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가리켜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다. 드넓은 저 우주에 비할 때 정말 보잘것없는 하나의 미소(微少)한 존재이나, 그 드넓은 우주를 인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위대하다는 것이다. 원숭이로부터 우주선(宇宙船)을 띄우게 되기까지 수만 년의 아득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미소한 인간은 놀라운 발전을 이룩해 왔다. '무지(無知)의 지(知)'로부터 출발한 인류의 사상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과 절망을 헤치며 보다 나은 현실, 한층 행복한 세계, 더욱 충실한 생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돌이켜 보건대. 수천 년을 굽이쳐 흘러온 '사상'의 강변의 무성한 숲을 보라! 총명한 인간의 지혜와 양심이 뭉쳐서 역사의 하늘에 찬란히 펼쳐진 별들을 보라! 그들은 오직 자기의 신념을 위해 권세도, 명예도, 사소한 개인적인 행복마저도 돌보지 않고 혹은 단두대를, 혹은 독배(毒杯)를, 혹은 화형(火刑)을 사양치 않았던 것이다. 오늘 우리가 이어받은 찬란한 문명의 꽃다발은 모두 이들의 피와 땀과 죽음을 무릅쓴 신념의 유산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흐른다. 그와 함께 수없는 지류(支流)를 모아 가며 사상의 대하(大河)로 흐른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이것은 인간의 생존에 대한 영원한 화두(話頭)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이러한 화두들을 모아 본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철학 각 방면에 걸친 위대한 사상가들의 저서에서 가장 근간(根幹)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구절들을 선별하여, 거기에 일일이 해설과 사상가들의 약력을 붙였고, 한편 각 세기마다 개관(槪觀)을 넣어서 이 책이 단순한 사상사 책으로서가 아니라 사상 사전으로도, 또한 명저 해설서로도 이용될 수 있도록 고려했다. 난해하고 계통이 서지 않은 사상사 서적이 범람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학구열에 불타는 많은 이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