신경생리학적, 정신생리학적 인상이 어떻게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논의하면서 지식으로서의 색(음식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장소 발견), 상업으로서의 색(욕망, 희귀성, 거래), 기호학으로서의 색(색을 적용하면 다른 사람이 그 색을 어떻게 볼 것인지 알기 위한)을 살펴본다.
이 책은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아랍과 중국의 물리학, 라스코동굴에 이르기까지 공예 전문 지식이 광학의 발전과 함께 혁명으로 꽃을 피우면서 색채의 역사와 색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음을 조명한다. 저자는 특히 독성이 강한 것부터 불투명하고 밝은 것까지 염료와 안료의 진화를 탐구하는 데는 능숙함을 보인다. 저자는 또한 색의 보편성(“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다른 색을 볼 수 있는가?”)을 파악하기 위해 용감한 시도를 하며, 모든 과학적 개념을 통해 이 주제에 대한 분명한 열정을 드러낸다. 즉 이 책은 색에 관한 물리학과 사고방식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진행된다.
색과 빛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 우리가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과학으로 여기는 상대성 이론, 양자물리학 등 많은 것의 뿌리가 되었다. 한 가지 아이디어만 꼽자면 빛과 전자기 스펙트럼의 세계를 눈과 뇌의 신경해부학과 현상학적으로 연결한 토머스 영과 헤르만 폰 헬름홀츠가 눈의 세 가지 수용체가 색각의 전체 범위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몸이 외부 세계의 신호를 내부 세계의 정신적 버전으로 변환하는 방식의 한 가지 핵심 사례다.
***
이 책은 색과 관련해 기존에 많이 연구된 색채심리학과 같은 내용에는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그런 견해에서는 과학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견해로 보자면 반론할 것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럴듯하게 포장돼온 색의 ‘의미’는 문화마다, 시대마다, 개인마다 다 다르다. 저자는 인류와 색의 관계에는 상당한 오해의 역사가 있음을 밝히며 독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이 책을 읽어주길 기대한다.
수천 년 동안 철학자, 예술가, 과학자들은 사물의 모양이 색보다 더 중요한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저자는 색-형태 우위론을 둘러싼 이 논쟁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본다. 모든 표면의 색과 어둠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즉 색이냐 형태냐의 싸움은 성립될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색이 곧 형태이며, 우리 우주의 형태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구매가격 : 15,800 원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도서정보 : 박이강 | 2023-09-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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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몰두하느라 충동이
멋진 추동이 되는 순간을 잊은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소설가 박이강의 첫 소설집
“프로페셔널한 게 뭔데요?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마음가짐이지. 이 일이 나의 전부라는 마음가짐.”
“아직은 여유가 없으니까 다음에.
아직은 괜찮으니까 다음에.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 다음에.”
소설가 박이강의 첫 작품집이 나왔다. 앤솔러지 『폴더명_울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안녕, 끌로이』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문장과 작품의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고 있다. 9편의 단편을 모은 이번 작품집에서 저자는 관습처럼 이야기하는 ‘믿음’의 실체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누군가에게 ‘믿음’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견디는 방패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믿음’이란 얻고자 하는 것, 보고자 하는 것, 결국 욕망으로 단단히 응고된 환상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헛된 믿음’이다. 저자가 건네는 무표정한 문장들은, 한때는 ‘믿음’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욕망을 비난하고 한때는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위로를 건넨다. 특히 오피스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작가적 통찰이 끌어낸 인물의 형상화가 큰 공감을 준다. 이는 오랜 시간 직장인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사유와 경험들이 작품 속에 알알이 박힌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심윤경은 “‘진짜가 나타났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회사생활에 영혼이 묶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정치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은 한국 문학의 축복”(추천사)이라고 평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 보는 눈과 그것을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낸 이번 작품집은 신인의 새로움만에 머무르지 않는다. “분명 두 눈으로 문장을 좇아 읽었는데, 매우 중요한 뭔가를 목도한 마음으로 놀라 눈을 뜨는 발견의 경험”(소설가 이만교, 추천사)을 접할 수 있다. “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몰두하느라 충동이 멋진 추동이 되는 순간을 오랫동안 잊은” 모두에게 이번 작품집을 권한다.
‘내일’을 위해 바치는 오늘은 기쁨일까 고통일까,
공감 가는 인물들의 공감할 수 있는 ‘헛된 믿음’
10년째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미소, 소규모의 광고대행사에서 8년간 일을 하다 글로벌 기업에 입사한 세영,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후 옛 동료의 부탁으로 시작한 계약직을 3년째 돌고 있는 지수, 지난 2년 동안 휴가를 간 적 없는 마흔둘의 희수. 이들은 모두 기업이라는 생태계 속에서 ‘오피스’를 배경으로 그들만의 각기 다른 ‘내일’을 위해 “하이힐 속에 발을 집어넣고” “종일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싸우”며 오늘을 사는 직장인이다. “변변한 전리품도 못 챙기고 부상병으로 돌아오는 때가 더 많”은데도 말이다.(「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흔들리는 것들」의 미소는 10년 차 직장인이다. 카드명세서를 받고 한숨을 쉬면 월급날이 오고 고비만 넘기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희미해지는 반복의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들볶는 부장 앞에서 한동안은 잠잠할 걸 알기에 안도한다. 휴가로 계획한 발리행은 “무의미한 무위”다. 미소는 휴가 첫날 아침, 침대에서 5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을 끄며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한 발리의 공항이 지진으로 폐쇄되거나 북한의 도발로 인천공항이 난장판이 될 가능성”을 생각한다. 내일이 오늘과 다를 거라 믿지 않는 미소는 다음으로 유보하는 대신, 다음을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택한다. “변화를 갈구하는 만큼 변화에 저항”하는 미소에게는 “어쩌면 변화에 대한 저항이야말로 지금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오피스」의 세영은 “미래의 가능성을 조그만 회사의 초라한 사무실에 한정한다는 건 스스로에게 비겁한 일”이기에 가족처럼 8년을 지냈던 직장을 그만두고 글로벌 기업에 입사한다. 그곳에서 세영의 자리는 “영예의 공간”인 피 이사의 개인 오피스 문 앞이다. 세영은 반투명 유리벽 너머에서 들리는 그녀의 말소리, 웃음소리로 그 공간을 상상하며 닫힌 문 안으로의 편입을 욕망한다. 피 이사에게 “비굴에 가까운 선의”를 보이면서 스스로에게 비겁하지 않은 ‘내일’을 꿈꾼다.
「도시는 밤」의 지수는 이상적인 출근시간을 정확히 8시 55분으로 정하고, 점심 먹자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 이제는 회사를 떠날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는 계약직이다. “계약직은 마지막이 제일 힘들어. 마음은 떠났는데 몸은 안 그런 척 시치미를 떼고 있어야 하는 시간을 견뎌야 하거든”이라는 지수의 무심한 표정은 전 직장에서의 상처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후 평소 다감하고 성실했던 상사는 괴물이 되어갔다. 따르던 그 상사에게 “넌 가장은 아니잖아”를 세번째 들었을 때, 지수는 회사를 나올 결심을 한다. 그후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은 방임이라는 철칙을 지키며 3년째 계약직을 돌고 있다.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는 2년째 휴가도 반납하고 회사일에 전념하는 희수의 휴가를 그린다. “어떻게 생겼든 어디에 있든 상관없는” 몰디브가 그녀의 휴가지가 된 이유는 “열대 리조트 풀장에서 마티니를 마시며 밀린 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휴가라는 신임 사장의 말에 맞장구를 친 탓이다. “기업도 하나의 생태계와 같아서 같은 종끼리 짝짓기를 하는 법”을 아는 희수는 직속 상사와 닮아 보이기 위해 사장이 휴가지에 꼭 가져간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까지 챙겨들고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도착과 동시에 인사고과를 앞둔 시기인데 혼자 휴가를 온 자신을 자책하며 하루 반 동안 체크하지 못한 이메일부터 찾는다. 희수는 마흔이 되었을 때부터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다. 희수의 삶은 일을 제외하고는 “‘설마, 이렇게 끝나진 않겠지’ 하는 기대 때문에 참고 보는 지루한 영화”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날마다, 영화
도서정보 : 류동현 | 2023-09-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인생의 고비마다 함께한 시네마 키드의 영화 이야기
19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영화 애호가의 영화 연대기
고등학교 때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을 보고 삶의 진로를 정하기도 했고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상상의 세계를 훑었다. 그리고 영화 음악을 찾아 듣고 영화와 관계있는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아 현실의 여행을 떠나곤 했다. 이 모든 것은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느꼈던 설렘과 ‘순례’의 연장선이다. (···)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건대 내 인생을 만든 것은 영화였다. 우주와 역사, 예술과 세상,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한 출발점이 바로 영화였던 것이다. 그래서 감히 이야기한다.
“영화를 좋아합니다.”
_「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영화 애호가인 저자의 영화 연대기이면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다. 이야기하듯이 편안하게 쓴 글은 독특하거나 개성적이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반적이라 오히려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와 흥미를 자아낸다. 영화에 입문한 계기부터 영화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까지 그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와 영화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을 전한다.
19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시네마 키드로서의 삶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내면서 바뀐 주변 풍경을 그리고 있다. 여느 영화 서평이나 비평처럼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듯이 소소하게 엮어냄으로써 당시의 일상을 묘사하고 다양한 영화를 통해 삶의 작은 교훈이나 감상을 전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쓴 글 중 몇 가지 에피소드를 추린 것과 새로 쓴 글을 정리한 것으로 책 전반의 이야기를 통해 우주와 역사, 예술과 세상, 그리고 저자 자신을 바라보게 한 출발점이 바로 영화였음을, 저자의 인생을 만든 것이 영화였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과거 단관극장에서 멀티플렉스 극장으로의 변천사와 영화를 한층 더 완성시키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OST까지 소개한다.
단 한 편의 영화가
고고학자를 꿈꾸게 하다
비합리적인 분노와 상실감이 뒤섞인 사춘기에 접어든 저자의 유일한 탈출구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 치밀어오르는 분노가 사그라들고 현실의 암울함 따위를 잊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영화에 서서히 ‘미치기’ 시작한 저자는 영화관을 순례하며 수많은 영화를 보았고 시네마 키드로서의 영화 인생이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때 본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은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저자의 인생 목표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았고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 시발점이기도 했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고 그런 호기심을 경험으로 쌓는 과정에서 80억이 넘는 인구가 존재하는 지구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확실한 존재감을 느꼈다. 이런 영향으로 저자가 선택한 길은 예술과 역사, 장소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영화 보기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2020년 말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저자의 생활에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저자에게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개봉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일종의 휴식처이자 도피처였다. 하지만 영화 개봉이 미루어졌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없었으며 영화관이 아닌 OTT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는 등 변화가 찾아오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풍경을 보면서 저자의 영화생활 또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영화관에서는 어떤 영화가 상영될까? 슬슬 움직여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영화 보기는 계속된다. 쭈욱~”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파이팅!
‘날마다’ 시리즈는 날마다 같은 듯 같지 않은 우리네 삶을 담습니다.
날마다 하는 생각, 행동, 습관, 일, 다니는 길, 직장……
지금의 나는 수많은 날마다가 모여 이루어진 자신입니다.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응원하는 시리즈, 날마다 파이팅!
구매가격 : 8,400 원
이중톈 중국사 16-안사의 난
도서정보 : 이중톈 | 2023-09-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낮에는 안녹산과 황소가 칼날을 세우고
밤에는 이백과 두보가 노래를 읊은
피와 시의 시대
“초겨울에 열 고을 양갓집 자제들
죽은 피가 진도 못 속 물을 이뤘네
휑한 들판 맑은 하늘 싸우는 소리도 없는데
사만의 의로운 군사가 같은 날 죽었네”
중국 최고의 고전 해설가 이중톈의 중국사 시리즈 16권. 이번 권에서 이중톈은 당나라 멸망의 진실을 파헤친다. 안사의 난은 한때 세계제국으로 군림했던 당나라가 쇠퇴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시발점이다. 이민족 출신의 변방 장수였던 안녹산은 어떻게 이 거대한 제국에 균열을 냈고, 이 균열은 왜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졌을까? 당나라의 멸망은 양귀비의 뛰어난 미모 때문도, 환관의 폐해나 조정의 붕당, 군벌의 배신, 이민족의 침략 때문도 아니었다. 당나라는 스스로 무너졌다! 무덤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 것은 안녹산이었고 무덤을 판 것은 황소였지만 그 길을 걷고 관에 직접 못질을 한 것은 당나라 제국 자신이었다.
당 현종과 양귀비, 안녹산과 황소, 이백과 두보 등 당나라의 흥망을 함께한 다양한 인물 군상과 당나라를 둘러싸고 격동했던 세계정세가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진다.
당나라를 망하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황하만큼이나 길고 굽이진 중국사의 줄기를 경쾌하고 유려한 필치로 써내려온 이중톈의 중국사 시리즈 16권. 이번 권에서는 당나라 몰락의 전초가 된 안사의 난을 중심으로 한때 세계제국의 위용을 떨쳤던 당나라가 어떻게 쇠락의 길을 걸었는지 서술한다. 이중톈이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써내려간 당나라 멸망사에는 황제와 재상, 환관, 신하, 장수, 비빈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이 중에는 당 현종과 양귀비 그리고 안사의 난의 주인공 안녹산처럼 역사에 이름을 새긴 쟁쟁한 인물도 있으며,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당나라가 한 발자국씩 차근차근 망국의 길로 들어서고 있던 때에도 이 나라에는 명군과 훌륭한 재상, 어진 신하, 뛰어난 장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안사의 난 당시 재위에 있었던 당 현종은 무측천이 한 차례 흔들었던 당나라를 다시 굳건하게 다진 명군이었다. 그는 스스로도 명철했을 뿐 아니라 요숭과 송경 같은 명재상을 적재적시에 등용해 당나라의 재부흥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당나라를 망하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여러 사람을 후보로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젊을 때는 명군이었으나 집권 말기에 양귀비의 미모에 미혹되고 간신 이임보에게 놀아난 당 현종이 첫째 순위고, 그런 당 현종에게 알랑방귀를 뀌며 군벌들의 난립을 조장한 이임보 또한 혐의를 비껴갈 수 없다. 안녹산은 당 현종 앞에서는 충성을 맹세하고 뒤로 돌아서는 칼을 꽂아 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며, 환관 구사량 등은 나라의 안위보다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몰두해 제국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지방의 군벌 이희열 등은 곳곳에서 제국에 반기를 들며 일어나 칭왕, 칭제하면서 당나라를 너덜너덜하게 찢어놓았고, 조정 신하 이덕유 등은 자기들끼리 패거리 짓기에 몰두하면서 나라의 힘을 회복할 기회를 놓쳤다. 아랍 제국의 아바스 왕조는 당나라의 세력권을 침범해 들어오며 그 세계제국으로서의 위신을 크게 꺾었고, 마지막으로 황소는 이미 껍데기만 남은 당나라에 마지막 치명타를 날렸다.
다시 한번 묻자면, 그렇다면 누가 망국의 주범인가. 이중톈은 단 한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지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중톈이 분명히 하는 점은 당나라가 스스로 몰락했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내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나라의 유수한 인재들은 허송세월하며 국력을 낭비했고, 분쟁에 휘말린 백성만이 도탄에 빠진 채 고통을 겪었다. 그 결과 “허약하고 쇠락한 왕조는 심지어 자기 무덤을 팔 힘도 없었고 외래 세력에 의지해 관뚜껑을 닫아야 했다”(192쪽).
당나라의 성쇠를 함께한
찬란한 문학사의 별―이백과 두보
‘당시(唐詩)’는 ‘당사(唐史)’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중톈은 당나라의 시로 당나라 역사 서술의 마침표를 찍는다. 당나라에서 시(詩)는 유독 비범한 의미를 가졌고, 시를 읊고 노래하는 것이 당나라 사람들의 생활양식이자 최신 유행, 아이덴티티였다. 당나라에서는 사대부 등 상류계급은 물론 저잣거리의 사람들, 화류계 여성까지 참여해 모두 시를 읊고, 듣고, 즐겼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아직까지도 한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두 인물 시성(詩仙) 이백과 시성(詩聖) 두보가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백은 구속받지 않는 당나라의 시대정신 그 자체였으며, 두보는 당나라가 가장하는 태평성대 아래 움트던 부패와 고통을 꿰뚫어본 시인 겸 역사가였다. 그래서 이백의 시는 유독 드높고 호방하며 즉흥적이고 자유로우며, 두보의 시에는 연민과 슬픔, 휴머니즘의 정서가 배어 있다. 당나라는 안사의 난 이후로 다시 돌아보지 않고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위대했던 당나라의 기상은 이백과 두보 이외에도 왕유, 잠삼, 두목, 이상은 등 위대한 시인을 배출했으며 이들 모두의 시는 이백과 두보의 시가 그러했듯 그 자체로 당나라의 정신 혹은 역사가 되었다. 당나라는 쇠하여 사라졌으나 이들의 시는 여전히 별처럼 빛나며 그 시대를 전한다.
구매가격 : 12,600 원
베를린 함락 1945
도서정보 : 앤터니 비버 | 2023-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945년 4월 16일부터 5월 2일까지 2주간 벌어진 베를린 전투
기록보관소 자료, 일기, 회고록을 바탕으로 수백만 명의 경험을 재구성해낸
오만, 어리석음, 복수, 인내, 자기희생, 생존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1945년 1월, 마침내 제3제국의 국경에 다다른 붉은 군대는 복수할 게 많았다. 독일군과 나치 친위대의 잔인함을 잊을 수 없었던 그들은 광분 속에서 탱크로 피란민 대열을 짓이기고, 대규모 강간과 약탈, 상상할 수 없는 파괴를 벌이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수십만 명의 여성과 아이가 얼어 죽거나 학살당했고, 200만 명의 여성이 강간당했으며, 7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붉은 군대의 분노를 피해 서쪽으로 피란을 떠났다. 이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화염과 칼의 참상이었다.
앤터니 비버는 제3제국의 최후의 붕괴라는 악몽에 사로잡힌 수백만 명의 경험을 재구성했다. 베를린 함락은 교만, 어리석음, 광신, 복수, 야만을 드러낸 끔찍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놀라운 인내와 자기희생, 모든 역경에 맞선 생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독보적인 자료 접근성과 돋보이는 내러티브
『베를린 함락 1945』는 저자의 근면성과 충실한 각주, 문체와 이야기 솜씨, 사실에 대한 꼼꼼한 접근으로 “걸작 논픽션” “비버의 저서들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다. 전직 육군 장교에서 역사가로 변신한 저자는 복잡한 군사적 움직임과 이를 지휘한 지휘관들의 추론에 대해 매우 명료하게 설명한다.
1944년 12월 아르덴에서 대규모 반격으로 서방 연합군을 분열시키겠다는 히틀러의 무모한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고, 붉은 군대가 동부에서 새로운 공세를 개시할 태세를 갖춘 터라 독일의 운명은 거의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이 책은 1944년 크리스마스에서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1945년 1월부터 5월까지 소련군과 주요 연합군이 베를린으로 진격하는 동안 주요 인물들의 말을 엿듣고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택해 독자가 히틀러와 스탈린의 독백을 엿듣는 도청자가 되게 만든다.
비버는 러시아, 독일, 스웨덴 기록보관소에 대한 독보적인 접근성과 영국 및 미국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상당한 양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이 책을 썼다. 그중 일부는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가령 저자는 히틀러의 턱뼈와 두개골이 첩보 조직 스메르시와 소련 비밀경찰NKVD 사이에 어떻게 나눠졌고, 결국 소련 기록보관소에 보관됐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또 1970년까지 마그데부르크의 소련군 연병장 아래 묻혀 있던 히틀러의 유해가 마침내 한밤중에 발굴돼 유골이 도시 하수도에 버려졌음을 알려준다.
저자의 증거 수집력은 이 책에 활용된 문서, 일기, 인터뷰, 도서 등으로 뒷받침된다. 비버는 동쪽에서 진격해오는 소련군에 서술을 집중하면서도, 서쪽의 연합군 진영과 나치군 사이를 쉽게 넘나들면서 전쟁의 디테일과 그것들이 함의하는 바를 눈부신 통찰력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스튜드베이커 트럭과 닷지 트럭들, 뒷좌석에 박격포를 싣고 방수포로 덮은 셰보레 무개차들과 중곡사포를 끌고 가는 트랙터들, 그 뒤로 말이 끄는 수레에 탄 두 번째 무리”와 같은 문장은 뛰어난 묘사력을 드러낸다. 1945년 베를린 진격은 250만 명의 소련군이 100만 명의 독일군을 공격한 역사상 가장 방대한 규모의 전투였기에 요약하는 문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괴링의 허영심은 그의 무책임함만큼이나 비웃음을 샀”고, “반짝거리는 눈과 특별히 디자인된 제복의 털 장식이 ‘쾌활한 시장통 아주머니’를 연상시켰다”처럼 짧은 문장을 통해 판단력을 드러내는 내러티브는 저자만의 강점이다.
천년 제국의 종말, 베를린 최후의 전투
1941년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은 민간인과 전쟁 포로들에게 끔찍한 참상을 안겼다. 1943년 2월 한 소련군 장교가 스탈린그라드 폐허에서 독일군 포로들을 조롱하며 이런 말을 했다. “베를린이 곧 저렇게 될 거야!” 그리고 몇 년 후 베를린은 정확히 그 대가를 치르게 됐다.
1941년 당시 러시아 민간인과 전쟁 포로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던 독일인들은 붉은 군대가 베를린에 근접해오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1945년 1월, 소련군은 나치 독일에 대한 최후의 공세를 위해 비스와강을 따라 400만 명이 넘는 병력을 집결시켰다. 동프로이센에 거주하던 최소 850만 명의 주민이 임박한 소련의 공세를 피하려 했다. 일부는 숲에 숨었고, 일부는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연합군 전선에 가닿기를 바라며 서쪽으로 도망쳤지만 대다수는 피란에 실패했다. 예를 들어 항구도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는 많은 사람이 기관총에 맞아 죽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소련 탱크에 치여 죽었다. 해상에서는 러시아 잠수함이 여객선 빌헬름 구스틀로프호를 어뢰로 공격해 6600명의 민간인 승객 중 5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4월, 붉은 군대는 베를린에서 65킬로미터 떨어진 오데르강에 진을 치고 제3제국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우선 주코프, 로코솝스키, 코네프라, 이 세 명이 사령관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후 스탈린은 제1벨라루스전선군 총사령관 로코솝스키를 배제했고, 결국 주코프에게 최고 지휘권을 넘겼다. 곧이어 250만 명의 소련군은 하인리히 힘러가 이끄는 100만의 비스와집단군과 대결을 펼쳤다.
힘러는 방어의 영웅이었다. 4월 16일, 2만여 대의 러시아 대포와 로켓포가 수적으로 열세인 적을 향해 전례 없는 포격을 퍼부었다. 소련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4월 22일(레닌의 생일)까지 베를린을 점령하는 것과 미군과 영국군이 베를린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도시를 포위하는 것. 하지만 힘러는 병력을 제2방어선으로 이동시켜 공격군을 저지했다. 러시아군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했고, 4월 25일까지 베를린을 포위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철책선 안에는 3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있었다. 1월부터 동프로이센에서 들려오는 잔혹한 소식에도 불구하고 괴벨스나 다른 어떤 나치 책임자도 굶주림에 절망한 시민들을 대피시키려 시도하지 않았다.)
스탈린은 자신의 지휘관들을 교묘하게 조종해 베를린에 대한 마지막 공격을 위해 막대한 병력을 배치했다. 250만 명의 병력, 7500대의 항공기, 6250대의 탱크, 4만1600문의 대포가 동원된 이 공격은 베를린 성벽에서 천둥이 울리고 그림이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독일군은 판처파우스트로 반격했지만, 공군과 기계화 부대의 공세에 비하면 한심할 정도로 역부족이었다.
러시아 군대가 소년, 외국 파시스트, 노약자 등 가장 단호한 수비수들까지 밀어내고 수도로 내려오자 히틀러의 제국은 무너져 내렸다. 괴링, 힘러 등이 협상을 밀어붙이면서 잠재된 충돌은 표면화되었다.
싸우기에는 너무 어렸지만 키가 커서 그럴듯해 보였던 독일 소년들은 “나치 친위대”라는 치명적인 비난을 이겨내야만 했다. 전선이 더 축소되면서 베를린 방어는 프랑스, 라트비아,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볼셰비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원한 외국인 나치 친위대 자원자들이 맡게 되었다.
200만 명의 여성이 당한 강간
소련군이 독일로 들어가 가장 먼저 해방시킨 곳 중 하나는 아우슈비츠와 그 인근의 포로수용소였다. 한 영국군 포로가 이렇게 외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 러시아가 이 나라에 무슨 짓을 해도 반드시 용서할 것이다. 절대적으로 무엇이든.” 이전에 독일군이 소련에서 저지른 잔혹 행위로 인해 보복은 불가피했지만, 전쟁 마지막 몇 달 동안 독일 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복수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그 분노는 끔찍했다. 저자는 전쟁으로 인해 강간당한 여성의 피해를 거의 정확히 집계하며 그 참상을 세세히 전하고 있다. 즉 1945년 제국의 진정한 피해자는 독일 국민, 특히 여성이었다.
복수에 미치고 술에 취한 붉은 군대는 집단 강간을 벌였다. 1945년 1월 동프로이센에서 시작된 강간은 2주간의 베를린 전투에서 절정에 달했고, 적대 행위가 끝난 후에도 강간은 전염병처럼 계속되었다.
“붉은 군대의 병사들은 독일 여성들과의 ‘개별적 정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동프로이센에서 해군육전대 장교로 복무한 극작가 자하르 아그라넨코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한 번에 9명, 10명, 12명의 병사가 집단으로 여성들을 강간했다.” 이 병사들은 독일 여성들을 “따먹는다”라는 표현을 썼고, 독일 여성이 “너무 오만해” 그들 위에 “올라타야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들은 독일 여성이 “짐마차용 말”처럼 생겼다며 불평했다.
뿐만 아니라 14세부터 80세까지 독일,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해방’된 강제노동자 여성들 역시 붉은 군대의 병사들로부터 교대로 돌아가며 성폭력을 당했다. 나치로부터 살아남은 유대인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나치 체제의 피해자임을 알렸지만, 일단 몸에 술이 들어가면 먹잇감의 국적은 별 의미가 없었다. 비버는 “소련에서 강제로 끌려간 여성들에 대한 광범위한 강간은 소련에서 독일의 만행에 대한 복수를 이유로 적군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완전히 훼손한다”고 강조한다.
붉은 군대의 강간은 네 단계의 양상을 보여주었다고 비버는 분석한다. 1월과 2월에 복수심에 불타 간호사, 어린 소녀, 임신부, 막 아이를 출산한 산모 모두를 무참하게 강간한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이 양상은 두 번째 단계에서는 그리 잔혹하지 않게 바뀌었다. 병사들은 전선에서 복무하는 와중에 휴식의 일환으로 주로 성적 욕구만 충족시켰고, 여자들의 저항이 없으면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강간의 정의는 흐려졌다. 굶주림에 직면한 여자들은 총이나 육체적 폭력 없이도 자신의 몸을 병사에게 바치고 필요한 물건과 음식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단계의 강간이었다. 네 번째 단계는 많은 소련군 장교가 소련 ‘운동원 아내’를 대체한 독일 ‘점령군 아내’와 함께 정착한 기이한 형태의 동거였다. 독일인 내연녀들과 함께 사는 데 여념 없던 많은 붉은 군대 장교는 조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을 때 탈영을 선택했다.
붉은 군대 장교들은 이를 막을 의지가 없었다. NKVD 소총연대에서는 강간을 저지른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처벌은 오직 피해자들로부터 성병이 옮았을 때에만 이뤄졌다. 그 피해자들은 대개 이전의 강간범에게서 성병이 옮은 것이었다. 스탈린주의자들은 강간을 “비도덕적 사건”으로 완곡하게 부르며 제지하지 않았다.
전투 기간에 13만 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고, 그중 10퍼센트는 자살했다. 비버는 1945년 독일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최소 200만 명의 여성이 강간당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집단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명백한 학설을 통해 밝혀냈다. 어떤 여성은 “23명의 병사들에게 잇따라” 강간을 당했다. 한 작가가 ‘병영 에로티시즘’이라고 묘사한 이 모든 일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현대의 선전 선동의 영향과 전쟁터에서 남성들의 공포와 고통이라는 인간 본능의 충동과 합쳐졌다.
이런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인간 본성에 대해 비관하도록 만든다. 비버는 스탈린이 소련을 억압된 사회로 만들었고, 이것이 1945년 동독을 압도한 억눌린 쓰나미였다고 주장한다. 비버가 수많은 외국 기록물에서 수집한 연구 자료로 볼 때, 그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도덕주의자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과연 러시아는 승자였을까? 베를린 작전에 참가한 소련군의 사상자 수는 사망 7만8291명, 부상 27만4184명에 달했다. 러시아 역사학자들조차 이토록 많은 사상자가 불필요하게 발생한 이유가 어느 정도는 서방 연합군보다 먼저 베를린에 도착하기 위한 경쟁 때문에, 그리고 너무 많은 병력을 베를린 공격에 투입함으로써 아군끼리 포격을 가한 탓임을 인정한다. 게다가 팔다리를 잃은 러시아군은 ‘사모바르’라 불리며 따돌림을 당해 자국 정부에게 체포되어 추방당했다. 150만 명 이상의 구소련군 포로들이 강제수용소나 노동 대대로 보내졌다. 소련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블랙북’은 공산주의의 ‘부정주의’로 인해 당국에 의해 유통이 금지되었다. 소련 사령관 주코프의 가까운 동료들은 존재하지 않는 반스탈린주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고, 주코프 자신은 이후 20년 동안 추방당했다.
구매가격 : 30,000 원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도서정보 : 강혜정 | 2023-08-2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정말 가끔이지만 이토록 솔직하고 놀랍도록 단순한 한마디에 세상이 바뀐다
나의 새장 속 세상이”
무수한 타인으로 살아가는 배우가 아닌
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 강혜정’의 이야기
자신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강렬하게 내보이던 배우 강혜정의 첫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작가로서 처음 발을 내디딘 그는 가장 내밀한 그날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기로 했다. 고요한 반항아이자 음악에 흠뻑 빠질 줄 알던 어린 날, 정체 모를 불안으로부터 정신없이 발버둥 치던 젊은 날, 마주한 어둠에서도 끝내 스며드는 누군가의 다정함에 눈물 흘리던 어느 날까지. ‘배우 강혜정’이 아니라 ‘사람 강혜정’이 겪은 수많은 날들은 우리들의 어느 날과도 자주 겹쳐 보인다.
누군가는 그날들을 청춘이라고도 부르겠다. 하지만 ‘푸른 봄’이라 부르기에 그 계절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건조하고 온몸이 타오를 듯 뜨거운 ‘난춘’에 가까웠다. 다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홧홧하던 시간도 점차 노을처럼 저물기 마련이다. 자기만의 ‘새장’에서 변해가는 계절을 보내는 사이 마음에는 길쭉한 그림자가 만들어졌지만, 이내 찾아온 어둠은 그 흔적도 지워내며 저 멀리 새벽빛과 숨이 트이는 단비도 함께 가져왔다.
저자는 ‘새장 속 세상’에 머무는 시간 동안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솔직한 문체로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휴대폰에.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것이 아니었기에,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들을 보다 솔직하게 담았다. 집필은 그의 새장을 밝히거나 넓히는 과정이었고, 한 뼘짜리 작은 휴대폰은 어느새 그에게 안온함을 주는 방파제가 되었다. 그리고 4년 뒤,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이라는 제목을 달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우리 삶에서 파도처럼 오가는 외로움과
비처럼 흐르는 다정함에 대해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을 읽는 과정은 마치 파도를 타는 것과 같다. 어느 글은 시나 노랫말 같고 어느 글은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이토록 변화무쌍하게 요동치는 글은 읽는 내내 하나의 큰 흐름으로 독자에게 밀려들기에 독자들은 그 파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날것에 가까운 체험이라, 미디어로 알고 있던 ‘배우 강혜정’을 떠올리며 마주하면 꽤나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날이 서슬 퍼런 사람들에게 상처받더라도 기꺼이 손을 내미는 저자의 다정함은 위태롭게 사랑스럽고, 끝내 사람에게 다가가고픈 그의 외로움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할 것이다. ‘저는 미칠 것 같은 이 세상을 이렇게 살아내고 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라고 묻는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에서 우리는 수많은 나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안정감을 찾아 무더운 바깥을 뛰어다니던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무런 꾸밈없이 표현된 저자의 글은 독자들의 마음속을 마구 휘저을 것이고, 뙤약볕에서 제 자리를 찾고자 흘려온 땀을 기억한다면 더욱 가슴에 와 닿을 문장들로 가득할 것이다.
구매가격 : 11,800 원
깨어있는 양육
도서정보 : 셰팔리 차바리 | 2023-08-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어도
‘준비 없이’ 부모가 되어선 안 된다!”
아이 제대로 키우기, 그 어려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
“이 책을 내가 처음 부모가 되고 교사가 되었을 때 읽었다면 어땠을까?
내게 선물 같았던 변화를 모든 부모와 선생님이 경험하길 바란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 강력 추천!
『깨어있는 부모』 실전편이자 오프라 윈프리가 가장 신뢰하는 양육 전문가
셰팔리 박사가 제안하는 ‘깨어있는 양육’, 그 어려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깨어있는 부모』를 펴낸 뒤 셰팔리 박사가 2년 만에 내놓은 양육 실전편으로, 전작의 마지막 장에 할애했던 ‘훈육’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 학교와 사회에서 일탈행위를 하는 아이의 심리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그 해법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아이가 어떻게 그런 ‘문제아’이자 ‘괴물’로 변했을까? 저자는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는 물론, 학교 폭력, 각종 사회 범죄 등이 각각 다른 문제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식을 억압하고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가 불행의 씨앗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아이의 응석을 다 받아주고 아이의 기분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신 “아이가 부모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부모와의 교감이 끊겼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므로 그 상처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성공적인 양육의 열쇠가 ‘불량하게 행동하는 아이’에게 쏟았던 관심을 부모의 ‘불량하게 움직이는 정서 상태’로 돌리는 데 있다고 말한다. 우리 자신의 정서적 패턴을 파악하고 풀어내지 않는 한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아이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도록 부추기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에겐 고칠 것이 없고 부모만 성장하면 되는데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 행동을 탓하며 아이를 고치려고 이리저리 방법을 찾아 헤매다 보면 진짜 문제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문제의 해법을 위해 부모와 아이를 모두 만족시킬 ‘윈윈 전략’을 제안한다. ‘WINNER’라고 이름을 붙인 이 전략은 지켜보기Witness, 물어보기Inquire, 중립 지키기Neutrality, 협상하기Negotiate, 공감하기Empathize, 해결하기Resolve의 6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저자가 각기 다른 형편에 처한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심리 상담한 사례를 토대로, 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진짜 메시지를 해독하고 매순간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한 신개념 양육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 행동에 집중하던 기존의 양육서와 달리 양육과 훈육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한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더 깊이 교감하고 제대로 소통하며, 나아가 아이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이끌도록 최고의 양육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13,000 원
미국이 길러낸 중국의 엘리트들
도서정보 : 장융전 | 2023-09-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낙후된 초나라의 인재를
선진국 진나라에 보내라!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 엘리트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람이 되어 돌아왔는가
그리고 중국의 사회,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미국이 길러낸 중국의 엘리트들: 미국의 중국 유학생들, 1872-1931』(원제: 礎材晉育)은 미중 양국의 인재 교류의 양상을 살펴본 책이다. 『중국유미학생월보』를 주된 자료로 삼고, 1902년에 창립했다가 1931년 해체한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 활동을 중심으로 중국인 미국 유학생을 조명했다. 이 단체는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전국 유학생 조직으로, 룽훙이 주도한 어린 유학생들은 포함되지 않으며 그들이 본국으로 소환된 이후의 ‘과도기 세대’ 유학생들이 중심이다. 그렇게 볼 때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는 미국 유학이 유행한 이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의 미국 유학생을 이해하려면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를 이해해야 하며 선구자 세대부터 과도기 세대로 연결되는 역사의 전체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이 책의 서술은 1872년을 시작점으로 하여 전미중국유학생연합회가 해체된 1931년까지의 기간을 담고 있다.
중국이 수천 년 주변 국가들로부터 유학생을 받아오다가 처음으로 바깥에 유학생을 내보낸 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로부터 150여 년이 흐른 2020년 현재 미국의 중국 유학생은 37만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미국의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35퍼센트를 점하는 수치로, 실로 놀라운 양적 성장이다.
200여 년 사이에 양국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무역과 인재로 활발하게 교류했지만 그 과정은 한순간도 순탄하지 않았다. 대국 간의 교류는 다면성과 복잡성을 포함하고 있어 항상 주변국들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역사를 돌아보지 않은 채 작금의 상황에 매몰된다면, 전체적인 모습을 놓칠 수밖에 없다.
동치 중흥이래 미국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롤 모델이었다. 단지 ‘물건의 신기함’ ‘물질적 안락’ ‘질서정연함’ 때문이 아니라 서방 열강들의 무차별한 침략 속에서 미국만이 정치적으로 가까운 우방이며 보호자라는 믿음이 있었다. 미국에 유학했던 많은 중국 인재가 한편으로 미국을 신앙처럼 여기며 중국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 전개되었다. 20세기 초 미국이 중국인을 배척하는 법안을 만들면서도 중국 유학생들을 받아들인 이유는 “친미 성향의 지도층과 광대한 소비층을 배양하기 위해서”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당시 왕징춘王景春은 미국 유학 경험을 통해 “중국은 이 세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놀랄만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이 이룬 현대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다. 내일의 중국은 명석한 두뇌와 식견을 가진 지도자의 영도아래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켜 세계 시장에 다양한 원료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희망을 쏘아 올렸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심각한 갈등 속에서도 많은 중국인은 미국을 이상향으로 여기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이라는 광대한 시장에서 발을 뗄 수 없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일부 영역에서 롤 모델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다보니 롤 모델이 이에 놀라서 당황하는 초유의 형국이 되었을 뿐이다. 섣부른 예측론자들은 또 다양한 통계수치를 들어 오래지 않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서 G1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역사학자로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는 같은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국이 전통 속에서 그리고 현대화 과정에서 쌓아온 풍부하고 많은 자산과 경험은 쉽사리 소진되지 않을 것이고,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지 미국으로 간 중국 유학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시기는 늦었지만 수많은 한국 인재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유학을 떠났고, 그렇게 연결된 고리를 통해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 계단으로 이용했으며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그 사이에 있는 우리는 역사 속에서 꾸준히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1872년 룽훙容宏이 최초로 어린 유학생들을 데리고 미국에 간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미국 유학 역사의 막이 올랐다. 당시 증국번曾國藩·이홍장李鴻章의 상소문에 따르면 “오랑캐의 기술을 익혀 오랑캐를 제압한다師夷之長技以制夷”는 명제 아래 “총명한 아이들을 선발해 서양 여러 나라에 보내어 군정·선박·수학·제조 등 학문을 배우게 한다. 약 10여 년의 교육을 마치고 서양인의 장점을 중국에 접목하여 익히면 강해질 것이다”라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중국을 강국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이루는 순간 중단될 계책이기도 했다.
맨 처음 중국 정부가 미국에 유학생을 보내는 정책을 수립한 목적은 “초재진육楚材晉育”(춘추전국시대 낙후된 초나라 인재를 진나라에서 교육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화법」이 활성화되던 1882년부터 1943년까지 60년 동안 중국 유학생은 감히 미국에 남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법안이 폐지된 후, 특히 1965년 매년 2만 명의 이민이 허용되면서부터 비로소 유학생에게 ‘배움이 뛰어나면 남을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해졌다. 결국 초나라 인재를 진나라에서 교육시키는 “초재진육”은 초나라 인재를 진나라에서 등용하는 “초재진용楚材晉用”의 수단이 되었고, 인재 유출 현상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나친 ‘서양화’는 늘 골칫거리였다. 룽훙이 데리고 간 120명의 어린 유학생은 1872년부터 1875년까지 4차례에 걸쳐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공부했다. 청나라 정부는 이들에게 15년간 투자하여 중등 교육부터 기초를 다진 뒤 군대·선박 분야의 인재로 육성할 계획이었으나 1881년 여름, 10년도 못 채우고 모든 유학생을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그 까닭은 이들이 지나치게 서양화되어 학업을 완수해도 중국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서양화는 곧 정체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당시의 유학이 사회적 투자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중국 학생들이 과도하게 서양화되었다는 지적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즉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와 사회 전체와 관련된 사안이므로 사회적 자본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젊은 유학생이 전반적으로 유학 교육에 대해 비판한 바 있었다. 후스胡適는 1910년 2차 경관 국비 장학금으로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 1913년 초 그는 「비유학편非留學篇」을 발표해 “유학을 간다는 것은 나라의 큰 수치다留學者, 吾國之大恥也”라며 비판했다. 중국은 낙후되었으니 유학생을 태평양 너머로 보내 새로운 문물을 배워 우리의 부족함을 메워야 하지만 “유학 정책은 유학을 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이 목표가 없으면 유학 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게 후스의 입장이었다.
후스가 유학하던 무렵은 중국이 유학생을 파견한 지 40여 년이 흐른 시점인데 어째서 일본과 달리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 후스는 “정부의 잘못된 교육 방침과 유학생의 잘못”을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국내 교육을 장려하기보다 그저 유학 보내는 데 중점을 둠으로써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비판했고, 유학생에 대해서는 취득한 학위를 생계 수단으로 삼은 것, 산업만 중시하고 인문학을 경시한 것, 근본을 무시한 것 등을 비판했다.
유학생들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잘못을 지적했다. 1) 자존심이 없다. 다른 나라의 물질문명에 취해 우리 전통을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2) 문명은 수입할 수 없다 중국 문자는 문명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돛帆과 타舵, 삿대篙와 노櫓 등 차이를 모르면 가르칠 수 없고 책도 쓸 수 없다. 유학생들이 설사 천하에 없는 지식을 익혔다 한들 한자를 모르고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후스는 많은 결점을 안고 있으나 유학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으니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중국을 ‘잠자는 사자’로 비유했으나 후스는 ‘잠자는 미인’에 빗대어 입맞춤으로 잠자는 미인을 깨어나게 한 왕자는 바로 현대 서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신중하게 선발하고, 국내 고등교육 기관의 증설’이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때 이후로 후스는 생각이 바뀌어 더 이상 「비유학편」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누군가 중국을 ‘고대 문화가 발달한 나라’ ‘문학의 우아함, 역사적 영광, 민족의 돈후함’ 등으로 표현하면 그는 오히려 ‘과대망상’ ‘미몽’ ‘반동’이라며 비웃곤 했다. 후스는 유학의 목표는 훗날 유학할 필요가 없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여러 회의 자리에서 지속적인 유학생 파견을 주장했다. 그 자신 귀국 이후 엘리트주의에 매몰되어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인력, 재력, 에너지를 고급 학부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는 입장에 선 것이다.
후스가 「비유학편」을 쓰던 1913년은 룽훙의 어린 유학생들이 소환되던 1881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기다. 그러나 룽훙의 어린 유학생에 대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본래의 모습을 잃었고 커다란 성과도 없었다’는 비판과 ‘현재 유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을 무시한 것’이라는 후스의 지적을 비교해볼 때, 세월의 편차에도 유학생에 대한 비판의 축은 달라지지 않았다. 30년 세월의 간극을 지우는 비판의 결론은 결국 자신이 중국인임을 잊을 만큼 서양화됐다는 사실이다. 후스는 사상적으로 성숙해진 이후 ‘비非’유학을 말하지 않고 유학이 중국의 엘리트 교육 발전과 연구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룽훙부터 지금까지 150년간 여론과 (미국을 포함한) 학계에서는 유학 교육에 대해 비판적 태도가 우세했다. 후스의 「비유학편」 외침은 마치 드넓은 벌판에서 부는 호각소리가 흩어지는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다가 1920년대 이후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데올로기와 관계없이 모두 서양화라는 현상에 주목했다. 좌파와 우파,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중국에서 교육 받은 자와 귀국 유학생을 막론하고 서양화된 유학 교육이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에 대해 하나같이 비판했으며 유학 자체를 폄하하기도 했다. 이는 서양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비판은 세 방향으로 모아졌다. 첫 번째는 맹목적 답습으로, 유학생들은 서양의 꽃을 가져와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중국 나무에 이식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는 그들이 배운 것은 모두 이론뿐으로 이론에 상응하는 응용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유학생들이 지나치게 서양화되어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1920년대 학계에서도 유학생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수신청舒新城의 『근대중국유학사』는 시간적으로 룽훙의 어린 유학생부터 1920년대 중기까지, 공간적으로 일본부터 유럽까지 유학의 전체 과정(국비, 자비, 경관과 그 이후 칭화대학 유학생 및 기독교 학교 유학생)을 조명했다. 수신청의 비판은 정부의 실책, 즉 청조 말부터 일관되지 않은 유학 정책과 통일된 집행기구의 부재, 느슨한 선발 시험 등에 집중되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비 유학생에 대한 자격 제한이 지나치게 느슨해 기본 테스트조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가 사회 자원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으로 출세만 바라는 허영심”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칭화대학 졸업생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었으나 돌아온 성과가 너무 적어 ‘경제적’으로도 실패했다고 보았다. 칭화대학 출신 유학생들은 국내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 ‘중국인도 서양인도 아닌不中不西’ 존재가 많았다. 수신청은 “유학 교육이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면서도 스스로 이 비판이 “지나치게 격렬”하여 “유학생들이 이룬 공헌을 지워버리는” 면도 있다고 한 반면, 왕이쥐의 비판은 수신청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그는 근대 중국의 유학 정책은 정치·사회·경제·문화 모든 방면에서 악몽이자 비극이었다고 했다.
왕이쥐의 연구는 유학생을 겨냥한 잘 조사 정리된 기소장과 같았다. 그는 몇몇 특별한 인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학생에 대해 난감함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안하무인으로 교만하며, 지나치게 서양화되어 중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서양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갖고 있으며, 지식은 실질적이지 못해서 중국 사회의 요구에 들어맞지 않았고, 쉽게 출세하려는 야심으로 오직 개인의 부귀영화를 추구할 뿐 사회적으로 갖춰야 할 도덕의식과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야구를 하고 여자 친구를 사귀고 교회를 다니는 등 지나치게 미국 문화에 젖어들게 방치하여 감독 교사를 무시하는 일은 둘째 치고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초창기 유학생들은 학업 성적도 좋지 않아서 본국으로 소환될 무렵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단 2명뿐이고, 10명 미만이 갓 대학에 입학한 상태며 나머지는 아직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중이었다고 했다. 1854~1954년까지 100년 동안 대략 미국에서 유학한 중국인 학생은 2만2000명이었는데 50~60퍼센트만이 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개혁개방이 시작되자 중국 학계에서는 근대 미국 유학에 대해 이전과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연구는 리시쒀李喜所의 『근대 중국의 유학생近代中國的留學生』(1987), 쑨스웨孫石月의 『중국 근대 여성유학사中國近代女子留學史』(1995)다. 개혁개방의 물결에 따라 미국 유학생에 대해서도 서양 제국주의의 문화 매판이라는 정치 선전 형태의 평가를 거둬들이고 대신 중국 근대화의 애국적 선구자로 칭송했다. 물론 그들이 서양 문화를 숭배하거나 군벌과 반동세력에 부합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열심히 공부해서 곤경에 처한 중국의 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다시 태평양을 건너 세 편의 연구로 이어졌다. 2001년 예웨이리葉維麗가 출간한 『중국을 위한 현대적 길찾기: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 1900~1927』, 2004년 스테이시 비엘러의 『애국자인가 반역자인가?: 미국의 중국 유학사』, 1999년 한예룽의 박사논문 「세계 일부로서의 중국: 1920년대 미국의 경관자금 반환이 중국 학술기관 설립에 미친 영향」이다. 그러나 이 연구들 역시 ‘애국자와 매판’ 또는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다.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은 타이완 학자 쑤윈펑蘇雲峰이 1996년에 출간한 『칭화학당에서 칭화대학까지 1911~1929』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그는 1981년 출간한 『칭화대학사고淸華大學史稿』가 칭화대학을 ‘노예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폄하했다면서 재조명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에 칭화대학은 외교부 관할이었는데 미국 공사의 간섭을 받는 등 국격 손상에 해당하는 일이 있었으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귀국 유학생 출신이 교육부보다 외교부에는 더 많아서 안정적인 편이었다고 평가했다. 적어도 그들은 현대 지식인이었고 이념적으로 미국과 근접하여 비교적 소통이 원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칭화대학은 미국 문화와 사회를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영어 교육을 중시하고 중국어 교육을 소홀히 했으나 얼마 후 이를 개진하여 융합을 꾀했다고 보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칭화대학이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미국식 하드웨어를 갖추고 교수와 엘리트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활발한 캠퍼스 생활을 제공했다. 졸업생들은 미국 여러 대학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으며 차별받는 환경에서도 강렬한 애국심으로 ‘변방의 지식인周邊知識人’으로서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개명한 입장에서 중국 문화와 사회에 합리적 비판을 가함으로써 창조적인 공헌을 발휘했음을 통계 수치로 소개했다.
수신청과 왕이쥐가 비판한 근대 중국의 유학 교육 문제는 근본적으로 세 가지로 종합된다. 첫째는 자원 분배의 불균등이다. 즉 근대 중국은 전체적으로 교육 자원을 균형 있게 분배하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고등 교육을 중시하고 초등 교육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한 예로 1931년 당시 중국은 대학생 한 명당 초등학생 한 명의 200배에 달하는 교육비를 지출했다. 같은 시기 유럽 국가의 비율은 1대 8 정도였다. 이러한 불균등한 구조보다 더 기형적인 것은 대학들이 상하이, 베이징, 난징, 광저우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1922년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30퍼센트의 대학과 41퍼센트의 대학생이 모두 베이징에 있었고, 1932년의 다른 통계에서는 상하이의 대학생이 전국 대학생의 2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연해에 위치한 몇몇 도시에 대학이 집중된 현상은 유학생 대부분이 이곳에 거주했다는 점과 관계가 깊다. 1925년의 통계에 따르면 귀국 유학생 584명 중 34퍼센트, 1937년의 다른 통계에 따르면 귀국 유학생 1152명 중 28퍼센트가 상하이에 머물렀다. 게다가 교육비용이 갈수록 비싸지면서 농민과 빈민 계층은 교육의 기회로부터 멀어졌다.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졌고 내륙 지역의 개발이 더딘 곳일수록 교육을 받기 힘들었다. 간혹 농촌에 사는 극소수 학생이 간신히 도시에 와서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시에 정착했다.
쑤윈펑은 교육 자원의 분배와 정치·사회적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칭화대학을 설립한 목적은 지역 간 불균형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지역 간 형평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장쑤·저장·푸젠·광둥 연해 성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쑤윈펑은 학생들의 출신 환경과 관련해 56퍼센트의 학생 배경을 조사해 “지주, 관료, 자산계층 출신이 44퍼센트”에 달한다는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근대 중국 교육 자원의 분배가 균등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런 자원 분배의 불균등을 당시의 사회현상으로 해석하면서도 수신청·왕이쥐가 제시한 불균등이 근대 중국의 정치와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수신청·왕이쥐가 제기한 두 번째 비판은 유학생들이 전공한 학문의 활용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 그들은 많은 통계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부가 유학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실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선발과 관리와 관련된 문제였다.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지켜지지 않은 결과 학생들의 전공은 사회적 수요와 거리가 있었고 귀국 후에 자신의 전공을 활용할 수 없었다. 1925년 조사에 따르면 34.5퍼센트에 달하는 귀국 유학생이 전공을 활용하지 못해 실업자나 가정주부가 되었다고 했다. 왕이쥐의 조사 결과 귀국 유학생들의 사회 진출은 정계와 학계에 집중되었는데 1917~1934년에는 32~40퍼센트가 교육계에서, 16~42퍼센트가 정계에서 직업을 구하고 있다. 문제는 두 분야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유학생들이 귀국 후 자기의 전공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계로 진출한 이들은 주로 인문학과 농업 전공자였다. 이과 전공자는 연구할 기회를 얻지 못해 학교 밖에서 길을 찾아야 했는데 소수는 정계에 진출했지만 역시 연구나 기술직이 아닌 사무직이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농학 전공자로, 1925년 통계에서는 70퍼센트가 교육계에서 일하고 일부가 정계로 진출했을 뿐 농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전무했다. 경제계나 금융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전공과 무관한 일을 했다.
경제 및 공학 전공자도 자신이 배운 바를 활용하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첫째, 상경대를 졸업한 유학생은 대부분 은행에 근무했으며 창업자는 없었다. 둘째, 564명의 경제계 인사 중 10명만 귀국 유학생 출신이며 그중 9명이 은행에 근무했다. 셋째, 40명의 공업계 인사 중 30명은 엔지니어이고 18명이 귀국 유학생이었는데, 유학생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국영 기업의 관료로 일했다.
이런 결과는 단순히 교육 투자의 차원을 떠나 깊은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유학 출신들이 전공을 활용하지 못한 데는 그들이 남에게 굽힐 줄 몰랐다거나 농촌으로 가기를 꺼려했다는 심리적 요인 외에도 중국 사회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만한 응용지식이 부족하거나 불가능했거나 원하지 않았다는 요인이 있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학계에 남든 정계에 뛰어들든 ‘배움이 뛰어나면 관직에 나간다’는 전통 가치관을 극복하지 못했다. 1930년대 이후 정세 변화에 따라 유학생의 태도도 변했고 학문적 수준도 향상되었으나 항일전쟁이 발발하자 그들은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수신청·왕이쥐의 세 번째 비판은 “미국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 왕이쥐는 룽훙을 비롯한 많은 유학생은 미국인이 되고 싶어 했을 뿐이라고 평했다. 그 예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귀화 경향도 높은 점을 들었는데, 어린 유학생 중 8명이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그중 4명이 미국인이 되었다. 학위를 얻지 못한 100여 명 중에서는 단 한 명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미국인으로 귀화하는 경향은 계속 이어져 1937년 출간된 『칭화동창회록淸華同學錄』에는 21명의 졸업생이 이미 14년 이상 미국에 장기 거주하고 있었다.
왕이쥐는 선발 과정을 거쳐 출국한 유학생들이 엄격한 이민법 심사에 통과해 미국에 남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 입장에서 이들이 미국에 남는다는 것은 유학 정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것이자 가장 우수한 인재를 잃는다는 점에서 두 배의 손실이었다. 귀화는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유학은 가족 전통과 관계되어 있다. 부친이 유학하면 아들도 유학을 간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중국 문화에 대한 소속감은 멀어지고 3대째가 되면 귀화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린다.”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서 사회적으로 유학 교육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수신청부터 왕이쥐까지 근대 중국의 유학 교육은 단지 교육사의 주제를 넘어 중국 근대사 전체 맥락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중국 근대 정치, 경제, 문화와 사회적 맥락에서 미국 유학 교육이라는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유학한 중국 학생에 관한 연구에서 수신청·왕이쥐의 비판을 진지하고도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번안사학자들처럼 ‘애국-매판’ 또는 ‘전통-현대성’이라는 이원대립의 사고 틀에 갇히고 만다. 우리는 반드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즉 21세기의 시각으로 21세기의 문제에 대해 질문해야 하며 21세기의 언어와 개념으로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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