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는 ‘아내’로 생각되는 여자의 윗방에 사는 ‘나’의 이야기이다. 부부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의 의식은 정확하지 않다. 아내가 준 약을 아스피린인 줄 알았지만, 아달린이라는 수면제임을 알고 놀라지만, 그는 아무 것도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종로의 백화점 옥상에서 날개가 돋음을 느끼며 뛰어내린다는 줄거리이다. 근본적인 자아를 망각하고, 주는 밥을 얻어먹는 애완동물처럼 되어버린 주인공을 통해 당시 시대의 고통을 드러냈다고 보기도 하고, 자의식이 강한 이상의 성격이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식의 흐름에 집중된 작품경향은 20세기초 근대 조선,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반백년은 앞섰던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봉별기>는 이상의 연인이 ‘금홍이’와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유사한 내용의 <금홍이>라는 소설도 있다. <봉별기>의 중반부에서는 무능력한 남편인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시 <가정>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금홍이’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어 접대를 하고 돈을 벌게 하는 것 역시 <날개>의 아내와 관련이 된다. ‘금홍이’는 이상 문학의 다양한 모티브가 되는 셈이다. 그런 ‘금홍이’와의 이별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이다.
<병상 이후>는 이상 개인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전지적 작가시점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상 특유의 자의식적 관찰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으며, 절망과 희망이라는 불안한 심리가 전체적인 정조를 이룬다.
<오감도>는 의견이 분분한 작품이다. 시대사적인 접근은 물론 미학적 접근도 가능한 작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읽는 독자들의 자의식을 자극한다. 시라는 도구를 통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구조가 무엇인지 당황하게 하면서, 그러한 의식을 하는 독자들에게 생각하도록 촉구한다. 그것이 시대상이든, 자의식이든, 정형화된 의식이든 간에. 이어서 <오감도>에 대한 작자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상의 생각을 부분적으로라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짧은 글이지만, 함께 실었다.
<가정>은 무능력한 가장인 ‘나’는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해, 집이 팔리고,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가정에 포함되지 못하는 가장의 서글픔을 표현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거울>은 ‘거울’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만남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매우 일상적인 상황이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상 특유의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안타깝게도 거울을 통해 마주하게 된 두 자아는 합일되지 않는다. ‘거울’은 만남의 매개이기도 하지만, 합일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권태>와 <산촌여정> 두 작품은 작가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요양차 내려온 평남 성천(成川)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쓴 수필이다. 도시민의 눈에 비친 시골 생활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작가 특유의 강한 자의식이 드러나는 수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