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오늘 하루, 아이에게 내 말투는 어땠을까?
도서정보 : 김현정 | 2023-1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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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행복하게 바꿀 수 있을까?
아이를 변화시키는 부모 말투의 중요성과
아이의 상황과 성향, 관계에 따른 실천법을 담다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먹고 자라며, 그중에서 특히 말의 영향력이 가장 셉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쓰는 말은 모두 아이의 말이 됩니다. 아이의 말이 거칠다면 부모의 말을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아이의 공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도 부모의 말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아이의 마음의 근본이 부모의 말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아이를 잘 자라게 하는 부모의 말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의 말로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잠재력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잠재력을 믿고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말을 사용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잠재력은 무한히 성장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랑받는 행복한 부모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구매가격 : 16,000 원
종이의 역사
도서정보 : 쿠와바라지츠조(桑原隲蔵) | 2023-12-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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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桑原隲藏全集』(1968) 제2권 岩波書店
종이의 발명은 인류의 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인쇄술이 종이의 발명에 힘입어 널리 보급되었지만, 종이가 없었다면 인쇄술의 효용은 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종이의 수요는 해마다 증가했다. 종이의 소비량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 고대에는 대나무나 나무를 재료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대나무로 만든 것을 ‘간(簡)’(대쪽 간)이라고 불렀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000 원
혼투족을 위한 남다른 부동산 투자
도서정보 : 옥동자(강대성)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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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투족을 위한 부동산 투자 지침서
부동산 투자는 큰돈의 투자금이 필요하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들며, 정책에 따라 시장 상황이 확확 바뀌기 때문에 투자 초보자가 섣불리 뛰어들 수 없는 분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3만 5,000명의 구독자를 둔 파워블로거이자 12년 차 부동산 투자자인 옥동자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안전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와 다른 부동산 투자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책 『혼투족을 위한 남다른 부동산 투자』에는 그만의 남다른 투자 원칙이 담겨 있다. 혼투족(혼자 투자하는 사람들)을 언급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철저하게 혼자서 아웃사이더처럼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모두가 당연하게 추구하는 방향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자의 원칙으로 마땅히 받아들였던 것들을 돌아보고 반대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무슨 뜻에서 ‘청개구리 투자법’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는지 언뜻 짐작이 가면서도, 과연 그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저자는 수익률이 높은 대신 큰 리스크가 따라오는 것이 부동산 투자라는 선입견에 맞서 안전한 투자를 추구한다. 그런데 책 속의 투자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투자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투자자들에게 자신만의 기준과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길을 열어 주는 매우 유용한 투자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절대 잃지 않는 부동산 투자의 기술
『혼투족을 위한 남다른 부동산 투자』는 총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chapter 1 옥동자의 청개구리 투자법」에서는 잃지 않는 투자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의 시작은 일반적인 투자자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아직 투자의 고수가 아니라면 수익률보다 승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부동산 투자 격언을 반대로 뒤집어 ‘매수는 예술, 매도는 기술’로 여기라고 한다. 그리고 매수 상황에 따라 어떤 점을 우선해야 하는지, 최선의 선택을 돕는 고려 요소를 하나하나 헤아리며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 방법으로 이끈다.
「chapter 2 승리하는 부동산 투자자의 기준」에서는 더 나아가 반드시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의 기술을 설명한다. 매수 협상의 기술, 매도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 등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읽고 적용하는 법을 제시한다. 또한, 좋은 물건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매수하려는 물건이 장단점을 하나씩 안고 있다면 어떤 점에 더 치중해야 하는지, 급매를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등 현명한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핵심 사항을 짚어 준다.
「chapter 3 새로운 상승장을 위한 준비」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상승장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다룬다. 항상 오르기만 하는 시장은 없듯, 항상 내리기만 하는 시장도 없다. 따라서 하락장에 열심히 준비해야 상승장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여기서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매수 시점을 추론하고, 최적의 진입 타이밍을 예측하는 등 상승장을 대비한 다양한 준비 전략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chapter 4 오래 가는 부동산 투자자의 습관」에서는 투자 마인드에 관해 이야기한다. 투자자는 스스로 투자의 이유를 충분히 인지해야 하며, 행운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기회를 충분히 알아보고 잡을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 경계해야 할 점, 일과 투자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현실적으로 조언한다.
반드시 살아남는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것
『혼투족을 위한 남다른 부동산 투자』는 제목에 ‘남다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 원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왜 남다르고, 왜 청개구리 투자인지 의아할 수도 있다. 그만큼 원칙을 벗어난 수많은 요인과 그에 따른 대중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의외로 어렵다. 누군가 큰 수익을 냈다는 얘길 들으면, 그 사람이 어떻게 투자했는지 귀가 솔깃하다. 따라 하지 않으면 혼자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만 모르는 정보가 있을까 싶어서 이런저런 강의에 기웃거리고, 못해도 평타는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세간의 흐름에 맞춰 투자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투자 시장에서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강조하는 저자는 본의 아니게 청개구리 투자자가 되었다.
그는 “우리의 투자는 늘 수익권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장에 있든 상승장에 있든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돈만 있다면 큰 고민 없이 누구나 알 만한 좋은 지역의 좋은 물건을 사면 된다. 하지만 평범한 보통 사람 대부분은 서울의 비싼 지역을 덜컥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 남이 아닌 나 자신과 경쟁하며 오랜 기간 즐겁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내는 행복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스스로 통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투자에 뛰어든다면 누구나 현명한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다. 흔히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준비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5,400 원
결단은 칼처럼 행동은 화살처럼
도서정보 : 권영욱 | 2023-1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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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신화처럼 회자되는 기업가 정주영의 이야기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도 20여 년이 흘렀다. 한국 경제가 발전을 이루면서 큰 성공을 만들어 낸 경영인이 많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으로 정주영의 이름을 꼽는다. 지난 2019년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기업인’ 조사에서도 여전히 정주영이 1위였다.
사람들은 자수성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정주영은 자수성가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그는 국내 최대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배를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계약을 성사시키고, 유례가 없던 간척 사업을 이뤄 내고, 모두가 회의적이었던 88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고, 국내 기술로 자동차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소 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하는 등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주영이 남긴 사업적 성과와 극적인 성공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해서 회자될 만큼 놀랍기만 하다. 맨땅에서 일으켜 거둔 결실은 말 그대로 ‘기적 같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게다가 그가 일궈 낸 현대그룹은 지금도 우리나라 경제에 크게 기여하며 현재진행형의 기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주영이라는 인물과 그의 업적을 신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책은 정주영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추억과 감동으로, 정주영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던 이들에게는 다시금 도전할 수 있는 희망으로, 정주영을 지난 역사 속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들에게는 살아 숨 쉬는 흥미진진한 영웅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주영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역사
『결단은 칼처럼 행동은 화살처럼』은 시간 여행을 하듯 정주영의 일대기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며 수많은 사건과 기록, 그리고 생각을 풀어낸다. 작가는 정주영과 관련된 논문, 연설문, 회고록, 수많은 기사, 인터뷰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써 내려갔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분석하며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주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최대한 독자의 마음으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책은 정주영이 소년 시절 네 번의 가출을 감행했다는 사건으로 시작해, 청년 시절 신용 하나로 쌀가게 주인이 된 이야기로 나아가고, 초창기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의 모습을 비추면서 점차 한국 경제 근대화의 중심으로 다가간다. 그 시절 대다수 국민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주영은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배고픈 삶을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가고 싶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농사 중심에서 생산업으로 바뀌게 되는 길을 함께 걸어왔으며, 때로는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하면서 한국 경제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정주영이 걸어온 길은 한 개인의 역사인 동시에 가난 속에서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이전 세대의 놀랍고도 치열한 삶의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이번 전면 개정판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반영하기도 했다. 특히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K 문화 현상을 분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2020년대는 한국이 경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K 문화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의미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주영은 그러한 가능성을 일찍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는 “한국인은 세계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한국인은 근면·성실할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예의 바르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불과 70년 전만 해도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나라를 이만큼 일으킨 것은 정주영의 생각처럼 우리 민족에게 내재된 민족적 특성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정주영과 현대 노조의 숨겨진 일화도 주목할 만하다. 정주영과 현대 노조는 애증 관계로 알려져 있다. 정주영은 현대 강성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고, 노조는 정주영을 ‘재벌’이라 부르며 비판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 사이에는 나름의 신뢰와 존중이 있었으며, 역설적이게도 정주영은 노동자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기업가였다. 이 밖에도 정주영이 지역사회와 교육 발전에 힘쓰고,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아산재단 등을 설립해 사회 공헌 활동에도 크게 기여했던 사회운동가였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정주영의 기업가정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다시 정주영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그의 기업가정신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업가정신이란 쉽게 말해 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 혹은 생각을 말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기업의 운영자에게만 필요한 마인드는 아니다. 어떤 일이든 기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이윤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성과와 보람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정주영을 이야기하고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극적이고 흥미로운 수많은 일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 그의 기업가정신을 배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주영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안전한 길을 택하기보다는 모험을 선택했고,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기보다는 하나의 실마리만 있어도 과감하게 도전했다. 단호하게 결정한 일은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으며, 결정 후에는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반드시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에게도 뼈아픈 실패가 있었지만, 그 실패 또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 될 수 있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탐구하지만, 사실 그는 놀랍게도 스스로 ‘부유한 노동자’라 칭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생각이 그의 기업가정신을 더욱 남다르게 만든다. 정주영은 기업을 운영하는 내내 노동자의 마음으로 임했다. 기업을 받치는 기둥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부지런하게 땀과 노력의 힘을 믿고 나아갔다.
작가는 “정주영이라는 거인과 대화한다는 심정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독자들 역시 마치 멘토와 대화하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막막한 삶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타락론
도서정보 : 사카구치안고(坂口安吾)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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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堕落論』(1947) 銀座出版社
요컨대 천황제라는 것도 무사도(武士道)와 같은 것으로 여자의 마음은 변하기 쉽기 때문에 ‘절개가 굳은 부인(節婦)은 두 남편이 갖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금지 자체는 비인간적이고 인간성에 반하는 것이지만, 통찰의 진리에서 보면 인간적이다. 그러나 천황제 자체는 진리가 아니며 자연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발견과 통찰을 통해 가볍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피상적인 진리나 자연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500 원
중국인의 타협성과 시의심
도서정보 : 쿠와바라지츠조(桑原隲蔵)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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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桑原隲藏全集』(1968) 제1권 東洋史說苑, 岩波書店
타협과 의심, 이것이 중국인의 두 가지 병이다. 이 두 가지 병폐를 제거하지 않으면 중국의 개혁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타협 자체는 결코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양보하는 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오히려 필요하다. 그러나 타협과 양보에서도 원칙과 신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들처럼 원칙과 신념을 버린 타협은 그저 타협일 뿐이다.<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500 원
내향인만의 무기
도서정보 : 마이크 벡틀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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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강자는 요란하지 않다
무한한 꿈을 실현하는 내면의 에너지
에이브러햄 링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두가 최고라고 인정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내향인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하려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고, 유창하게 말하는 등 외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고정 관념이자 착각이다.
내향적인 성격인데도 성과와 성공 때문에 억지로 외향적인 척을 해 본 적 있다면 생각을 바꿔 자신만의 강점을 활용해야 할 때다. 내향인은 단순히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내향인은 능숙한 경청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강요 없이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고, 존재만으로 신뢰를 얻는 능력을 타고났다. 컨설팅의 전설이자 《내향인만의 무기》의 저자 마이크 벡틀은 내면의 무한한 에너지를 활용해 타고난 무기만 잘 사용할 수 있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년 동안 집대성한 내향성 연구의 모든 것을 담아 내향인의 타고난 강점을 성공의 무기로 만드는 법을 안내한다.
억지로 사람들 앞에 나선 적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진정한 영향력은 무대 뒤에서 발휘된다. 내향인은 지시나 강요를 통해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나서서 상대를 설득하지 않아도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생각을 들여다봄으로써 상대의 행동을 유도한다.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떠올려 보라. 아마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내세운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대해 준 사람일 것이다. 내향인은 타고난 예리함으로 얼마든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존재만으로 신뢰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당신이 내향인이라면 가능하다. 신뢰는 관계의 화폐다. 돈을 모으기 어려운 것처럼 신뢰를 쌓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세심한 관찰력으로 자신을 향한 타인의 신뢰도를 측정하고, 이야기를 경청하며 신뢰도를 높이고, 신중한 대답으로 신뢰도를 유지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신뢰라는 자산을 쥐고 태어난 것이다.
한마디라도 더 말해야 할 것 같은가? 에너지를 더 끌어올려야 할 것 같은가? 이목을 더 집중시켜야 할 것 같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내향성에 더 집중하라!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고 강점을 활용하면 성과를 올리는 것이든, 세상을 바꾸는 것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성공을 위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 필요 없다. 그저 내향인으로 살아가고, 내향인으로 최고가 돼라.
구매가격 : 14,500 원
지지 않는 달
도서정보 : 하타노 도모미 | 2023-12-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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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는 순간의 틈을 노리고 찾아와요.
경찰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피해자의 공포와 가해자의 심리를 치밀한 서사로 그려낸
스토킹 범죄 소설의 압도적 걸작
“헤어지고 싶어”라는 나의 한마디 말이
그에게는 스토커로 돌변해 날아오를 활주로가 되었다.
내 남자친구에서 이제 섬뜩한 스토커가 된 그는
마치 ‘지지 않는 달’처럼 늘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가 언뜻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
하루라도 빨리 헤어져야 했을까?
사람들은 내게 잘못이 없다고 하지만
매일 그 두려움을 견디는 건 나의 몫이다.
아무리 어둠으로 도망쳐도 돌아보면 달은 늘 그곳에 있다.
도무지 헤어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이 악몽에서
어떻게 나는 벗어날 수 있을까……
젊은 세대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하타노 도모미
현대인의 ‘생존과 행복’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작가
하타노 도모미는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다. 도시 여성들의 고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감정8호선』의 드라마화로 주목받았고, 작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십 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홈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신을 기다리고 있어』로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지지 않는 달』은 하루아침에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되어버린 한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의 공포와 가해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하타노 도모미의 대표작이다. 총 10장 구성의 이 소설은 홀수 장을 피해자인 여성 주인공의 시점으로, 짝수 장을 가해자인 남성 주인공의 시점으로 그린다. 이는 동일한 사건을 정반대의 시각으로 거듭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매우 공포스럽고 섬뜩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식 차이를 예리하게 드러낸다. 책 말미에 수록된 해설은, 일본에서 스토커 500명 이상을 카운슬링한 스토킹 범죄 전문가 고바야카와 아키코의 실질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꿈같은 연애의 장면이 순식간에 사고의 현장으로
그는 왜 스토커가 되었을까?
가와구치 사쿠라(여, 28세)
사람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아픈 곳을 치유해주는 직업적 보람에 매력을 느껴 마사지사가 되었다. 고향을 떠나 도쿄의 한 마사지숍에서 일하고 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언젠가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마사지숍을 여는 것을 꿈꾸고 있다. 출퇴근을 반복하며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자신의 단골 고객 ‘마쓰바라’로부터 사귀고 싶다는 고백을 받는다.
마쓰바라 요시후미(남, 31세)
큰 키에 호감 가는 외모, 미식을 즐기는 등 세련된 취향을 지녔다. 직장인 출판사의 일이 적성에 맞진 않지만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다. 엄격한 집안의 외아들이고, 인간관계가 넓은 편은 아니다. 과로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다니는 마사지숍에서 밝고 다정한 사쿠라에게 반해 먼저 고백을 한다.
평범해 보이는 두 사람의 연애는 “헤어지고 싶어”라는 사쿠라의 말 한마디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이별 통보를 납득할 수 없는 마쓰바라의 집착적 행각은 하루에 1~2백 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해, 몰래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 여자친구의 직장이나 지인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는 지경에 이른다.
일을 그만두고 증발하듯 조용히 부모님의 집으로 피신한 사쿠라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족과 함께 안전을 위한 대비책을 세운다. 하지만 이제 스토커가 된 전 남자친구는 마치 어딘가에 늘 떠 있는 ‘지지 않는 달’, 이 상황은 결국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악몽’일 거라는 생각 역시 지울 수 없다.
내가 다시 사귀겠다고 말할 때까지 마쓰바라 씨는 나를 따라올 것이다. 경찰을 찾아가도 헛수고일 것이다.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왔으니까. 누군가가 나를 항상 지켜봐줄 것도 아니고, 공격에 대비한 요새에 살 수도 없다. 마쓰바라 씨가 체포되어 감옥에 갈 만한 짓을 저질렀다고 한들, 몇 년만 지나면 나온다. 마쓰바라 씨나 나,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이 생활은 계속될 것이다. 설령 마쓰바라 씨가 찾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두려움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본문 319p)
작가는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완성한 치밀한 서사 위에 피해자 사쿠라가 느끼는 공포를 여실히 그려내는 한편, 가해자 마쓰바라의 자기합리화와 모순적인 심리 전개를 섬뜩할 정도로 세밀히 보여준다. 그 분열적 행보의 끝에는 마쓰바라의 분노와 집착이 진정으로 향한 대상이 누구였는지, 그 처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스토커와 연을 맺지 않기 위해, 혹은 스토커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누구에게 공감하는가?
사쿠라는 경찰에 찾아가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 행위를 신고하지만 ‘하루에 수백 건씩 메시지를 보내와도 살인이나 협박을 암시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요즘은 스토킹 행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정식 사건으로 접수하기 어렵다거나,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족해서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을 뿐이다. 다들 그녀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위로하지만, 매 순간 스토킹의 공포를 견디는 건 그녀의 몫이다. 매우 치밀하게 준비해서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커보다 훨씬 더 노력해서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밖에 없다.
“상대를 만나서 자신의 분노를 터뜨리기 위해 스토커는 노력합니다. 경찰보다, 피해자보다 더 많이 노력해요. 운은 평등해서 노력하는 자의 편을 들어줍니다. 설령 그것이 그릇된 노력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경고를 받아도 멈추지 않는 스토커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지 않아요. 자신이 옳다고 믿고, 주위에서 만류해도 계속 무시해요. 그러는 동안 주변에는 자기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됩니다.” (…) 세타가야 경찰서에 갔을 때 야마나카 씨는 이렇게 말했다. “스토커는 순간의 틈을 노리고 찾아와요.” 그 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스토커의 유일한 아군인 ‘운’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일본의 스토킹 범죄 전문가 고바야카와 아키코는 해설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법을 안내한다. 작중에서 사쿠라가 잘 대처한 일과 그러지 못한 일을 설명하고, 마쓰바라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소설이기에 더 생생하고 선명하게 실감할 수 있었던 스토킹 범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소설에는 두 주인공 외에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중 자신이 누구에게 공감하고 누구의 심리에 동의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스토커는 교제중에 상대가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자유를 빼앗고 그것이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떠나면 “돌아와주기만 하면 모든 게 잘 해결될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강렬한 욕구를 무의식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비뚤어진 사고를 한다. 아무리 오래 말로 설득해도 스토커의 생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막상 만나면 마지막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대화는 15분 안에 끝낸다. (…) 하지만 그렇게 해서 스토킹 행위가 멈췄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스토커에게 ‘풍화’는 없다. 스토커가 자취를 감췄을 때야말로 위험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카운슬링이나 치료를 받지 않는 한, 스토커가 욕구를 포기하거나 줄이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상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2,300 원
스텔라 마리스
도서정보 : 코맥 매카시 | 2023-12-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
『로드』 이후 16년, 그가 남긴 마지막 걸작
『패신저』와 함께 작가 인생 60년을 집대성한 결정체
2023년 6월 13일,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서부의 셰익스피어’ ‘포크너와 헤밍웨이의 계승자’라 불리며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작가 코맥 매카시가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는 2022년 매카시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로드』 이후 16년 만에 남긴 장편소설로, 삶과 죽음, 세계의 절대적 진리와 유한한 인간 존재 등 그가 작가 인생 60년에 걸쳐 쌓아온 작품세계가 집대성된 결정체와도 같은 작품이다.
1980년대부터 구상해왔다고 알려지며 무성한 소문 속에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들의 정체가 최초로 공개된 것은 2015년, 그의 데뷔작 『과수원지기』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였다. 작업중인 작품에 대해 거의 밝힌 적이 없던 매카시의 신작 제목 ‘패신저’와 몇몇 구절이 공개된 것도 놀라웠지만 평생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던 그가 작품의 등장인물을 직접 소개했다는 사실은 독자들을 흥분으로 몰아넣었고, 그로부터 7년 뒤 공개된 연작 형식의 두 장편소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는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대작이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인류 최초의 핵폭탄을 만드는 데 일조한 과학자 아버지를 둔 남매가 각각의 주인공인 두 작품은 작가가 커다란 관심을 기울여온 수학과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신과 인간,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가장 철저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가 평생 천착해온 주제의식을 총망라하면서도 새로운 획을 긋는 이 작품들은 “이미 걸출한 작품 목록에 더해지는 훌륭한 신작이자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매카시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는 증거”(NPR) 등의 극찬과 함께 출간 즉시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60년에 걸친 작가로서의 여정에 묵직한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 저편에 어른거리는 절대 진리와
닿을 수 없는 빛을 향한 위태로운 열망의 기록
『스텔라 마리스』는 웨스턴 남매의 여동생 얼리샤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로, 마치 정신과 상담치료의 녹취록처럼 1972년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정신의학 시설 ‘스텔라 마리스’의 문턱을 제 발로 넘은 얼리샤가 의사와 나눈 일곱 차례의 대화로 구성된다. 편집성 조현병을 진단받고 장기간 시각·청각적인 환각 증상을 겪으며 이미 두 차례 이곳에 입원한 적이 있는 얼리샤는 스무 살의 시카고대학 수학과 박사과정생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에게조차 두려움을 안길 만큼 천재적인 지능을 타고난 그녀는 세계의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는 듯한 수학의 경이에서 구원을 얻고자 했지만, 인간인 이상 그 진리에 결코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 무너져내리며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기를 바란다.
얼리샤의 병리학적 증상이 학문적 좌절과 관계가 있으리라 짐작한 의사는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도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하며 상담을 계속해나간다. 한때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가 결국 절망을 안긴 수학과 그녀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기이한 환각, 그리고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얼리샤의 내면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사이 그녀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의 문턱에서 그녀를 떠나려는 오빠 보비라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모든 인간 존재와 세상을 향해 건네는 거장의 마지막 악수
보통의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지능의 소유자 얼리샤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때문에 지극히 인간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고 그 한계는 어디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수(數)와 음(音)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듯 인간이 인지하기 전부터 이미 완성된 형태로 존재해온 영역에 매혹된 얼리샤는 숨겨진 진리를 찾고자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허망한 결론뿐이다. 인간이 아무리 정교한 이론과 섬세한 악기를 만들어내도 수와 음의 비밀을 완벽히 파헤칠 수는 없다는 것. 그 경이를 인간의 언어로 포착해 명명하는 순간 절대성이 상실된다면, 어떠한 천재도 세계 저편에서 어른대는 진리를 손에 넣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동시에 혈육을 향한 자신의 사랑 또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감정이라는 사실 역시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문장부호를 비롯해 많은 것을 덜어낸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결코 닿지 못할 저 너머의 빛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한 편의 서늘한 비가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마지막을 예감하는 한 인간이, 그 모든 존재를 향한 작가의 연민이 있다.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무자비한 세계의 폭력성과 인간의 가장 어두운 본성에 대해 그려오던 코맥 매카시가 절망이 가득한 채 무너져내리는 세계에서 마침내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던 『로드』를 거쳐 이 작품에 이르러 세상을 향해 마지막으로 건네는 악수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눈에서 마지막 빛이 희미해져 새카매지고 그와 더불어 모든 사변을 영원히 가져갈 때 나는 심지어 이런 진리들이 그 마지막 빛 속에서 딱 한 순간 빛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둠과 추위가 모든 걸 차지하기 전에. 본문에서
구매가격 : 11,900 원
패신저
도서정보 : 코맥 매카시 | 2023-12-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
『로드』 이후 16년, 그가 남긴 마지막 걸작
『스텔라 마리스』와 함께 작가 인생 60년을 집대성한 결정체
2023년 6월 13일,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서부의 셰익스피어’ ‘포크너와 헤밍웨이의 계승자’라 불리며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작가 코맥 매카시가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는 2022년 매카시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로드』 이후 16년 만에 남긴 장편소설로, 삶과 죽음, 세계의 절대적 진리와 유한한 인간 존재 등 그가 작가 인생 60년에 걸쳐 쌓아온 작품세계가 집대성된 결정체와도 같은 작품이다.
1980년대부터 구상해왔다고 알려지며 무성한 소문 속에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들의 정체가 최초로 공개된 것은 2015년, 그의 데뷔작 『과수원지기』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였다. 작업중인 작품에 대해 거의 밝힌 적이 없던 매카시의 신작 제목 ‘패신저’와 몇몇 구절이 공개된 것도 놀라웠지만 평생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던 그가 작품의 등장인물을 직접 소개했다는 사실은 독자들을 흥분으로 몰아넣었고, 그로부터 7년 뒤 공개된 연작 형식의 두 장편소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는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대작이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인류 최초의 핵폭탄을 만드는 데 일조한 과학자 아버지를 둔 남매가 각각의 주인공인 두 작품은 작가가 커다란 관심을 기울여온 수학과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신과 인간,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가장 철저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가 평생 천착해온 주제의식을 총망라하면서도 새로운 획을 긋는 이 작품들은 “이미 걸출한 작품 목록에 더해지는 훌륭한 신작이자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매카시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는 증거”(NPR) 등의 극찬과 함께 출간 즉시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60년에 걸친 작가로서의 여정에 묵직한 마침표를 찍었다.
추락한 비행기. 아홉 구의 시체. 사라진 승객 한 명.
잃어버린 존재를 안고 불가해한 세상을 떠도는 여행자.
『패신저』는 웨스턴 남매의 오빠 보비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로, 여동생 얼리샤가 죽고 약 10년이 지난 1980년을 배경으로 한다. 과거 촉망받는 물리학도였던 보비는 얼리샤를 마음에 묻은 채 바닷속에 잠긴 화물이나 각종 유실물을 탐사하고 건져내는 인양 잠수부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새벽 그는 동료 잠수부와 함께 바닷속으로 추락한 비행기를 조사하게 되는데, 일곱 명의 승객과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시체가 함께 발견된 비행기 내부에는 수상하게도 조종사의 운항 가방과 블랙박스가 사라지고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비의 집에 정장을 입은 요원 두 명이 찾아오고, 보비가 없는 사이 이미 집을 수색한 두 남자는 비행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승객 한 명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보비는 비행기 추락 사건에 모종의 음모가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고, 함께 잠수를 했던 동료이자 친구 오일러가 베네수엘라에 일하러 갔다가 사망하면서 사건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추락한 비행기와 거기에 얽힌 미스터리가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면 작품에 살을 붙이고 풍성함을 더하는 것은 주인공 보비 웨스턴이 등장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다. 코맥 매카시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녹스빌과 작가가 된 뒤 거주한 적 있는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의 레스토랑과 술집들을 배경으로 동료 잠수부, 동네 친구들, 사설탐정 등과 나누는 대화는 다채롭고 광범위한 화제를 넘나든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자동차경주 선수로 활동하다 현재는 잠수부로 일하는 보비의 인생과 관심사를 반영한 이야기부터 20세기 중후반 세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고 남매의 아버지가 개발에 일조한 원자폭탄에 관한 이야기까지, 작가가 평생 관심을 기울이고 파고든 주제가 반영된 이 대화들은 독자로 하여금 죽음과 삶, 신과 우주에 대해 깊이 숙고하게 만든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를 연결하는
그리움과 상실감, 그리고 고통스러운 슬픔
간밤에 눈이 가볍게 내려 얼어붙은 머리카락은 황금색 수정 같았고 두 눈은 차갑게 얼어붙어 돌처럼 단단했다. 노란 장화 한 짝은 벗겨져 몸 아래 눈밭에 서 있었다. 던져놓은 코트는 눈에 살짝 덮여 형태를 그대로 드러냈고 그녀는 하얀 원피스만 입은 채 겨울나무의 헐벗은 잿빛 기둥들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약간 틀어 손바닥을 드러낸 모습으로 매달려 있었다. 어떤 성당 조각상들처럼 자신의 역사를 생각해달라고 청하는 자세였다. 세상의 깊은 토대를, 세상이 그녀의 피조물들의 슬픔 속에서 존재를 얻게 되는 그곳을 생각해달라는 자세. 본문에서
『패신저』는 보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설이지만, 이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은 다름 아닌 『스텔라 마리스』를 이끌어가는 여동생 얼리샤의 죽음이다. 춥고 황량한 어느 크리스마스 날, 스무 살의 나이에 눈 덮인 숲으로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얼리샤는 보비의 남은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실감과 고통스러운 슬픔을 남긴다.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그애를 죽게 했다는 보비의 자책과 후회는 깊어져만 가고, 보비는 “내 인생에서 너를 제외하면 모든 게 사라졌다”고 읊조리면서 스스로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얼리샤의 존재는 『패신저』에서 또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드러난다. 총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마지막 장을 제외한 아홉 개의 장에 특별한 도입부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조현병 진단을 받은 얼리샤가 열두 살 때부터 장기간 겪어온 환각에 대한 것이다. ‘키드’라 불리는 존재와 그가 이끄는 무리는 얼리샤의 삶에 아무때고 등장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이 장면들은 『스텔라 마리스』에서 얼리샤가 의사와 나눈 대화와 연결되며 두 소설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방식으로 순환시키면서 하나로 엮어낸다.
인생이란 수수께끼야. 그거 알고 있었어?
그게 내가 정말로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인지도 모르지.
보비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어둠을 뚫고 움직이며 그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탐사하고 인양하는 일로 먹고살지만 실은 심해에 대한 공포를 품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과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캄캄한 물밑은 보비에게 알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견뎌내야 한다는 면에서 마치 인생과도 같이 느껴진다. 좋은 작가란 “삶과 죽음의 주제를 다루는 작가”라고 말한 바 있는 매카시는 『패신저』에서 죽음은 물론이고 삶과 이 세상에 대한 문장을 여러 번 쓰고 있는데, 그 핵심은 결국 “세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절대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아무리 상상해봐도 그걸 정확하게 알 가능성은 크지 않”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뿐 아니라 심지어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할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
이 책을 옮긴 정영목 교수가 옮긴이의 말에서 쓴 것처럼,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가 공유하는 기반이자 작품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현대 물리학은 “우리가 이전에 알던 세계의 확실성을 무너뜨리는 이론들을 생산하는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확실하든 확실하지 않든 그 세계 전체를 물리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폭탄도 생산했”다. 그 불확실성과 불가해함 속에서 보비는 어두컴컴한 물속을 가르고 나아가듯 홀로, 오로지 홀로 살아간다. 때때로 두려워하고 종종 자책하며 늘 슬퍼하면서.
여기 이야기가 있다. 주위가 어두워지는 동안 우주에 홀로 서 있는 모든 인간 가운데 마지막 인간. 하나의 슬픔으로 모든 것을 슬퍼하는 인간. 한때 그의 영혼이었던 것이 소진되고 남은 애처로운 찌꺼기에서는 이 마지막날들을 안내해줄 신 비슷한 존재라도 만들 재료는 전혀 찾지 못할 것이다. 본문에서
구매가격 : 13,900 원
진(세계문학전집 237)
도서정보 : 알랭 로브그리예 | 2023-11-2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보로망’의 선구자이자 전방위 예술가
알랭 로브그리예의 실험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진』은 20세기 중반 파격적인 문학 실험으로 ‘누보로망(새로운 소설)’을 선도한 프랑스 작가 알랭 로브그리예가 1981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양성적 매력을 지닌 젊은 여성 진Djinn에게 이끌려 비밀조직의 요원으로 활동하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 시몽 르쾨르의 기묘한 행적을 강렬한 필치로 그려냈다. 수수께끼의 인물이 거듭 등장하고, 방향 감각을 잃은 이미지와 혼란스러운 시공간이 펼쳐지는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주인공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점점 가중시키면서 압도되어가는 느낌을 선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프랑스어 교수 이본 레너드의 요청을 받아, 미국 대학생들을 위한 프랑스어 문법 교육용 텍스트로 집필한 『면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덧붙여 새로이 펴낸 소설이라는 점이 특이한데, 총 여덟 장으로 구성되어 프랑스어 문법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렇듯 애초에 프랑스어 문법 학습서로 집필되었으나 오락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소설로 탈바꿈한 『진』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은 로브그리예의 실험정신이 낳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어 문법을 소설의 원동력으로”
마침내 실현된 로브그리예의 오래된 프로젝트, 『진』
누보로망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고무지우개』로 1954년 페네옹상을 수상하고 『엿보는 사람』으로 1955년 비평가상을 수상한 이래 『질투』 『미궁 속으로』를 발표하며 누보로망의 대표 작가로 자리잡은 알랭 로브그리예. 줄거리의 명시적 전개나 성격의 주관적 묘사, 연대기적 질서 없이, 사물과 인물을 시각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전지적 작가를 전제하는 전통 소설에 반기를 들어, 앙티로망(반反소설)이라고도 불리는 누보로망의 기수로 일컬어진다. 당시로선 생경한 문학 실험으로 열렬한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은 그는 누보로망을 대변하는 작가이자 문학이론가로서 세계 각국을 누비며 강연 활동을 벌여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한국에도 1978년과 1997년에 찾아와 각각 ‘누보로망과 누보시네마’ ‘누보로망에서 새로운 자서전으로’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을 정도다. 『진』은 로브그리예의 이런 국경을 넘나드는 활약에서 비롯한 작품으로, 그가 예순을 앞둔 1981년에 출간되었다.
2001년 발표한 『여행자, 텍스트와 한담 그리고 인터뷰』에서 그는 『진』의 집필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처음에는 무모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저는 로스앤젤레스의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현대소설에 관한 강의를 했었어요. (……) 거기서 저는 미국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데 사용되는 책에 대한 문학적인 관심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프랑스어 교수들을 만났죠. 난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문법을 소개하기 위해 위대한 작가들의 텍스트를 사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15년 이상 떠올려온 제 오래된 프로젝트들 중 하나를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어 문법을 소설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었어요.”
결정적으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프랑스어 교수 이본 레너드의 요청을 받은 로브그리예는 프랑스어를 익히려는 미국 대학생들이 활용할 만한 일종의 ‘교과서’로 『면접』을 집필하고 1981년 미국에서 출간했다. 학기당 8주에 해당하는 여덟 장에 걸쳐서 프랑스어의 문법적 난이도가 규칙적으로 증가하고, 이야기가 문법 활용과 맞물려 전개되는 이 책에는 각 섹션마다 연습문제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그는 『면접』에서 연습문제를 덜어내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앞뒤로 덧붙인 후 제목을 ‘진’이라 바꾸고는 프랑스의 미뉘 출판사를 통해 다시 선보였다. 프랑스어 학습용 교과서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진』은, 집요한 묘사가 지속되어 지루하다거나 읽기 난해하다고들 하는 누보로망 작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색적인 걸작이다.
“시간을 벗어나, 나 자신 행방불명이다”
나와 너, 꿈과 현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이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반복되는 세계
다른 이름으로 된 여권과 구십구 쪽 분량의 타자 원고를 남기고 시몽 르쾨르라는 청년이 파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사라진다. 미국인 학교에서 프랑스 현대문학을 가르치다가 돌연 종적을 감춘 그가 남긴 문제의 원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몽은 구인 광고를 보고 약속 장소인 어느 황폐한 창고에 찾아가 보스턴 악센트를 지닌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미국 여성 진을 만난다. 그녀는 시몽에게 자신이 속한 조직(기계화에 대항하는 비밀조직)을 위해 미션을 수행할 것을 지시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즉시 밝혀지진 않는다. 진의 지시에 응한 시몽은 임무를 수행하려 파리 북부역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걷다가 소년 장이 불쑥 뛰어나와 넘어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죽은 듯 쓰러진 장을 품에 안고 건물에 들어간 시몽은 장의 누이인 소녀 마리를 만난다. 장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한다며 황당무계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마리는 진의 편지를 시몽이 읽게끔 유도하고, 진의 지령에 따라 두 아이는 시몽을 레스토랑에 데려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데……
여성인지 남성인지 혹은 마네킹인지 로봇인지 모를 모호한 캐릭터의 등장, 거울 속에서처럼 반복되는 이미지, 과거와 현재, 미래의 혼재 등이 특징인 『진』은 독자들에게 혼란스럽고 혼미한 시공간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런 느낌을 더욱 심화시키는 데는 특유의 시점과 프랑스어의 시제 변화도 일조한다.
이 소설의 프롤로그가 누구인지 모를 ‘나’의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졌다면 제1장에서는 1인칭 화자(시몽 르쾨르)가 현재시제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현재시제에다 제2장에는 복합과거, 제3장에는 반과거, 제4장에는 단순과거와 대과거 시제가 등장하며, 문법 난이도를 높여가는 식으로 서술된다. 제6장과 제7장은 제5장까지와는 다르게 3인칭 과거 시점으로 시작했다가 1인칭 현재 시점으로 바뀌고, 다시 3인칭 과거 시점으로 돌아온다. 제8장에서는 느닷없이 여성 화자가 등장해 1인칭 시점으로 여러 시제를 구사하며 이야기를 전개시키기도 한다. 프롤로그와 마찬가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자 ‘나’의 내레이션이 담긴 에필로그로, 이 소설은 풀리지 않은 의문을 독자에게 수수께끼로 남긴 채 마무리된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으로도 일세를 풍미한 로브그리예의 작품답게 『진』은 강렬하고 인상적인 상황 연출과 신비로운 분위기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트렌치코트와 중절모, 선글라스를 착용한 인물, 폐기 처분된 상품과 고장난 기계장치로 가득한 마네킹 창고, 폐가들 사이로 난 좁다란 골목길 등의 이미지가 거듭 등장하거나 혼령 같은 캐릭터가 무시로 출몰하며 독자들의 뇌리에 잊히지 않는 잔상을 새기는 식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곡가 린지 비커리는 『진』에서 영감을 받아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오페라 누아르 〈면접〉(2001)을 만들어 상연하기도 했다.
『진』은 1993년 세계사에서 발간한 『어느 시역자』에 표제작과 함께 ‘진느’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바 있는데, 이 책은 무려 30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번역이다. 2011년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엿보는 자』 이후 12년 만에 번역 출간된 로브그리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구매가격 : 8,400 원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도서정보 : 스가 아쓰코 | 2023-11-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960년대 일본과 유럽, 두 공간을 살아낸
1세대 코즈모폴리턴
스가 아쓰코 에세이 국내 첫 출간
예순이 넘어 비로소 첫 작품을 발표했고 팔 년 후 세상을 떠나기까지 단 다섯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음에도 세월이 지날수록 재평가되며 꾸준히 새로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1960년대 패전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일본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올라 십삼 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했고, 귀국 후에는 연구자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왕성히 활동했던 스가 아쓰코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가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모두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사유한 한 청춘의 기록이자, 2차대전 직후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가톨릭 학생운동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다.
“발에 꼭 맞는 신발만 있다면,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의연하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기록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조차 일반적이지 않고, 여학교 졸업 후에는 신부수업에 전념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도쿄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스가 아쓰코는 타고난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런 이질감은 더욱 뚜렷해져, 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일본 최초의 여자대학으로 문을 연 세이신 여자대학에 1기로 입학한다. 이어서 사회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여자가 여자다움이나 인간의 존엄을 희생하지 않고 학문을 계속하려면, 혹은 결혼만을 목표로 두지 않고 사회에서 살아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시집이나 가. 싫으면 수도원에 들어가든가. 한 선배가 그런 말을 했을 때도 반발심이 들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시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문장이 나를 동요시켰다. “스스로 대성당을 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완성된 대성당에서 편하게 자신의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대성당까지」,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학문적 호기심을 안고 파리, 뒤이어 로마로 향한 스가 아쓰코에게 이번에는 이국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여러 고민이 닥친다. 경제적 곤란부터 종교와 문화의 차이,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서구식 개인주의 등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뒤엎는 격랑 속에서 그녀는 여성으로서, 외국인으로서 혼자 힘으로 설 자리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앙에 기초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에 감명받아 밀라노로 건너간 뒤, 당시 가톨릭 학생운동의 활동 거점이었던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과 운명 같은 연을 맺는다.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에는 주위에서 이들을 떠받치는 커다란 우정의 고리가 있었다. 오후 여섯시가 지나면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차례차례 서점으로 찾아왔다. 작가, 시인, 신문기자, 변호사, 대학교수, 고등학교 선생, 성직자 등. 그중에는 가톨릭 사제도, 프랑코의 압정을 피해 밀라노로 망명한 카탈루냐 수도승도, 왈도파 프로테스탄트 목사도, 유대교 랍비도 있었다.(「은빛 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인 코르시아 서점의 일원으로 청춘의 한 자락을 보내며, 스가 아쓰코는 비로소 밀라노라는 낯선 땅에 정착하고 국적을 넘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난다. 비록 교회 당국의 탄압과 내부 분열로 코르시아 서점이 문을 닫고, 서점 동료이자 남편이었던 페피노와의 결혼생활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 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십삼 년간의 밀라노 생활은 스가 아쓰코에게 ‘지울 수 없는 궤적’을 남겼으며 귀국 후에도 꾸준히 학문과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문학적 자양분을 안겨주었다. 상실과 좌절의 경험 역시 귀중한 자산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예순이 넘어 정식으로 등단했을 당시 ‘이미 완성된 작가’라는 평을 들은 것은, 언젠가 글로 쓰이기를 기다리던 기억과 사색의 문장들이 오랜 침묵 속에서 무르익어갔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병명을 안 뒤로 나는 밤낮없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는 듯한 그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죽음에 대항하며, 죽음의 손에서 그를 떼어놓으려다 지쳐버린 나를 남겨놓고, 나보다 더 지친 그는 어느 초여름 밤 아무 말 없이 홀로 떠나버렸다. (「아스포델 들판을 지나」,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독립적인 삶을 꿈꾸며 바다 건너 이국으로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인생의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공명하기 충분하다. 전통과 구습에 얽매인 고국에서의 생활에 갑갑함을 느끼고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를 향해 동경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1960년대에 이미 유학과 국제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던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게 기억을 더듬어가는 문장들은 단순히 근대의 ‘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피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개척해나가고자 했던 의지를 행간 곳곳에 드러낸다. 그것은 움베르토 사바, 알레산드로 만초니 등 스가 아쓰코가 젊은 날 심취하고 동경했던 문호들이 다루었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디로도 선뜻 발을 디딜 수 없는 중간지대에서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에서, 혹은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나지막하고도 의연한 목소리로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은 작은 등대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1960년대 밀라노, 가톨릭 신부이자 시인 다비드 투롤도를 중심으로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코르시아 서점에 모인 젊은이들. 시내 번화가의 산카를로 성당 한구석을 빌려서 문을 연 이 서점은 계급적인 중세 교회제도를 쇄신하려는 ‘새로운 신학’ 사상과 2차대전 당시의 저항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수도원과 구별되는 종교적 공동체를 모색하던 이들이 모여 활발히 교류하던 장이었다. 십여 년간 서점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작가는 이방인의 감각으로 관찰한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자유, 소박한 일상 사이로 엿본 이탈리아 귀족사회의 일면 등을 담담하게 펼쳐놓는다. 서점의 비밀스러운 후원자였던 상류층 노부인 테레사(「입구 옆 의자」), 출판 분야를 도맡으며 사상적인 중추 역할을 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서점을 떠나야 했던 가티(「어린 여동생」), 교회 당국의 압박으로 결국 이름을 바꾸고 이전한 뒤에도 서점의 정신을 이어가려 애썼던 루치아(「보통의 짐」) 등, 젊은 날의 꿈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헤어진 이들의 이야기 열한 편이 하나하나 단편영화처럼 섬세하게 그려진다.
젊은 우리는 각자 마음속 서점의 모습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외곬으로 나아가려고만 했다. 우리의 차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지니고 살아야 하는 고독과 이웃하고 있으며,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독을 확립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 날 마음속에 그린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을 서서히 잃어감으로써, 우리는 조금씩, 고독이 한때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황야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 같다. _본문에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슬픈 이야기다. 한 사람 한 사람 나이를 먹으며, 어떤 이는 죽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그래도 스가 아쓰코는 그리운 얼굴들을 품안 가득 껴안고 삶에 대한 기쁨을 곱씹는다.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문장 구석구석에서, 행간에서 들을 수 있다. 몇십 년의 세월을 거쳐 그녀의 기억에서 불려나온 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단단하고 눈부시다.
_마쓰야마 이와오(평론가)
구매가격 : 10,500 원
베네치아의 종소리
도서정보 : 스가 아쓰코 | 2023-11-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960년대 일본과 유럽, 두 공간을 살아낸
1세대 코즈모폴리턴
스가 아쓰코 에세이 국내 첫 출간
예순이 넘어 비로소 첫 작품을 발표했고 팔 년 후 세상을 떠나기까지 단 다섯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음에도 세월이 지날수록 재평가되며 꾸준히 새로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1960년대 패전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일본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올라 십삼 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했고, 귀국 후에는 연구자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왕성히 활동했던 스가 아쓰코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가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모두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사유한 한 청춘의 기록이자, 2차대전 직후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가톨릭 학생운동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다.
“발에 꼭 맞는 신발만 있다면,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의연하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기록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조차 일반적이지 않고, 여학교 졸업 후에는 신부수업에 전념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도쿄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스가 아쓰코는 타고난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런 이질감은 더욱 뚜렷해져, 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일본 최초의 여자대학으로 문을 연 세이신 여자대학에 1기로 입학한다. 이어서 사회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여자가 여자다움이나 인간의 존엄을 희생하지 않고 학문을 계속하려면, 혹은 결혼만을 목표로 두지 않고 사회에서 살아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시집이나 가. 싫으면 수도원에 들어가든가. 한 선배가 그런 말을 했을 때도 반발심이 들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시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문장이 나를 동요시켰다. “스스로 대성당을 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완성된 대성당에서 편하게 자신의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대성당까지」,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학문적 호기심을 안고 파리, 뒤이어 로마로 향한 스가 아쓰코에게 이번에는 이국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여러 고민이 닥친다. 경제적 곤란부터 종교와 문화의 차이,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서구식 개인주의 등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뒤엎는 격랑 속에서 그녀는 여성으로서, 외국인으로서 혼자 힘으로 설 자리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앙에 기초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에 감명받아 밀라노로 건너간 뒤, 당시 가톨릭 학생운동의 활동 거점이었던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과 운명 같은 연을 맺는다.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에는 주위에서 이들을 떠받치는 커다란 우정의 고리가 있었다. 오후 여섯시가 지나면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차례차례 서점으로 찾아왔다. 작가, 시인, 신문기자, 변호사, 대학교수, 고등학교 선생, 성직자 등. 그중에는 가톨릭 사제도, 프랑코의 압정을 피해 밀라노로 망명한 카탈루냐 수도승도, 왈도파 프로테스탄트 목사도, 유대교 랍비도 있었다.(「은빛 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인 코르시아 서점의 일원으로 청춘의 한 자락을 보내며, 스가 아쓰코는 비로소 밀라노라는 낯선 땅에 정착하고 국적을 넘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난다. 비록 교회 당국의 탄압과 내부 분열로 코르시아 서점이 문을 닫고, 서점 동료이자 남편이었던 페피노와의 결혼생활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 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십삼 년간의 밀라노 생활은 스가 아쓰코에게 ‘지울 수 없는 궤적’을 남겼으며 귀국 후에도 꾸준히 학문과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문학적 자양분을 안겨주었다. 상실과 좌절의 경험 역시 귀중한 자산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예순이 넘어 정식으로 등단했을 당시 ‘이미 완성된 작가’라는 평을 들은 것은, 언젠가 글로 쓰이기를 기다리던 기억과 사색의 문장들이 오랜 침묵 속에서 무르익어갔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병명을 안 뒤로 나는 밤낮없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는 듯한 그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죽음에 대항하며, 죽음의 손에서 그를 떼어놓으려다 지쳐버린 나를 남겨놓고, 나보다 더 지친 그는 어느 초여름 밤 아무 말 없이 홀로 떠나버렸다. (「아스포델 들판을 지나」, 『베네치아의 종소리』에서)
독립적인 삶을 꿈꾸며 바다 건너 이국으로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인생의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공명하기 충분하다. 전통과 구습에 얽매인 고국에서의 생활에 갑갑함을 느끼고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를 향해 동경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1960년대에 이미 유학과 국제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던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게 기억을 더듬어가는 문장들은 단순히 근대의 ‘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피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개척해나가고자 했던 의지를 행간 곳곳에 드러낸다. 그것은 움베르토 사바, 알레산드로 만초니 등 스가 아쓰코가 젊은 날 심취하고 동경했던 문호들이 다루었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디로도 선뜻 발을 디딜 수 없는 중간지대에서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에서, 혹은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나지막하고도 의연한 목소리로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두 나라, 두 언어의 골짜기에 끼여 발버둥치던 그 시절.”
일본에서 보낸 유년시절과 시행착오로 가득했던 유학 초기에서 예순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한 현재까지, 인생의 한 시기 찾아왔다가 사라져간 사람과 장소들을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 에세이. 학회 참석을 위해 향한 베네치아의 호텔에서 아련한 종소리와 오페라의 선율을 들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베네치아의 종소리」, 전쟁의 상흔이 남은 가톨릭계 기숙학교에서의 추억을 재치 있고 생생하게 그려낸 「기숙학교」, 첫 유학지인 파리의 기숙사에서 만났던 독일인 친구와 삼십 년 만에 재회하는 「카티아가 걷던 길」, 병상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밀라노 중앙역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열차」 등, 총 열두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이 책은 스가 아쓰코의 작품 중에서도 구성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책 전체에 감도는 애수 어린 분위기와 함께 가족의 갈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갑자기 나 자신이 큰 파도에 키가 휩쓸린 조각배같이 느껴졌다. 이곳에 존재하는 서양의 과거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고국의 현재에도 수용되지 못하는 나는 대체 어디로 향해야 할까. 두 나라, 두 언어의 골짜기에 끼여 발버둥치던 그 시절에는 사방에 두꺼운 벽만 가로놓인 기분이라, 그저 몸을 움츠리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_본문에서
스가 아쓰코는 예순한 살로 문단에 등장할 당시부터 이미 완성된 작가였다. 그리고 불과 팔 년 사이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이며 주옥같은 작품세계를 일구어냈다. 유럽과 일본에서의 시간을 부드러운 실로 자유롭게, 동시에 면밀하게 엮어낸 이 책은 ‘잃어버린 시간’과의 융화이자 인생에서 지나쳐간 사람들에게 내미는 화해의 제스처다. 또한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려낸 뛰어난 교양소설이기도 하다. _세키가와 나쓰오(소설가)
구매가격 : 11,200 원
시차 노트
도서정보 : 김선오 | 2023-1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두 단어 사이를 오가거나
그것을 발판삼아 더 멀리 가는 글쓰기
시인 김선오의 두번째 산문집 『시차 노트』를 펴낸다. “사랑이 끝났다고 집요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사랑의 불가능을 파괴하려는 것 같다”(시인 황인찬)는 추천사와 함께 첫 시집 『나이트 사커』(아침달, 2020)를 펴낸 뒤, 두번째 시집 『세트장』(문학과지성사, 2022), 첫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아침달, 2022) 등을 통해 언어로써 가능해지는 새로운 세계를 담담하고 성실하게 탐색해온 그가, 이번에는 두 개의 단어 사이를 오가거나 그것을 발판삼아 더 멀리 가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봄과 터널, 피아노와 비유, 집과 픽션, 도서관과 꿈 등 얼핏 성분도 다르고 연결점도 없어 보이는 두 단어 사이의 영향 관계를 가늠하거나 혹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며 쓰인 산문이다.
보이고 들리는 것을,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을 믿으려고 했다. 그리고 연결하려 했다. 연결 지점은 공간이라기보다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이동 그 자체에 가까웠다. 어지럽고 자유롭다, 그런 느낌이었다.
_서문에서
첫번째 꼭지는 ‘비─소리’로, “비가 온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가 있는 곳에 실제로 비가 내리지 않지만 이처럼 작가는 “씀으로써 발생시키”는 사람이다. “단지 비가 온다는 문장 때문에 (…) 빗소리가 들”리고, “비가 온다는 말을 흔들 때 내가 조금 흔들린다는 사실”과 “내가 흔들릴 때마다 말이 나를 붙잡는다는 사실”, 그러는 와중에도 “비는 그저 오고 있다는 사실”을 글이 진행됨에 따라 작가와 독자는 점차 느낄 수 있다. “어디로? 여기로.” ‘여기’라고 쓰인 두 음절의 활자에, ‘여기’라는 단어가 박힌 지면에, ‘여기’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저마다의 공간에 비가 온다.
한편 ‘비’라는 글자를 읽는 소리와 빗소리를 흉내내보는 소리로 ‘비’와 ‘소리’는 이어진다. 전자는 수많은 동음이의어들과 함께 쏟아지는 비를 넘어선 의미를 품으며, 후자는 빗소리를 딴 언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전혀 다른 세계로 확장된다. 이처럼 “비가 온다”라는 얼핏 심상한 문장을 쓰고 그 안에 들어앉아 골몰한 시인은 “하나의 언어가 탄생하고 서서히 소멸하는 시간을 상상”하기에 이른다.
내리는 비를 위해 비, 라고 발음할 때 우리의 상상은 물기와 빗소리와 어두운 하늘 같은 비의 요소들을 불러오지만 상상의 이면에서, 음성의 역사적 차원에서 우리가 발음했던 모든 비, 아닐 비나 슬플 비나 꿀벌 비 등이 비라는 말 속에 잠재되어 있고, 그렇기에 비는 아닌 것, 슬픈 것, 꿀벌과 뒤섞이며 내리는 비를 넘어서게 될 수도 있다.
_「비─소리」
나는 문장으로 비를 해체하고 싶지도 않고 비로 문장을 해체하고 싶지도 않다. 비를 대체할 만한 어떤 문장을 쓰고 싶지도 않다. 비와는 그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비가 나에게 오고, 비가 나로부터 가고. 앞으로도 영원히 비가 내리는 시를 쓰고. 그런 시들이 꿈이 되고. 그런 것들을 내내 반복하고 싶다.
_「비─소리」
주체와 객체의 위계를 지울 때 새로이 누릴 수 있는 감각은 김선오 시인이 특별히 잘 감지하는 것 중 하나다. 이번 산문에서도 그는 섬세하게 ‘나/너’ ‘주체/타자’ ‘안/밖’의 위치를 뒤바꾸어 독자로 하여금 전과 다른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한다. “봄볕은 개나리와 우리에게 공평하게 쏟아진다. 개나리와 우리는 공평하게 서로 마주본다. 우리의 눈동자가 노랗게 차오른다. 개나리에게 눈동자가 있다면 그 속에 우리가 차오를 것”(「봄—터널」)이라거나 “터널의 안쪽을 세계의 바깥쪽이라 불러도 될까. 세계를 주체의 자리에 놓아보아도 될까. 터널의 안이 세계의 밖이라면 이곳은 아주 작은 밖, 드물게 안보다 작은 밖이다. 안과 밖이 뒤바뀔 때 출구는 입구가 입구는 출구가 될 것”(「봄—터널」)이라는 대목, “글의 입장에서 나의 삶은 글의 숱한 직업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글은 평생에 걸쳐 나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만약 그렇다면, 글에게 그런 입장이 있다면, 어쩐지 조금 좋다. 내가 글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비—소리」)와 같은 대목은 단단하게 굳은 인식론에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상쾌한 바람이 불어든다.
이렇듯 ‘시차 노트’라는 제목의 ‘시차’란 이 책에서 다양한 층위의 차이를 아울러 쓰인다. 물론 사전적 의미에 가까운 ‘시차’ 또한 아름답게 수놓여 있는데, 가령 이런 대목. 행위 이후에는 그 이전의 시간이 기록처럼, 기억처럼 새겨져 있다는.
접혀 있던 종이를 손이 펼칠 때 종이학, 종이꽃, 종이상자는 사라지고 투명한 직선들만이 형상의 흔적이자 기호로서 종이 위에 남는다. 종이라는 불투명을 가르는 투명, 불투명과 불투명을 구분하는 투명이다. 종이 옆에 놓여 있는 손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종이 안에 잠재되어 있는 형상들을 본다. 손의 움직임이라는 과정 속에 놓일 때 복원과 파괴의 개념은 같은 얼굴의 다른 표정처럼 쉽게 뒤척인다.
_「눈─손」
오늘은 선물받은 양말을 신자. 발목 부분에 손바느질로 돌고래 무늬를 수놓은 네이비 양말. 그러니까 선물한 이의 손이 앞뒤로 움직이는 모습이 이 양말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손의 진자운동을 상상하며 양말을 신으면 두 발이 커진 것처럼 밟고 있는 땅이 좀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 도에서 레를 끄집어내며 연습을 시작한다. 나의 몸에 반복이 새겨진다. 시간이 새겨지고 울림이 새겨지고 근육이 새겨진다. 바느질하는 손놀림이 양말에 새겨져 돌고래 모양이 되듯 반복은 내 몸의 무늬가 된다.
_「피아노─비유」
이처럼 단어와 단어 사이는 규정하거나 가늠할 수 있는 것들로 메워져 있지 않고, 시인은 그 안에서 자유롭다. 한정된 시공간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유한한 존재에게 언어란 단순히 도구에 그칠 수 없음을, 그것은 우리를 아주 멀리까지 데려가고, 흔들고, 우리가 우리 아닌 것이 되도록 하는 신비로운 무언가임을 시인은 즐거이 탐색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무엇과 무엇 사이의 ‘인력’이 아니라 ‘척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넘쳐흐르는 아름다움들. (…) 척력이 깃든 세계의 아름다움, 그걸 이미 이해해버린 시인”(김소연 시인, 추천사에서) 김선오의 ‘시차 노트’는 이제 독자에게 건네어졌다. 우리 두 손에 쥐인 ‘시차 노트’에 어떤 멀고도 가까운 두 단어가 가장 먼저 쓰일지 궁금해진다.
구매가격 : 10,200 원
밤은 내가 가질게
도서정보 : 안보윤 | 2023-12-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어둠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빛을 표현하는 작가
안보윤 단편소설의 정수
더 조용한 속도로, 더 조심스러운 각도로
감춰진 마음의 겹을 들추는 섬세한 손길
2023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
2023 현대문학상 수상작 「어떤 진심」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완전한 사과」 수록
상처 입은 이들의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가혹한 진실을 들여다보며 아픔을 어루만지고 회복의 길을 열어온 작가 안보윤의 세번째 소설집 『밤은 내가 가질게』가 출간되었다. 『소년7의 고백』 이후 오 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에는 2023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을 비롯해 현대문학상 수상작 「어떤 진심」,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완전한 사과」가 수록되었다.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표상하고 인물의 심리를 파고들며 그 솜씨를 인정받았던 안보윤은 최근 완성도 높은 서사, 인물의 입체적 면모를 드러내는 촘촘한 묘사, 익숙한 흐름을 답습하지 않는 시선으로 문학상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아왔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에서 안보윤은 일상이 파괴될 만큼 커다란 고통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다음 삶으로 이행해가는지 그 행로를 좇는다. 사이비종교 집단에 더이상 소속감을 느끼지 않음에도 남아 있기를 택한 신도(「어떤 진심」), 범죄자인 오빠 때문에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여동생(「완전한 사과」), 돌봄방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엄마를 위해 정작 자신이 받은 학대를 묻어두고 대신 합의를 진행해야 하는 딸(「미도」) 등, 안보윤의 인물들은 모두 막다른 길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가늠하며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을 옥죄던, 동시에 자신의 전부였던 세상을 잃은 그들은 과연 현실에 맞설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안보윤은 선과 악으로 이분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사정을 끈질기게 따라가며 그들이 말하거나 말하지 않은,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심을 소설적 현실에 담아낸다.
어떤 진심은 꿈을 짓밟고 어떤 진심은 모멸감을 준다. 어떤 진심은 효용을 감지한 후에야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하는 마음도 진심이고 속이는 마음도 진심이라면, 그때의 진심이란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운가. 무엇보다 누군가를 외면할 때의 진심과 이후 그 순간이 야기한 죄책감을 되새기는 마음은 얼마나 가까운가. 안보윤은 이처럼 여러 겹의 진심으로 다양한 마음의 결과 행방을 되새기며 진심의 쓸모를 캐묻는다. 좋은 소설은 인간의 얼굴을 사면상처럼 묘사하기 마련이다. 각도에 따라 한 사람의 안색이 달라 보이게 마련인데, 안보윤이 「어떤 진심」에서 그려낸 인물의 얼굴이 그러했다. _편혜영(소설가), 현대문학상 심사평에서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표제작 「밤은 내가 가질게」는 매서운 현실에 맞서 더 냉담해지기로 결심한 인물이 진정한 사랑과 공감의 형태를 알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학대 피해 아동 주승이를 담당하게 된 어린이집 선생님 ‘나’는 주승이가 등원할 때 한 번, 하원할 때 한 번 아이의 옷을 벗겨 상처가 없음을 보호자에게 확인시킨다. 불필요한 누명을 쓰지 않으려 행하는 이 방어기제는 그동안 폭력에 가까운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을 상대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5세 반 점심 반찬으로 시금치가 나왔었거든. 다음날 애 아빠가 들이닥쳐서는 자기 딸한테 시금치를 먹였다고 멱살을 잡더라고. 그걸 먹고 애가 체해서 응급실에 다녀왔다나. 무릎 꿇고 빌라고 난동을 피우다가 난데없이 시금치 한 통을 꺼내는 거야. 시금치가 그렇게 몸에 좋으면 니가 다 먹으라고,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당장 다 먹으라고.
먹었어요?
먹었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궁금해. 애가 아팠다면서 그 이른 시간에 시금치 무쳐 올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다른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일념으로 어떻게 그렇게까지 부지런해질 수 있었을까.(본문 중에서)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본문 중에서)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인 사고뭉치 언니가 있다. 언니가 이번에는 사이비 명상 집단의 꼬임에 넘어가 전세금을 날리는 바람에, ‘나’는 그녀와 동거하는 처지가 된다. 언니는 ‘나’의 연인 이선과 친해져 함께 유기견 봉사를 다니기 시작하는데, ‘나’는 그것이 탐탁지 않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언니가 약한 존재에게 측은지심을 갖는 동안, 자신은 필사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설상가상으로 언니는 나이들고 병든 유기견을 입양하겠다고 선언하고,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불편한 속마음을 말했다가 이선과도 갈등한다.
그러나 뜻밖의 사건으로 ‘나’는 자기 안의 상냥함을 발견한다. 등원한 주승이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아이의 몸에서 오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경찰에 신고한다. 사라지고 없다고 생각했던 돌봄과 배려가 냉정을 뚫고 나오자, ‘나’는 언니와 이선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들의 마음이 자신을 섬세하게 감싸안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유기견을 집으로 데려오던 날, 언니가 개의 목에서 팬던트를 떼어내면서 속삭인 “밤은 내가 가질게”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개의 이름이 ‘밤톨이’에서 ‘토리’가 된다는 말일뿐 아니라, 사랑하는 존재의 어둠을 흡수하여 다정함으로 빛나는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이기도 한 것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사무실의 도른자들
도서정보 : 테사 웨스트 | 2023-11-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더이상 불평하거나, 숨막혀하거나,
이직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가 전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일하는 법
도른자는 특별하지 않다,
평범하게 당신 옆자리에서 일하는 그 사람이
‘사무실의 도른자들’ 중 한 명일 수 있다!
최근 SNS나 소셜미디어에서 ‘맑눈광’ ‘기존쎄’ ‘꼰대 상사’ 등 직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또는 이해하기조차 싫은 사람들, 소위 ‘사무실의 도른자들’을 풍자하는 콘텐츠가 대세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들에게 시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조사기관에서 진행한 설문(2022년)에서 퇴사 사유의 압도적 1위로 ‘직장 내 갑질 등 상사·동료와의 갈등’이 꼽히기도 했다. 업무가 아닌 사람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은 직장 내 관계 스트레스가 소수가 아닌 대부분의 직장인이 겪는 심각한 문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느새부터 직장은 ‘일’보다 ‘사람’이 힘든 공간이 되어버렸고, 오늘도 고군분투중인 직장인들은 혼자 삭이거나 커뮤니티에 하소연할 뿐이다.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 테사 웨스트 역시 ‘도른자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며, 나아가 이들과의 관계야말로 직장생활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갉아먹는 이들로부터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직장에서 그들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라도 스트레스 없이 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20년간 인간관계와 소통 방식을 연구해온 저자는 『사무실의 도른자들』을 통해 암흑 같은 직장생활에 한 줄기 빛을 비춰준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심리학의 도구로 분석하고 이들을 7가지로 유형화하며, 마침내 우리가 도른자들에게 맞설 무기를 쥐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더이상 도른자를 피하느라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심리학자인 나는 지금껏 20년 가까이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사람들이 협상하고, 협업하고, 효과적으로 논쟁하고, 성공적으로 서로를 회피하는 전략들을 관찰했다. 상호작용이 엉망이 될 때 사람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그 스트레스가 신체에서 어떻게 발현되며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빨리 퍼져나가는지 측정해왔다. 일터에서 인간관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우리 삶의 모든 면에―우리가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부터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느끼는 연결감까지―스며들어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나는 수없이 목격했다. _본문 중에서
“그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알’ 필요는 있다, 그래야 당하지 않으니까!”
도대체 왜 저럴까 싶은 돌아이들의 민낯을 까발리다!
도른자들을 상대하려면 우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저자는 도른자에게 대처하는 것이 마치 연쇄살인범을 프로파일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도른자들이 대체 왜 돌아버렸는지를 먼저 심리적 차원에서 살펴보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지에 대해 행동 방식적 차원에서 낱낱이 분석함으로써 그들에게 대처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너머 숨겨진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돌아이에게 대처하는 건, 말하자면 연쇄살인범을 프로파일링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무엇을 동력으로 행동하는지 알기 위해, 일단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희생자를 고르는가? 어떻게 적발당하지 않고 넘어갔는가? 그들의 행동으로 (은연중에) 이득을 보는 타인이 있는가? _본문 중에서
저자가 백화점 신발 판매팀에서 일하던 시기에 발령받아 온 데이브의 사례를 보자. 데이브는 다른 지점에서 판매 성과금으로 자동차를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판매 사원이었고, 저자와 일하던 백화점에 와서도 이내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그것은 정당한 성과가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외모든 성과든 재산이든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사회비교 지향성’이라는 특질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어느 순간에는 비교를 멈추고 자신의 삶을 살기 마련이다. 반면, 강약약강형 인간은 비교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견줄 대상과 권력자들 앞에서 안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먹잇감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사람이 성과를 올릴 기회를 착취하고,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악용한다. 강약약강형 인간은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강약약강형은 스위치를 끄지 못한다. 자신을 다른 모든 사람과, 특히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강박적으로 끊임없이 비교한다. 직책, 집안, 사무실 크기, 뭐든 하나라도 강약약강형 인간과 같은 게 있으면 긴장하라. 분명히 그들에게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을 테니. 여러분에 대해 너무 잘 안다 싶은 사람을 경계하라. 최근 연봉 협상 때 여러분의 연봉이 얼마나 올랐는지 끝자리 수까지 아는 사람, 여러분이 자기보다 같은 직무를 몇 달(또는 며칠) 늦게 시작했는지 아는 사람. 이런 데 집착하는 사회비교 탐정들은 자기가 아는 내용을 재료로 삼아 파괴적인 경쟁 구도를 영리하게 만들어낸다. 데이브 같은 사람은 동료들 앞에서 여러분의 전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상사에게 달려가 사소한 우려들을 보고할 것이다. _35쪽
강약약강형 인간인 데이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팀으로 온 지 오래지 않아 데이브는 팀원들의 서열을 간파했다. 그러고는 상대에 따라 가면을 벗기 시작했다. 창고의 신발을 제멋대로 정리하여 손님이 원하는 사이즈의 신발을 다른 직원들이 찾지 못하게 만드는 등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판단한 동료들에게서 손님을 가로채기 시작했다. 반면, 권력자와 상사들 앞에서는 실적이 낮은 직원과 자신의 판매량을 비교해가며 성과를 어필하는 데 노력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형 돌아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다.
20년간의 연구, 3천여 명의 인터뷰 분석, 7가지 유형화
강약약강형·성과 도둑·불도저·무임승차자·통제광·불성실한 상사·가스라이팅형
“돌아이들의 ‘심리’를 해부하자 비로소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끝을 모르는 사회비교 지향성은 데이브와 같은 강약약강형 인간의 무기인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강약약강형 인간이 비교를 멈추지 않는 이상 그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을 들키기 마련이다. 그 가면이 벗겨지는 때야말로 우리가 반격할 차례라고 저자는 말한다.
먼저 저자는 데이브의 민낯을 목격한 사람들을 찾아낸 다음, 데이브가 주도하는 예기치 못한 비교 상황 또는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려는 그의 시도를 목격하면, 함께 반발하거나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데이브보다 지위가 높은 상사에게 보고했다. 강약약강형 유형을 상대할 때는 그들이 권력자나 상사에게까지 가면 뒤 얼굴을 내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모두에게 민낯을 들켜버리고 더이상 비교 우위를 점할 대상이 없음을 깨닫고 절망할 때까지.
얘기를 들어보니, 데이브가 괴롭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로써 첫번째 목표가 달성되었다. 데이브 문제가 사내에 널리 퍼져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 나는 다음으로 데이브의 행동을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보라고 강조했다. (...) 나는 데이브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가볍게 언급하고, 그의 구체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리는 데이브에 대한 비판을 썩 흥미롭게 듣진 않았지만, 대놓고 반박하지도 않았다._ 본문 중에서
저자는 데이브와 같은 강약약강형 인간을 포함하여 성과 도둑, 불도저, 무임승차자, 통제광, 불성실한 상사, 가스라이팅형까지 7가지 유형으로 ‘사무실의 도른자들’을 분류했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심리적 요인과 동기로 인해 ‘돌아이’처럼 행동한다. 앞에서 살펴본 강약약강형 인간은 높은 사회비교 지향성과 지위 예민성 등의 사회심리학적 특질을 무기 삼아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 다른 이들을 착취하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의 심리적 동인으로부터 그를 상대할 방법을 찾아낸다.
『사무실의 도른자들』에서 저자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돌아이 유형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분석해 대처법을 제시한다. 불도저 유형을 예로 들면, 그들은 의사결정권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다고 느껴야 만족한다. 저자는 불도저가 원하는 대로 그들이 일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방식을 제안한다. 다만, 전혀 중요하지 않거나 업무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을 쥐어주는 식이다. 그저 신나게 달린 불도저가 엔진을 식히며 뿌듯해하도록.
이처럼 『사무실의 도른자들』은 흥미로운 실제 사례와 20년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심리학의 주요 개념을 설명하고, 도른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실용적인 전략을 담아냈다. ‘돌아이 백과사전’처럼 읽히기도 하고, ‘돌아이 공략집’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책은 직장 내 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든 이들에게 일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혹 제목을 보고 뜨끔한 독자가 있다면 책의 부록으로 실린 도른자 진단 테스트를 권한다. 친절한 해설을 통해 당신만의 오답 노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13,200 원
진창과 별
도서정보 : 인아영 | 2023-12-0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랑을 수행하는 툴(tool)로서의 비평
미혹으로부터 미지의 문학을 창발해내는 인아영 첫 평론집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첫 책 『진창과 별』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활동을 시작한 그의 데뷔 5년 만의 첫 평론집이다. 비평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응답을 거짓 없이 수행하는 일”(당선 소감)이라는, 비평에 대한 근사한 정의이자 출사표를 건네며 등장해 독창적이고도 진솔한 글로 단연 주목받는 비평가로 자리매김한 인아영. 2020년을 전후해 새롭게 재편되고 또 쓰이는 중인 한국문학 장(場)과 사(史)를 살피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어느 페이지의 시작 또는 끝에서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구태여 ‘장’과 ‘사’를 모두 일컫는 까닭은 현장비평의 최전선에서 기민하게 현재와 접속하는 성실함과, 유장한 문학의 시간과 계보와 맞붙어 우리 시대의 비평으로 축성하는 대담함을 두루 갖춘 비평가가 몹시도 귀하기 때문일 터.
“급진적이면서도 논리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명쾌”(조연정)한 그의 비평은 ‘빈틈없는 분방함’을 선보이며 평문이 가진 지적 쾌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문득 진심을 부려놓는 결구의 문장들로 하여금 무장해제의 기쁨을 선물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천진함과 능숙함이 한데 어우러진, 때로는 가장하기도 하는 그의 글들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실은 이 명쾌(明快)가 ‘진창’에서 비롯한 각려의 흔적임을 모르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이번 책의 제목 ‘진창과 별’은 반짝이는 한 젊은 평론가를 형상화한 상징이자, 그가 마음 깊이 새겨둔 문학론을 지시하는 요체로 읽히기도 한다. “진창이자 별이고 별이자 진창인 이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약한 수행”을 계속하기. 어쩌면 시작의 약속을 여일하게 품어온 한 평론가가 지난 5년간 써내려간 문학적 ‘수행록’의 다른 이름이 바로 『진창과 별』일지도 모르겠다.
문학에는 정답도 정량도 규칙도 논리도 없어서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대다. 문학이 알려주는 것은 차라리 이런 것이다. 모든 개인은 각자 처한 수많은 조건들에 촘촘히 얽혀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명쾌하고 예상 가능한 공식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이상하고 불확실한 함수에 매여 있다. 우리는 깨끗하고 투명한 진공이 아니라 구질구질하고 누추한 진창에 속해 있다. 우리는 모두 진창에 있다. (…) 문학은 우리가 모두 진창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인식(철학)에 그치지 않는다. 저멀리 떠 있는 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정치)로 반드시 이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문학은 진창과 별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나를 만든 세계의 조건과 내가 할 수 있는 행위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구질구질하고 누추한 진창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게 한다. _「책머리에」에서
“하찮고 아름다운 우리가 있다. 없지 않고 있다. 여기 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동시에 아름답게 하는 문학-삶
『진창과 별』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사랑의 형식’에는 백은선론, 김멜라론을 필두로 지난 5년간 폭발하듯 흘러나온 이채로운 사랑의 언어와 서사들을 탐문해보는 글을 담았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랑이 아닌, 동시대 작가와 저자 저 자신이 몸소 느끼고 겪어온 바로 그 사랑이 표현된 텍스트들을 발굴하고 이해하고 독해하는 데 할애했다. 더불어 젠더화된 고통, 돌봄의 권력관계 및 조건을 심문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차별과 혐오의 정치적 공간으로 확장되며 사랑이라는 낭만적 관념/모델에 대해 재고할 것을 요구한다.
2부 ‘다가오는 것들’에는 ‘비평의 역사’에 관한 글을 모았다. 이성애자 남성 중심의 비평사를 젠더링, 퀴어링해 다시 읽어내는 일련의 메타비평은 평론가 인아영의 인장이자 특장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기존 담론이 구축해놓은 해석의 틀을 의심하고, 틀어-보고, 재배치하는 이 근거 있는 도발은 비평의 조건을 질문/점검하고 새로운 역사 쓰기로서의 비평으로 도약한다. 특히 “한국문학장에 흘러가는 시차(時差)는 좁힐 수 없는 시차(parallax)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전의 문학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 결기 어린 진단은 “현실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문학과 문학성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정립하는”(「시차(時差)와 시차(parallax)」) 일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자기 선언이자 약속으로도 다가오기에 더욱 미덥다.
그렇다면 사십여 년 전에 제출된 김현의 명제는 오늘날의 현실에 맞추어 다시 쓰여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다시 말하자면
문학은 억압한다.
문학이 언제나 억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써 긴장하여 성찰하지 않으면, 계속 비판하며 살펴보지 않으면, 문학은 언제라도 인간을 억압할 수 있다.
(…)
문학이 억압을 반성하게 해준다는 김현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문학이 그러한 반성에 이를 수 있는 까닭은 문학이 유용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고 인간을 억압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문학은 인간을 억압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 자신의 억압까지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_「문학은 억압한다」(본문 중에서)
3부 ‘없지 않고 있다’에는 ‘수행의 조건’에 관한 글들을 배치했다. 황정은, 박민정, 최은미의 텍스트에 바싹 다가가 퀴어 페미니즘의 렌즈로 읽어낸 이 작품론들은, 단지 여성 혹은 퀴어인 인물을 조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국적,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조건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수행성에 주목한다. 작금의 한국문학장의 활기는 그저 작품과 비평의 양적 다양화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 충분히 정교한 독해와 형식의 재사유, 새로이 창안/창발되는 문학성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넉넉하게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4부 ‘개와 나무와 양말과 시’는 ‘인간의 경계’에 관한 글을 묶었다. 김초엽, 구병모, 조예은의 작품을 경유해 비인간 담론 및 SF, 스릴러, 게임이 한국문학과 조우하는 순간을 들여다보며, 이로부터 발생하고 또 갱신되는 관계성, 정치성, 가능성을 살핀다. “경계란 어떤 덩어리를 날카롭게 구획하는 가는 선이 아니라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넓게 펼쳐지는 거대한 세계”(7쪽)라는 근사한 통찰을 다양한 서사 양식과 ‘멋부리지 않지만 끝내 멋진’ 문장을 통해 증명해낸다.
역사 바깥에, 혹은 역사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행위자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의 반복되는 구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그러한 상황에 저마다의 믿음과 실천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대응에는 예정된 절대적 원칙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행위자들은 각자의 주체성과 우발성을 가지고 경합하거나 화합한다. 그 과정은 통일적이거나 조화롭지만은 않고 때로 불완전하거나 미약하다. 그러나 우리는 견고한 구조 속에서도 불완전하고 미약한 수행을 반복한다. 의미는 거기에서 만들어진다. 매일의 반복으로부터, 지금의 수행으로부터. _「다가오는 것들」(본문 중에서)
끝으로 이 책을 마무르는 에필로그이자 1부의 첫 글로 순환하듯 이어지는 ‘코다’를 배치했다. 「부서진 조각들」은 한 작가의 순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에세이이자 짧고도 강렬한 문학론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진창과 별』에 실린 글이 결국 삶이라는 형식과 이어져 있기를, 우리를 아프게 하는 동시에 아름답게 하는 삶과 문학에 대해 부디 사유하기를 멈추지 말자는 지극한 제안을 건넨다.
우리는 그저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 이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를 통과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더 많이 말해야 하니까, 아무리 말해도 충분하지 않으니까, 다시 한번 더. 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아름다움을. _「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아름다움을」(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7,500 원
조경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52)
도서정보 : 이언 H. 톰프슨 | 2023-11-2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조경은 울타리를
부수는 설계학이다
흐릿한 경계로 그려내는 문명의 도면
계획과 설계의 교차, 경계를 넘나드는 담론으로
세계의 곳곳에서 모두의 삶터를 가꾸다
조경은 단지 나무 심기가 아니다
조경은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다. 조경 하면 나무를 심거나 건물을 지을 때 주변을 꾸미기 위한 요소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의 손재주와 눈썰미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미적인 것만 추구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조경은 단순히 나무 심기가 아니다. 조경을 하기 위해선 다방면에 걸친 전문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실용성과 예술성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설계가 돼 있어야 한다. 조경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드는 업역이기 때문이다.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출간된 『조경』은 우리 주변의 환경을 조성하고 디자인하는 조경의 개념에 주목하며 그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도 있도록 돕는 입문서이다. 영국 공인 조경가이자 뉴캐슬대학에서 조경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언 H. 톰프슨이 저술한 이 책은 조경의 기원부터 오늘날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를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미학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담론과 관련해 조경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며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풍부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조경의 쓰임과 아름다움
조경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경이 잘 조성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듯이 정서적, 심리적 건강에 기여할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도시설계에 있어 미관을 개선하는 한편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조경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건 2차대전이 끝난 다음이다. 당시 유럽은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와 황폐해진 자연을 복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조경가들은 경관을 새로 조성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관계획을 요구받게 되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조경은 적어도 서독에서는 신속하게 재조직되었고, 실무가들은 전쟁의 참화를 겪은 조국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51년 하노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2년마다 열리는 독일연방정원박람회는 버려진 곳과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곳을 영구적인 공원부지로 바꿀 수 있는 조경의 힘을 보여주었다. (32쪽)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회복하는 작업은 식생 복원, 수질 개선, 토양 정화, 도시 재생, 공원 조성 등으로 압축적인 토지 개간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은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국토는 황폐해졌고 퇴역 군인들은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기대했다. 전후 시기에 조경은 대형 공공프로젝트에 종종 관여하게 되었다. 특히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공공 분야는 영국에서 조경의 가장 큰 시장이었다. 조경가들의 고용이 증가했다.
영국의 조경가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진보하던 이 시대에 대한 향수를 지닌 이들이 있다. 왜냐하면 창립자들은 오늘날에는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분명한 목적을 발견했고, 대규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개발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82쪽)
복구와 개발에 가치를 인정받은 조경은 현재 인류 모두가 맞닥뜨린 재난이라 할 수 있는 기후변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관생태학, 재생 디자인, 생태계 시스템을 한곳에 모은 개념인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계획’이 조경학에서 오늘날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경관은 미적 영감과 향유, 역사성과 장소성, 레크리에이션의 기회와 영적 고양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계획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 지역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가 야기한 몇몇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녹지 공간은 홍수 때 많은 양의 물을 보유했다가 이것이 땅으로 스며들게 하여 기성 시가지를 보호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191~192쪽)
조경의 개념과 경관계획에 관한 논의들
『조경』은 한마디로 조경의 역사와 주요 담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조경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 처음에 제시된 ‘조경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몇 개의 주제를 거쳐 깊어지며 ‘왜 이것을 하는가’ ‘왜 이것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1장 「기원」에서는 역사적 관점에서 변화해온 조경의 양태를 살피며 현대적 조경의 기틀을 세운 옴스테드와 복스를 통해 퍼져나간 조경의 개념 등을 살펴본다. 영국의 공공 공원 조성, 프랑스의 파리 개조,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조경의 사례가 소개된다.
2장 「조경의 범위」에서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마스터플랜, 시각영향평가, 예술이 반영된 도시설계, 커뮤니티 참여 등 네 가지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어 조경이라는 업역의 광범위함을 설명한다.
3장 「모더니즘」에서는 전통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미술계 전체를 휩쓸 즈음,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조경 업역에 모더니즘이 어떤 방식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재료에 대한 관심, 공간에 대한 강조, 대상지 계획에 대한 합리적 접근, 효과적이면서도 우아한 미적 즐거움이 모더니즘이 남긴 긍정적인 유산임을 강조한다.
4장 「쓰임과 아름다움」에서는 경관에 담기는 생산성과 미학, 윤리, 생태계 개념을 중심으로 농업, 주택, 발전소, 댐, 숲, 도로 등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설계하는 조경가들의 고민과 도덕성, 논쟁에 대해 다룬다. 조경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분야이다. 조경가들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조화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5장 「환경 분야」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따른 생태적 접근을 위해 조경가가 하는 일에 대해 살핀다.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식물을 선정함으로써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고, 환경 친화적인 자재와 공법을 사용함으로써 환경파괴를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조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경가의 노력을 경관생태학, 재생디자인 등을 아우른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와 결부하여 제시한다.
6장 「예술의 장소」에서는 예술과 디자인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관계를 관점으로 생태예술 혹은 환경예술과 조경의 관계를 돌아본다. 의도도 형식도 다르지만 환경예술가와 조경가 모두 감정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주는 장소를 추구한다는 점에선 같을 것이다.
7장 「사회 공헌」은 공감과 참여의 태도이자 방식으로서 조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경가의 작업은 사람을 위한 것인 만큼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헤아려보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몇몇 조경가들은 계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종종 긍정적인 결과를 낸다고 진단한다.
8장 「다시 좋게 만들기」는 조경의 사회적, 환경적 기능과 가능성에 대한 장이다. 버려진 곳을 재생하여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공간을 개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띠며 이는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며,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9장 「경관계획」은 경관에 적합한 조경의 설계 과정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관은 수세기에 걸쳐 발전해왔으며 여러 레이어가 쌓여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시각영향평가,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계획 등을 통해 조경가는 미적 영감과 향유, 역사성과 장소성, 레크리에이션 기회와 영적 고양에 기여하는 경관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10장 「경관과 어버니즘」에서는 도시설계에 참여하는 조경가의 역할에 대해 분석한다. 도시설계와 조경가가 하는 일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령 오픈스페이스나 버려진 공장 매립지를 대하는 데서도 관점이 확연히 다르다. 저자는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과 그것의 확장인 생태적 어버니즘을 소개하며 조경의 본질적 가치와 관점에 대해 논의한다.
구매가격 : 11,000 원
지정학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51)
도서정보 : 클라우스 도즈 | 2023-11-2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미래의 지도를 매 순간 새로 그리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
세계정세를 인식하는 지정학적 프레임
간략하게 훑어보는 지정학 입문서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이번에 출간된 『지정학』은 ‘지정학’이란 무엇인지, 지정학은 어떻게 생산되는지, 지정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문제를 다룸과 동시에 지정학의 지적·역사적 기원은 물론 현재의 관심사를 포괄한다. 지도, 국가안보 영화, 정치 지도자 등 광범위한 사례를 통해 지정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아랍의 봄, 세계경제 위기와 같이 지정학과 관련된 세계정세를 비롯하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일대일로, 브렉시트와 같은 정치 프로젝트를 위해 국가와 국민, 기업이 지리적 프레이밍을 관리하는 사례로 포퓰리즘과 경제민족주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는 세계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지정학은 다면적이고 다축적이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다. 단순히 강, 산, 기후와 같은 지리적 특징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상으로 강대국 정치와 자원 쟁탈전부터 쓰레기, 액션 완구, 스마트폰 등의 사물에 이르기까지 시민, 기업, 국제기구, 사회운동, 정부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정치, 지리, 문화적 다양성 사이에서의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지정학의 생산자, 수용자, 거래자임을 보여준다.
왜 지정학인가
저자는 역사의 종말, 지리의 종말이 흔들리면서 쉴새없이 변화하는 세계정세에 주안점을 두며 ‘왜 지정학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거 냉전시대의 경쟁적/대립적 지정학과는 달리 21세기 지정학은 모든 국가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압력, 즉 인구 증가, 자원 소비, 기후 변화, 불평등 등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각국은 자원을 확보하고, 접경지대를 비롯하여 영토를 수호하고, 인구를 관리해야 한다. 국가의 위치와 규모, 주권, 자원은 국민들이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지정학은 지리적인 것이 인간사에 개입하는 다채로운 방식에 관해 사고한다. 지정학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지정학의 공식적·실용적·대중적 표현이 여러 규모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방대한 쟁점을 다루고, 광범위한 현장에서 드러나고, 시간에 걸쳐 변화하고, 일상생활에서 등장하는지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주변세계를 느끼고, 경험하고, 듣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드러낸다.
지정학의 길잡이
고전지정학과 비판지정학
저자는 지정학의 미로를 헤쳐나갈 길잡이로서 두 가지 근본적 방식, 즉 고정지정학과 비판지정학을 제안한다. 고전지정학이 국력과 영토적 이해관계, 지리적 환경 간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비판지정학은 담론과 이데올로기의 역할에 좀더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고전지정학이 영토, 자원, 입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비판지정학은 인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지정학을 생산하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지리적인 것이 어떻게, 어디서, 왜 중요하느냐의 문제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이 성격과 범위에서 공공연하게 비판적인 비판지정학임을 자처한다. 비판지정학은 환경 결정론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그것에만 집착하다보면 서로 다른 인간 행위주체와 동물, 날씨, 생태계와 같은 비인간 행위주체의 역할은 간과하게 된다. 또한 집과 일상을 비롯하여 살펴볼 수 있는 지정학적 현장의 복수성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지정학은 일상의 맥락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 지정학 생산자이자 소비자임을 강조한다.
구매가격 : 11,000 원
뒤를 보는 마음
도서정보 : 노지영 | 2023-11-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의 마음’으로 바라본 시인의 초상,지친 삶을 다독이는 위안과 성찰의 말들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다정다감 문학 대담집
이문재, 손택수, 신용목, 김해자, 김경인, 김정환, 강은교, 김기택
우리 시대의 시인 8인에게 묻다
2010년 〈내일을여는작가〉 등으로 데뷔해 진지한 사유와 탄탄한 문장으로 동시대 문학의 지형도를 조밀하게 읽어온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문학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살피고 염려하고 상상하는 ‘시의 마음’으로 이문재, 손택수, 신용목, 김해자, 김경인, 김정환, 강은교, 김기택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여덟 명을 만나 시의 창작 과정, 시의 본질과 근원을 들여다보며 시가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되새긴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우리가 고통스럽게 돌아보는 팬데믹 시대를 돌파하는 입체적인 사유를 탐색하기 위한 작업으로 본 대담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 시라는 이름으로 나를 다독여주었던 시인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겹의 내포를 읽어내기 어려워하는 신문맹의 시대에 시의 미학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문화향유 현장에서 작가와 독자의 가교 역할을 해온 저자는 이런 질문들을 끌어안고 2021년 봄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두 해 동안 시의 안부를 묻는 일에 몰두했다.
시적 개성과 목소리가 뚜렷한 시인들을 장소와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시’라는 것이 내뿜는 생기를 복원하고,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시인의 시가 탄생된 작업 공간을 취재하고, 그 현장에서 시학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시인들의 자취를 기록하는 데 주력했다. 해당 대담마다 사진작가가 동행하여 시인의 작업실과 시적 영감을 주는 시계(詩界)의 풍경들을 담아내기도 했다. 작품을 말하는 시인의 얼굴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고, 시의 양분을 전달해준 ‘손’의 형체들을 현상하기도 했다. 시인의 에스프리가 담긴 육필 메시지도 매 원고마다 간직해두었다. 원로 시인들의 경우, 생애사 자료를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뒤를 보는 마음』은 문단의 중진이자 현업 원로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의 영역을 확장해온 여덟 명의 시인과 함께 시의 본질과 미학을 탐구하는 대담집이다. 시를 사랑하거나 시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시가 우리 삶에 주는 위로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라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서서뒤를 돌아다보는 시간을 열어줄 거라 믿습니다.”
나에게 시란 이런 것이다……뒷날의 세상을 상상하며 미등을 켜는 마음
시인은 삶의 고통과 아름다움, 부조리와 희망, 무상함과 허무 등을 시로 표현함으로써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궁구하는 존재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첫 대담자 이문재 시인과의 만남은 코로나가 재유행할 무렵 대학 카페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생태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성찰해온 그는, 최근 관심사인 ‘전환’을 화두로 문학과 현실의 거리를 고민하며, 시의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민의 글쓰기를 통해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시학이란 바로 생명을 옹호하는 것이겠지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오래된,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갈 이 핵심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는 시학이 시를 살아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관계의 시학’ 혹은 ‘지구적 상상력’이라고 부릅니다.
_「생명에의 옹호, 이문재」, 본문 중에서
손택수 시인은 일터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매일 산길로 걸어다닌다. 그가 즐겨 하는 산책은 초혼하듯 시를 부르는 순간이자 시의 이슬이 맺히는 자리이다. 사무실에 걸린 달력 뒷면에는 입이 하나, 귀가 세 개인 섭(囁)’이라는 한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 그는 ‘섭’을 올려다보며 머뭇거리면서, 더 자주 멈추면서 더 많이 듣자는 삶의 태도를 새긴다. 이와 더불어 노작홍사용문학관의 살림을 맡으며 기림과 기억에 관한 여러 경험담을 들려준다.
세상의 모든 완성된 시들은 결국 미완성이라는 이야기죠. 이때의 미완은 불완전으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 도래하는 미래의 시에 대한 약속으로서의 미완을 가리키기도 하겠죠.
_「달력의 이면, 손택수」, 본문 중에서
신용목 시인과의 대담은 그가 일하는 대학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졌다. 나무로 된 웬만한 소품들은 직접 만들 정도로 그는 나무의 질감을 좋아한다. 소시집 『나의 끝 거창』을 쓰면서 마음뿐 아니라 시작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는 그는 이제 예전의 초조함이나 무게감을 좀더 덜어내고, 사소하고 일상적이고 날것 같은 느낌이나 감촉을 시의 발화점으로 삼으려 한다. …
세상의 언어가 다 타버린 다음에도 출렁이고 있는 바다 같은 게 있다면 그것이 시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슬픔이나 고통이 있다고 할 때, 제가 그 슬픔과 고통을 쓰는 게 아니라, 시가 그것을 저에게 허락하는 거 같다고 느끼거든요. 시는 그렇게 출렁여도 된다고 허락하는 존재죠.
_ 「시인은 그렇게 살겠지, 신용목」, 본문 중에서
김해자 시인은 초보 농사꾼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이웃들과의 다정한 이야기와 시에 대한 뭉근한 사유를 들려준다. 그는 자신의 시가 어떤 개념이나 추상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았던 장소와 함께한 사람들을 따라 이동하고 변화해온 듯하다고 고백한다. 신비와 경외감을 자신을 살게 하는 중요한 자양분이라 말하는 그는 시가 합창이 되고 한 무더기의 춤이 되길 바랐던 시 쓰기의 첫마음을 순전한 몸의 언어로써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미래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말을 거는 것, 칠흑 같은 안개 속에서 깜박깜박 경고등을 켜는 것, 내가 앞사람을 따라가듯,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불을 비춰주는 것, 저는 그런 것이 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집으로 가는 길, 김해자」, 본문 중에서
김경인 시인의 일상을 채우는 장소는 집과 연구실과 스터디카페다. 시는 주로 스터디카페에서 쓴다. 아무도 없는 가운데서 홀로 깨어 있는 기분으로 밤새 시를 쓸 때의 기쁨은 생활 세계와 창작 세계를 분리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시인은 불투명한 것들 속에서 투명성을 발견하는 성찰을 통해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감각하는 시 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불투명한 세상 가운데서도 어떠한 투명성을 가져야 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시라서, 저는 시를 쓰는 것 같아요. 너무나 불투명한 것들 가운데서 조금이라도 투명한 것을 찾으려 하는 과정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력이기도 하니까요.
_「겹의 그늘을 읽는 일, 김경인」, 본문 중에서
김정환 시인과의 대담은 “음악으로 커튼을 친” 그의 자택 서재에서 이루어졌다. 문학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그 언어를 충돌시키거나 융합하는 방식으로 상투성에 저항하고, 단형시의 완결적 미학이 강조되는 한국 시단에서 예외적으로 장시 창작을 지속하고 있는 그의 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풀어진다. 그는 축소화된 채로 퇴행하는 출판 현실을 향한 따끔한 조언과 아울러 기본을 전제로 한 비평가의 성실한 책무를 당부한다.
뭐 하러 시를 쓰고 글을 씁니까. 끊임없이 달라져야 하는 거죠. 누가 나보고 변했다고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야, 그렇게 변하려고 기를 쓰는데 사람 변하는 게 그렇게 힘들더라, 오히려 이렇게 답변해요. 그렇게 변하려고 기를 쓰는데도 못 변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_「번역들, 김정환」, 본문 중에서
강은교 시인과의 대담은 부산 범어사 근처의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범어사길은 시인이 소중히 여기는 산책로 중 하나다. 시집과 산문집 등에도 범어사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한국적 서정에 바탕한 시적 사유를 통해 반백 년의 시력을 이어오며 의미의 모험과 ‘들여다봄’의 순례를 계속하고 있는 시인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시라는 건 모범 답안이 없잖아요. 서정성도 있고 사상성도 있고 이런 것이 적당히 모두 있어야 하는 것같이 생각하는 모범 답안을 우리가 늘 가정하곤 하는데요. 예술이라는 것은 모범 답안이 없을수록 좋은 거 아니에요?
_「강은교 포에틱 유니버스, 강은교」, 본문 중에서
김기택 시인과의 대담은 그가 일하는 대학의 연구실과 휴게실에서 이루어졌다. 중학교 때 그림을 잘 그렸던 소년이 회사원이 되어 그 시절을 통과하며 시 쓰기를 이어온 내력과 함께, 한 편의 시가 착상되는 순간부터 시어의 외투를 입는 과정, 창작자의 윤리적 고민들이 풀어진다. ‘사물주의자’로 알려진 김기택 시인에 대해 노지영은 ‘만물주의자’로 새롭게 명명한다.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시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시에서 사물은 존재를 끌어내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는 것이죠. 저는 시 쓰기가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생명체’, ‘무엇으로든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느낌으로서의 유동체’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라 생각해요.
_「시인의 둘레길, 김기택」,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2,600 원
톰 피터스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도서정보 : 톰 피터스, 낸시 그린 | 2023-12-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계적 구루인 톰 피터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히고 배우고 가르쳤던
모든 통찰을 한 권에 담았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모든 가치에 대해 동일한 주문을 걸지만,
톰 피터스라는 1인 브랜드는 여전히 자신을 재창조하고 있다.”
_CNN
성장하고 싶은 경영인이라면
반드시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인사이트 노트
경영인들의 스승 톰 피터스와 그래픽 디자이너 낸시 그린의 만남
피터 드러커, 마이클 포터와 함께 세계 3대 구루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톰 피터스의 스무번째 책 『톰 피터스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특별하다. 톰 피터스가 지난 40여 년간 비즈니스 현장의 최전선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13가지 주제로 추출하여 리더십과 경영에 관한 통찰을 한 권에 풀어냈기 때문이다. 모든 꼭지마다 군더더기 없는 임팩트 있는 글들에 미국의 유명한 디자이너이자 기업인 낸시 그린의 시각적 요소가 입혀져 가독성이 뛰어나다. 이 책은 톰 피터스의 육성을 고스란히 담기보다는, 그를 포함해 현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경영인과 석학들의 글이나 인터뷰에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열쇳말을 톰 피터스가 노트에 옮겨 재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경영인은 단지 기업을 이끄는 사람에 국한하지 않는다. 저마다 공동체나 전문 조직을 지휘하는 정치인, 군인, 영화감독 등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심지어 화가나 문인 등 예술가의 말에도 경영의 묘안을 엿본다. 기업이나 공동체가 자본만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구성원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과 환경의 지속성을 목적에 두고 실행할 때 궁극적으로 성공에 이른다는 톰 피터스의 철학이 담겨 있다. 전략보다 문화를, 주장보다 경청을, 그리고 사람 우선이라는 톰 피터스의 메시지는, 직장인이나 1인 기업부터 대기업, 2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경영이나 관리에 성장하고 번창할 수 있는 영감으로 가득하다.
디자인은 모든 것. 더 나은 세상을 향하는, 극단적 휴머니즘으로!
이 책은 톰 피터스의 최근 저서인 『탁월한 기업의 조건』을 모태로 삼고 있다. 이 책의 서문에는 톰 피터스가 40여 년간 ‘경영’ 업무의 지향점은 무엇이며 종국에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잘 드러나 있다. “극단적인 부의 불평등을 마주하고,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불안정한 기술 혁명과 씨름하고 있는 지금, 저는 사람을 ‘진심으로’ 최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불안정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사회를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지원하고, 고객에게 우수함과 패기로 감동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병든 지구를 돌보든 ‘극단적 휴머니즘’이 어쩌면 직관적이지는 않더라도 최선의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45년 전인 1978년에 톰 피터스가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섰던 용어 그대로 대체할 수 있다. “딱딱함은 약합니다. 부드러움은 강합니다.” 여기서 딱딱함은 숫자, 계획, 차트를 말하며, 부드러움은 사람, 관계(공감), 문화를 의미한다. 어찌보면 톰 피터스의 경영관은 이 둘로 나누어지며, 이 둘 사이의 게임으로 읽고 있는 것이다. 그는 보다 나은 성장 동력을 얻고 비즈니스 결과를 도출하려면 여성과 흑인을 소외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율을 늘리고 책임 있는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패하라. 전진하라. 빠르게”
“어, 큰 건 별로야” 톰 피터스는 규모의 경제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 다국적 기업의 혁신을 통한 성공의 사례보다는 중소기업의 스타들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인다. 많이 시도하고, “빨리 실패해야, 먼저 성공한다”라고 데이비드 켈리를 인용하고. “평범한 성공에 처벌하고 우수한 실패에 보상하라”라는 필 대니얼스의 말을 옮긴다. 또한 톰 피터스는 이 책의 절반의 역할을 맡았던 디자이너 낸시 그린을 매우 칭송했고, 책의 기획을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디자인은 결국 모든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최전선에 디자이너가 있고, 우리 모두는 디자이너라고 주장한다.
“저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큰 아이디어를 가진 아주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일을,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을, 아이디어/개념/관점 등을 형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심오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거짓말 안 하고, 저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고,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동기 부여를 위한 보편적인 초기 약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취미요? 저는 책읽기를 사랑합니다.” _낸시 그린
구매가격 : 13,500 원
피할 수 있는 전쟁
도서정보 : 케빈 러드 | 2023-11-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평생 미중 관계를 연구한 전 호주 총리의 통찰!
“시진핑은 결국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시진핑과 여러 고위 관료를 직접 만나며 얻은 현대 중국에 대한 이해
복잡하게 얽힌 양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분석 틀
오해와 불통의 역사부터 살얼음 깔린 미래까지, 미중 경쟁을 한 권에 담아내다
*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에 기반한 중립적, 객관적 분석
* 양국 간 골이 깊은 오래된 오해와 세계관 차이에 대한 해설
* 시진핑의 야망을 개념화하는 열 개의 동심원
*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
이 책의 저자,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방 정치인”이라고 불린다. 서방 고위 관료들 중 가장 완벽하게 중국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진 그는 10대 시절부터 중국에 관심을 가진 이후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 최우등 졸업했다. 재학 중 1년 동안은 타이완국립사범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중국 문화와 관습을 익혔고,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을 짓기도 했다. 1981년에는 호주 외교부에 입성하여 1984년부터 3년간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때 중국의 고위 관료들과 만나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시진핑과는 여덟 차례 이상 독대했다. 또한 대對아시아 외교 및 정치 싱크탱크 기관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초대 소장,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거치며 중국 관련 주요 분석가로 인정받았으며, 호무 외무장관과 총리직을 역임하고 현재는 주미 호주 대사로 재직 중이다.
그런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중 관계를 분석하고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중국과의 외교 현장 한복판에서 바라본 정세는 어떤 모습일까? 미중 패권 경쟁과 시진핑의 중국을 다룬 책이 그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의 관점은 그 궤를 달리한다. 한 국가의 고위 관료로서 직접 국제외교를 경험해본 그는 중국이 포악한 패권주의 국가라거나 시진핑이 폭력적인 독재자라거나 하는 식으로 단편적인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중국 내부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것의 균형, 시진핑이 처한 정치적 상황의 맥락, 그의 개인적 야망을 파헤치며,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중국을 통찰한다. 그 통찰에는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고위 관료들을 실제로 만나며 쌓아 올린 이해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까지 눈감지는 않는 등, 미중 관계 평론가로서는 흔치 않게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준다.
미중 패권 경쟁의 이면에는 오해와 불통 그리고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로 점철된 오랜 역사가 있다. 저자는 그런 균열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분명 전쟁 없이도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권 경쟁은 필연일 수 있겠지만 전쟁은 절대 필연이 아니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 권의 분량만으로 미중 갈등의 역사를 섬세하게 정리해내고, 시진핑이 품은 야망과 그가 직면한 도전을 들여다보며, 중국이 처한 조건을 공식화하고,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친다. 대체로 평화로웠던 수십 년이 지나 다시금 전쟁의 불길이 세계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미중 전쟁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쏘아 올린 반전의 신호탄이다.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은 없다”
양국 관료의 인식 틀과 세계관 분석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 전략적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중국을 매우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한 미군 고위 관료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두 강대국 사이 불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먼저 역사적으로 면밀히 짚어낸다.
미국은 독일 점령지 반환을 조건으로 중국을 제1차 세계대전에 끌어들였으나, 정작 종전 후에는 일본을 달래기 위해 산둥성 일부를 마음대로 일본에 양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 내내 일본군이 중국을 병탄하도록 방치했다. 냉전기에는 소련을 봉쇄하는 데 중국을 이용하기도 했다. 역대 미 행정부는 공산당 통치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타이완과 방위조약을 맺어 중국의 타이완 흡수를 견제하는 등 중국 정치와 사회에 계속해서 개입해왔다. 미국 주도하의 국제 질서에 중국이 순순히 따르기를 내심으로는 바라면서 겉으로는 체제를 존중한다는 식의 위선과 기만이 중국공산당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중국은 레닌주의 정치 체제의 특성상 외부에서 보면 그 의도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014년 남중국해에 군용 인공 섬을 만드는 행태를 보고 미 관료들은 경악했다. 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로운 시장 개방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보호주의, 권위주의 모델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칼을 숨긴 채 거짓말을 일삼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양국 관료들이 이러한 인식 틀과 세계관 차이를 이해해야 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교의 세계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 같은 건 없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상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상대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는지, 내 메시지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항상 생각해야만 한다. 양국 간의 전쟁이 세계대전에 맞먹는 파국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서로의 가치 체계와 세계관을 유념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2020~2030년은 시진핑 장기 집권의 시험기
점점 커지는 10개의 동심원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독특한 관점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책의 반절 이상을 할애한다. 현대 중국은 시진핑과 당이 처한 국내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타이완과 동중국해, 태평양, 북극, 더 크게는 국제 체제까지 아우르며 직경을 넓혀가는 열 개의 동심원으로 공식화된다.
특히 ‘국가 통합’이라는 과제를 두 번째 동심원으로 제시하고 타이완 문제를 거론한 대목에서는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중국통으로서 저자가 실감한 바가 잘 드러난다. 조국의 통일은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있어 정당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리고 타이완은 중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다. 게다가 최근 타이완의 국내 정세가 독립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까지 일어나는 등, 중국을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내모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저자가 워싱턴을 방문했던 2008년, 당시 타이완 총통이었던 천수이볜은 공개적으로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고 다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천수이볜에게 “계속해서 불장난을 한다면 전쟁이 나더라도 제82공수사단이 타이완을 구조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점점 고조되어가는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인상적인 일화다. 타이완 문제에는 시진핑의 개인적 야망도 결부되어 있다. 저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은 계속 일인자로서 중국을 이끌어 역사에 남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런 시진핑에게 2020년대는 향후 권력과 지도자적 면모를 검증받는 중차대한 시기이며, 다음 당대회를 앞두고 흐름을 굳히기 위해 타이완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외에도 공산당의 지지 기반 유지를 위한 경제 성장, 외부로 전력을 투사하기 위한 군 현대화, 러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인접국 관리,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유럽,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 중국의 여러 동심원이 제시된다. 저자가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다. 저자는 시진핑이 샤먼시 부시장이었던 1986년에 그를 만나 계속 관계를 이어왔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후계자로서 부주석 직에 오른 2010년에는 캔버라 총리 관저에서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그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시진핑이 총서기 겸 주석이 된 2013년 이후에도 전화를 주고받았으며, 총리 퇴임 이후에도 베이징에서 열린 여러 회의에 시진핑과 동석했다. 시진핑 외에도 저자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주룽지,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고위 관료들을 직접 만나보며 중국의 세계관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전쟁을 포함한 10개의 시나리오
미중 관계의 역사, 현황, 전망을 한눈에 조망
‘미국과 중국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 꼭 전쟁일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살벌했던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지금의 미중 관계보다 훨씬 나빴다. 그런데도 미국과 소련은 불화가 부지불식간에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끔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합의하고 그 선을 지켰다. 저자는 그때처럼 오해와 불통으로 인해 지엽적인 작은 사건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중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 없이 타이완을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들이 동중국해에서 맞붙을 수도 있다. 그중에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북핵이 겨냥하는 것은 중국이 아닌 중국의 적대국일 것이라는 전망,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불확실한 영향 때문에 중국은 북핵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본격적인 핵 보유국이 되면 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동참할 여지가 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아닌 중국이 북핵의 개발을 어느 정도 견제해 한국의 안보를 지키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강경 외교를 재개하거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면, 곧바로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하지만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두 강대국은 전쟁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서 잃을 게 너무 많으며, 중국은 아직 큰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 중국 내부에 남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도 망설임에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해상에서 양국 간 선박이 충돌하는 작은 사건이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 등, 양국 간 규약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전쟁 없이 양국 간 관계가 정리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전쟁 없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은 분명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하게 얽힌 미중 관계의 역사와 현황 및 전망을 한 권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것, 고위 외교관 특유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 드러난다는 것, 서방 최고의 중국통으로서 가장 자세하고 신빙성 있는 중국 내부 사정을 전한다는 것이다. 오랜 평화 끝에 다시 국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요즘, 이 책은 불확실한 정세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이자 평화를 위한 좁은 문을 일러주는 해법서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22,500 원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
도서정보 : 이디스 워턴 | 2023-1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턴의 숨어 있는 걸작
이탈리아 정원은 물론 서양 정원에 관한 최고의 고전
출간 120년 만에 국내 최초 완역!
영국이나 프랑스 정원과는 완전히 다른 ‘이탈리아 정원의 영혼과 형식’
『기쁨의 집』(1905), 『순수의 시대』(1920)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이디스 워턴이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이탈리아 현지 취재여행을 다녀와 쓴 고품격 정원 안내서.
여행기이자 에세이, 정원 해설서이자 조경 분석서인 이 책은
우리를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로 되돌려놓고,
이탈리아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정원으로 옮겨놓는다.
“유럽의 정원을 볼 때 그냥 ‘좋다,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거기에 들어간 엄청난 정성과 역사적·이론적 바탕까지 조금 알고 봐주면 좋겠습니다.
그 아름다운 공간을 설계하고 만들어간 과정에 투영된 정원에 대한
철학을 엿보고 싶어집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이 훌륭한 고전을
우리말로 옮겨준 점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_ 한동일, 『라틴어 수업』 저자
이디스 워턴의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Italian Villas and Their Gardens』(1904)이 출간된지 12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디스 워턴은 소설 『순수의 시대』의 작가이자 최초의 여성 퓰리처상 수상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직접 정원을 설계하고 가꾼 정원가이기도 했다. 워턴은 19세기 후반 미국 뉴욕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이탈리아에 살았던 적이 있다. 수시로 미국과 유럽을 오갔으며, 이탈리아어에 능통했다. 이 책을 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던 그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던 41세가 되던 해, 한 잡지사로부터 이탈리아 정원에 관한 글을 의뢰받는다. 그렇게 떠난 수개월에 걸친 현지 취재여행의 산물이 바로 이 책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정원뿐 아니라 서양 정원에 관한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손꼽히며, 출간된 지 1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현직 판사이자 정원 마니아인 역자가 혼신의 힘으로 번역
이 책을 번역하는 이는 헌법재판소의 현직 판사다. 헌재 공보관직을 맡고 있는 김동훈 역자는 2015~2016년 이탈리아 로마 유학 시절 이 책을 만났다. 이후로 빌라와 정원 공부를 하는 한편, 틈틈이 방문하고 구석구석 사진도 찍었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은 대부분 그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서울 근교와 시골 옛 할머니 댁에서 텃밭과 정원을 오랫동안 가꾸어오고 있는 그는 종일 농사와 정원 일을 하고, ‘어디에 무슨 나무를 심을까, 그 수종은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이 꽃나무의 높이와 색은 옆 나무와 어울릴까’ 등을 고민하면서 정원을 만드는 일이 엄청난 지적·감성적 소양을 요구하는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번 책은 3년 전에 초역을 마쳤고, 계속 다듬으면서 저자의 원주 5개를 제외한 모든 각주를 직접 달고 꽤 상세한 해제를 쓸 만큼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은 무미건조한 설명서도 아니고 감상에 치우친 여행기도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종합 인문 교양서라고 하겠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묘사와 설명,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간간이 드러나는 감상과 평가가 적절히 어우러져 우리를 이탈리아의 정원 속을 거닐도록 만듭니다”라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1904년에 나온 이 책엔 맥스필드 패리시가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이번 번역본에서는 원서의 체제를 존중해 본문에는 패리시의 원래 그림을 실어주고, 좀더 생생한 현장 사진을 원하는 독자를 위해 역자가 찍은 사진은 각 장의 말미에 따로 모아서 실어두었다. 원전의 향기를 보존하면서도 이탈리아 정원을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책의 정보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꽃이 없는 이탈리아 정원
이탈리아 정원에는 꽃이 없다고 하면 과장이지만 이탈리아 정원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것이 꽃을 가꾼다는 요소와는 별개의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원은 꽃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꽃이 정원을 위해 있다. 꽃은 필요할 때 추가되는 부속물로서 부차적인 위상을 갖는다. 워턴의 말에 따르면 “마법 같은 정원에 가해진 우아한 터치 하나” 정도다. 왜일까? 이것은 자연적인 환경과 관계가 깊다. 너무 뜨겁고 건조한 이탈리아의 기후에서는 봄꽃을 제외한 어떤 꽃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 덕분에 멋진 발전이 가능했다. 대리석, 물, 다년생 식물이라는 정원의 3요소로 이탈리아는 계절과 관계없는 더 영구적인 효과들을 얻어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막 돌아온 이의 눈과 가슴은 형언할 수 없는 정원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 마법의 주문에 걸린 어떤 사람들은 이탈리아 정원의 마법을 긴 시간의 효과 덕분으로 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많은 아름다움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정원은 집과 연관해서 연구되어야 하고, 또 그 둘은 풍경과 관련지어 탐구되어야 한다. 오래된 채색 기도서와 초기 목판화에서 알 수 있듯, 중세의 정원은 성안의 한 구획일 뿐이었다. ‘단순한 것들’이 성 가운데 우물 주위에서 길러졌고 과일나무는 벽에 붙여 키워졌다. 그러나 이탈리아 문명이 급속히 개화하면서 성벽은 허물어졌고, 정원은 확장되어 연못, 잔디밭, 장미 덤불 및 가지치기된 길을 흡수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빌라villa는 특히 중부와 남부에서는 거의 언제나 언덕 면에 기대어 지어졌다. 어느 날 건축가는 테라스에서 밖을 내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둘러싼 주변 경관이 빌라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빌라와 경관이 단일한 구성의 한 부분을 형성했던 것이다.
3요소-건축선과의 조화, 집주인의 요구, 주변 경관과의 어울림
이 사실에 대한 인식이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정원 예술의 발전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그다음 걸음은 건축가가 자신의 그림 속에 자연과 인공을 융합시킬 수 있는 수단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는 세 가지 문제를 다루어야 했다. 우선, 정원은 집의 건축선에 어울려야 한다. 그다음으로 집주인의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 그늘이 있는 길, 볕이 잘 드는 잔디밭, 그리고 화단과 과수원을 구비하는 한편, 그 모두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원은 주변 경관에 어울려야 한다. 그 어떤 시대와 나라에서도 이 삼중의 문제가 16세기 초부터 18세기 말까지의 이탈리아 빌라에서만큼 성공적으로 처리된 경우는 없었다. 그런 옛 정원 마법의 근본 비밀은 다양한 요소들의 혼합, 인공의 고정되고 정형적인 선으로부터 자연의 변화무쌍하고 불규칙한 선으로의 미묘한 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정원의 본질적 편리함과 살기 좋음에 있다.
수많은 요소가 매력적인 전체 인상에 기여한다. 그렇지만 본질을 캐치하기 위해선 이 모든 걸 지워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어떤 우연한 효과에서 독립된, 디자인의 깊은 조화가 그 아래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이탈리아 정원의 설계가 정원 자체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원을 만드는 재료인 석조물, 상록의 나무, 흐르거나 고인 물의 효과,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경관의 모든 선이 다 함께 예술가의 디자인 중 한 부분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떤 계절에서나 똑같이 아름다운 것이며, 그조차 기본 설계의 보조물일 뿐이다. 정원에 내재하는 아름다움은 다음과 같은 부분을 모아놓은 데 있다. 긴 감탕나무 산책로가 수렴하는 선, 볕이 잘 드는 열린 공간과 시원한 숲그늘의 교차, 테라스와 잔디밭 사이 혹은 벽 높이와 길 너비 사이의 비율 등. 이러한 디테일 중 르네상스 시대의 조경가landscape architect가 간과할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는 그늘과 햇볕의 배분, 그리고 석조물의 곧은 선과 초목의 물결치는 선의 배분을, 주변 경관에 대한 전체 정원 구성의 관계에 무게를 둔 것만큼이나 주의 깊게 고려했던 것이다.
북부로 갈수록 정교하고, 남부로 갈수록 폭넓고 단순
옛 이탈리아 정원의 연구자는 웅장한 경관을 마주한 건축가가 그 설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단순화하는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 넓고 길게 펼쳐진 경관이 없는 곳에서는 테라스, 분수, 미로, 포르티코의 복합적 구성, 그리고 디테일의 복잡성이 발견된다. 이탈리아는 북부로 갈수록 경관이 덜 장엄해지고 정원은 더 정교해진다. 반면, 캄파냐 평원을 내려다보는 로마의 거대한 정원 부지는 진중하고 장엄한 라인으로 설계되며, 자질구레한 부분은 많지 않다. 그리하여 그 총체적 효과는 폭넓음과 단순함이다.
정원 가꾸기가 이 시대에 부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본 원칙들에는 별로 주의가 기울여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원 애호가는 옛 이탈리아 정원을 막연히 즐기는 데 만족하지 말고, 그 정원들로부터 자신의 집에 적용할 만한 원칙들을 추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옛 이탈리아 정원은 살기 위한 곳이었다는 점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현대의 정원들, 특히 적어도 미국에서는 정원의 이런 용도가 좀처럼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 목적을 위해 집만큼이나 부지 역시 신중하고 편리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이 나란히 걸어갈 수 있는 넓은 길이
있어야 하며, 그 길은 부지의 한 구획에서 다른 구획으로 잘 이어져야 한다. 집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늘은 물론, 겨울에는 볕이 잘 드는 길도 있어야 한다. 또 나무가 우거진 어스름한 길에서 꽃이 피는 열린 공간으로, 혹은 평평하고 잘 깎은 잔디밭으로 편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테라스와 정형식 정원은 집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 감탕나무 길이나 월계수 길은 직선의 석조물과 생장하는 수목 사이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형태로 다듬어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길을 통해 건축물에서 한 걸음씩 멀어질 때마다 자연으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번역이 불가능한 이탈리아 정원
이탈리아 정원에 대한 숭배는 영국부터 미국까지 널리 퍼져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여기에 대리석 벤치를, 저기에 해시계를 배치함으로써 이탈리아의 ‘효과들’을 달성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이고 깊은 고민을 해 만들어낸 결과물조차 별로 신통치 않다. 그리하여 일부 비평가는, 이탈리아 정원은 말하자면 ‘번역 불가능’하다고, 그것은 다른 풍경과 다른 시대에서는 적절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고 추론해왔던 것이다.
건축의 웅장함, 그리고 색변色變이나 오랜 세월에 기대는 특정한 효과들은 분명히 얻어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옛 이탈리아 정원에서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정원이 진정한 영감이 되려면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정신으로 복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리석 석관과 꼬인 돌기둥이 이탈리아 정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옛 정원 예술의 원칙에 따라 설계되고 식재된 부지는, 비록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는 이탈리아 정원이 아닐지라도 그보다 더 멋진, ‘영감이 된 모델만큼이나 자신의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리는 정원’이 될 것이다.
이것야말로 이탈리아 빌라에서 배울 수 있는 비밀이리라. 그리고 그런 목적으로 빌라와 정원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이탈리아 정원의 사랑스러움에 대한 막연한 감탄에만 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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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지정학
도서정보 : 니컬러스 존 스파이크먼 | 2023-11-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정부 관련자가 일 년에 한 번은 읽어야 할 고전. 80년 전에 나온 책이란 것을 믿을 수 없다!”
미국 지정학과 국제정치학의 시조 스파이크먼의 주저
·냉전 시대 봉쇄 정책의 아버지
·국제정치 분석과 대외 전략 수립에 지정학을 최초 이용
·미국이 패권을 다툴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강조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에도 주목
힘의 정치는 왜 중요한가: 가장 뛰어난 국가들의 전략
지정학의 살아 있는 고전인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출간됐다. 1920년대에 국제연맹을 지지하며 윌슨주의자를 자처한 스파이크먼은 대공황과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을 목격하며 국제법과 집단안보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각국의 힘과 지리적 토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히틀러의 팽창 정책 때문에 미국에서 ‘지정학’은 ‘힘의 정치’보다 더 나쁜 이미지를 풍겼고, 수백 년간 벌어진 유럽에서의 전쟁을 피해 신대륙으로 온 미국인들은 고립주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즉 당시 상황은 지정학적 주장을 하기에는 스파이크먼에게 불리했지만, 그는 전적으로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을 제시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스파이크먼은 고립주의가 환상일 뿐이며 미국의 국가 전략은 늘 다른 대륙에 ‘개입’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국가의 지리적 토대(크기, 천연자원, 지형과 기후, 위치)가 국가의 잠재적 국력, 안보 전략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지리는 영속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장관들은 바뀌고 심지어 독재자도 죽지만, 산맥은 동요 없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정책 결정자들은 지리적 요건이 결정짓는 선택지 내에서 정책을 골라야 하며, 그것은 자국이 가진 힘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걸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국가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지정학이란 지리학과 힘의 역동성이 합쳐진 것으로, “외교정책의 관점에서 국가를 지리적으로 연구하는 것” “국제정치 주체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지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 독일의 패망으로 사라진 독일의 지정학파와 달리 영미권에서는 지정학적 특징에 따라 세계를 구획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학문이 발전해왔는데, 총 세 명의 대가가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이다.
1942년에 쓰인 이 책이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 16개 장에 걸쳐 세계 지역 및 국가들의 지리를 분석하고, 힘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 힘의 관계와 지리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취해야 할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단계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용 분석뿐 아니라 국가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일러준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그것이 『강대국 지정학』이 국가 전략 입안자를 위한 바이블로 읽혀온 이유다.
현실주의자가 살아남는다
보통의 국민은 힘이 사회나 국가의 행동 목표가 되는 것을 사악하다고 여긴다. 무력 충돌 없이 세계 평화가 유지되길 바라고, 도덕적 양심으로 평화를 갈구한다. 다른 한편 현대인들은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려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때로는 독재자를 원해 그런 후보에 투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품위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성향이 평화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며, 현실적인 지리 요건과 힘의 균형 사이에서 각 국가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에서 힘을 갖기 위해 그가 하는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다. 스파이크먼은 외교적 언어와 만장일치의 공허한 결의문 뒤에 숨겨진 세력 경쟁 및 투쟁을 환한 빛 속으로 끌어내길 원했다. 낭만적인 경향의 정치인들은 문화적 화해를 성취하려 하고 학술적 교류도 중시하지만, 지적 협력은 정치의 도구로서 그 가치가 불확실하다. 올바른 역사적 순서는 정치적 결정에서 문화적 화해로 가는 것이며, 동맹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오로지 정치적 협력의 결과로서만 주어질 뿐이다.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은 “위대한 정치가들은 지리에 대한 감각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건강한 정치적 본능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보통 정치적 힘의 지리적 기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스파이크먼 역시 “모든 문명화된 삶은 결국 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힘의 사용이 곧잘 비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은 “불행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왜냐하면 힘을 배제하고는 사회적 삶의 근본적인 측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을 도덕적으로 불신하는 것은 보통 기독교적 양심에서 기원하는데, 사실 강제 없이 평화를 바라는 것은 현실 도피일 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을 위한 투쟁이 생존을 위한 투쟁과 동일하고, 상대적 힘의 개선이 국가의 일차적 목표이며,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이다. 저자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정치인은 힘이라는 목표에 기여하거나 이를 간섭하지 않는 한에서만 정의, 공정, 관용의 가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질서 있는 세계는 갈등이 없는 세계가 아니라, 투쟁과 갈등이 무력 충돌이 아닌 정치적·법적 통로로 이어지는 세계다.
국가의 상대적 힘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영토의 크기, 국경의 특성, 인구의 크기, 원자재의 유무, 경제 및 기술 개발, 재정, 민족 동질성, 효과적인 사회 통합, 정치적 안정, 국민 정신 등에 달려 있다. 특히 국가의 형태를 이루는 요소로서 국민의 이주를 결정하는 해안과 강, 산맥과 평지 등 영토는 늘 변함없이 남아 있으니, 외교정책 결정의 가장 기본적인 고려는 지정학에서 나와야 한다.
나아가 한 국가의 힘의 지위는 자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잠재적 적들의 군사력에 달려 있다. 이는 자국의 군비 확대와 별도로 힘을 추구할 수 있는 두 번째 접근법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의 목적은 다른 국가들의 힘의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어떤 국가를 약화시키는 반면 다른 국가는 강화시키는 것이다. 고대부터 강대국이 국경을 접한 약소국을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관행이 있어왔다. 이 정책은 국경지대 구축을 통해 영토 방어를 발전·개선시키는 오랜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그 지역의 안전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성장하면 위협이 될지 모를 어떤 큰 국가의 확장을 저지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
역사를 보면, 강한 역동적 국가가 자기만족을 이뤄 팽창을 중단하거나 힘의 목표에 적절한 한계를 둔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성장하는 국가를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력균형 정책은 성공한 모든 국가의 외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선의의 선언보다 세력이 균형을 이룰 때 더 안전하다는 것이 경험상 증명돼왔기에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세력균형의 현실성과 중요성을 살핀다. 물론 세력균형 정책이 우선 강대국들을 위한 정책임은 분명하고, 작은 나라들은 타국이 사용하는 저울의 추가 되는 운명에 놓인다. 작은 나라는 누구도 그 나라의 영토를 원치 않거나 혹은 그 나라를 완충국이나 세력균형의 추로서 관심 가질 때 살아남을 수 있다.
국가들은 언제나 다른 국가의 힘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 문제는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균형에만 관심 있고, 속내는 늘 충분한 우위를 원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저자는 전투의 북소리가 끊임없이 전 세계적으로 울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개는 평화를 정상으로, 전쟁을 비정상의 상태로 보는데, 이는 전쟁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일어난 지적 혼동일 뿐이다. 전쟁은 불쾌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는 주권 국가들의 시스템 속에 내장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무력 충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시기는 몇 년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들은 17세기의 75퍼센트, 18세기의 50퍼센트, 19세기의 25퍼센트에 해당되는 기간을 전쟁 속에서 보냈다. 다만 점점 길어진 평화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피해의 총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해왔다.
따라서 무정부 상태의 국제세계에서 외교정책은 무엇보다 국가의 상대적 힘의 지위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저자는 “힘은 결국 성공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리는 군사적, 정치적 전략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다.
국가의 영토 크기는 세력 투쟁에서 국가의 상대적 힘에 영향을 미친다. 천연자원은 인구밀도와 경제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들이 봉쇄에 대한 취약성을 규정한다. 적도, 대양, 대륙을 기준으로 한 위치는 힘의 중심, 분쟁 지역, 교통로에 대한 근접성을 결정한다. 지형은 통일성과 내적 결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의 힘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는 농업 생산을 제한하고 운송과 국제 무역의 환경을 결정한다. 따라서 국가의 힘의 지위에 대한 모든 설명은 지리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구의 땅덩어리는 다섯 개의 대륙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세 개의 대륙 즉 호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는 배로 주변을 돌 수 있는 진정한 섬이다. 북반구에 위치한 두 개의 대륙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다. 그러나 역사는 대체로 온대 지방에서 일궈져왔고, 남반구에는 온대 기후가 극히 적어 역사는 북반구에서 주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시사점을 지닌다.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의 북쪽 절반은 항상 남쪽 절반보다 더 중요할 것이고, 북반구 대륙 사이의 관계는 같은 대륙의 적도를 가로지르는 관계보다 세계 역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반구의 역사는 줄곧 힘의 외교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원래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시민들은 유럽 세력정치의 우여곡절로부터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남북 아메리카에서 독립을 획득하고 유지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독립을 저지할 수 있는 통합된 유럽이 달성된 적이 없고, 유럽의 어떤 단일 국가도 서반구에서의 투쟁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투사할 행동의 자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륙에 정치적 발전의 기회를 준 것은 균형을 이룬 유럽이었다. 유럽이 중화된 상황에서 지리의 내재적 요소들과 경제적 잠재력은 필연적으로 미국에게 신세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여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독특한 장소를 점유하고 있다. 북반구의 거대한 육지 영역에 위치한 미국의 영토는 경제적 힘을 암시하는 모든 것을 갖춘 대륙 규모의 땅이다. 두 대양에 접해 있는 미국은 세계의 가장 중요한 무역 운송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밀집된 인구 집단들 사이, 즉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대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제국 영국이 300년간 세력균형을 추구해왔듯이, 미국도 관심을 갖는 것은 세력균형이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이 비슷한 정책을 추구하고 고립주의와 동맹, 그리고 전쟁이라는 동일한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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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이 책은 집필 당시 각 국가의 자원 보유 상황과 국민의 심리, 이데올로기 전략, 아시아의 세력균형에 대한 통찰, 제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독일을 강한 국가로 남겨두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고 한 현실적 조언, 일본이 태평양에서 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투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점, 나아가 중국이 아시아의 지배 세력이 되리라고 내다본 것 등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스파이크먼이 봉쇄 정책의 기안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되며, 미국 국제관계의 원칙을 창안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림랜드 이론을 내놓은 스파이크먼의 학문과 정책 제안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전략에 주는 함의도 적지 않은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중요한 대륙 세력이 림랜드를 장악한다면 해양 세력이 대륙의 연안 지대에 닻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반면, 해양 세력이 동일한 지역을 장악한다면 대륙 세력의 해양 진출을 차단해 해양 세력의 확대가 이뤄진다. 그에 따라 분석해보면 한반도의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은 모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전쟁이었고, 이는 곧 그의 이론의 유효성을 입증한다.
추천사
이 책이 가진 장점과 공적 가치로 미뤄볼 때 수많은 미국 대중이 읽어야 한다. 비록 스파이크먼이 제안한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책을 책임지는 모든 정부 관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일 년에 한 번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_아이제이아 보먼 존스홉킨스대학 총장·지리학자
독일 지정학의 철학과 방법론은 곧 미국 학자들에게 채택돼 아메리카 권역에 적용될 참이었다. 사실상 이것이 스파이크먼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한 일이다. 그의 이 책은 세계의 세력 정치에서 미국의 위치에 대한 지정학적 해석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_로버트 울버트, 『포린어페어』
영국의 정책에서 그랬듯이, 세력균형은 미국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의 결론은 인용될 가치가 있다. “미국의 국부들은 균형 잡힌 힘의 가치와 중요성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그들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정부를 미국에서 창조해냈다. 견제와 균형만이 폭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깊은 확신에서였다. 미국 정부는 느리고 거추장스럽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의 정부는 국부들의 희망에 부응했고 아마 다른 어떤 정부보다 정치적 자유와 시민의 자유를 더 잘 보존했을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장점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세력균형에까지 확장된다.”_맬컴 샤프 시카고대학 교수
이 책이 출간되고 10년 후 세계는 대체로 이 책이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정치학계는 1930년대 중반이 돼서야 현상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며 정책의 가능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만드는 데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스파이크먼 교수는 바로 이 작업에 자신의 짧은 생을 바쳤다. 그가 고안한 국제정치 이론틀은 그를 연구 방법 분야의 선구자로 만들었고, 이 책이 나왔던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대부분 유효한 결론에 이르게 한다. 그의 업적이 중요한 진정한 이유는 포괄적 이론틀을 위한 기초를 세운 것이다._에드거 퍼니스 주니어 프린스턴대학 교수
1930년대와 1940년대 초 서구 문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 재앙적 경험은 정치적으로 설득력 있는 전후 대전략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전략은 유라시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상주의적 개입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물질적 이익에 근거해야 했다. 스파이크먼은 그러한 대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국가 이익을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정학적 틀을 제공했다._패트릭 개리티 CSIS 연구위원
구매가격 : 28,500 원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도서정보 : 주현덕 | 2023-11-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매혹과 권태, 상실 그리고 성장의 심리학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지난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열렬히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_방시혁 (하이브 의장,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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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JYP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강연하고 상담한 내용 중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사례를 핵심 키워드별로 새롭게 정리한 사랑의 방정식 50
이 책은 10여 년 전부터 저자가 멘탈케어 전문가이자 아이돌과 연습생들의 상담 선생님으로 1,000회 넘게 그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에 참여하고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내용을 가려 뽑고 새롭게 정리한 사랑 에세이다.
사랑의 여정에서 우리는 때로 상처 입고 혼란을 겪고 불안을 느낀다. 아무리 돈과 인기, 명예를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사랑은 늘 큰 숙제이자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것은 이미 스타 반열에 올랐든,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든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조건과 상관없이 자기 존재 자체로 사랑받기를 원하고 진실한 사랑을 하기 바란다. 비록 지금은 사랑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더 이상 사랑 따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따라서 이 책은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거나 사랑하게 될 사람들이 “사랑 참 어렵다”며 포기하려 할 때 위안이 되고 길잡이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과 기대를 담아 출간되었다.
사랑의 상처는 어떤 이에게는 절망과 우울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인생을 통틀어 이보다 더 큰 가르침을 주는 것도 없다. 사랑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고, 자기 자신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하면 더 성숙해질 기회를 만나게 된다.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려면 상대에 대해 잘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내 존재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어떤 사랑도 늘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감각적 반응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예를 들면 매혹과 권태, 상실과 회복, 성장의 과정에 지혜와 성찰, 감사의 마음이 따를 때 사랑은 더 분명해지고 진실한 본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눈감고 회피하고 억누르고 무시했던 사랑에 관한 막연한 환상과 의구심, 두려움에 대해 알아보며 진실에 눈을 뜨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저자는 심리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많이 한 사람이라고 꼭 사랑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아는 만큼 실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목격했다고 한다. 오직 배우고, 배운 것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사람만이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랑 참 어렵다”라고 말하면서도 사랑의 문제를 사랑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냉정한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매 꼭지 앞머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랑에 관한 촌철살인 명언도 깊은 통찰과 재미를 더한다.
사랑에 빠지고, 오해하고, 상처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당신을 위한 책!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이렇게 맹세한다. 그런데 정작 “그 사랑의 내용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불과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낭만적 사랑은 결혼의 전제 조건이 되지 못했지만 우리 사회가 현대화·민주화되면서 개인의 결정권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고 나서야 사랑이 배우자 선택의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소득불균형이 더 심해지고, 미래의 삶에 대한 보장도 불투명해지자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다시 사랑보다 조건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영원한 사랑을 꿈꾸면서 연애와 결혼생활을 사랑으로 채우길 희망한다. 하지만 그 희망과 약속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에 대한 오해와 과장된 생각, 믿음이 ‘확증 편향(자신의 선입견 또는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태도)’이 거든다.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사랑의 본질은 왜곡되고, 시간이 갈수록 도수가 맞지 않은 안경을 쓰고 비틀거리는 것처럼 그 사랑도 흔들린다. 삶의 무게는 때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마치 사치인 것처럼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사랑 대신 다른 것들이 삶의 중심이 된다.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늘어갈수록 남은 사랑은 초라해진다.
고슴도치 딜레마
사랑의 온기를 잃지 않는 적정한 거리는?
상처를 입더라도 다가갈 것인가, 두려움 때문에 혼자 외로워할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모순적인 심리상태, 즉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소품과 단편집》에 나오는 이야기로 설명한다.
몹시 추운 어느 겨울, 고슴도치들이 온기를 나누기 위해서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고슴도치 몸에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서로를 찌르기만 했다. 온기를 나누려는 노력이 가시 때문에 오히려 아픔과 충돌로 이어졌다. 아픈 것보다는 추운 게 나은 것 같아서 다시 떨어져 있기로 했다. 그러나 조금 지나니 너무 추웠다.
가시가 돋지 않은 머리와 배 부분으로 온기를 나누면 되겠지 하고 다시 한데 모였다. 이번에도 가시가 서로에게 상처를 냈고, 이를 견디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또 다시 떨어졌다. 고슴도치들은 겨우내 이런 식으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사랑한다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욕구는 진정한 사랑이라기보다 오히려 불안과 의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어떤 모습을 강요하게 되는데, 이러한 관계는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 사랑하는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은 쉬워 보이지만 현실에서 그 ‘적당함’을 유지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간섭이 되고 너무 멀어지면 무심함이 된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사랑하는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한쪽의 영향에 다른 한쪽이 자신을 잃고 무너지거나, 각자의 고유성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뒤섞이지 않는 거리. 그 거리를 찾는 데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우화 속 고슴도치들처럼 가시에 찔려도 보고, 뒤로 물러나 추위를 느껴보는 경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의 온기를 잃지 않는 지혜를 찾아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면 그/그녀도 당신을 사랑한다
사랑에 관한 새로운 통찰
만약 우리가 사랑에 빠지기 전에 사랑에 대해 더 잘 알았더라면 가슴앓이나 괴로움을 완전히 피하는 게 가능할까? 고통 없이 사랑이 주는 환희와 기쁨만을 경험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자기비하와 애정결핍, 불필요한 우울증, 집착 등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방황하는 시간은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쉽게 사랑에 빠지고 또 쉽게 사랑을 포기하며 쓰라린 상처를 되새김질하면서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에게 이제라도 똑같은 실패를 다시금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분별 있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은 지금 세상에서 말하는 플러팅flirting이나 타겟팅targeting처럼 대상에 접근하는 유능함이나 스킬을 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한 사람과 진지하게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더 깊은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성숙한 행동과 의지의 실현을 의미한다.
하이브, JYP, 쏘스뮤직, 웨이크원 등에서 아이돌과 연습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1,000여 회 넘게 심리교육과 상담을 하며 소통하고 다수의 기업과 관공서, 기관, 병원, 학교 등에서 2,000회 이상 강연한 저자는 이 책에서 문명과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사랑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사랑의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만약 지금 사랑에 매번 상처입고 인스턴트식 연애에 지쳤다면 이 책과 함께 사랑의 본질을 찾아 떠나보자.
구매가격 : 13,000 원
또 못 버린 물건들
도서정보 : 은희경 | 2023-12-0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런 순정을 잊기는 어려운 일이다"
효율과는 상관없는,
오래된 물건이 건네는 조금은 소심한 위로!
12년 만에 선보이는 은희경의 신작 산문
언제나 새로운 재미를 약속하는 소설가 은희경이 12년 만에 신작 산문 『또 못 버린 물건들』을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채널예스에 연재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은희경의 물건들’ 원고를 세심하게 매만져 책으로 묶었다. 효율과는 상관없지만 함께한 시간과 삶의 궤적이 스며 있어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에 대한 산문 스물네 편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담았다. 28년 차 소설가 은희경이 산문이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책 곳곳에 인용된 은희경 소설들의 출처와 이 물건이 어느 작품에 등장하는지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 밝은 은희경의 전작주의자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이번 책이다.
술잔, 감자 칼, 구둣주걱, 우산과 달력, 목걸이 등 취향이 담긴 친근한 물건들로 은희경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일상이 지속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한다. 비싸거나 희귀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나의 부족했던 모습, 변하고 성장하며 통과한 추억을 담고 있기에 이 물건들과 작별하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항변(?).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이들은 어느새 그에 공감하며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변화와 상실 등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했던 일들을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통해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글맛이 살아 있는 문장으로 생생히 그려낸다. 그 활달한 태도는 무거울 수 있는 삶을 한두 걸음 비켜 가볍게 바라보게 한다. 삶이 정면에만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러한 시선이 직관해낸 삶을 맛보는 기분이 시원하다.
물건을 정리(!)하려다 거기에 깃든 시절과 인연에 하염없어지는 때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나 돌아보게 한다. “그게 왜 필요한데?”라는 질문 앞에서 이 무용한 것의 존재 증명은 언제나 인간의 편으로 같은 자리를 지켜주는, 실생활에서는 쓸모없어 보이는 예술, 문학의 위로와 닮아 있는지 모른다. 은희경은 쓴다.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라고. 물건에 담긴 시간과 재회하며 작가는 그렇게 ‘모르는 자’로서 한 발을 내딛을 용기를 가만히 손안에 쥐여준다.
또한 책에는 은희경 작가가 아이폰 11로 찍은 사진 스물네 컷을 함께 담았다. 이야기를 글로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를 한 컷의 사진에 어떻게 담아야 할까 궁리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진에 담은 세심한 디테일들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엔 기억과 현재, 그리고 빚어나갈 미래의 시간이 함께 깃든 애틋함을 선물한다. 책에 실린 스물네 컷의 사진에서 포인트가 되는 각각의 컬러를 뽑아 본문 바탕색을 디자인하고 이 광택감이 돋보이는 본문 종이를 사용했다. 탄탄한 양장에 가죽 질감이 살아 있는 친환경 종이를 바르고 은은히 빛나는 은색 박을 찍었다. ‘또’ 버리려다 못 버린 이 지나간 시간들이 결국 미래의 나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니까. 곁에 두고 쓰다듬다 ‘단 하나의 고유한 내가 되는’ 힘을 얻고플 때 또 한번 펼쳐보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러고 보면 이 글을 쓰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사적인 감정이 작용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볍고 단순해지려는 사심이 있었다. 무겁고 복잡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때로 그 가벼움과 단순함이, 마치 어느 잠 안 오는 새벽 창문을 열었을 때의 서늘한 공기처럼, 삶이 우리의 정면에만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것을. 신념을 구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이 지속된다는 것이야말로 새삼스럽고도 소중한 일임을.
(…)
오래된 물건들 앞에서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내가 되었구나. 누구나 매일 그럴 것이다. 물건들의 시간과 함께하며. _「내 물건들이 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구매가격 : 12,500 원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도서정보 : 앤 그리핀 | 2023-11-2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결국엔, 되돌아보게 되는 사랑이 있다
마음속 깊은 곳 간직했던, 기어코 삶을 견디게 한 사랑
사랑과 외로움, 기쁨과 슬픔, 후회와 연민이 뒤섞인 강력한 페이지터너
_아일랜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은 아일랜드 소설가 앤 그리핀의 데뷔작으로, 출간된 2019년에 아이리시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작가는 이 작품으로 아일랜드 북 어워드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2021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던 앤 그리핀은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은 주인공 84세 모리스 해니건이 더블린 근교 호텔 바에 홀로 앉아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다섯 명에 대해 하룻밤 독백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평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모리스 씨가 애써 덤덤하게 털어놓는 사랑과 그리움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가슴 시린 여운으로 남는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이별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끝내 꺼내지 못하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까지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상실을 몰라. 뼈에 달라붙고 손톱 밑으로 파고드는 마음 깊이 우러나는 사랑은 긴 세월에 걸쳐 다져진 흙처럼 꿈쩍도 안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 사라지면…… 누가 억지로 뜯어간 것 같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낸 채 빌어먹을 고급 카펫에 피를 뚝뚝 흘리며 서 있는 거야. 반은 살아 있고 반은 죽은 채로, 한 발을 무덤에 넣은 채로 말이다.
_본문 중에서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이는 누구인가요?
잊을 수 없는 다섯 사람에게 건네는 다섯 번의 달콤 쌉싸름한 건배
나는 크림 같은 거품이 기울인 술잔 가장자리에 닿을 때까지 맥주를 따른 다음 가만히 둬. 주변을 둘러보며 오늘 하루를, 올해를, 사실은 네 엄마가 없었던 지난 이 년을 생각하자 피곤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워. 떠오르는 크림을 보면서 손으로 턱수염을 다시 쓰다듬어. 그런 다음 기침을 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걱정을 몰아낸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아들아. 돌이킬 수 없어. _본문 중에서
“난 여기 기억하러 왔어. 지금까지 겪었고 다신 겪지 않을 모든 일을.”(본문 중에서) 한 편의 모놀로그 연극과도 같은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 모리스 씨는 호텔 바에 홀로 앉아 아일랜드 흑맥주와 위스키를 번갈아 마시며 자신에게 특별한 다섯 사람을 기억에서 불러내 그들에게 건배한다. 모리스 씨의 독백은 바다 건너 아내와 두 아이와 살고 있는 아들 케빈을 향해 이야기하는 형식을 띠는데, 이로 인해 작품을 읽는 동안 모리스 씨와 바에 앉아 그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무던하고 평탄하게 살아온 것처럼 보이던 평범한 노인 모리스 씨가 평생 감춰왔던 사건들을 하나둘씩 꺼낼 때마다 결코 단순할 수 없는 그의 뒤틀린 면모도 점차 드러나는데, 그 뒤틀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것임을 부인하기가 어렵다. 열등감, 수치심, 분노, 복수심과 다정한 마음과 연민의 감정, 뜨거운 사랑은 한 인간 안에서 온전히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모리스 씨의 인생 이야기는 그의 형 토니를 위한 첫번째 건배사에서 시작된다. 난독증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어린 모리스 씨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형 토니는 어린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그가 죽고 홀로 어른으로 성장한 모리스 씨는 형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건배사를 시작하며 어릴 적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자 평생 자신을 옥죄는 비밀이 될 사건에 대해 암시해간다. 한편 어린 시절, 모리스 씨와 그의 어머니는 지역의 지주 휴 돌러드와 그의 아들 토머스에게 지독한 학대와 괴롭힘을 당했다. 그러나 운명은 복수의 기회를 주었고 모리스 씨는 그 기회를 움켜쥔다. 어느 날 아버지와 다투던 토머스는 실수로 가문의 보물인 에드워드 8세 금화를 창밖으로 떨어뜨리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모리스 씨가 그 금화를 몰래 주워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숨겼고, 금화를 분실한 토머스는 결국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만다. 그리고 소설은 우연한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서서히 풀어간다.
사산된 딸 몰리에게 건배하는 두번째 장은 딸의 죽음으로 인한 격정적 슬픔으로 가득한 모리스 씨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아내 세이디에 대한 애정, 금화 도난 사건의 엄청난 결과는 이어지는 플롯에서의 반전으로 연결되어 손에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모리스 씨와 아내 세이디의 첫 만남, 처제 노린의 질병에 얽힌 세번째 건배, 그리고 이어지는 기자인 아들 케빈을 위한 네번째 건배, 사랑하는 아내 세이디를 위한 다섯번째 건배에서는 모리스 씨의 사랑과 인생을 건 비밀이 그의 삶을 마지막까지 어떻게 직조하는지 놀라움 속에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러나 모리스 씨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맞이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슬픔으로 차오르게 되는 건, 단지 그의 흥미진진한 입담 때문만은 아니다.
인생은 불완전하고 누구든지 외롭다
그러니, 사랑하고 사랑받는 특별한 순간들을 기억하라
소설가 앤 그리핀은 이 첫 작품만으로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평단의 스토리텔링 장인이라는 호평 속에서 스타 작가로 부상했다. 그만큼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은 모든 탁월한 소설들이 그러하듯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침착하고도 부드러운 시선, 사건을 구성해가는 단단한 이야기 구조,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는 날렵한 통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평범해 보이는 인생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대로 밋밋하지 않다는 소설적 진리를 담은 이 작품은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시금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외로움과 상실 속에서도 묵묵히 인생의 한 걸음을 이어가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이기에 그렇다. 모리스 씨가 건네는 이야기에 지나치지 못하고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매가격 : 12,000 원
엄청나게 중요하고 믿을 수 없게 친근한 경제
도서정보 : 베스 레슬리, 조 리처즈 | 2023-11-29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 장하준 교수 강력 추천!
“이 책은 체계적이면서도 가볍고, 방대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으며, 원칙적이면서도 거만하지 않다”
경제 기사만 보면 흐린 눈을 하고 외면해온 우리를 구원할 책이 나왔다. 그간 ‘경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흔히들 경제를 수학과 동일시한다. 뉴스를 보다 보면 숫자들이 득실거리는 화면에, 늘 무언가 오르거나 떨어지고 전문가들만이 알 것 같은 단어로 경제를 진단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만큼 경제는 ‘어렵다’는 인상이 강하다. 『엄청나게 중요하고 믿을 수 없게 친근한 경제』는 그간 우리가 오해해왔던 ‘경제’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경제는 우리 삶과 밀접할 정도로 친근하며 실용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언젠가는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도무지 경제에 정이 안 가는 사람들, 모두 이 책을 주저 없이 펼쳐보자. 엄청나게 중요한 경제를 어쩌면 이토록 믿을 수 없게 물 흐르듯이 설명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두 필자 역시 한때 경제를 어려워했다고 고백한다. 저자 중 한 명인 조 리처즈가 2008년 금융위기로 부모님이 집을 잃은 후에 경제학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는 만큼, 이 책의 기획 자체가 우리의 경제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장하준 교수의 자문과 함께 5년간의 연구 끝에 핵심 경제 개념을 재정립함으로써, 경제학자뿐 아니라 기자, 전문가, 그리고 일반 시민이 서로 경제를 주제로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렇게 이 토론의 장에 참여하다면, 우리를 둘러싼 가정, 직장, 정부, 생산, 소비, 정치, 사회, 그리고 전 세계를 모두 경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회비용’ ‘실망 실업자’ ‘민영화’가 무슨 뜻이지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
필수 경제 용어 A to Z 총망라!
2030대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최적의 경제 입문서
경제를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그 이론이나 개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건네듯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일률적으로 경제 용어와 뜻을 설명하는 사전식 구성을 피하고, 그림과 표를 활용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리하여 경제 교과서를 쉽게 풀어쓴 입문서와 그 교과서들에서 발견되는 주류 경제사상에 대한 비판적 학술논문 사이의 절충안이 되게끔 한 것이 이 책의 독창성이다. 명료하면서 참신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까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친 끝에, 『엄청나게 중요하고 믿을 수 없게 친근한 경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대중교양서로 탄생했다.
2030대 사회초년생이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여러 궁금증에 대한 힌트가 이 안에 있다. 예를 들어, 독립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매달 생활비를 계산하게 될 텐데,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안다는 것은 새로 자리잡은 터전에서 살기 위해 벌어야 할 소득을 암시하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흔히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하는데, 현재의 경기흐름을 파악한다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생활비의 변동 폭도 측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업수당’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처럼, 누군가에겐 사회적 안전망을 갖춘 경제정책이라도 자신이 낸 세금이 남용된다며 반대하는 여론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만큼 경제는 개인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넘어 부의 재분배라는 문제까지 포괄할 정도로 다양하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경제의 힘
이제는 ‘경제 문해력’을 키워야 할 때다!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화두다. 대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지난 2-3년 사이에 온라인으로 교과 과정이 이루어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삼는다. 일각에서는 한자 대신 더 쉬운 우리말을 보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한때 광풍처럼 스쳐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사는 행위)’이나 ‘신용카드 리볼빙(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금액의 결제를 미루는 제도)’으로 빚더미에 앉은 젊은 세대를 보면서도,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오로지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경제관념 없이도 부모의 경제력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돈 문제를 계급화한 탓이 크다.
이 책은 경제도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를 안다는 것은, 경제라는 언어가 활발한 의사소통과 현명한 경제적 결정의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경제 앞에 갖춰야 할 태도는 약간의 호들갑이다. 계속해서 경제를 전문가들의 손에 맡기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경제생활에서 주체성을 가질 기회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한 사회의 위기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척도이자 예방책이 곧 경제라는 사실을 안다면, 더이상 경제 뉴스 앞에 태평해지기란 어려울 것이다. 『엄청나게 중요하고 믿을 수 없게 친근한 경제』를 길잡이 삼아 단순하게는 내 소비습관부터 정부의 경제정책까지 자세히 진단해보자. 무엇보다 경제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를, 유익한 도구를 하나 더 얻어가길 바란다.
구매가격 : 15,000 원
나를 위해 뛴다
도서정보 : 유준상 | 2022-11-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배우는 일지를 써야 한다.” 유준상은 대학교 1학년 연기 수업 때 들은 스승의 한마디에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연기 수업에 대한 짧은 코멘트에서 시작한 일지는 해를 거듭해 쌓여갔고 그의 글은 배우라는 직업에 관한 철학, 두려움과 행복을 동시에 선사하는 무대 위에서의 단상, 일상과 여행에서 얻은 삶의 통찰, 초심과 태도를 가다듬는 성찰 등 다양한 이야기로 진화했다. 이 책은 그중 2015년부터 오늘까지 써온 1,500매에 달하는 배우일지를 추려서 다듬고, 2018년 8월 총 서른 세 번의 무대를 올렸던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의 공연일지 전문을 실은 것이다.
1995년 데뷔 이래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약 100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는 2023년 한 해 동안 드라마 두 편, 영화 한 편, 뮤지컬 한 편, 앨범 한 장을 필모에 올렸다. 이러한 그를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열정적인 배우’, ‘도전하는 사람.’ 이 책에는 그와 같은 수식어가 무엇을 바탕으로 피어난 것인지, 한없이 견고해 보이는 그의 노력과 성취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드러내 보여준다. “삶과 연기는 같이 간다”라고 말하는 사람 유준상이 써내려간 진솔한 문장 속에 정직한 성취를 믿는 선하고 강한 마음, 바지런히 갈고닦는 삶의 태도가 있다. 오늘날 자신의 일과 삶에 충실하고자 애를 쓰는 모든 사람에게 잘하고 있다고, 다시 ‘나를 위해 뛰자’고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구매가격 : 11,000 원
고자바리 : 100인선집 수필로그리는자화상2 (최원현 수필선집)
도서정보 : 최원현 | 2023-11-24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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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북랜드>가 수필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으로 펴내는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시리즈 제2권은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인 최원현 수필가의 『고자바리』이다. 40여 년을 수필과 함께하면서 우리 고유의 한국적 ‘수필 SUPIL’이란 장르를 모토로 삼고 우리의 삶을 수필로 그려온 작가가 그간 창작한 수많은 수필작품 중에서 엄선한 57편의 작품을 실었다.
구매가격 : 8,4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