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쿤은 다친 손을 잡고 자신에게 달려든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이미 라몬의 병사들에게 포박당해 있었다. 다라쿤은 그 사람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팬족을 상징하는 붉은 색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연약한 여자였다. 검은 물감이 흘러내린 듯한 짙은 검은 색 긴 머리에 눈꽃같이 하얀 피부 그 하얀 피부 위에 일일이 그려 놓은 듯한 눈,코, 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그녀를 바라보는 다라쿤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누군가? 그대는.”
다라쿤이 그렇게 말하며 손짓으로 그 여자를 놓아주게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병사가 여자의 팔을 놓았고 그 여자는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냥 죽여라.”
여자는 낮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내가 결정한 문제이고. 그 전에 이름이나 알고 싶은데…….”
다라쿤의 눈에는 그 여인이 더 이상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대답하지 않고 계속 죽여 달라는 말만 했다.
“당신의 복장을 보아하니 팬족 사람 같은데 당신의 이름을 말하면 내가 지금 병사들을 모두 물리게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