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선이 겪은 질곡의 고비고비마다 연대를 주목해보면 그가 결코 순탄치는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게 된다. 1920년부터 1945년은 일제식민지 시기이며 1945년 해방되고 1950년 6·25 동란이 발발했다. 그리고 그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조인에 이르기까지 만 3년을 끌어왔으며, 또 이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그런 엉거주춤한 상태로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다. 학촌 이범선은 바로 이러한 사회가 작가에게 주는 트라우마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작품에 마치 누에고치가 실을 내뿜듯이 형상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