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낮 사람과 밤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고, 낮 사람 하우와 밤 사람 제로는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된다.
[본문]
제로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나는 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 제로도 내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 때문에 쓸데없는 안부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안부가 제로를 섭섭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섭섭함은 없었다. 나는 그 앞면만을 본 채 안심했다. 우리는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이야기했다. 나도 책을 좋아했고 그녀도 책을 좋아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명석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리석은 이들도 있었고 갈등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런 것들을 나는 제로에게 들을 수 있었다. 제로와 나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어서 해가 져서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제로를 밤낮 없이 보고 싶었다.
“태양이 보고 싶어.”
어느 날 제로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