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세상을 뒤로하고
도서정보 : 루만 알람 | 2023-11-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넷플릭스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원작 소설
줄리아 로버츠, 에단 호크, 마허셜라 알리 주연
전미도서상 최종후보(2020) | 버락 오바마 여름 추천 도서
<뉴요커> <타임> <워싱턴 포스트> 등 20여 개 매체 선정 올해의 책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이 시대의 불안을 날카롭게 통찰한 소설 『세상을 뒤로하고』가 출간되었다. 2016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평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루만 알람의 세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완벽한 휴가와 유토피아를 꿈꾸며 롱아일랜드 외딴 지역의 호화로운 저택으로 여행을 떠난 가족이 세상의 끝을 앞두고 고립된 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지금의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 이 작품은 2020년 출간 당시 고립의 공포를 겪은 팬데믹 상황과 맞물리며 이 불안한 시대에 대한 예언과도 같은 책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이 될 만하다”(<워싱턴 포스트>)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이후로 이토록 심오한 SF소설을 처음 읽었다”(카먼 마리아 마차도)는 평을 듣고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뉴요커> <타임> <엘르> <에스콰이어> 등 20여 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독자와 평단의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영화계에서도 이 작품에 주목해 책이 출간되자마자 판권 경쟁이 치열했고, 결국 넷플릭스가 판권을 획득해 줄리아 로버츠, 에단 호크, 마허셜라 알리 주연, 샘 에스마일 감독의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가 설립한 하이어그라운드 프로덕션의 첫번째 극영화로 두 사람은 이그지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고립의 공포와 깊고 어두운 불안
그리고 저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더 커다란 어둠
어맨다와 클레이 부부는 아들 아치와 딸 로즈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러 뉴욕의 집을 떠나 롱아일랜드 외딴 지역으로 향한다. 이 휴가를 위해 에어비앤비에서 호화로운 저택을 빌렸고, ‘궁극의 탈출’을 약속했던 집은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부터 커다란 수영장과 야외 온탕까지 현실에서 벗어났다는 환상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한적한 휴가지에서 보내는 느긋한 일상도 잠시뿐, 늦은 밤 갑작스레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이들의 고요한 평화는 산산조각난다.
겁에 질린 어맨다와 클레이가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흑인 노부부 G. H.와 루스. 이 저택의 주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두 사람은 뉴욕 시내 전체에 정전이 발생해 대혼란이 일어났고, 그래서 시내의 14층에 위치한 자신들의 아파트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이 집으로 피신해 왔다고 주장한다. 노부부는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내밀며 아래층 손님방에서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얼떨결에 이들을 집안에 들이게 되지만, 어맨다는 이들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의심을 품는다. 흑인이 이런 집을 소유할 만큼 소득이 높다니 말이 되나? 이들은 안전한 사람들인가? 우리 가족을 해치지 않을까?
텔레비전은 비상 방송이라는 안내가 나온 뒤 텅 빈 파란색 화면만 내보내고, 인터넷은 연결되지 않고, 전화도 당연히 터지지 않고, GPS는 이 지역에 들어온 뒤부터 계속 먹통이다.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보지만 차도 사람도 없이 황량한 도로에서 길을 잃고 만다. 대체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인지―단순 정전인지, 허리케인인지, 테러가 발생한 건지, 아니면 전쟁이 난 건지―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두 가족은 고립과 불확실성과 공포 속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 유리에 금이 갈 만큼 크고 갑작스러운 소음이 세계를 뚫고 지나가고, 집 바깥의 숲에는 수백 마리가 넘는 사슴이 떼를 지어 움직이고 수영장에는 분홍색 플라밍고가 우아하게 수면을 스치고 날아오른다.
지금의 현실에 걸맞은 사회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
『세상을 뒤로하고』에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뉴욕 시내가 정전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지는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고,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목격하게 된 원인 불명의 미스터리한 일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을 자극한다. 불확실성과 격리가 동반된 팬데믹을 겪은 독자는 정체불명의 재난 상황에 놓인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작가는 이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극한까지 몰고 가 지극히 현실적인 세상의 종말을 완벽하게 펼쳐 보인다.
소설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설정해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그 공간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분석한다. 재난 상황을 영웅적으로 돌파해나가는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결점과 한계를 치밀하게 파고들어 오히려 실패작에 가까운 인간상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종과 계급의 문제, 사회적 차별이라는 현실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오르고, 결국 종말의 시작을 앞두었을 때 세상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으리라는 불편한 진실이 눈앞에 드러난다. 절대적으로 훌륭한 속도감과 완벽하게 통제된 분위기에 동시대적 현실감까지 겸비한, 이 시대에 꼭 들어맞는 사회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나폴레옹 1
도서정보 : 막스 갈로 | 2023-11-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시대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프로메테우스적인 영웅을 만나다
막스 갈로의 소설
구매가격 : 10,500 원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문학동네시인선 200)
도서정보 : 강정, 강지혜, 고선경, 고영민, 권누리, 김근, 김선오, 김연덕, 김이듬, 류휘석, 박연준, 박철, 박형준, 변윤제, 성동혁, 손미, 신미나, 신이인, 안도현, 안태운, 안희연, | 2023-11-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문학동네시인선이 세상에 더한 200개의 컬러
우리가 함께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시인과 독자 모두를 편들기. (…) 시가 가진 섬세한 인지적 역량을 신뢰하고, 그를 통해 시인과 독자 모두의 삶이 깊이를 얻게 되길 꿈꾸기.”
_신형철, 「펴내며」에서
문학동네시인선이 200번째 시집을 맞아 기념 티저 시집을 펴낸다. 2011년 1월,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의 시를 선보이며 시작한 문학동네시인선은 ‘보다 젊은 감각과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작한 만큼,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젊은 시에 주목해왔다. ‘젊은’ 시란 생물학적 나이와 무관한 새로운 감각에 대한 지향인 동시에 재능 있는 신인에 주목해 ‘첫 시집’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1번부터 199번까지 문학동네시인선을 통해 첫 시집을 낸 시인은 박준, 이은규, 신철규, 이원하, 이현호, 최현우, 김희준, 고명재 등 45명으로 전체 시집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박준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출간 10년째인 올해 초 60쇄, 20만 부 제작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첫 시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열기와 자유로움에 독자가 보내온 호응은 꾸준하고 뜨거웠다. 요컨대 199권의 시집은 젊은 시인과 젊은 시인선이 서로의 가능성과 패기를 믿고 함께 만들어온 ‘시의 집’이었으며, 그곳을 찾은 독자 수가 늘어가면서 지붕은 탄탄해지고 마당도 넓어져 절판 시집 없이 더 많은 기회를 품은 집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번째 시집을 기념하는 데 수류산방의 대담한 디자인과 긴장감을 잃지 않은 편집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시인의 이름과 시집 제목, 그것을 표현하는 컬러만으로 구성된 문학동네시인선의 표지는 출판시장에 새로운 파격이었다. 시인의 고유한 시세계와 그것을 직관적으로 드러낸 컬러는 문학동네시인선의 심미적 요소로 대표되었고, 세상에 200개의 컬러를 더한 셈이 되었다.
‘시란 무엇인가’ ‘당신이 최근에 쓴 시는 무엇인가’ 50명의 시인이 답하다
문학동네시인선 200 기념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문학동네시인선은 지난 2017년 12월 100번째 시집을 기념해 펴낸 ‘티저 시집’(『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의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기존 시집의 대표작을 엮어 펴내는 것이 시인선 기념호의 통상적인 형식이었다면, ‘티저 시집’은 이름 그대로 앞으로 펴낼 시인들의 신작시를 엮은 ‘미리 보는 미래 시집’으로, 문학동네시인선이 그려나갈 ‘이다음 세계’를 담고 있다. 200번째 시집 역시 티저 형식을 유지하였다. 2023년에 등단한 신인부터 이제 막 첫 시집을 펴낸 시인은 물론, 시력 40년이 넘은 중진 시인까지, 앞으로 문학동네시인선에서 펴낼 시인 50명의 신작시가 이 한 권에 담겼다.
강정, 강지혜, 고선경, 고영민, 권누리, 김근, 김선오, 김연덕, 김이듬, 류휘석, 박연준, 박철, 박형준, 변윤제, 성동혁, 손미, 신미나, 신이인, 안도현, 안태운, 안희연, 오은경, 유진목, 유형진, 이기리, 이선욱, 이설야, 이승희, 이영광, 이영은, 이영주, 이예진, 이은규, 이진우, 이혜미, 이훤, 임솔아, 임승유, 임유영, 장승리, 전동균, 전욱진, 정다연, 정한아, 조온윤, 조해주, 조혜은, 최지은, 한여진, 한정원. “이미 시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매번 시인이 되기 위해서”(신형철) 시를 쓰는 이 이름들과 함께 문학동네시인선은 ‘세상의 끝’과 그 이후를 상상해보고자 한다.
웬일로 노래를 흥얼거리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너는
세상의 끝에 다녀왔어요, 답한다
너의 호주머니 속에서 심해어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_안희연, 「구스베리 구스베리 익어가네」에서
켜지 않은 양초가 가득한 한밤에 앉아 있지. 좋은 것을 좋아해. 문명이 우리를 빛으로 심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플랜트. 죽어도 괜찮아. 자꾸만 죽어봐야 해. 그래야 화분은 거대해져. 천국과 지옥을 나누는 것은 그저 인간의 일.
_이영주, 「극지」에서
최선을 다해 느리게 멀어진다면 헤어지는 게 아니야. 머무름만으로 노래가 될 수는 없잖아. 음악은 무한한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의 형식이니까. 노래와 미래가 교차하는 자리에 눈송이 하나를 묻어두었어. 그 위에 작은 목소리로 안녕, 처음 만난 날처럼 다시 인사를
_이혜미, 「얼음잠─ASLSP」에서
네 관심이 끝나고 언젠가 내 관심도 끝이 날 때에 그때에 우리에게도 남을까.
마지막까지 남아서 무언가를 지키는 마음.
_임솔아, 「파쇄석」에서
나도 너처럼 습관적으로 한숨 쉬지만
네가 얼굴 뾰루지랑 새치를 걱정하면서도
솟아오르는 웃음을 터트리면 좋겠어
어쩌면 삶에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사는 걸 꽤 좋아하면 좋겠어
_김이듬, 「후배에게」에서
이번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에는 신작시 외에 ‘시란 무엇인가’라는 공통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함께 담겨 있다. 근본적이면서도 광범한 이 질문을, 어느덧 12년의 시간을 담아낸 시인선을 돌아보며 한 번쯤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답변의 조건은 ‘한 문장’일 것. 그렇게 모인 시인 50명의 한 문장들은, 길건 짧건 시를 향한 가장 간결하고 간절한 고백으로 읽힌다.
시란 무엇인가. “시란 머물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집을 짓는 것”(김연덕)이자 “작아지지 않는 슬픔, 그게 좋아서 첨벙첨벙 덤비는 일”(박연준)이다. “세상에 아직 발설되지 않은 비밀이 실재한다는 증거”(권누리)이자 “죽은 이의 심장으로 다시 사는 것”(신미나)이며, “절망과 슬픔을 정직하게 통과하라고 말해주는 것”(이승희)이기도 하다. “언제 단종될지 모르는 맥도날드 애플파이를 먹으며 다음 파이에 넣어 구워버릴 재료를 찾는 일”(한여진)이거나 “세상을 아주 느리게 다시 쓰는 것”(정다연)은 아닐까? 어쩌면 “익사자의 코에서 나오는 기포”(장승리)나 “세상의 모든 방들과 이어져 있는 거실”(조해주) 같은 것일지 모른다.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데려가는 신발”(안희연)을 신고 “쓰는 자와 읽는 자를 생각의 외계로 데려”가는 “언어로 이루어진 탈것”(이혜미)에 몸을 실어본다면, 그때 우리가 마주하게 될 풍경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하다.
시인과 독자 각자의 고충은 상호 적대적이지 않다.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면 그러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것이 시인선의 역할이다. 시인과 독자 모두를 편들기. 그것은 ‘읽히는 시, 그러나 혹은 그래서, 시인과 독자 모두 스스로 당당해지는 시’의 판을 벌이는 것이다. 시가 가진 섬세한 인지적 역량을 신뢰하고, 그를 통해 시인과 독자 모두의 삶이 깊이를 얻게 되길 꿈꾸기. 매리언 무어가 ‘시’라는 제목의 시를 “나 역시, 시가 싫다”로 시작했으면서도 결국은 시가 “진실한 것을 위한 하나의 장소”임을 긍정하며 끝냈듯이 말이다. 문학동네시인선은 지난 12년 동안 199권을 채웠다. 199건의 고충을 해결하려 노력해왔다는 뜻이다. 시인선의 고충? 그런 건 없다. 시인도 독자도 더는 고충을 견디려 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에 대한 염려만이 유일한 고충이다.
_문학동네시인선 기획위원 신형철,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펴내며’에서
구매가격 : 8,400 원
투명한 것과 없는 것(문학동네시인선 204)
도서정보 : 김이듬 | 2023-1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에 관해 생각한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이 도시를 사랑하고 싶기에,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기에
또다시 날개를 펼쳐 마음을 부딪는 영원의 고백
김이듬의 여덟번째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문학동네시인선 204번으로 출간한다. 2001년 데뷔 이후 에로티시즘이 돋보이는 도발적인 시편들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인은 기성의 부조리에 일침을 가하는 날카롭고도 명랑한 활기와 변방으로 떠밀려온 존재들을 감싸는 지극한 사랑으로 독창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왔다. 김이듬은 김춘수시문학상을 비롯 다수의 국내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0년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한 세상을 시로써 자꾸만 들여다본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없다는 체념의 감정이, 이곳에서는 나의 실존을 확인할 수 없다는 미지의 두려움이 화자를 압도해온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화자는 기존의 이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를 다면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보이지 않는다 해서 없는 것은 아닐 터, 그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더라도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며 세계와 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 이 끈질긴 재탐구는 비록 모순된 세상일지라도 사랑하려는 마음과, 상처 입은 존재들을 끝끝내 살아가게 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구매가격 : 8,400 원
번화 1
도서정보 : 진위청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람의 마음도 살로 되어 있잖아요.
상하이에는 놀랍고 위험한 이야기들이 필요해요.
갖가지 기적이 다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왕가위 감독 영화・드라마화 예정
〈화양연화〉 〈2046〉을 잇는 3부작의 결정판!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 청춘의 삶에 스며든 상하이의 수많은 사람들과 골목, 음식, 무수한 민담과 풍경의 편린들…… 시대와 공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히 묘사하며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번화』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온 젊은이들의 삶과 도시의 풍경을 진솔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 진위청의 대표작이다. 마오둔문학상, 시내암상, 루쉰문화상 연도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왕가위 감독이 영화 및 드라마 판권을 확보해 전작 <화양연화> <2046>을 잇는 작품으로 영상화할 예정이다.
『번화』의 세 주인공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는 모두 상하이 출신이다. 특히 후성의 이름은 의미심장한데, ‘후성’은 상하이를 뜻하는 한자어인 ‘후沪’와 ‘생生’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사람. 소설이 상하이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전면에 드러낸 것이다. (후성의 형 이름은 ‘후민沪民’이다.) 이들 셋 모두 상하이 출신이긴 하지만 배경은 제각각이다. 후성은 부모님이 모두 공군 간부이며, 영국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바오는 할아버지가 지주계급 출신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다. 샤오마오는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상하이의 전통 골목인 농탕의 주택에 살고 있다. 세 인물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상하이의 공간 지형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상하이는 1949년 이전, 조계지가 분할된 상황에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때문에 상하이를 통틀어 전반적으로 통일된 계획이 부족하고 각 지역의 경제 조건이 서로 크게 달랐다. 조계지 내에는 외국인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들이 많았고, 상업이 번영하였으며 고급 빌라가 위치했다. 반면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은 인구가 밀집되었고 오래된 주택이 많았다. 거리는 좁았으며 각 주택이 촘촘히 붙어 있는 구조였다.
『번화』는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가 살아가는 공간과 마주하는 사건들, 인물들 등 삶의 면면을 날줄로 서술한다. 영화관에 갔던 일, 우표 수집, 권법 수련, 일하는 공장에서 목도한 밀회 현장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이 묘사되는 가운데 수많은 거리와 골목, 건물, 음식, 과거로부터 소환된 무수한 민담과 기억의 편린 등이 등장한다. 한편 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여인들의 이야기는 씨줄이 된다. 결혼했지만 아내가 출국한 뒤 소식이 없는 후성은 메이루이와 인연을 이어가며, 아바오는 어린 시절 이웃집에 살았던 베이디에 관한 추억들을 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즈전위안을 운영하는 리리와 가까이 지낸다. 샤오마오는 농탕의 주택 아래층에 살고 있는 유부녀 인펑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어 춘샹을 만난다. 어쩌면 이들의 삶을 이끄는 동력은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역사 담론 따위가 아닌 순수한 욕망이다.
각 주인공들의 기억과 생활이 모자이크처럼 편편이 흩어져 서술되는 듯 보여도 이들의 삶에는 상하이의 역사가 큰 줄기로 흐른다. 태평천국의 난에서부터 시작되는 봉건왕조시대의 종언과 외세의 침략, 조계지, 문화대혁명과 그 상흔, 개혁개방 등 방향이 완전히 다른 역사와 시대의 동력들이 이 한 편의 소설 안에서 착종한다. 특히 문화대혁명은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다. 지주나 자본가 가정 출신의 자제들은 봉건 부패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져, 아바오 식구들은 하루아침에 공동 주택지인 양만호로 이사를 가게 되고, 노동자 가정 출신인 샤오마오는 좋은 사람으로 치켜세워진다.
평균 다섯 가구가 부엌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변기통이 설치된 화장실은 두 칸뿐이었다. (중략) 아바오 가족의 새 주소는 아래층 4호실이었다. 15평방미터의 비좁은 단칸방으로 1, 2, 3, 5호실과 복도를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창밖에는 들풀이 가득 자라나 있고 실내에는 도처에 먼지와 거미줄이었다. 가족들이 짐을 담은 바구니를 들여놓는 동안 아바오 아빠는 벽돌을 하나 주워 대문 옆에 못을 박고는 딱딱한 종이에 쓴 인죄서認罪書를 내걸었다. 인죄서에는 모자를 벗고 찍은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_1권 본문 중에서
『번화』에선 문화대혁명이 각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기존의 삶을 운영하던 논리를 뿌리째 뒤흔드는지, 상하이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상하이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가는지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자유로운 형식과 서술 기법을 통해 복원한 ‘상하이’
형식 면에서 보면 소설은 두 가지 선이 병행되는 구조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소설은 총 31장으로 이루어지는데, 홀수 장은 과거에 해당하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짝수 장은 소설의 현재 시점 1990년대를 서술한다. 이중 28장부터 31장까지는 1990년대를 쭉 이어 그려낸다. 이 같은 구조가 ‘과거 상하이’와‘현재 상하이’라는 두 시대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한편 서술 면에서는 말글이 이어지는 구조를 띤다. 대화를 나타내는 문장부호가 따로 없이 인물의 말이 열거된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옛 중국문학의 서술 기법을 따른 것이다.
화본話本 형식이라는 옛날의 발자취를 현재의 바퀴에 집어넣었는데도 여전히 잘 돌아갔다. 참신하고 이채로웠다.
‘심리적 차원의 미묘함’을 포기하고 구어적인 진술과 평담한 의미를 살려 주인공들의 말과 행위를 있는 그대로 적고자 했다. 한 가지 일이 또다른 일을 물고 온다. 장산張三의 이야기가 끝나면 리쓰李四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각기 다른 어감과 행위, 복장이 각기 다른 환경을 구분하면서 각기 다른 삶을 전개한다. 문장부호들은 아주 간단하다. ‘작가의 말’에서
화본이란 송ㆍ원나라 때 유행한 구어체 소설을 칭하는 것으로, 통속적인 언어로 당시의 생활상이나 역사적인 고사를 표현해내는 형식을 띤다. 작가는 주인공의 말과 행위를 그대로 묘사하는 서사 기법을 통해 ‘상하이’ 그 자체를 그린다. 작가가 소설의 서두에서“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예고한 바다. 상하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식ㆍ서술 기법을 사용해 과거와 현재가 갈마들게 하고, 인물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이 2015년 제9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번화』의 주인공은 시대의 흐름 속 변화하고 성장하는 도시 상하이 그 자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상통하는 맥락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번화 2
도서정보 : 진위청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람의 마음도 살로 되어 있잖아요.
상하이에는 놀랍고 위험한 이야기들이 필요해요.
갖가지 기적이 다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왕가위 감독 영화・드라마화 예정
〈화양연화〉 〈2046〉을 잇는 3부작의 결정판!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 청춘의 삶에 스며든 상하이의 수많은 사람들과 골목, 음식, 무수한 민담과 풍경의 편린들…… 시대와 공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히 묘사하며 과거와 현재를 촘촘히 직조해낸 상하이 데카메론. 『번화』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온 젊은이들의 삶과 도시의 풍경을 진솔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 진위청의 대표작이다. 마오둔문학상, 시내암상, 루쉰문화상 연도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왕가위 감독이 영화 및 드라마 판권을 확보해 전작 <화양연화> <2046>을 잇는 작품으로 영상화할 예정이다.
『번화』의 세 주인공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는 모두 상하이 출신이다. 특히 후성의 이름은 의미심장한데, ‘후성’은 상하이를 뜻하는 한자어인 ‘후沪’와 ‘생生’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사람. 소설이 상하이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전면에 드러낸 것이다. (후성의 형 이름은 ‘후민沪民’이다.) 이들 셋 모두 상하이 출신이긴 하지만 배경은 제각각이다. 후성은 부모님이 모두 공군 간부이며, 영국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바오는 할아버지가 지주계급 출신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다. 샤오마오는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상하이의 전통 골목인 농탕의 주택에 살고 있다. 세 인물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상하이의 공간 지형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상하이는 1949년 이전, 조계지가 분할된 상황에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때문에 상하이를 통틀어 전반적으로 통일된 계획이 부족하고 각 지역의 경제 조건이 서로 크게 달랐다. 조계지 내에는 외국인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들이 많았고, 상업이 번영하였으며 고급 빌라가 위치했다. 반면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구역은 인구가 밀집되었고 오래된 주택이 많았다. 거리는 좁았으며 각 주택이 촘촘히 붙어 있는 구조였다.
『번화』는 후성, 아바오, 샤오마오가 살아가는 공간과 마주하는 사건들, 인물들 등 삶의 면면을 날줄로 서술한다. 영화관에 갔던 일, 우표 수집, 권법 수련, 일하는 공장에서 목도한 밀회 현장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이 묘사되는 가운데 수많은 거리와 골목, 건물, 음식, 과거로부터 소환된 무수한 민담과 기억의 편린 등이 등장한다. 한편 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여인들의 이야기는 씨줄이 된다. 결혼했지만 아내가 출국한 뒤 소식이 없는 후성은 메이루이와 인연을 이어가며, 아바오는 어린 시절 이웃집에 살았던 베이디에 관한 추억들을 안고 어른이 된 후에는 즈전위안을 운영하는 리리와 가까이 지낸다. 샤오마오는 농탕의 주택 아래층에 살고 있는 유부녀 인펑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어 춘샹을 만난다. 어쩌면 이들의 삶을 이끄는 동력은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역사 담론 따위가 아닌 순수한 욕망이다.
각 주인공들의 기억과 생활이 모자이크처럼 편편이 흩어져 서술되는 듯 보여도 이들의 삶에는 상하이의 역사가 큰 줄기로 흐른다. 태평천국의 난에서부터 시작되는 봉건왕조시대의 종언과 외세의 침략, 조계지, 문화대혁명과 그 상흔, 개혁개방 등 방향이 완전히 다른 역사와 시대의 동력들이 이 한 편의 소설 안에서 착종한다. 특히 문화대혁명은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다. 지주나 자본가 가정 출신의 자제들은 봉건 부패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져, 아바오 식구들은 하루아침에 공동 주택지인 양만호로 이사를 가게 되고, 노동자 가정 출신인 샤오마오는 좋은 사람으로 치켜세워진다.
평균 다섯 가구가 부엌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변기통이 설치된 화장실은 두 칸뿐이었다. (중략) 아바오 가족의 새 주소는 아래층 4호실이었다. 15평방미터의 비좁은 단칸방으로 1, 2, 3, 5호실과 복도를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창밖에는 들풀이 가득 자라나 있고 실내에는 도처에 먼지와 거미줄이었다. 가족들이 짐을 담은 바구니를 들여놓는 동안 아바오 아빠는 벽돌을 하나 주워 대문 옆에 못을 박고는 딱딱한 종이에 쓴 인죄서認罪書를 내걸었다. 인죄서에는 모자를 벗고 찍은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_1권 본문 중에서
『번화』에선 문화대혁명이 각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기존의 삶을 운영하던 논리를 뿌리째 뒤흔드는지, 상하이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상하이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가는지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자유로운 형식과 서술 기법을 통해 복원한 ‘상하이’
형식 면에서 보면 소설은 두 가지 선이 병행되는 구조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소설은 총 31장으로 이루어지는데, 홀수 장은 과거에 해당하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짝수 장은 소설의 현재 시점 1990년대를 서술한다. 이중 28장부터 31장까지는 1990년대를 쭉 이어 그려낸다. 이 같은 구조가 ‘과거 상하이’와‘현재 상하이’라는 두 시대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한편 서술 면에서는 말글이 이어지는 구조를 띤다. 대화를 나타내는 문장부호가 따로 없이 인물의 말이 열거된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옛 중국문학의 서술 기법을 따른 것이다.
화본話本 형식이라는 옛날의 발자취를 현재의 바퀴에 집어넣었는데도 여전히 잘 돌아갔다. 참신하고 이채로웠다.
‘심리적 차원의 미묘함’을 포기하고 구어적인 진술과 평담한 의미를 살려 주인공들의 말과 행위를 있는 그대로 적고자 했다. 한 가지 일이 또다른 일을 물고 온다. 장산張三의 이야기가 끝나면 리쓰李四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각기 다른 어감과 행위, 복장이 각기 다른 환경을 구분하면서 각기 다른 삶을 전개한다. 문장부호들은 아주 간단하다. ‘작가의 말’에서
화본이란 송ㆍ원나라 때 유행한 구어체 소설을 칭하는 것으로, 통속적인 언어로 당시의 생활상이나 역사적인 고사를 표현해내는 형식을 띤다. 작가는 주인공의 말과 행위를 그대로 묘사하는 서사 기법을 통해 ‘상하이’ 그 자체를 그린다. 작가가 소설의 서두에서“하느님이 침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예고한 바다. 상하이라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식ㆍ서술 기법을 사용해 과거와 현재가 갈마들게 하고, 인물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이 2015년 제9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번화』의 주인공은 시대의 흐름 속 변화하고 성장하는 도시 상하이 그 자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상통하는 맥락이다.
구매가격 : 12,600 원
염소의 축제 1(세계문학전집 051)
도서정보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2023-11-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역작!
『백년의 고독』을 뛰어넘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위대한 상징이 된 작품. _타임스
『염소의 축제』는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200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의 역사적, 정치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구성한 이 작품에서 바르가스 요사는 광범위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입각한 기술을 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빌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을 새롭게 조명했다. 많은 언론과 비평가들이 바르가스 요사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염소의 축제』와 연결시켜 언급할 만큼, 『염소의 축제』는 바르가스 요사의 특징적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창조적 가치를 구현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권력 구조의 지도를 그려내고 개인의 저항, 반역, 좌절을 통렬한 이미지로 포착해냈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작품
1980년대 초부터 거의 30년 동안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드디어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바르가스 요사는 1963년 페루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은 이래, 『녹색의 집』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등 정치, 사회적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고, ‘문학적 유머’의 가능성을 탐구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와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새엄마 찬양』 등을 발표하며 폭넓은 주제와 다양하고 실험적인 글쓰기 방식, 높은 예술성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사실성을 바탕으로 권력과 사회를 비판하고, 유머와 에로티시즘까지 아우르는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 세계는 흔히 ‘마술적 사실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초기의 사회 고발적 작품 경향에서 다양한 주제로 눈을 돌렸던 바르가스 요사는 2000년 『염소의 축제』를 발표하며 다시 진지한 주제로 돌아온다. 페루의 독재자 마누엘 오드리아 시절의 사회적, 성적, 정치적 타락을 다룬 1969년 작품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에 이은 두번째 독재자 소설인 『염소의 축제』에서 작가는 독재 권력의 폭력성이 희생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독재자 소설은 빈곤과 독재정치로 얼룩진 라틴아메리카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 장르이다.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후안 마누엘 로사스의 이야기를 다룬 호세 마르몰의 『아말리아』(1844)를 시작으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194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겨울』 등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수많은 독재자 소설이 출간되어왔다. 『염소의 축제』는 이러한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역사소설이 흔히 따르는 리얼리즘에 충실하기보다는 내러티브의 혁신을 통해 더욱 풍부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플래시백, 대화, 여러 화자의 등장, 목소리의 중첩 등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였던 라파엘 트루히요라는 인물을 조명하며, 독재자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재구성한다. 특히 여러 명의 입을 통해 독재자와 관련된 경험을 증언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구체적인 사실(史實)을 다룬 소설 작품이 늘 그렇듯, 『염소의 축제』 역시 출간 당시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근거 없는 거짓말로 자신들을 모략하고 있다고 주장한 트루히요주의자들에 대해 바르가스 요사는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평론가들은 이 소설의 정교함과 세세한 장치, 불쾌함을 제거하는 훌륭한 언어 구사 등에 감탄했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르가스 요사만의 재능’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거장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
1961년 5월 30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1930년부터 이어진 트루히요의 기나긴 독재가 끝나는 순간이다. 『염소의 축제』는 바로 이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다.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래 ‘후진국을 혼란과 무지와 야만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을 32년간 통치했고,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 ’ ‘수령님’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무소불위의 지도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며 수많은 탄압을 자행했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신까지 완벽하게 지배하고자 했던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1960년은 트루히요 집권기 동안 미국의 지배질서와 반공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최우방임을 자처해온 도미니카 공화국이 미국으로부터 ‘폭력 체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고, 또한 미주기구(OAS)의 제재 조치로 경제적 압박을 받던 시기였다. 설상가상으로 트루히요 체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온 가톨릭교회가 이른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권을 위협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혼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독재자 트루히요의 마지막 나날을 기술하면서, 통치자로서 그가 벌인 많은 사건을 일별하며 ‘조국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는 독재자의 고뇌를 짜임새 있게 연결시킨다.
작품 안에서 고속도로에서 독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7명의 암살자들 역시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들은 각각 사연은 다르지만 트루히요 정권에 의해 삶 전체가 파멸당한 사람들로, 이들이 독재의 참혹한 폭력을 겪은 후 보냈던 고통의 나날과 암살자가 되기까지의 번민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제목 ‘염소의 축제’의 이중적 의미
제목에 등장하는 ‘염소(el Chivo)’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트루히요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던 별명이다. 염소는 번식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악마주의의 육욕적 관점을 내포한다. 트루히요는 과도한 성욕과 남성적 능력을 자랑하는 인물로, 자신의 정력과 국가의 건강을 동일시한다. 그는 각료의 아내와 딸을 비롯하여 많은 여자들을 성적으로 정복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공고함을 확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방탕한 희생제의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일단의 암살자들에게 독재자 ‘염소’의 죽음은 곧 축제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독재자가 벌이는 ‘염소의 축제’는 실패로 끝나고, 독재자의 피를 요구하는 ‘염소의 축제’만이 성공을 거둔다.
독재자의 마지막 삶을 재구성하는 세 가지 이야기
소설은 세 개의 이야기가 서로 중첩되며 전개된다. 관점과 시간, 공간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 트루히요의 독재 시절을 재구성하고 있다.
첫번째는 우라니아 카브랄의 이야기다. 열네 살의 소녀였던 우라니아는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아버지 아구스틴 카브랄은 30년간 트루히요 체제에 봉사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총애를 잃어버린 각료였다. 우라니아는 뇌출혈로 쓰러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해후하지만, 그녀의 깊은 상처와 아버지를 향한 35년간의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라니아의 갑작스러운 도피와 그 후 집안의 몰락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고모와 사촌들은 그녀를 추궁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마침내 우라니아는 입을 열고, 35년간 간직해온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두번째는 트루히요의 이야기다. 독재자는 꿰뚫어보는 시선과 카리스마로 상대를 제압하고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며 그의 앞에 선 사람들을 마비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정력을 과시하고, 빳빳이 다린 제복을 흐트러짐 하나 없이 갖춰 입는 그는 뛰어난 연극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국민들의 위대한 수령이자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로 군림하면서도, 소변이 새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전립선 문제로 고생하는 일흔 살의 노인네이다. 독자는 교활하고 비도덕적인 폭군을 따라 그의 욕망과 분노,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의 마지막 날을 혐오감과 공포심을 안고 지켜보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1961년 5월 30일, 독재자가 살해되던 그날 밤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7명의 암살자들이 트루히요의 차를 기다리며 고속도로에 대기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음모에 가담했지만, 추구하는 바는 단 하나이다. 자유의지를 빼앗고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짓밟으며, 개인의 삶을 철저히 파괴한 독재자를 응징하는 것.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도처에서 들려오는 실종과 살인 소식에 분노하는 그들은 모든 개인의 비극과 수치심과 패배의식의 근원은 바로 트루히요라고 결론 내린다. 암살자들의 회상을 통해 고문과 실종, 납치와 살해 등 폭력으로 얼룩진 도미니카의 독재 시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
이 책은 독재를 비판하는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의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를 고발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 바로 우라니아이다. 우라니아는 추잡한 정치적 거래의 희생자이자,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의 제물이었다. 남성 권력이 극대화된 가부장제에 굳건하게 바탕을 둔 독재 정권은 여성을 남성의(큰 틀에서는 국가의) 소유로 여기고, 그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며 권력을 영속시켜나간다. 우라니아는 트루히요 집권기에 성적 결정권을 빼앗기고 침묵을 지켜야만 했던 탄압받은 모든 여자들을 상징함과 동시에 독재자에게 치욕당하고 타락해야만 했던 도미니카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에서 독재자는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축제의 희생제물이었던 우라니아는 35년간 혼자 억누르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고 난 후 오히려 허탈감을 느낀다. 이는 전통적인 남녀의 성역할이 전도되었음을 의미하며,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지배해온 남성 중심주의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여성 인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매가격 : 8,400 원
염소의 축제 2(세계문학전집 052)
도서정보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2023-11-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역작!
『백년의 고독』을 뛰어넘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위대한 상징이 된 작품. _타임스
『염소의 축제』는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200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의 역사적, 정치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구성한 이 작품에서 바르가스 요사는 광범위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입각한 기술을 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빌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을 새롭게 조명했다. 많은 언론과 비평가들이 바르가스 요사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염소의 축제』와 연결시켜 언급할 만큼, 『염소의 축제』는 바르가스 요사의 특징적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창조적 가치를 구현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권력 구조의 지도를 그려내고 개인의 저항, 반역, 좌절을 통렬한 이미지로 포착해냈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작품
1980년대 초부터 거의 30년 동안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드디어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바르가스 요사는 1963년 페루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은 이래, 『녹색의 집』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등 정치, 사회적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고, ‘문학적 유머’의 가능성을 탐구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와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새엄마 찬양』 등을 발표하며 폭넓은 주제와 다양하고 실험적인 글쓰기 방식, 높은 예술성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사실성을 바탕으로 권력과 사회를 비판하고, 유머와 에로티시즘까지 아우르는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 세계는 흔히 ‘마술적 사실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초기의 사회 고발적 작품 경향에서 다양한 주제로 눈을 돌렸던 바르가스 요사는 2000년 『염소의 축제』를 발표하며 다시 진지한 주제로 돌아온다. 페루의 독재자 마누엘 오드리아 시절의 사회적, 성적, 정치적 타락을 다룬 1969년 작품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에 이은 두번째 독재자 소설인 『염소의 축제』에서 작가는 독재 권력의 폭력성이 희생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독재자 소설은 빈곤과 독재정치로 얼룩진 라틴아메리카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 장르이다.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후안 마누엘 로사스의 이야기를 다룬 호세 마르몰의 『아말리아』(1844)를 시작으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194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겨울』 등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수많은 독재자 소설이 출간되어왔다. 『염소의 축제』는 이러한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역사소설이 흔히 따르는 리얼리즘에 충실하기보다는 내러티브의 혁신을 통해 더욱 풍부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플래시백, 대화, 여러 화자의 등장, 목소리의 중첩 등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였던 라파엘 트루히요라는 인물을 조명하며, 독재자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재구성한다. 특히 여러 명의 입을 통해 독재자와 관련된 경험을 증언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구체적인 사실(史實)을 다룬 소설 작품이 늘 그렇듯, 『염소의 축제』 역시 출간 당시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근거 없는 거짓말로 자신들을 모략하고 있다고 주장한 트루히요주의자들에 대해 바르가스 요사는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평론가들은 이 소설의 정교함과 세세한 장치, 불쾌함을 제거하는 훌륭한 언어 구사 등에 감탄했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르가스 요사만의 재능’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거장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
1961년 5월 30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1930년부터 이어진 트루히요의 기나긴 독재가 끝나는 순간이다. 『염소의 축제』는 바로 이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다.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래 ‘후진국을 혼란과 무지와 야만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을 32년간 통치했고,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 ’ ‘수령님’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무소불위의 지도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며 수많은 탄압을 자행했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신까지 완벽하게 지배하고자 했던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1960년은 트루히요 집권기 동안 미국의 지배질서와 반공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최우방임을 자처해온 도미니카 공화국이 미국으로부터 ‘폭력 체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고, 또한 미주기구(OAS)의 제재 조치로 경제적 압박을 받던 시기였다. 설상가상으로 트루히요 체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온 가톨릭교회가 이른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권을 위협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혼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독재자 트루히요의 마지막 나날을 기술하면서, 통치자로서 그가 벌인 많은 사건을 일별하며 ‘조국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는 독재자의 고뇌를 짜임새 있게 연결시킨다.
작품 안에서 고속도로에서 독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7명의 암살자들 역시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들은 각각 사연은 다르지만 트루히요 정권에 의해 삶 전체가 파멸당한 사람들로, 이들이 독재의 참혹한 폭력을 겪은 후 보냈던 고통의 나날과 암살자가 되기까지의 번민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제목 ‘염소의 축제’의 이중적 의미
제목에 등장하는 ‘염소(el Chivo)’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트루히요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던 별명이다. 염소는 번식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악마주의의 육욕적 관점을 내포한다. 트루히요는 과도한 성욕과 남성적 능력을 자랑하는 인물로, 자신의 정력과 국가의 건강을 동일시한다. 그는 각료의 아내와 딸을 비롯하여 많은 여자들을 성적으로 정복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공고함을 확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방탕한 희생제의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일단의 암살자들에게 독재자 ‘염소’의 죽음은 곧 축제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독재자가 벌이는 ‘염소의 축제’는 실패로 끝나고, 독재자의 피를 요구하는 ‘염소의 축제’만이 성공을 거둔다.
독재자의 마지막 삶을 재구성하는 세 가지 이야기
소설은 세 개의 이야기가 서로 중첩되며 전개된다. 관점과 시간, 공간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 트루히요의 독재 시절을 재구성하고 있다.
첫번째는 우라니아 카브랄의 이야기다. 열네 살의 소녀였던 우라니아는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아버지 아구스틴 카브랄은 30년간 트루히요 체제에 봉사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총애를 잃어버린 각료였다. 우라니아는 뇌출혈로 쓰러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해후하지만, 그녀의 깊은 상처와 아버지를 향한 35년간의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라니아의 갑작스러운 도피와 그 후 집안의 몰락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고모와 사촌들은 그녀를 추궁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마침내 우라니아는 입을 열고, 35년간 간직해온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두번째는 트루히요의 이야기다. 독재자는 꿰뚫어보는 시선과 카리스마로 상대를 제압하고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며 그의 앞에 선 사람들을 마비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정력을 과시하고, 빳빳이 다린 제복을 흐트러짐 하나 없이 갖춰 입는 그는 뛰어난 연극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국민들의 위대한 수령이자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로 군림하면서도, 소변이 새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전립선 문제로 고생하는 일흔 살의 노인네이다. 독자는 교활하고 비도덕적인 폭군을 따라 그의 욕망과 분노,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의 마지막 날을 혐오감과 공포심을 안고 지켜보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1961년 5월 30일, 독재자가 살해되던 그날 밤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7명의 암살자들이 트루히요의 차를 기다리며 고속도로에 대기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음모에 가담했지만, 추구하는 바는 단 하나이다. 자유의지를 빼앗고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짓밟으며, 개인의 삶을 철저히 파괴한 독재자를 응징하는 것.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도처에서 들려오는 실종과 살인 소식에 분노하는 그들은 모든 개인의 비극과 수치심과 패배의식의 근원은 바로 트루히요라고 결론 내린다. 암살자들의 회상을 통해 고문과 실종, 납치와 살해 등 폭력으로 얼룩진 도미니카의 독재 시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
이 책은 독재를 비판하는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의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를 고발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 바로 우라니아이다. 우라니아는 추잡한 정치적 거래의 희생자이자,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의 제물이었다. 남성 권력이 극대화된 가부장제에 굳건하게 바탕을 둔 독재 정권은 여성을 남성의(큰 틀에서는 국가의) 소유로 여기고, 그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며 권력을 영속시켜나간다. 우라니아는 트루히요 집권기에 성적 결정권을 빼앗기고 침묵을 지켜야만 했던 탄압받은 모든 여자들을 상징함과 동시에 독재자에게 치욕당하고 타락해야만 했던 도미니카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에서 독재자는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축제의 희생제물이었던 우라니아는 35년간 혼자 억누르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고 난 후 오히려 허탈감을 느낀다. 이는 전통적인 남녀의 성역할이 전도되었음을 의미하며,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지배해온 남성 중심주의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여성 인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매가격 : 9,000 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도서정보 : 은희경 | 2023-11-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랑보다 먼저 배신하고,
사람보다 먼저 떠나가라
은희경식 낭만 없는 연애소설의 시작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개정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삶의 이면을 통찰력 있게 포착해내며 오랜 시간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은희경의 두번째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낭만과 감상을 걷어내고 사랑의 본질에 대한 빛나는 통찰로 완성해낸 이 소설은 은희경식 ‘낭만 없는’ 연애소설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1998년에 출간된 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작가는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물과 관습 중에는 이미 사라진 것들도 많다. 이 소설이 처음 실렸던 신문의 연재소설 지면도 이제 없다”(345쪽)고 말한다.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이 소설이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어서 말한다. “그에 반해 어떤 변화는 너무나 느리다”(같은 쪽)고. 그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환상과 이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계속 읽혀온 게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 ‘진희’는 지고지순하고 고상한 순정으로서의 사랑을 뒤엎는 ‘순정의 역학’을 노래하며 오랜 시간 끝나지 않는 사랑의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
삶이라는 긴 노래가 끊어질 때까지
가벼운 걸음을 옮겨가며 추는 사랑의 춤
은희경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진희’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진희는 바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새의 선물』 속 진희가 성장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십대 시절과 마찬가지로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삼십대의 진희는 여전히 삶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진희는 어른스럽고 냉철한 태도로 또래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거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른스럽게 관망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진희도, 진희의 주변 인물들도 모두 어른이 되어버렸기에 진희는 더이상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극이 올 것을 미리 짐작하고 그에 대비하는 모습은 애처로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냉철하고 다소 비관적이었던 어린 진희의 곁에서 그를 보듬어주었던 할머니와 이모도 이제는 없다. 곁에 있는 것은 언제든 떠나버릴 것만 같은 애인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대학교 동료들, 그리고 어딘가 조금씩 이기적인 친구들뿐이다. 진희는 이중 어느 곳에도 마음을 깊이 두지 않는다. 그게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진희는 “삶이라는 상처를 덮어갈 소독된 거즈”(147쪽)인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애인을 동시에 사귄다.
진희는 애인이 셋은 되어야 “사랑에 대한 진지한 환상에서 벗”(7쪽)어날 수 있으며 “사랑에 대한 냉소를 유지할 수 있다”(8쪽)고 말한다. “만날 남자가 둘 더 있기 때문에”(같은 쪽) 다른 한 남자를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희는 자신의 주장대로 세 명의 남성과 만난다. 첫번째 남자는 현석이다. 현석은 진희와 같은 대학을 졸업한 동창생으로, 진희의 동생인 애리가 짝사랑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현석은 미소년의 용모를 가졌지만 자신의 아름답고 나약한 모습을 싫어해 언제나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은 소심하고 자기모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진희가 자신 말고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걸 아는 그는 관계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진희를 독점할 수 없기에 끝없이 불안함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진희의 두번째 남자는 종태이다. 종태는 진희와 연애를 하던 중 다른 여자와 결혼했지만 그후에도 진희와의 만남을 지속해나간다. 조용하고 소심한 현석과는 반대로 종태는 제멋대로 갑자기 찾아왔다가 홀연히 떠나버리는 저돌적이고 변덕스러운 남자다. 하지만 진희는 종태의 이런 가벼움 때문에 오히려 종태와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희의 마지막 남자는 전남편인 상현이다. 상현과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 끝났지만 소설의 마지막에서 진희는 약속 장소에서 상현을 기다린다. 진희가 이미 끝을 낸 상현과의 만남까지도 받아들이려는 듯한 이런 모습은 진희가 사랑에 대해 얼마나 냉소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사랑은 금방 오고, 또 금방 떠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사랑하는지가 아닌, 사랑을 계속 하는 것 그 자체이다. 춤의 상대가 중요한 것이 아닌 춤이 계속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 진희의 관심사인 것이다. 그렇기에 진희는 전남편인 상현과도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삶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춤 역시 계속되어야만 하므로.
“모든 게 다 마지막이다. 마지막 춤이 아닌 것은 없다.
그리고 또한 마지막 춤도 없다. 단지 춤뿐이다.”
애인은 셋 정도 되어야 하고,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랑에도 얽매이지 않고 또다른 사랑으로 나아간다. 진희의 이런 사랑 방식은 사랑의 낭만성과 독점성, 그 안에 깃든 사회적 규범을 모두 거침없이 부수고 있기에 오해와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진희는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지는 오해들에 “타당한 오해”(237쪽)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쁜 소문에 시달리고 익명의 비난 전화들을 받으면서도 진희가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날카롭게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가볍게 살고 싶”(267쪽)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정착을 꿈꾸지 않기 때문에 진희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다.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나 교수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큰 목표이자 도착점이라고 생각될 법한 일들 역시 진희는 가벼운 걸음으로 유유히 지나쳐버린다. “마음을 완전히 부려놓을 수 있는 장소, 거기에서 영원히 멈출 만한 시간이란 없”으며 “삶은 흘러가는 것”(295쪽)이기 때문이다. 진희에게 이 모든 사건들은 춤을 이어나가는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춤을 멈출 만큼 크게 상처받지도 않는다. 누군가 진희에게 묻는다. “괜찮아요?”(296쪽) 진희는 대답한다. “아직은요.”(같은 쪽) 그렇기에 진희는 계속 춤을 출 수 있다. 삶이라는 긴 노래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구매가격 : 11,800 원
타인에게 말 걸기
도서정보 : 은희경 | 2023-11-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7년 만에 새롭게 펼쳐보는 은희경 소설세계의 시작점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나의 질문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등단 이후 단 한순간도 과거의 이름으로 물러난 적 없이 전 세대를 아우르며 우리의 오늘을 그려온 소설가 은희경의 첫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를 27년 만에 새롭게 펴낸다. 지난해 100쇄를 돌파한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을 비롯해 은희경의 초기작이 오랜 시간 끊임없이 읽힐 수 있는 것은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작품이 품고 있는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이 소설들을 거쳐서 나의 다음 소설이 쓰”였으며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우리가 타인이라는 존재에게 말을 거는 데 서툴거나 폭력적이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개정판 작가의 말’에서)고 말했듯 등단작 「이중주」를 포함해 총 9편의 중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가히 은희경 소설세계의 시작점이라 할 만하다.
이번 개정판을 준비하며 작가는 그간 바뀐 시대상과 사회의식을 예민하게 반영해 작품을 전체적으로 손보고, 그 아래 있는 여전히 생생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 보이는 데 집중했다. 소통이 요원해 보이는 현대사회 속 사랑과 낭만이라는 꿈에서 깨어난 여성들의 자리를 돌아보는 작품들로 이루어진 『타인에게 말 걸기』는 쓰인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도 선득하도록 유의미하게 느껴지는 질문을 던진다. 그간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지금 우리는 타인에게 무어라 말을 건네고 있는지. 가장 뜨거운 냉소와 가장 서늘한 농담으로 무장한 그 질문은 책을 읽는 우리 역시 스스로의 자리를 돌아보게끔 만들 것이다.
“남에게 말을 걸 때 우리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녀는 좀 이상하다.
남을 부를 때 모든 사람들이 하듯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번 개정판에서 또하나 주요하게 달라진 점은 작품 순서로,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지닌 「타인에게 말 걸기」와 「빈처」 등을 비롯해 지금의 독자들에게 좀더 긴요하게 느껴질 만한 작품을 앞에 배치하는 등 모든 작품을 새로운 순서로 배치했다.
표제작 「타인에게 말 걸기」는 “등을 보인 자에게 아예 말 걸기를 포기하는” 화자 ‘나’와 타인을 부를 때 다른 사람들이 하듯 이름을 부르는 대신 “제멋대로 제가 지어낸 별명이라든지 저만 아는 호칭”(9쪽)을 사용하는 ‘그녀’의 이야기이다. 두 인물의 소통 방식은 극적으로 다르지만, 그것이 그들을 고독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타인의 반응에는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그녀’와 그에 대한 대답으로 냉소와 침묵만을 내놓는 ‘나’, 그들의 단절과 소통의 불능은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소통의 불능은 이어지는 작품들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진다. 「빈처」의 화자 ‘나’는 전업주부인 아내의 일기장을 우연히 펼쳐보았다가 스스로를 직장에 다니고 있고 애인이 있는 미혼 여성으로 표현한 일기들을 발견한다. ‘나’는 자신이 아는 아내와 딴판인 일기 속 아내의 모습에 당황하지만, 이내 이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토대로 아내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그 밖에도 소설집에는 “결혼은 아무나하고 하는 거”(86쪽)라 말하던 언니의 옛 편지를 전달받고 처음으로 언니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나’의 이야기인 「연미와 유미」, 옛 사랑의 추억이 어린 절에서 머무는 동안 사랑이란 미혹에 불과하며 영원한 합일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치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인 「그녀의 세번째 남자」, 그리고 한 커플의 뻔할 만큼 보편적인 연애담을 통해 사랑이 어떻게 ‘특별하고도 위대하게’ 포장되어 사람을 현혹게 하는지를 희극적으로 묘파하는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의 마지막에는 등단작 「이중주」가 놓여 있다.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병문안을 간 ‘인혜’는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는 엄마 ‘정순’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혜는 어떤 부당함이든 인내하며 기나긴 결혼생활을 지탱해온 정순을 쉬이 이해하지 못하고, 정순 역시 결혼도 이혼도 쉽게 결정하는 듯한 딸 인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둘은 서로의 곁에 머무는 동안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나가기 시작한다. 남편/아버지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모녀의 연대를 그려내는 이 작품은 희망적인 온기를 남기며 소설집의 문을 닫는다.
은희경은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어릴 적에는 세상은 이러저러하다고 반듯한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점점 그 반듯함이 세상의 본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소설을 쓴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 소설의 위악은 삶의 그 허상을 걷기 위한 방법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뿌리깊은 가부장제가 자리하고 있던 1990년대, 그는 『타인에게 말 걸기』를 통해 현실을 과감하게 비틀고 이를 향해 경쾌한 냉소를 던짐으로써 사회의 위선과 허상을 폭로하고 나아가 여성들에게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넸다. 2023년에 이르러 새롭게 펼쳐보는 『타인에게 말 걸기』는 우리 사회가 그간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또는 얼마큼 바뀌지 않았는지 가늠해보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걸어나가야 할 길을 그려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어느덧 “은희경의 이름은 은희경”(소설가 백수린)이라는 말로 모든 설명이 가능해진 은희경의 소설세계, 그 눈부신 시작점이 우리 앞에 다시 한번 도착했다.
구매가격 : 12,500 원
실종자(세계문학전집 236)
도서정보 : 프란츠 카프카 | 2023-11-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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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거듭 밀려나 점점 사라져가는 자의 실존
카프카 문학의 정수가 담긴 첫 장편소설
“이 책의 주인공 카를 로스만은 영원히 소속감이라는 바위를 헛되이 굴리는 현대의 시시포스다.” _알베르 카뮈
『소송』 『성』과 더불어 ‘고독’ 삼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는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로, 미완성작으로 남았으나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브로트가 1927년부터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펴냈으나, 1983년 독일에서 발간된 비평판 이후 카프카가 일기에 쓴 원제대로 ‘실종자’로 바뀌었다. 잘못을 저질러 고향에서 쫓겨나 뉴욕에 오게 된 한 청년이 고도의 기술문명과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 사회에서 겪는 소외와 상실, 고독의 문제를 첨예하게 짚어낸다. 이 소설의 첫 장 「화부」는 카프카 생전 1913년 단행본으로 발표되어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폰타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카프카 문학의 정수가 담긴 첫 장편소설
『소송』 『성』과 더불어 ‘고독’ 삼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는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로, 다른 두 소설과 마찬가지로 미완성작으로 남았으나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의 친구이자 유고를 편집해 소개한 막스 브로트가 1927년부터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펴냈으나, 1983년 독일에서 카프카 육필 원고에 기초해 발간된 비평판 이후 카프카가 일기에 쓴 원제대로 ‘실종자’로 바뀌었다. 이 소설의 첫 장 「화부」는 카프카 생전 1913년 단행본으로 발표되어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1915년 폰타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1911년 말에 쓴 초고 200매가량을 폐기하고 싶다고 밝힌 후 본격적으로 이 소설 집필에 매달린 건 1912년 가을부터 1914년 가을까지다. 그사이 첫 단편 「선고」와 대표작 중 하나인 「변신」을 썼으며, 끝 무렵에는 『소송』 집필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카프카는 이 책의 1장 「화부」와 「선고」 「변신」을 함께 엮어 ‘아들들Die Söhne’이라는 제목으로 펴내자는 제안을 출판인 쿠르트 볼프에게 하기도 했다. 세 편 모두를 관통하는 카프카 문학의 핵심 테마(아버지 권력과 길항하는 아들의 서사이자 관계로부터의 고립)를 첫 장편 『실종자』에서도 읽어낼 수 있는바, 그가 몇 번이나 좌절과 중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구현해내고자 한 문학세계의 맹아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청년은 아메리카 여정 내내 “거의 모든 곳에서 그의 존재가 실패”(크라카우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맞닥뜨리는 만큼 “희망은 금지되는 게 아니라 금지되지 않기에, 희망에 가장 처절하게 고통을 가하는 작품”(모리스 블랑쇼)이라 할 수 있다.
아메리카 사회에서 표류하는 ‘현대의 시시포스’
점점 관계로부터 밀쳐져 사라져가는 자의 실존
이 소설에서 주목할 것은 카프카의 작품들 중에서도 아주 정교한 서사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제목이 붙은 6장, 제목이 없는 2장, 그리고 미완성 장들(3장)로 구성된 이 소설의 첫 장면부터 주목을 요한다. 즉 뉴욕으로 입항하는 배에서 점점 짐꾼들에 의해 ‘난간까지 밀쳐진’ 그의 시선에 처음 들어온 것은, 우뚝 솟아난 팔로 횃불이 아닌 ‘칼을 든 자유의 여신상’이다. 자유와 정의, 희망과 꿈의 신세계로 진입하고 정착하기 위한 도정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곳에서 과연 카를은 새 출발을 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카프카적인 시작’을 알리는 이 첫 장면에서 보다시피, 17세의 카를 로스만은 고향 프라하에서 하녀를 임신시킨 문제로 부모가 그를 미국으로 보내버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막 뉴욕항에 입성하면서 앞으로의 어두운 아메리카 여정을 노정한다. 거기서 그는 기계화된 문명과 테일러주의로 돌아가는 미국 사회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상류사회에서부터 자본주의 밑바닥에 있는 계급까지 두루 만나고 겪는다. 배에서 처음 만난 해고 위기라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 화부를 돕는 정의감 넘치는 청년에서, 원칙과 효율을 추구하며 미국 사회에서 정재계 고위직 인사로 성공한 외삼촌이 이끄는 기업사회의 경영후계자 자리, 삼촌의 눈 밖에 난 한 번의 실수로 얼토당토않게 내처져 어느 호텔에서 겨우 운좋게 얻어낸 엘리베이터 보이로서의 최말단직, 부랑하는 실업자이자 이민자 무리(로빈슨과 들라마르슈)와 함께 성매매로 자본을 축적한 가수 브루넬다의 하인을 거쳐, “누구든 환영한다”는 오클라하마 야외극장의 기능직 채용시험에 ‘니그로’라는 이름으로 응하여 알 수 없는 기차에 오르며 끝내 어딘가로 ‘사라져가는 자’로까지, 그의 존재는 여러 변곡점을 거칠수록 차츰 희박해진다. 선실, 별장, 호텔, 극장 채용시험장(경마장)이라는 주요한 서사 공간에서 이뤄지는, 카프카의 특징인 법정 재판을 방불케 하는 ‘심문’ 장면들은 아메리카 사회로의 진입과 정착, 관계와 소속에 대한 카를의 욕망이 철저히, 첩첩으로 적나라한 실패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서사적 긴장과 멜랑콜리를 더한다. 횡단면상으로는 유럽의 고향에서 미국 내 이방 세계로의 추방을, 종단면상으로는 다양한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만나며 번번이 희망 없는 추락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행 배, 외삼촌의 집과 사무실, 그린 씨의 별장 속 미로 같은 공간, 옥시덴털호텔의 주방과 엘리베이터, 브루넬다의 방으로 점점 옥죄듯 폐쇄되어가는 닫힌 구조에서 갑자기 마지막에는 극장의 채용시험장인 경마장에서 오클라하마행 기차로 넘어가 아득히 열린 공간 구조로 넘어간다. 마지막 장면은 곧 현대인의 불가해한 삶의 터전에 대한 확장된 우화로도 읽힌다. 브로트는 카프카가 마지막 부분을 유토피아적 여정으로 끝맺음하려 했다고 오독했으나, 1915년 9월 30일자 카프카의 일기는 정반대로 구상하고 있었음을 입증한다: “로스만과 K, 죄 없는 자와 죄 있는 자, 결국 둘 다 똑같이 처벌되어 죽임을 당한다. 죄 없는 자는 보다 손쉽게, 때려눕혀지기보다는 옆으로 밀쳐지는 식으로.”
카프카는 미국 땅에 한 번도 발을 붙인 적이 없으나 이 소설을 통해 “가장 현대적인” 아메리카를 보여주고자 했다. 당시의 여행 책자나 보고서, 사진이나 종종 접했던 영화 등 2차 문헌을 참고하며 대도시의 마천루, 파업과 교통 혼잡, 선거 캠페인 및 사무실 노동 현장, 기계화된 통신 및 운송시설 등을 당대의 유럽인의 시각에서 비교해보고 연구해나가면서 자기만의 형상화에 골몰했다. 발전과 성장에 목매던 현대의 최첨단, 아메리칸드림과 신세계에 대한 그 허상을 깨부수고 있는 『실종자』는, 그로테스크하고도 몽환적인 색채가 가미된 서술로 부조리한 현실과 권력구조의 폭력성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카프카는 이 작품으로 “영원히 소속감이라는 바위를 헛되이 굴리는 현대의 시시포스”(카뮈)를 창조해냈다.
해석의 여러 단서를 제공하는 해제와 원전에 충실한 번역
2024년 6월 3일은 카프카 타계 100주기다. 카프카는 서구 문명의 몰락이자 인간 정신의 붕괴를 목도하게 한 제일차세계대전 발발 직전에 미국 사회를 모델로 이 작품을 썼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이 뒤섞인 현대의 최첨단 도시에서 그 전모는 알 수 없이 “외부로부터 내면으로, 위로부터 아래로”(카프카) 겹겹이 위계화된 권력과 자본시장에 종속되어 기계 부품처럼 소외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개인의 실존에 대한 카프카식의 문제 제기는 오늘날에도 역시 유효하다. 이민자이자 표류자로서 한 젊은이가 어떻게 관계로부터 얼토당토않게 거듭 밀쳐져 점점 소속의 고리를 잃고 행방이 묘연한 실종자로 전락해갈 수밖에 없는지, 불가해하고도 부당한 폭력과 계속 마주하면서 어째서 말미에 희망 없는 사지로, 끝이 나지 않을 무의 세계로 사라져가고 마는지, 그 종적을 아주 정치하게 묘파해낸다.
이 책을 옮긴 이재황 번역가는 새로 정립된 비평판을 기준으로 카프카의 첫 장편소설의 원형을 비추어 짐작해볼 수 있도록 충실히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옮긴이 해설에 남겨놓았다. 이를테면 브로트 판과 달리 카프카가 오클라호마를 ‘오클라하마’로 일부러 표기한 것에서도, 주인공 카를 로스만의 이름이 갖는 상징성(‘말’을 뜻하는 ‘로스Roß’와 ‘남자, 사람’을 뜻하는 ‘만Mann’의 결합이 보여주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와의 비교)에서도 이 작품을 새롭게 들여다보도록 한다. 옮긴이는 카프카 문학의 핵심을 ‘부정성의 미학’으로 짚어내면서 이 작품을 두고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근대 서구 문명의 진보적 역사관과 최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20세기의 패러다임에 대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갈무리한다.
구매가격 : 13,000 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도서정보 : 다카세 준코 | 2023-11-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제16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 소설가 장류진 추천
회사에서 일로 만난 사이에 꼭 같이 밥을 먹어야 하나요?
밥이라도 맛있게 먹고 싶은 낡고 지친 직장인 대공감 소설!
실제 직장생활을 하며 소설가로 데뷔한 다카세 준코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의 표리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
다카세 준코는 실제로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2019년 소설가로 데뷔한 후, 5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단편과 산문 등을 꾸준히 기고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작가다. 『개의 모양을 한 것』으로 제43회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후 연달아 아쿠타가와상 후보 및 수상자로 호명되어 주목을 받았으며, 국내에는 제167회 아쿠타가와 수상작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로 처음 소개된다.
다카세 준코의 작품에는 직장이나 가정, 친구관계, 일상적 에피소드처럼 주로 보편적인 재료들이 쓰이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일 같은 일상이나 자주 겪어봄 직한 사건들 아래에 웅크린 진실 혹은 모순, 그 위를 소리 없이 흐르는 인물의 관계성을 포착해 담백하게 담아내는데, 그 오묘한 한 그릇을 마주한 이는 익숙한 감칠맛 뒤에 날카롭게 톡 쏘는 끝맛을 경험하게 된다. 매일 집에서 한 발짝만 내디뎌도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왜 짜증이 나는지, 무엇이 왜 싫은 건지 생각해보는 걸 좋아한다는 다카세 준코. 그 감각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현대인의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는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작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에서 만나볼 수 있다.
“끼니를 잘 챙겨야 해” vs. “먹는 일에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아”
매일 먹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을 대하는 세 인물의 오묘한 온도차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은 평범한 한 회사의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직장소설이다. 매일 가야 하는 회사와 매일 먹어야 하는 밥, 그리고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른 세 인물 사이의 오묘한 관계와 온도차가 깃든 일상적 순간들을 예리하고 서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니타니(남, 입사 7년 차)
그럭저럭 일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무난하지만 유독 먹는 것에 열의가 없다. 요리는 고사하고 하루 세 번 끼니를 챙기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유일하게 즐기는 건 컵라면과 맥주. “배를 채우기에는 그저 컵라면이면 된다. 다만, 계속 이것만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들 하니 문제인 거다. 하루 세 끼 컵라면만 먹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식이 조건이 갖춰지면 좋을 텐데. 하루 한 알로 필요한 모든 영양과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알약이 생기는 것도 좋겠다.”
아시카와(여, 입사 6년 차)
상냥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다만 업무에는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성향을 보인다. 퇴근 후 집에서 직접 만든 디저트를 가져와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일과다. “잘 챙기면서 사는 걸 좋아하는 거 같긴 해요. 먹고 자는 것처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시오(여, 입사 5년 차)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하고 회사생활에 나름의 야심이 있다. 일을 못하는 사수 아시카와를 사방에서 챙겨주는 사무실 분위기가 불만이다. 가끔 니타니와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신년회에서 먹은 전골은 맛없더라고요. 전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냥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먹는 음식은 대체로 맛없게 느껴져요. 오리고기 좋아하는데도 이상하게 너무 싫어서. 다시 먹고 싶었어요.”
세 인물의 식성 차이는 곧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연결된다. 음식을 오로지 연명의 수단으로 여기는 니타니는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도 일종의 편의나 목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에게 상냥하며 먹는 일에 공을 들이는 아시카와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회피적 성향을 감추려 한다. 오시오의 식성은 이 두 인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듯한데, 사회적 가면과 진짜 본심을 사용하는 데 조금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과 욕망에 집중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인물들이 회사라는 곳에서 그럭저럭 공존하는 듯 보이던 어느 날, 결국 기묘하게 섞여들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저랑 같이 그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히어로와 빌런이 한데 부대끼는 회사라는 무대 위 복잡미묘한 관계들
꼰대, 내로남불, 무책임, 무능력한 사람을 회사에서 빌런이라 부른다면, 그 반대는 히어로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일터에 나가 빌런과 히어로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서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한다. “밥은 다 같이 먹어야 제 맛이지”라며 팀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점심 참여를 강요하는 팀장, 일은 잘하지만 툭하면 남의 뒷담화를 하는 동료, 무능력하고 자꾸 일을 떠넘기는 상사, 일도 인간관계도 그럭저럭 무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로 일하는 게 짜증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부러운 걸까요? 부러운 거랑은 좀 다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거든요. 짜증은 나는데, 싫은 거랑은 좀 다르고.”
“좀전에 아시카와 씨 별로라고 하지 않았어?”
“직장 동료가 아니었다면 안 싫어했을걸요? 아시카와 선배, 그냥 보면 좋은 사람이잖아요. 제가 그런 타입이랑 개인적으로 친해진 적은 없으니, 직장에서 안 만났으면 어울릴 일도 없었겠지만요.”
“그럼, 직장 동료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다는 소리잖아.”
“그렇네요. 싫어하게 될 운명인 걸까요?” (본문 18p)
작중 아시카와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조퇴를 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해 동료들에게 부담을 안기지만, 그럴 때마다 밤새 손수 만들었다는 디저트를 가져와 이를 만회하고자 한다. 쿠키, 레몬마들렌, 트러플초콜릿, 사과머핀, 요거트치즈케이크, 라즈베리젤리, 도넛…… 갈수록 잦은 조퇴와 다양해지는 디저트들. 오시오는 몸이 아프다고 조퇴한 사람이 어떻게 밤새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유독 아시카와에게 너그러운 사무실 분위기를 납득하기 어렵다. 니타니는 호의라는 이유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며 매번 감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오시오가 니타니에게 제안한다. “저랑 같이 아시카와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피로가 몰려오는 사무실 오후 세시의 수제 디저트 시간, 이 두 사람의 은밀한 동조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구매가격 : 11,000 원
매직 워드
도서정보 : 조나 버거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힘있는 단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한 끗!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설득자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놀라운 책.”
_다니엘 핑크(미래학자, 비즈니스사상가)
언어는 마법이다. 『매직 워드』는 일과 삶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마법 같은 여섯 가지 말하기 기술을 마케팅 대가의 관점에서 알려주는 책이다. 전작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에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던 소셜마케팅 전문가 조나 버거의 신작이다.
‘마케팅 전문가’의 ‘전략적 말하기’라니, 자칫 의구심이 들지도 모른다. 상대를 조종하는 것인가? 그것이 가능한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삶은 평생에 걸친 마케팅이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판다. 판다는 것은 다르게 번역하면 논리적 설득이자 감성적 유혹이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무언가를 서로 팔고 사지 않나? 일터에서 아이디어를 팔고, 내 관점을 설득시키려 애쓰고, 마음을 얻고 싶은 상대에게도 나의 흥미로운 면을 보여주며 앞으로 이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끌어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한다면, 그것 역시 언어를 통해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소위 ‘말발’로 원하는 바를 얻지만 상당수는 언어를 무기처럼 사용하는 법을 모른다. 하루 평균 1만 6천 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하며 언어와 뗄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우리는 말하는 ‘내용’을 신경쓰지, 원하는 바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다. 하지만 ‘표현’만 바꿔도 상대방이 제안을 승낙할 확률이 50%나 높아지고, 채용 여부뿐 아니라 기업의 주가까지 마법처럼 달라진다면 어떨까?
『매직 워드』에서 조나 버거는 실증적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만 편의 TV 프로그램 대본 및 수천 편의 영화 대본, 25만 곡 이상의 노래가사, 고객 서비스 상담 녹취, 언론 기사 등 엄청난 양의 문자 데이터 분석은 물론이고 수만 개의 학술 논문을 연구하고 수백만 개의 온라인 리뷰를 분석한다. 지난 몇십 년간 이 분야에서 진행된 놀라운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은 말콤 글래드웰, 다니엘 핑크, 애덤 그랜트 등이 큐레이팅하는 북클럽 넥스트빅아이디어에서 필독서로 선정됐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조리 있게 말하려면, 즉 명확한 의도와 배려를 담아서 소통하려면 올바른 단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며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도록 설득하기는 무척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상상력을 북돋우며 사회적 유대감을 쌓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뛰어난 글쓰기 실력이나 화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울 수 있다. 단어는 놀라운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단어가 언제, 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면 누구나 단어를 활용하여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단어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독자든, 단순히 단어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든, 이 책이 그 방법을 보여줄 것이다. _26쪽
평범한 화자를 일상 속 달변가로 만드는 6가지 설득 전략
유창한 화술이나 설득력 있는 글쓰기 실력은 타고난다고 생각하는가? 조나 버거는 이를 누구나 습득 가능한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1) 정체성과 능동성을 북돋우는 단어 (2) 자신감을 전달하는 단어 (3)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데 효과적인 단어 (4) 구체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 (5)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 (6) 유사성과 차별성을 활용하는 단어. 여섯 가지 유형의 ‘매직 워드’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면 된다.
매직 워드는 “아브라카다브라” “열려라, 참깨!” 같은 마법의 주문이 아니다. 인간 행동과 심리에 기반을 둔 강력한 영향력의 말이다. ‘할 수 없다’ 대신 ‘하지 않는다’라고 상황의 주도권을 나에게 가져오는 말하기, ‘돕는다’ 대신 ‘돕는 사람’처럼 행동을 가리키지 않고 ‘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변환시켜 화자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기는 누구나 일상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기법이다. 여기서 좀더 나아가 청중을 대상으로 한 말하기, 비즈니스 협상 및 프레젠테이션에서 성공하기, 까다로운 상황에서 설득하기, 낯선 사람과 빠르게 친밀감 형성하기 등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야 하는 한 단계 높은 응용 기술까지 아울러 소개한다.
조나 버거의 통찰력이 담긴 『매직 워드』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더욱 적절하게 골라 쓰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매직 워드’를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바꿀 눈에 보이지 않는 든든한 무기 한 가지를 얻는다.
◎ ‘매직 워드’의 힘을 보여준 사례
√ “투표합시다(vote)”라고 권하는 대신 “투표자(voter)가 되자”는 문구로 투표 참여를 유도하자 투표율이 무려 15% 이상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장난감 정리 좀 도와줄래?”보다 “‘남을 도와주는 아이’가 되어서 장난감 정리를 해주겠니?”라고 요청할 때 아이들은 움직였다. 윤리적인 행동이나 옳은 일을 하도록 독려할 때 행동하는 사람에게 능동적 지위를 부여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나는 어떻게 성공했나> <성공한 사람들의 지혜> 등 매달 2천만 명 이상이 청취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가이 라즈의 팟캐스트.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성공한 사람들이 드러내기 꺼리는 실패담이나 실수를 성공과 대조시켜 보여줌으로써 팟캐스트 왕국을 세웠다.
√ 한 가수 지망생이 집에서 혼자 음원을 만들어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다. 하루에도 수십 만 곡이 올라오는 이 사이트에서 무명 가수인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는 수십억 회나 스트리밍되고 빌보드 차트 19주 연속 1위까지 차지한다. 이 곡은 도대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 <이중 거짓말>이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이 맞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왔다. 그런데 2015년 몇몇 행동과학자가 셰익스피어 연구자와 대화도 나누지 않고, 심지어 작품도 읽지 않고 이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임을 밝혀냈다. 몇 세기에 걸친 이 수수께끼는 어떻게 풀린 걸까?
돈, 커리어, 계약… 원하는 것이 있는가? 말로 장악하라
때로는 구체적으로, 때로는 거시적으로
비즈니스에서 말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중요하다. 줌렌즈를 당겼다 늘였다 조절하듯 언어가 내다보는 시점과 거리를 조정하며 상대를 설득해보자.
클라이언트가 ‘개인적’인 일라고 느낄 만한 업무, 감정을 다루는 응대라면 상대의 입장에 한껏 밀착해 구체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의 불만을 상대하는 고객센터 상담사가 환불 요청을 받았을 때 ‘처리’해드리겠다 대신 ‘돈을 돌려드리겠다’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하자 고객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 반대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창업자라면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차량 호출 앱으로 유명한 기업 우버는 실질적으로 정의하면 “승객과 운전사를 연결해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하지만 우버의 공동 창업자는 우버를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교통 솔루션”이라고 포지셔닝했다.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이런 표현은 멀리 내다보고 가치에 투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우버가 겨냥하는 시장이 훨씬 폭넓어 보이고, 성장 잠재력도 그만큼 큰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돼 많은 투자자가 모여들었다.
프레젠테이션은 세일즈의 꽃이다. 발표중에 할 말이 생각 안 난다면 일단 침묵하라. 당황해서 “음…” “어…” 같은 말로 시간을 채우기보다 잠시 말을 멈추고 공백을 만들면 오히려 청중은 집중한다. 발표할 때나 콘텐츠를 구성할 때 때때로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를 사용하자. 그러면 끝까지 읽게 된다.
◎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매직 워드’
√ “당신이 돈을 절약하는 다섯 가지 팁” vs. “당신이 프린터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다면”
소셜미디어에서는 ‘당신’이란 단어는 일종의 정지 신호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정보가 아니라 훨씬 개인적으로 연관성 높은 내용처럼 다가가 주의를 끈다. 그러나 고객 기술지원 문서에서 “당신이 프린터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다면”이라고 서술하면 “프린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과 비교할 때 사용자 잘못이라고 추궁하는 것처럼 보여 역효과를 낸다.
유사성의 법칙과 친밀감 형성하기
빠르게 스며들고 싶은가? 같은 언어 스타일을 장착하라
언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부드럽게 진입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유사성의 법칙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비법도 알려준다.
성격이 다른 조직은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 어떤 조직은 짤막하고 간략한 문장을, 어떤 조직은 긴 문장을 자주 사용한다.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조직도, 비교적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조직도 있다. 연구 결과, 유사성에 주목하고 조직의 언어에 나를 맞춘 사람이 오래,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했다. 동료와 언어 사용 스타일이 비슷한 직원이 승진할 확률이 세 배나 높았다. 이들은 업무 평가도 좋고 상여금도 많이 받았다. 동료들과 언어 스타일이 다른 직원은 해고될 확률이 네 배나 높았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서 빠르게 적응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이 사용하는 언어부터 파악하자.
단순히 직장생활에서만 유사성이 중요한 건 아니다. 첫 데이트를 하는 두 사람이 비슷한 방식으로 말하면 두번째 데이트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지고, 비슷한 스타일로 글을 쓰는 학생들은 친구가 될 확률이 높으며, 언어 사용 방식이 비슷한 연인은 계속 연인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면 대화가 활기를 띠고 유대감이 더욱 깊어지며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인식도 강해진다.
유대관계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낯선 상대끼리 빠르게 친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36개의 특정한 질문을 순차적으로 주고받는 ‘빨리 친해지기’ 기술을 사용해보자. 안면도 없는 낯선 사람과 딱 한 번 45분간 대화했을 뿐인데도 친구만큼이나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
이처럼 언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대화의 방향을 우리 쪽으로 이끌어갈 수 있고,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일단 말문을 여는 순간,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뀐다. “이 책은 당신이 말하는 방식, 듣는 방식, 쓰는 방식. 심지어 당신이 누구인지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라는 다니엘 핑크의 말처럼 여섯 가지 ‘매직 워드’를 제대로 익히면 누구든, 어디서든, 변화를 현실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
구매가격 : 14,300 원
야만적인 앨리스씨(개정판)
도서정보 : 황정은 | 2023-11-0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너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내가 오로지 너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으니까.”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영원히 헤어지지 못할 이름이 된 소년, 앨리시어
『야만적인 앨리스씨』 출간 10주년 개정판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매혹을 불러일으키며 그 자체 좋은 소설의 새로운 기준이 된 황정은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상투성으로부터 멀어지는 힘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히 쌓여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여러 번 읽을수록 풍성해지는 의미의 겹을 즐거이 헤매는 기쁨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직관적으로 귀에 달라붙는 노래처럼 특유의 감각과 리듬으로 우리를 휘감아왔다.
지금으로부터 꼬박 십 년 전, 이 작품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선보일 당시 황정은은 이제 막 두 권의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젊은 작가였다. 「오뚝이와 지빠귀」(『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2007)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천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대니 드비토」(『파씨의 입문』, 2012)처럼 작품에 흐르는 아름답고 쓸쓸한 서정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百의 그림자』(2010) 속 인물들이 자아내는 아슬아슬하면서 단단한 온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듯 촘촘한 폭력에 속절없이 노출된 ‘앨리시어 형제’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2014)와 소설집『아무도 아닌』(2016) 『디디의 우산』(2019) 등을 읽고 난 지금의 우리에게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그후 펼쳐질 황정은 소설세계의 또다른 방향을 선명히 예고하는 작품으로도 다가온다. 그러니까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부서져가고 있다는 또렷한 실감 속에서 그 세계와 어떤 식으로든 긴밀히 연루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이자 목격자로서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작품으로.
“앨리시어가 이야기를 해줄까.
여기 이 모퉁이에서.”
작품이 출간되었을 당시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한 채널을 통해 “훌륭한 소설들이 대개 그렇듯, 『야만적인 앨리스씨』 역시 그렇게 길게 메아리쳐 울리는 필사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고 끝난다”라고 언급하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고, 2018년 일본 출판사 가와데쇼보신샤에서 출간된 번역본은 “독자의 일상을 흔드는 무서운 소설이다”라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일상의 흔들림, 그것은 아마 세계가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감각과 연관돼 있을 것이다.
‘內’와 ‘外’, 그리고 ‘再, 外’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은 “내 이름은 앨리시어, 여장 부랑자로 사거리에 서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고모리’에 살던 10대 소년의 앨리시어는 소중하고 결정적인 무언가를 잃은 뒤 여장 부랑자가 되어 사거리에 서 있다. 그는 무엇을 잃었고 왜 잃게 된 걸까. 앨리시어가 나고 자란 고모리는 지명의 유래가 무덤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환한 낮의 공간보다는 축축하고 어두운 밤의 공간처럼 여겨진다. 빠져나가기 위해 두 발로 오르고 네 발로 올라보아도 사방이 꽉 막혀 있는 탓에 다시 안으로 떨어지고 마는 그 공간 안에서 앨리시어 형제는 어머니가 가하는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며 살고 있다.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이 그 씨발됨에 노출된다. 앨리시어의 아버지도 고모리의 이웃들도 그것을 안다. 알기 때문에 모르고 싶어하고 모르고 싶어하기 때문에 결국은 모른다.(49쪽)
아버지와 이웃의 방관 속에서 어머니의 ‘씨발됨’, 그러니깐 “때리니까 때리고 싶고 때리고 싶으니까 가속적으로 때”(50쪽)리는 일상적이고 무심한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앨리시어 형제는 아버지의 전처가 낳은 형과 누나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기도 하고 상담센터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무응답에 가까운 반응만이 되돌아오는 그 과정 속에서 앨리시어 형제가 품고 있던 자그마한 희망은 서서히 깎여나간다.
그럴 때 그들에게 한줌 위안이 되는 것이 ‘이야기’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씨발, 이라고 자꾸 들으면 씨발, 이 된다는 거. (…) 말하면서 자기 말 듣게 되잖아, 씨발 씨발, 하고”(43쪽)라는 앨리시어의 말에 귀기울여본다면, “형. 나 얘기 하나만 해주라”라는 동생의 말에 앨리시어가 ‘네꼬’ ‘여우’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 건 동생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씨발’ 이외의 다른 말을 들려주려는 노력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사거리에 서 있는 여장 부랑자 앨리시어를 본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말았을 때 느끼는 깊은 죄책감과 책임감, 그리고 슬픔 속에서 앨리시어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이것이 도저히 끝낼 수 없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500매 남짓한 이 길지 않은 소설을 읽는 일에 전심을 다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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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꿈을 반복해 꾼다. 캄캄한 방에 불을 켜려고 애쓰는 꿈이다. 어두운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누르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불을 켜려고 애쓰면서 나는 이게 꿈이고 죽음이고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한다기보다는 그걸 그냥 안다. 이 방은 이대로 어두울 것이고 나는 여기 남을 것이다. 그렇게 겁에 질려 부질없이 불을 켜려고 애쓰는 꿈을 나는 오래전부터 반복해 꾸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꿈을 말하고 다녔다. 꿈이라고 말하면 덜 두려울 것이고 그래야 거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다. 앨리스씨 이야기도 그래서 썼다.
너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내가 오로지 너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으니까.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10,500 원
흉인저의 살인
도서정보 : 이마무라 마사히로 | 2023-11-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탐정 놀이로는 아무도 못 구해.”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 최신작
연말 미스터리 랭킹 4관왕을 휩쓴 『시인장의 살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리즈 신작 『흉인저의 살인』이 출간되었다.
옛 진안 지구에서 살아 돌아온 지 4개월 만에, 하무라와 겐자키는 마다라메 기관의 전 연구자의 연구 자료를 구하려는 나루시마의 의뢰를 받아, 그가 고용한 용병들과 함께 폐허가 된 놀이동산에 있는 ‘흉인저’에 잠입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도끼를 든 이형의 존재. 일행이 차례차례 시체로 발견되는 와중에 명백히 인간이 벌인 것으로 보이는 살인까지 발생하자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의 전매특허, 특수 설정 미스터리
본격 미스터리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비상구를 현실성이 없는 설정에서 찾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본격 미스터리로서 성립될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지만 공정한 단서 제시와 논리적 추론 등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전제가 철저하게 본격 미스터리라는 틀 안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2010년대 후반부터 일본 미스터리계의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유행은 초자연적 요소를 등장시킨 『시인장의 살인』에서 급속도로 확대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제는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볼 수 있는 초자연적인 요소는 『흉인저의 살인』에서도 여전하다. 『시인장의 살인』에서는 죽은 자(좀비), 『마안갑의 살인』에서는 예언이 등장했다면, 『흉인저의 살인』에서는 보통 사람이라면 가질 수 없는 육체와 초인적인 힘을 지닌 괴인이 등장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괴인과 마주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클로즈드 서클이 만들어지고 장르가 바뀌어 슬래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릴과 공포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본격 미스터리로서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기에, 그간 시리즈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스릴과 이야기성, 본격 미스터리를 푸는 쾌감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탐정과 조수의 관계성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것은 탐정 겐자키 히루코와 조수 하무라 유즈루의 관계성이다. 가는 곳마다 사건에 휘말리는 특수한 체질을 지닌 탐정 겐자키 히루코. 이 체질은 유니크한 캐릭터성에 더해 본격 미스터리로서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간단히 설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시인장의 살인이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이 인물은 뻔히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을 알면서도 왜 사건에 연관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마안갑의 살인』에서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을 히루코에게 부여했다면, 『흉인저의 살인』에서는 히루코만이 아니라 조수인 하무라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일반인인 그가 자신과 동행하는 것만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에 대해 히루코는 어떤 생각을 할까. 작가는 『흉인저의 살인』에서 “그 둘의 관계에 답을 내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한다.
여기서 탐정은 무력해.머릿속에 히루코 씨의 말이 되풀이해 떠올랐다.아니다. 히루코 씨, 무력한 건 당신이 아니다.나다. 여기 멈춰 서서 고민만 하는 왓슨이다. (본문 494쪽)
자신 때문에 영락없이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 하무라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히루코. 모종의 이유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고립되어 안락의자 탐정 노릇만 해야 하는 히루코는 『흉인저의 살인』에서도 좌불안석이다. 히루코를 걱정하는 하무라는 그간 관찰자의 역할에 머물렀지만, 『흉인저의 살인』에서는 움직이는 조수로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작가는, “미스터리를 늦게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단순히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만으로는 자신은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한다. “쭉쭉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고,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도 중요하다.” 즉, 미스터리 팬이 아닌 독자들까지 만족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전작보다 나은 차기작은 없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만큼은 그런 통설에서 제외해도 좋으리라. 그만큼 ‘시인장의 살인’ 시리즈는 초자연적인 요소를 등장시키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는 틀을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여러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리즈 누적 판매 부수 120만 부(2022년 기준)를 자랑하는 이 시리즈가 차기작에서는 또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구매가격 : 11,900 원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도서정보 : 한동일 | 2023-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00쇄를 돌파한 『라틴어 수업』 한동일 신작
꿈꾸는 자들의 영혼에 각인될
라틴어 인생 문장
“Ad Astra Per Aspera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한국인에게는 낯선 언어였던 『라틴어 수업』으로 100쇄를 돌파하며 라틴어 열풍을 불러일킨 한동일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한동일 작가는 최근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라틴어 수업』을 펴내며 출간 직후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라틴어의 힘, 아무리 라틴어가 어렵다 한들 인생보다 어렵지는 않다며 삶과 언어와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스토리텔링하는 한동일 작가의 힘은 독보적이다.
신작『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은 한동일 작가가 가장 어려운 시절에 붙잡은 한 줄의 라틴어 문장, 한 줄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동일 작가가 삶의 고비를 지나올 때 기도하듯 품고 외운 라틴어 명문장들과 함께 라틴어의 기원과 아름다움을 펼치고, 가난과 운명을 딛고 세계적인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그 자신의 인생사와 고백을 절묘하게 엮어 감동을 더한다.
바티칸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한국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변호사
가난과 운명을 딛고 세계적 지식인이 된 한동일의 인생 문장
홀로 로마 유학길에 올라 합격률이 5~6%밖에 안 되는 극악한 난이도의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때도, 그보다 어린 시절 소년의 가슴엔 큰 꿈이 깃드는데 집안 형편도 부모님의 경제력도 너는 결코 그런 거창한 꿈을 품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할 때도, 그리고 2021년 생의 목표이자 전부였던 천주교 사제직을 조용히 내려놓을 때도 그에겐 기도처럼, 잠언처럼 되뇌는 라틴어 문장들이 있었다. 일찌감치 로마 유학길을 떠나 한국 최초 동아시아 최초로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된 그를 두고, 사람들은 천재적인 학습능력과 언어능력에, 집안의 든든한 뒷배가 있었으리라 짐작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는 가난했고 오랫동안 방황했으며 그의 탁월한 공부 능력은 한참 후에야 만개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동일 작가는 젊은이들이 라틴어 문장을 종종 문신으로 새기는 것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 지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유행가처럼 퍼진 ‘아모르 파티Amor Fati’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같은 문장이 라틴어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라틴어 가운데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깊은 지혜를 품고 있으며,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라틴어 문장을 그는 힘겨운 시대를 함께 건너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동일 작가가 인생의 등대로 삼아온 ‘라틴어 인생 문장’들을 7개의 주제로 나누어 이 책에 싣는다.
-운명에 지지 않고, 운명을 가지는 자의 문장
-절망의 한복판에서 새기는 희망의 문장
-그럼에도 끝내 꿈꾸는 자가 품은 문장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를 흔들어 깨운 새벽의 문장
-공부하는 자가 벽에 붙여둔 용기와 신념의 문장
-사람이 던진 비수에 피 흘릴 때 읽어야 할 치유의 문장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최후의 문장
학생들의 독서실 책상에, 꿈꾸는 사람들이 매일 일하고 손 뻗는 공간에 붙여두고 바라볼 인류의 오래된 언어와 지혜가 여기에 있다.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저를 일으킨 제 인생의 라틴어 문장들을 여기에 모아둡니다. 잠언처럼, 기도처럼, 혼잣말처럼 제 마음이 힘들 때마다 입안에 넣고 굴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문장들입니다.
제게 라틴어는 그저 공부의 대상만이 아니라, 생을 받치는 머릿돌 같은 기도와 초심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마음을 기대고 살았던, 제 생의 응원가이자 반딧불이 되어준 라틴어 문장들이 당신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몸에 새기는 타투 문구 가운데 라틴어 문장이 자주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아모르 파티Amor fati,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처럼 널리 알려진 말 외에도 우리가 새겨야 할 라틴어 문장들은 별처럼 많습니다. 이 책에서 평생 암호처럼, 주문처럼 읊조릴 만한 한 문장, 당신의 마음과 인생에 영영 지워지지 않도록 타투처럼 새겨둘 만한 문장을 만난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너, 뭐가 그렇게 슬프냐? Quid es tam tristis?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태어난 가난한 사람.
그것이 바로 나였습니다.”
책의 본문은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 걸려 있는 라틴어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Ad astra per aspera 아드 아스트라 페르 아스페라,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이는 달 탐사를 위해 아폴로 1호에 탑승했다가 산화한 우주인들을 기리기 위해 우주센터에 새겨져 있는 라틴어 문장이라고 한다. 한동일 작가는 가난과 운명에 짓눌려 꿈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별로 향하는 길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한때 그는 처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정의했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태어난 가난한 사람. 그것이 바로 나였습니다.” (57쪽)
그러나 가난한 집안의 소년 한동일이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가 되기까지―수없이 고난에 직면하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실수하다가도 끝내 그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스승을 만나 꿈에 한 발씩 다가서온 한동일의 인생 스토리는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책은 라틴어 잠언집인 동시에 한동일 작가의 뜨거운 고백록이기도 하다.
부모님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그보다 힘들었던 것은 내가 태어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었습니다. 저들이 과연 나의 부모가 맞는가? 이렇게 키울 거면 왜 나를 낳았지? 이럴 바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훨씬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도, 나의 부모님도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변화의 첫 시작은 나의 탄생과 현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어차피 태어났으니 ‘막 살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이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고는 내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인간이 막 살면 진짜 막 나가는 인생이 되고,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깨달음이 소년 한동일에게 주어진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53쪽)
청년 시절 가까스로 제 마음을 추스르며 다짐한 것은, 될 수 있으면 나의 배경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운명은 두려워하거나 감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지고 가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하는 순간과 떳떳이 밝혀야 하는 결정적 순간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운명은 사는 동안 내내 ‘가지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수치심도 허세도 없이.
허튼 곳에 흘리지도 않고, 괜스레 남몰래 꽁꽁 묻어두지도 않으면서. (80쪽)
“Vexatio storia fiat 벡사티오 스토리아 피아트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그는 절망이 인생의 한순간이라거나 금방 다 지나가리라는 식의 쉬운 위로를 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망과 상처가 의미 없는 불운이나 통증이 아니라 내 삶을 증언하는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절망의 한복판에서 눈뜨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절망에 침몰하지 말고 기필코 살아나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하라’는 라틴어 문장은 비단 예술가나 창작자들에게 건네는 아포리즘이 아니라, 자기만의 인생을 써나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한 문장이다.
5장 ‘공부하는 자가 벽에 붙여둔 신념의 문장’ 편에서 한동일 작가는 시험지를 앞에 두고 늘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람을 위한 라틴어 문장도 소개한다.
“Quid est prima sententia in vita tua? 퀴드 에스트 프리마 센텐티아 인 비타 톼?” ‘당신 인생의 첫 문장은 무엇입니까?’라는 뜻이다.
그는 로마 유학을 가서 밑도 끝도 없는 논술형 시험들 앞에 눈앞이 캄캄해질 때마다, 무조건 딱 한 문장, 글을 여는 첫 문장만 어떻게든 써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러면 첫 문장이 다음 문장을 부르고, 어떻게든 글이 풀려나오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생이라는 시험에도 유효해서,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내 인생의 첫 문장과 화두’는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권한다.
하나의 명문, 한 폭의 명화, 한 소절의 아름다운 음악이 때론 오늘이 없는 인간을 일으켜 내일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미래도 안 보이고, 그저 열등한 저 자신에 대한 답답함으로 가득했던 제게 하나의 문장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너, 어떻게 살래?’ 하고요. 어떻게 살지에 대한 해답은 없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물음은 계속해서 제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18쪽)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에는 한 사람에게 인생의 좌우명이자 화두가 될 만한 라틴어 문장과 고전철학의 실마리들이 담겨 있다. 라틴어 원문과 발음, 한국어 뜻풀이와 함께, 한동일 작가의 감동적인 해설과 에세이까지 덧붙여 삶과 언어를 함께 공부할 수 있다.
이 책은 평생 좋은 사제가 되고자 했던 한동일 작가가 사제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또다시 고민과 방황의 시절을 지나며 겸허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들이다. 스스로를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정의하는 한동일 작가는 오늘도 자신과 인생과 언어를 새롭게 공부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평생 품고 살아온 ‘라틴어’와 ‘인생’과 ‘글쓰기’가 한 권의 저서에 응축된 역작이다.
난생처음 조망하는 삶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한발 한발 두리번거리며 내려와 미지의 것들과 부딪치는 삶 속에서 쓴 글입니다. 사제도 변호사도 선생도 어른도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고민과 방황을 거듭하며 쓴 글입니다. 즉, ‘나는 이렇게 살았다’고 당차게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 이렇게 몸부림쳐 방황했다’고 조용히 고개 숙이는 한 인간의 고민과 고백의 문장들입니다.
방황하던 10대 소년 한동일, 진리를 목마르게 찾아 헤매던 20대와 30대 청년 한동일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큰 시험을 앞두고 앞날이 막막해 두려움에 떨던 시절, 그 소년과 청년은 책 속의 좋은 구절 하나, 시선과 마음이 머물게 하는 포스터 속 한 문장을 기억해두었다가 독서실과 공부방 책상 앞에 붙여놓곤 했습니다. 몸은 이미 그날의 체력을 다 쓰고 항복했는데도 맘속에 불안과 열망이 들끓어 차마 침대로 들어가지 못하던 때, 그 문장들은 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고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이 되어주었습니다. 어둑한 공부방에서 그 문장들은 실제로 별처럼 빛나며 피로에 지쳐 흐릿해지는 제 눈에 안광을 되찾아주었습니다. 낡은 스탠드 대신 인생의 등대가 되어준 것도 제가 직접 써붙여놓은 그 문장들이었습니다. 그 문장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제 가슴에 박혀 네 인생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구매가격 : 13,400 원
러시아적 인간
도서정보 : 이즈쓰 도시히코 | 2023-11-1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러시아 문학에서는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의 내음이 느껴진다
월등한 무사태평, 자유에 대한 갈망, 극심한 원한, 열광적인 신앙
러시아인은 자연 및 흑토와 피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게 없다면 러시아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러시아적 인간이란 무엇인가
“전 세계가 주목하고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과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 일거수일투족이 일으키는 파동은 순식간에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며 곳곳에 파란을 일으킨다. 세계사의 중심에 선 오늘날의 러시아는 그 괴물 같은 모습을 스멀스멀 드러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괴물 주변으로 무수한 사람이 모여 시끌벅적 미친 듯이 떠들어대는 모습은 마치 스타로브긴을 둘러싼 ‘악령’의 세계가 그대로 현실이 되어 출현한 것만 같다.”
이것은 1953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의 첫 단락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 스테디셀러로 읽혀온 『러시아적 인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독자들의 주의를 끌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은 하나의 세계적 현상이었다. 저자는 한 세기 전에 이미 오늘날의 사상적 문제를 제기했던 러시아 문학이 일반적인 문학사와는 다른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본다. 현상적인 격변 너머에 있는 영혼의 러시아, 이념이나 추상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구체적인 것’으로서의 러시아를 파고들어 ‘러시아적인 것’을 밝혀내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쓰인 이유다.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작품이 러시아에서는 19세기 푸시킨에 이르러 처음 등장했다. 그때까지 4류, 5류를 벗어난 작가를 배출한 적이 없는 이 나라의 문학은 모두 19세기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거나 영양분이 되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푸시킨이 평지돌출한 후 체호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에서는 한 세기 내내 거인들이 탄생했다.
무엇이 러시아인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이것은 러시아적인 것의 본질을 찾고자 19세기 작가들을 읽으면서 저자가 놓지 않은 단 하나의 질문이다. 러시아 문인들이 품고 있는 묵시적·종말적·절망적 세계관과 부활·신세계·구원을 희구하는 마음…… 양쪽으로 요동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비극의 역사. 그것이 왜 러시아에서 일어나는가를 인간미 넘치는 문체로 하나하나 예를 들며 이야기한다. 즉 독자들은 문학을 통해 러시아를 분석적으로 읽을 수 있고, 이로써 인간을 바라보는 깊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아랍어, 페르시아어,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러시아어, 그리스어 등 30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언어 천재’라 불린 학자다. 그리스 철학, 스콜라 철학, 러시아 문학, 언어학, 이슬람학, 힌두교, 불교, 도교, 노장사상, 주자학 등을 연구한 통섭의 철학자로도 잘 알려졌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4장에서 이민족에게 오랫동안 지배받은 러시아인의 정신사 형성의 흐름을 부감한다. 5장부터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효시라고 평가받는 푸시킨부터 대미를 장식하는 체호프까지 총 11명의 작가론을 전개한다. 총론과 각론을 통해 ‘러시아적 인간’의 윤곽을 드러내는 짜임새 있는 구조다.
전 시대를 발판 삼은 100년 문학의 정수
19세기 러시아 문학 거장들의 면모를 크로키해보자. 안으로는 세계로 통하는 섬세하고 평온한 부드러움을 띠고, 밖으로는 소용돌이치는 격정과 열정을 내뿜는 작가이자 러시아 문학의 원천인 푸시킨. 푸시킨이 결투를 벌여 죽었을 때 그 죽음을 홀로 애도했으나, 시인으로서는 격정적이면서도 냉담한 면모를 보여 미움받은 레르몬토프. 순러시아적 토착 문학을 썼고, 사람 좋다는 평을 얻은 고골. 러시아 인텔리겐치아의 선조 격이며 누구도 뒤따라올 수 없는 문예비평 안목으로 후세 작가들을 찾아낸 벨린스키. 시대의 주류가 산문으로 옮겨갈 때 세계 존재의 어두운 근원을 들여다보는 시를 써 도드라진 튜체프. 러시아적 잉여 인간인 오블로모프를 창조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곤차로프. 그 자신은 사회비평을 목표로 한 듯하지만 정작 미학적이고도 아름다운 서정적 문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푸시킨을 계승한 투르게네프. 걸핏하면 불끈 성을 내지만 영원한 세계를 봤고, 그 종교적 구원의 이야기를 흥분과 감격의 문장으로 담아낸 거인 도스토옙스키. 본질은 오직 자아만을 추구해나간 에고이스트이나, 작품에 자아의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거장 톨스토이. 푸시킨을 닮은 명징한 예지의 문체로 도스토옙스키처럼 인간과 그 구원의 가능성을 찾은 체호프…….
더욱이 이 책은 문학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문학에서 역사와 이들 정신의 심연까지 길어올린다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러시아인 고유의 정신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첫째, 어둡고 음울하며 광대하고 혼돈스러운 자연을 정신적 고향으로 여기며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둘째, 타타르에게 유린당하고 학대받은 300년 세월의 깊은 각인으로 여전히 자신들은 “괴롭힘당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셋째, 따라서 학살당한 인간 예수에게 체감적 공감을 한다. 괴롭힘당한 자신들의 신앙이야말로 정통이고,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세계를 구원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을 시대 축에 겹쳐놓으면 다음과 같이 된다. 우선 타타르 이전의 러시아 정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타타르의 잔학한 지배 아래 처음으로 ‘러시아 정신’(학대받은 사람들의 일그러진 정신)이 형성됐다. 타타르를 무력으로 몰아낸 모스크바 공국을 바탕으로 ‘순러시아적 세계’가 성립됨으로써 피지배층에게는 잔학한 난동을 부렸으나 교회와 결탁해 “세계를 구원한다”는 기만적인 꿈을 심어줬다. 서쪽 창구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해 세계적 보편성에 뜻을 둔 표트르 대제도 이 ‘메시아주의적’ 세계 구원의 사명감을 계승했고, 이는 훗날 러시아 혁명 정권에까지 이어졌다.
거대한 지하실에서도 환희는 피어난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에서는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의 내음이 느껴진다”는 것이 저자의 표현이다.
저자가 그리는 ‘러시아적 인간’이란 어떤 부류인가. 서유럽의 지성적인 문화인들과 비교하면 좀더 뚜렷이 부각되는데, 특히 자연과 맺는 관계가 다르다. 과거 수 세기 동안 서유럽의 문화인에게 있어 원초적인 자연으로부터의 유리는 자기 상실을 의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인간의 자기 확립으로 여겼다. 비합리적인 자연의 카오스를 하나씩 정복하면서 빛과 이성의 코스모스로 향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분이라 생각한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정반대다. 그들에게 원초적 자연성으로부터의 이탈은 곧 자기 상실이자 인간 실격을 뜻한다. 러시아인과 러시아의 자연 그리고 흑토는 피로 맺어져 있다. 이것이 없다면 러시아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서구 문화에 대한 러시아인의 끈질긴 반역은 여기서 비롯된다. 문화의 필요성을 몇 배로 민감하게 느끼고 문화를 열망하면서 동시에 이를 증오하고 반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월등한 무사태평, 자유에 대한 갈망, 극심한 원한…… 물론 작가들은 작품에서 종종 조화로운 러시아를 그리려고 시도했고, 푸시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온화한 빛으로 가득한 평온한 실내에서 문밖의 소란스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창문과 문은 전부 굳게 닫혀 있다. 이는 순수한 내면성의 적막이다. 하지만 바깥에서 무서운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밖으로는 소용돌이치는 폭풍의 포효, 안으로는 영원한 정적과 아름다운 빛. 이는 단순한 모순이 아니라 디오니소스적 인간의 본질적 구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끓어오르는 정열로 몸도 마음도 남김없이 불태워버리는 디오니소스적 인간의 영혼 중심부에는 이러한 정적 지대가 존재했고, 그것이 바로 러시아적 인간의 내면이다. 그리고 이 불안하고도 불온한 조화는 늘 악령적 힘에 의해 위협받았다.
새로운 작가들의 등장으로 이러한 흐름은 바뀌어간다. 1840년대를 경계로 일반 독자의 요구는 변해 더 이상 시적인 것에 도취되지 않고 일상의 사실적인 것들을 추구해나갔다. 즉 소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데, 니콜라이 고골이 그 선두에 서 있었다. 이전의 푸시킨이 영웅적 자각을 지녔다면, 고골에게는 그런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는 자신을 ‘지상의 버러지’라 여겼지만 언젠가 맑은 지하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자신의 마음속 토양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들 일군의 러시아 작가는 신의 얼굴에 절교장을 던지며 골수까지 무신론적인 자아를 발견해나갔다. 벨린스키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고,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속 인물 이반을 창조할 때 벨린스키를 모델로 삼았다.
러시아의 무신론은 신에 대한 선천적 원한을 품고 있었는데, 저자는 프랑스 실존주의의 특수한 세계 감각이나 사상적 문제가 매우 러시아적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유럽에서 시작된 현대의 여러 문제는 러시아에서 일찍이 19세기부터 사활을 건 문제로 제기했던 것들이다.
이 책은 체호프에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처음 마주했던 푸시킨의 모습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된다. 모든 쓸데없는 말을 배제하고 남은 단순함, 내적인 흥분이 고양될수록 외적으로 더 냉정하고 침착해지는 문체, 깊은 감동을 안에 감춘 채 눈곱만큼도 보여주지 않는 억제의 예술. 이러한 것은 푸시킨 외에 그 누구도 지니지 못한 시적 특질이었다. 게다가 체호프는 이 훌륭한 시를 산문 형식을 통해 궁극의 한계까지 끌어올렸는데, 이 역시 조용하지만 생생하게 혁명에 대한 예감을 지니고 있었다.
구매가격 : 14,900 원
애착 워크북
도서정보 : 애니 천 | 2023-11-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연인, 가족, 친구, 동료
친밀할수록 관계가 어렵다……?
서로 이해하며 편안하게 오래가는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애착’의 모든 것!
10년 이상 경력의 애착 전문 심리치료사
검증된 애착 유형 테스트와 유형별 핵심 과제 수록
불안형회피형안정형 애착의 경험과 치유
애착 유형 조합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소개
실제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 제시
탄탄한 이론적 배경과 임상적 경험 기반
불안형, 회피형, 안정형……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애착 유형의 스펙트럼은 관계 안에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또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왜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어려울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오래도록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애정과 우정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착 워크북』은 ‘애착’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독자가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고, 직접 이런저런 과제를 시도하며 자기를 발견하고 건강한 관계를 가꿔갈 수 있도록 돕는 심리치료 워크북이다. 저자 애니 천은 지난 10년간 관계 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해온 심리치료사로, 그동안 상담실에서 만난 수백 명의 연인, 친구, 가족과의 치료 경험을 집대성해 책에 풀어냈다. 각각의 애착 유형과 행동 패턴에 대한 상세한 설명부터 직접 해보며 자기를 알아갈 수 있는 다양한 과제, 실제 관계에 적용해볼 수 있는 사려 깊은 조언과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진심 어린 공감까지, 『애착 워크북』은 누구나 원할 때 찾을 수 있는 심리치료사가 되어 안정적인 관계를 향한 독자의 여정에 함께한다.
❤ 안정과 신뢰의 청사진, 애착 스펙트럼
심리학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을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이라고 부른다. 관계가 가까워지고 타인에게 의지하게 되면 우리는 각자의 애착 유형에 따라 애착 관계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거나(안정형) 불안정성을 의식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불안형회피형). 불안형이나 회피형 같은 불안정 애착이 형성되면 특정한 행동 패턴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관계의 유대감을 흔드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령 불안형 애착은 버려진다는 느낌[유기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감정을 타인에게 쉽게 드러내고, 자기 감정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회피형 애착은 자립적이며, 불평하기보다는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때가 있고, 갈등에서 벗어나려는 성향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안정형은 변화에 열려 있으며,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성과 복잡성을 잘 받아들인다. 이런 애착 패턴은 상대방의 애착 유형이나 관계의 역동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생 전반에 걸쳐 우리가 맺는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애착이론은 20세기 중반 정립된 후 지금까지 60년 이상 수많은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었다. 그러는 동안 신경과학정신의학외상학소아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참조하고 인용하는 개념이 되었을 뿐 아니라, 정신의학 및 심리학의 대중화와 함께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어린 시절 형성된 애착 유형은 영유아기~청소년기뿐 아니라 성인기까지 개인의 삶과 정신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관계는 우리와 가까운 사이, 다시 말해 우리가 감정적 지지를 받고자 할 때 의지하게 되는 장기적 관계다. 로맨틱한 파트너를 비롯해 애착 패턴이 반복되는 나타나는 관계는 다양하지만, 그 핵심은 누군가와 가까워져서 그 사람에게 의지하게 된 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우리 자신의 진짜 애착 유형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요컨대 ‘나’의 애착 유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며, 우리는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며 소중히 여기는가와 별개로 습관적 패턴이 되어버린 애착 행동을 하며 관계의 토대에 이바지한다.
❤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가꾸기
―애착 행동은 패턴일 뿐, 누구나 안정형이 될 수 있다
『애착 워크북』의 여정은 ‘나’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1장 「나의 애착 유형은?」에서는 심리학 연구, 다년간의 심상 경험에 기초해 만든 애착 테스트가 제공된다. 자신과 상대방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고, 이 책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익히는 단계다. 2장 「불안형 애착」 3장 「회피형 애착」 4장 「안정형 애착」에서는 각각의 애착 유형을 스스로 자각하는 과정, 관계 안에서 행동으로 나타나는 방식, 그런 애착 유형이 형성된 이유, 감정을 이해하고 자기와 타인을 수용하는 법,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 실제 상담 사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는 조언을 두루 소개하며 유형별로 다양한 과제를 제시한다. 독자는 이 세 장에서 자기뿐 아니라 타인의 애착 유형에 대해서도 배우며, 애착 스펙트럼 전체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사람과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5장 「애착 유형 간 상호작용」은 각기 다른 관계에서 각기 다른 역동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불안-불안, 회피-회피, 안정-불안, 안정-회피, 안정-안정 등 유형별 조합에 따라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각각의 조합에서 갈등을 완화하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과제도 함께 소개한다. 6장 「안정적인 관계를 위하여」는 앞에서 얻은 통찰과 용기를 바탕으로 모든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우리 자신만의 근본적인 가치관을 인식하고, 이런 가치를 실천에 옮길 기술과 도구들을 활용한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본다. 저자는 그것이 단지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대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사회 전체를 별화시키는 커다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일임을 강조한다. 2~4장의 다양한 활동 과제가 재수록되어 있는 「부록」에서는 또 다른 관계를 떠올리며 새롭게 과제를 해나감으로써 통찰을 좀더 넓은 인간관계로 확장할 수 있다.
이 여정을 끝마치고 나면, 더 이상 과거의 행동 패턴에 갇혀 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애착 패턴을 보이는지,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나 난관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기.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소통을 재개하고 안정감을 되찾을 새로운 도구와 습관을 배우기.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오래된 행동 패턴을 깨고, 원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끔 행동하는 법을 익히기.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애착 워크북』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고, 더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필요할 때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든든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구매가격 : 15,000 원
명상록 수업
도서정보 : 피에르 아도 | 2023-11-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충만한 의식과 명철함으로 삶의 모든 순간에 진실하고자 분투했던 인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정공법’으로 해석하기
작가 김겨울, 고대철학 연구자 김진성 추천!
서양 고대철학 연구의 대가 피에르 아도의 해설로 마주하는
인간 영혼의 지침서 『명상록』의 진면목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쓰면서 자기 안에 혼란스러운 정념이 미치지 못할 성채를 쌓았다. 하지만 평온이 지배하는 이 ‘내면의 성채’는 철학자-황제가 초월적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처박히는 상아탑이 아니라, 시야가 넓게 펼쳐지는 높은 곳인 동시에 멀리 보고 정확히 행동하기 위한 작전기지였다. 달리 말하자면, 『명상록』은 평정심을 찾아 행동하는 한 인간의 자기 수련을 위한 책이다. 그에게 평정심은 사리 판단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었고 인간 행동은 우주와 인류 공동체라는 전체 안에서 바라볼 때만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상록』에서 아우렐리우스는 세 가지 근본 규율을 실천하기에 힘쓴다. 정념으로 말미암은 편견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자연의 보편적인 흐름에서 비롯한 사건들을 기쁘게 받아들이기, 인간들의 공동체를 위해 행동하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스토아주의자에게 철학은 무엇보다 삶의 방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록』은 부단한 노력으로 이 삶의 방식을 기술하고 언제나 바라봐야 할 이상적인 선인善人의 모범을 묘사한다. 평범한 인간은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우발적으로 행동하고, 시련에 불평한다. 선한 인간은 자기에게 달린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정의와 타인을 생각해 행동하며,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진리와 엄정함에 비추어 사유한다. _본문 중에서
하지만 저자 피에르 아도에 따르면 이러한 실천은 스토아철학 자체, 정확히는 당대 스토아철학의 거인 에픽테토스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보여주었던 스토아철학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명상록』은 그렇기에 스토아철학의 근본 삼원 도식으로 서술되고 있고, 따라서 스토아철학을 향한 1차 관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명상록』은 스토아철학의 명저이자 2천 년이 지난 현대에도 빛을 잃지 않는 지혜의 원천이기에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읽히는 텍스트이지만, 서술 방식이나 문장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자 할 때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작품의 철학적이고도 역사적인 의미를 해석하는 피에르 아도의 『명상록 수업』이 탁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토아학파의 전통과 교리에 대한 깊은 공부가 뒷받침된 해석, 2세기 로마제국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풍부한 통찰을 바탕으로, 현대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철인 황제와 『명상록』의 진면목을 똑바로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당도한 한 진실한 인간의 내면 공부인 『명상록』은 그 다각적 맥락을 세심하게 이해하고자 할 때야 비로소, 거기에 담긴 고결한 인간 정신의 성취를 드러낼 것이다.
“우리는 현재만 살고 오직 현재만을 잃는다”
: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자로 살지 않기 위하여
수십 년 동안 스토아철학과 『명상록』을 연구해온 피에르 아도는 『명상록 수업』에서 철인 황제가 오로지 선하고 정의로운 삶의 지침과 이를 위한 자기 수련으로서, 스토아철학의 전통 아래에서 『명상록』을 썼음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 자기계발을 위한 아포리즘적 명언집과는 오히려 무관하다. 『명상록』은 도덕적으로 선한 삶을 살기 위해 선악을 명확히 구분하는 스토아적 논리 체계를 따르고 그 규율을 준수하기 위한 치열한 공부의 기록이다. 피에르 아도가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탐구하면서 그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철학자들, 특히 스승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명상록』의 철학적 계보를 상세히 펼쳐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우렐리우스가 인간의 영혼을 불가침한 자유의 영역으로 보는 이유 또한 세상의 온갖 악덕과 고통에도 인간은 결국 자신의 의지로서 선한 판단과 행동을 행할 수 있다는 스토아적 신념에 기인한다. 독단적이고 유아적인 욕망과는 전혀 관련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재에 대한 강조도 자신의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고통스러운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에 대한 불안이 현재를, 지금 이 순간의 올바른(정념의 편견에서 벗어난) 판단을 잠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는 이제 나와 상관없고, 미래는 아직 나와 상관없다.”(본문 161쪽) 따라서 『명상록』은 오직 철학자로서 철학자답게, 즉 인간답게 살기 위한 사유와 실천의 결과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쓰면서 스토아주의 정신 수련을 했다. 다시 말해 그는 자기 자신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글쓰기라는 하나의 기술, 하나의 방법을 썼다. 내적 담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스토아주의의 도그마와 삶의 규칙을 명상한 것이다. 그날그날의 글쓰기 수련은 언제나 새롭게 다시 해야 한다. 진정한 철학자는 아직 자신이 진정한 지혜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_본문 중에서
죽음을 생각하면 일상은 더이상 진부한 것일 수 없다
: 아우렐리우스의 욕망과 행동에 대한 규율
피에르 아도는 아우렐리우스의 스토아 철학에서 내면의 지도원리인 영혼은 자유의 불가침한 요새, 즉 “내면의 성채”였다고 규정한다. 아무도, 아무것도 침범할 수 없는 영혼이란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그 누구의 말에도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아우렐리우스가 황제로 즉위한 당시의 로마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위기에 휩싸였다. 대홍수, 지진, 가뭄, 전염병이 연이어 로마를 강타했고, 끊임없이 전장에 나가 전투를 치러야 했다. 한편, 스토아철학자로서 허세를 배격하고 금욕적인 철학의 삶을 지향했다. 번잡하고 고통스러운 숙명 앞에서도 그의 영혼만은 세속적인 욕망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모든 순간과 진실로 대면하기 위해 하루하루 정신 수련을 이어갔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전쟁터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피에르 아도에 따르면, 『명상록』은 그러한 그의 정신 수련의 기록이다.
구매가격 : 19,000 원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
도서정보 : 김민희 | 2023-11-0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게스트하우스를 떠나는 날,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들었다
아, 나는 다녀와야 하는구나, 다시 돌아와야 하는구나”
불시에 찾아오는 인연이 소중하고 귀한 도시
살아가듯 머무르는 ‘게으른 여행자’의 생활 여행
넓은 공원에서 정처 없이 길 헤매기. 동네 카페에서 창밖 구경하기, 작은 술집에서 홀로 술잔 기울이기. 일상에서는 작고 소중한 여유겠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각종 관광지를 돌아야 하는 여행자에게는 사치 같은 행동이다. 느긋하게 생활하던 사람도 여행지에만 가면 ‘시간은 곧 금이다’라는 표어 아래 계획대로 살아가기 바쁘다. 이 여행이, 이 시간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오늘도 동네 풍경은 보지도 않고 그저 발걸음을 서두르는 우리에게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의 저자는 말한다. “매일처럼 다니는 산책도 이곳에서는 여행이 될 수 있어요.”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는 저자가 ‘모리노키 게스트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 민타로 헛’를 오가며 약 10년 동안 만나온 인연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우연히 가게 된 홋카이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 일본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지원한 게스트하우스 헬퍼(스태프), 이후 10년간 게스트하우스를 오가며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 ‘생은 언제나 예측불허’라는 말처럼 저자는 이런 삶을 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도착한 홋카이도는 ‘홀로 되기’가 삶에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려줬고, 조마조마하며 시작한 일본의 게스트하우스 업무는 ‘뭐든지 그냥 한번 해보면 되는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우연으로 다가와 인연으로 이어진 저자의 수많은 경험들은 혼자되기를 낯설어하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응원으로 다가갈 것이다.
처음을 가뿐히 뛰어넘자
잘했고, 잘할 것이고, 그래서 또한 잘될, 내 인생
누구에게나 모든 일에서 ‘처음’이 있다. 낯섦이 주는 두려움은 때로 설렘보다도 커서, 익숙한 안전지대로 숨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저자처럼 한번 슬쩍 내디뎌본 발걸음이 인생의 지도에 엄청난 이정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태생이 겁이 많고 처음 하는 것들을 주저하는 편이다. … 처음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용기내서 한번 해보면 되는 것인데 그 한 번이 어렵고, 그 처음이 어려웠다. 모리노키는 나의 그 한 번이었고, 처음이었다. - 32쪽
‘처음’을 통과하고 난 다음의 인생은 전과 같을 수 없다. 뭐든지 한 번 해본 것과 한 번도 안 해본 것으로 나뉘니 말이다. 저자는 서른 살에 다녀온 홋카이도 여행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첫 여행의 잔잔한 여운이 나를 다시 홋카이도로 이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안전지대를 벗어났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이 감각은 ‘다음’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우리의 삶을 생각지도 못한 세계로 이끈다. 저자의 경우에는 홋카이도와 사랑에 빠져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살아가듯 여행하는 삶이었다. 어느 한군데 정착하는 삶이 안정적인 삶이라는 고정관념과 시선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처음의 공포’를 이겨내야 할 이유가 된다.
혼자 있는 것을 어색해하던 저자는 첫 홋카이도에서 홀로 낭만을 배웠고, 첫 일본어 수업에서 문장이 틀릴까 입을 다물던 시절을 지나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농담을 나누며 인연을 만드는 여행자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처음’을 가뿐히 뛰어넘어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잘했고 잘할 것이고, 그래서 또한 잘될 인생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
도서정보 : 김나연 외 16인 | 2023-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상의 변화에 가장 예민한 마케팅 현장 전략가,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에게 듣는 트렌드 이야기
트렌드 분야의 새로운 베스트셀러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의 2024년판!
데이터를 기반으로 들려주는 라이프스타일 전망
최근 주목할 만한 Z세대의 놀이 문화를 포함하여 달라진 삶의 일상과 사회적 변화는 물론 마케터로서 주목해야 하는 최신 이슈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한 결과물인 만큼,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유의미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_김태용(이노션 부사장)
이노션 싱크탱크 인사이트전략본부의 스페셜 리포트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에서 소비자 관찰과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 변화의 흐름을 분석하여 흥미롭게 집필, 매년 10월 중순에 출간하여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최신판이 출간되었다. 비즈니스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인사이트전략본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사회문화적 변화 흐름을 예측하고 소비자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클라이언트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인 브랜드 방향성 수립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 책은 인사이트전략본부 산하 리서치인사이트팀, 브랜드인사이트팀, 데이터인사이트팀, BX Lab으로 구성된 4개 팀 17인의 트렌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만든 책이다. 트렌드 변화의 원인과 그 변화가 궁극적으로 가져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시사점과 활용 가치에 주안점을 둔 특별하고도 흥미로운 보고서로, 놀이/일상/세상/마케팅 4개의 주제 16가지 키워드를 통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대응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휴먼과 환경의 시대,
비즈니스 현장의 필독서!
올해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이슈의 핵이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생성형 AI가 아직 초기라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하여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콘텐츠나 카피, 이미지, 사운드 등을 만들어내며, 실제로 창작이나 홍보 등의 상업적 활동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에 따른 인간의 노동력 상실과 축적된 데이터의 저작권 등 근원적인 여러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 혼란의 시기에 현장 마케터들 사이에서도 소비자들을 유인하던 기존의 마케팅 전략보다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여 그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장은 프롤로그에서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주체적으로, 더 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낼 것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도심과 골목을 즐기고, 할머니와 밀레니얼이 결합된다
세대의 경계를 뛰어넘어 경험과 이상, 개인과 사회, 도심과 골목의 조화 속에서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파트1 ‘놀이’에서는 명품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사용된 용어인 헤리티지를 현시대에 맞게 재발견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찾아내어 즐기는 ‘뉴리티지’, 영상 제작과 편집의 전문 영역이 허물어지고 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Z세대를 중심으로 감상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춤을 추며 즐기는 ‘전국 댄스 자랑’, 축구가 넓은 공간에서 뛰는 남성 스포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풋볼장과 여성 축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다룬 ‘프리미女리그’,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문화가 크게 바뀌면서, 단순하게 짐을 챙겨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이 아닌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가는 이색 여행이 유행하는 ‘여기 컨셉 어때’를 흥미롭게 다룬다.
파트2 ‘일상’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한 좁은 활동 반경으로 동네와 로컬 단위의 삶을 즐기는 ‘모두의 동네’, 좋아하는 주제로 사람들과 연결되고 관계가 형성되며 AI도 참여하는 오픈채팅의 세계를 다룬 ‘톡뮤니티’, 제로 슈거 콜라, 제로 슈거 소주와 제로 알코올 맥주 등 건강한 먹거리와 라벨프리 제품 소비가 늘어나는 환경 이슈를 다룬 ‘제로는 못 참지’, 코로나로 인한 무기력함과 경쟁 사회 속에서의 바쁜 일상에 내몰린 자신을 지키고 행복한 내면을 채우기 위한 휴식 ‘갓생 충전소’를 이야기한다.
파트3 ‘세상’에서는 넘쳐나는 홍보와 과잉 연출과 자극적인 콘텐츠, 가짜 뉴스들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개인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언프리티 인스타’, 기존 미디어의 권력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주류 미디어로 자리잡은 종횡무진 유튜브 세상을 다룬 ‘유튜버 폼 미쳤다’, 10대부터 20~30대까지 일상에서 얻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사회적 공감을 얻는 현상을 보여주는 ‘임자 해봤어?’, 한류를 넘어 주류로 글로벌 콘텐츠의 대세가 된 한국의 문화와 브랜드의 배경을 다룬 ‘비욘드 K’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파트4 ‘마케팅’에서는 기능이 뛰어나거나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을 다룬 ‘다 경험이야’, 온라인의 약점을 파고들어 직접 경험하게 만들고 지역 커뮤니티의 유대를 엮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치열한 노력을 담고 있는 ‘오프라인 리부트’,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생성형 AI의 무한한 가능성과 열풍을 다룬 ‘크리AI티브’,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지칭되고 있는 가상과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XR 기술을 다룬 ‘일상 반올림’을 소개한다.
스페셜 리포트 ‘So Far So Cool 2024’에서는 지난 4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쿨’함에 따라 선호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의 관계 변화를 다룬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쿨한 브랜드는, 트렌디하고 힙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본업 존잘’인 브랜드”인 것으로 보인다.
구매가격 : 13,500 원
데미안
도서정보 : 헤르만 헤세 | 2016-09-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빛나는 은유적 표현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1차 세계 대전 직후에 《데미안》이 불러일으킨 반향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데미안》은 섬뜩하리만큼 정확하게 시대의 신경을 건드린 작품이다.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선지자가 나타나 삶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드러냈다고 생각했고, 그 고마운 충격에 기꺼이 휩쓸렸다.- 토마스 만
구매가격 : 4,000 원
노인과 바다
도서정보 : 어니스트 헤밍웨이 | 2016-09-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자연의 도전에 맞서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어부 산티아고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투쟁을 통해, 승리를 위해 고난을 견디는 인간 영혼의 능력을 증언한다. 연약한 인간의 육체적 한계는 눈부신 햇살과 끝없는 바다, 완벽한 고립, 죽음처럼 깊은 어둠 등의 대자연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끊임없이 끌어당기고, 풀고, 다시 밀어내는 헤밍웨이 특유의 서사 기법과 간결한 문체로 그 긴박감을 더한다.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게 되는 대표적인 책이다.
《노인과 바다》는 내 평생을 바쳐 쓴 글이자 지금 내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글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구매가격 : 4,000 원
어린 왕자
도서정보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2016-09-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마음으로 봐야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어린이의 영혼, 어린이의 눈으로 인간과 세상과 우주를 성찰한 탁월한 작품, 《어린 왕자》는 숨 막히는 사막 같은 현실세계 속에서, 온갖 탐욕과 광기에 물든 강압적인 세계 속에서 우리를 비로소 숨 돌리고 잠시라도 편안히 쉴 수 있게 한다. 이렇게도 깊은 위안과 이렇게도 깊은 공감으로 《어린 왕자》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조건 없는 사랑,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소중한 가치, 죽음으로도 깨지지 않는 결합, 우정, 우주적 동경 그리고 인간적 진실을 동화처럼 신화처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어른을 위한 동화, 단순해서 더욱 매혹적인!
구매가격 : 4,000 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도서정보 : 루이스 캐럴 | 2016-09-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한 아이를 위한 판타지!
정교하게 다듬어진 농담!
자유로운 영혼,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토록 오래, 그토록 널리, 그토록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잘 짜인 농담, 말장난, 패러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환상의 세계와 수학처럼 정교한 논리의 세계가 절묘하게 만나고 있는 이야기인 데다가, 교훈적인 사고를 털어버리고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를 즐겁고 유쾌하게 그리면서 판타지 특유의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교훈을 찾는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웃기는 장면에서 웃을 수 있는 약간의 순진함, 한 가닥의 어린티만 있다면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부디 아직은 어른이 아니길 바라면서 앨리스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 갈 용기를 가져보자.
구매가격 : 4,000 원
거울 나라의 앨리스
도서정보 : 루이스 캐럴 | 2016-09-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거울 속, 거꾸로 된 세상에서 겪는
앨리스의 뒤죽박죽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이지만 앨리스가 등장한다는 것 말고는 내용적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앨리스 리델에게 체스 두는 법을 가르치면서 루이스 캐럴은 체스 게임을 이야기의 도구로 삼아 거울상을 이용한 말장난, 거꾸로 흐르는 시간, 대비와 역의 개념, 반대로 움직이는 공간 등을 정교하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웃기는 장면에서 웃을 수 있는 약간의 순진함, 한 가닥의 어린 티만 있다면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시스템,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로 가득한 판타지의 세계로 모두 함께 앨리스를 따라 가보자. 부디 아직은 어른이 아니길 바라면서!
구매가격 : 4,000 원
위대한 개츠비
도서정보 : F. 스콧 피츠제럴드 | 2016-09-13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우리는 내일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세속적인 현실 감각과 이상주의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닌 개츠비를 통해 치솟는 주가와 밀주 매매로 떼돈을 번 신흥 부자들의 흥청망청한 생활과 전통적인 상류층을 대비하면서 부와 성공에 대한 열망, 결코 채워지지 않는 신분의 장벽, 뼛속까지 밴 부르주아 근성, 탐욕과 신분상승을 꿈꾸는 불륜들을 피츠제럴드는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생생하게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개츠비가 위대한 것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도와 정신은 닉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계승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최고의 지성이란, 두 가지의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지니며 어떤 일이 가망 없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면서도 이를 바꿔보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구매가격 : 4,000 원
동물 농장
도서정보 : 조지 오웰 | 2016-09-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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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저항하라!
권력을 감시하지 않고, 부패한 권력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미래는 바로 동물 농장이다
혁명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권력이 어떻게 부패하는지, 욕망은 어디까지 치닫는지, 정치사회의 권력 현실을 부패시키는 근본적인 위험과 모순은 무엇인지, 각성 없는 대중의 무지와 무관심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동물 농장》은 철저하게 그리고 탄탄하고 긴박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상실된 당대의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날카로운 풍자로 그치지 않고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똑같은 위험, 똑같은 모순, 똑같은 비판, 똑같은 풍자로 우리에게 섬뜩하게 경고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인간은 항상 탐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조지 오웰의 믿음과 격려 때문에 《동물 농장》은 처절하지 않다. 우리 앞에 나아갈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구매가격 : 4,000 원
좁은 문
도서정보 : 앙드레 지드 | 2016-09-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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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나란히 걷기에는 너무나 좁은 길
그러나 저항할 수 없는 사랑
섬세하고 강렬하고 매혹적인 운명
어린 시절에 겪은 어머니의 불륜이라는 트라우마와 사랑하는 사람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콤플렉스, 그리고 청교도적인 금욕주의에 철저하게 지배당하고 있는 알리사는 사촌누나 마들렌(훗날의 지드 부인)을 모델로 한 것이지만, 어쩌면 작자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
육체가 배제된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한 남자를 향한 두 자매의 치열한 사랑은 가슴 저리도록 슬픈 운명을 예고하는데, 서로를 향한 고독한 열망, 강렬한 욕망과 정교한 절제의 끝없는 갈등, 비인간적인 자기희생, 절대적이면서도 결말이 없는 인간의 본성은 작품 전체에 흐르는 아름다운 서정을 배경으로 치밀하게 묘사되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작품으로 승화된다.
구매가격 : 4,000 원
햄릿
도서정보 : 윌리엄 셰익스피어 | 2016-09-1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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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or not to be!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인간의 존재 문제, 삶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룬 걸작 중의 걸작
권력을 둘러싼 형제간의 음모, 질투와 살인, 아버지가 죽은 지 두 달도 못 되어 시동생과 재혼한 어머니에 대한 갈등, 상큼발랄 오필리아, 첫사랑, 그 비극적인 죽음, 햄릿은 극단적인 행동과 극단적인 지연, 진짜 광기와 가짜 광기, 허구와 실재, 이성과 열정 등의 상반되는 개념과 가치들을 대립시킴으로써 우리의 사고와 행위의 본질을 끊임없이 묻는다. 인간이 가진 거의 모든 능력을 극대화한 인물 햄릿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보편적인사고와 행위를 뛰어넘는 비전을 추구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 전과 햄릿 후로 나뉜다.
훌륭한 셰익스피어에서 위대한 셰익스피어로!
구매가격 : 4,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