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고, 떨리는 것만이 사랑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너무 오래되어 익숙하고, 편안하고, 그래서 더 이상 설레지도 떨리지도 않는 것이 당신이 그토록 찾고 있던,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당신이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의 운명일 수도 있다.
“괜찮습니까?”
인호는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건드리려다 말았다. 옹송그린, 가냘픈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 여자는 지금 겁에 질려 있지.
인호는 그녀의 코앞에 손수건을 들이밀었다.
“자요.”
안쓰러운 마음에 손수건으로 그 자국을 꾹꾹 눌러 닦아주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일어설 수 있겠어요? 서에 같이 가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만…….”
그녀는 손을 뻗어 가볍게 인호의 손을 잡았다. 작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하지만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또한 얕은 떨림이, 흐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인호는 자연스럽게 손을 그녀의 어깨에 둘러 부축하였다.
연한 향기가 풍겨왔다. 달콤하고, 새콤한 그 옅은 향이 화장품 냄새가 아니고 그저 그녀의 체취라는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