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극복하고 스스로 빛이 된 여인, 결혼을 꿈꾸었으나 휴머니즘을 향한 정열로 평생을 불태워버린 여인, 헬렌 켈러의 알려지지 않은 삶의 진실과 잘 보이지 않는 그늘을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어떻게 실존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삶을 살아나갔는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책. 저자는 헬렌 켈러에게 덧씌워진 '극심한 장애를 극복한 기적의 소녀'라는 단순한 표상을 벗겨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수한 장애인에게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진정으로 바랬을 것이다. 헬렌 켈러의 말대로 인간에게는 정상과 장애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용기의 차이가 있는 것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헬렌 켈러의 모순되고 나약한 삶의 모습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 당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애초부터 저자가 원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헬렌을 초자연적인 신비한 이론의 근거로 삼게 되면 오히려 그녀의 정상성을 왜곡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신비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