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독일어권 시인 릴케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소설가 계용묵이 <말테의 수기>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이 땅에 소개한 뒤로 현재까지 30여종의 번역본이 등장했다. 번역본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겠지만, 이번 펭귄클래식의 번역본은 릴케 고유의 문체적 분위기를 살리려 하였으며, 충실한 번역으로 릴케가 집중했던 문학적 테마들을 돋보이게 했다.
덴마크의 시인 말테는 영락한 귀족 가문의 자녀로, 대도시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파리로 떠난다. 그러나 말테는 화려한 도시의 외양이 숨기고 있는 불안과 소외의 냄새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도시의 압도적인 인상에 맞서며 자신의 체험을 일기로 기록해 나간다. 압축적인 표현과 릴케 고유의 이미지 운용법을 통해, 이후 등장할 모더니즘 이론가들의 이성 비판을 선취한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