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아직도 내가 너를 놓아주기를 원하느냐.”
다정함 때문에 자꾸만 달아오르는 눈시울을
진정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겨우 빠져나갈 틈을 찾아 몸을 일으키려 할 때,
환이 거의 들리지도 않을 만큼 몹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게만 전할 길어(吉語)가 있지 않겠느냐.”
하루 만인데도 해후처럼 느껴질, 다가올 밤을 기약하는 말은
틀림없이 기뻐해야 마땅함에도 그리할 수 없었다.
“유연, 내…….”
어둠을 머금은 선연히 붉은 옷자락이
이제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 안개 사이에서 나부꼈다.
“네가 내 곁으로 오기 전까지는, 아니, 그 이후에도,
그 누구에게든 눈길도 주지 않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