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필자가 오래 전 지방에 다녀오던 중 심야 고속버스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쓴 것이다. 얼핏 보기에 오십대로 보였던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그날 창가에 앉았던 그가 음료수를 쏟는 것을 보고 마침 가방 속에 있던 물티슈를 건네주면서였다. 그 덕에 대충 수습을 한 그는 고마움을 표하며 그런 것을 갖고 다니는 필자의 준비성을 칭찬했다.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문득 그가 귀신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자신이 아는 얘기가 있다며 꺼낸 것이 바로 소설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가 하는 얘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의 동의하에 메모를 하려고 했으나 어느새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는 바람에 다음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의 이야기는 어차피 은퇴하면 글을 쓰면서 여생을 보낼까 했던 필자가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만든 동기가 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미령이었다. 하지만 미처 끝까지 들을 시간이 없어 논픽션으로 구성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불가피하게 픽션으로 처리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