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자책
중국 5대 소설 삼국지연의• 서유기 편
도서정보 : 이나미 리쓰코 | 2019-11-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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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소설의 매력을 재발견하다!
재담꾼들의 이야기에서 탄생한 중국의 백화 장편소설은 비할 데 없는 재미로 가득하다. 그중 중국 5대 소설로 꼽히는 『삼국지연의』와 『서유기』를 중국 문학의 전문가가 흥미롭게 안내한다. 5대 소설을 읽는 것은, 그야말로 소설이 태어나 성숙되어가는 역사와 마주하는 더없이 매혹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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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하루 한마디
도서정보 : 무노 다케지 | 2019-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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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를 눈앞에 둔 저널리스트가 들려주는 지혜
저자 무노 다케지는 인간, 삶, 생명, 평화, 일상에 대한 인생의 진리와 역사적 증언들을 짧은 문장들로 가슴 깊이 우리에게 전한다. 99세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경험과 성찰에서 우러나오는 글들을 하루 한마디씩 곱씹다 보면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많은 것들을 일깨워줄 것이다. 독자들이 365일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말 상대로 삼아주기를 바라며 써나간 저자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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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입문
도서정보 : 사이구사 미쓰요시 | 2019-10-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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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사상의 전개와 그 진정한 의미!
아시아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 인도 불교는 중국,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각 나라의 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붓다가 성장한 인도의 사회 배경, 그의 출신 및 포교 활동과 사상의 변천을 서양 사상과의 비교로 알아보고, 나아가 불교가 각지에 파급되어가는 양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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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 • 금병매 • 홍루몽 편
도서정보 : 이나미 리쓰코 | 2019-11-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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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의 방대한 세계를 간결하면서 깊이 있게 안내하다!
협의 정신으로 긴밀한 서사 세계를 구축한 「수호전」, 그 수호전의 한 에피소드에서 기본 구상을 가져와 음서에서 중국 최초 근대적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찬사까지 받는 「금병매」, 중심인물 묘사 방법에서 금병매가 남겼던 과제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며 중국 문학사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는 「홍루몽」. 이 세 작품이 지니는 상호 불가분의 인과관계에 주목하면서, 서사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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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도서정보 : 가와시마 히데아키 | 2019-1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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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문학가인 저자와 함께 ‘영원의 도시’ 로마의 역사와 문화를 거닐어본다. 로마의 색다른 낭만과 묘미를 좇는 특별한 로마 인문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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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도서정보 : 가라시마 노보루 | 2020-01-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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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카레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을까? 인도에서는 어떤 카레를 먹을까? 인도 역사 연구의 일인자가 카레라이스의 기원을 찾으며, 각지의 특색 넘치는 요리를 맛보고,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도 각 고장의 버라이어티한 아름다운 요리 사진도 다수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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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도서정보 : 다카시마 젠야 | 2020-02-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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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흔히 자유방임사상의 원조라고 불리지만 이는 그를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 앞서 이미 『도덕감정론』으로 전 유럽에 명성을 날린 훌륭한 도덕철학자였고, ‘자유방임’이란 문구는 그의 대표도서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애덤 스미스의 전모를 살펴보며 그가 추구한 사상의 본뜻을 이해하고, 근대화를 향한 투쟁의 여정을 들여다본다.
구매가격 : 10,800 원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도서정보 : 야나부 아키라 | 2020-03-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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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사상과 학문을 받아들이면서 그 의미를 적절하게 번역하고 보급하기 위해 일본 지식인들은 치열한 고민을 시작한다. 저자는 그 지적 투쟁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번역어들에 대해 실증적인 자료를 토대로 성립 과정을 날카롭게 추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번역어들은 모두 한국에서도 쓰이는 만큼 그 성립 역사는 우리들에게도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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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도서정보 : 나카오 사스케 | 2020-05-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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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시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 지금의 벼와 보리는 우리 선조들의 손으로 수천 년에 걸쳐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왔다. 벼를 비롯해 보리, 감자, 잡곡, 콩, 차 등 인간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재배 식물의 기원을 찾아 아시아의 산간벽지와 남태평양 전역을 탐사한 귀중한 기록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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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국가
도서정보 : 다나카 가쓰히코 | 2020-06-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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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모어가 경우에 따라 품위 없는 방언으로 취급되거나 혹은 권위 있는 국가어로 간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어 성립 과정에서 창출된 말에 대한 차별 양상을 명확히 하며 사회와 정치가 언어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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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平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도서정보 : 요시미 슌야 | 2020-07-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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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제 풍요함을 향유하거나, 세계의 첨단을 걷는 나라가 아니다. 실패와 일탈을 거듭하는, 불안과 과제로 가득찬 나라다. (본문중)
경제거품 붕괴, 대지진, 옴진리교 사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충격 속에 가전왕국의 쇠락, 정치개혁 좌절, 저출산과 빈곤으로 줄달음질친 일본.
쇼와 시대의 성공은 헤이세이의 실패와 좌절을 잉태하고 있었다. 일본의 저명 사회학자가 한 권의 책 속에 건축한 ‘헤이세이 실패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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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도서정보 : 우오즈미 다카시 | 2020-08-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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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터득해도 그 도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소설이나 전설에 가려진 실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모든 승부에서 이기면서도 여전히 평생토록 추구했던 “병법의 도”란 무엇일까. 새롭게 발굴된 사료도 검토해가며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보는 동시에,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된 그의 사상을 『오륜서』를 중심으로 정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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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도서정보 : 사이토 모키치 | 2020-09-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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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만요슈 걸작선!
『만요슈』 입문서로 이만큼 확고한 존재감을 가진 책도 찾아보기 힘들다. 빼어난 걸작들을 엄선하여, 간결하면서도 세심한 해설을 덧붙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만요슈』 에센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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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학과 양명학
도서정보 : 시마다 겐지 | 2020-10-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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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요청과 새로운 질서,
같으면서도 달랐던 두 가지 시선!
중국의 신유학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려 했는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자학과 양명학의 입장과 역사적 역할을 분명히 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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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
도서정보 : 다나카 아키라 | 2020-1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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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선의 내항으로 개항을 시작하여
근대적 개혁을 이루기까지!
일본의 방향을 결정지은 메이지 유신의 의미!
풍운이 감도는 막부 말기. 흑선 내항으로 개국한 일본은 치열한 사건들을 거치며 서서히 근대 국가로 나아간다.
본서는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을 깊이 파고들며 메이지 유신이 가지는 명과 암의 성격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서 분석한다.
구매가격 : 11,8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24-드가
도서정보 : 이연식 | 2020-12-2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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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도 파리가 낳은 ‘플라뇌르’ 드가,
그가 보여주는 예술과 혁명과 낭만의 도시 파리로 떠나다!
“사람들은 나를 ‘발레리나들의 화가’라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한 것은 그들의 움직임, 그 자체이다.’
- 에드가르 드가
드가의 경이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오르세와 루브르에서부터
그가 창작의 영감을 받은 오페라가르니에, 콩코르드광장까지
파리가 낳은 화가 드가를 찾아가는 예술 기행
◎ 도서 소개
루브르에서 태어나 오르세에 뿌리내린 드가,
전통과 혁신을 오가다
드가는 〈에투알〉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목욕통〉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예술가 하면 으레 떠올리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평탄한 삶 속에서 드가가 어떻게 혁명에 가까운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동서양을 넘나들며 여러 예술가와 작품을 소개해온 이연식 작가가 이번에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스물네 번째 책 『드가』를 통해 드가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배경도 함께 살핌으로써 드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드가의 흔적을 오롯이 발견할 수 있는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에서부터 그가 작품의 영감을 얻은 장소를 따라가는 것은 물론, 19세기 파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안내한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어려운 지금 잠시나마 여행을 하고 온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다.
1834년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드가는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 없이 유년기를 보냈으며, 아버지의 바람대로 소르본대학교 법학부에 진학했다. 미래가 보장된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법률가의 길을 포기하고 예술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에콜데보자르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예술을 배우기 시작해 어릴 때부터 드나들던 루브르박물관을 찾아 고전 작품들을 모사하며 예술의 기초를 닦았다. 당시 프랑스 고전주의미술의 대가인 앵그르로부터 “데생을 중시하라”라는 가르침을 받은 뒤로는 평생 그 말을 따랐다. 그러면서도 앵그르와 대척점에 있던 들라크루아의 그림에 매료된 드가는 그의 스타일도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점차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나갔다. 드가는 이탈리아 체류 중에 그곳에서 본 고전 작품들을 모사하는 등 전통을 따르면서도 파리에 돌아와서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당시 미술계 관행에 따라 살롱에 걸맞은 작품을 선보여야 함에도 틀에 박힌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역사화 〈소년들에게 도전하는 스파르타 소녀들〉 〈바빌론을 건설하는 세미라미스〉 〈오를레앙의 비극〉을 발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많은 예술가가 제도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했지만, 드가는 끝끝내 그렇지 않았다. 더 나아가 루브르에서 모사하던 중에 만난 마네를 통해 과거가 아닌 현재를 그려야 한다는 깨닫고 자신을 둘러싼 현실 세계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며 현대미술의 포문을 열어젖혔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는 혁신의 편에 있으면서도 전통적이었고,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전통과 갈등을 빚었다.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체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본능적이고 직관적이었다.”
“드가는 파리라는 현대적인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인상주의적이지 않은 인상주의 예술가 드가,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탄생한 19세기 파리의 빛과 그림자
1789년에 일어난 시민혁명으로 프랑스에 짙게 드리웠던 중세의 그림자는 사라졌지만, 혁명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고, 프랑스는 다시 한번 정치적인 변화를 겪었다. 드가는 프랑스·프로이센전쟁과 파리코뮌 이후 프랑스에 찾아온 이른바 ‘벨 에포크(19세기 말부터 제1차세계대전 전까지 평화와 번영을 누리던 시기)’라 불리던 시대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찾아온 평화를 구가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을 꾀하고 예술과 문화가 번영을 누리고 있었고, 드가는 그러한 ‘세계적 수도’ 파리의 ‘플라뇌르’, 즉 산책자였다. 그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지금껏 본 적 없는 대도시의 휘황찬란한 구경거리에 사로잡힘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한 파리 시민들의 고단한 삶과 소외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동시대 동료 예술가들이 태양 빛이 순간순간 만들어낸 색채의 조화에 매료되어 야외로 나갔던 것과 달리, 드가는 대도시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일상에 주목했다. 특히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눈여겨보았다. 그는 발레리나들,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성들, 카페 콩세르의 가수들 등을 통해 대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자 했다. 이렇듯 드가는 새로운 시대의 공기와 호흡하며 새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을 자양분 삼아 작품을 그려나갔으며, 그 결과 〈콩코르드광장: 르피크 자작과 딸들〉 〈잘못된 출발〉 〈기다림〉 〈발레 수업〉 〈페르난도 서커스의 라라 양〉 등이 탄생했다.
그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모노타이프, 사진술 등 동시대 예술가들이 외면하던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인상주의라고 하면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향유하던 유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상주의는 어디까지나 새로이 모습을 갖춘 대도시가 낳은 유파이고, 도시 사람들의 감성에 부합하는 회화이다. 그런 점에서 드가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상주의적인’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전통’과 ‘혁신’을 오간 예술가 드가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진실’만을 추구하다
드가는 사람들이 ‘회화’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인식들을 철저하게 깨부수었다. 가장자리도 거침없이 잘라냈으며, 화면의 중앙을 과감히 비워두기도 했다. 또 〈국화와 여인〉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물화인지 정물화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부차적인 요소로 여겨지던 사물을 인물 못지않은 중요한 제재로 삼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1886년에 발표한 〈목욕통〉으로 당시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는데, 여성의 몸을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게 그렸을 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훔쳐보는 듯 연출한 이 작품은 결국 서양미술에서 누드화를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건 〈열네 살의 어린 발레리나〉라는 조각 작품에 마치 그녀가 살아 있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발레복을 입히고 토슈즈를 신긴 것이었다. 당시에는 마네킹이나 인형에만 옷을 입힌다고 생각했을 뿐 작품에 옷을 입힌다는 건 상상도 못 할 때였지만, 드가는 현실과 창작의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더군다나 그때까지 조각에 흔히 기대했던 웅장함이나 관능 것 또한 이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평단과 대중의 반응이 엇갈렸음에도 그는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30대 때부터 찾아온 시력 상실은 드가에게 고통인 동시에 창작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흐트러짐 없이 집요하게 예술에 천착했고, 쉼 없이 새로운 매체를 연구했다. 회화가 아닌 조각으로 세상을 그리고자 했던 것도 예술을 향한 그의 집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드가는 오로지 ‘진실’만을 추구하며 사람들이 놓여 있는 상황을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덕분에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 속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 같은 것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뉴올리언스의 면화 거래소〉에서는 자본주의사회의 생리를, 〈벨레리 가족〉과 같은 초상화에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그의 작품에는 보편적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과 철학이 녹아들어 있기에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책 속에서
하지만 드가는 그런 예술가들과 달랐다. 그는 자연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시선은 온갖 모순과 악덕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도시를 향했다. 사람과 현실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노동하는 여성을 그렸고, 공연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클로드 모네와 알프레드 시슬레가 햇빛을 받은 수목과 강물을 그릴 때, 드가는 인공조명을 받으며 움직이는 발레리나와 가수를 그렸다. 드가는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었지만, 그의 작품들에는 어떤 방향성이 있었다. 그는 인상주의에 속했지만, 풍경이 아니라 인물을 그렸다. 경마와 발레를 그린 그림에서는 인물의 순간적인 동작,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해 보였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는 세계의 모습을 붙잡는 것.
- 〈프롤로그〉 중
드가는 앵그르와 같은 차분하고 체계적인 예술을 추구하면서도 들라크루아의 자유분방함에 끌렸다. 그러다 보니 드가의 예술은 초기에는 앵그르적인 경향을, 후기에는 들라크루아적인 경향을 띤다. 엄격함과 자유로움, 치밀함과 즉흥성 사이를 드가는 평생 시계추처럼 오갔다.
- 〈1장 데생을 사랑한 예술가〉 중
모로는, 드가가 스쳐 갔고, 어쩌면 발을 담갔을, 하지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세계가 지닌 이름이다. 드가와 모로, 잠깐이나마 같은 세계를 공유했을 두 사람의 궤도는 어긋나버렸다. 드가는 모로를 떠나 다른 선배를 찾았다. 새로운 선배의 이름은 ‘마네’였다.
- 〈1장 데생을 사랑한 예술가〉 중
드가는, 인상주의를 단순하게 정의하고 분류하려는 시도를 방해하는 존재이다. 인상주의에 대한 후대의 서술은 은연중에 ‘순수한 인상주의’를 구별하려 한다. 하지만 ‘순수한 인상주의’ 전시회를 굳이 따지자면 1874년의 첫 번째 전시회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드가가 이 전시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 〈2장 인상주의적이지 않은 인상주의 예술가〉 중
드가의 누드화는 관음증을 연상시키는 묘사 때문에 지금도 비판받는다. 하지만 정작 그의 누드화는 관음증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관음증의 대상이 되려면 이상적인 육체여야 한다. 드가의 그림 속 누드는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 여성주의 미술사가인 노마 브루드는 드가의 그림 속 여성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옷을 벗었으며, 전통적으로 회화의 ‘목욕하는 여자’가 관람객에게 우호적인 것과 달리 남성을 당황하게 하기에 오히려 여성주의적이라고 했다.
남성의 시선이라는 점에서는 드가의 그림도 유럽 회화의 면면한 관습 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단 그의 그림 속 여성들은 연기하지 않는다. 이전 회화에서 단장하는 여인들은 자신들이 관찰되는 걸 짐짓 모르는 척했다. 그러니까 거꾸로, 이전까지 목욕하는 여성의 모습이 얼마나 작위적이었는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드가의 그림 속 여성들은 스스럼없으며 보는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 〈2장 인상주의적이지 않은 인상주의 예술가〉 중
오르세에서는 드가가 얼마나 뛰어난 예술가인지 실감할 수 있다. 드가의 기발하고 파격적인 구성은 여러 밋밋한 작품들 속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의 작품은 좋은 자리에 걸려 있으며 사람들은 경마와 발레리나를 그린 그의 그림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어쩌면 예술의 목적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스스로는 냉담하면서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것. 오르세미술관에서는 드가의 조각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대부분 발레리나와 말, 목욕하는 여인을 소재로 한 것이다. 파리를 가득 메운 웅대하고 화려한 조각들에 비하면 드가의 작품은 일견 소박하다. 하지만 그가 평생 추구했던 속도와 움직임, 인간의 몸이 빚어내는 균형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 〈2장 인상주의적이지 않은 인상주의 예술가〉 중
오스만의 파리 대개조 이후, 파리에는 플라뇌르flaneur가 출몰했다. 프랑스어로 플라뇌르란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유유자적하게 대도시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보들레르에 따르면 플라뇌르는 망원경으로 사방을 관찰하면서도 이따금 바싹 다가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초연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존재이다. 스스로가 비범한 안목을 소유했으며 대중보다 수준이 높다고 여긴다. 플라뇌르는 도시의 군중을 광활한 사막처럼 여기며, 그 사막을 배회하는 자신의 고독을 만끽한다. (…) 보들레르식으로 말하자면 ‘현대의 화가’는 플라뇌르로서의 예술가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플라뇌르다운 플라뇌르였을까? 마네는 나름대로 도시의 관찰자였지만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모네나 피사로도 파리를 그리기는 했지만, 이들의 그림에서 대도시의 시민들은 거친 붓질 속에 파묻힌 얼룩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의미에서 드가야말로 진정한 플라뇌르였다.
- 〈3장 새로운 도시의 관찰자―‘플라뇌르’ 드가〉 중
드가의 그림에는 아래쪽에서 올라온 빛, 풋라이트를 받은 인물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그는 햇빛에 관심이 없었다. 인상주의 예술가들에게 빛은 곧 태양광을 의미했기에 그들은 해가 지면 붓을 내려놓고 쉬거나 놀러나갔다. 마치 옛 농민들처럼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에 맞추어 살아갔다. 하지만 드가는 도시 문명이 만들어낸 인공조명을 유일한 광원인 양 떠받들었다.
- 〈3장 새로운 도시의 관찰자―‘플라뇌르’ 드가〉 중
드가의 그림이 만들어내는, 묘하게도 앞뒤로 오랜 시간을 지시하는 것 같은 느낌, 찰나를 영속으로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여기서 연유한다. 그래서 그가 그린 경주마들은 때로는 얼어붙은 것처럼 보인다. 반면 마네의 그림에서는 찰나가 찰나로 느껴진다. 심지어 어느 정도 이어지는 시간조차도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마네는 시간에 실려 스쳐 지나갔고, 드가는 시간을 화면에 담으려 했다. 마네는 그림을 마무리하면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저 다시 그리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드가는 같은 주제,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그렸고, 작품 하나하나를 거듭 수정했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이 지닌 정적인 성격은 더욱 강해졌다.
- 〈4장 움직임을 향한 열정―경마와 발레〉 중
그는 박스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그림도 여럿 그렸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1876년경에 그린 〈에투알〉이다(15쪽). 수석 발레리나가 풋라이트를 받으며 앞으로 나오는 모습은 환상의 결집체이지만, 그녀의 바로 뒤쪽으로는 무대 배경막 사이사이에 서서 대기하는 다른 발레리나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검은색 정장 차림의 후원자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대 위 수석 발레리나를 바라보며 서 있다. 이처럼 드가는 몽환적인 아름다움과 비참한 현실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한데 섞어놓았다. 수석 발레리나의 머리 장식이 마치 배경막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그린 것도 얄궂다. 배경막의 바깥쪽 선을 발레리나의 머리칼과 겹치게 하거나 아예 두 요소의 간격을 벌릴 수도 있었겠지만, 무자비한 드가는 그림을 보는 이들이 마음 놓고 환상에 빠져들 수 없도록 만들었다.
- 〈4장 움직임을 향한 열정―경마와 발레〉 중
이 시기에 그가 그린 〈뉴올리언스의 면화 거래소〉는 그의 성숙한 역량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현대 도시의 사무실에서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드가보다 앞서 이렇게 그린 화가는 없었다. 한쪽에 면화 샘플이 놓인 사무실에서 어떤 이는 일에 몰두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한가로워 보인다. 그림 속 남성들은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사무실 중앙, 그러니까 그림의 중심에는 드가의 동생인 르네 드가가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여기서도 드가는 화면 중심에 일종의 공백을 만들어 일견 산만하고 태만하지만, 종종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굴러가서는 그것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뭉개버리는 산업의 생리를, 통일된 질서도, 가치의 위계도 없는 현대성의 단면을 드러냈다.
- 〈4장 움직임을 향한 열정―경마와 발레〉 중
노년의 드가는 파리를 배회했다. 소변을 자주 봐야 했기에 오늘날의 버스처럼 운행되었던 승합마차를 타고 다니지 못했다. 홀로 파리 여기저기를 비척거리며 돌아다녔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때로는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젊었을 적에는 감각을 탐하며 도시를 집어삼킬 듯했던 그가 이제는 방향도 목적도 없이 다녔다. 오로지 돌아다니는 존재인 플라뇌르가 드가의 마지막 정체성이었다.
- 〈5장 드가의 유산〉 중
구매가격 : 15,040 원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
도서정보 : 위성락 | 2020-12-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북핵, 4강 외교의 권위자 위성락 대사가 진단하는
대한민국 외교의 현재, 그리고 미래
저자는 2015년 중반까지 36년간 외교부에서 일하였고, 러시아 대사직을 마지막으로 퇴임하였다. 통일부와 국정원, 외교부 등 모든 외교 채널을 통틀어 북핵, 4강 외교의 최고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그는 외교부 재임 시절 남북 비핵화 회담을 성사시키고 소련과의 수교를 앞당기는 등 굵직한 성과들을 낸 바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외교부를 퇴임한 후 2016년부터 2020년 가을까지 쓴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 그동안 남과 북,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은 긴장감을 유지하고 서로를 견제하며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해 왔다. 때로는 상대를 도발하기도 하고 압박하기도 하는 등 당시로서는 위험천만한 사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라는 긴 시간 속에서 보자면 이것은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 구도는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 큰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양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나서부터인데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과 더불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극심해지면서 그야말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던 때는 공교롭게도 이 시기와 겹치는데 자신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정세를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고 그것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이 예정되어 있는 현 상황은 이전보다 더욱 복잡하다. 그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상황 인식과 해법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전망하고 설계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외교 개혁을 위한 문제 제기, 제2장에서는 북핵 문제를, 제3장에서는 4강 외교를 다루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주제 모두 오늘날 대한민국 외교를 업그레이드하고 현 외교 상황에 대처하는데 빠트릴 수 없는 것들이다.
◎ 도서 소개
미·중 대결 속에서
비핵, 평화, 통일의 길을 찾는 한국 외교
어떻게 해야 좋을 것인가?
저자는 2015년 중반까지 36년간 외교부에서 일하였고, 러시아 대사직을 마지막으로 퇴임하였다. 통일부와 국정원, 외교부 등 모든 외교 채널을 통틀어 북핵, 4강 외교의 최고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그는 외교부 재임 시절 남북 비핵화 합의를 성사시키고 소련과의 수교를 앞당기는 등 굵직한 성과들을 낸 바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외교부를 퇴임한 후 2016년부터 2020년 가을까지 쓴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 그동안 남과 북,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은 긴장감을 유지하고 서로를 견제하며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해 왔다. 때로는 상대를 도발하기도 하고 압박하기도 하는 등 당시로서는 위험천만한 사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라는 긴 시간 속에서 보자면 이것은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 구도는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 큰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양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나서부터인데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과 더불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극심해지면서 그야말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던 때는 공교롭게도 이 시기와 겹치는데 자신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정세를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고 그것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이 예정되어 있는 현 상황은 이전보다 더욱 복잡하다. 그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상황 인식과 해법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전망하고 설계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외교 개혁을 위한 문제 제기, 제2장에서는 북핵 문제를, 제3장에서는 4강 외교를 다루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주제 모두 오늘날 대한민국 외교를 업그레이드하고 현 외교 상황에 대처하는데 빠트릴 수 없는 것들이다.
북핵, 4강 외교의 권위자 위성락 대사가 진단하는
대한민국 외교의 현재, 그리고 미래
이 책은 2016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가속하던 때로부터 최근까지 주요 외교 현안이 생길 때마다, 한국식 담론 생태계의 대척점에서 냉철한 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적 대안을 제기하려고 했던 저자의 시도를 모은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환경과, 분단된 국토에서 핵무기를 지닌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외교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 준다. 한국의 외교 정책은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과는 거리가 있고, 행정적이고 행사 위주, 인기 위주로 흐르고 있는데 이를 비롯해 우리 외교 생태계에 자리한 고질적인 5대 수렁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첫째, 한반도와 관련된 주요 이슈가 국제적으로 다루어질 때, 논의가 한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식으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국내 정치가 대외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국내 정치의 목적을 위해 대외 관계를 이용하는 사례는 특히 박정희 유신 체제나 전두환 체제에서 극심했다. 셋째, 이념성과 당파성이다. 해방 이후로 정권을 잡은 권위주의 정부가 체제 방어를 위해 반공을 이념으로 한 외교를 전개하자, 이에 대한 비판과 반작용이 야당과 재야 민주 세력에서 생겼다. 정부의 친미, 반북, 반공 노선에 대항하여 다소 반미적이며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 것이다. 넷째는 포퓰리즘의 문제로, 자기중심적 감정적 관점과 국내 정치 중심 사고가 횡행하고 이념적 당파적 대립이 심화하는 한국 외교 생태계에서, 국민 여론이나 다중의 견해가 합리적인 의견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다. 집권 엘리트나 정치권은 물론 관료들까지 포퓰리즘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고 행동하면서 반드시 해야만 할 결정조차 회피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라든가 한·미 동맹 관련 이슈, 미·중 간의 노선 설정 문제, 북핵 문제도 그러한 사례이다. 다섯째, 아마추어리즘의 문제로 외교가 다중의 여론에 부응하면서 정치 공학적 접근이 지나치게 중시되고 그러다 보니 정치권 인사가 외교 사안을 다루는 일이 더 빈번해진다. 외교는 곧잘 총성 없는 전투에 비교되곤 하는데 이 비유를 따른다면, 총참모부 요직에 전문 지식과 전투 경험이 없는 인사가 보임되는 셈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최고의 키워드, 북핵
2016년 1월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였다. 직후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 국면에서 각국의 일방적 조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 일본의 대북 제재 복원, 한국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미국의 북한 제재 법안 통과 등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동북아 지역 내 군사전략에 민감하고, 미국이 군사력을 활용하여 일방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일에 부정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문제를 걸어 대미 공세를 강화하였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고 대립하면서 북한을 더 복잡한 셈법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사태 이후 거의 모든 대외 이슈를 미국과의 대립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우리 대처는 중국과 러시아의 심리에 유의하면서, 미·중 경쟁이나 미·러의 대립이 북핵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하고, 북핵의 문제점과 국제적 책임을 설득하는 쪽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벌어진 일은 미국이 중국을 공개 비판하고, 한국 여론은 이에 호응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2016~2017년 기간에 미국 본토 타격 능력 과시라는 행로에서 머뭇거린 적이 없다. 북한은 트럼프 등장 후에도 ICBM과 핵실험을 이어갔다. 북한이 핵 개발을 시작하여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응은 강경과 온건 양쪽을 오갔다. 그래도 그 진폭은 일정 범위 내에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이 한계가 무너졌다.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군사행동을 불사할 것같이 나가다가, 180도 선회하여 북·미 정상회담을 즉석에서 수락하였고, 그 회담에서 북한 입장에 경도된 성명에 서명하였다. 또 그 회담 말미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즉흥적으로 언급한 일,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서 생긴 파격이었다.
2020년 북한은 한국 정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북측은 남측이 남·북 간에 이루어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북·미 사이에서 잘못된 중간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그 결과 북측이 하노이에서 낭패를 보았다고 인식한다. 그러다가 이번 총선에서 태영호나 지성호 씨가 국회의원이 되고, 전단 살포가 방치되자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이에 북한은 통신연락선 차단과 군사합의서 일부 파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라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북한의 대남 공세는 대미 도발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이 둘은 북한에 있어 한 묶음의 전술 전략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북한은 금강산 시설, 개성 시설, 남·북 군사합의 조항 등을 넘나들면서 하나씩 무너뜨리는 대남 공세를 이어갈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이렇게 남측을 응징함으로써 남측으로부터 탈북자 행동 규제, 남·북 합의 이행 등 유연한 반응이 나오도록 견인하고,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일 것이다. 한·미 이견을 심화시킬 목적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에 대해 북한의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사면초가가 될 것인가, 사통팔달이 될 것인가
우리나라는 세계 4대 강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위로는 냉전 시기 구소련이었던 러시아가, 동으로는 강제 징용 보상 문제에 대해 수출 규제라는 보복을 해온 일본이, 서쪽에는 여러 주제로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오는 중국이 있다. 또한, 태평양 너머에 있는 미국은 혈맹이자 우방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높은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에 있었던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때 북한은 중국에 대해 비굴하게 미국을 추종하였다고 맹비난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6년의 4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중국도 러시아도 한발 물러나 비난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개다가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대미 공격에 나서는 한편 북한에 대한 제재라든가 압박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드를 배치한 일에 대하여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상황에 심각한 침범이라 성토하며 미국과 한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2020년 시점의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사상 최악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도 탈냉전 이래 최저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례없는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이 현상은 굴기하는 중국과,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러시아, 이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빚어낸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미국(트럼프 정부)은 자국 우선을 내세우며 동맹을 경시하는 비전통적인 지도자가 이끌고 있다. 현 상황은 한국처럼 미국의 동맹이면서 중국·러시아와 인접해 있고, 중국에 심한 경제 의존도를 가진 나라로서는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북한에 대한 제재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압박을 통해 비핵화의 본질적 진전을 기할 협상을 유도하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섯 국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은 달라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들 국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 외교가 처한 현 생태계를 먼저 분석하여 외교 담론을 바꾸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기에다 냉철한 현실주의에 기초한 정책적, 전략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건설적인 담론을 촉발하고, 더 나아가 정부의 정책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 책 속으로
자기중심적 감정적 관점, 국내 정치에 종속된 외교, 이념성과 당파성, 포퓰리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한국 외교의 5대 수렁은 한국 외교 생태계의 심각한 문제이다. _26쪽
우리의 대처는 중국과 러시아의 심리에 유의하면서, 미·중 경쟁이나 미·러 대립의 주술이 북핵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하고, 북핵의 문제점과 국제적 책임을 설득하는 쪽이어야 할 것이다. _40쪽
우리가 제재 압박을 추구하면서도, 언젠가 재개될 협상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재 압박은 수단이며, 진정한 목적은 이를 통해 비핵화의 본질적 진전을 기할 협상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_42쪽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면서도 이웃인 북한이 갖는 지정학적 이해 또한 중시한다.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 비확산을 중심으로 보면 중국의 행보는 혼란스럽게 비친다. 근자에는 여기에 미·중 간의 불화라는 추가 요소가 투영되어 더 혼란스럽게 보인다. _49쪽
사드 배치 문제에 있어 우리가 논의를 주도하지 않고 미국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것이 한국의 안보 이슈가 아니라 미국의 지·전략적 정책 이슈라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_53쪽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정해진 후 판문점에서 6차례 문안 협상을 했으며, 그것으로 모자라 회담 당일 새벽까지 싱가포르에서 문안 조정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기존 입장을 지켜냈고, 자기식의 비핵화 접근 방법에 대한 미국의 동조까지 얻어냈다. 이처럼 치열한 담판 끝에 원하는 합의문을 만들었으니 북한으로서는 외교 대첩으로 여길 만하다. _95쪽
특히 미국의 정책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미국에는 트럼프의 관점이 있고, 관료의 관점이 있다. 우리는 트럼프에 크게 의존해 왔다. 트럼프 이외의 정책 중심과 교감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미국의 정책은 이 두 그룹 간의 논의를 거쳐 형성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전 선언 제안의 변형이다. _105쪽
탈냉전 시기에 소련의 보호망이 사라지는 상황을 겪은 나라가 북한만은 아니었다. 동구권과 중앙아시아의 공산국가들도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들 대부분은 개혁 개방을 하고 시장경제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특이하게도 핵무장을 통한 생존이라는 길을 추구한 것이다. 북한이 그 길을 택하기까지 한국, 미국, 북한이 취한 대응을 돌이켜 보면 몇 가지 교훈이 떠오른다. 우선은 중요한 협상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_135쪽
미국이 INF 협정을 파기하게 된 주된 이유는 러시아의 합의 위반이지만, 미국으로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각종 중거리 미사일이다. 이 협정은 미국과 러시아 간 양자 합의이므로 중국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가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모두 없앤 동안, 중국은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늘려 왔다. 지금 중국은 2,000기의 중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미국 군사력의 중국 주변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배치되어 있다. _139쪽
북한에 있어 제재 해제는 비핵화로 가는 도정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 중 하나이지, 그것이 북핵 협상의 본질적 소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핵 협상의 본질적 소재는 안보 문제이다. 그러므로 제재 해제와 일부 비핵화 조치가 교환되더라도, 그것은 비핵화 협상을 계속 추동하는 효과를 낼 뿐 비핵화의 큰 진전을 견인하지는 못한다. _159쪽
북한은 미국과 탈레반 간 합의를 검토하였을 것이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역시 트럼프를 상대로 협상을 해야 하며, 그러면 한반도에서도 유리한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을 법하다. 자기중심적이고 편집적인 북한은 자신의 핵미사일 능력이 탈레반의 테러 세력 지원 카드처럼 미국을 견인할 결정적 지렛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_188쪽
예컨대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과 국경을 접한 한반도의 안정을 고도로 중시한다. 한반도에서 불안정이 생기는 상황을 극도로 우려한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_210쪽
사실 한·미 정상회담 언저리에서 나온 최대 뉴스는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와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 발표였다. 한국에서는 이 발표가 가볍게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호의를 더는 앉아서 바라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며, 이제 직접 나서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작할 것임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였다. _232쪽
북한이 미·중, 한·중 간의 마찰을 추가 도발의 기회로 이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이 일정표에 들어 있을 터라 최적의 타이밍만 노리고 있을 것이다. _233쪽
구매가격 : 15,2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25-데이비드 흄
도서정보 : 줄리언 바지니 | 2020-12-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일상의 삶을 넉넉히 긍정하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던,
경험주의 철학의 완성자 데이비드 흄의 길을 따라가다
◎ 도서 소개
‘북쪽의 아테네’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부터
서양 철학사의 물꼬를 바꾼 『인성론』의 산실 프랑스 라플레슈를 거쳐
유럽 계몽주의의 또 다른 현장인 프랑스 파리까지
데이비드 흄 사상의 현장을 찾아가다
> 회의주의자이면서도 생을 사랑했던 자
“흄은 나를 이성이라는 독단의 잠에서 비로소 깨워주었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동시대 영국 경험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흄은, 삼라만상의 궁극적 근거를 탐구해오던 유구한 형이상학적 전통과 단호하게 절연함으로써 근현대 철학의 여러 버전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흔히 사유의 중심축을 ‘신’으로부터 ‘인간’으로 옮겨놓음으로써 서양 철학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칸트를 근대 철학의 시작으로 보지만, 사실은 그를 형이상학적 몽상과 독단의 잠에서 깨워준 흄이야말로 진정한 선구였다고 할 수 있다.
흄은, 높고 먼 곳에 있는 초월자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그들의 감각적 경험만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사유 안에서는 인식을 위한 선험적 틀도, 최고로 완전한 존재자로서의 신도, 개별적인 것을 초월한 영원한 진리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르는 궁극적인 원칙도, 고정 불변의 자아 같은 관념도 없다. 모든 것은 시간과 공간과 인간적인 것 안에서 상대화되고, 감각적인 경험 자체가 철학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된다.
흄은 철학자들이 예로부터 추구해온 ‘확실하고 명료한 진리’를 포기하더라도 철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태도는 그가 자신을 가리켜서 한 말, 즉 “철학자이나 진리 추구는 포기한 자”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정직하고 참된 철학자라면 오히려 진리를 찾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인간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흄은 오직 ‘이 땅’에 충실히 머무르면서 생이 선사하는 크고 작은 풍요로움을 최대한 감각하고 누리려 했으며, 존 로크로부터 내려오는 경험론을 완성했다.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는 이러한 겸허한 태도에는 인간적인 매력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매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흄의 재발견’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또한 회의주의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꼭 심각하고 음울한 일만은 아니며, 회의주의적이면서도 생을 넉넉히 긍정하는 가운데 쾌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흄의 생애를 통해 엿보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독선과 아집으로 얼룩진 시대일수록 흄이 보여준 회의주의적 태도는 방법적으로도 꼭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철학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자 하는 영국의 철학자로, 그의 저서는 국내에도 이미 여러 권 소개되어 있다. 언론으로부터 “건전한 판단력을 가진 사회의 수호자”라는 평을 받기도 한 그는, 오래전부터 이성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노선과도, 이성을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반이성주의적 노선과도 거리를 두면서 ‘합리적 회의주의’의 길을 모색해왔다. 이는 바로 흄이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흄은 이성의 높은 콧대를 꺾으려고 한 한편으로, 기막힐 정도로 탁월한 이성적 추론을 보여주었다. 즉 이성을 이성으로 무너뜨리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이성을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지 거부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저자는 흄이 일생 견지한 ‘겸허한 이성’ 혹은 ‘온건한 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흄의 시대와 삶의 공간을 따라 여행하면서 들여다본다. 이러한 방식은 어떤 인물의 사상과 논증을 시대를 초월한 것인 양 다루는 학계의 연구 경향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표준적인 학계 스타일과는 대조되는 글쓰기를 선보여온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철학을 해결해야 할 독립적인 지식의 문제라고 본다면 철학자를 굳이 살펴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철학이 부분들을 한데 엮어 일관된 전체를 구성하는 종합적 학문이라고 간주한다면 철학자를 무시하는 태도는 이치에 맞지 않다. 더욱이 일관된 전체라는 것이 철학자의 생애와 저작, 사상과 실천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태도는 더더욱 난센스다. 나는 흄에게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싶다. 그가 내세운 철학이 그 자신의 삶과 존재의 모든 측면과 닿아 있는 인물로 흄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이다.”(26∼27쪽)
한편 저자는 흄에게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의 한계 또한 놓치지 않는다. 즉 흄이 비록 탁월한 통찰력과 천재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역시 서구 백인 남성 철학자로서 시대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직시한다. 가령 인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점, 당대의 가부장적 가치에 무디었다는 점, 민주주의에 대해 자주 회의적 견해를 표명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저자의 그러한 균형적 시각은 그와 함께 흄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더욱 미덥게 한다.
> 에든버러가 낳은 최고의 철학자
흄을 찾아가는 여정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의 라플레슈와 파리를 거쳐 다시 에든버러에서 끝을 맺는다. 흄은 1711년에 에든버러 구시가지에 있는 론마켓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초반을 이 일대에서 보냈다. 당시 에든버러는, 이성을 인간 본연의 특질로 파악한 유럽 계몽주의를 주도하는 가운데 학문과 문화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소수의 엘리트층에 속했던 흄은 이러한 지적 토양을 배경으로 지식인들과 교유하며 지적 자극을 받았다.
한편 대학 교육에서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던 그는 중도에 그만두고 다방면에 해박한 문필가가 되기 위하여 혼자 공부에 매진했다. 이때 그는, 세속의 삶으로부터 멀찍이 거리를 두고 지성과 영혼과 이성의 문제에만 집중하면 완벽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스토아철학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토아적 삶의 태도가 중심이 되자 그의 영혼은 초토화되었고, 곧이어 스토아학파의 생각이 인간 본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사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인간의 본성으로 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추상적 이성의 폭력을 직접 체험하면서 흄은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하며 비인간적인 기준에 따라 살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훗날 그가 펼치게 될 사상의 핵심 토대를 이루게 된다.
이후 흄은 르네 데카르트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한 프랑스 라플레슈에 있는 예수회대학을 다니면서 그의 대표작으로 길이 남을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줄여서 『인성론』) 대부분을 집필했다. 『인성론』에서 흄은 철학은 인간 본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하며, 인간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철학자들의 상상대로 다룰 때 철학은 실패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실세계에 관해 의심할 수 없이 확실한 진리를 정립하려는 일체의 희망에 종언을 고하고, 경험에 기반을 둔 잠정적이고 불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일을 철학의 과제로 규정했다. 그러나 흄의 야심작 『인성론』은 세간으로부터 인간의 이성을 묵살하며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했다는 냉담한 평가를 받았고, 흄 역시 위험한 사상가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비록 『인성론』의 운명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지만 흄은 평론으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고, 이웃 나라인 프랑스에서도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영국 대사의 비서 자격으로 두 번째로 프랑스를 찾게 되었을 때는 당시 살롱을 중심으로 프랑스 계몽주의를 선도하고 있던 저명 지식인들과 두루 사귀었다. 그중에서도 호의에서 시작했지만 끝내 파국으로 끝난 장 자크 루소와의 인연은 두고두고 세간의 이야깃거리로 남았다.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돌아와 얼마간 국무대신의 차관직을 역임한 뒤 공직에서 물러나 에든버러로 돌아온 흄은 신시가지에 새 집을 지었다. 그러나 새 집에서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생의 희로애락을 긍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 앞에서도 그는 놀라울 만큼 침착하고 쾌활했으며 침통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죽음은 불가피하며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상에 있는 동안 좋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는 진실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생을 사랑했고, 죽음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았던 이 비범한 사상가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우리의 비근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할 것이다.
◎ 책 속에서
그가 우울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그의 전체 철학 프로젝트의 초석이 되었다. 철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철학자들의 상상대로 다룰 때 철학은 실패한다. 『인성론』의 말미에서 흄이 독자들에게 남긴 핵심 주장이다.(33쪽)
흄은 훗날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거세게 비판했다. 가장 신랄한공격은, 스토아학파의 “끝없는 위선”이 “인류에게 혐오감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회의론자」라는 평론에서는 스토아학파의 권고에 핵심을 찌르는 반론을 제시했다. 예컨대 스토아학파가 “죽음과 질병과 빈곤과 맹목과 추방과 중상과 비방과 악명을 인간 본성에 내재된 폐단으로 늘 떠올리라. 이 폐단 중 하나가 당신에게 닥쳐도 이미 예상했던 덕에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회의론자는 “인간 삶에 내재된 폐단을 추상적으로 생각한다면 정작 그것을 대비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삶의 폐단을 구체적으로 집중해서 생각하고 그것의 존재를 느끼는 일에 골몰한다면 이는 우리가 누리는 모든 즐거움을 독으로 감염시켜 우리를 영원히 비참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참된 비법이다”라고 대답하는 식이다.(34∼36쪽)
흄의 사유가 지향하는 바는 언제나 인간 본성이었다. 훗날 그는 “완전함을 향한 철학의 진지한 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한 시도는 “편견과 오류를 바로잡는다는 핑계로 소중하고 귀하게 여길 만한 감정을 공격”하기 때문이다.(38쪽)
흄의 사유가 지향하는 바는 언제나 인간 본성이었다. 훗날 그는 “완전함을 향한 철학의 진지한 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한 시도는 “편견과 오류를 바로잡는다는 핑계로 소중하고 귀하게 여길 만한 감정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그어쩌면 데카르트의 더 근본적인 오류는 스토아학파의 오류와 동일하다. 즉 철학의 기반을 인간 본성이 아니라 추상적 원리에 두는 오류인 것이다. 흄은 “인간을 아는 것이야말로 다른 것들 알기 위한 유일한 기초이며” “인간을 알기 위한 유일한 기초는 경험과 관찰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달리 말해 인간 본성은 물적 실재이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므로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싶다면 “실험 방법을 따르고 특정한 사례들을 비교하여 일반 원리를 끌어내야만 비로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흄은 자연과학의 실험 방법을 철학의 영역로 도입한 셈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경험주의라 알려지게 된다.(52쪽)
흄은 프랑스에서 행복했고 사람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예의바르고 사교적”이라고 생각했다. 1741년, 그는 “프랑스인은 그리스인들을 제외하고는 철학자, 시인, 웅변가, 역사가, 화가, 건축가, 조각가인 동시에 음악가였던 유일한 사람들이다. 공연 무대에서만큼은 오히려 그리스인들보다 뛰어났다. 그리스인들은 영국인들보다 훨씬 비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생활 면에서 프랑스인들은 놀랍다. 그들은 예술 중에서도 가장 유용하고 기분 좋은 삶의 예술l’Art de Viver, 즉 사교와 대화의 기술을 완벽하게 갈고 닦았다”라고 썼다.(64~66쪽)
흄은 습관이야말로 올바른 행동의 열쇠라고 보았다. 사소하거나 중요한 모든 상황에서 바른 행동을 연습하면 어떤 상황에건 효력을 발휘하는 인격을 기를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공자의 사상과 가깝지만, 물론 흄이 그것을 알았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철학이 담고 있는 핵심 사상이라는 점은 알았을 것이다.(67쪽)
관념들의 관계와 사실을 구분함으로써 흄이 도출한 가장 중요한 결론은 사실 문제에 절대적인 확실성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성론 초록』에서 흄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논리라는 흔한 체계”는 “논리적 증거를 통해 증명을 하는” 데는 쓸모가 많지만, 개연성과 증거를 평가하는 데는 쓸모가 없다. “그러나 삶과 행위는 개연성과 증거의 평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철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학 문제와 다르다. 수학 문제에는 엄정한 증명이 필요하지만 철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경험적 추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확실성을 허용하지 않는다.(73쪽)
우리는 ‘결과는 늘 원인에 상응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리는 미래가 실제로 과거의 패턴을 따르리라는 확신을 준다. 그러나 흄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사실 인과의 작용을 관찰한 적이 한 번도없다. 우리가 본 것이라고는 하나의 사건 후에 일어난 다른 사건뿐이다. 이른바 인과를 구성하는 두 사건 사이의 ‘필연적 연관성, 즉 인과를 작용시키는 힘 자체는 절대로 볼 수 없다.(74쪽)
흄은 ‘확실성’이라는 관념의 콧대를 꺾어놓은 동시에, 이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의 콧대 역시 꺾어놓았다. 그는 이성이 모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도구라는 합리주의의 관념을 거부했다. 그의 예리하고 재치 넘치는 비유가 제시하듯 “공기가 있는 곳에서 실험이 성공한다고 해서 진공 속에서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흄은 모든 저작에서 분명히 이성적 추론을 실행하고 있다. 그의 회의주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것이 기막힐 정도로 탁월한 이성 추론을 제시하기 때문이다.(79~80쪽)
흄이 제시하는 것은 더 온건한 형태의 이성이지만, 온건하다는 것이야말로 바로 이 이성의 미덕이다. 여기서 나오는 흄의 또 하나의 금언. 이성에 대한 태도와 이성 추론의 방식에서 극단은 금물이다. 흄이 관찰한 바대로 “많은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독단적인 의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대상을 한쪽 측면에서만 보고 반대 주장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내키는 원칙이나 주장 쪽으로 황급히 달려간다. 그들은 또한 자신과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독단적 의견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적 한계를 더욱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62쪽)
흄이 보통 사람들의 손에 권력을 넘기는 민주주의의 지혜에 종종 회의론을 표명했던 점을 생각하면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는 그와 잘 어울린다. 그는 애덤 스미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민중을 승인하는 짓이야말로 가장 거짓된 생각이야.”(117쪽)
이러한 종류의 철학적 기질은 극단을 피하게 한다. “이편에서는 이러한 점, 저편에서는 저러한 점을” 보기 때문에 결국 중도적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흄의 삶에서 다음과 같은 금언을 길어 올릴 수 있다. 중용 또한 중용으로 다스려야 한다. 즉 중용 또한 지나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용에 익숙해지다 보면 중용이 미덕이 아니라 해악이 되는 상황을 놓칠 수 있다. 중용을 맹신하는 것은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심화시키고,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을 지나치게 의심하는 태도를 낳는다.(122쪽)
흄은 고독과 친교를 모두 중시했던 사람이었고, 둘 중 무엇이 더 좋은지 갈등했던 것 같다. 그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동의했기 때문에 “인간은 남들을 의식하지 않기를 바랄 수 없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은 완전한 고독이다”라고 썼다. 그러나 고독이 없는 것 역시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친교의 질을 장담할 수 없을 바에야 고독이 더 나은 법이다.(133쪽)
무신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흄은 자연계가 존재하는 전부라고 주장하는 입장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연계는 존재하는 전부가 아니라 우리가 아는 전부다. 그러므로 우리는 믿는 것의 범위를 아는 것에 국한해야 한다. 무엇인가가있다 해도 알지 못할 바에야 불가지론을 견지하라는 뜻이다.(182쪽)
흄은 인간 본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만이 철학의 기반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당시에는 ‘정념’이라고 불렀다?을 온전히 수용하지 않는 도덕철학은 무엇이건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의 행동은 대개 감정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감정을 묵살하고 이성만 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익할뿐더러 생산적이지 못하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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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봐야 할 풍수 명당 답사기
도서정보 : 안종선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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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는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 당진 영랑사·송익필 묘소, 정선 정암사·최태규 고가, 안성 죽산향교…
풍수는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의 논리가 우선하겠지만 자연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이미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풍수는 자연 현상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풍수지리는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 물체와 사람의 기운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안종선은 대학과 기관에서 풍수지리와 명리학을 강의하고 기업과 개인의 풍수컨설팅을 하며 운명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는 풍수지리 전문가다. 이 책은 풍수의 대가인 저자가 당진, 정선, 안성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명승지에 얽힌 사연과 풍수를 컬러사진을 곁들여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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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 기록집
도서정보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 2020-12-22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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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주는 즐거움,
예술로 자라나는
상상이 펼쳐지는 나만의 아지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주 5일 수업이 시행된 2012년부터 시작된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아동.청소년 및 그를 포함한 가족들이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을 접하며
문화예술 소양을 키우고, 또래.가족 간에 소통할 수 있는 넉넉한 여가문화를 조성해 나갑니다.
여러분 곁에 있는 수많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찾아보세요.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 소개
문학의 고유 특성인 ‘읽고 쓰고 말하는과정'을 통해 자기 생각, 감정 등을 끌어내어 상상력과 문학적 기법을 바탕으로
'창작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구매가격 : 0 원
망령의 난무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6)
도서정보 : 이익상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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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5월 《개벽》에 발표된 이익상의 단편소설.
창수(昌洙)는 혼자 중얼대며 신작로 넓은 길에 활등처럼 굽은 S산 밑 송림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T촌으로 뚫린 좁은 길로 들어서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오리알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7)
도서정보 : 계용묵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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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4월 《조선농민》에 발표된 계용묵의 단편소설.
반 삼태기가 넘게 짊어 놓은 자갈을 열 살 난 아이 만금은 지고 일어서자 뼈마디가 졸아드는 듯이 짐은 무겁게 내려 누르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일여인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8)
도서정보 : 백신애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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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사해공론》에 발표된 백신애의 단편소설.
안미닫이가 좌르르 열리며 남치마에 흰 은주사 깨끼저고리를 입고 서른두셋 밖에 되어 보이지 않음에도 마님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가제 타올을 들고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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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심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9)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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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7월 《중앙》에 발표된 이무영의 단편소설.
주워온 벼이삭을 고르고 있던 오구랑이 할머니가 여물 깍지 광 앞으로 삼태기를 가지고 가는 며느리를 보고 광목 짜개는 소리를 치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누가 망하나?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50)
도서정보 : 최서해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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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에 발표된 최서해의 단편소설.
어느 해 이른 봄 어떤 쌀쌀한 날 저녁 편에 주인공 '나'는 고향서 처음으로 올라온 어린 친구를 찾아서 관훈동 어떤 하숙으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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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도서정보 : 김복희 | 2020-12-1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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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사 문집 295
<<작가의 말 중>>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며 소설이란 특별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에 살았던 이야기와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이나 더 나아가 우리에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력을 통하여 엮어 놓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독자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길이 소설의 소재가 되고, 그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나나, 내 가족 및 친지나 이웃 사람이 될 수 있으며 특별한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가 살아가는 생활 모습을 정리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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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 단편집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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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병풍에 그린 닭이』, 『백치아다다』 등을 저술한 계용묵의 단편소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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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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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네 처까지 다 데리고 올라가게 하고 내려왔지?”
내가 집으로 내려온 날 밤에 아버지는 나를 불러 앉히더니 이렇게 물으신다.
봄에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이제는 돈을 아니 주시겠다고 하시므로, 이번까지 돈을 주시면 내 아내까지 다 서울로 데려다 살림을 하겠다고 굳이 졸라서 그때에도 또 돈 3백 원을 가지고 올라갔던 것이므로, 이번 내려오면 으레 이러한 말씀은 들으리라, 예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되지는 못하였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네- 장차로는 그리 되겠습지요.”
할 밖에. 하니까 아버지는,
“무엇이! 장차라니.”
놀라신다.
“일이 아직 채 되지를 못해서 그럽지요.”
했더니,
“아니 일이라는 게 대관절 무슨 일이관데 그리 힘이 든단 말이냐? 어디 좀 자세히 알어나 보자. 이게 삼 년짼가 원 사 년짼가?”
아버지는 그 일이라는 것이 너무도 세월이 없는 듯이 이렇게 대들며 턱을 내미신다.
아니 게 아니라, 일이라는 것을 아버지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실에 있어서 나의 일이라는 것은 취직에 있었으나,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 년 동안이나 취직을 못 하고 돈만 가져다 쓴다기는 너무도 창피하여 돈을 얻어내는 한 수단으로 회사를 하나 만든다고 거짓말을 해 놓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 일이라는 것은 내가 취직이 되어서 달리 거짓말을 꾸며대기 전에는 끝은 언제나 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다가 나는 이번에도 이러한 형편에서 또 돈을 가지러 내려 왔으므로 역시 그 뜻대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쌔 그 회사 때문에 그렇지요, 뭘-.”
“거 무슨 회사기에 그렇게 힘이 든다느냐?”
“한솟 다 되었는데 아직 돈이 좀 부족해서 그래요.”
아무래도 나는 돈 이야기를 또 꺼내야 될 것이었으므로 아예 이 기회에 대답 삼아 또 내다 붙었다.
“아니 뭐 뭣이! 또 돈?”
아버지는 인제 돈 소리는 듣기도 무섭다는 듯이 흠칠 하고 놀라시며 얼굴을 모으로 돌리신다.
내 일을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가 벌써 사 년이나 넘었는데 취직을 못 하고 집에서 돈을 가져다 쓰자니 실로 아버지를 대할 면목이 없었다. 그것도 남과 같이 여유나 있는 돈이면 모르거니와 얼마 되지도 않는 전답을 팔아다 쓰자니 딱한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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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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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아닌 것 같다. 유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판장까지 울린다. 분명히 무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다.
‘환잔가?’
“여보세요!”
부르기까지 한다. 틀림없는 사람이다. 뜨인 눈에 정신이 좀더 새로워진다. 스위치 줄을 당긴다. 짤깍 불빛이 방안에 찬다. 아내의 눈도 뜨인다.
“머에요?”
“머 환자겠지.”
“아이,내버려 두세요,그냥.”
아내는 역한 게 밤 환자다. 언제나 잘 때에 오는 환자면 내버려 두란다.
남편의 행동은 자기에게까지 영향이 및는다. 간호부도 약제사도 없다. 환자를 들이면 남편과 같이 일어나 행동을 함께하여야 하는 것이 던져진 직책이다. 그것도 돈이나 왕왕 들어오는 시끄러움이라면 역할 것도 없겠다. 남편의 의사술론 밤마다 밤잠을 못 재워도 언제라고 이런 궁박은 면할 수 없을 게 빤히 내다보인다. 본시 남과 같이 자본을 많이 들여 이렇다 눈에 번쩍 뜨이도록 그렇게 병원을 차려 놓지는 못했어도 이만한 정도로도 남들은 다들 번지르하게 산다. 아무리 쌀값이 비싸다 하더라도 양식도 마음놓고 못 대는 병원, 무엇이 탐탁해 밤잠까지 못 자고…… 생각할수록 사람만 밑지는 짓 같다. 으스하게 느껴지는 한기가 더욱이 오력을 주려잡는다.
“어서 불 끄구, 누우세요. 내버려둠 저 찾다 가지 않으리.”
귀찮은 듯이 아내는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진도 정말 일어나기가 을씨년스럽다. 싫은 마련으론 모른 체하고 그대로 누웠겠으나, 환자라면 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늘 한 걸음 먼저 앞선다. 밤 아니야 비바람이 들고 쳐도 개업 이래 칠팔 년을 환자 한 번 모르는 체 돌려보내 본 일이 없다. 이게 아내의 비위에는 날마다 역해진다.
“아이, 세시가 들어가는데…….”
아내는 여전히 내버려둠 하는 눈치나, 진은 제대로의 생각에 옷도 그러나 분주히 주워입고 문간으로 나간다.
구매가격 : 500 원
부부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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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들어와 앉는다는 것이 그 밑이었다. 무엇이 장하다고 한 다리를 찢어져라 공중으로 들고 선 묘령의 단발양 - 서커스단의 광고 포스터 치고는 그리 추잡한 것은 나이로되, 앉아서 올려다보니 맹랑하다.
“여보, 이거 치어 줘요.”
매담에게 시선을 보내며 한 손으로 포스터를 가리켰다. 눈치 빠른 긱다껄은 매담의 지시도 있기 전에 달려와 정호의 머리 윗벽에 붙은 포스터를 뗀다.
“고히!”
그러나, 고히보다 시보리가 먼저 온다.
“시보리 안 써.”
“안 쓰세요?”
“안 써.”
그리고, 담배를 꺼내 왼손 엄지손가락의 손톱 위에 긁을 박으며,
“성냥!”
그러나, 그적엔, 커피가 왔다.
성이 가시는 듯이,
“어이, 성냥 가져와요.”
다시 크게 소리를 질러놓고 보니. 성냥갑은 이미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이 있다. 멋쩍게 집어들어 담배를 붙이고 나니 계집은 성냥을 또 가져온다.
할 말이 없다. 말없이 정호는 찻잔을 들었다.
열한시가 넘은 다방 안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건넌쪽 야자수 그늘아래 마주앉았던 한 쌍의 젊은 남녀가 가즈런히 떠나 나가니 정호에게는 들리지도 않는‘아베 마리아’곡이 쓸데없이 떠들고 있다.
담배 한 개 필 동안만 기다리라던 한군은 곱잡아 붙인 담배가 반이 넘어 타서도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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