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애증이 불러 온 기가 막힌 갈등과 비극.
남자는 여자를 지독하게 사랑했다. 일방적인 사랑은 아무리 말해 봐도 집착일 뿐. 더군다나 비록 한배에서 태어나지 않았을지언정 오누이라는 핏줄에 속해 있다면 더더욱 용납 되지 않는다. 남자는 자신의 배다른 여동생을 사랑했으며, 여자는 그러한 남자에게서 어떻게 서든 벗어나 보려 하지만, 남자의 열망이 더 컸던지 벗어날 수가 없다.
도망치지 마,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마.
천루아 작가의 신작. 처음 원고의 양을 보고 팬서비스 정도의 단편일 거라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이 글은 길 필요가 없었던 것뿐이었다. 게다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통에 말 그대로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손에서 놓을 수 있다. 또 한 번 얻어맞은 기분이다. 작가는 항상 그랬다. 언제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 방법은 원천적으로 매우 날카롭고 스산하다. 한발자국만 더 가면 낭떠러지, 그래도 한사코 작가는 매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작의 설정들을 살펴보자면 강제적으로 관계를 가진 후 시작되는 연애담부터 현재의 이 작품의 소재인 ‘근친’까지. 작가는 거침없이 내용을 조각한다. 클래식한 로맨스와 극단의 스릴러를 조합한 듯한 천루아 만의 특별함은 작가가 그만큼 섬세히 소재를 다룰 줄 안다는 증거일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그저 관심병에 걸린 글쟁이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며, 독자들의 호응도 얻지 못했음이다. 작가는 결과로 판단 받아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지금껏 좋은 결과로 믿음직한 성벽을 쌓아올린 작가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그 벽을 완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