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내면에 너무나도 대립되는 두 개의 혼을 품고 그 갈등으로 괴로워해 온 헤세는 상식의 규범이라는 틀을 벗어나 '아웃사이더', '고독자', '혼자 가는 사람'임을 자처하며 스스로 괴롭고 위험한 삶의 길을 택하여 걷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로서 세상에 진정한 한 사람의 시인이 태어났음은 헤세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처음에는 서정성이 농후한 신 낭만주의적 작가로서 출발하였고, 작품을 통해 줄곧 인간 존재의 근원에 도사리고 있는 이원성(二元性)과의 대결, 서유럽 문명에 대한 회의와 비판, 신비로운 동양의 정신 세계에 대한 동경과 탐구, 영혼의 자유와 인간성의 고귀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서 삶에 대한 절망과 그 절망으로부터의 구원, 자아 해방, 운명과 정신과 신(神)과의 합일(合一) 등의 문제가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작가 자신의 정신 세계, 그 정신의 흐름과 변천 과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헤세 자신과 그의 작품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늑대≫등의 소설을 비롯하여 시와 평론ㆍ에세이ㆍ서간문 등에는 이의 절실한 체험이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인생의 근원적인 여러 문제로 고민하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그의 여러 소설과 시ㆍ수상(隨想)ㆍ서간문 등에서 자연ㆍ인생ㆍ정신과 사상ㆍ행복ㆍ삶과 죽음 등등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을 테마별로 뽑아 정리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애독되며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공감을 불러일으킨 명구(名句)들을 모은 것이다. 따라서 독자는 이 책 한 권으로 헤세 정신의 주된 흐름, 즉 햇세의 작품들 속의 일관된 흐름을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