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백작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지만, 정작 그 악명 높은 흡혈귀를 창조해 낸 브램 스토커를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당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명배우 헨리 어빙의 매니저로서, 17권에 달하는 공포 소설의 작가로서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간 그였지만, 살아 있을 때는 인기 배우의 명성에 가려지고, 죽어서는 드라큘라 백작의 너무도 강렬한 이미지에 묻혀버린 탓이다. 브램 스토커는 1847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1870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그 단조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더블린 메일』지의 연극 비평가로 변신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극장에 드나들면서 연극적인 심미안을 키워 왔던 그는, 1876년 헨리 어빙이라는 걸출한 배우을 운명적으로 만난 뒤, 27년 동안 그의 매니저로서, 조언자로서, 동반자로서 헌신적으로 일했다. 연극인으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틈틈이 소설을 썼다. 대표작인 『드라큘라』(1897)를 비롯하여 『수의를 입은 여인』(1909), 『하얀 벌레가 사는 굴』(1911)등 작품의 대부분이 공포와 환상을 주조로 하고 있다. 1905년 어빙이 사망한 뒤,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충격 속에서 한때 실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브램 스토커는 1912년에 사망했다. 『드라큘라』는 수백 편의 영화나 연극을 통해 세계인의 상상력에 섬뜩한 이미지를 심어 왔다. 그러나 그중 원작에 충실했던 작품은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