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古典)은 인류의 정신적 유산(遺産)으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만인에게 정신의 소중한 양식(糧食)이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Antoninus, 121~180)의 《명상록》도 이런 고전의 하나로 널리 읽히고 있다. 플라톤은 철인(哲人) 정치를 이상(理想)으로 삼았으나 이 이상은 역사상 오직 한 번 실현된 적이 있다. 그것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통치하던 시기다. 그는 대로마 제국의 황제로서 다망한 공무(公務)에 종사하면서도, 후기 스토아 학자의 대표적인 철학자로서 언제나 깊은 철학적 사색을 생명으로 삼고 살아왔다. 그는 체계적인 철학 연구나 저술을 할 틈이 없었으나, 수시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감회나 상념의 조각들을 단편적이나마 희랍어로 기록해두곤 하였다. 그것이 오늘날 《명상록》, 또는 《자성록(自省錄)》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바로 이 수기(手記)다. 그것은 때로는 국경에서, 때로는 멀리 북방 변경의 진중(陣中)에서 기록되었으며, '자기 자신에게(ta eis eauton)'라는 원제(原題)가 말해주듯이, 본래 남에게 읽히기 위해서 씌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전체의 구성이나 문장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난해한 여러 대목이 눈에 뜨인다. 또한 사본(寫本)이 잘 보존되지 않아 텍스트 자체의 오류(誤謬)나 불투명한 문맥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찍이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고대 정신의 가장 고귀한 윤리적 산물'로서 고금(古今)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그것은 테에느의 말대로 이 책 속에 '세상에 태어난 자들 가운데 가장 고귀한 영혼을 소유했던 자의 영혼'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