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그때의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멋지고 거기다가 친절하고 오늘 백마 탄 기사님까지 돼 준 나의 스물여섯이 궁금하지 않아?”
가난하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살고 있는 스물여섯 이진아. 같은 고아원 출신 오진혁과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겉으론 오진혁을 미련 곰탱이라 부르며 투닥거리지만 실은 그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어 늘 타인에게 버림받는 게 두려운 진아는 겉으론 표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아원 시절부터 함께 자랐다던 정재한을 우연처럼 다시 만나고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정재한에 대한 기억이 없다. 마치 재한에 대한 기억만 일부러 싹둑 잘라낸 듯. 재한은 계약 만남을 조건으로 진아에게 그녀가 잊고 있던 열여섯까지 기억을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재한을 만날 때마다 언뜻언뜻 떠오르는 기억들. 함께 떠나자 하던 열여섯 자신을 배신한 그를 마음은 밀어내라고, 멀리하라고 말하지만 정재한이 숨기지 않고 보내는 애정에 스물여섯 마음이 다시 흔들리는데...
-본문-
“내가 스물여섯이 되었는데 정말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멋지고 거기다가 친절하고 오늘 백마 탄 기사님까지 돼 준 나의 스물여섯이 궁금하지 않아?”분명 웃는 얼굴인데 뭔가 강요하는 듯한 말투에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뭐야, 나 생각보다 담이 작은 여자였던 거야? 내가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만 있자 정재한이 손을 들어 내 머리 위에 얹는다. 그러더니 가뜩이나 부스스한 내 머리를 더 헝클어 놓는다.
“다시 알아가자. 이게 그 때의 네가 원했던 거라면 그래, 해보자.”
알 수 없는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때가 어…”
“그런 표정 하지 마. 더 비빔밥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