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속의 불교는 정치 이념에 있어서나 신앙적 측면, 사회사적 부분에서 한국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데 이 땅에 수용된 이래 불교는 본래 부처님의 가르침보다 지나치게 세속의 길을 걸어 때로는 시대정신을 외면하거나 천박한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불교는 평화, 평등, 인권의 종교이다. 현대에 들어 세계 곳곳에서 민족, 지역, 종교 사이의 갈등과 전쟁이 벌어지고 과학문명, 물질문명, 환경파괴의 범람으로 정신문화와 생활문화가 황폐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불교 본래의 가르침은 그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서로 평화를 모색하는 상생의 종교를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 오늘날 한국불교에 주어진 과제가 있다. 이 책은 한국불교의 역사를 사회사적으로 조망한 최초의 작업이다. 대개의 한국불교사 관련 서적이 사상사에 치중한 것과 달리, 불교가 이 땅에서 지나쳐온 역사와 실체를 파헤치는데 치중함으로써 사회 제도와 사람들 생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불교의 모습 그대로를 담은 최초의 통사이기도 하다. 종교로서, 사상으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그것이 사회와 실생활에서 기능하는 역사 속의 불교, 신앙행태로서의 불교의 모습을 알고 싶어했던 대개의 독자라면 이 책은 상당한 의미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