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이 있고 보니 삶이 모양을 바꿨다."
하루 중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나와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런 시간을 누릴 장소가 있기는 한 걸까? 독립해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있다면 사정은 그나마 나을 수도 있지만, 역시 집은 집. 일단 느슨하게 풀어진 마음부터 단단히 조여매고 일에 집중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라면……. 그러니 자꾸만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나가 음료 대신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먼저 찾게 된다. 아, 내게도 내키는 대로 일하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클 필요도 없다. 작지만 마음껏 꼼지락대고, 완전무결하게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삶에 치이고 등 떠밀려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이들에게 작업실이란 존재는 일종의 로망보다 사치에 가까울지 모른다. 아무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가득한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작업실만은 예외로 쳐주어야 하지 않을까?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있다면, 나와 교감하는 곳이 있다면, 때로는 사람들과 웃고 때로는 한 구석에서 소리 내어 울 수 있다면 그게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일 테니까.
노트북을 끼고 무수한 카페를 전전하며 신세를 진 경험이 있다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두어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책과 자질구레한 사물들을 쌓아두어도 여유가 있는 널찍한 테이블은 물론이거니와 서너 명 정도의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 이왕이면 즐길 거리가 많은 동네 그러면서도 한적한 골목에 위치하는 나만의 아지트. 이 책의 지은이 역시 한때 홍대 앞 카페를 전전하며 공간에 대한 욕망을 키웠다. 그러다 연남동의 동네 풍경에 매료되어 그 속에 자신을 밀어 넣기로 결심했다. "임대문의"라 적혀 있는 빈 공간을 덜컥 계약해버린 후, 직접 공간을 만들고 채우기까지의 경험담은 현실의 숫자와 씨름하며 공간의 효율성에 자신의 생활을 대입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공간을 갖는다는 건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일과 지극히 닮아 있다.
이 책은 "작업실 구경"의 화려함이라거나 "작업실 이렇게 시작해보세요"라는 제안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묵묵히 한 사람의 풍경을 작업실이라는 공간을 매개 삼아 사람과 시간이 더해지는 모습을 넌지시 비출 뿐이다. 그렇게 "무엇이건 할 수 있고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지은이의 작업실은 7년의 시간 동안 "읽고, 쓰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함께 공부하고 놀기 위한 공간"이 되었다. "계획이라는 "행동"과 노력이라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 곳이기에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나고 경험과 추억이 가득한 인생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