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한국을 떠나 캐나다 부차트 가든의 정원사가 된 남자,
캐나다 서부해안에서 바다 연어낚시에 도전하다
이민자로서 정원사로서 그리고 초보 낚시꾼으로서 겪은 중년의 성장기
고향을 찾는 연어들을 만나기 위해 자그마한 모터보트를 마련했다. 5년 전이다. 캐나다 밴쿠버 섬과 미국 워싱턴 주의 올림픽 반도를 갈라놓는 후안데푸카 해협. 내가 연어낚시를 하기 위해 300번 남짓 출조해 누비고 다닌 바다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연전연패였다. 물길조차 분간을 못 하는 초보 낚시꾼은 한없이 어리석은 존재였고 대양의 북반구를 오르내리는 긴 여정 속에서 살아남은 연어들은 영리했다. 엔진 소리를 듣고 위험을 감지했고, 배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전류에도 몸을 피했다. 베링 해의 차가운 물살을 가르며 단련된 이들은 또 강인했다. 수면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제비로 입에 걸린 낚싯바늘을 빼냈다. 모처럼 만난 대물을 힘으로 제압하려 했지만 낚싯줄을 끊고 유유히 사라지기도 했다.
바다도 내 편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삼각파도를 일으켜 연어를 쫓던 배를 가둬버렸다. 연어들이 한창 먹이 사냥에 나설 때 거센 물살을 토해 조그마한 보트를 밀쳐냈다. 난데없이 불어 닥치는 비바람,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지뢰밭처럼 숨은 암초지대까지. 연어들이 사는 터전으로 들어간 무모한 초보 낚시꾼에게 하루해는 짧기만 했다.
- 프롤로그에서
정원사의 좌충우돌 바다 연어낚시 도전기
“사는 나라가 바뀌었다고 돌아갈 고향마저 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간절한 향수를 가슴에 묻고 살며 멀어진 귀향에 더 애태운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 길에서 연어는 내 길동무였다.”
저자 박상현은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세계적인 정원 부차트 가든의 유일한 한국인 정원사이다. 캐나다의 관광 명소이기도 한 이곳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부차트 가든의 정원사로서 그리고 이민자로서 겪은 소회를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펼쳐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를 출간하고 4년 만에, 그가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왔다.
《연어낚시통신》은 그가 캐나다에서 취미로 시작한 연어낚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살고 있는 캐나다 빅토리아는 태평양과 연한 서부해안의 섬으로, 가장 대중적인 취미인 바다 연어낚시가 일상인 곳이다. 저자와 함께 일하는 부차트 가든 정원사들은 정원 일 중에 연어낚시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 시간이나 주말에는 어김없이 바다로 연어낚시를 나간다. 물론 프로급의 실력을 가진 오랜 경력의 조사(釣士)들도 있으며, 이들에게 낚싯배는 필수다.
이런 분위기에서 저자 역시 바다 연어낚시의 즐거움에 눈뜨게 되고 결국 자신의 배까지 장만한다. 돼지머리 대신 돼지저금통을 올리고 캐나다 동료들과 함께 고사까지 지낸 배를 바다에 띄우지만, 초보 낚시꾼에게 연어는 쉽게 오지 않았다.
강과 달리 바다 연어낚시는 움직이는 배로 유인하는 끌낚시이다. 배의 움직임과 방향이 중요한 만큼 따져보고 알아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낚시채비의 종류도 많고 그 선별도 까다로울뿐더러, 무거운 납덩이에 달아 연어 종류에 따라 선별해 내리는 채비의 수심도 달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배의 속도를 조정하며 끊임없이 바다의 상태를 살펴야 하기에, 낚시의 종합예술이라 할 만하다.
동료 정원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배워도, 새롭게 알아야 할 것들이 끝없기만 한 드넓은 연어낚시의 바다에 한국인 정원사는 제대로 빠져들고 만다. 바다에 나가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들이 적지 않자 포기하려 했지만, 동료와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초보 낚시꾼은 못 말리는 연어낚시광으로 변모해간다. 그리고 16.3킬로그램의 대물 왕연어를 낚기에 이른다. 그 모든 과정을 저자의 진솔한 입담으로 책에 실었다.
‘떠남과 회귀’의 상징 연어를 낚는 이민자의 일기
저자는 연어낚시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연어의 생태적 특성을 알고자 고시공부하듯 책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동료 정원사들에게서 노하우를 얻고, 낚시를 다녀올 때마다 꼼꼼히 일지를 기록하다 보니, 연어라는 생명체의 삶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래도 연어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커진 그는 한국에 왔을 때 강원도 양양의 연어 인공부화장을 견학, 캐나다에서도 인공부화장을 찾는 등 연어의 다채로운 삶에 관심을 기울인다. 모든 새끼 연어가 바다로 나가지 않으며, 바다로 나간다 해도 근해에 남는 연어들이 있으며, 용기를 내어 먼바다까지 나간 세상의 모든 연어는 결국 베링 해에서 모인다는 사실. 이렇게 저마다의 삶을 사는 연어들을 보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아들, 겁 없이 상경했던 젊었던 자신, 결국 세상으로 나가지 못했던 안타까운 친구, 말년에 고향을 지키는 친지 들을 떠올린다.
주된 소재는 연어낚시지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그곳에서의 삶과 자신을 성찰하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연어를 알수록 사람의 삶과 겹쳤고, 그가 꺼낸 이야기는 그곳의 삶과 자신을 성찰하는 메시지로 전해진다. 그는 이전 책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로 타국의 생활을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 ‘떠남과 회귀’의 상징인 연어에 애착이 깊어질수록, 그런 감정이 오롯이 글에 반영되었다. ‘한국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이미 떠난 사람이 들려주는 진솔하고 세밀한 이야기가 낚시담과 함께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