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령

최정원 | 초록인 | 2016년 12월 1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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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 줄거리 ※

옛날에 한 선녀가 계수나무를 사랑하여 지상에 내려와 그의 아기를 낳았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나무도령이라고 불렀다. 세상에 큰 홍수가 져서 계수나무가 쓰러지게 되자 계수나무는 아들인 나무도령에게 자기 위에 올라타라고 이른다. 아버지를 뗏목삼아 떠돌던 중 나무도령은 모기와 개미, 멧돼지를 끌어올려 살려준다. 물에 빠진 사람의 아이 하나를 끌어올리려고 하는 찰나 아버지 계수나무는 강한 어조로 안 된다고 말하며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 많은 나무도령이 간절하게 부탁하자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구하게 놔둔다. 이 아이의 교활한 수로 나무도령은 번번이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둘은 높은 산 정상에 살아남은 할머니의 딸과 하녀와 함께 살게 된다. 할머니가 두 아이에게 색시감을 고르라고 하자 나무도령은 자신이 구해준 동물들 덕에 예쁘고 마음씨 착한 할머니의 손녀와 결혼하게 된다. 나무도령이 구해 준 아이는 하녀와 결혼했는데, 이때부터 세상에는 나무도령의 후손인 착한 사람과 도령이 구해 준 아이의 후손 중에서 태어난 나쁜 사람이 고루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나무도령을 모티프로 쓴 어느 글에서나 나타나는 공통적 줄거리이다. 그러나 최정원이 창작한 『나무도령』은 홍수가 일어나게 되기까지의 하늘 이야기, 나무도령의 엄마인 선녀 이야기, 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속담이 생겼는지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엮어 내려간다. 이제까지 본 나무도령 이야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창작소설, 최정원의 『나무도령』을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전래설화의 빈 공간이 명확한 논리로 차곡차곡 채워져 완벽한 서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

무리에서 벗어나 마고대성 아래로 다시 돌아온 월계는 하늘 높이 솟아있는 마고대성을 향해 두 손을 우러르고 용서를 구했다.
“나는 벌을 받아야 해. 여기서 마고님이 나를 발견하고 용서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자.”
팔이 뻣뻣하게 굳고 어깨가 떨어져나가는 것 같이 아파도 그는 이를 악물고 손을 내리지 않았다. 비바람이 불어오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 퍼부었다. 어느새 월계의 머리는 자라 무성하게 어깨를 덮었다. 망토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와 발치를 향해 자라났다. 얼마쯤 더 지나자 그 싹들은 점점 자라나 온몸을 에워싸며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었다. 월계의 피부는 뜨거운 해가 지지고 비바람이 두드려 갈퀴처럼 거칠어졌고 눈보라가 할퀴어 여기저기 나무등걸처럼 갈라졌다. 월계는 마고대성을 향해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쉬지 않고 자기가 지은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성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두 손을 들고 하늘을 우러르던 월계는 정신을 잃었다. 길고 긴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어느새 굳센 두 다리는 땅으로 스며들어 뿌리가 되었고 두 팔은 굵은 가지로 변해 온몸에 무성한 잎을 틔웠으며 몸 전체는 하늘을 향해 몸을 흔들며 기도드리는 나무로 변해 버렸다. 자신이 왜 거기에 서 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늘은 땅에서부터 더 멀어지고 하늘의 영광스런 음악을 기억하지 못하는 땅은 갈수록 메마르고 황폐해졌다. 땅으로 스며든 월계의 두 다리는 옛날에 마고대성에서 흘러넘쳐 땅속으로 숨어버린 지유를 빨아들여서 갈수록 키가 컸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르는 동안 월계는 하늘을 떠받칠 듯한 거목으로 자라났다.
때로 월계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점점 높아져서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해 몸을 흔들었다. 하늘과 주고받던 대화가 끊어졌다는 사실이 월계를 못 견디게 했다. 월계는 하늘을 우러르고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을 향해 잎과 가지를 흔들어 기도하고 노래를 불렀다.

******

별아기를 명경 호수에 밀어 넣은 선녀들은 구비치는 구름대롱을 들고, 호수가 흘러넘쳐 은하수로 흘러드는 강가로 몰려갔다. 거기에서 피워 올린 구름으로 비를 일으켜 땅에서 날아온 먼지 그리고 먼 옛날 조상들이 죄를 지으며 먹고 마신 사악한 음식들과 짐승들의 시체, 뼈들을 며칠간 문지르고 씻어 내렸다. 물은 땅으로 콸콸 소리를 내면서 흘러내려갔다.
“안돼요! 그만 멈춰요! 우리 아가가 땅에 있어요. 우리 나무도령은 죄 없는 아이예요.”
깊이를 잴 수 없는 하늘 호수물이 쏟아져 내리면 땅은 머지않아 모두 물에 잠길 것이 틀림없었다. 폭우가 되어 퍼부을 저 물 속에서 어린 나무도령이 엄마도 없이 어떻게 견딜지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았다. 별아기는 처음에는 마고할머니를 부르며 용서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울고 또 울어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게 되자 별아기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계수나무를 불렀다.
‘이제 우리 나무도령을 구할 이는 당신뿐이에요.’
그러는 사이 하늘에는 달이 이울었다. 별아기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별아기는 어머니가 어릴 때 안고 어르면서 부르던 자장가를 중얼거렸다.
“은자동아, 금자동아 금이로구나,
만첩청산의 보배동아 순지건곤의 일월동아,

둥글둥글 이 수박동아, 오색비단의 채색동아
채색비단의 오색동아, 은을 주면 너를 사고,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애지중지 기른 정을….”
노래를 부르던 별아기는 있는 힘을 다 해 남편, 계수나무를 생각했다. 아직은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뜻을 들을 수 있는 남편을 향해 온 정신을 집중해서 속삭였다.
‘여보, 제 대신 아이를 지켜 주세요….’
별아기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별아기의 몸은 호수에 잠겨 버렸다. 다음날 해가 떠오를 때쯤 선녀의 옷자락이 떠올랐다. 그 옷 위에는 방금 허물을 벗은 나비가 한 마리 앉아 날개를 말리고 있었다. 해가 막 솟아오르는 순간 나비는 나풀나풀 날아올랐다. 잠시 성안을 맴돌던 나비는 마고대성의 담을 넘어 땅 위의 꽃을 찾아가려는 듯 아래로 아래로 날아 내려갔다.

저자소개

※ 최정원 약력 ※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불어불문학과 석사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비교문학과 박사
현재 출판기획 초록인 대표. 대진대학교 겸임교수,
동화 작가 평론가 소설가.

중편 동화 <꿈꽃>으로 등단(1987년 중앙일보, 등단 이름, 최창숙)
제2회 MBC동화대상: <다섯 그루의 라일락>으로 장편 부문에서 수상(1994년)


※ 지은책 ※
-그림동화
<달님과 꽃시계>(가나출판사) <바다 밑에 뜨는 별> 등

-청소년 소설
한국 신화 시리즈: 설화를 모티프로 한 여신시리즈의 창작동화가 있고(<바리공주>, <내 복에 산다 감은장 아기>,) 2005년부터는 영림카디널에서 편찬한 <창세가>, <나무도령>, <마고할미> 등을 시작으로 한국 신화 재창작 시리즈를 계속 편찬하는 중이다.

-웹소설 연재
현재 교보문고, 북큐브, 리디북스 등에 판타지 소설 <<악마의 도서관>> 연재 중
2014년부터 허니앤파이(www.honeynpie.com)에 <저승도>, <카니발의 아침> 등 연재

-역사 장편 소설
<조인(상)>, <조인(하)>
청소년 소설: <버둑할망 돔박수월>, <나라를 구한 칠뱅이> 엽록소 인간 시리즈 <클론> 등

-번역서
<인생을 축제로 이끄는 마음의 로드맵>, <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사람들>


현재, 출판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만들어 주는 출판기획회사 초록인을 운영하고 있다.


※ 출판기획 초록인 ※
초록인 에서는 현재 OSMU 콘텐츠(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UCC영상 등)에 필요한 음악 작곡 및 편곡 등의 서비스, 문화콘텐츠의 디자인 및 공예품과 결합한 문화상품 개발도 병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디자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목차소개

머리말

1. 태초의 낙원, 마고 대성
2. 금단의 과일을 먹다
3. 낙원을 잃어버리다
4. 노래하는 월계수
5. 끊어진 하늘길
6. 나무 도령이 태어나다
7. 금을 주고 너를 사랴, 은을 주고 너를 사랴
8. 강도 넘치고 바다도 넘치고
9. 살아남은 것들을 구하다
10. 할머니와 두 딸
11. 달래가 자라면
12. 욕심이 부른 화
13. 나비잠
14. 멧돼지랑 개똥이랑
15. 짐승도 은혜를 안다
16. 개똥이가 왜 개똥인지 알아?
17. 다시 사람이 퍼지게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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