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뛰어드는 언론인의 초상 군대에 가보면 "장군은 병과가 없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 말은 정치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성싶다. 사회 각 분야에서 웬만큼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너나없이 정치권으로 뛰어든다. 그렇다 보니 정치인들만큼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인간 집단도 없을 듯하다. 마치 병과가 없는 장군들처럼 정치인의 출신 성분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언론인 출신은 정계 인맥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계에 진출한 언론인의 역할은 정치 권력의 풍향계를 나타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연 정계에 진출하는 언론인들은 개인의 권력욕 때문일까, 이언제언(以言制言)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일까? 조선말 개화기부터 제16대 국회까지 우리나라의 기자 1호가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개화기부터 선각자들 가운데 언론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어떻게 보면 언론과 정치의 경계가 없는 듯하기도 하다. 제16대 국회만 해도 이만섭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많은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의정에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은 아니지만 행정부로 옮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언론의 초창기부터 21세기로 접어든 지금까지 정치권, 행정부 등의 권력으로 옮겨간 언론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언론인, 그들은 왜 옮겨가는가? 권력에의 상승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언론을 활용해온 정치 장학생이 있을 수 있으며 정치를 취재하다 매력을 느껴 편입한 경우, 정치와 사회 개혁을 위해 정치로 투신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느끼는 무력감이나 심한 스트레스와 노동의 강도를 이기지 못하고 언론을 그만둔 사례, 철저히 피라미드식인 언론사 인사 구조에서 소외당한 뒤 박차고 나온 경우, 7∼80년대 강제 해직으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군사독재정권의 피해 언론인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하거나 할 수밖에 없었던 언론인 등 언론인 출신이 정치 권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갖가지 모습은 다분히 드라마틱한 요소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