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지? 4년 동안 겁먹고 피하기만 한 일을 일주일 만에 해결해 버렸어. 그 사람이 옆에 있어서 고맙고, 나 때문에 그 사람이 변하는 거 보면 여기가 따뜻해져.”- 정소빈 “알아. 그 사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거. 근데 말이야. 시간이라는 게, 만난 횟수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건하 사람이 변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누군가를 가슴 깊이 넣으면 그 시간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감정결핍 환자임에도 글로써 감동을 선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유건하.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기적처럼 찾아온 깊은 밤 AM 2:00 잠을 부르는 주문. ‘안녕하세요. 〈깊은 밤을 두드리다〉 소빈입니다.’ 깊은 밤 생방송 라디오를 타고 흐른 주문은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대로 간다고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하지 마. 그쪽이 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한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 놓을 일…… 없으니까.” 까칠하기 그지없는 성격의 소유자임에도 감미롭고 편안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라디오 디제이 소빈.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세운 날카로운 가시. 그 가시를 두르고 그녀가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곳은 라디오 부스 안이었다. 그리고 소설가 유건하의 책을 읽을 때뿐이었다. 책을 타고 시작된 만남이 그녀의 심장을 두드렸다. “어쩌지? 이제 그쪽 못 놓겠다. 놓으라고 뿌리쳐도 이젠 내가 못 놓겠어.”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그녀는 그의 책을 읽으며 잠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지 못하고 있던 그 어느 깊은 밤. 그들의 인연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