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처음으로 신을 신발로 괜찮을 거 같아."
《피스(piece)_아상블라주(Assemblage)》의 찻집주인 클락의 과거, 클락은 계산대 밑 서랍장에서 자물쇠가 잠긴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의 자물쇠가 어디 있는지 생각나지 않고, 알 수 없는 초조함에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본문]
쩔렁, 쩔렁, 팔락, 팔락, 죄수들은 묶인 손으로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마구 넘겼다. 묶인 손으로 억지로 책장을 넘기는 탓에 쇠사슬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팔락, 팔락, 책장을 빠르게 넘기는 소리도 들렸다. 쇠사슬에 묶인 탓에 그들의 손발에서 조금씩 피가 났다. 살갗을 쇠사슬이 서로 꼬집었다. 그러나 얼굴 없는 죄인들이 책 한쪽을 찢어 먹기 시작할 때부터, 클락의 공포심은 점점 극한으로 몰렸다. 찢은 책장을 입에 넣어 씹어 먹는 소리가 그를 더 두렵게 했다. 모두들 묶인 손으로 책장을 찢어서 자신의 목구멍에 집어넣었다. 클락은 이곳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발목을 잡은 책들과 얼굴 없는 죄수들에 도망칠 수 없었다. 이곳을 당장 나가라며 온몸이 떨며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정작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책장을 찢어 목구멍에 마구 밀어 넣던 얼굴 없는 죄수들이 갑자기, 그것도 일제히 책장을 먹던 행동을 멈췄다. 모두들 클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없어서 그 눈동자가 어디를 향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클락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어쩔 줄을 모르고 몸과 동공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