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다음 세대가 묻다
“흘러간 역사나 옛사람의 말이 오늘날 쓸모가 있을까요?”
공원국이 답하다
“정신의 근육도 매일 단련해야 필요한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역사와 고전은 단련의 장소를 제공하지요.
옛 거울에 나를 비춰 보고, 옳은 길을 가는 힘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열다섯 번째 주제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통해 살펴보는 인간의 ‘도리(道理)와 의리(義理)’이다.
춘추전국시대란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에 이르는 고대 중국의 변혁 시대를 뜻한다. 춘추시대에는 다섯 개의 패권 국가가 등장했고 전국시대에는 일곱 개의 강국이 힘을 겨뤘다. 끝없는 약육강식의 전쟁이 일어난 시대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시기에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시대가 혼란스러웠던 만큼 정신적 지향점을 찾고자 하는 시도도 많았고 공자를 비롯한 걸출한 사상가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군사, 행정, 경제, 철학, 과학기술, 외교 등 20세기 공화혁명과 공산주의혁명 이전의 중국의 뼈대는 전국시대 말기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춘추전국 이야기를 ‘도리’와 ‘의리’라는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1장 ‘도리를 찾아서’에는 주로 자아성찰이나 자기수양 등 개인(私)의 성장,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해당하는 내용을, 2장 ‘의리를 찾아서’에는 주로 인간관계나 사회정치 등 공동체(公)의 발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았다.
흔히들 극심한 분열과 경쟁 상황을 가리켜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을 쓴다.
난세에 처한 사람들에게 현명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으로, 마치 힘겹고 혼란한 지금 우리에게 보내는 듯한 놀라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역사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인간성
변하는 세상 속 변하지 않는 인간성을 읽다
춘추전국의 역사는 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무엇보다 도리와 의리, 즉 ‘인간성’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사람의 역사는 반복되고, 더구나 춘추전국 시대는 인간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미담, 악행, 덕행, 비화, 애사, 기담 등이 집약적으로 기록된 시기라 후대에도 충분히 모범이나 경계가 될 만하다고 보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 세상이 바뀌어도 결국 일이 되게 하는 것도, 일이 되지 않게 하는 것도 모두 인간성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즉 ‘사람이 그러면 못쓰지’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지’ 하는 그 마음이 역사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인간의 심성이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이토록 중요하며 이토록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춘추전국시대는 불후(不朽)의 거울
오늘날에도 흔히들 극심한 분열과 경쟁 상황을 가리켜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을 쓴다. 격동의 시기, 전쟁과 생산에 동원된 인민들의 고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중국 송나라 역사가이자 정치가인 사마광(司馬光)은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쓰면서 전국시대에 “인민들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싸웠다고 한탄했다. 특히 전국 중기부터 진(秦)이 자행한 대량 살육전으로 인해 한 번의 전투에서 수만 혹은 십만 이상이 살해되었다. 이렇게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낸다.
음모가들이 판을 쳤지만 여전히 이상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지식인들이 고군분투했고, 위기에 처하면 자기 몸만 챙기는 자가 있는 반면 창칼 앞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지사가 있었다. 남을 해치는 것을 존재의 이유로 삼는 자와 인(仁)을 이루기 위해 자기 몸도 희생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이는 시대를 끌고 가고 어떤 이는 시대에 영합하고 어떤 이는 시대를 외면했다. 하지만 기록된 모든 인물과 사건이 싫든 좋든 모두 명징한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 서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는 인류와 함께 영원히 지속된 소위 불후(不朽)의 화두이며, 그 시절은 이 화두를 비추는 불후의 거울이다.
정신의 근육에도 단련이 필요하다
이처럼 역사는 반복되고, 어느 시대나 도(道)와 의(義)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어쩌다 도와 의는 이토록 우리와 멀어진 것일까? 혹시 우리가 도의를 너무 고상한 것, 우리와는 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두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도의는 팔다리나 장기의 기능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가까이 두고 쓸수록 더욱 민첩하고 강해지지만 내버려두면 정작 필요할 때 쓸 수 없는 것. 가까이 두고 쓰면, 어느 순간 숨을 쉬고 길을 걷듯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들어맞게 되는 것이 도의다.
왜 사람들은 도와 의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행동이 옳다는 것을 몰라서 그럴까?
사람들에게 갑자기 높은 산에 오르라고 하면 신체의 근육이 부족해서 포기하듯이, 옳은 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못하는 것은 정신의 근육이 부족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일 당장 높은 산을 오를 신체의 근육이 생기지 않듯 옳은 일을 실천하는 정신의 근육이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생길 리 없다. 도의라는 정신의 근육도 매일 단련해야 정말로 필요한 때에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2700여 년 전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것은, 역사와 고전이 바로 우리에게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장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뛰어넘는 춘추전국 이야기의 감동과 지혜를 맛보는 것과 더불어, 춘추전국시대와 관련한 배경 지식을 쌓고 싶은 독자를 위해 그 시대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 주요 인물, 열국들의 지리적 위치, 주요 전투와 전략, 춘추전국 이야기의 출전 등을 ‘춘추전국 시간 여행 안내서’라는 부록으로 엮어 이해를 도왔다. 그리고 각 글의 말미에 글 속에 등장한 고사성어, 역사 용어, 관련 지식 등을 상세하게 풀이한 팁을 달아 앞선 내용을 한 번 더 음미해볼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