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어(冷凍魚)>는 1939년에 발표된 <패배자의 무덤>과 함께 채만식의 문학에서 ‘관념상의 분수령’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되어 왔다. 일제 말기에 이르러 채만식이 친일 문학 행위를 했다고 보는 관점에서 <패배자의 무덤>은 니힐리즘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이해되며, <냉동어>는 친일 행위를 본격화하는 첫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채만식의 친일 문학에 대한 연구들이 <냉동어>를 집중 조명한 데는 그런 배경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 연구 내용들은 이 소설이 지닌 알레고리 구조는 말할 것도 없고 형상화의 핵심적 요소인 분신의 기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작품의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설이 발표될 당시의 시대 상황과 작가의 현실에 대한 기본 입장을 간략하게 고찰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작품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