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고 내성적인 성향이시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실 때 반드시 그분께 눈을 맞추세요. 눈동자가 왔다 갔다 하면 상대방에게 틈을 보여주게 돼요. 그럼…….”
우현은 제 재킷의 주머니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신희는 말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핑크빛 입술을, 그리고 가느다란 목선을, 그리고 좀 더 아래 셔츠의 가슴팍 부분으로 옮겨 갔다.
“이렇게 눈앞에서 알짱거리니 내가 딴 곳을 볼 수가 있나.”
우현은 고개를 내려 신희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한결 가까워진 거리에 당황한 여자가 입술을 씰룩거리는 것이 시야에 보였다. 그가 피식, 입매를 비틀었다.
“오는 내내, 이 시간만 기다렸는데 당신은 아닌가 봐?”
“상무님.”
“쉬이…….”
다가온 두 팔이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았다. 놀란 여자의 호흡소리가 격랑에 휩싸인 듯 거칠게 내뱉어졌다.
“당신이 탐이 나. 욕심이 나서 돌아 버리겠어.”
속삭임이 여자의 귓전을 간질였다. 신희는 자신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젖히고 다가오는 남자의 입술을 무의식 적으로 받아들였다.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그 아찔한 분위기에 사지에 힘이 다 빠져나가 버렸다. 신희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재킷과 행커치프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겹쳐진 입술을 벌리고 말캉하면서도 뜨거워진 혀가 밀고 들어갔다. 텅 비었던 신희의 입 안이 우현의 혀로 가득 채워졌다. 치아를 핥고 혀를 얽다가 이내 잡아채듯 입술로 빨아들인다. 혀가 뿌리째 뽑힐 것 같은 얼얼함에 신희는 미간을 좁혔다. 강한 힘에 굴복당한 육체가 속절없이 거센 파도에 휘말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