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
20세기초 근대 문명의 명암을 탁월한 선구적 시각으로 꿰뚫어 본 나쓰메 소세키. 근대인의 주체의식과 치열한 삶의 내면 세계를 담아낸 그의 소설은 거의 한 세기 이전에 쓰여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의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큼 강한 문학적 자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식인으로서의 풍부한 교양, 예민한 자아의식, 사실적 문장들과 거기에 바탕을 둔 세밀한 심리묘사,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번뜩이는 재담 등으로 작가는 ‘근대적 불안과 고뇌’의 무수한 장면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이 책은 그의 중단편소설 스물네 편을 한데 모은 소설 전집. 수록 작품 대다수가 우리에게는 처음 소개되는 초역 작품들로, 동양적 근대를 창출한 한 위대한 작가의 문학세계 전모와 내면 풍경을 통독할 수 있는 계기를 전한다.
1867년 도쿄에서 태어나 1916년 메이지 일왕이 죽은 4년 뒤 생애를 마칠 때까지 사실상 그는 메이지 시대를 온전히 살다간 메이지의 인물로 평가된다. 근대와 반근대, 개인과 전체, 문명과 비문명, 이런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소세키는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표상하는 사상적인 면에서도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압도하는 서구의 근대와 맞서 나름의 근대를 창출하려 악전고투했던 작가 소세키. 그의 선구적 시대 인식을 통해 우리는 낯선 근대 앞에서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느꼈던 동시대인의 표정을 보다 또렷이 반추해 볼 수 있다. 현대 일본 문학의 출발점, 일본 문학의 아버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소세키. 이렇듯 그의 문학이 시간과 시대를 초월해가며 사랑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전집은 바로 그 특징과 매력의 전부를 한눈에 꿰게 한다.
옮긴이 노재명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서강대학교 국문학과와 일본 구마모토대학 비교문학과를 마쳤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와 함께 전문 기획·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문명의 산책자』 『증후군 시리즈』 『국화와 칼』 『아베일족』 『여자의 결투』 『조선통치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