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우리 삶의 운영 체제, 그 정치경제학
무엇이 이 도시를 만들었고, 이 도시는 우리 삶을 어디로 끌고 가는가
서울의 하루는 다른 곳의 하루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의 일 제곱킬로미터는 다른 곳의 일 제곱킬로미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어 그만큼 더 빠른 속도로 옮겨 다녀야 겨우 버텨낼 수 있는 공간이다. 압축 성장이 서울을 특별한 도시로 만들었다면, 그 특별함은 다시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별한 생각과 행동, 실천을 가지게 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해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이 도시가 작동하는 원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 수많은 삶을 작동하는 운영 체제(OS)라 할 수 있다. 또 한국사회에서 서울이 가지는 위상에 비추어 서울이라는 운영 체제는 한국사회의 작동 원리라 할 수 있다. 즉 서울의 성취와 서울의 문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한국사회, 한국인의 삶을 드러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바로 이 운영 체제를 정치경제학으로써 포착한 책이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에서 정치경제학과 일상,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솜씨 있게 엮었던 충남대 경제학과 류동민 교수가 이를 담았다. 저자 자신을 포함한 삶의 내밀함을 담아냈다는 면에서 인류학이자, 거시적인 체계를 묘파했다는 면에서 정치경제학인 책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물신과 배제, 추격과 모방, 능력주의의 신화라는 틀로 서울을 이야기한다. 이 추상적인 개념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개념들이 누구나의 소비, 주거, 여가, 노동, 종교, 대학, 사교육, 명품 같은 우리 삶의 부분들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인다. 케인즈, 마르크스, 피케티의 이론들과 역사적 사건들 역시 임대료, 자영업, 재개발 같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들추어내 볼 수 있는 주요한 장치가 된다. 이러한 도구와 장치로 저자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알아서 살아남기’가 생존의 법칙이 된 사회, 능력주의라는 신화가 무너진 시대가 지금 여기 서울이자 한국사회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