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그의 입술에서 탁한 신음이 내뱉어졌다. 실크 가운은 너무도 쉽게 그의 손가락에 의해 아래로 흘러내려 갔다. 쇄골선이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얇디얇은 어깨끈이 내려간 건 그 다음이었다. 이정은 벗겨진 상체로 부딪쳐드는 한기에 턱이 떨릴 것 같았다. 엉덩이를 지분거리는 손의 느낌이 선명하여 목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반쯤 드러난 유방에 동하의 입술이 닿았다. 이정은 시선을 내려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입술로 찾은 유두를 입 안 가득 물어 버리는 그의 모습이 자극적이었다. 전율이, 염치도 모르고 등허리로 내달렸다. 젖가슴에서 아랫배로, 그리고 더 내려가 자궁을 달구며 숨죽어 있던 욕망을 끄집어내었다.
그가 다른 쪽 유두를 빨아 당기자 이정은 참지 못하고 ‘으읏!’ 신음을 내뱉고야 말았다. 등을 가득 덮은 긴 머리칼이 그녀의 마음처럼 흔들렸다.
음부에서 숨길 수 없는 욕구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알아챘는지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던 동하의 손이 나이트 드레스 천을 사이에 두고 더욱 깊고 어두운 곳으로 옮겨 갔다. 자연스럽게 이정의 다리가 벌어지고 그의 손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조용하고 느리던 손길은 어느새 맹렬해졌다. 손가락으로 깊이 쑤셔대며 그녀의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쾌감에 이정은 허리를 거칠게 비틀며 동하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신음이 노골적인 유혹을 담고 터졌다.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올려다보는 동하는 씨익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애무는 늘 그랬듯, 거기까지였다. 그녀를 침대로 쓰러뜨려 몸을 나누지 않는다. 그가 덮쳐 온다면 이정은 속절없이 그에게 무너질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하는 절대 그녀를 침대로 이끌지 않았다. 손가락을 빼낸 동하는 젖어 버린 그것을 자신의 바지에 스윽 닦으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정은 수치스러움에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나이트 드레스, 빨아야겠다. 네 여기 젖은 게 다 묻었을걸?”
그는 이정의 음부 쪽을 흘깃 내려다본 후 다시 시선을 들어올렸다. 짓궂은 미소를 걸친 채였다. 그의 모습에 이정은 갑자기 부아가 치밀었다. 매번 그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하고야 만다는 사실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으깨 물곤 끈을 어깨에 다시 걸쳤다. 그러곤 냉랭하게 돌아서서 바닥에 흩어진 가운을 주워 올린 후 걸음을 옮기는데, 등으로 동하의 저음이 날아들었다.
“이정아.”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정은 항상 목이 메었다. 어딘가 사무치는 듯한, 그러면서도 위엄과 신중함을 잃지 않는 음성. 한때 분명히 그에게 설레었고 그를 좋아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재차 각인이라도 시킬 듯한 단호함.
“응.”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