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불굴의 정신으로 인간해방과 휴머니즘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공산주의의 아버지 칼 마르크스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책. 이 책은 마르크스에 관한 지적(知的) 전기와도 같은 것이다. 사상사가인 벌린에 의해 씌여진 이 책에서 마르크스는 자신의 삶 속에서 일관되게 견지한 정신과 태도로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다. 이 책에서 벌린은 마르크스의 생애를 백화점식으로 조명하지 않는다. 그는 마르크스의 생애를 주로 사회주의 혁명가라는 관점에서 다루었다. 또 지은이가 관심을 가졌던 시대적 배경은 마르크스가 청소년 시절을 보낸 트리에나 망명 생활을 하던 북부가 아니라「공산당 선언」과「자본론」을 썼던 당시의 정치적, 지적 환경이었다. 특히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와 마르크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벌린이 보여주는 마르크스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벌린은 마르크스를 계몽주의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계몽주의에 대한 낭만주의적 반동의 산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심리학적 인물 묘사와 지적 분석 사이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마르크스가 보여준 철저하게 현실적인 태도와 역사 의식, 추상적 원리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 타협이라든가 감상주의에 대한 단호한 거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연대기순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주로 마르크스의 사상과 그의 사상이 영향을 미친 운동 및 실천의 사상사적 흐름을 짚고 있다. 즉 벌린이 다루고자 했던 것은 사상가이자 투사였으며, 그의 이름 하에 많은 나라에서 마르크스주의로 무장한 당들이 만들어지는 데 공헌했던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이다. 또한 집중적으로 다룬 사상들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과 실천 모두에서 역사적으로 중심적이었던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