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수업, 우리가 기다려온 통찰!
언어학자 김성도 교수가 파헤친 창조적 언어 혁명
◎ 도서 소개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문명의 탄생에 관한 언어학의 새로운 해석!
호모 사피엔스부터 호모 디지털리스까지
언어로 인류의 진화를 좇다
135억 년 전 빅뱅에서부터 오늘날 인공지능의 도래까지, 무엇이 이토록 광활한 역사를 가능하게 했는가.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인류의 조상이 되었으며, 그들이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던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성찰은 무엇인가.
인류의 종 중에서 유일하게 언어를 창조하고 ‘내일’이라는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발견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여정을 시작으로, 문자 이전에 이미지를 창조한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 선사를 종결하고 역사를 시작한 호모 스크립토르(Homo scriptor),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현재도 진화 중인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까지 인류의 진화를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언어학 강의를 묶은 이번 책은 고려대 김성도 교수가 ‘인간’과 ‘언어’ 그리고 ‘문명’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 것으로, 기존의 음성언어 중심의 언어학적 연구에서 탈피해 선사학, 인류학, 기호학 등을 총합한 초학제적 연구의 완성이다. 과거와 미래, 자연과 문명을 아우른 초월적 시선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각계가 직면한 폐쇄성을 탈피하는 단초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삶의 인식에 관한 지평을 확장하도록 이끈다.
◎ 출판사 서평
언어,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조건
135억 년 전 우주의 창발을 시작으로 오늘날 디지털 혁명에 이르기까지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조건은 단연 언어다.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어떤 기술적․신체적 우월성도 갖지 못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소리를 생산하는 완결된 성대를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 획득한 언어를 통해 인류의 조상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가 초기에 사용한 원형언어는 즉각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소리와 몸짓이 결합된 음성언어와 몸짓언어의 조합이었으며 이는 원숭이들이 사용하는 신축적인 몸짓과 소리에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른 동물과 구분되지 않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가 세계를 정복하게 된 힘은 과연 무엇일까.
호모 사피엔스는 7만 년 전, 다른 동물들이 넘지 못한 상징의 문턱을 넘어선다. 상징적 사유를 통해 ‘오늘’에서 탈피해 ‘내일’이라는 단어를 발명해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류의 다양한 종 중에서 유일하게 인지혁명의 벽을 넘어 문명을 이룩한 호모 사피엔스. 그들의 언어를 배재한 채 문명을 논하는 것은 문명의 주인공인 호모 사피엔스 우리 모두를 배제하고 역사를 구성하는 것과 같다.
선사시대 벽화부터 디지털 이모티콘까지
언어로 보는 인간 사유의 역사
음성언어 중심의 언어학적 연구에서 탈피해 시각언어, 문자언어 등으로 언어의 외연을 확장하고 이를 위해 선사학, 인류학, 기호학 등과 결합해 분과 학문의 경계를 허문 언어인간학은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를 사용 언어에 따라 호모 그라피쿠스, 호모 스크립토르, 호모 로쿠엔스, 호모 디지털리스로 구분하고 각각의 기원과 진화, 본질 등을 추적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상징적 사유는 쇼베 동굴이나 라스코 동굴의 벽화에서 추상적인 이미지로 드러나는데 이는 문자언어 이전에 시각언어를 탄생시킨 호모 그라피쿠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중세 시대의 휘황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나 채색 도서, 사진술에 이르기까지 꽃을 피우던 시각언어는 효용성의 이유로 문자언어에 점차 자리를 내어주고 쓰는 인간인 호모 스크립토르를 등장시킨다. 선사와 역사를 가르는 가장 강력한 조건인 문자는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권력의 가시화 등 보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발명되었으며 초창기에는 구술에 비해 그 권위가 현격히 낮아 신뢰성을 의심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글을 쓰는 활동의 소멸과 함께 부상한 말하는 인간인 호모 로쿠엔스를 눈여겨보게 한다. 우리는 본능과 학습을 통해 언어를 획득하고 이 과정에서 언어에 담긴 세계관을 함께 흡수한다. 이는 언어가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정치적인 요소를 지녔으며 이는 언어와 국가의 위상이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탄생한 호모 디지털리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디지털 문자의 탄생과 소통의 혁신을 가져왔으며 영상 시대로의 귀환을 이끌고 있다. 기존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뒤틀리고 모든 것이 기억되는 오늘날, 기억보다 어려운 망각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인류는 누가 될 것인가.
삶의 인식과 지평을 확장하는
언어인간학
왜 우리는 언어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언어는 언어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도구로 사용되기에 그 자체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언어는 인문학과 사회학 등 학문을 축적하는 도구이기에 무엇보다 앞서 그 연구가 확립되어야 하며, 때문에 지금의 언어학이 처한 음성중심주의에서 탈피해 미술․건축․음악․조각 등의 시각언어와 문자언어, 몸짓언어, 이모티콘 등의 디지털 언어를 연구하는 것은 선사학․인류학․미술학․기호학 등의 다양한 학문에 지적 토양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언어가 인류의 문명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다음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기에서 결코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보다 비판적 사유와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언어인간학이 시도한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접근과 학문 간 경계를 허물어낸 초학제성은 앞으로의 모든 학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뿐 아니라 삶의 인식과 지평을 넓히는 초월적 시선을 제공한다.
◎ 본문 중에서
한국의 인문학과 사회과학계에서 진지하게 수행해야 할 과제는 바로 한국어라는 칼과 그물의 구조와 속성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과학적 분석이며, 이를 발판으로 삼아 국가적 차원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기념비적 사전을 만드는 일이다. (11~12쪽)
언어인간학에서는 넓은 의미에서의 언어 개념을 채택해서, (…) 음성언어(자연언어) 혹은 자국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시각언어(시각 이미지), 문자언어, 몸짓언어, 촉각언어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의 언어를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34쪽)
언어학, 기호학, 미술사, 선사학, 고인류학, 매체학, 영상문화학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각들과 자료들을 제시할 계획인데, 이로써 (…) 여러분 각자가 스스로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35쪽)
7만 년 전에 드디어 최초의 인간학적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혁명(The Cognitive Revolution)’이 일어납니다. 이로써 최초의 가상적이며 허구적인 언어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인류는 미래를 예측하고 현실 세계에서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는 의미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즉 ‘내일’이라는 단어를 발명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시점으로 인류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것이지요. (37~38쪽)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낼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밀 병기라고 할 수 있는 상징의 언어 시스템으로서 완전한 이중분절(二重分節) 시스템을 갖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호모 사피엔스 성공의 가장 큰 일등 공신이 ‘언어’라는 것입니다. (80쪽)
인간 이외에 그림을 그리는 동물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말하는 능력과 그리는 능력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호모 사피엔스 여정에서도 완벽하게 언어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과 구석기시대 최초로 표현된 풍부한 그래피즘(graphism)을 생산한 것이 같은 시기입니다. (96~97쪽)
이미지와 문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이미지는 문자의 어머니입니다. 애초에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눠졌습니다. 하나는 유추, 닮음의 세계를 추구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약호의 세계를 추구함으로써 추상화 전략을 취한 것인데 그것이 알파벳 문자입니다. (143쪽)
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비전, 우리가 지각하는 이미지는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하나의 해석이라는 점입니다. (…) 한마디로 말해 이미지는 각막 이미지 속에 즉각적으로 현존하는 것을 넘어서 존재한다고 하겠습니다. (153쪽)
문자는 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문자의 권력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먼저 문자를 갖고 있는 힘, 지식 권력(knowledge power)을 들 수 있겠고 또 하나는 문자를 소유한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미치는 권력입니다. (173쪽)
시인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는 “언어, 단 한마디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수 있는 사건”이라고 했고,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무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언어를 두고 “존재의 집”이라는 표현을 했고,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나의 언어의 한계는 곧 나의 세계의 한계”라는 멋진 말을 남겼습니다. (243쪽)
촘스키는 언어의 기능에 주목하지 않고 이보다는 선천적인 생물학적 언어 능력을 최우선시해서 그 언어 능력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언어학의 목표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언어 생득설이 그것입니다. 반면 소쉬르는 언어란 사회 구성원들의 약속에 의해서 이루어진 기호 체계로서 이것은 종교, 법, 학교 등의 다른 제도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제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244쪽)
제대로 된 모국어는 한 인간을 지적・정서적・윤리적 차원에서 성장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즉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객관적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언어 사용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어야 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기르며 정신의 얼개를 짜고 감각, 감정, 욕망, 꿈으로 이루어지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형성하게 해야 합니다. 실로 올바른 언어 사용이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관여해 진실, 선함, 아름다움의 가치를 터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267쪽)
인간 본질로서의 커뮤니케이션, 그 매체 문화사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요? 말할 것도 없이 저 멀리 상징의 문턱을 넘어선 구석기시대 호모 사피엔스의 동굴벽화가 그 시작점이 될 것이고 그로부터 오늘날의 스마트폰까지가 인류 매체 문화사의 범주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굴벽화와 스마트폰이 등가의 가치를 갖는 인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는 것이지요. (307쪽)
인류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함께 실천하게 된 것, 이른바 보편적 리터러시(Literacy), 즉 문자로 된 기록물들을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얻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등장한 것은 불과 300년 전의 일입니다. 요컨대 인간이 갖고 있는 구술언어와 이미지 사용 능력은 결코 문자에 비해 열등한 요소들이 아닙니다. (313쪽)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는 “최초의 영상 시대로의 귀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선사 인류학의 시각에서 진단해본다면 호모 그라피쿠스로 회귀한 것과 동시에 인류는 매우 다차원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디지털 문명 속에서 호모 그라피쿠스, 호모 스크립토르, 호모 로쿠엔스로서의 인간 본성이 중첩되어 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321쪽)
사실상 디지털 시대의 공간은 ‘비장소(non-place)’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금-여기라는 기존의 존재 방식의 근본적 범주가 해체되어 모든 지점들이 동등한 가치를 누리고 있습니다. (336쪽)
현대인은 모든 것이 기억되고 아무것도 망각되지 않는 디지털 세계에 직면했습니다. 망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금 시대에는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문화적·심리적 변화들에 대한 물음을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350~351쪽)
우리에 대한 온갖 종류의 정보들이 영원히 저장되고 보존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평화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 문제가 바로 잊혀질 권리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적인 논제입니다. (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