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_ 여행을 시작한 이유
나는 3년에 걸쳐 일본에서 시작하여 미국, 호주, 뉴질랜드, 아시아, 그리고 유럽까지 모두 3만 4천km가 되는 거리, 21개국을 걸어서 횡단했다.
나의 도전은 학생 시절에 시작되었다.
학생 시절, 나의 주변에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자신을 ‘해양탐험대’라고 부르며, 육지에서 떨어진 작은 무인도에 식량 없이 들어가 거기에서 자급자족(自給自足)의 생활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도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나 또한 가만히 구경만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신고절차나 경비문제 때문에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스루가만’이라고 하는 50㎞에 달하는 큰 만을 헤엄쳐서 횡단하려고 훈련을 하기도 했다.
나는 왜 걷기 시작했을까?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하나가 방학이 되어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1,000Km를 자전거로 여행한 경험을 들려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친구가 여행 중에 담배 가게를 하는 사람을 만났고, 생판 처음 만난 자신을 재워주고 친구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과 사람이 허물없이 만나는 그런 소중한 경험이 나를 매료시켰다. 친구의 흥미진진한 경험담을 듣고 지기 싫어했던 성격인 나는, 그 친구도 하는 여행을 나라고 못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녀석이 자전거로 갔다면 난 걸어서 간다”라고 생각한 것이 첫 도보여행의 동기였다.
나는 바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물과 자료를 수집했다. 그때가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일 때였다. 나의 첫 도보 여행지는 내가 태어난 일본이었다. 누마즈∼기후 300km, 아오모리∼기후1,350km, 가고시마∼기후1,150km로, 총 2,800km를 3회로 나누어 여행했다. 처음 6일간 300km를 걷는 여행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도보 여행을 너무나 쉽게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신발마저도 친구의 운동화를 빌려 신었고, 신발이 맞지 않는데 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계속 걸으니 발이 부어서 신발이 작아졌다. 그래서 신발을 구겨 신고 장시간을 걸으니 이번에는 발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하루 50Km 정도를 걸었지만 6일째에는 발이 올라가지 않아서, 차도에서 15cm 정도의 높이인 보도도 손으로 다리를 들어 올려 발을 옮겨야 했다. 또, 잠잘 곳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서 하루의 끝에는 잘 곳을 찾는 것도 고생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에는 밤중에 자고 있는데 돌연 코피가 쏟아졌다. 적잖이 놀란 나는 이대로 원인도 모르고 죽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일을 계기로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걸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여행 후 2∼3일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 도보 여행을 끝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도 그런 고통스러웠던 첫 경험 이후, 오히려 내가 걷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더욱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
보통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었던 나는 물구나무서서 걷기라던가, 롤러스케이트로 대륙을 횡단하기 등을 생각해 봤지만 결국은 걷는 것으로 결심했다. 즉, 인간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세계의 넓이를 눈으로 직접 가늠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결심한 나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