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은 그의 명저 《문장강화》 첫머리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글 짓는 데 무슨 별법(別法)이 있나? 그저 수굿하고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하면 그만이라고 하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도 생이지지(生而知之)하는 천재라면 오히려 삼다(三多)의 방법까지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배워야 아는 일반에게 있어서는, 더욱 심리나 행동이나 모든 표현이 기술화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견해와 이론, 즉 작법(作法)이 천재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도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문장에 관련된 책도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기본으로 했거나 참고하지 않은 책은 하나도 없었으며, 작가들의 체험적 문장론이라고 할 수 있는 어느 책에 보아도 습작기에는 대개가 《문장강화》를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하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까 1940년 이래 반세기가 넘는 세월 속에서도 퇴색됨이 없이 읽혀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책이 되리라 믿는다.
문장을 구사하는 일은 작가만의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 수준이나 문화 수준이 상당한 단계에 올라 있는 지금의 사회에 있어서는 누구나가 사고(思考) 활동을 문장을 통해서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책은 날이 갈수록 빛을 더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형편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아-문고의 쪽수도 감안한 나머지-몇 개 항목은 수록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철자법, 띄어쓰기 이외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범우문고는 기왕에도 이태준의 수필집 《무서록》과 소설집 《복덕방》을 독자에게 소개한 바 있어서, 그의 《문장강화》를 또다시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의 소설과 수필의 탁월한 문장의 비법을 조금이나마 터득하게 되기를 빌면서 '해제'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