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는 무수한 세계가 있는데, 우리는 그 중의 단 하나도 정복할 수가 없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니겠느냐' 알렉산더의 말은 두려움보다는 자신감만이 가득한 인간의 시대에나 나올 수 있었던 것일까. 과학문명이 발달할수록 왠지 인간은 왜소해진다. 알렉산더의 스케일이 사라진 시대이다. 대하소설이 담을 수 있는 역사적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인간의 4-5대, 길어야 100-150년이다. 소설 『피라미드』의 시간은 무려 5000년, 그것도 단절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인간의 역사 속에서 명멸한다. 행성과 혜성, 지구의 우주적 공간과 이집트, 미국, 한반도의 남과 북이란 지구적 공간이 공존한다. 그야말로 인간의 모든 역사와 상상력이 포괄된 소설이다. 작가는 굳이 분류하라면 '인간우주소설(Human Cosmos)'이라 말하고 싶어한다. 번역본이 아니다. 생소한 이름, 낯선 과학적 용어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친절하고 재미있다. 공학박사와 소설가란 직함. 과학적 발명과 글쓰기를 같은 맥락으로 보는 작가는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줄줄외는 만화박사라 한다. 한사람에게 담긴 상반되는 특성들이 어떻게 훌륭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소설읽기의 재미가 답변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