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의미와 정치가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사회학의 고전!
독일 ‘막스 베버 전집’ 편집위원인 볼프강 슐룩터의 해설 수록!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의 의미와 정치가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탁월한 고전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책은 1919년 자유학생연맹 바이에른 지부가 기획한 ‘직업으로서의 정신노동’이라는 연속 초청 강연의 일환으로 행해진 강연을 엮은 것으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직업으로서의 학문〉과 함께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강연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베버는 이 짧은 강연문을 통해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청중에게 정치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고 있을까?
베버는 우선 정치의 의미와 국가에 대한 정의를 말한 다음,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영위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정치가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 논의한 후, 정치가 인간의 윤리적인 삶 속에서 어떤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베버는 정치를 국가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치가가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방식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정치를 위해 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치에 의해 사는 것이다. 정치를 위해 산다는 것은 정신적인 의미에서 정치를 자신의 삶으로 삼는다는 것인데, 이때 정치를 위해 사는 사람은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의 소유 자체를 즐기거나 아니면 어떤 일에 헌신함으로써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 자이다. 반면 정치에 의해서 사는 사람은 정치를 지속적인 수입원으로 삼는 사람이다.
이러한 직업정치인, 즉 정치지도자에게는 세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정열과 책임감, 목측능력이 그것이다. 대의명분에 헌신할 정열과 자기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을 책임감, 내적인 집중력과 평정심을 갖고 사물과 인간에 대해 균형감각을 두는 목측능력이 정치가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가가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허영심에 사로잡히면,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여기면서 권력의 화려한 겉모습만을 추구할 위험이 있다. 베버는 이러한 정치인은 실질적인 목적도 없이 권력 자체를 즐기거나 숭배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당시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베버에게 강연을 요청했던 학생들은 베버에게 이런 혼란스러운 시국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정치에 개입해야 하는지 답을 찾고자 했다. 이에 베버는 강연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정치행동을 고취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강연 말미에 베버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란 정열과 목측(目測)능력을 동시에 갖고서 단단한 널빤지에 강하게 또 천천히 구멍을 뚫는 일입니다. 만약 이 세상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도 불가능한 것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것도 달성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말은 참으로 전적으로 옳으며, 또 모든 역사적 경험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 자기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에 비해서 세계가 자기 입장에서 볼 때 너무 어리석거나 너무 야비하더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 그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의 ‘소명’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베버의 마지막 발언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지금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