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아웃팅을 당해 평탄치 못한 인생을 살고 있는 환, 눈뜨기 힘들 정도로 비 내리는 날에 만난 이상한 노점상 주인이 내미는 립스틱을 받아들고 다시 고등학교 때로 회귀하는데.. 다시 얻은 기회 속에서 환은 평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본문]
두 눈을 퍼뜩 뜨게 됐다. 휴대전화를 한손에 쥔 채로 마치 서서 잠이라도 잤는지 두 눈을 감고 있던 환이다. 환은 알 수가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대체 왜?’ 그는 의아했다. 자신이 이곳에 서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분명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떤 이름 모를 장사꾼에게 받은 립스틱을 발랐다. 그리고 그 이후의 기억은 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엄청난 현기증과 함께 두 눈을 감았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날 뿐이었다.
“빨리 빨리들 들어와라. 너희들 빨리 안 들어오면 지각인 거 알고, 지금 늦장 부리는 거냐?”
생생했다. 주홍빛 가발을 쓴 채 붉은빛 원피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은 꿈이 아니었다. 현실임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게 현실이라는 것은 다만 자신만 느끼고 있을 뿐이다. 환은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어쩌다 자신의 속을 들켜버리게 됐는지, 그 계기가 바로 이곳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등굣길에 자신이 보고 있던 휴대전화 화면을 박기태가 한 번 훔쳐봤음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그때의 박기태를 환은 모르는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