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멤논>은 표제 그대로 그리스 신화 중의 영웅 아가멤논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신화 중의 아르고스 왕이며, 그리스 군의 총수로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으나 불행하게도 그 아내의 정부(情夫)에 의해 암살된다. 이 작품에는 그러한 사건의 경위가 잘 묘사되어 있다. 트로이 전쟁은 호메로스의 시에 나오는 그리스 고대의 유명한 전설적인 전쟁으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에게 유괴당하자 이를 탈환하기 위해 아가멤논을 총대장으로 한 10만의 그리스 군사가 10년간 격전을 벌인 끝에 트로이 성을 함락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남녀간의 사랑과 증오, 간음, 원한, 보복, 살상 등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이야기는 아가멤논이 전쟁중에 포로로 잡아 온 여인을 사랑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전쟁의 처절한 묘사를 곁들여 참혹한 인간의 운명을 매끄러운 대사로 그려 나가고 있다.
<힙폴리투스>도 <아가멤논>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에서 소재를 취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티카의 영웅으로 헤라클레스 못지않게 용감한 테세우스와 그의 전처 안티오페와의 사이에 힙폴리투스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와 같은 매력과 미덕을 겸비한 그는 젊은 계모인 파이드라의 연모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불의의 유혹을 뿌리치자 그녀는 이에 앙심을 품고 남편 테세우스에게 아들이 자기를 유혹했다고 모함을 한다. 질투심에 눈이 뒤집힌 테세우스는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힘을 빌어 힙폴리투스를 죽게 만든다. 결국 파이드라는 자기의 모함으로 죄 없는 고결한 힙폴리투스가 비참한 죽음을 당하자 남편 테세우스에게 일체의 사실을 자백한다. 그러고는 저승에서나마 자기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약하며 가슴에 칼을 꽂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작품은 구약 성서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 가 주인인 보디발의 아내에게 유혹받고 이를 거부하자 아내가 남편에게 요셉이 자기를 유혹했다고 모함한 고사를 연상케 한다. 힙폴리투스가 죽음을 당한 데 반해 요셉은 감옥에 갇힌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튼 <힙폴리투스>는 도리에서 벗어난 남녀간의 사랑의 말로를 그린 애화(哀話)라 할 수 있다. 비록 그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문장이 뛰어나 박진감을 주는 이 작품은 스토아 철학의 금욕적인 윤리와 쾌락주의가 추구하는 윤리를 잘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