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고백

도서정보 : 윤신원 | 2023-11-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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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8일. 객석에 앉아 있던 내가 무대에 올려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 그걸 알아챈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텅 빈 공간에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데 첫소리가 들렸다. 관객 한 사람이 들어와 앉는 소리 같았다. 낮고 흐린 조명이 객석을 비췄다. 맨 앞 가운데 자리에 앉은 사람이 보였다. 나였다. 흐름은 알 수 있었지만 잴 수는 없는 시간이 흘렀다. 하나씩 여럿씩 객석도 채워지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24일. 주님이 오신 크리스마스 전날. 처음으로 독백했다. "암 진단을 받은 지 벌써 4년이네. 내가 살아온 4년 중에 이렇게 긴 4년이 있었을까?" "그래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어. 이젠 시작해야겠다. 내 역할을 해야겠어." "하나씩, 차곡차곡, 남겨보자." "내가 서있는 이 무대에도 조명이 켜진다면..." "고백하고 싶다. 보여주고 싶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넘치는 기쁨을 객석의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세부 전문의로 경기도 종합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20년 넘게 근무 중입니다. 교회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기 시작하였고, 주님은 대학 때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2001년부터 사랑의 교회 출석 중이며 현재 순장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4년 전부터 신장암 투병 중입니다. 주위에 암 환자도 많고 아프신 분들도 많습니다. 육신뿐 아니라 마음이 힘드신 분들도 많습니다. 이 글은 큰 기적이 있는 간증이 아니고 저의 개인적인 일기이자 신앙 에세이입니다. 아픈 시간을 보내며 하나님 안에서 발견한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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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한 조각

도서정보 : 정다겸 | 2023-11-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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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편들은 머리맡에 두고 오랫동안 읽고 싶은 시들로 가득하다.
명시는 어렵지 않고, 말이 꼬이지 않고, 밝고 맑은 시다.
시는 개인의 작업이지만 대중성에 발화할 때 폭발한다.
좋은 시는 바람을 통해 숲의 흔들림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정다겸의 시집『웃음 한 조각』이야 말로, 새로운 서정의 재발견을 통해 ‘웃음의 미학’으로 끌어올린 놀라운 시작(詩作)으로 규정된다.

구매가격 : 8,000 원

질경이의 외침

도서정보 : 민병곤 | 2023-11-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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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질경이의 외침』은 〈생의 향기香氣〉, 〈질경이〉, 〈가슴에 지지 않는 달〉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구매가격 : 8,000 원

부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부동산 세금 편

도서정보 : 고경남 | 2023-11-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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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내고 난 뒤의 재산이 진짜 내 재산이다!
나의 부를 완성하기 위해 알아야 할 부동산 절세전략 안내서

부동산과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세금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을 사거나 판다면 수천만 원의 세금 폭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열심히 모은 내 돈을 한순간에 세금으로 날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법은 모든 법률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바뀔 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도 반영된다는 점에서 혼자 공부하기에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래서 세금의 ‘세’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이 나왔다.

자산가들의 세금 해결 전문 세무사가 알려주는
부동산 세금 절약에 대한 모든 것!

이 책은 절세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개념 설명과 다양한 실제 상담 사례를 수록해 부동산 세금의 기본기를 튼튼히 다질 수 있는 책이다. 취득세부터 시작해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증여·상속세까지 부동산 세금의 모든 것을 상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가 스스로 올바른 절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자산가들의 세금 해결을 전문으로 하는 세무사이자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여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테크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세금은 아는 만큼 아낄 수 있다. 정확한 세금 계산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지만, 어떤 상황에 어떤 절세전략이 필요한지 알아야 내 재산을 지키고 불릴 수 있다. 내게 맞는 최적의 세금으로 안내하는 이 책을 통해 부의 완성에 한 발 더 다가가 보자.

구매가격 : 15,400 원

오늘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합니다

도서정보 : 카롱쌤 | 2023-05-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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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번 잘 그려보는 게 소원인 어른들을 위한
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 책

유튜브 조회수 1억 회! 첫 영상 업로드 1년 만에 16만 명의 구독자를 매료시킨 <마카쌤&카롱쌤>의 그림 노하우가 드디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가져보고 싶지만 스케치부터 막막해서 그림을 시작하지 못하는 초급자부터 조금 더 실력을 닦고자 하는 중급자까지, 모두를 위한 드로잉, 스케치, 오일파스텔 책입니다.
올리는 영상마다 조회수가 수백만을 넘어서는 카롱쌤의 그림 노하우를 책에 모두 담았습니다. 영상에서는 생략되어 초보자들이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들까지 자세한 설명과 특별한 팁을 덧붙여 놓았으므로, 따라 그리기만 해도 그림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구매가격 : 18,550 원

평범한 인생이 싫었다

도서정보 : 최재원 | 2023-11-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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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살았다.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라는 말대로, 언제나 꺾이지 않는 노력과 불굴의 정신으로. 이 회고록은 인생의 큰 꿈을 실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온, 저명한 在美 통계학자 최재원 박사가 90여 년 치열했던 자신의 일생을 대하 장편 소설 형식으로 써 내려간 인생 대 서사물이다,
⓵부 평범한 인생이 싫었다, ⓶부 미국통계학회 펠로우의 여정 등 두 권으로 엮은 책은 26살까지의 고국 고향에서의 삶을 담은 전반부와 그 이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보낸 삶인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숨김없이 진솔하게, 1936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파란만장했던 우리 역사의 전환점을 돌고 돌아 헤치고 지나온 자신의 인생을 세밀하게 기록한 저자의 각고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크나큰 삶의 교훈과 감동을 얻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24,000 원

미국 통계학회 펠로우의 여정

도서정보 : 최재원 | 2023-11-08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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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살았다.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라는 말대로, 언제나 꺾이지 않는 노력과 불굴의 정신으로. 이 회고록은 인생의 큰 꿈을 실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온, 저명한 在美 통계학자 최재원 박사가 90여 년 치열했던 자신의 일생을 대하 장편 소설 형식으로 써 내려간 인생 대 서사물이다,
⓵부 평범한 인생이 싫었다, ⓶부 미국통계학회 펠로우의 여정 등 두 권으로 엮은 책은 26살까지의 고국 고향에서의 삶을 담은 전반부와 그 이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보낸 삶인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숨김없이 진솔하게, 1936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파란만장했던 우리 역사의 전환점을 돌고 돌아 헤치고 지나온 자신의 인생을 세밀하게 기록한 저자의 각고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크나큰 삶의 교훈과 감동을 얻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24,000 원

산빛에 물든 꽃을 봅니다

도서정보 : 서성호 | 2023-11-0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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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산빛에 물든 꽃을 봅니다』. <문장 시인선> 열아홉 번째 시집이다.
“꽃에 살포시 앉은 잠자리의 가벼운 입맞춤”(시인의 말)처럼 짜릿한, 산과 들에 핀 꽃들의 향기처럼 우리의 가슴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68편의 시편이 실려 있다. 과거와 현재의 ‘나’, 나의 기억, 나의 배경이었던 자연의 서정을 “산빛에 물든 꽃을 보듯” 따뜻한 시의 눈으로 들여다본 시편들이 1 기억의 저편에서, 2 개망초꽃 피다, 3 패랭이꽃 당신, 4 숲을 보다, 4부에 나누어 실렸다.

구매가격 : 8,400 원

묵정밭

도서정보 : 김상락 | 2023-10-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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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엔/ 잡초가/ 잘 우거진다// 잡초도/ 사랑으로 가꾸면/ 꽃이 피고/ 벌 나비 춤을 추는/ 꽃밭이 된다// 나는 지금/ 그 밭에/ 내 인생을 가꾸고 있다” 정성과 사랑을 쏟아 벌 나비 춤추는 시의 꽃밭이 되도록 가꾸었다는 김상락 시인의 『묵정밭』이 <문장시인선> 열여덟 번째 시집이다.
“소먹이고/ 꼴 뜯으며 자라나/ 국민학교/ 우등상 받고/ 잘난 척 거들먹거린/ 촌놈// 교복 입고/ 큰 가방 메고/ 중고등학교/ 하이스쿨 자랑하며/ 아는 척 히죽거린/ 촌놈// 중절모 쓰고/ 신사복 입고/ 대학 다니며/ 사랑도 모르면서/ 점잖은 척 청춘을 날려버린/ 촌놈// 하얀 갈꽃 흔들리는/ 이제사/ 초연悄然한 모습으로/ 애월涯月을 바라보는/ 내가 그/ 촌놈”(「회한」 전문)
빼앗긴 나라, 배고프던 어린 시절, 해방, 한국전쟁, 학창시절을 지나, 안동 사범학교, 서울 문리 사대 졸업 후, 교사가 되어 40여 년을 천직으로 봉사한 구순의 자칭 ‘촌놈’ 시인이 써 내려간 애틋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진솔한 단상이 담겼다.

구매가격 : 8,400 원

얼기미로 걸러낸 해밀

도서정보 : 김유진 | 2023-10-3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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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문고 열네 번째 책은 “미래적이고 희망적인 온고지신”의 수필을 표방하는 김유진 수필가의 첫 수필집 『얼기미로 걸러진 해밀』이다.
안동 출생인 작가가 농촌이었던 고향에서 부모 형제들과 보낸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과 지금은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 풍습, 전통 농기구, 음식, 옛 물건 등 우리의 의식주 전반을 함께했던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소재를 글감으로 하여 쓴 소담스럽고 멋스러운 수필집이다.
책 제목의 “얼기미”는 ‘밑바닥의 구멍이 굵고 큰 체’인 “어레미”의 방언이고,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옛것을 알고 사랑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 있다. 고향으로부터 풍성하게 물려받은 추억과 글감이 지난날의 유산을 귀히 여기는 작가 마음의 ‘얼기미’를 통해 걸러져서 ‘해밀’처럼 맑고 깨끗한 수필작품으로 형상화한 『얼기미로 걸러진 해밀』이다.
1부 <부리망>, 2부 <붉은 소화제>, 3부 <은비녀>, 4부 <참새잡이>로 나누어져 실린 60편의 작품은 한 편 한 편마다 삶의 멋과 맛이 있던 우리 이전 세대 선인들의 품격 있는 삶을 오롯이 구현하여 잃어버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는, 지성과 감성이 함께 하는 명품 작품집이 되었다.

구매가격 : 10,500 원

불러보고 싶은 이름

도서정보 : 류인혜 | 2023-10-2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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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제5권, 『불러보고 싶은 이름』, 류인혜 작가가 40년 수필 쓰기 인생 중에 쓴 많은 수필 가운데 가장 눈길이 머문다는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작가에게 언제나 정신적 기둥이 되어 주었다는 <사랑>, <생명>, <사람>, <침묵>, <기억>, 이 다섯 단어의 집에 나누어져 들어앉은 작품은 1981년 작 「앞치마」부터 2021년 작 「수필가 주영준 선생」까지 모두 39편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85B

도서정보 : 서정랑 | 2023-11-0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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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계간《문장》으로 등단한 서정랑 시인의 첫 시집 『85B』.
가혹한 우리 생의 가운데, 희미해진 사랑의 얼굴을 시의 촉수로 세심하게 더듬고 온기로 어루만지는 시편을 담은, 개성 있는 시집이다. 시간, 기억, 상처와 함께, 그 너머에 숨어 있는 “사랑의 마음”을 탐색하는 65편의 시편이 1부 ‘퍼져 오르는 둥근 외침’, 2부 ‘순서 없이 피고 지는’, 3부 ‘그냥 흔들려 주면 될걸’, 3부에 나누어져 실렸다.

구매가격 : 8,400 원

건강 박물관

도서정보 : 이극로 | 2023-11-14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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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박사이자 대구 성제국한의원 원장인 이극로 시인의 건강에세이집 『건강 박물관』이 발간되었다. 건강에 관한 관심과 무병장수의 바람이 더없이 고조된 현대, 건강 100세 시대에 걸맞은 이 책은, 이극로 한의학박사의 수년간의 임상경험과 깊은 풍부한 한의학 지식이 알뜰살뜰히 담겨 있어 책 제목 그대로 잘 지어진 건강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구매가격 : 10,500 원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도서정보 : 조선미 | 2023-11-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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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육아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대한민국 부모 멘토 조선미 교수의 대표적인 자녀교육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까? 부모가 어떤 양육 태도를 지녔는지에 따라, 아이의 ‘고통에 대응하는 능력’에 차이를 만들어낸다.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에서 저자는 탄탄한 심리학적·과학적 연구 결과들과 수십 년 동안의 임상 심리 경험을 바탕으로, 고통 내성을 키워줘야 전 생애에 걸쳐 경험하는 행복의 절대치가 높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양육의 핵심 원칙을 제시하는 필독 육아서이자 자녀교육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조선미 교수는 이 책에서, 고통과 상처는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짚어내면서, 자녀를 행복한 아이로 성장시키는 본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양육 원칙을 선명하게 제시한다. “세상에는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일이 있음을 가르쳐라”, “아이의 머리, 손발이 되어주지 마라”, “실수로 인한 고통을 겪게 하라” 등 부모들을 위한 뼈 있는 조언들을 가득 담아놓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사회성, 좌절내구력, 문제해결 능력, 적응력, 유연성을 갖출 수 있게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성장하게끔 이끌 수 있는지를 전문가로서의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얘기해준다. 육아의 불안함을 잠재우고 중심을 딱 잡아주는 부모들을 위한 자녀교육서다.

구매가격 : 12,500 원

스키장을 여름에 찾게 하라!

도서정보 : 와다 유타카 | 2023-11-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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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스키장을 여름에 더 많은 돈을 버는 스키장으로
불과 2년 만에 부활시킨 역발상의 아이디어!!

《스키장을 여름에 찾게 하라!》는 인구감소와 기상이변으로 겨울 시즌 스키장 방문객이 급감하자,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어 스키장은 물론 지역 경제까지 살려낸 기적의 스키장 ‘하쿠바 이와타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발상의 아이디어로 불과 2년 만에 겨울보다 여름에 더 많은 돈을 버는 스키장으로 변모한 ‘하쿠바 이와타케’의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어 100여 개에 달하는 방송에 소개되었다.
한국에서도 지방경제와 관광산업의 침체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저비용’의 아이디어로 ‘초대박’의 결과를 만들어낸 ‘하쿠바 이와타케’의 이야기는 한국의 지방경제와 관광산업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시키는 초대형 그네 : 최대 5시간 대기 폭주!!
● 산 정상의 전망대에 대도시 인기 베이커리 유치 : 절경과 요리의 조화!!
● 초보자를 위한 산악자전거 코스 신설 : 산악자전거 파크 방문객 10배 증가!!
● 여러 개의 고택을 하나의 고급 숙소로 리모델링 : 가동률, 객단가 2배 증가!!
● 도심 핫플레이스의 여대생 인기 스콘 전문점 유치 : 일일 최다 방문객 갱신!!
● 국내 최최 ‘산 정상에서의 뮤직 페스티벌’ 개최 : 유명 뮤지션 출연 화제!!
●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와 협업 : 매출 전국 1위 달성!!
● 국내 최초로 도입한 독일제 액티비티 마운틴 카트 : 방송 취재 쇄도!!

구매가격 : 13,000 원

사색을 벗하며

도서정보 : 최하정 | 2023-11-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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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410, 최하정 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서서히 단풍 드는 볕 따라
대롱이 매달린 대봉감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어느덧 가을이라는 푯말 앞에
우리네 삶도 도토리 알밤처럼
딱 벌어져 익어만 갑니다
사색을 노래하며
제 시집을 벤치 삼아 다녀가실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구매가격 : 7,000 원

마음속에 핀 꽃

도서정보 : 김국현 | 2023-11-2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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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411, 김국현 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詩를 쓴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속에 감추어진 모든 것을 펼쳐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깊숙한 곳에서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이란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리움이 바람처럼 불어와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울 수 없었던 작은 상처마저도 놓치지 않고 내려놓으면 어느새 마음속에는 평화가 강물이 되어 흘러가고 있습니다

구매가격 : 7,000 원

세월에 실려 온 날들

도서정보 : 조위제 | 2023-11-2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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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412, 조위제 제2시집

<<시인의 말 중에서>>
소풍 나온 인생살이
이 나이 되도록 살아보니
느끼는 것이 참 많습니다.
젊은 시절은 정신없이
아등바등 살았습니다.
흐르는 세월에 실려 노년의 삶을 살아보니
노년의 삶이 도토리 키재기 삶이란 것을 느끼고
바삐 가는 세월에 길을 비켜주며
천천히 가련다

구매가격 : 7,000 원

바람처럼 살고 싶다

도서정보 : 정상화 | 2023-11-2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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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시선 413, 정상화 제6시집

<<시인의 말>>
시는 삶이다.
우리네 삶을 곱게 그리고
표현 될 때 삶의 의미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삶을 언어로 그리는 순간
시인은 얼마나 행복한지!
한 편의 삶이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구매가격 : 8,400 원

포르모사 1867

도서정보 : 첸야오창 | 2023-11-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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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고 싶은 자, 붉은 깃발을 펼쳐라!”
기록되지 않은 섬에 묻혀 있던 기록!
대만 헝춘반도에 흩어져 있던 역사의 파편을 하나로 꿰다

★대만 문학금전상 수상 작품!
★대만 넷플릭스 시청률 1위, 2021년 가장 사랑받은 드라마 <스카루> 원작 소설!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연결하고, 시간과 공간을 빈틈없이 채운 대하극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 대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던 역사 소설가 첸야오창이 19세기 대격변기의 헝춘반도를 조명한 이야기. 대만 문학금전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역사에서 잊힌 1867년 3월, ‘아름다운 섬, 포르모사’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그날 폭풍우를 만난 미국 상선 로버호가 좌초한다. 간신히 살아남은 선원들이 해변에 상륙하지만 끔찍한 비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사람의 머리를 베고 식인을 하는, ‘생번’이라고 불리던 원주민들을 맞닥뜨린 것이다.
일명 ‘로버호 사건’으로 언급되던 비극이 파편으로 묻혀 있던 이야기들을 발굴하도록 단서를 제공했다. 첸야오창은 이 이야기들을 정교하게 조립해 한 편의 거대한 대하극으로 재탄생시켰다. 다양한 부족으로 나뉜 생번과 포르모사를 손에 넣으려는 서양인들, 줄곧 이 섬을 ‘나라의 밖, 교화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여기던 청나라 관리들, 생번의 땅을 뺏는 한족 이주민들이 서로 충돌하고 전쟁하고 상처를 입히며, 마침내 용서하고 평화 조약을 맺기까지의 과정에서 근대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사건과 인물들을 마치 눈앞에서 움직이듯 생명력 넘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포르모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증으로 얽힌 역사가 시대를 초월한 감정적 유대를 불러일으키고, 그때 그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을 갖춘 스토리 덕분에 이 책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 <스카루(SEQALU)>가 2021년 대만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첸야오창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생명 공동체이자 운명 공동체로 묶인 사람들이 견뎌내는 평범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결정적인 순간들로 포착해냈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이 살아가는 땅에 대한 역사 의식을 갖추고, 공존·공생하는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반추할 때다.

구매가격 : 15,400 원

정선 앙굿따라 니까야

도서정보 : 이중표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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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우리말 불경 번역에 매진해온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의
‘정선(精選) 니까야 시리즈’ 완결편 출간

붓다의 다르마(Dharma, 法)를 ‘숫자’로 결집한
『앙굿따라 니까야』의 정수를 가려 뽑고 풀이하다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이중표 명예교수(전남대 철학과)의 『니까야』 번역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완결작인 『정선 앙굿따라 니까야』가 출간됐다.
2019년 시리즈 제1권 『정선 디가 니까야』의 출간 이후, 제2권 『정선 맛지마 니까야』(2020년), 제3권 『정선 쌍윳따 니까야』(2021년)까지, ‘정선 니까야 시리즈’는 방대한 니까야 가운데 핵심만을 가려뽑아 현재의 우리가 체계적으로 경전을 읽고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시리즈 제3권 이후 2년여 만에 출간된 이 책은, 4부 니까야 가운데 마지막에 결집된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Nikāya)』의 핵심을 정선(精選)하여 엮었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가르침부터 열한 개 가르침까지, 설하고 있는 법의 개수에 따라 장을 나누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전의 이름 역시 ‘앙굿따라(Aṅguttara)’, 즉 ‘개수를 늘려나간다’라는 뜻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 방식은 이 경전을 읽고 공부하는 이가 교리를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가르침에 쉽게 접근하도록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앙굿따라 니까야』의 가르침 가운데 189개의 주요 가르침을 가려 뽑아 편성하였다. 이로써 보다 쉽게 깨달음의 체계에 다가갈 수 있고, 법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구매가격 : 21,000 원

샤워젤과 소다수(문학동네시인선 202)

도서정보 : 고선경 | 2023-10-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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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구겨진 뒤축 같은 오늘을 딛고
끝내 내일이라는 약속을 지켜내는 이십대의 초상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를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첫번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문학동네시인선 202번으로 출간한다.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할 당시 이문재, 정끝별 시인으로부터 넘치는 “시적 패기”로 써나갈 시의 힘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은 시인은, 이십대의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 “무궁무진하고 이상한 미래”로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시편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딴청과도 같은 회상이 끝나고 돌아온 현재는 그러나 지고 또 지는 게임의 연속이다.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비틀고, 미지의 내일에 향기롭고 경쾌한 상상을 덧입힌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꿈으로써 또 한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

우리의 교환일기는 늦여름 더위를 먹고 다 타버렸지

심야 산책중 주운 나뭇잎들과 너의 깨진 안경알 잡동사니 불길한 애정 모든 게 따분해졌는지 몰라 선풍기가 고장난 빈 교실에서 있었던 일 기억해? 그날의 일기에는 귀여운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두었잖아 너의 펜촉은 유창한 주삿바늘이었어 알록달록한 감정들을 주입했지 통통하게 부푼 마음을 찔릴 때마다 나는 향기로워졌어
_「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약국에 버려주시면 됩니다」에서

고선경의 시들은 교환일기를 쓰고 무한궤도와 패닉, 다프트 펑크를 듣던 그리운 한낮의 오후로 시간을 되돌린다. 귀엽고 감미로운 기억의 조각들은 화자와 읽는 이를 노스탤지어에 잠기게 한다. 그러나 시의 후반부에 이르러 교환일기를 쓰던 화자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 되어” 친구의 곁에 누워 있고, 부드러운 바람은 낡아가며 빗방울에는 녹이 슨다. 커져가던 회상을 과감히 떠나보내고 화자는 현실을 인식한다. 그리고 빚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이십대 청년으로 돌아와 중국집 주방에서 설거지를 시작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젊음의 모습은 고선경의 시에 없다. 필터 없는 카메라와 에코 없는 마이크처럼 고선경의 시는 날것 그대로의 화소로 어딘가 어설픈 청년의 일상을 포착한다. 그런데 해고를 당해도, 시가 팔리지 않아도 고선경의 화자는 섣불리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조적인 유머로 상황을 비틀고 자신의 처지를 재차 환기한다. 자기를 연민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무게를 정확히 대면하는 패기가 고선경의 시편 곳곳에 어려 있다.

아르바이트를 잘리고 가게를 나서기 전
얼음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 물었다
물을 마시면서
세상에는 야무지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겁니다
쯧, 훈수를 둔 뒤 사장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

밤이
방까지 몰고 온 안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나는 빚이 있단 말이야 바보야 빚은
푹신푹신하다
_「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차리기」에서

조금만 견디면 더 나은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이 시대의 청년들은 어떻게 현재를 견뎌내고 있을까. 고선경은 무궁무진한 상상을 덧입혀 눈앞의 삭막한 풍경을 경쾌하게 바꿔버린다. 잠 못 이루게 만들던 빚은 베개처럼 푹신푹신해지고, 도시는 색색의 비로 젖어들며, 비탈에는 빨간 토마토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이러한 풍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고민은 떠나가고 마음은 가뿐해진다. 비록 실패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상상이라는 해방구를 열어두는 자세에서 시대가 아닌 자신을 믿고 다독이는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고선경의 핍진한 시선과 발랄한 상상력은 사랑을 말하는 시편들에서 혼합되며 독특한 반전을 만들어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 운동화의 구겨진 뒤축은 웃는 표정으로 바뀌어 보인다. 소다수의 기포처럼 연약하고 유한한 것들은 단단해지고 무한해진다. 이제 세상은 그 자체로 견고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현관에 놓인 신발의 구겨진 뒤축이 웃는 표정을 닮았어 너는 침대에 누워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청보리밭에 가고 싶다 멸종된 기억을 가지고 싶다 너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릴 때 나는 사라진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아침의 어둠이 이젠 익숙해
그래도 같이 씻을까
산책을 갈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산책로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_「샤워젤과 소다수」에서

시인 고선경의 재능은 이렇듯 쓰러진 풍경 너머를 상상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꿈꿀 때 빛을 발한다. 체념과 무기력에 잠식당하기 쉬운 지금,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고선경의 문장들은 “우리 여기 남아 삶을 더 지속해보자”(해설)고 선언하는 것만 같다. 삶의 무게를 떨쳐내고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청년의 초상이 『샤워젤과 소다수』의 사랑스러운 향기를 따라 그려지는 듯하다.

구매가격 : 8,400 원

독립기념일 1(세계문학전집 169)

도서정보 : 리처드 포드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현대인의 고뇌를 가장 설득력 있는 목소리와
풍부한 뉘앙스로 풀어내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걸작

결혼, 가족, 공동체가 붕괴된 자리에서 짓궂은 웃음과
가슴 저린 슬픔으로 이룬 한 개인의 독립선언서

퓰리처상, 펜/포크너상, 박경리문학상 수상작

“수년간 나온 작품 중 최고다. 웃기고 가슴 저리도록 슬픈,
한 아버지와 아들의 처절한 여행.” _가디언

“비영웅적 삶 속의 영웅적인 삶,
거대 서사가 없어진 곳에서 찾아낸 작은 거대 서사.”

_김우창(고려대 명예교수), 2018 박경리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일상적 삶의 사실주의’의 정수이자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대표작 『독립기념일』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9, 170번으로 출간되었다. 포드의 문학적 페르소나이며 미국문학사상 가장 현실적인 인물 프랭크 배스컴을 주인공으로 한 ‘배스컴 4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포드는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수상하고 장편소설로 이 두 상을 수상한 첫 사례가 되며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들어선다.

2018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은 포드가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이며 그의 작품이 범세계적 보편성을 갖추었음은 물론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들은 포드와 그의 작품에 대해 “비영웅적 삶 속의 영웅적인 삶, 거대 서사가 없어진 곳에서 찾아낸 작은 거대 서사”(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진지하고 성실한 작가, 판단하고 주장하기보다는 보여줌으로써 일련의 경험이 독자의 것이 되게 하는 원초적인 의미에서 소설의 기능을 능란하게 사용하는 작가”(최윤 소설가) “포드가 부단히 성찰하고 그려내는 것은 변질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로 인해 가정과 공동체가 해체된 후, 소외와 상실감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외로움이다. 리처드 포드의 문학세계가 범세계적 보편성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고 평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죠.”

『독립기념일』의 주인공 프랭크 배스컴은 한때 스포츠 저널리스트였고, 단편집을 펴낸 적도 있는 소설가이지만, 첫아들의 죽음과 이혼 등 여러 시련을 겪은 후 이제는 부동산중개인이 되어 미국 뉴저지주의 해덤 지역에서 홀로 살고 있다. (해덤은 원래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지명이다. 리처드 포드의 작품 공간으로 종종 등장하는 ‘나무가 많은 도시’ 뉴저지주 해덤은 그가 창조해낸 가상의 공간이다.) 배스컴은 고객과 함께 매물을 살펴보고 자기 소유의 집에 사는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으러 방문하고, 아들 폴과 모처럼 여행을 떠나며 독립기념일 주간을 보낸다.
전처 앤과 함께 사는 아들 폴은 정서불안을 겪고 있으며 얼마전 슈퍼마켓에서 콘돔을 훔치다 걸려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폴의 재판은 독립기념일 바로 다음날로, 배스컴은 여행을 통해 아들의 속마음을 알아보고 진정한 ‘자유’와 ‘독립’의 의미를 일깨워줌으로써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과의 여행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기 시작한다.

우울과 허무가 퍼졌고, 사람들은 ‘이런 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범죄 통계와 동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얼마나 안전불감증에 걸려 지냈는가를 다들 실감했다. _본문 중에서

아들을 데리러 앤의 집으로 가는 길, 장시간 운전에 지친 배스컴은 어느 모텔에서 하룻밤 쉬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모텔 주차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경광등을 밝히고 있고, 경찰관과 사복 경찰, 구경꾼들로 어수선하다. 독립기념일 휴일을 맞아 여행을 떠나온 어느 가족의 가장이 십대 소년의 칼에 맞아 숨진 것이다. 살해 동기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였다. 이에 배스컴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를, 누군가의 일상을 단번에 앗아갈 수 있는 사건사고와 재앙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자녀와 함께 보낸 어떤 시간도, 뒤돌아보면 가장 슬픈 시간이기도 하다. 밝고 생생한 삶이 지나가버렸다는 슬픔, 매 순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슬픔이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은 그 공포감을 가슴 한켠에 간직한 채 아들 폴과 여행길에 나선다. 그러나 그의 진지한 대화 시도에 아들은 가벼운 말장난으로 일관하며 갖은 기행을 일삼는다. 배스컴은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아들과 불안하고 위태로운 여행을 이어간다. 형의 죽음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하는 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어디로 튈지 모를 아들이 나쁜 일에 휘말리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서인지, 그는 이번 여행이 마치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이라도 되는 양 불안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의 불안감은 급기야 현실이 되고 만다.

“당신은 결코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이 산다.”

배스컴은 이혼 후 ‘존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존재의 시기’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 시기이자 ‘싫어하는 것, 꺼림칙하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을 무시하고 흘려보내는’ 시기다. 그는 그 누구와도 깊게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앤과의 결혼과 이혼, 그에 따른 아쉬움과 후회가 이따금 그의 가슴을 찔러오고, 아들 폴의 문제적 행동이 점점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연인 샐리와의 관계에서도 ‘그만 만나는 것’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존재의 시기’에 위기가 찾아온다.

예전에 느꼈었고 또 느끼고 싶은 그 감정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흔적과, 커다란 궁금증뿐이다. 그 감정은 어디로 갔을까. 다시 돌아오기는 할까. 즉, 그 감정은 무효가 되었다. 누군들 움찔하지 않겠는가? 그런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이고 무엇도 그다지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당신은 결코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이 산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은 독립기념일 주간 동안 전처 앤, 여자친구 샐리와 각각 불화를 빚었다가 모호한 화해를 거듭한다. 앤과의 결혼생활에서 배스컴은 “시간이 지나면 나는 전혀 남지 않고, 오직 상대와 화학적으로 결합된 나만 남으리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이혼 후에도 앤과의 관계, 혹은 그녀와 함께했던 과거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샐리와의 관계는 다르다. 그와 그녀 사이에는 그와 그의 행동,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행동만이 있다. 그러나 배스컴은 ‘유대감’이나 ‘소속감’이라곤 전혀 없는 샐리와의 관계에서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는 그는 앤과 샐리, ‘유대감’과 ‘자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집이란 우리에게 작가적 권능을 휘두른다.”

배스컴은 수달째 마크햄 부부에게 집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버몬트주에서 온 마크햄 부부는 그중 어느 집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집은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가진 돈으로는 그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침내 마크햄 부부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만, 그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사이 그 집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집을 구매하는 대신 임차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임대주택을 보러 가서도 여전히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 것인 양 모든 것을 철저하게 확인하려 들며 또다시 장고의 조짐을 보인다.

집을 사는 것은 결국,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걱정하게 될 일들을 부분적으로 결정해준다. _본문 중에서

내가 볼 때 부동산 거래에 관한 두려움(마크햄 부부가 지녔던 그 순수하고 단순한 두려움)은 사실 주택 구매 자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주택 구매는 인생에서 가장 희망적인 선택을 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비록 돈을 날려버릴 위험이 있긴 하지만 유독 부동산 거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실 진정한 공포는 모든 미국인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냉정하고도 달갑지 않은 어떤 깨달음이다. 우리 모두, 똑같은 소원을 소원하고 좌절된 욕망을 욕망하며 바보스러운 공포와 환상에 몸을 떠는 멍청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 판박이처럼 똑같은 틀에서 찍혀나온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즉 거래가 마무리되어 법원에 기록이 남을 순간이 다가옴에 따라, 자신이 한 문화의 틀 속에 더 깊이, 더 익명화된 존재로 파묻히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_본문 중에서

나는 안다. 어떤 이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집을 구입하고, 가구를 옮기고, 그리고 이 주 안에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런 후에야 더 나은 인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같은 부동산중개인과 의논하고, 운송비를 지불하고, 대부금의 조기상환에 따른 위약금을 부담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즉 실수와 보완이라는 과정을 통해 경제는 계속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 거래란 당신이 꿈에 그리던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를 처분하는 행위가 된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도 ‘집’이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래서 구매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점검과 숙고 과정에 무척이나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의 면면은 물론 그들 사이의 관계, 그들이 함께 혹은 각자 살아갈 미래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배스컴은 마크햄 부부가 그 임대주택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행복과 불행이 뒤섞인 일상을 오래오래 누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집’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물질적 요소가 한 사람의 정체성이 되고 그의 인생을 뒤흔드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부동산 구매를 위한 일련의 의사 결정과 그에 필요한 이런저런 점검과 정리 과정들에 대한 서술은 흡사 일상 전반에 대한, 나아가 삶 자체에 대한 하나의 환유처럼 읽히기도 하며, 마크햄 부부와 매클라우드 부부 등 배스컴이 ‘부동산중개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맞닥뜨리는 인물들과의 장면에서는 사실적 묘사와 서술을 통해 공감의 여지가 한층 증폭되어, ‘일상의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라는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존재의 시기에서 진정한 독립의 시기로

결혼, 가족, 공동체와 같은 정신적 기반, 그리고 집, 돈, 직업 같은 물리적 기반이 무너진 자리에서 프랭크 배스컴과 등장인물들은 방황과 사색을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리처드 포드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지탱하고 구성하는 기반들이 붕괴했을 때, 우리가 설 자리를 잃었을 때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와 단계로 풍부하게 그려낸다.
‘존재의 시기’를 지나가며 배스컴은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해 현재를 흘려보내지 말 것,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하지도 말 것. 언제나 ‘나’로 존재하되, 소중한 사람과 마음을 나눌 줄 알면서도 그 사람도 언제나 타인일 수밖에 없음을 간과하지 않을 것. 공동체적 유대감이 주는 만족감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동체라는 허상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 것.
기반이 사라진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각자의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그 결론은 잠정적이다. 완전한 정착과 완벽한 결론은 없다. 그들의 영혼은, 그들의 인생은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독립기념일』을 통해 “고통과 비극을 멀리할 수 없는 보통의 삶”과 그 속의 일상적 불안과 소외, 상실감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통해 성실한 삶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구매가격 : 10,900 원

독립기념일 2(세계문학전집 170)

도서정보 : 리처드 포드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현대인의 고뇌를 가장 설득력 있는 목소리와
풍부한 뉘앙스로 풀어내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걸작

결혼, 가족, 공동체가 붕괴된 자리에서 짓궂은 웃음과
가슴 저린 슬픔으로 이룬 한 개인의 독립선언서

퓰리처상, 펜/포크너상, 박경리문학상 수상작

“수년간 나온 작품 중 최고다. 웃기고 가슴 저리도록 슬픈,
한 아버지와 아들의 처절한 여행.” _가디언

“비영웅적 삶 속의 영웅적인 삶,
거대 서사가 없어진 곳에서 찾아낸 작은 거대 서사.”

_김우창(고려대 명예교수), 2018 박경리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일상적 삶의 사실주의’의 정수이자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대표작 『독립기념일』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9, 170번으로 출간되었다. 포드의 문학적 페르소나이며 미국문학사상 가장 현실적인 인물 프랭크 배스컴을 주인공으로 한 ‘배스컴 4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포드는 『독립기념일』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수상하고 장편소설로 이 두 상을 수상한 첫 사례가 되며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들어선다.

2018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은 포드가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이며 그의 작품이 범세계적 보편성을 갖추었음은 물론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들은 포드와 그의 작품에 대해 “비영웅적 삶 속의 영웅적인 삶, 거대 서사가 없어진 곳에서 찾아낸 작은 거대 서사”(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진지하고 성실한 작가, 판단하고 주장하기보다는 보여줌으로써 일련의 경험이 독자의 것이 되게 하는 원초적인 의미에서 소설의 기능을 능란하게 사용하는 작가”(최윤 소설가) “포드가 부단히 성찰하고 그려내는 것은 변질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로 인해 가정과 공동체가 해체된 후, 소외와 상실감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외로움이다. 리처드 포드의 문학세계가 범세계적 보편성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고 평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죠.”

『독립기념일』의 주인공 프랭크 배스컴은 한때 스포츠 저널리스트였고, 단편집을 펴낸 적도 있는 소설가이지만, 첫아들의 죽음과 이혼 등 여러 시련을 겪은 후 이제는 부동산중개인이 되어 미국 뉴저지주의 해덤 지역에서 홀로 살고 있다. (해덤은 원래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지명이다. 리처드 포드의 작품 공간으로 종종 등장하는 ‘나무가 많은 도시’ 뉴저지주 해덤은 그가 창조해낸 가상의 공간이다.) 배스컴은 고객과 함께 매물을 살펴보고 자기 소유의 집에 사는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으러 방문하고, 아들 폴과 모처럼 여행을 떠나며 독립기념일 주간을 보낸다.
전처 앤과 함께 사는 아들 폴은 정서불안을 겪고 있으며 얼마전 슈퍼마켓에서 콘돔을 훔치다 걸려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폴의 재판은 독립기념일 바로 다음날로, 배스컴은 여행을 통해 아들의 속마음을 알아보고 진정한 ‘자유’와 ‘독립’의 의미를 일깨워줌으로써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과의 여행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기 시작한다.

우울과 허무가 퍼졌고, 사람들은 ‘이런 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범죄 통계와 동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얼마나 안전불감증에 걸려 지냈는가를 다들 실감했다. _본문 중에서

아들을 데리러 앤의 집으로 가는 길, 장시간 운전에 지친 배스컴은 어느 모텔에서 하룻밤 쉬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모텔 주차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경광등을 밝히고 있고, 경찰관과 사복 경찰, 구경꾼들로 어수선하다. 독립기념일 휴일을 맞아 여행을 떠나온 어느 가족의 가장이 십대 소년의 칼에 맞아 숨진 것이다. 살해 동기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였다. 이에 배스컴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를, 누군가의 일상을 단번에 앗아갈 수 있는 사건사고와 재앙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자녀와 함께 보낸 어떤 시간도, 뒤돌아보면 가장 슬픈 시간이기도 하다. 밝고 생생한 삶이 지나가버렸다는 슬픔, 매 순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슬픔이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은 그 공포감을 가슴 한켠에 간직한 채 아들 폴과 여행길에 나선다. 그러나 그의 진지한 대화 시도에 아들은 가벼운 말장난으로 일관하며 갖은 기행을 일삼는다. 배스컴은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아들과 불안하고 위태로운 여행을 이어간다. 형의 죽음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하는 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어디로 튈지 모를 아들이 나쁜 일에 휘말리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서인지, 그는 이번 여행이 마치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이라도 되는 양 불안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의 불안감은 급기야 현실이 되고 만다.

“당신은 결코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이 산다.”

배스컴은 이혼 후 ‘존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존재의 시기’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 시기이자 ‘싫어하는 것, 꺼림칙하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을 무시하고 흘려보내는’ 시기다. 그는 그 누구와도 깊게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앤과의 결혼과 이혼, 그에 따른 아쉬움과 후회가 이따금 그의 가슴을 찔러오고, 아들 폴의 문제적 행동이 점점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연인 샐리와의 관계에서도 ‘그만 만나는 것’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존재의 시기’에 위기가 찾아온다.

예전에 느꼈었고 또 느끼고 싶은 그 감정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흔적과, 커다란 궁금증뿐이다. 그 감정은 어디로 갔을까. 다시 돌아오기는 할까. 즉, 그 감정은 무효가 되었다. 누군들 움찔하지 않겠는가? 그런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이고 무엇도 그다지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당신은 결코 죽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이 산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은 독립기념일 주간 동안 전처 앤, 여자친구 샐리와 각각 불화를 빚었다가 모호한 화해를 거듭한다. 앤과의 결혼생활에서 배스컴은 “시간이 지나면 나는 전혀 남지 않고, 오직 상대와 화학적으로 결합된 나만 남으리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이혼 후에도 앤과의 관계, 혹은 그녀와 함께했던 과거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샐리와의 관계는 다르다. 그와 그녀 사이에는 그와 그의 행동,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행동만이 있다. 그러나 배스컴은 ‘유대감’이나 ‘소속감’이라곤 전혀 없는 샐리와의 관계에서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는 그는 앤과 샐리, ‘유대감’과 ‘자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집이란 우리에게 작가적 권능을 휘두른다.”

배스컴은 수달째 마크햄 부부에게 집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버몬트주에서 온 마크햄 부부는 그중 어느 집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집은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가진 돈으로는 그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침내 마크햄 부부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만, 그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사이 그 집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집을 구매하는 대신 임차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임대주택을 보러 가서도 여전히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 것인 양 모든 것을 철저하게 확인하려 들며 또다시 장고의 조짐을 보인다.

집을 사는 것은 결국,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걱정하게 될 일들을 부분적으로 결정해준다. _본문 중에서

내가 볼 때 부동산 거래에 관한 두려움(마크햄 부부가 지녔던 그 순수하고 단순한 두려움)은 사실 주택 구매 자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주택 구매는 인생에서 가장 희망적인 선택을 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비록 돈을 날려버릴 위험이 있긴 하지만 유독 부동산 거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실 진정한 공포는 모든 미국인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냉정하고도 달갑지 않은 어떤 깨달음이다. 우리 모두, 똑같은 소원을 소원하고 좌절된 욕망을 욕망하며 바보스러운 공포와 환상에 몸을 떠는 멍청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 판박이처럼 똑같은 틀에서 찍혀나온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즉 거래가 마무리되어 법원에 기록이 남을 순간이 다가옴에 따라, 자신이 한 문화의 틀 속에 더 깊이, 더 익명화된 존재로 파묻히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_본문 중에서

나는 안다. 어떤 이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집을 구입하고, 가구를 옮기고, 그리고 이 주 안에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런 후에야 더 나은 인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다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같은 부동산중개인과 의논하고, 운송비를 지불하고, 대부금의 조기상환에 따른 위약금을 부담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즉 실수와 보완이라는 과정을 통해 경제는 계속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 거래란 당신이 꿈에 그리던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를 처분하는 행위가 된다. _본문 중에서

배스컴도 ‘집’이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래서 구매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점검과 숙고 과정에 무척이나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의 면면은 물론 그들 사이의 관계, 그들이 함께 혹은 각자 살아갈 미래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배스컴은 마크햄 부부가 그 임대주택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행복과 불행이 뒤섞인 일상을 오래오래 누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집’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물질적 요소가 한 사람의 정체성이 되고 그의 인생을 뒤흔드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부동산 구매를 위한 일련의 의사 결정과 그에 필요한 이런저런 점검과 정리 과정들에 대한 서술은 흡사 일상 전반에 대한, 나아가 삶 자체에 대한 하나의 환유처럼 읽히기도 하며, 마크햄 부부와 매클라우드 부부 등 배스컴이 ‘부동산중개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맞닥뜨리는 인물들과의 장면에서는 사실적 묘사와 서술을 통해 공감의 여지가 한층 증폭되어, ‘일상의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라는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존재의 시기에서 진정한 독립의 시기로

결혼, 가족, 공동체와 같은 정신적 기반, 그리고 집, 돈, 직업 같은 물리적 기반이 무너진 자리에서 프랭크 배스컴과 등장인물들은 방황과 사색을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리처드 포드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지탱하고 구성하는 기반들이 붕괴했을 때, 우리가 설 자리를 잃었을 때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와 단계로 풍부하게 그려낸다.
‘존재의 시기’를 지나가며 배스컴은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해 현재를 흘려보내지 말 것,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하지도 말 것. 언제나 ‘나’로 존재하되, 소중한 사람과 마음을 나눌 줄 알면서도 그 사람도 언제나 타인일 수밖에 없음을 간과하지 않을 것. 공동체적 유대감이 주는 만족감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동체라는 허상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 것.
기반이 사라진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각자의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그 결론은 잠정적이다. 완전한 정착과 완벽한 결론은 없다. 그들의 영혼은, 그들의 인생은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독립기념일』을 통해 “고통과 비극을 멀리할 수 없는 보통의 삶”과 그 속의 일상적 불안과 소외, 상실감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통해 성실한 삶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구매가격 : 10,200 원

오믈렛(문학동네시인선 203)

도서정보 : 임유영 | 2023-10-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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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시적인 것이 아닌 듯한 문장들의 배합으로 만들어낸 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은 오믈렛, 그 이상한 충만감

한국시의 새로운 이름으로 기억될 임유영의 첫 시집 『오믈렛』 출간

2020년 시 쓰는 이들의 문학적 열망이 담긴 6천여 편의 시가 응모된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의 심사대에는 ‘아침’이라는 제목의 연작시 한 묶음도 올랐다. 9편 중 8편의 제목이 모두 ‘아침’인 이 응모작은 저마다의 개성을 부각시키려는 다양한 고투가 엿보이는 시편들 사이에서 오히려 심사자들의 눈에 띄었다. 무심하리만치 심상한 동일 제목의 시편들을 제출한 이 비범한 패기를 지닌 시인의 시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박상수로 하여금 “뭐야, 이게 시인가? 근데 왜 자꾸 생각나지?”(심사평)라는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죽음 앞에 선 인간, 혹은 이미 죽어본 경험이 있는 자의 내면을 펼쳐 보이는 ‘아침’ 연작은 기존의 익숙한 시와는 어딘가 다른, 낯선 목소리의 힘을 발했다. 이 응모자는 곱씹어 읽을수록 “어느 한 편 빠지는 작품이 없이 굉장한 디테일과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마치 한 권의 완결된 시집을 읽은 듯한 만족감”(시인, 문학평론가 박상수)을 준다는 감상을 불러냈고, “고유한 음악이 들렸다”(시인 박연준)는 소회를 불러일으켰으며, “삶의 표면을 따라 부드럽고도 유려하게 이어지는 아름답고 쓸쓸한 세계”(시인 황인찬)를 구축해냈다는 평까지 얻으며 그해 시단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시인 임유영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유영은 부지런히 신작 시를 발표하면서 독특한 리듬과 이야기성을 지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정확한 죽음의 시각을 기록하기」 외 5편이 “시가 끝난 후 시 전체를 시적인 것으로 순식간에 들어올”(문학평론가 이광호)린다는 평을 받으며 2021 문지문학상 후보로, 「호수관리자들」 외 5편이 “깊은 통찰력”과 “감각적인 예지력”(시인 김행숙)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2 문지문학상 후보로 연달아 선정되면서 문단의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오믈렛』은 그런 임유영의 첫 시집이다. 죽음과 탄생, 이야기와 다성성, 시쓰기에 대한 의식과 여성성 등이 알알이 녹아 있다. 1부(‘살아 계신 분을 묻어드릴 수도 없었고’)는 임유영식 시쓰기의 기원에 대한 힌트를 엿보게 하고, 2부(‘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는 꿈인 듯 현실인 듯 아름답고도 쓸쓸하고 그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3부(‘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는 그 강렬했던 ‘아침’ 연작에 새로운 제목을 달아 선보이며 죽음 이후 다시금 깨어나는 듯한 반복과 각성의 장면들을 더욱 긴장감 있게 펼쳐 보이고, 4부(‘어디 가는 어린애와 어디 갔다 오는 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한 결과로 탄생한 시의 색다른 창조성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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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유전자

도서정보 : 에드윈 게일 | 2023-10-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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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창조하며 진화한다
우리는 첨단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앞지를 날이 코앞이라 하고, 심지어 AI는 인간만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예술 활동마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침범하는 중이다.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는 인공 환경 속에서, 인류는 다시금 거대한 변화의 초입에 서 있다. 구석기시대를 벗어나 문명이 시작된 지 고작 1만 년 정도 지났을 뿐인데, 인간은 어떻게 다른 동물들과 달리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을까? 그리고 예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존재론적 위기에 처한 인류는 또 어떻게 변해갈까?
저명한 의사이자 당뇨병 연구의 권위자인 에드윈 게일의 『창조적 유전자』는 자연선택에서 해방되어 풍요를 맞이한 인류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과학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요,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거친 자연 속에서 때론 순응하고 때론 주변 환경을 이용하며 문명을 개척해온 인간 역사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표현형이란 무엇인가
에드윈 게일은 인간 유전자의 표현형 변화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기술한다. “표현형phenotype”이란 특정 환경에서 유전자가 표현되는 각각의 형태를 일컫는다. 이 단어는 리처드 도킨스의 역작 『확장된 표현형』을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쉽게 말해 표현형은 당신이 방금 만난 사람의 모든 특징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표현되는 방식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눈동자의 색과 같은 표현형의 일부 요소들은 고정되어 있지만 키나 몸무게 같은 표현형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의 매력, 성격, 지성과 특징도 환경의 체에 걸러지고 인생 역정의 손에 빚어진 유전자의 표현이다. 춤추는 무용수가 음악과 하나 되듯, 유전자와 환경도 하나로 어우러진다.
에드윈 게일은 현대 사회에서 왜 당뇨병이 이토록 빨리 증가하는지 의아해하다가 인간 유전자의 복잡한 표현형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당뇨병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몸이 우리의 조상들과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기제와 유전자 가소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인간의 신체적 · 정신적 변화에 깃든 표현형의 역사
인간이라는 종의 변화 가능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신체적 변화도 그렇지만 정신적 변화가 특히 주목할 만한데, 당연하게도 뇌는 인체 장기 중에서 가소성이 가장 크다. 우리의 뇌는 학습 프로그램을 그저 업로드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창조하며, 학습한 기술을 자동화될 때까지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바로 여기서부터 인류의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었다.
에드윈 게일은 인류의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되짚어보며, 우리가 변해온 과정과 이유를 하나씩 밝힌다. 인간은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곡물을 먹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아에서 벗어났다. 음식물을 익혀 먹게 되면서 위턱이 뒤로 물러났으며 아래턱은 작아지고 돌출했다. 얼굴이 납작해진 덕에 얼굴 근육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언어와 노래가 탄생했다. 사교술이 번식 성공의 관건이 되어 이른바 사회적 뇌의 진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적 사실들은 유전자 표현형의 변화와 떼놓을 수 없다.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회 현상들도 표현형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넘치는 풍요에서 생겨난 만성적 영양 과잉과 비만의 유행은 ‘소비자 표현형’이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표현형을 조작하고, 여성들은 약물을 이용해 체중 감량에 힘쓰고 있는 현상은 ‘설계자 표현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정신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IQ 테스트에 따라 아동을 분류하고 시험 성적에 따라 선별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달갑지 않은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유사 이래 어느 때보다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오래 산다. 오늘도 우리는 바뀌어가는 몸과 마음에 최선을 다해 적응하고 있다.


자연선택에서 해방된 인류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창조적 유전자』는 자연선택이 결코 대비할 수 없었던 삶에 우리가 놀랍도록 훌륭히 적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할 일은 당당한 자긍심을 갖추고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일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 붕괴와 오염의 누적에 따른 환경 위기 가능성도, 무한한 경제 성장과 첨단 유전공학과 전자 뇌 이식을 그리는 미래도 에드윈 게일이 보기엔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 않을 미래”다. 그가 생각할 때 인류의 긍정적인 변화의 방향은 성장, 교육, 기회가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나름의 문화를 지닌 인공적 존재이며 우리가 만든 세상에 적응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받아들이려고 분투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연적’ 존재 방식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미래로 나아갈 것이며 그 미래는 끊임없이 우리의 예측을 비켜 갈 것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달라졌고 여전히 달라지고 있으며 이것이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창조적 유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에 인류가 나아갈 길을 비춰줄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해줄 것이다.

구매가격 : 18,800 원

최소한의 최선

도서정보 : 문진영 | 2023-10-2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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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문학상 대상 문진영 신작

“이 결과가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라는 평과 함께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고유명으로 떠오른 문진영의 신작 소설집 『최소한의 최선』이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발표한 단편소설 중 최고의 소설에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은 어느새 한국문학의 올스타 스테이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김승옥문학상이 한 해를 결산하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쇼케이스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작가의 이름을 지운 블라인드 심사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어떤 선입견 없이 최고의 작품을 뽑는다는 취지가 놀라운 결과를 낳았던 해가 바로 2021년, 문진영이 대상을 수상한 해였다.
2009년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문진영은 꾸준히 집필을 이어왔지만 대중 독자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독자에게 전염시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설득했”(권희철)던 「두 개의 방」이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이런 단단한 소설가를 놓칠 수 있었을까 싶게 절찬리에 발표 지면과 독자 호응이 잇따랐고, 준비된 내공을 차분히 증명하며 이어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비로소 『최소한의 최선』으로 묶였다.

문진영은 오래도록 그림자 안에 머물렀던 존재들에 대해 쓴다. 그러나 그는 빛과 어둠이라는 진부한 이분법을 반복하는 대신, 빛에선 잠재된 깊은 어둠을, 어둠에선 “빛의 기미”(「한낮의 빛」)를 퍼올려낸다. 고유한 음영을 지녔음에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일률적인 삶의 방식에 휩쓸리는 이들이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연기하다가 소진된 채로 홀로 남겨진 이들에게 『최소한의 최선』은 다정히 안부를 묻는다.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내 할머니의 모든 것」)라는 문장에서 기인한 제목은 우리가 스스로를 고갈시키지도, 그러나 아주 놓아버리지도 않게끔 해줄 절묘한 결합이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과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와 리듬을 깨우치고 매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을 오롯이 즐기게 함으로써. 문진영은 먼저 실천해 보인다, 깊이 고민하고 괴로워한 뒤 후련해진 말간 얼굴을 따라 짓게 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어둠 속에 어렴풋이 깃든 빛의 기미처럼,
삶의 다양한 파장을 보듬는 고요하고 끈질긴 낙관

“내가 삼대째 물려받은 것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 돌아온다는 약속, 어쩌면 사랑.”

「미노리와 테츠」의 ‘나’는 맞은편의 사람을 환하게 하는 에너지를 지닌 단짝친구 수민과 떠난 일본 여행에서 미노리와 테츠 부부를 만나 친해진다. 그후 수민에게서 그들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는다. 어느 날 미노리는 한국에 왔다며 단둘이 보기를 청하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두 가지를 고백한다. 수민이 종종 일본에 놀러왔을 때 수민 앞에서 테츠는 미노리가 처음 보는 얼굴을 짓곤 했다는 것. 그리고 미노리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나’에 대한 감정에 이유를 쉬이 덧붙이지 못하는 미노리에게 ‘나’는 말한다. “나도 알아. 우리는 지구의 다른 한쪽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지”라고.
문진영의 소설은 자기 자신 안의 어쩔 수 없는 어둠을 직면할 때에야 그 어둠으로부터 사랑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통찰을 내비친다. 「변산에서」 속 각별했던 친구의 사고사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모두의 기나긴 싸움은 좌절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소설은 아픈 이별의 후에 어떻게 사람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물은 다음, 사랑이라는 작지만 분명한 답을 건넨다.
「오! 상그리아」의 ‘나’는 여행 작가로 오래 세상을 떠돈 엄마에게 커리어를 가로막았다는 자책과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그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해 들려준다. 그렇게 밝혀지는 것은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삼대째 이어지는 복잡하고도 깊은 사랑의 이력이다.
물론 그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진영의 소설은 모르지 않는다.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의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외할머니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홀로 살아가면서도 꼿꼿하고 우아한 그녀의 모습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한 해답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그녀에게 따로 연락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 그녀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를 찾던 ‘나’는 이렇게 자문한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만약 배정심 여사의 가정사가 평범했다면, 그녀가 자식들을 키워 모두 결혼시키고 빈 둥지를 지키다가 남편과 사별한, 나의 친할머니 같은 사람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첫 만남에서 그녀가 근사한 밤색 코트가 아닌 진달래색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나타났다면? 그녀가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를 좋아했다거나 선팅 캡을 애호했다면? 그래도 나는 할머니의 삶을 궁금해하고,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을까?
_「내 할머니의 모든 것」에서

막다른 이해의 난점에서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가 한 가지 답이 되어준다. 인도 여행에서 마주친, 스무 살 이상의 나이 차와 전혀 다른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를 친구라 부르는 안와는 ‘나’에게 다소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이 지극히 불편한 인도와 안와, 그리고 자신이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불가능해 보였던 이해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가능해진다는 진실이 “어떤 오늘도 내게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깨달음과 함께 서방정토로부터 서서히 밝아져오고 있다.

“한껏 끌어당겨지고 싶었다. 삶 쪽으로.”

『최소한의 최선』은 스스로 아직 무언가가 되지 못한 여정중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고래 사냥」에서 내키지 않는 공무원 시험과 취업 준비를 하던 룸메씨와 ‘나’는 월미도 바이킹을 타기 위해 즉흥 여행을 떠나고, 「네버랜드에서」의 태국 여행에서 만난 찬란하리만치 젊은 아르바이트생 론은 현란하고 위험천만한 불쇼를 벌인다. 회사도 생산적인 ‘갭 이어’를 위한 준비도 그만두고 피곤해만 하는 「지나가는 바람」의 ‘나’는 넉살 좋은 표정의 이면에 한없는 지겨움을 감춘 후배 우림을 만나, 투신자살 방지 문구가 남아 있는 마포대교를 걷는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고, 말초적인 자극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스스로를 견뎌낼 수 있는 존재들. 문진영은 어떻게 ‘갓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되뇌며 젊음을 지나는 이들이 혼자만의 방에서 나오도록 한다. 그렇게 서로 만난 그들은 그간 알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속내를 들여다보는 동안,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고 예감한다.
그리고 「한낮의 빛」은 스스로 달라져가는 어둠과 빛이 가까스로 만나 어룽거리는 모양에 대한 이야기로서 『최소한의 최선』의 대미를 수놓는다. 유영의 성폭행 경험을 의도치 않게 퍼뜨리고 선택적 함구증을 오래 겪었던 ‘나’는 시간이 흘러 유영과 다시 마주친다. 그러나 그토록 고대해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도 쉬이 꺼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다시 한번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두려는 ‘나’에게 “언니 목소리는 뭐랄까, 귀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다가오는 주명이 있다. 마치 ‘한낮의 빛晝明’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이름으로.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과는 달리 반짝이며 빛나는 이들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어느덧 빛과 어둠이 서로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타인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최선’으로 빛을 내려 했던 노력과, 자신의 것과 닮은 어둠을 발견하게 되면서다. 그렇게 사람은 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고유하고 깊은 영역을 헤아리면서 성장한다. 이제 우리에겐 낮과 밤, 빛과 어둠을 가르는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에게 섞이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다. 그 실천으로서의 이야기가 독자를 고스란히 설득시키고 마는 것은 문진영의 소설만이 지닌 능력일 테다. “서로 신념과 신神이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믿음 아래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까? 문진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최선의 대답이었다.”(정용준)

문진영의 소설은 빛과 어둠이 혼란스럽고 아름답게 섞여 있는 바로 그 세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보여준다. 새하얗고 완벽한 빛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은은한 어둠이 있다는 것을, 반대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서서히 떠오르는 환한 빛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몸만한 어둠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자가 실은 빛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우리의 삶 자체를.
_인아영 해설 「빛과 그림자」에서

구매가격 : 11,200 원

가면의 고백(세계문학전집 011)

도서정보 : 미시마 유키오 | 2023-10-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마술사이다. 『가면의 고백』은 그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후 문학에서도 아주 오래도록 남을 최상의 수확 중 하나이다.”
-후쿠다 쓰네아리 (문학평론가)

『가면의 고백』은 일본을 대표하는 심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첫 장편소설로, 그 파격적인 내용과 유려한 묘사는 출간 당시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을 뿐 아니라, 이후 미시마 문학을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나아가 남성 문학의 출현을 알리는 화제작이다. 그 자신의 내밀한 동성애적 성향을, 출생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 및 주변환경과 결부시켜 논리적으로 피력한 것 자체가 당시 일본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것이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일본문학의 20세기가 시작된다”는 등의 격찬으로 이 새로운 문학의 등장을 반겼다. 삶 그 자체를 최고의 예술로 생각한 미시마 유키오의 심미주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구축한 미시마 유키오의 자전소설

자전적 성격이 짙은 『가면의 고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로, 도쿄 대학 출신의 엘리트 관료인 아버지와 교육자 집안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925년 1월 14일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숙아로 태어나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는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귀족학교인 가쿠슈인에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1944년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아버지가 권하는 대로 도쿄 대학 법학부에 입학한다.
열세 살 때부터 조숙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미시마가 일본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46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단편 「담배」가 『인간』 지에 실리면서이다. 대학을 졸업한 미시마는 대장성 은행국에 근무하지만 일 년도 안 되어 사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전업작가로 출발하게 된다. 그때 마침 가와테쇼보로부터 장편소설 집필 의뢰를 받고 쓴 것이 바로 『가면의 고백』이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프롤레타리아 문학에는 전혀 동조하지 않고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구축하여 『사랑의 갈증』 『푸른 시절』 『파도 소리』 등의 수작을 잇달아 발표한 데 이어 미시마 문학의 최고봉 『금각사』로 불과 서른한 살의 나이에 문학적 절정기를 맞이한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미시마 유키오는 청년장교들에 의한 쿠데타인 2·26 사건을 소재로 ‘2·26 사건 3부작’을 발표하는 등 문무양도와 내셔널리즘에 경도한다. 그리고 마흔 살이던 1965년 9월부터 4부작 ‘풍요의 바다’를 『신초』 지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1970년 11월 25일 오전 마지막 원고를 잡지사에 넘긴 미시마는, 자신의 추종자 네 명을 데리고 일본 육상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지에 도착, 총감을 인질로 삼아 대원들을 발코니 아래에 모아놓고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총감실에서 전통의식에 따라 할복자살을 하고 만다. 향년 마흔다섯 살이었다.

가면의 고백, 혹은 예술가의 맨얼굴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에 관한 ‘젊은 날의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내가 이 소설을 쓰려 한 것은 그 반대의 욕구에서이다. 이 소설에서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완전히 사상된다. ...... 나는 완전한 고백의 픽션을 만들려 했다. ‘가면의 고백’이라는 제목에는 그러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작가 노트)

1인칭 소설인 『가면의 고백』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 ‘나’의 출생에 관한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근무하다 사표를 제출한 20대 중반까지의 이야기가 앞에서 소개한 미시마의 연보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남의 눈에 나의 연기로 비치는 것이 나로서는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었고, 남의 눈에 자연스러운 나로 비치는 것이 곧 나의 연기라는 메커니즘을 그 무렵부터 나는 희미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작가 노트)

미시마 유키오는 예술에의 욕구, 즉 가면을 쓰려고 하는 욕구 그 자체에서 맨 얼굴의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면의 고백』은 이러한 욕구를 여과 없이 발현하고 있다. 또한 초판본에 실린 작가 자신의 해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죽음의 영역에 남기려는 유서이다. 이 책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역설적인 자살을 의미한다. 투신자살을 영화로 찍어서 되돌리면 자살자가 맹렬한 속도로 계곡 밑으로부터 절벽 위로 날아올라 되살아난다. 이 책을 씀으로써 내가 시도한 것은 그러한 삶의 회복술이다.
고백이라고는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나는 ‘거짓말’을 방목했다. 원하는 곳에서 그 거짓말들이 풀을 먹게끔 했다. 그러면 거짓말들은 만복이 되어 ‘진실’의 밭을 헤집지 않게 된다.
같은 의미로, 살에까지 파고든 가면, 살집이 달린 가면만이 고백을 할 수 있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이다라는 것이다. (작가 노트)

미시마 유키오가 『가면의 고백』 속에 진술한 내용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고 다채롭다. 처음 부분에서 자신이 출생하던 당시의 광경을 보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어 마치 이 작품이 모두 허구인 양 연막을 편 뒤 적나라한 고백을 시작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가는 집안의 장남으로 출생하여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여자아이처럼 지냈던 유년 시절의 이야기, 분뇨 수거인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바로 그 수거인이고 싶었다는 이야기, 축제에 참가한 청년들이 광란하는 모습, 분장욕에 들떠 있던 이야기, 비극적인 것에 대한 애착심, 죽음과 맞선 잔다르크의 모습, 용에게 죽임을 당하는 동화 속 왕자, 자위행위, 전쟁놀이에서의 ‘연기’와 성 세바스티아누스 순교도의 충격, 연상의 동급생 오미에 대한 연모 등 다양하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반부인 1장과 2장에 열거되어 있다.
이어 3장과 4장에서는 그러한 주인공이 실생활 속 이성과의 교제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를, 아마도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상세한 분석을 곁들여가며 기술하고 있다. 소노코는 실제로 미시마와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 모델이다.
『가면의 고백』은 과거의 에피소드를 사실적으로 고백하던 기존의 고백문학과는 달리, 그것을 관념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으며, 고백이라는 행위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원이 다르다. 미시마는 스스로 이 작품을 ‘정신적 위기에서 생겨난 배설물’이라 설명했는데, 당시 평론가들의 반응 역시 ‘여우에게 홀린 듯한 기분’ ‘날카롭고 역설적인 작품’ ‘수컷 문학이 출현했다’ ‘자기찬미, 자기도취’ ‘그는 완전히 새롭다.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20세기가 시작된다’는 등의 격렬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가면의 고백』처럼 내부의 괴물을 가까스로 정복한 듯한 소설을 쓴 다음에, 스물네 살의 내 마음속에는 두 가지 상반된 지향이 확실하게 생겨났다.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고, 또 하나는 명확한, 이지적인, 밝은 고전주의에의 경도였다. (작가 노트)

『가면의 고백』은 미시마 유키오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 일본의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또한 미시마 유키오의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학적 가치를 지님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구매가격 : 9,800 원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도서정보 : 정세랑 | 2023-10-3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이 선보이는 본격 역사 미스터리 모험담!

언제나 우리에게 놀라운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는 작가, 정세랑이 『시선으로부터,』 이후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로 돌아왔다. 한번 손에 쥐면 순식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흡인력 있는 전개와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인물들, 읽는 이를 빈틈없이 감싸안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온 정세랑은 자신만의 분명한 목소리를 지니면서도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시선으로부터,』로는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조선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연출, 정유미·남주혁 주연)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저력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그런 정세랑이 이번에는 본격 명랑 역사 미스터리 소설을 선보인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정세랑이 펴내는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 그리고 첫 시리즈인 ‘설자은 시리즈’의 1권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왕실의 서기로 일하는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어린 시절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이 금성으로 돌아온 뒤,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띄어 월지에서 열린 연회에 초대되는 과정까지를 그린다. 정세랑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환상적인 세계, 당시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게 그려낸 7세기의 먼 과거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모험담. 오래도록 독자들을 사로잡을 장대한 이야기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천년왕국 통일신라의 휘황찬란한 수도 금성,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금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대수사극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큰 전쟁이 끝나고 세 나라가 하나가 되어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맞이했지만 내부에는 붕괴의 조짐이 도사리고 있던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두뇌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간파하는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설미은은, 여성으로 태어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당나라 유학이 내정될 만큼 명석했던 오빠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삶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족을 휩쓴 수많은 죽음 때문에 셋째였지만 맏이가 된 큰오빠 설호은이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비범한 능력을 지닌 미은을 이용하기로 한 것. 호은의 책략에 의해 미은은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죽은 오빠 ‘자은’의 이름으로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공부를 끝마친 설자은은 다시 자신의 고향, 신라의 수도 금성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비범한 능력을 지닌 이에게는 비범한 사건이 찾아오는 법일까? 자은은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기이한 사건들을 마주치게 된다.
자은은 당나라의 등주에서 신라의 당은포로 향하는 배 위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만나고, 금성의 대저택에서는 연유를 알 수 없는 업화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 이른 전쟁 영웅에 얽힌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신라 육부 여인들의 길쌈 대회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이윽고 자은의 명석함은 신라의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 왕이 주최한 연회에 초대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연회가 한창 무르익어갈 때쯤 월지에서 엎드린 채 죽어 있는 시신이 떠오른다.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기 전까지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돌아갈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 왕, 왕의 눈에 들 수 있도록 자은에게 재주를 드러내기를 종용하는 호은, 그저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자은. 과연 자은은 그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나는 피하지 않는다.”
왕이 답했다. 자은은 돌연 왕이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저리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지? 뻐근할 법도 한데 처음의 자세 그대로였다.
“그대들도 이 일의 수면 아래를 볼 때까지 돌아가지 못한다. 마침 재주가 있다 하는 이들을 불러모았으니 그 재주를 써 명명백백한 바닥을 드러내라.”
수면 아래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밤의 월지, 검은 물을 손으로 퍼내라는 명처럼 들렸다.
_「월지에 엎드린 죽음」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 설자은
“네가 쓰이지 않으면 신라가 잃는 것이라고 했지.
자, 내가 네게 쓰일 기회를 주겠다. 너는 이제 어쩔 것이냐?”

설자은은 『시선으로부터,』의 심시선,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에 이어 정세랑이 탄생시킨 또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7세기에 탐정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신라 탐정 설자은이라고도 말해볼 수 있을 설자은이 지닌 진짜 능력은, 일어난 일의 구조를 간파하는 뛰어난 추리력이 아니라 사람의 안쪽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탐정들과 설자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그 따뜻한 마음에 있다. 설자은 외에도 이 이야기에는 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언제나 생긍생글 웃는 얼굴로 능청을 떨지만 부탁한 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손재주를 지닌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 뛰어난 머리를 지녔지만 어딘지 한군데가 고장난 듯한 윤리관을 지닌 설호은, 산학에 능하며 반듯한 균형 감각을 가진 설도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마음을 지닌 산아, 그리고 보는 이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왕까지. 이처럼 개성 강한 인물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우러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설자은 시리즈’를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자은은 열흘 안에 네 여자 중 누가 간절히 금전의 모가 되고 싶어하는지, 그중에 또 누가 어떻게 베틀을 부술 수 있었을지 밝혀내야 했다. 길쌈 대회가 끝나면 여자들은 원래대로 집안으로 숨겨질 테고, 일어난 일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기 십상일 터였다. 다음 여름이 될 때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곪은 채로 둘 수는 없었다. 염을 품고는 좋아하는 일도 좋아할 수 없고, 아끼는 이도 아낄 수 없다. 처음엔 도은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자은의 염려는 어느새 육부 여자들 전체에게로 번지고 있었다.
_「보름의 노래」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정세랑은 오래전부터 본격적으로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소망을 비춰왔다. 작가는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구상하고 경주로 첫 조사 여행을 떠난 것이 2016년이라 밝혔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첫 에피소드이자 ‘설자은 시리즈’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갑시다, 금성으로」가 미스터리 소설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에 게재된 것이 2018년이니,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금성의 흔적을 찾아 경주로 수차례의 답사를 다녀오고, 수년간의 자료 조사를 거친 뒤에야 시리즈의 첫 권을 내놓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먼 과거를 살아간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정세랑은 ‘작가의 말’에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쓰고자 했을 때 시기를 통일신라시대로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며, “풍요 속에 숨어 있는 붕괴의 씨앗”을 품은, “한껏 융성을 향해서 가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작가의 말’)한 시대를 거울삼아보고 싶었다고 썼다. 그 말대로 평화로우면서도 혼란이 잠재되었던 시기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지기에 안성맞춤인 무대일 것이다.
정세랑의 마법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추리소설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적 쾌감을 주는 트릭들도 물론 등장하지만 정세랑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작품의 배경은 680년대 후반, 1300년이나 과거의 이야기임에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현재의 우리를 비춰보며 그 시대의 사건들을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최소 세 권으로 기획된 시리즈로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제), 3권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가제)가 이어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열 권 이상의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자 희망을 밝혔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함께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이 책을 집어든 분들이 한순간만이라도 시간 여행의 감각을 느끼신다면 좋겠다.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직접 간 듯한 낯선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모두가 부를 줄 알았으나 이제는 한 마디도 남지 않은 노래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면, 지금 우리의 노래가 천 년 후에도 잊히지 않는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_「이야기가 발생한 틈새들─‘설자은 시리즈’가 탄생하기까지」, 『정세랑 작가 노트』에서

구매가격 : 11,800 원

한 사람을 더하면

도서정보 : 은모든 | 2023-10-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팬데믹이 몇 차례나 더 지구를 휩쓸고 지나간 2040년대
악화일로의 세계 속에서 ‘나’를 맡길 만한 ‘집합가족’ 탐사기

2018년 등단한 이후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치면서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페이지 터너’ 작가로 확고히 자리잡아온 은모든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이 출간되었다. 기후 변화와 경제 위기가 거듭된 2040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들이닥칠 디스토피아를 또렷하게 그려내 보임과 동시에, 엄습하는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계를 가능케 할 인간의 의지와 사랑을 믿게 한다. 독자를 흡인하는 유려하고 감각적인 전개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 담백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들이 탁월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를 통해.

가속화된 기후 변화와 수차례 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위기가 일상화되고, 급격히 낮아진 출생률에 따른 노년 인구의 급증으로 생계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여기에 웬만한 수입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할 만큼 ‘독신세’ 부담이 가중되자 사람들은 “혈연의 제약을 벗어던진 애착의 공동체”인 ‘집합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이심은 의사가 되어 간절히 바라왔던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이루었지만, “이 구역의 납세왕” 처지로부터 벗어나고자 집합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무도회장’에 들어선다. 그곳에서 그는 풍족한 경제력에다 각자의 성격과 역할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정서적인 충만함까지 두루 갖춘 한 가족을 만난다. 자신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고 확신한 이심은 그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 집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그 가족에게 도사리고 있던 예상치 못한 갈등을 마주한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가족에는 미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틀림없다. 이심은 그렇게 확신했다. 위층에서 다급히 뛰어내려온 소리가 “엄마, 로아가 이상해요!” 하고 외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178쪽)

“몇십 년 뒤, 이 소설을 가리켜 예언서라고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 이거, 소설인 거지? 현실 아니지? 아직은”이라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처럼 『한 사람을 더하면』은 오늘날의 세계가 이대로 지속될 때 분명히 가닿을 미래를 서늘하리만치 소상하게 구현해낸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홀로그램을 눈앞에 자유자재로 띄우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찬란한 풍경을 확장 현실로 구현해 냄새와 촉감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딘가에서 생체 데이터의 조작과 재생산마저 가능해져 비밀리에 인간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 소문을 더욱 증폭시키는 존재는 총리 경규철이다. 인기 없는 아나운서에서 예능 피디와 유튜버, 논객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더니 전 국민에게 ‘시민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총리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 지속 불가능한 시민 수당이 물가만 폭등시켰음에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반대자들을 제압하고 독재 체제를 확립해낸 그는 자신의 욕망을 무한한 권력과 영생에 맞춘다. 대기업들과 결탁해 바이오센터 붐을 만들어내더니, ‘테크노 비엔날레’를 개최해 국민과 국가 전체를 장악할 안드로이드의 도입에 나선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낄 때마다 이심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미 너무 많이 일어나버렸다고 악을 쓰며 소리치고 싶었다. 동시에 당장 전 국민이 시청하는 공영 뉴스에 등장하여 악을 쓴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흘이 지난 후, 이심은 그날의 첫 진료를 위해 방문한 노부부의 집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사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300쪽)

아무래도 희망은 저 멀리서 잡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그러나 은모든은 우리에게 보다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집합가족이 될 사람들을 살피는 이심의 망막 이면에는 원가족이 어른거린다. 이심은 옛날만을 되새기며 악화일로의 세태를 한탄하는 엄마가 좀더 빨리 아빠를 떼어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투자가 번번이 실패하며 엄마에게 도망도 못 갈 빚을 끼얹었던 아빠. 이심은 아빠와 자신은 다를 거라고 다짐한다. 돈만을 좇으면서 점차 “미움과 원망을 겹겹이 더해갈 사람”이 아니라 소중한 사이라면 응당 그러해야 할 다정과 의무감을 갖춘 가족을 선택할 것이므로. 이제 이심의 앞에도 엄마와 같이 인생의 갈림길이 놓였다. 그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리게 될까?

‘한 사람을 더하면’이라는 제목은 우리로 하여금 비관만을 허락하는 환경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가족을 이룰 각각의 한 사람들을, 그리고 올바른 세계를 구축해낼 한 표를 가리킨다. 은모든은 그러한 낙관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 매력 가득한 인물들을 창조해낸다. 점점 나빠져가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정도로 강한 신념을 지닌 최선생과 그의 집합가족 딸 선민, 그리고 어설프고 서툰 바텐더지만 그런 실수마저도 자꾸만 바라보고 싶게 하는 사랑스러운 모영과 같은 이들이 소설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주저하고 견디는 데 익숙한 소시민 이심은 우리들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고안해내거나 앞에 나서서 군중을 이끌기보단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변화의 들불이 일어날 때 기꺼이 한 사람의 몫을 더할 준비가 된 이심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일깨운다. 바로 우리의 DNA에 새겨진, 세상을 바꾼 적 있던 혁명의 기억을. 그리고 그 가능성이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한 사람을 더하면』은 미래로부터 절체절명의 현재에 당도한 하나의 간절한 당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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