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이 소설의 특징과 중심 내용
<소설 ??헤르메스의 예수?? 의 강조 포인트 세 가지
1. 한국 기독교 관념 소설의 계보를 잇는다
??헤르메스의 예수?? 는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을 잇는 기독교 장편 소설이다. 본 소설은 동·서양의 명상, 신비주의, 신화에 토대를 두고 기존의 예수와 다른 예수를 다루고 있다. 기적 현상인 오상 성흔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오상 성흔의 피에 금빛 가루가 섞여 있고 또 치유 은사 때 금빛 가루가 생긴다는 점에서 또 다른 예수를 가설로 내세운다.
본 소설의 예수는 헤르메스주의(이집트 신비주의) 수행자이다. 실제로 수많은 기독교의 성화와 건축물과 십자가에서 헤르메스주의 상징인 ‘피라미드 전시안’이 발견되고 있고 또, 피라미드 전시안이 인체 내부의 송과체인데 이는 제6차크라 아즈나, 불교의 미간백호, 상단전과 통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대표적으로 바티칸의 ‘솔방울 정원’의 솔방울이 송과체에 해당한다. 본 소설은 헤르메스주의 수행자 예수를 송과체의 빅뱅을 이룬 선각자로 그림으로써, 구원의 문제는 바로 지금, 나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2. ‘예수의 잃어버린 세월’을 액자소설로 복원
세계적인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가 성경에서 빠진 젊은 예수의 기록이다. 오래도록 전 세계인에게 읽혀온 경전 치고는 예수의 왕성한 나잇대인 13~29세의 기록이 빠진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에 대해 기록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설이 ‘예수의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본 소설은 액자 소설 형식으로 소설 속의 ??선각자 예수의 잃어버린 세월??이라는 소설을 통해, 공백기의 예수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 예수는 사막의 수행자 에세네인에게 찾아가 헤르메스주의 수행의 최고 단계를 마친 선각자로 그려진다.
3. 신성을 둘러싼 종교, 정치권력의 탐욕과 부패 비판
본 소설에는 부동산 편취 비리를 저지른 강 목사가 등장하는데, 그의 교회의 한 신도에게서 오상 성흔이 발생한다. 강 목사의 비리 진상을 규명해야 할 제주 노회장 장 목사는 강 목사에게 부정한 손을 내민다. 자신이 제주 노회장에 재선할 수 있도록 성흔 현상으로 홍보해주는 대신 그의 비리 문제를 덮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상 성흔은 그에 내재한 비기독교적인 요소가 봉인된 채, 기독교적인 현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된다.
장 목사 뒤에는 제주 지역 검·경찰 보수 세력이 있다. 보수파 인사로 제주도 지사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수파 장 목사를 제주 노회장으로 재선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젊은 기독교 유권자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복심이다. 이렇듯 신성한 기적 현상을 둘러싼 종교 권력과 정치권력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신성이 액면 그 자체로 투명하게 대중에게 드러나는 게 가능할까?
<이 소설의 줄거리>
시인 지망생인 내가 6년여 만에 고향 제주를 찾는다. 이때, 제주 문학잡지 편집장을 하는 찬형 선배로부터 반석 교회에서 기적 현상, 성흔(Stigmata)이 발생한다는 소문을 접한다. 반석 교회는 고등학교 때 신도의 부동산을 편취한 목사 비위로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실제로, 이곳에서 오상 성흔 기적을 목도하게 된다.
찬형 선배는 과거에 반석 교회에서 성경 교사를 했다. 그는 기적의 진상을 밝히고자 성혈을 채취해 예수의 혈액형인 AB형인지를 검사하자고 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부동산 편취 비위 소문이 무성하던 강 목사가 교회 신도인 박철수 형제에게 오상 성흔이 발생하면서, 그의 비위 진상 조사가 유야무야 되어 버린 점을 의심하고 있다.
박 형제님의 성혈 검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된다. 진작에 강 목사가 제주 노회와 함께 성혈 검사를 은밀히 진행했다. 제주 노회, 강 목사의 협조 아래 성혈 검사를 추진한 K 방송 기자에 따르면, 이번 일을 일체 함구하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다시 주일 예배에 참석한 날이다. 강 목사가 치유 은사를 펼치면서 신도들의 옷과 몸에 깨알 같은 금빛 가루가 생기게 한다. 강 목사가 치유 은사를 펼칠 때 박 형제님의 손을 붙잡고 있는 게 의아스러웠다. 이날, 제주 K 방송 앵커를 하는 교회 친구 석춘이 박 형제님에게 성혈을 몰래 채취해낸다. 이 피를 검사해보니, 박 형제님의 O 혈액형과 달리 예수의 혈액형 AB형으로 밝혀진다. 여기다가 피를 확대해보니, 깨알 같은 삼각형 금빛 가루가 있었다. 외형상 교회에서 생긴 금빛 가루와 동일한 것이다. 금빛 가루는 기독교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찬형 선배는 헤르메스주의의 하나인 연금술에 의해 금빛 가루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존의 예수와 다른 예수, 헤르메스주의 예수를 상정할 수 있다고 한다. 예수는 피라미드 전시안으로 상징되는 헤르메스주의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전시안은 제6 차크라, 미간백호, 상단전이며 이는 곧 송과체라고 한다. 또한, 바티칸의 ‘솔방울 정원’의 솔방울이 곧 송과체이기 때문에 기독교의 오랜 전통에 헤르메스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하루는 강 목사와 함께 고아 출신인 서경훈 집사가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얼마 후, 오상 성흔의 박철수 형제가 행방불명된다. 이때, 그를 수행하던 서경훈 집사가 자신이 의심받는 걸 원치 않아 양심선언을 한다. 치유 은사는 온전히 박 형제님의 것이며, 강 목사가 바다에 빠져 죽은 박 형제님 모친을 자신이 건져냈다는 것에 대해 증인이 되는 조건으로 자신의 이름에 토지를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며칠 후, 박 형제님이 찬형 선배에게 연락해 서귀포 임마누엘 기도원에서 그를 만난다. 그는 타고난 신기에 남다른 영적 능력에 의해 송과체 활성화에 의해 기적 현상을 펼치고 있다. 그가 고백한다. 보살이던 그의 모친이 자신이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굿을 하기로 했다. 그의 모친이 굿을 하는 도중에 자신이 인사불성이 되었다고 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강 목사가 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자신이 모친을 바다에 밀쳐서 죽였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이 죄를 눈감아 줄 테니, 오상 성흔이 자신의 안수 기도 후에 생겼다고 말해주고, 또한 자신이 치유은사를 펼치는 것처럼 자신의 손을 잡아서 영적 능력을 펼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날, 박 형제님은 모친의 죽음에 대한 서경훈 집사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부활절 전날, 기도원에 있던 박철수 형제님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다음날 이른 새벽, 반석 교회에 화재가 난다. 그곳에서 박 형제님과 강 목사의 시신이 발견된다. 강 목사는 박 형제님의 몸을 깍지 낀 손으로 껴안고 있었다. 경찰은 반석 교회 화재가 박 형제님의 방화로 생긴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후, 강 목사의 편지가 공개된다. 강 목사는 자신의 과오가 모 신문사에 의해 기사화되는 걸 알게 되자, 모든 걸 밝히기로 한다. 제주 노회장 재선에 오상 성흔이 이용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금빛 가루가 배제된 채 오상 성흔이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또한, 오상 성흔과 치유 은사 및 금빛 가루가 온전히 박 형제님의 영적 능력임을 고백한다. 이와 함께 박 형제님 모친은 굿을 말리던 자신과의 몸싸움 끝에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밝힌다. 끝으로 강 목사는 부활절 날, 제주 서부 경찰서에 찾아가 자수할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