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오하기문』은 우리 민족사와 민중사에 거대한 단초를 열었고, 우리나라 근대화에 결정적 기점을 만들어냈으며, 일본 침략에 가장 처절한 항쟁을 벌인 동학농민전쟁에 관해 실상을 제대로 접근한 정리된 지식을 제공하는 책이다. 원문 『오하기문(梧下記聞)』은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9∼1910)이 쓴 책으로 19세기 당쟁의 폐해, 세도정치의 폐단, 동학농민전쟁, 일제의 침략과 항일의병 등을 그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매천은 이 책에서 19세기의 여러 사정을 다루고 있으나 동학농민전쟁의 기술 내용이 가장 풍부하고 충실하다. 따라서 이 책은 최초로 동학농민전쟁을 다룬 통사(通史)의 성격을 지닌다. 동학농민전쟁의 내용을 이루는 부분인 수필(首筆)을 비롯하여 2필ㆍ3필을 번역하고 있으며, 원문(原文)을 번역본에 첨부하지 않고 있다(원문은 『동학논민전쟁 사료대계』에 수록). 초기 단계의 통사적 성격을 띤, 동학농민전쟁의 원인ㆍ과정ㆍ결과를 알려주는 이 『오하기문』는 우리에게 리얼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특히 황현의 날카로운 평가가 독자의 마음을 서늘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