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먹는 색시』는 국내에 간행된 설화 채집 자료 가운데 일반인이 보는 책에서는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나 줄거리만 보면 남자의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에게는 가부장제 사회 속의 남성을 풍자하는 것으로 느껴져서 그대로도 통쾌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 한 남자가 입이 함지막만큼 큰 색시를 얻었습니다. 입이 큰 색시는 밥을 참 잘 먹었습니다. 큰 가마솥 밥을 혼자 뚝딱 해치우고도 모자라 콩을 또 한 솥 볶아서 먹었습니다. 남자는 화가 나서 손가락으로 색시 배를 찔렀습니다. 색시는 배가 터져 죽고 말았습니다.
남자가 다시 얻은 색시는 입이 개미구멍만 했습니다. 밥알 세 알을 쫄쫄 빨아 먹 숟가락을 놓는 색시를 보고 남자는 이제 곳간이 가득 찰 거라 생각하며 좋아합니다. 하지만 곳간에 쌀이 가득 차기는커녕 얼마남지 않은 걸 보고 깜짝 놀랍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