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버지의 최근 행동을 알고 있는 경찰에서는, 자세히 조사해보지도 않고 발작적인 자살이라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존은 큰아버지의 자살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큰아버지는 어느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였습니다.
즉 절실하게 오래 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큰아버지가 발작적으로 자살을 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그것으로 일단락되고, 존의 아버지는 큰아버지가 남긴 넓은 토지와 막대한 은행 예금을 상속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잠자코 듣고만 있던 홈즈가 이윽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과연 여태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괴상한 사건이군요. 큰아버님이 편지를 받은 날짜와 돌아가신 날짜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 괴상한 편지가 온 것은 1883년 3월 10일이고, 돌아가신 것은 그로부터 7주일 째인 5월 2일 밤이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 뒤 당신들은 큰아버님의 놋쇠상자를 조사했겠죠?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얘기해 주십시오."
"나와 아버지는 호오셤의 저택으로 이사하자마자 다락방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쪽 구석에 그 놋쇠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안은 텅텅 비어 있었 습니다. 뚜껑의 뒤쪽에는 KKK라는 붉은 글씨와 <편지. 메모 수취 명부> 라 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다락방 안에는 큰아버지가 미국에 계실때 쓰시던 서류와 수첩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남북전쟁의 기록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것을 대충 훑어보더니,
"형님은 남군을 위해 맹활약을 하셨나 보군."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더군요.
"음, 그밖에 다른 것은 또 없었습니까?"
홈즈는 무엇인가를 간파해 내려는 듯 날카로운 눈초리로 물었습니다.
"예, 또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남부 여러 주의 부흥 시대의 것도 있었습니다. 거기 나타난 것을 보면, 큰아버지는 북부에서 온 정치가들에게 반감을 품고 저항 운동을 했습니다. 또 흑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큰아버지가 미국에서 돌아온 이유가 거기 에 있으며, 그런 이유 때문에 살해된 것 같아 몹시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었으므로, 어느 사이엔가 오렌지 씨앗도 KKK라는 붉은 글씨에 대한 근심도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