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체제의 기원

김학재 | 후마니타스 | 2016년 12월 2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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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전쟁의 기원’에서 ‘평화의 기원’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한국전쟁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쟁은 그것이 내전이냐 국가 간 전쟁이냐, 즉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를 둘러싼 것이다. 한국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쟁이 격렬했던 것은 이 논쟁이 전쟁의 참혹한 결과와 고통, 상흔을 전쟁 발발의 기원에 있다고 여기고 전쟁의 가공할 결과를 모두 전쟁을 시작한 ‘적들의 책임’으로 귀속시키고 ‘단죄’하고 ‘처벌’하려는 형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형법적 정서가 전쟁의 성격과 책임 자체를 냉정하고 깊이 있게 성찰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기보다, 어느 한쪽의 정치적 입장을 선택하고 강화하는 정치투쟁에 의해 압도된다는 것이다. 소련과 북한을 만악의 근원으로 만들려 해왔던 쪽이나, 미국의 책임에만 주목하는 입장이 이분법적 구도 안에서 국가 간 ‘비난 게임’을 강화해 온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지켜봐야 했다. 이 책은 이런 영구 투쟁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전쟁의 기원’이라는 문제의식에서 ‘평화의 기원’이라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즉 한국전쟁 자체가 처음부터 (내전이나 국제전 같은) 특정한 ‘형태’의 전쟁임과 동시에 특정한 평화 기획들과 맞물려 그 자장 속에서 전개되고 종식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연구 또한 미국의 냉전 연구, 즉 소련의 책임을 묻고 비난하는 전통주의와,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비판적 수정주의, 그리고 탈냉전 이후 소련과 동구권 문서고의 실증적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기존의 정치적 주장들을 반박하고 수정하는 탈수정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다. 특히 연구들이 오랫동안 전쟁 발발의 기원 문제에 천착했던 것에는 전쟁의 책임을 둘러싼 냉전의 정치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었으며, 그 결과 한국전쟁은 국제전인가 내전인가라는 이분법적 선택의 구도로 논쟁이 주도되었다.

그 결과 특정한 평화 체제로서 판문점 체제의 제도적 ‘형태’와 ‘평화의 성격’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예컨대, 이런 질문. 한국전쟁은 왜 군사적 실무 차원의 정전 협상으로 종식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는가? 이 책은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진행된 전 지구적 자유주의 국제법 질서의 구축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평화 체제의 성격과 형태에 대한 논쟁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무조건 항복과 뉘른베르크 재판, 도쿄 재판, 그리고 유엔 헌장과 제네바 협정, 냉전과 중국의 개입 같은 무거운 국제법적 쟁점과 논란들이 연계되어 있었다. 이 책은 냉전 이전부터 형성되어 온 자유주의적 평화 기획의 장기적인 역사적 형성과 변화에 주목하며 20세기 자유주의 평화 기획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소개

들어가는 글

제1부 판문점 체제와 20세기 자유주의 평화 기획
1장 아시아의 ‘패러독스’와 판문점 체제
1. 판문점 체제란 무엇인가?
2. 평화 연구로서의 판문점 체제 연구
3. 자유주의 평화론과 평화의 이념형들
2장 칸트의 자유주의 기획과 초국적 법치로서의 평화
1. 20세기 자유주의 평화 기획의 기원
2. ‘자유주의적 순간’과 유엔의 창설
3. 초국적 법치 기획으로서의 유엔
3장 홉스의 차별적 위계질서와 안보로서의 평화
1. 냉전이란 무엇인가?
2. 홉스적 평화 기획의 제도화 과정
3. 냉전 초기 유엔 체제의 전쟁 관리
4. 홉스의 차별적 안보 질서

제2부 판문점 체제와 한국전쟁기 자유주의 평화 기획의 전개
4장 한국전쟁 초기 결정과 칸트적 법치 기획
1. 한국전쟁의 발발과 이중적 예외 상태
2. 유엔 개입의 성격과 절차를 둘러싼 논쟁: 전 지구적 주권 대(對) 민족 주권
3. 유엔 권력 구조의 변화: 인천 상륙 작전 이후 유엔의 결정과 활동
4. 한국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나?: 전쟁의 위법화를 둘러싼 이상주의, 실증주의, 현실주의의 충돌
5. 이중적 예외 상태와 초국적 법치 기획의 한계
5장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과 홉스적 차별 기획의 전개
1. 중국의 개입과 미국의 비자유주의 불인정 정책
2. 권력 균형의 대두와 유엔에서의 논쟁
3. 자유주의 평화의 두 가지 모델: 한국의 군사적 평화와 일본의 경제적 평화
4. 판문점 체제와 동아시아 냉전 질서의 기원
6장 한국전쟁 반공 포로와 칸트의 숭고한 개인
1. 자원 송환 정책의 등장
2.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포로 심사
3. 유엔 총회에서 자원 송환 원칙의 관철
4. ‘자유로운 개인’에서 ‘배신자’ 프로그램으로
7장 판문점 체제의 탄생과 냉전 동아시아의 세 가지 평화 모델: 판문점, 제네바, 반둥의 평화 기획
1. 판문점 체제: 자유주의 평화와 반공의 최전선
2. 제네바 체제: 절반의 평화와 강대국의 권력 균형
3. 반둥 체제: 대안적 평화와 탈식민 민족주의
4. 판문점 체제의 탄생과 ‘아시아의 패러독스’

결론: 아시아 패러독스와 사회적 연대로서의 평화
1. 20세기의 자유주의 평화 기획
2. 한국전쟁기 자유주의 기획의 두 유형: 칸트와 홉스
3. 연구의 함의
4. 사회적 ‘연대로서의 평화’

부록: 유엔 헌장 / 연표
후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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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소개

저 : 김학재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사회학)를 했고, 베를린자유대학 프리드리히 마이네케 연구소에서 지구사 연구 프로젝트 연구원(2011~2013)을 거쳐 2013년부터 현재까지 베를린자유대학 동아시아 대학원 박사후 전임연구원으로 있다. 베를린자유대학과 서울대, 서울과학기술대, 광운대, 충남대 등에서 강의했다. 지구사적 관점에서 동아시아 근현대사와 국제법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고, 특히 전쟁과 평화에 관한 제도들의 형성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국가 형성, 헌법, 법질서, 사회정책 등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독일-일본-한국의 경로 의존적 근대성의 흔적들을 탐색하고 있다. 연구 성과로는 『전장과 사람들』(공저, 2010), “동아시아의 세 가지 평화 체제”(2013), “한국전쟁기 대통령 긴급명령과 예외상태의 법제화”(2011), “20세기 내전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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