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내게로 올 것만 같아요.”
할머니의 낡은 [바닷가 책방]을 상속받은 박진희(28세)는
이십 년 만에 개발 바람이 불어닥친 작은 바닷가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우는 뒷모습을 봤고,
며칠 전 바닷가에서는 바위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봤지.
그리고 오래전엔 비를 맞고 가는 뒷모습을 봤고.”
진희의 대학 시절 강사였던 한형우(38세)는
서진동에서 다시 만난 그녀를 더 이상 혼자 비 맞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자신이 몰고 온 개발 바람이 그녀의 삶을 흔들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바다가, 서진동이, 여기 책방이, 선생님이
내 마음을 날것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포장되지 않은 날것으로.”
시간이 흐른 뒤 마주한 두 남녀는 변해 있었고,
아니, 이곳 서진동에서 변하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리고 진희는 이전엔 없던 용기를 내며 형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바닷가 책방]을 추억할 때마다 난 당신을 떠올리고,
선생님은 내 뒷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반짝이는 나를 기억해 주기.”
그렇게 작은 바닷가 마을의 책방에서 시작된
마음을 간질이는 사랑 이야기가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